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허리라는 곳



  너는 몸 어느 곳이든 다 그대로 있기에 서고 걷고 살아가. 몸에서 어느 하나라도 멀쩡하지 않으면, 있거나 서거나 걷거나 살기 힘들어. 머리끝이나 발끝이 아파도, 거스러미가 나도, 속이 더부룩하거나 잠을 못 이뤄도, 넌 몸을 움직일 적마다 힘에 부쳐. 팔이 아파도 걷기가 힘들어. 다리가 아파도 손을 쓰기 힘들어. 마음이 흔들리거나 아파도 몸이 삐걱거리지. 목을 삐끗하든 코가 막히든 다 몸이 기우뚱하게 마련이야. 허리가 걸리거나 아프거나 쑤셔도 몸을 쓰기 힘들어. 숱한 사람들은 허리가 아프기 앞서까지는 몸을 잘 안 쉬더라. 손끝이 다치든 발끝이 저리든 쉴 노릇이야. 작은 곳이 쑤시거나 아픈 일쯤이야 대수로이 여기는 탓에, 억지를 쓰는 몸은 오롯이 허리에 더 힘이 쏠린단다. 아무것이 아닌 일이란 없으니까, 아무것이 아니라고 여기지 않아야 몸이 멀쩡해. 나무는 가지나 줄기가 잘리고도 새로 가지나 줄기를 내. 벌레는 끊기거나 잘린 몸을 되살리지. 그러나 나무나 풀이나 벌레는 아주 조그맣게 다치거나 아플 적에 꼼짝을 안 한단다. 다치거나 아픈 데를 살리는 일부터 온힘을 기울여. “아주 작은 데”란 없거든. 모든 곳은 ‘몸’이야. 모두가 하나를 이루어야 비로소 ‘참’이기에 ‘참한’ 몸이자 삶이란다. 너는 네가 하려는 일이 안 되거나 막힐 적에 어찌 하니? 다른 모든 몸짓을 멈추고서 “안 되거나 막힌 곳”부터 품어서 풀려고 하니? ‘허리’라는 곳에 짐이 쏠리면 그만 무너진단다. 넌 네 삶이 무너지기를 바란다면, 작은 곳을 흘려넘기렴. 나라가 왜 안 멀쩡한 줄 아니? 작은 한 사람, 작은나무 한 그루, 작은꽃 한 송이, 작은새 한 마리가 바로 “온나라를 이루는 모두”인 줄 잊거나 등돌리거나 팽개치거든. 2026.5.11.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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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오늘밥은



언제나처럼

새벽 두 시부터 하루를 연다

오늘은 고흥읍에 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한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밥을 차려놓을 수 없네

빨래도 해놓을 수 없고


저녁까지 신나게 일하고서

살짝 김밥 몇 줄 장만해서

가볍게 집으로 돌아가야지


2026.5.5.불.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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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멧자락 곁에서



  네가 사는 이 별에서 메(산)가 없는 곳은 없었어. 모든 곳에 높고낮은 멧자락이 물결치듯 어울렸어. 다 다른 높이에 따라서 다 다른 나무와 풀꽃과 새와 짐승과 벌나비와 벌레가 살았지. 사람은 다 다른 숨빛을 바라보면서 다 다르지만 ‘사랑’이라는 “한 줄기 숨꽃”을 배우고 익혔어. 그래서 사람은 다 다른 높낮이인 멧자락에서 다 다른 집을 세워서 다 다르지만 ‘사랑’이라는 “한 줄기 삶꽃”을 피우고 나눠 왔어. 이제 이 별에서 멧자락이 줄어들어. 멧자락을 파헤칠 뿐 아니라, 멧자락과 동떨어진 잿더미에서 ‘멧바람’을 잊은 채 맴돌지. 멧터를 혼자만 잊지 않아. 어느 하나가 멧터를 잊고서 잿터로 바꿀 적에는, 이웃을 잿터로 끌어들이려고 하지. 멧터를 깎고 허물어야 잿터를 늘릴 수 있고, 잿터에 길드는 사람들한테서 기운을 뽑아낼 수 있거든. 멧터에서는 풀꽃나무와 짐승이 서로 기운을 주고받으면서 싱그럽게 어울려. 사람은 둘 사이에서 사랑을 지으며 잇고 맺고 나누지. 멧터는 마르지 않아. 멧터는 온해와 온숨이 돌고돌면서 새롭단다. 잿터는 기운을 뽑아내어 거머쥐려 하기에 늘 메말라. 보렴. 서울(도시)은 늘 헤프게 흥청망청 써대는데, 멧터와 들숲바다뿐 아니라, 짐승과 풀꽃나무에 사람한테서까지 기운을 쫙쫙 빨아들여서 말려죽이려 한단다. 그저 서울에 있기만 해도 왜 지치고 힘드는지 알아야지. 그저 나무 곁에 서거나 들고양이와 새를 바라보기만 해도 왜 기운이 나는지 알아야 해. 그런데 서울사람은 ‘받기’만 하려고 들더라. 이제는 시골사람마저 ‘뽑아내’고 ‘받기’만 하려고 들어. ‘사람’은 “사랑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가없이 솟으면서 이 별과 온누리를 포근하게 적시며 풀어내는 빛살”인데 말이야. 2026.5.10.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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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나뭇잎을 보면



장갑 낀 손으로는

신이나 버선 꿴 발로는

나무를 못 타더라


맨손과 맨발과 맨몸이어야

신나게 나무랑 한덩이를 이뤄서

파란바다 같은 파란바람 쐬지


봄나무는 가을에 가랑잎 내고

늘푸른나무는 봄여름에 가랑잎 내


기꺼이 똑똑 툭툭 잎이 지면서

몽글몽글 새잎이 돋고

탱글탱글 열매가 굵어


그렇구나

나무야, 넌 온몸으로 보여주네


2026.5.12.불.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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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없다고 여기는



  도깨비가 없다고 여기기에 도깨비가 없지 않아. 흉이나 허물이나 빈틈이 없다고 여기기에 흉이나 허물이나 빈틈이 없지 않아. 너는 도깨비가 없다고 여기지만, 네 머리에 앉아서 히죽거리는 도깨비가 열 마리가 넘는구나. 네가 못 보고 못 느끼기에 없다고 여긴들, 참말로 없을 수 없어. 도깨비가 있든 없든, 그저 있거나 없을 뿐이야. 너랑 도깨비는 다르니까, 다르게 사니까, 너는 늘 너대로 네 하루를 그려서 살면 돼. 너한테 흉이나 허물이나 빈틈이 수두룩하기에 네가 못나거나 엉터리일 까닭이 없어. 너는 그저 흉이 있거나 허물이 있거나 빈틈이 있을 뿐이야. 흉·허물·빈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너는 네 하루를 스스로 그려서 사랑하면 돼. 흉이 없어야 뭘 할 수 있지 않아. 허물이 없어야 어울릴 수 있지 않아. 빈틈이 없어야 훌륭하지 않아. 스스로 하루그림을 세우지 않을 적에는 덧없을 뿐이야. 스스로 오늘을 짓지 않으면 부질없을 뿐이지. “잘하는 너(나)”도 “못하는 너(나)”도 아니라 “스스로 하는 너(나)”이면 돼. 넘어져도 스스로 넘어지고, 배고파도 스스로 배고프고, 졸려도 스스로 졸리고, 웃겨도 스스로 웃고, 돌아다녀도 스스로 걷는, 그저 네(내)가 너(나)를 살면 돼. 없다고 여기기에 없지 않아. 살아가는 하루를 그리는 마음을 떠올리지 않으니 여기저기 부딪히다가 똑같이 구르는 나날이야. 있다고 여기니 있지 않아. 있든 없든 쳐다볼 일이 없어. 해가 나와서 비추든, 구름이 짙게 덮든, 비가 좍좍 내리든, 눈보라가 치든, 다 다르게 그리며 맞아들일 새길이지. 똑같은 구름이란 없는데, 못나거나 모나거나 모자란 구름도 없어. 2026.5.6.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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