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받는손



누구나 받아서 누릴 만큼 맞이해. 밥 한 그릇이나 떡 한 조각도, 고름이나 생채기나 멍울이나 좀도, 기꺼이 누릴 만큼 맞이하지. 너는 “왜 좋은것 아닌 나쁜것도 받아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어. 굳이 나쁜것을 왜 받아야 하느냐고 따질 수 있지. 그런데 ‘삶’이란 좋은삶이나 나쁜삶이지 않아. ‘말’이란 좋은말이나 나쁜말이 없어. 좋은사람과 나쁜사람이 없고, 좋은풀과 나쁜풀이 없지. 좋은길이나 나쁜길이 없어. 모두 길이란다. 모두 사람이고, 모두 밥이고, 모두 일이고, 모두 노래란다. 누구나 그저 이 삶과 하루를 받아들이면서 오늘이라는 길을 다르게 누려. 누구나 늘 이 삶과 일을 맞이하면서 날마다 새롭게 가꾸고 다듬어. 얼핏 보면 저놈은 ‘가꾸기’나 ‘다듬기’가 아닌 ‘허물기’나 ‘쌓기’일 수 있어. 그러면 그사람은 그 삶대로 허물거나 쌓으면서 배워야 한단다. 언제까지 아프거나 앓느냐고 따지겠니? 아프거나 앓는 사람더러 “왜 넌 안 나으려고 하니!” 하고 다그치면 되겠니? 톱질이 처음이거나 낯설거나 서툰 사람더러 “왜 넌 느리고 엉성하니!” 하고 닦달하면 될까? 너는 네가 무엇을 받아들이는 손인지 바라볼 노릇이야. 네가 받아들여서 가꾸거나 다듬는 하루를 차근차근 녹이고서 둘레에 얘기할 일이지. 이러고서 귀를 기울여서 들으렴. 네 둘레에서는 무엇을 받아들여서 어떻게 하루를 살아내는지 차분히 들어 봐. 받는 손이라면 주는 손으로 이으면 되고, 말하는 입이라면 듣는 귀로 엮으면 돼. 열 마디를 말했어도 한 마디만 들을 수 있고, 한 마디를 말하고서 쉰 마디를 들을 수 있어. 2026.4.4.쇠.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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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대안학교에서



배우는 곳이라면서 ‘배움곳·배움터·배움집’처럼 이름을 안 붙이는 ‘학교’야. 한자로는 ‘배울 학(學)’이라 하고, ‘집 교(校)’이기는 한데, 너희는 중국이 아닌데 왜 ‘배움 + 곳·터·집’이라 안 하는지 헤아려 봐. 배우고 가르치고 나누는 길하고 멀기에 ‘대안학교’를 연다고 하지. 그렇다면 왜 ‘대안(代案)’이라는 한자를 붙일까? 대안학교는 “학교를 대신하는 곳”이니? “학교가 학교답지 않기에, 학교답게 가려는 곳”일까? 그렇지만 대안학교는 ‘다른 국공사립학교’로 가지 않아? ‘다른 졸업장학교’일 뿐, 배우고 가르치고 나누는 길하고 먼 얼거리는 아닌지 짚을 노릇이야. 배우는 터전은 ‘한때(몇 학년)’만 안 배우고, 한때만 안 가르치고, 한때만 안 나눈단다. 늘 배우고 가르치고 나누기에 배움터이지. 배움터라면 모두가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사이야. 배움터라면 어리거나 나이들거나 배워. 배움터라면 늘 나누면서 서로 새롭게 가꾸지. 배움터라면 언제나 이야기가 피어나. 이름을 어떻게 붙이거나 바꾸기에 배움터가 되지는 않아. 그저 ‘배우는’ 길일 노릇이고, 커다란 집(건물)이 있지 않아도 되고, 길잡이가 훌륭해야 하지 않단다. 한 사람이나 어느 책으로 이끄는 데일 수 없거든. 누구나 자면서 배우고 가르쳐. 누구나 걸으면서 배우고 가르쳐. 누구나 살림을 하면서 배우고 가르쳐. 누구나 일하면서 배우고 가르쳐. 제대로 서려는 ‘그냥 배움터’나 ‘새 배움터’라면, 이곳에서 지내는 모든 길이 배움씨앗에 익힘숲에 나눔손일 노릇이란다. ‘그냥 배움터’를 거스르거나 다르게만 갈 적에는 ‘새 배움터’하고 멀어. 대안학교에서 어떤 말을 쓰니? 대안학교에서 어떤 꿈을 그리니? 나무로 서고 풀꽃으로 필 적에 배움숲에 배움집이야. 2025.9.28.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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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마치는 날까지



마치는 날까지 숨을 마신단다. 숨을 마시니 이윽고 내뱉지. 삶이라는 길을 나아가는 동안 언제나 마시고 뱉어. 또 마시고 또 뱉어. 다시 마시고 다시 뱉어. 문득 “아! 숨쉬기가 지겨워!” 하고 느낀다면, 숨막히는 일을 겪지. 이러면서 더는 숨을 안 쉴 수 있고, 겨우 숨돌리고서 모든 숨이 얼마나 대수롭고 고마운지 깊이 알아챌 수 있어. 모든 길은 마치는 날까지 이어가. 길은 끊기지 않아. 벼랑끝이나 구석이나 냇물로 끊겼다고 여길는지 모르는데, 얼핏 끊겨 보여도 길이야. 어느 쪽으로는 끊기는 듯하기에 다른 쪽을 찾아볼 길이고, 끊겼다고 여기는 곳에서 네가 스스로 다리를 놓을 수 있어. 또는 막다르거나 끊긴 그곳에서 집을 짓고서 살아갈 수 있지. 마치는 날까지 어느 일을 못 맺을 수 있어. 마치는구나 싶은데 매듭이 아니라 다 풀어헤친 채 어지럽거나 엉킬 수 있지. 비가 내리며 땅을 적실 적에 빗방울 하나가 모든 곳을 적시지 않아. 그렇다고 해서 빗방울이 땅을 안 적신다고 하지 않지. 빗방울 하나는 빗방울 하나만큼 적셔. 이 빗방울은 이곳에서 적시고, 저 빗방울은 저곳에서 적셔. 다 다른 빗방울은 늘 그저 저 크기만큼 가볍게 적시면서 와하하 웃고서 땅이든 풀꽃나무이든 짐승이든 다 스미지. 네가 보기에 빗방울은 삶을 마쳤을까? 저마다 어느 일 하나를 매듭지었을까? ‘끝’을 낸다고 하는 ‘끝’이 무엇이겠니? 이어가지 않을 때에는 ‘끝’일 수 없어. 2026.3.30.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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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말씀은 들었지만



“말을 듣다”하고 “말씀을 듣다”는 달라. 둘이 같은 말이라면 굳이 ‘말·말씀’으로 갈라서 쓰지 않아. ‘글·글씨’가 다르고, ‘마음·마음씨’가 다르고, ‘말·말씨’가 달라. ‘눈·눈빛’이 다르고, ‘손·손빛’이 다르고, ‘말·말빛’이 달라. 자, 그러면 ‘말·말씀·말씨·말빛’이 저마다 어떻게 다른지 가를 수 있을까. ‘눈·눈짓·눈치·눈빛·눈길·눈금’이 모두 달라. 다른 말이란 다른 마음이자 다른 삶이라는 뜻이야. 다른 사람이 다르게 살면서 마음에 다르게 담는 다른 하루이기에 다른 말로 태어나고 흘러. 네가 뭘 잘못하거나 틀릴 적에 꾸중을 들으면 “말을 듣다”야. 누가 시키는 대로 그저 따르기에 “말을 듣다”이지. 일이 뜻대로 풀리거나, 어떤 틀(기계)을 잘 움직일 적에도 “말을 듣다”이지. 어느 쪽에서 ‘몸’을 써서 하도록 이끄는 마음소리인 “말을 듣다”야. 이와 달리 “말씀을 듣다”는 스스로 새기면서 배우고 가다듬을 이야기를 알아가는 첫길을 뗀다는 뜻이란다. “지을 길을 알아가는 이야기”를 고맙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적에 “말씀을 듣다”란다. ‘말씀’이란, ‘마음’을 이루는 씨알이자 ‘가슴’을 이루는 복판이란다. 이미 ‘마음’부터 모든 숨결이 속으로 담는 빛살그릇인데, 이 “빛살그릇인 마음”에 알뜰히 담아서 앞으로 싹틔울 씨앗이 바로 ‘말씀’이야. 언제나 누구나 몸을 움직여서 삶을 겪고 치러서 배워. 이때에 뛰고 일으키는 곳인 ‘가슴’이니, 가슴이 뛰며 몸을 움직이는 빛인 힘을 이루는 씨앗인 ‘말씀’이지. 이 같은 ‘말씀’은 그냥 높이려는 말결이 아니란다. ‘지음씨’요 ‘지음빛씨’이지. 넌 말씀은 들었지만 안 하니? 넌 말씀을 펼 수 있니? 넌 말씀을 심니? 2026.3.29.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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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빵껍질



네가 깃들어서 자고 쉬고 지내는 칸은, 밖으로 빙 두르면서 속을 감싼단다. 집을 이루는 바깥은 빵껍질 같아. 빵껍질은 참으로 얇은데, 이렇게 얇으면서도 야물 만큼 살짝 굳기에 속을 보드라이 감싸고 살려. 빵껍질이 두꺼우면 오히려 속이 좁고 굳어. 속을 잘 감싸겠다면서 바깥으로 담을 친친 두르면 외려 가두는 셈이라 숨막혀서 갑갑해. 살갗도 얇은 겉옷이자 겉몸이야. 살갗이 조금이라도 두꺼우면, 사람은 숨막히고 갇힌단다. 겉은 늘 가볍게 차려서 채우는 길목이야. 길목이니까 속으로 잇는 구실을 해야지. 길목이자 겉이 크거나 부풀면 엉뚱하고 엉성해. 모든 일이 이와 같아. 겉치레나 겉꾸밈을 내세우면 아무 일도 못 이뤄. 겉옷은 가볍게 두르기에 날개와 같단다. 새와 나비와 잠자리가 몸에 단 날개를 보겠니? 가볍게 달아서 신나게 바람을 타지. 너는 날개옷을 입을 노릇이야. 납덩이옷이 아닌, 나부끼며 날아오를 겉옷을 입으면 돼. 말과 글도 이와 같아. 겉으로 보기좋거나 듣기좋으라고 꾸미면 덕지덕지 쇳조각을 붙이는 셈이야. 겉치레를 하는 말과 글은 살림길하고 아주 멀어. 나무도 풀도 속을 감싸는 껍질은 얇아. 돌도 모래도 겉을 얇게 싸고서 속을 든든히 둔단다. 씨앗도 별도 겉은 얇고 속이 든든하지. 얇고 가벼운 날이기에 칼로 베거나 썰 수 있어.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 두껍고 무겁게 굳은 틀로 가더구나. 길바닥은 바늘은커녕 송곳도 안 들어가. 그만큼 큰쇠가 끝없이 달리기 좋도록 두껍고 딱딱히 겉을 싸는데, 길 밑을 이루는 땅은 숨막혀서 죽어간단다. 2025.10.6.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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