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쉬는



주안에서 갈아탄 전철을

석천사거리에서 내린다

거님길에 눈이 아직 있다


어제 장만한 책더미를 안고서

가천누리로 걸어간다


책더미가 무거워 등에서 땀나고

입으로는 김이 나온다

구월중학교 앞에서 짐을 내려서

숨을 가만히 쉰다


다시 기운을 낸다

오늘 만날 이웃님한테 간다


2026.1.27.불.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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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내가 읽은 책



늦가을에서 첫겨울로 넘어서려는 날

아침에는 구름을 읽고

낮에는 파란하늘을 읽고

이윽고 작은책집으로 마실하면서

책시렁을 읽으면서

문득문득 빗소리를 읽는데

이 마을에 어떤 새가 있는지

귀를 기울여 본다


나는 내 마음부터 읽으면서

네 눈망울을 읽으려고 한다

언제나 오늘 이곳에서


2024.11.16.흙.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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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저 끝까지



저 끝까지 가려고 할 수 있어. ‘끝’이라는 데에 가 보면, 그저 둘레가 다 트인 데야. 네가 사는 별이건, 온누리에 숱한 별이건 같아. 얼핏 ‘끝’으로 보일 테지만, 그곳은 그저 ‘곳’이야. 별로 가득한 온누리에는 ‘끝별’이 따로 없어. 네가 있는 곳에서 멀다고 여기기에 ‘그곳’을 ‘끝’으로 여겨도 될까? 거꾸로 보면, “그곳에 있는 사람”한테는 “네가 있는 곳”을 끝으로 볼 수 있겠지. 끝과 끝이 아니야. ‘곳’과 ‘곳’이야. 너는 네 곳에서 이웃한 곳으로 간단다. 네 이웃은 저 끝에서 오지 않아. 그저 ‘저곳’에서 ‘이곳’으로 흐르고 움직여서 만나. 네가 무슨 일을 할 적에 ‘끝까지’ 하겠노라 여길 수 있을 텐데, 어느 일을 끝까지 해본다면, “일을 끝내는 때”는 늘 새롭게 일을 여는 길목인 줄 알아보겠지. 모든 일은 서로 이어. 모든 길도 서로 잇지. 마음과 마음은, 끝에서 끝으로 닿지 않아. 이곳과 저곳을 곧게 잇는 사이에, 두 곳이 곱게 만나는 빛을 이룬단다. 풀도 나무도 ‘꽃’을 피우는 ‘끝’까지 나아가. 풀이며 나무는 ‘꽃’이라는 끝에 이르기에 숨을 돌리면서 바야흐로 새롭게 ‘씨앗’이라는 길로 이어. 어느덧 씨가 굵게 맺으면, 풀은 가만히 시들어서 흙으로 돌아가지. 어느새 씨를 다 맺는 나무는 잎에서 푸른빛을 줄이면서 쉰단다. 너는 사람으로 아침과 낮과 저녁과 밤을 어떻게 맞이하니? 모든 때가 처음이자 끝으로 흐르는 줄 알아보니? ‘오늘’을 맞이하기에 “바로 이때”인 오늘은 어느새 저 끝으로 가면서 저물어. 이제 ‘이때’를 맞아들이면서 ‘어제’는 먼 끝으로 넘어간단다. 모든 하루는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날아가는 셈이야. 끝이기에 꽃이 피고 씨앗이 굵지. 2026.1.17.흙.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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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두 마리 새



두 마리 새가 있기에, 둥지를 틀 수 있고, 서로 자리를 지키면서, 새끼새를 낳고 돌보며, 늘 노래를 둘레에 펼 수 있어. 새끼새는 여럿이 태어나서 자라기도 하고, 한 마리만 남을 수 있고, 이다음에 새로 날 수 있어. 두 마리 새는 여러 길을 간단다. 어미는 어미로서 온하루를 밝히면서 날아. 새끼는 어미새가 베푸는 모든 날갯짓을 지켜보면서 새길을 익히고 사랑하지. 사람들은 새를 암컷과 수컷으로 갈라서 바라볼 텐데, 새는 서로 ‘새’로 바라본단다. 사람들은 ‘암꽃·수꽃’과 ‘암나무·수나무’로 갈라서 보는데, 꽃도 나무도 그저 서로 ‘꽃·나무’로 바라본단다. 따로 본다면 ‘암사람·숫사람’과 ‘암새·숫새’일 텐데, 언제나 ‘새’와 ‘사람’이기만 해. 너희가 사는 이 별은 ‘암별·숫별’이 아닌 ‘별’이야. 별에서 사는 사람도 ‘별사람’일 뿐이야. ‘별암사람·별숫사람’이 아니란다. 게다가 검은살·흰살·누런살로 더 가른다든지, 어른·아이로 가른다든지, 할머니·아주머니·젊은이·푸름이로 또 가르면 얼마나 갑갑할까. 사람은 사람이고, 나무는 나무란다. 새는 새이고 별은 별이지. 두 마리 새는 둥지를 짓고서 둥글게 어울리는 새롭게 즐거운 삶이라는 길을 그려. 두 마리 새는 예전에는 “다른 두 마리 새”가 만나서 낳은 ‘작은 새끼새’였어. 둘은 하나를 낳아. 하나는 기쁘게 자라면서 “먼 다른 곳에서 기쁘게 자란” 다른 하나를 만나지. 가까이에서 만나기도 하는데, 굳이 먼 다른 곳에서 다르게 살아온 ‘너’를 만나곤 한단다. ‘나’로서 만날 ‘너’는 어디에서 무엇을 할는지 모르지만, ‘너’도 ‘나’하고 마찬가지로 그리고 기다리고 바라보거든. 아무리 몸이 멀리 따로 있더라도 늘 하나로 함께 있는 줄 받아들이고 생각하기에 반짝반짝 빛나. 이 빛을 가만히 모으기에 ‘알씨앗’을 이루고. 2026.1.18.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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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아름다운 나



팔을 한껏 벌려서  안아도

이 아름드리나무를

도무지 못 안던

어린 나를 살아내고서


큰아이가 오고

둘째가 속꽃나무 곁으로 가고

작은아이가 오고

넷째가 석류나무 옆으로 가고


나는 이제

아이들이 활짝 안아주는

작은 아저씨로 산다


2026.2.7.흙.


ㅍㄹㄴ


붙임말 : 모임에서 함께 쓴 글감이었다.

+ + +

모임을 꾸릴 적에 곧잘 오글거리는 글감을 뽑곤 합니다. 오글거릴 까닭은 없습니다만, 이를테면 “내가 나를 아름답게 바라보는 하루를 글로 적어 보자”고 할 적에 오글거려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 아름답거든요. 그렇지만 막상 ‘아름다운 나’를 글감으로 뽑아서 쓰기로 하면, “어떻게 내가 나를 아름답다고 여겨요?” 하면서 붓을 못 쥐지만, 대단하거나 훌륭한 모습이 아닌, 그저 누구나 스스로 사랑하려는 눈길로 가장 자그마한 이야기를 저부터 적어서 들려주면, 어느새 모두 ‘아름다운 나’를 써내신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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