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또한



모든 숨붙이는 언제나 ‘새나이’를 맞이해. 0살에서 10살이나 30살을 거쳐서 100살이나 300살을 지나는 동안 “똑같은 나이”는 아예 없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니? “똑같은 나이”가 없으니 “똑같은 날”도 없어. “똑같은 너”나 “똑같은 나”도 없지. 다만 “하나인 나”와 “하나인 너”는 있어. “하나인 날”과 “하나인 나이”는 있어. “하나인 하늘”과 “하나인 숨결”이 있단다. 이 또한 언제나 모든 곳에서 모든 숨붙이 사이에 흐르는 빛줄기야. ‘똑같은’ 일은 없되, ‘하나’인 일이 있어. 또한 ‘똑같은’ 마음이나 뜻이나 길은 없되, ‘하나’인 마음이나 뜻이나 길은 있어. 즐겁거나 슬프거나 똑같지는 않으나 하나야. 가시내와 사내는 똑같지 않으나 하나야. 아이와 어른은 똑같지 않으나 하나이지. 이곳과 저곳은 똑같지 않으나 하나란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어떨까? 숱한 빗방울이 내리니까 ‘빗방울’은 숱하게 다른 물방울일까? 아니면, 얼핏 숱하게 다른 빗방울로 보이지만, 이미 하늘에서 하나인 구름을 이루다가, 땅으로 스며서 하나인 샘을 이루고는, 새삼스레 하나인 냇물로 모이더니, 마침내 하나인 바다로 만나는 물일까? ‘사람’을 ‘빗방울’과 나란히 놓고서 바라보면, 어떻게 이 많은 다른 사람들이 ‘하나’인 빛인지 알아차릴 수 있어. 모든 숨붙이도 빗방울과 물방울하고 나란히 놓고서 알아차릴 수 있지. 그러니까 빗방울도 물방울도 ‘빛방울’도 그저 하나를 이루고서 흩어지다가 기쁘게 모여서 반짝인다고 하겠지. 네가 못 알아보더라도 모두 하나이지. 네가 몰라보더라도 모두 늘 하나야. 네가 고개를 돌리건 눈을 감건 달아나건 다 하나야. 그래서 남이 뛰어나게 해주어야 이루지 않아. 빗방울 하나인 네가 너부터 스스로 하기에 어느새 이뤄. 2026.6.10.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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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그놈이



나한테는 ‘그놈’이 참 많았을 텐데

그놈을 하나하나 떠올리면

쉰 해 내내 떠들 만할 텐데


나한테는 ‘그분’이 참 많았더라

그분을 가만가만 헤아리면

닷즈믄(5000)해 넘게 얘기하겠구나


넌 나를 그놈으로 봐도 돼

네가 날 그놈으로 보더라도

나는 늘 하나야


나는 누구나 그분이라고 느껴

다만 느낄 뿐

아직 그분으로 못 알아보더라


그래서 나를 보고 너를 보려고 하지


2026.6.16.불.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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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놓고 싶은



오늘 가벼운 차림으로

서울에 와서는

숙대앞 작은책집에서

책을 한가득 장만했다


등에 두 팔에

책을 잔뜩 안고 진 채

손에는 책 한 자락 쥐며

‘걷는읽기’를 한다


나는

책이건 짐이건

그저 짊어지며 옮길 뿐이라

그냥 책을 읽으면서


시끌시끌 소리도 지나치고서

바글바글 물결도 지나가고서

길손집에 닿아서야 책짐을 놓는다


2026.5.26.물.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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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악몽을



책을 즐기는 너라면 ‘좋은책’이 아닌 ‘책’을 읽을 노릇이야. 삶을 즐기는 너라면 ‘좋은날’이 아닌 ‘날(하루)’을 살아갈 노릇이야. 살림을 하는 너라면 ‘좋은밥·좋은옷·좋은집’이 아닌 ‘밥·옷·집’을 짓고 나누고 누릴 노릇이야. 밤에든 낮에든 좋은꿈(길몽)과 나쁜꿈(악몽)이 따로 없어. 네가 좋은꿈이나 나쁜꿈을 본다면, 네가 마음에 ‘좋음·나쁨’으로 가르는 길을 놓았다는 뜻이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바가 있기에, 이 같은 네 길이 무엇인지 또렷이 느껴서 배우라는 뜻인 꿈이란다. 그러니까 그저 꿈이야. 좋거나 나쁜 꿈이 아니라, “이렇게 가는 길”과 “저렇게 가는 길”을 맞닥뜨리는 네가 그때그때 보는 꿈이야. 넌 나쁜꿈이 싫다고 여길 수 있고, 무섭다고 여길 수 있어. 나쁜꿈을 본 탓에 하루가 찝찝하다고 여길 수 있지. 그러면 그런 네 느낌대로 “그 하루”를 살아 보렴. 네가 배울 길에 ‘찝찝·거북·괴로움·가시밭·아픔’이 있으면, 이와 같은 삶을 마음뿐 아니라 몸으로도 느끼면 된단다. 네가 몸으로 배워서 마음으로 익히면, “꿈으로 맞이하고서 마음으로 누릴 삶”을 너 스스로 가꾸어 내면서 바꾼단다. 네가 무엇을 할는지 지켜볼 길을 먼저 찾아보고서 즐겁게 눈뜰 아침으로 가는 길목에 꿈이 나타나거든. 꿈도 삶도 아플 수 없어. 꿈도 삶도 나쁠 수 없어. 바람과 물과 해와 꽃과 숲은 그저 그대로야. 섣불리 ‘좋음·나쁨’ 같은 굴레를 씌우지 말아. 그저 다 품고서 녹이면 돼. 2026.6.1.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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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꽝



꽝 부딪히거나 터지는 소리는

안 들렸다

안 다쳤으려나 여기며

한참 기다리니

진주다리 한복판 길바닥을

다 긁어내어 새로 까는구나


버스에 탄 모든 사람이

와글와글 손가락질이다


그러나 이제 지나간다

늦여름바람을 타는 새가 날아간다


2024.8.24.흙.


ㅍㄹㄴ


대수롭잖을 수 있으나

대수로운 일인데

진주마실을 하던 어느 날

진주 시내버스를 탔는데

진주 남강다리를 건너는 데에 40분이 걸렸다.


버스에 탄 다른 진주 분들 말씀을 들어 보니

"저 앞서 사고가 일어났나 보다" 하면서

한참 걱정을 하시던데

막상 길막이 일어난 까닭은

"다음주 남강 유등축제를 앞두고 아스팔트 새로깔기"를

한낮에 갑자기 했기 때문이었다.


버스기사도 몰랐고 진주시민도 몰랐던

그저 멀거니 갑자기 다리에서 40분 남짓 멀뚱멀뚱 보내던 그때

진주말로 삿대질을 오지게 들었다.

아마 진주시장은 모를 테지.

올해 선거로 진주시장이 바뀌었으려나, 그대로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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