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명성으로 2025.4.28.달.



이름이 없는 사람은 없어. 저마다 이름이 있고, 다 다른 이름에는 모든 사람이 새롭게 살아온 이야기가 흘러. 얼핏 이 사람과 저 사람이 “같은 이름”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둘이나 여럿이 이름이 같아 보여도, 걸은 길과 삶은 다르단다. ‘이름’이란, 이제까지 이른 길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면서, 이제부터 이르려는 길을 밝히는 뜻이야. 이름을 보면서 어제·오늘·모레를 읽어. 이름을 짓고 나누면서 이제껏 일군 보람을 살펴. 서로 이름을 헤아리면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느끼고 돌아봐. 그런데 ‘이름’이 아닌 ‘이름값(명성)’을 따지는 사람이 많구나. 이름이 없는 사람이 없듯, 값이 없는 이름도 없어. 누구나 이름과 값이 다르게 있되, 높거나 낮다고 가를 수 없는데, 자꾸만 이름값(명성)으로 휘두르거나 휘말리면서 이야기를 잊는구나. 이름값을 따라가려는 사람은 가엾어. 이름값을 높이려는 사람은 불쌍해. 이름값에 매이는 사람은 스스로 갉거나 깎는구나. 이름값을 얻어서 누리거나 부리는 사람한테는 이야기가 사라지고 빛이 바래면서 숨결과 숨소리가 죽어간단다. 너는 무엇을 보니? 너는 어디로 가니? 네 이름은 무엇이니? 이름을 구슬로 느끼고 돌보렴. 네 이름을 구슬처럼 굴리면서 스스로 노래하렴. 서로 이름을 맑고 밝게 부르면서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를 하렴. 이름값을 내세울수록 가난하단다. 이름값을 차리려 할수록 껍데기가 단단하게 늘어나고 말아.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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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종종걸음 2025.4.29.불.



누가 널 주먹으로 치거나 발로 차더라도, 네가 다치는 일은 없어. 너를 치거나 차는 이가 스스로 갉거나 할퀴는 짓이란다. 그런데 네가 “맞았어!” 하는 마음을 잇고 외치는 사이에 네 몸과 마음이 아프고 앓고 무너져. 너는 빗물을 맞을 적마다 “맞았어!” 하고 서러워하니? 너는 바람을 맞거나 햇볕을 맞거나 별빛을 맞을 적마다 “맞았어!” 하고 따지거나 싫어하니? “널 때린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는지 생각하렴. 누가 누구를 때리거나 치거나 차거나 할퀴려고 주먹·발길·막말 들을 휘두른다면, 늘 “때리려는 이가 스스로 갉아먹기”를 하면서 널 끌어들이려는 속셈이야. 네 눈길을 잡아끌어서, 네가 네 하루를 안 보거나 잊기를 바라는 속내란다. ‘그놈’을 안 따져야 하지는 않아. 다만, “아무개가 때리는구나. 또 때리네.” 하고 밝히면서 끝내면 돼. 넌 네 하루를 살아야지. 비가 오기에 “비가 오네. 오늘은 비를 맞으며 걸을까.” 하고 생각할 만해. 언제나 바람이 불고 해가 뜨고 별이 돋아. 날마다 흐르는 날씨를 살피면서, 이날과 이때에 네가 일구려는 길을 새롭게 그려서 풀어낼 노릇이야. 네가 네 하루그림을 바라보기에 네 하루가 알차고 넉넉하단다. 네가 “저놈이!”나 “저 녀석이!” 하면서 저쪽을 쳐다보느라 네 삶을 자꾸 잊다가 놓치느라 종종걸음을 치기 일쑤란다. 너는 너를 사랑하는 길을 그려서 펴기에 스스로 하늘빛으로 품어서 풀어. 너는 너를 생각하는 빛을 바라보기에 종종걸음 아닌 제걸음이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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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뭘 하며 놀까?



서울 대방동에서 밤을 맞이하는데

술꾼들 술수다가 늦도록 있네

새벽에 이르러 비로소 잦아드는데

이제부터 빗소리가 퍼진다


내 등짐에 슈룹이 있지만

등짐만 씌우고서

비놀이를 누리고 비맛을 본다


숭실대 앞에서 전철을 내리려는데

이곳 일꾼이 디딤돌로 오르지 말라고

에스컬레이터 타라며 팔뚝을 억세게 잡네


나는 사나운 손을 물리치고서

가볍게 높다란 디딤돌을 척척 올라간다


2025.4.22.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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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뜸부기 2025.4.25.쇠.



오래도록 사람곁으로 찾아드는 참새·박새·딱새·뱁새·동박새·굴뚝새가 있고, 제비·꾀꼬리·까치·까마귀·직박구리·물까치에 비둘기·꿩·뜸부기가 있어. 이밖에 숱한 새가 저마다 다른 날갯짓과 노랫가락으로 찾아온단다. 이런 새와 저런 새 모두 푸른살림을 함께 이었어. 사람이 먹는 낟알과 열매라면 새도 나눠받고, 새가 거리끼지 않으며 쪼는 낟알과 열매라면 모든 사람이 즐겁게 누릴 만하지. 사람은 새를 반기면서 새한테서 배운 나날이란다. 날씨를 읽는 길을 알아채고, 알을 낳아 새끼를 돌보는 둥지에 매무새를 헤아리는 동안 “아기를 낳아 돌보는 집살림”을 어떻게 펴야 아름다울는지 생각했어. 이러다가 요 온해(100년) 사이에 사람들은 그만 ‘죽임물(농약)’과 ‘죽임거름(화학비료)’과 ‘죽임켜(비닐)’를 만들어 내는구나. 넉넉히 나누면서 배우는 살림을 등지네. 지난날에도 나리(양반)와 임금과 벼슬아치(권력자)와 땅임자(지주·부자)는 똑같이 사람들을 들볶고 우려내고 괴롭혔지만, 새를 내쫓거나 죽이거나 미워하지 않았어. 사람들은 손으로 흙을 만지고 씨앗을 건사하는 동안 늘 숨빛을 살폈어. 사람들은 맨발로 땅을 디디고 나무를 타는 동안 언제나 숨결을 익혔어. 보겠니? 뜸부기만 죽음더미(농약·화학비료·비닐)에 시달리다가 괴롭지 않아. 그런데 뜸부기는 그만 거의 모조리 목숨을 빼앗기며 사라져 가는구나. 여름새 한 마리가 온몸과 온빛으로 사람들한테 외치는데, 이 외침을 귀담아듣거나 느끼기가 어려울까? 뭐, 이제 눈감고 귀닫았으니 마음을 잃고 잊는 사람들이겠지만.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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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어느 아이 2025.4.24.나무.



어느 곳에나 틈이 있기에 바람이 스며서 기운을 바꿔. 틈이 없이 막거나 가두거나 조이거나 얽으면, 바람조차 못 스미거나 못 드나들면, 이때에는 그만 아무 기운도 빛도 숨도 없이 고이다가 곪는데, 어느새 썩고 터져서 죽어. 틈을 낼 줄 알기에 싹을 틔우고 움을 틔우고 눈을 틔우고, 이내 마음과 생각을 틔워서 하늘이 탁 트인단다. 틈을 낼 줄 모르기에 싹이 안 트고 움이 안 트고 눈이 안 트니까, 내내 마음이 갇혀서 생각이 없으면서 그저 꽉 막힌 채 숨을 거두고 말아. 아이가 어떻게 태어날까? 아이는 서로 숨을 틔운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나. 혼자서는 아이를 깨울 수 없는 몸이야. 아무리 잘나거나 뛰어나거나 훌륭해도 혼자서는 아이를 못 깨우고 못 낳지. 아이를 깨우려면, 다른 모든 솜씨와 재주를 멈추고서, 오로지 사랑이라는 빛과 숨과 기운을 틔울 노릇이야. 사랑은 솜씨가 아니거든. 사랑은 재주가 아니야. 사랑은 이름도 돈도 힘도 아니야. 사랑은 굴레도 재갈도 허물도 껍데기도 몽땅 털어내는 ‘숨길’이자 ‘빛길’이면서 ‘기운’을 일으키는 눈망울이란다. 어느 아이라도 사랑일 적에 태어나. “태어난 아이”는 이미 사랑을 받았어. 자라는 길은 가시밭과 자갈밭일 수 있고, 불수렁이나 갖은 고비일 수 있는데, 이러한 나날이란 ‘삶’이야. 어느 아이라도 ‘사랑받은 몸’에 ‘살아가는 마음’을 담아서, 이제까지 없던 눈길을 틔우는 몫이자 넋이란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자라나며 이 터전을 바꾸지.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차갑게, 때로는 아늑하게, 때로는 미움으로, 꾸준히 틈을 내거나 막으면서, 함께 배우고 스스로 익히는 길이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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