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내가 심판이라면?



내가 심판이라면

규칙을 세우지 않아

그냥 놀고 그대로 달려


틀이 없으면 어지럽지 않냐고?

틀이 없으니 틈을 내는걸

너도 나도 안 틀리잖아

너도 나도 동무인걸


내가 심판이라면

난 ‘심판’ 노릇을 안 하는

‘심판 없는 심판’을 할래


서로서로 보아주고

다같이 돌아보고

함께 지켜보고

또 보고 다시 보면서 놀래


2026.6.16.불.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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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이미 지나갔다는



마음이 무엇인지 바라보려고 하기에 마음을 읽고서, 이 마음에 네 나름대로 새로 씨앗을 심어. 너는 네 씨앗을 심어서 가꾸고, 숱한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씨앗을 심어서 가꿔. 얼핏 사람마다 마음이 다른 듯하지만, “하나이면서 함께하는 하늘”이라고 할 마음이기에, 네가 씨앗을 심는 곳이랑 숱한 사람이 씨앗을 심는 곳은 나란하단다. 보렴. 네가 선 바닷가하고 저쪽 바닷가하고 “다른 바다”이니? “그저 하나인 바다”야. 네가 보는 하늘과, 나무가 보는 하늘과, 개미가 보는 하늘과, 새가 보는 하늘이 다 따로따로 있니? 누구나 “하나인 하늘”을 볼 뿐 아니라, “하나인 바람”을 마셔. 물도 밥도 “하나인 물”이자 “하나인 밥”이지. 넌 늘 ‘숨빛’을 몸에 담으면서 ‘숨꽃’을 마음에 피우는 줄 알아보아야 할 노릇이야. 그러니까 모든 일은 하나이지. 어제·오늘·모레는 따로 흐르는 날짜인 듯하지만, 그저 한 줄기로 흐르는 ‘날’이고, 모든 사람은 다 다른 몸을 입어도 그저 하나인 마음을 품은 ‘나’로 이곳에 있어. 모든 날에 모든 나가 나란한 줄 알아차리면서 샛별처럼 눈뜨면 시나브로 온몸을 파란하늘빛으로 펴서 날아오른단다. ‘날개’란 무엇일는지 다시 살피렴. ‘날다’란 무엇일는지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짚으렴. ‘나’인 줄 잊기에 다 지나가서 없다고 느끼면서 ‘낡’아가. 나를 잊은 채 모든 하나인 ‘날’을 잊기에 그만 다 지나간 옛날로 삼으면서 ‘늙’어가. 그저 다른 듯해도 새롭게 날려고, 모든 하루를 새날로 맞는 ‘나’이고, 이러한 ‘나’는 ‘너’를 마주보면서 빙그레 웃음지어. 이미 끝난 일은 없어. “이미 끝”이라고 느끼며 낡아가는 몸은 쳇바퀴로 돌아. 2026.6.12.쇠.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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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또한



모든 숨붙이는 언제나 ‘새나이’를 맞이해. 0살에서 10살이나 30살을 거쳐서 100살이나 300살을 지나는 동안 “똑같은 나이”는 아예 없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니? “똑같은 나이”가 없으니 “똑같은 날”도 없어. “똑같은 너”나 “똑같은 나”도 없지. 다만 “하나인 나”와 “하나인 너”는 있어. “하나인 날”과 “하나인 나이”는 있어. “하나인 하늘”과 “하나인 숨결”이 있단다. 이 또한 언제나 모든 곳에서 모든 숨붙이 사이에 흐르는 빛줄기야. ‘똑같은’ 일은 없되, ‘하나’인 일이 있어. 또한 ‘똑같은’ 마음이나 뜻이나 길은 없되, ‘하나’인 마음이나 뜻이나 길은 있어. 즐겁거나 슬프거나 똑같지는 않으나 하나야. 가시내와 사내는 똑같지 않으나 하나야. 아이와 어른은 똑같지 않으나 하나이지. 이곳과 저곳은 똑같지 않으나 하나란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어떨까? 숱한 빗방울이 내리니까 ‘빗방울’은 숱하게 다른 물방울일까? 아니면, 얼핏 숱하게 다른 빗방울로 보이지만, 이미 하늘에서 하나인 구름을 이루다가, 땅으로 스며서 하나인 샘을 이루고는, 새삼스레 하나인 냇물로 모이더니, 마침내 하나인 바다로 만나는 물일까? ‘사람’을 ‘빗방울’과 나란히 놓고서 바라보면, 어떻게 이 많은 다른 사람들이 ‘하나’인 빛인지 알아차릴 수 있어. 모든 숨붙이도 빗방울과 물방울하고 나란히 놓고서 알아차릴 수 있지. 그러니까 빗방울도 물방울도 ‘빛방울’도 그저 하나를 이루고서 흩어지다가 기쁘게 모여서 반짝인다고 하겠지. 네가 못 알아보더라도 모두 하나이지. 네가 몰라보더라도 모두 늘 하나야. 네가 고개를 돌리건 눈을 감건 달아나건 다 하나야. 그래서 남이 뛰어나게 해주어야 이루지 않아. 빗방울 하나인 네가 너부터 스스로 하기에 어느새 이뤄. 2026.6.10.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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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그놈이



나한테는 ‘그놈’이 참 많았을 텐데

그놈을 하나하나 떠올리면

쉰 해 내내 떠들 만할 텐데


나한테는 ‘그분’이 참 많았더라

그분을 가만가만 헤아리면

닷즈믄(5000)해 넘게 얘기하겠구나


넌 나를 그놈으로 봐도 돼

네가 날 그놈으로 보더라도

나는 늘 하나야


나는 누구나 그분이라고 느껴

다만 느낄 뿐

아직 그분으로 못 알아보더라


그래서 나를 보고 너를 보려고 하지


2026.6.16.불.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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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놓고 싶은



오늘 가벼운 차림으로

서울에 와서는

숙대앞 작은책집에서

책을 한가득 장만했다


등에 두 팔에

책을 잔뜩 안고 진 채

손에는 책 한 자락 쥐며

‘걷는읽기’를 한다


나는

책이건 짐이건

그저 짊어지며 옮길 뿐이라

그냥 책을 읽으면서


시끌시끌 소리도 지나치고서

바글바글 물결도 지나가고서

길손집에 닿아서야 책짐을 놓는다


2026.5.26.물.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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