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아직은



꼭 끄태려고 하면

꼭 속으로

‘아직은 아닌걸’ 하는 소리가 들려


끝내려는 마음을 잊고서

손끝이 닿으면

‘어라 끝나네’ 싶으면서 다 돼


아직은

다 알 수 없으니

아마 이제부터 다시 하면서

앞으로 하나씩 알아가겠지


밤이 지나야

아침인걸


2026.3.18.물.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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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직업은?



첫봄이 깊어가는 열여드레에

전남 고흥 우리집 동박나무는

느긋이 자며 꽃봉오리도 작게

꿈길을 간다


새벽길과 아침길을 이어서

부산에 닿은 낮나절에

빗방울 따라 후두둑 떨어진

함초롬한 동박꽃을 줍는다


한 송이를 잎을 하나씩 떼어

천천히 씹고 삼킨다

꽃과 나무와 비와 봄을 알려면

봄꽃을 기쁘게 손과 혀에 담는다


2026.3.18.물.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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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꿈은?



꾸역꾸역 하려고 들면

꾹꾹 닫히고 갇힌다


꾸준히 해도 안 나쁘지만

씨앗 한 톨 조그맣게 심듯

가꾸듯 일구듯

곧 필 꽃을 기다린다


애벌레는 고치를 틀고

나는 꿈꾸러 간다


2024.8.24.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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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아저씨한테



아줌마는 아저씨한테

수다잔치를 베풀기에

말씨 심는 아줌마부터 새롭고

말꽃 피울 아저씨가 함께 고맙다


아저씨는 아줌마한테

더듬더듬 말을 섞다가

두런두런 이야기 펴는 때에 이르러

서로 마음 나눌 수 있으니 즐겁다


2024.8.25.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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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날리다



“위기는 기회”라고 말하더라도 거의 못 알아들을 텐데, ‘벼랑(위기)’이라는 말부터 싫고, 아슬하거나 아찔하거나 흔들리거나 자빠지거나 넘어지거나 부딪히면 그냥 다 싫어하기 때문이야. 다쳐도 싫고 아파도 싫고 앓아도 싫으니 ‘벼랑(위기)’에 몰리는 일이 드물거나 없어. 벼랑에 몰리지 않는 바람에 틈(기회)이 없기 일쑤야. 꼭 끝에 내몰려야 틈이 나지는 않지만, 끝까지 가지 않고서야 틈을 안 내는 사람들이거든. 그러니까 늘 느긋이 틈을 내는 사람은 “늘 끝에 선다”고 여길 만해. 다그치지 않고 몰아세우지 않으며 틈을 내니까, 아무래도 늘 끝에 몰리며 ‘꼴찌’로 있게 마련이지. 곧 ‘벼랑·끝·꼴찌’에 늘 스스로 서는 사람은 늘 스스로 틈을 내면서 둘레를 볼 뿐 아니라 제 속빛을 가만히 들여다본다는 뜻이야. 남을 안 쳐다보기에 ‘나’를 들여다볼 수 있어. 남을 좇아가지 않기에 으레 꼴찌라는 끝에 설 테지만 언제나 고루두루 짚고 헤아리는 틈을 넉넉히 누린단다. 서두르는 사람이 틈(기회)을 날린단다. 서두르기에 틀(규칙·법·제도)에 맞춰서 움직이려고 해. 서두르기에 이웃도 안 쳐다보고 그이 스스로 돌아볼 수 없어. 아무 틈이 없이 바쁘거든. 모든 덧없는 허울과 껍데기는 바람에 슥 날리렴. 허울과 껍데기는 바람에 날리다가 흙으로 돌아갈 노릇이야. 너는 네 꿈을 그리면서 느긋이 날갯짓을 헤아리면 돼. 남처럼 해내야 하지 않아. 누구나 “저 스스로한테 즐겁게” 틈을 내어 놀면 돼. 놀면서 노래하는 일이야. 일하며 노래하는 놀이야. 바람이 일어 먼지가 날리는구나. 2026.3.2.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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