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언제나 함께 2025.10.20.달.



네가 쓰는 ‘것’은 ‘살림’일 수 있으나, ‘쓸거리(쓸것·쓸데)’일 수 있어. 너는 ‘살림’을 손수 지어서 언제나 함께 살아갈 수 있는데, 그냥그냥 쓰고 버리는 ‘것’만 둘레에 채워넣을 수 있어. 생각해 볼 일이야. 왜 너희는 그냥 ‘것’이라고도, 이름 아닌 듯한 이름도 쓰고, ‘살린다’는 뜻인 ‘살림’이라는 이름도 쓰겠니? 네가 가볍게 쓰다가 가볍게 버리기에 나쁘지는 않지만, 낫지도 않아. 네가 ‘것’만 손에 놓거나 쥐거나 잡기에 나쁘지 않을 테지만, 나을 구석도 없어. 모두 너랑 언제나 함께 있어. 모두 너랑 언제나 함께 마음과 삶을 이뤄서 이어가. 왼손에 무엇을 놓을는지 헤아리는 하루이기에, 네 왼쪽을 한빛으로 가꾼단다. 오른손에 무엇을 담을는지 살피는 오늘이기에, 네 오른쪽을 곱게 고요히 돌본단다. 두 손에 놓고 담은 대로, 네 하루를 빚고 짓게 마련이야. 그래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스로 생각할 노릇이란다. ‘생각’을 안 하는 채 남을 구경하면서, “남들이 손에 쥔 대로” 따라가려는 하루라면, 너는 언제나 ‘너(나)’라는 빛을 잊고 잃는 길이야. 둘레에서 누가 무엇을 쥐거나 말거나 네 두 손에 무엇을 하나하나 놓고 담을는지 언제나 새롭게 생각하기에, 너는 언제나 참하게 빛나는 길이지. 남이 널 안 비춰. ‘아무것’이나 쥐기에 아득하도록 캄캄할 뿐이고, 네 생각으로 촉촉히 적시는 ‘어느 것’이든 언제나 함께 반짝이는 별로 돋아서 너(나)를 차근차근 이뤄. 언제나 걸어가는 하루라는 길인 줄 읽으려고 하면 돼. 너는 네가 스스로 읽으려고 하기에 씨앗 한 톨을 일구면서 곧 푸르고 파랗게 일렁이는 길을 새로 열게 마련이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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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발바닥으로 2025.10.21.불.



발바닥이 닿는 곳인 바닥이야. 손바닥이 닿아서 일구는 곳인 밭이야. 발로 바닥을 받치고서 몸을 세워. 손이 닿기에 밝히고 바꾸면서 새빛으로 빚고 짓지. 발바닥으로 땅을 밟고서 나아가고 걸어가고 일어서기에, 누구나 온몸에 땅빛을 받아들여서 반짝여. 발바닥은 땅이라는 곳으로 드러나는 별을 느껴서 읽고 잇는 길이야. 손바닥으로 무엇이든 쥐고 잡고 만지고 다루기에, 누구나 제 기운을 둘레에 나누면서 스스로 깨어나는 이 삶을 누린단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손바닥을 안 쓰고 안 다루면서 잊고 잃는 사람이 너무 늘어나. 발바닥이 땅에 안 닿으면서 이리저리 헤매거나 붕 뜨는 사람이 끔찍하도록 넘쳐나. 발바닥이 땅에 안 닿으니 땅빛을 못 받고 못 이어가. 발바닥으로 땅을 안 밟으니, 이 별을 못 보고 못 느끼면서 얼나가는 몸으로 뒹구네. 들과 숲과 바다와 하늘을 보겠니? 사람을 뺀 뭇숨결은 발로 땅을 밟으면서 살아. 바다에서 헤엄이는 ‘바닥’에 안 닿는 듯 보일는지 모르는데, 물에 몸을 맡기는 삶이라서 ‘바다’는 통째로 바닥이면서 하늘이란다. 더구나 풀과 나무가 땅에 뿌리를 안 뻗으면 어찌 될까? 뿌리내릴 땅을 잃거나 빼앗기는 풀과 나무는 살아갈 수 있을까? 발을 안 쓰고, 쇠(자동차)에 너무 오래 몸을 맡기느라, 사람들은 갈수록 길을 잃고 잊어. 부릉부릉 달리거나 휙휙 날기에 얼핏 더 멀리 오간다고 여길 텐데, “땅을 잊은 발”로 아무리 멀리 오간들, 별과 빛과 삶은 하나도 못 보고 못 느껴서 까막눈이 된단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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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부산 2025.12.1.달.



이 나라에서 ‘서울’을 첫째가는 큰고장으로 치고서, ‘부산’을 둘째가는 큰고장으로 치는구나. 두 고장은 알맞게 떨어졌으니, 저마다 고장빛을 밝힐 만해. 그런데 온나라를 가만히 보면, 첫째가는 곳에만 모여야 한다고 여기는 듯해. 둘째가는 곳조차 ‘떨어지는’ 데라고 여기네. 셋째가거나 넷째가는 곳은 어떠하지? 열째가거나 스무째가는 데는 보이려나? 100째라든지 200째가는 데라면 아주 후지려나? 사람을 이룬 몸은 곳마다 다르게 구실을 해. 팔이 높거나 다리가 높지 않아. 머리카락이 높거나 귀가 높지 않아. 이가 높거나 허파가 높지 않지. 모든 곳은 저마다 몫을 하기에, 알뜰살뜰 어울리는 한몸이요 한빛이고 한사랑이란다. 집을 떠올릴 수 있을까? 어느 집이든 누구 하나만 기둥이지 않단다. 한집에서는 모든 다른 사람이 저마다 기둥이야. 더구나 기둥이면서 바탕이고 지붕이요, 곱게 구실을 해. 마을이라면 모든 집이 어울려서 넉넉할 노릇이야. 어느 집은 가난해도 되지 않아. 어느 집만 돈을 거머쥐면 되지 않단다. 나라에서는 어떨까? 모든 고장이 저마다 다르게 빛나는 터전일 노릇이야. 첫째가 따로 없이, 둘째나 다섯째로 줄을 세우지 않으면서, 모든 다른 구실·몫·빛·노릇을 나눌 적에, 서로 즐거우면서 넉넉해. 왜 대학교는 서울에 그토록 많아야 할까? 왜 일터와 일자리는 서울에 몰려야 할까? 둘째간다는 부산조차 ‘서울그늘’에 잡아먹히는 나라를 그대로 둔다면, 부산사람 스스로 ‘둘째‘라는 셈값을 안 내려놓는다면, 작은숲과 작은들과 작은바다로 반짝이는 길을 안 바라본다면, 다들 나란히 죽어간단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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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쑥부쟁이 2025.11.30.해.



‘책’이란 스스로 차오르는 빛인 ‘참’을 담기에 차분하고 찬찬히 퍼지는 착한 사랑으로 지은 이야기를 풀어낸 꾸러미란다. 다만, 이제는 ‘책’이라 하기 창피한 종이뭉치가 넘치더라. 너는 ‘참’을 마주하려는 마음으로 책을 쓰거나 읽니? 그냥그냥 하루를 죽치듯 재미를 좇는 재주로 자랑하는 껍데기나 허울을 손에 쥐니? 네가 참을 등지고서 거짓을 부둥켜안더라도, 해는 뜨고 지고 별이 돋고 가는구나. 네가 속을 채우는 착한 이야기를 멀리하더라도, 겨울에 찬바람 맞으면서 쑥부쟁이가 돋아나서 웃네. 모름지기 모든 나무와 풀과 꽃은 ‘살림빛’이야. 이른바 ‘나물’이지. 나물을 한두 포기나 뿌리를 머금어도 넉넉해. 몇 그릇씩 비워야 살림빛이지 않아. 더구나 “입으로 먹지 않”더라도, 손으로 쓰다듬고 눈으로 그윽히 바라보더라도, 모든 풀꽃나무는 네 숨을 살리고 북돋운단다. 이 얼거리를 눈치챈 임금(권력자)은 서울(도시)을 세우려고 들숲메를 깎고 밀고 죽인단다. 보렴! 모든 임금집(궁궐)에는 나무도 풀도 없어. 싹 밀어낸 돌밭에 ‘구경꽃·구경나무’를 조금 심는 시늉인데, 끝없이 가지치기를 하면서 괴롭혀. 사람들 스스로 풀빛과 나무빛과 꽃빛을 못 머금고 못 보면서 굴레에 가두려고 한단다. 너는 쑥부쟁이를 나물이나 살림풀(약초)로 삼을 수 있어. 너는 틈틈이 또는 늘 쑥부쟁이를 바라보고 쓰다듬고 따스히 말을 걸면서 꽃빛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어. 벼를 베어낸 들에 남은 꽁당이를 쓰다듬으면서도 풀빛을 맞아들이고, 시든풀도 너를 살릴 수 있단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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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같이



네가 태어난 곳하고

내가 자라난 자리는

참으로 멀고 다른데


우리는 여태 같이 놀았고

서로 나란히 뛰고 달렸고

이 말 저 말 주고받았어


너는 나랑 같이 놀며 즐겁니?

나는 너하고 얘기하며 오붓해

너는 늘 별이랑 같이 사네

나는 언제나 바람하고 어울려


2025.11.23.해.


ㅍㄹㄴ



문득 돌아보니

'같이'라는 낱말이 들어간 책이

뜻밖에 그리 많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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