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20.


《표류교실 1》

 우메즈 카즈오 글·그림/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12.12.28.



몸을 쉬고서 우체국으로 간다. 조금 쉬었어도 찌뿌둥하지만 마을 앞으로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잘 잡았다. 흔들흔들하는 시골버스에서 노래꽃을 쓴다. 출렁이는 결에 맞추어 몸을 나란히 출렁이면서 붓을 쥐면 이럭저럭 글씨를 쓸 만하다. 곰곰이 생각하면 어릴 적부터 길을 걸으며 책을 읽어 버릇했고, 걸으면서 책을 읽다가 발걸음을 멈추고서 귀퉁이에 생각을 적곤 했다. 나중에는 발걸음을 멈출 틈이 아까워 천천히 걸으면서 써 버릇했다. ‘걸으면서 글쓰기’나 ‘출렁버스에서 글씨쓰기’는 이래저래 서른 해가 넘은 글버릇이다. 《표류교실 1》를 읽었는데 두걸음이나 석걸음도 읽어야 하나 망설인다. 끝맺음은 다 보인다만 짝을 맞추려고 장만해야 할는지, 첫걸음만으로 넉넉하다고 여겨야 할지 모르겠다. 어린이가 나오는 그림꽃책이되 ‘어린이가 보기 어려운’, 아니 ‘어린이한테 보이기 어려운’ 책이다. 수렁에 빠져서 앞길이 안 보이면 ‘사람은 다 이렇게 악다구니가 된다’고 여기는 눈길이 많은 듯한데, 스스로 악다구니만 생각하기에 이런 이야기를 그리지는 않을까? 스스로 악에 받치니 이를 악물고 싸우는 길만 그리지 않을까? 똑같은 자리에서 ‘사람다움’을 찾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람이기를 바란다면 무엇을 그릴까?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19.


《호동이랑 호동이랑》

 다카도노 호코 글·니시무라 아츠코 그림/계일 옮김, 계수나무, 2008.7.14.)



제주에서 바깥일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자전거로 제주를 더 돌아볼까 했는데, 아침에 함박비가 온다. 비가 멎을 때까지 더 길손집에 머물자고 생각하다가 열 시 무렵 우체국에 찾아가고, 글붓집(문방구)에 들러서 〈책밭서점〉에 간다. 엊그제 사려다가 미룬 책을 장만한다. 배를 타기까지 짬이 있어 〈한뼘책방〉에 가서 살짝 다리를 쉬는데, 또 빗방울이 듣는 듯해서 일찌감치 제주나루로 간다. 다시 자전거를 접는다. 앉아서 노래꽃을 더 쓰다가 꾸벅꾸벅 졸고, 배에 타서 하루쓰기를 마저 하다가 가만히 누워서 쉰다. 녹동나루에 닿아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간다. 밤자전거를 타려다가 그만둔다. 제주하고 사뭇 다르게 아늑하면서 짙푸른 고흥 시골인데, 군수도 벼슬아치도 이러한 고흥을 고흥답게 가꾸는 길에는 마음이 하나도 없다. 《호동이랑 호동이랑》를 읽었다. 사람 아이랑 어우 아이가 사이좋게 어울리는 곳에서 사람 어른하고 여우 어른도 살갑게 어우러지는 삶터를 그린다. 구경(관광)이 아닌 살림이라는 눈으로 볼 줄 안다면, 온누리가 모두 아름다우리라 생각한다. 구경(관광)에 목을 매달면서 돈을 끌어들이려 하니 돈에 눈이 먼 나머지 마음빛을 스스로 잃거나 잊는다고 느낀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18.


《내가 좋아하는 것들, 커피》

 김다영 글, 스토리닷, 2021.10.15.



어제 마을책집 〈책대로〉에 들를 적에는 책집지기님이자 ‘부동산 사장님’한테 다른 일이 있어서 얼른 둘러보고 나왔다. 책집 모습을 찰칵찰칵 담지 못해 아쉬웠기에 노형동 언저리 길손집에 갔다. 어제 깃든 곳에 가도 되지만, “자전거를 객실로 가져가시게요?” 하고 물어서 조금 아쉬웠다. 내 자전거는 “접어서 부피가 작을 뿐 아니라, 주머니(가방)에 담는데” 말이지. 아침에 〈책대로〉에 찾아간다. 노래꽃을 건네고서 이곳 모습을 담는다. “부동산 한복판에 책집을 꾸민” 멋진 곳이라니. 내가 제주사람이라면 이곳에 여쭈어 집이나 땅을 알아보겠다고 생각한다. 이윽고 마을책집 ㅇ으로 갔으나 없다. 닫으신 듯하다. 다시 자전거를 달려 〈바라나시 책골목〉하고 〈동림당〉에 들렀다. ‘제주시’라고 해도 ‘서울시’처럼 넓지 싶다. 빙글빙글 한참 돌았다. 오늘은 관덕정 곁에 있는 길손집에 깃든다. 제주마실을 하며 챙긴 《내가 좋아하는 것들, 커피》를 이제서야 읽는다. 자리에 누워 한달음에 다 읽었다. 커피 이야기를 매우 잘 쓰셨다. 기나긴 삶길을 짤막하게 간추리셨는데, 이다음에는 좀 느슨하고 길게 이 삶자취를 풀어놓으셔도 좋겠구나 싶다. ‘조약돌’ 같은 책일까 하고 생각한다. 이제 그만 자자.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17.


《사랑과 교육》

 송승언 글, 민음사, 2019.9.23.



오늘은 제주 애월읍 수산마을 어린씨하고 노래돌을 누리며 걷기로 한다. 나는 ‘노래돌’이란 이름을 쓴다. 우리 집 어린이뿐 아니라, 나라 곳곳 배움터나 책숲(도서관)으로 찾아가면서 어린이·푸름이하고 말을 섞으면서 넌지시 물으면 ‘시비’가 도무지 뭔지 알아듣지 못하기 일쑤이다. 왜 낡아빠진 ‘시비’란 일본스런 한자말을 붙잡아야 할까? 제주문화재단에서는 ‘시비 트레킹’이란 말을 쓰지만 나는 아이들하고 ‘노래돌 걷기’를 한다. 그나저나 제주 애월 어린씨하고 첫발을 떼며 만난 노래돌부터 틀린글씨가 있다. 그다음 노래돌에도 틀린글씨가 나온다. 어린씨하고 서른이 못 되는 노래돌을 보았는데, 이 가운데 열네 곳에 틀린글씨가 있네. 헛웃음이 나왔다. 《사랑과 교육》을 읽으며 노래님(시인)이 조금 더 목에 힘을 빼면 어떠했을까 싶다만, 우리나라에서 글을 써서 이름이나 돈이나 책을 파는 분들치고 ‘힘빼기’를 하는 분이 참 드물다. ‘멋부리기’ 아닌 ‘살림짓기’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하고 글을 쓰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리고서점〉 지기님이 태워 주셔서 〈노란우산〉을 들렀다. 자전거로 가기에 꽤 힘들었겠구나. 제주 시내까지 태워 주셔서 〈책대로〉도 들렀다. 열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멋진 제주책집이지 싶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16.


《요괴 대도감》

 미즈키 시게루 글·그림, AK 커뮤니케이션즈, 2021.9.15.



새벽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탄다. 새벽 네 시쯤부터 살짝 망설였다. 택시를 불러 녹동나루까지 갈까 싶었으나, 새벽 여섯 시에 전화하기는 어렵지. 등짐을 더 줄이고 “비를 맞은 뒤에 갈아입어도 될 차림새”로 자전거를 탄다. 등짐을 줄였어도 매우 묵직하지만, 구비구비 멧자락을 넘고 바닷길을 휘돌아 한 시간 십오 분 걸린다. 배를 타고서 제주로 건너가도 옷은 안 마른다. 제주에 닿아도 비가 오니 젖은 차림으로 그냥 자전거를 탄다. 마을책집 두 곳을 들르고서 곧장 길손집으로 깃들고, 빨래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 〈설문대어린이도서관〉으로 이야기꽃을 펴러 간다. 《요괴 대도감》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설레며 기다렸다. 무지갯빛으로 여민 책은 반가운데, 너무 무겁고, 뭔가 아쉽다. 일본판을 사려다가 한글판을 샀는데, 그냥 일본판을 사는 쪽이 나았으려나 싶다. 둘레에서 흔히 말하는 “2% 모자란”이 아닌 “5% 아쉬운” 책이다. 예전 같으면 우리말로 옮겨내 준 대목만으로도 고맙다고 할 터이나, 이제는 ‘아쉬운 쪽(읽는이)에서 그냥 일본판을 사면 되’는 줄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더구나 《토리빵》은 요즈음 다시 내놓고 뒷자락을 옮기면 무척 사랑받을 만한데, 펴낸곳에서 그림꽃책을 너무 외곬로만 보는구나 싶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