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큰꽃



큰꽃이기에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 큰꽃만 쳐다보는 사람이 있지. 작은꽃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있어. 작은꽃한테 다가가는 사람이 있고. 꽃이 피든 말든 안 보는 사람이 있어. 철마다 새롭게 피고지는 뭇꽃을 고스란히 품는 사람이 있구나. 사람도 누구나 꽃인 줄 알아채고서 함께 반짝이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어. 사람이 무슨 꽃이냐며 시큰둥하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람이 있고. 넌 어떤 눈인 사람일까? 넌 무엇을 보려는 하루일까? 넌 누구나 꽃이며 씨앗이고 나무이고 숲이고 별이고 바람이고 바다인 줄 찬찬히 헤아리는 마음일까? 사람은 사람이고, 꽃은 꽃이고, 별은 별이야. 큰꽃이나 큰사람이나 큰별이나 큰나무라서 대수롭지 안아. 큰꽃과 큰사람과 큰별과 큰나무라면 무엇을 할는지 살피렴. 큰꽃이기에 작은꽃을 사랑하면서 아껴. 큰사람이기에 작은사람을 사랑하면서 돌봐. 큰별이기에 작은별을 사랑하면서 나란히 돌아. 큰나무이기에 작은나무를 사랑하면서 함께 숲을 이뤄. 들숲메바다 어디에서나 모든 크고작은 꽃은 서로 아끼고 돌보고 지켜보고 사랑하는 사이야. 그러면 사람은 어떨까? 스스로 ‘큰자리·큰이름·큰벼슬·큰돈·큰힘’처럼 크다고 여기느라 모든 작은길을 얕보거나 낮보거나 깔보지는 않니? 모름지기 큰꽃은 작은꽃하고 나란하기에 즐거워. 언제나 큰사람은 작은사람이랑 어깨동무하기에 어질어. 큰별은 자랑이나 잘난체를 하지 않아. 크다고 뻐기거나 앞서가려 한다면, 허울만 좋은 쭉정이란다. 허우대는 멀쩡한데 속알맹이는 좁거나 아예 없다면 그저 빈수레가 시끄러울 뿐이지. 넌 큰꽃이니? 넌 작은꽃이니? 아니면 너는 ‘그냥 꽃’이니? 2026.4.24.쇠.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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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내가 잘하는 ㄴ



잘 할 줄 아는 일이 없이

늘 잘못하거나 넘어졌다

글씨는 삐뚤거리고

설거지를 거들다가 그릇을 흔히 깼다


잘 하지 못할 적마다

꾸지람을 듣고 나면

더 작게 더 조그맣게 움츠리는데

눈물로 잠들어 밤을 보내면


다시 작은손과 작은몸으로

천천히 다가가서 해보았다

글씨가 차분할 때까지 쓰면 되지

손아귀힘 늘려 설거지하면 되고


2025.10.28.불.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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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갓꽃냄새



유채꽃이 피면 유채꽃냄새가 번져. 배추꽃이 피면 배추꽃냄새가 번지지. 갓꽃이 피면 갓꽃냄새가 번지고, 등꽃이 피면 등꽃냄새가 번져. 모든 꽃은 저마다 다르게 냄새를 퍼뜨려. 더 좋거나 덜 좋은 냄새가 아닌, 그저 피어나는 꽃냄새란다. 아마 처음에는 다 다른 꽃냄새를 못 가릴 수 있어. 처음 듣는다면 개구리소리인지 맹꽁이소리인지 두꺼비소리인지 몰라. 처음 들으니까 딱새소리인지 꾀꼬리소리인지 할미새소리인지 몰라. 모든 꽃은 꽃가루를 날리면서 꽃냄새를 퍼트려. 겨울잠을 마쳤으면 일어나라 알리고, 고치를 틀었으면 깨어나라 알린단다. 꽃냄새는 바람에 실린 꽃가루만으로도 누구나 배부르고 느긋한 하루를 베풀어. 꽃이 피면서 푸르게 덮을 뿐 아니라, 꽃을 따라서 모든 목숨붙이가 기쁘게 살아나서 어울린단다. 암수꽃이 서로 가루받이를 이루려고 꽃물결을 일으키는데, 이 꽃가루가 날아서 암꽃한테 못 닿아도 흙바닥으로 내려앉아서 개미와 작은벌레가 기쁘게 누린단다. 개미와 작은벌레가 누리지 않아도 어느새 빗물을 따라서 땅으로 스미고 땅심을 북돋우지. 땅심을 머금으며 뿌리를 뻗는 풀포기가 땅한테 고맙다고 방긋 웃는 몸짓이 꽃가루라고 할까. 한봄이 깊어가는 길에 갓꽃내음을 누려 봐. 유채꽃내음이나 토끼풀꽃내음이나 찔레꽃내음을 맡아도 즐거워. 어느 곳에서 어느 꽃이든 모든 숨붙이를 살리는 작은바람을 느낄 수 있기에, 스스로 기운을 차리고서 어깨를 활짝 펴지. 그러니까 철마다 숱한 꽃이 피고 지는 땅을 누릴 때라야 ‘집’이란다. 꽃물결로 빛잔치를 이루지 않는 곳이라면 사슬터(감옥)야. 이른바 서울(도시)은 통째로 사슬터란다. 꽃바람이 없이 먼지바람이 세차니까 말이야. 2026.4.20.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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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방음벽



달구지(자동차)가 끝없이 시끄럽게 달리는 곳에 소리담(방음벽)을 세우더구나. 삽차가 끝없이 파헤치며 어지럽고 시끄러운 곳에도 소리담을 세우네. 예부터 ‘짓는곳’은 너른터이자 마당이자 마루야. 트인 곳에서 아이어른 누구나 드나들며 일하고 놀 수 있기에 짓는곳·지음터이지. 짓는곳을 이룬다면 소리담을 안 세우지. “짓는곳이 아니”거나 “짓는시늉인 곳”이기에 소리담을 세워. 보렴. 즐겁게 어울리고 나누는 곳에서는 노래하면서 지어. 안 즐거울 뿐 아니라, 돈에 따르고 돈을 맞추는 곳은 워낙 어지럽고 시끄러우니까, 누구도 노래하지 않아. 노래하는 즐거운 곳에 쓸데없이 노래담을 안 세우겠지. 노래가 없이 시커멓게 죽어가니까 소리담으로 허울을 세운단다. 그런데 시끄럽게 굴 뿐 아니라 사납게 어지럽히면서 소리담을 안 놓는 이가 있어. 저 혼자만 시끄럽거나 어지럽고 싶지 않으니까, 애먼 옆사람을 괴롭히는 짓이지. 이른바 “다같이 죽자!”는 모진 마음이야. “다같이 살자!”라는 마음이 아니니 그저 시끄럽고 어지러워. 너는 누구랑 무슨 말을 나누니? 함께 즐겁고 싶다면 네 목소리만 높이거나 앞세울 일이 없어. 같이 기쁘며 반기니까 신나게 들려주고 가만히 듣지. 함께 어울리거나 놀거나 일하려는 마음이 없을 적에는 그저 시끄럽거나 귀가 따갑다고 느껴. 그러나 귀따갑다고 느낄수록 네 말도 저쪽한테는 귀따갑다고 여기겠지. 그래서 네가 귀따갑다고 느낄 적마다 더욱 차분히 마음을 다스려서 그저 더 들여다보면서 빙긋이 웃어 봐. 너는 웃음으로 다 녹이고 풀 수 있어. 높거나 두껍게 소리담을 쌓는대서 못 막아. 네 웃음짓으로 모두 풀고 녹이지. 시끄러운 곳이라고 느낄수록 웃고 춤추면 돼. 2026.4.21.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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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큰바람



큰바람은 휩쓸고 지나가지. 이도저도 줄줄이 휘감아서 휙 날리는 큰바람이야. 뿌리가 안 깊으면 잔바람에도 휩쓸리고, 큰바람에는 싹 날린단다. 그렇다고 모두 큰바람에 휩쓸리거나 휘둘리지는 않지. 큰바람이 지나간 자리를 보렴. 꺾이거나 뽑힌 푸나무가 있을 테지만, 숲을 이룬 푸나무는 거의 멀쩡해. 잔바람은 잔물결을 일으키고, 큰바람은 큰물결을 일으킬 테지. 큰바람이 일면, 다들 어떤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인지 또렷이 드러나. 바람에 휩쓸려 사라진 것을 아쉬워할 일은 없어. 바람을 반기고 누리면서 뿌리깊은 숨빛을 바라볼 노릇이야. 때로는 풀과 나무가 큰바람에 풀씨와 나무씨를 날리기도 해. 어디까지 날아갈는지 모르는 길이지만 아주 새곳으로 퍼지려는 뜻으로 큰바람을 탄단다. 그래서 뿌리얕아 휩쓸리는 것이 큰바람에 싹 쓸리기도 하면서, 이제는 확 바꾸는 새길을 그리는 숨붙이까지 큰바람을 안고서 머나먼길을 나선단다. 사람들은 곧잘 큰바람을 바라더구나. 스스로 선 곳을 차분히 가꾸면서 차곡차곡 뿌리를 내리는 길이 아닌, 한몫에 다 이루거나 거머쥘 큰바람을 노리네. 스스로 있는 곳부터 참하게 밝히면서 천천히 가지를 뻗는 길이 아닌, 한꺼번에 몽땅 되거나 잡아챌 큰바람을 기다리네. 남을 휘두르려 하기에 사납게 휩쓸고 싶겠지. 스스로 뿌리를 안 내리거나 뿌리가 얕으니 큰바람에 기대더라. 덩치나 덩이를 쳐다보니 제몸·제빛·제눈을 잊어. 크기나 힘을 바라니 철빛·철눈·철바람을 몰라. 바람 한 줄기마다 서리는 노래를 읽으려 할 적에 스스로 눈뜨면서 두 다리가 튼튼하단다. 큰바람이 아닌 바람을 볼 일이야. 2026.4.17.쇠.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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