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 볶음밥
이장근 지음, 손지희 그림 / 창비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1.15.

노래책시렁 533


《칠판 볶음밥》

 이장근 글

 손지희 그림

 창비

 2015.12.1.



  어린이가 하는 말씨를 흉내내는 어른이 꽤 많습니다. 그럴 만합니다. 숱한 어린이는 아직 덜 물들었기에 마음껏 생각을 펴서 스스로 말을 짓고 엮고 빚고 짜고 추스르고 놀고 노래하거든요. 어린이가 마음에 생각나래를 달 적에는 띄어쓰기나 맞춤길을 아예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말 = 사투리’라 할 만합니다. 고장마다 다 다른 말씨인 사투리를 놓고서 어느 누구도 띄어쓰기나 맞춤길을 안 따져요. 저마다 삶으로 빚고 긷고 지은 마음을 소리로 옮기니 사투리이거든요. 《칠판 볶음밥》은 다 다른 뭇아이가 다 다르게 터뜨리는 마음을 곁에서 지켜보다가 문득문득 옮긴 듯싶습니다. 그러나 ‘어린이가 쓴 글’이 아닌 ‘어른이 쓰는 글’이라면 ‘귀담아들은 말’이 아닌, ‘어른으로서 들려주는 노래’로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어린이가 한 말은 그냥 ‘어린이글’로 내놓아야 맞습니다. 모든 아이가 다 다르게 사투리를 쓰는 줄 알아챌 수 있다면, 아이 아닌 어른이란 몸으로도 늘 즐겁게 ‘나다운 말소리와 말빛’으로 스스럼없이 사투리를 쏟아내면 됩니다. 사투리가 아닌 꾸밈말을 넣으려 하면 뒤엉킵니다. 어린이가 띄어쓰기도 맞춤길도 아랑곳하지 않듯, 어른도 ‘표준말’이나 ‘좋은글’이나 ‘문학’이란 껍데기를 벗어야지요.


ㅍㄹㄴ


칠판이 / 커다란 철판이었으면 좋겠다 / 그럼 우리 반 친구들 / 모두 먹을 수 있는 / 볶음밥을 할 수 있겠지 (칠판 볶음밥/14쪽)


다희야 / 내가 너한테 왜 / 거울을 선물했는지 아니? // 너에게 보내는 영태의 / 눈빛 / 말 / 웃음 / 나한테 반사해 줘라 // 너는 영태한테 / 별로 관심도 없잖아 (거울 선물/25쪽)


청소하다가 덥다며 / 잠바를 벗는 선생님 / 때가 묻는다며 / 잠바를 뒤집어서 / 의자에 걸쳐 놓는다 / 속이 겉이 된 잠바 / 속은 더러워져도 되는 걸까 / 겉보다 속이 중요하다고 /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하면서 / 쯧쯧쯧 선생님 속이 궁금하다 (속이 궁금하다/35쪽)


+


《칠판 볶음밥》(이장근 , 창비, 2015)


하지만 좋아하면 자기도 모르게 자꾸 하게 되잖아요

→ 그런데 좋아하면 저도 모르게 자꾸 하잖아요

4쪽


레이다처럼 눈동자를 굴린다

→ 더듬이처럼 눈알을 굴린다

→ 이리저리 눈알을 굴린다

12쪽


이번이 마지막이다 실패하면 모든 게 끝이다 우주의 기를 모아

→ 이제 미자막이다 안되면 모두 끝이다 온기운을 모아

→ 이제 미자막이다 망치면 모두 끝이다 온빛을 모아

26쪽


몸살 괴물에게 혼나는 걸까

→ 몸살깨비가 꾸중을 할까

→ 몸살깨비가 다그칠까

58쪽


가로선 위에 세로선 하나 그으면

→ 가로금에 세로금 하나 그으면

→ 가로에 세로 하나 그으면

7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으라차차 손수레 브로콜리숲 동시집 10
차영미 지음, 나다정 그림 / 브로콜리숲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1.15.

노래책시렁 532


《으라차차 손수레》

 차영미 글

 나다정 그림

 브로콜리숲

 2020.6.10.



  누구나 모든 삶은 노래입니다. 그저 노래인 줄 못 느낄 뿐이고, 노래로 느낄 틈이 밭기만 합니다. 활짝 날개를 펴는 웃음노래가 있고, 어깨가 축 처지는 눈물노래가 있습니다. 그냥그냥 그렇구나 싶은 그냥노래가 있고, 아무것도 모르겠구나 싶은 몰라노래가 있어요. 허둥지둥 바빠노래가 있을 테고, 멍하니 느릿노래가 있습니다. 어느 노래이든 안 대수롭습니다. 늘 바로 이곳에서 마주하는 삶을 고스란히 옮기기에 노래입니다. 《으라차차 손수레》는 조그맣게 마주하는 하루를 언뜻선뜻 담는 듯하면서도 자꾸 겉옷을 씌우는구나 싶습니다. 굳이 글치레를 할수록 글맛이 사라질 뿐 아니라, 애써 겉으로 꾸미려 할수록 삶결하고 멀게 마련입니다. 어린이하고 나눌 노래라면 뭉뚱그리지 않으면서 삶자락을 하나하나 짚을 노릇입니다. 언제 어떻게 왜 어쩌다가 넘어져서 울었는지, 눈물을 얼마나 쏟았는지 고스란히 적으면 돼요. 눈이 드문 겨울이 있고 눈이 잦은 겨울이 있습니다. 날씨가 왜 바뀔는지 함께 헤아릴 노릇입니다. 이미 나온 다른 분 노래를 살짝 따오는 듯한 글을 쓸 까닭이 없습니다. 삶이라는 살을 가만히 붙일 때라야 비로소 노래로 깨어납니다.


ㅍㄹㄴ


지난날 / 울었던 / 내 눈물도 / 쪼끔 / 들어 있겠다. (바닷물/33쪽)


작년에도 / 올해도 / 눈이 안 왔다. // 가방 / 가득가득 / 눈을 넣고 // 눈사람들이 모두 / 저 먼 곳으로 / 여행을 갔나 보다. (눈사람/37쪽)


우릴 보고 / 반갑다고 / 참 반갑다고 // 양지꽃 / 양지꽃이 / 함빡 웃네. // 누렁이 묻은 / 그 언덕 / 그 자리 // 자꾸 피네. / 양지꽃 / 양지꽃이 (자꾸 피네, 양지꽃이/80쪽)


+


《으라차차 손수레》(차영미, 브로콜리숲, 2020)


할머니 생각이 점점 커지는 모양이다

→ 할머니를 자꾸자꾸 떠올리는 듯싶다

→ 할머니가 또또 떠오르는 듯하다

→ 할머니를 더더욱 그리는 듯하다

16쪽


책갈피 속에 갇혀 있던 네잎클로버

→ 책갈피에 갇힌 네잎토끼풀

30쪽


슈퍼 아줌마가 이 꽃씨 봉투 속에

→ 가게 아줌마가 이 꽃씨 자루에

5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모악시인선 19
박태건 지음 / 모악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1.9.

노래책시렁 531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박태건

 모악

 2020.8.31.



  새도 벌레도 노래하지만, 쥐도 뱀도 노래합니다. 사람과 다르게 소리를 내고, 가락을 입히며, 하루를 살아가는 숨결이 흐릅니다. 눈을 감고서 바라보면 구름빛을 느끼면서 바람가락을 알아채고 볕살마다 출렁이는 이야기를 느낄 만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큰고장 부릉부릉 왁자지껄한 길거리도 노래판입니다. 매캐하게 일어날 뿐 아니라, 들숲메바다를 몽땅 잊은 서울도 시끌시끌한 쿵쿵질로 노래입니다.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를 읽는데, 젖고랑을 지난다는 땀방울을 구경한다든지, 경주 현대호텔에서 보임틀을 쳐다본다든지, 냇가에서 메기를 굽는다든지, 어쩐지 별나라 삶 같습니다. 손수 토란대를 삶아서 다듬는 손길이 아니고, 몸소 메기랑 멧골에서 헤엄치는 삶길이 아니고, 부채나무(은행나무)하고 한마음으로 어울리는 가락이 아닌 채 구경하는 붓끝이 휘날리는구나 싶습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모든 삶은 글로 담아서 가락을 입힐 수 있습니다. 이때에 가만히 짚을 수 있기를 바라요. 그냥그냥 모든 소리를 슬쩍 매만져서 ‘시’라고 내놓는지, 아니면 온몸으로 푸른땀빛으로 일구는 하루를 고스란히 옮겨서 ‘노래’로 부르는지, 이제는 처음부터 다시 헤아릴 때라고 봅니다.


ㅍㄹㄴ


은행나무는 트럼펫을 품었다 참새 떼가 날아간 자리 젖은 글씨로 번진다 먼 하늘을 건너온 한 사내가 접을 붙이기 위해 가지를 자른다 가지가 잘릴 때마다 사내가 디디고 선, 한 뼘 하늘이 흔들린다 (트럼펫 나무/38쪽)


여자가 마루에 앉아 토란대를 다듬는다 / 늘어진 메리야스를 입은 여자처럼 // 푹, 삶은 토란대가 벗겨질 때마다 / 여자의 목덜미에 땀이 흐른다 // 젖고랑을 지나 아랫배에 살집으로 스미는 기억이 / 길을 찾아가는 여름밤 (토란대/42쪽)


경주 현대호텔 722호 욕조에서 나는 왕가의 사생활이 궁금해졌다. 거실의 TV는 오호츠크 해에서 발달한 기단을 타고 아무르 강을 건너는 중이다 (호텔 욕조에서의 명상/54쪽)


강가에서 메기를 굽는다 / 메기는 돌 모서리마다 몸을 비벼대느라 / 비늘이 없다 / 누군가 숯불을 피우는지 / 비늘 속처럼 환한 저녁 놀 / 가족을 부르는 소리, 강물 위로 성긴 그물을 편다 (메기 굽는 저녁/72쪽)


+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박태건, 모악, 2020)


빗방울처럼 외로워질 것이니

→ 빗방울처럼 외로울 테니

25쪽


콧노래를 불렀다 리드미컬하게

→ 콧노래를 불렀다 가볍게

→ 콧노래를 불렀다 신나게

→ 콧노래를 불렀다 구성지게

34쪽


송화가루 날리면

→ 솔꽃가루 날리면

41쪽


캄캄한 말들이 달려온다

→ 캄캄한 말이 달려온다

51쪽


빛의 환이 그려진다

→ 빛고리를 그린다

→ 빛가락지를 그린다

→ 빛이 둥글다

→ 빛이 동그랗다

68쪽


지금의 나와 이십 년 전의 내가 이열종대로 광주 간다

→ 오늘 나와 스무 해 앞선 내가 두줄로 광주 간다

6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창비시선 427
김사이 지음 / 창비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1.4.

노래책시렁 529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김사이

 창비

 2018.12.7.



  내가 무엇을 하건 내가 스스로 가는 길입니다. 남은 나더러 이러쿵저러쿵 시킬 까닭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손수짓기라는 살림길을 안 갈 적에는, 남이 맡기는 대로만 몸을 움직인다는 뜻이니, 이때에는 ‘남눈’과 ‘남말’에 따르는 얼거리입니다. 지난날에 ‘일꾼’은 손수짓기입니다. ‘일’이란, 바람과 바다가 일듯 스스로 움직이는 살림빛을 나타냅니다. 오늘날에 ‘노동자(勞動者)’는 심부름꾼입니다. ‘노동자’는 몸쓰는 사람입니다. 남이 마련한 틀(기계)을 다뤄서, 남이 맡기는 대로 팔것(상품)을 똑같이 끝없이 뽑아내는 몫입니다. 손수짓기라는 살림빛을 담아낸다면 ‘일글·살림글·사랑글·사람글’로 잇습니다. 심부름꾼(노동자)이라는 몸쓰기를 옮긴다면 ‘노동문학’은 되지만 ‘스스로서기’하고는 되레 멀게 마련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는 여태껏 ‘남이 나를 쳐다본’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내가 남을 쳐다본’ 줄거리를 곁들입니다. ‘나·너·우리’가 아닌 ‘나·남·놈’이라는 틀이에요. 손수짓기란, 스스로짓기이고, 스스로서기입니다. 시골에서든 서울에서든 손수지을 적에는 부아를 내거나 칼을 휘두르지 않아요. 심부름꾼으로 돈을 벌려고 몸만 쓸 적에는 자꾸자꾸 눌리고 아프고 고되어 그만 ‘누가 날 이렇게 구렁으로 내모나?’ 하면서 불길을 쏟아낼 데를 찾아나서다가 이 삶을 자꾸 잊고 등집니다. 노동문학이라는 이름이 아닌, 그렇다고 문화예술이라는 허울이 아닌, 그저 ‘말과 글’을 한 땀씩 담기를 바라요. 이제부터는 ‘돈벌자리’가 아닌 ‘살림자리’를 바라보기를 바라요. 〈예감〉이나 〈생각도 습관이 된다〉는 바로 노동문학이란 굴레에 갇혀서 뱉어내는 불씨입니다. 〈새벽〉이나 〈춤추는 어머니〉는 살림하며 스스로서려는 마음을 문득 바라보면서 놓는 풀씨입니다.


ㅍㄹㄴ


낮술에 취한 남자씨들이 비틀거린다 / 인도를 장악하고 갈지자로 걸어온다 / 느닷없이 달려드는 일상의 예감들 / 차도로 내려설까 뛸까 망설이다가 (예감/14쪽)


동생과 싸우다가 하필 밥상을 찼다 발동 걸린 듯 칼 들고 설치다가 정신 들어 풀썩 주저앉았다 … 우리들의 일그러진 폭군 아버지들을 보며 여자 때리는 남자는 상종 않겠다고 이만 갈았다 누구 아버지가 그랬고 또 누구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툭하면 밥상 엎는 사람에게 바로 그 얼굴에다 밥상을 던져버리리라 가슴에 불만 켰다 (생각도 습관이 된다/37쪽)


모내기를 준비한 논에 하늘이 담겨 / 살고자 하는 것들이 깨어 빛나는 새벽 / 긴 하루하루, / 새벽빛에 쭈그려 앉은 / 아짐들의 배가 둥글어졌다 (새벽/57쪽)


춤을 추는 어머니 / 처음 본다 // 술을 마시고 춤을 춘다 / 시간 속으로 / 붉게 붉게 물들어간다 (춤추는 어머니/72쪽)


+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김사이, 창비, 2018)


종일 배달하고 늦은 밤 내 관(棺)으로 돌아와

→ 내내 나르고 늦은밤 죽음널로 돌아와

→ 온하루 나르고 늦은밤 집으로 돌아와

11쪽


남근들에게 노동의 댓가는 여자씨

→ 고추한테 일삯은 아가씨

→ 작대기한테 땀값은 순이씨

30쪽


가난한 목숨들은 불행의 지분이 많다

→ 가난한 목숨은 눈물몫이 많다

→ 가난한 목숨은 슬픈모가치 많다

→ 가난한 목숨은 그늘깃이 많다

32쪽


아짐들의 배가 둥글어졌다

→ 아짐은 배가 둥글다

57쪽


떨림도 그리움도 버린 삼류들의 쓸쓸한 길

→ 안 떨리고 안 그리운 떨거지 쓸쓸한 길

→ 떨지도 그립지도 않은 주저리 쓸쓸한 길

68쪽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일일주점을 연다니

→ 깔끔지기 하루술집을 연다니

→ 깨끗일꾼 하루술집을 연다니

78쪽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공범의 정치 공생(共生)하자며 공사(共死)로 간다

→ 아무도 값을 안 치르는 한통속판 함께살자며 함께죽기로 간다

→ 아무도 떠맡지 않는 한무리판 같이살자며 같이죽기로 간다

81쪽


쓰레기더미들이 방향 잃은 난상토론

→ 쓰레기더미가 길잃고 모두수다

→ 쓰레기더미는 길잃어 이야기꽃

9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벚꽃은 왜 빨리 지는가 삶창시선 51
이은택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1.4.

노래책시렁 528


《벚꽃은 왜 빨리 지는가》

 이은택

 삶창

 2018.4.25.



  얼핏 보면 얼핏 느끼고 “얼핏 안다”고 여깁니다. 가만히 보면 가만히 느끼면서 “가만히 배우는” 길을 갑니다. 문득 보면 문득 느끼다가 “문득 안다”고 여겨요. 곰곰이 보면 곰곰이 느끼고서 “곰곰이 배우는” 하루를 살아냅니다. 《벚꽃은 왜 빨리 지는가》를 쓴 분은 어느 이웃이 ‘친필 사인본 창비시선집 30권’을 베풀었기에, 이 꾸러미를 읽고서 ‘시쓰기’를 했다고 밝힙니다. 아마 오늘날 숱한 노래꾼은 ‘이름난 펴냄터에서 나온 글’을 읽고서 글쓰기를 가다듬으려고 할 텐데, 이렇게 글이나 노래를 쓰다가는 ‘글을 쓰는 나다운 빛’은 없게 마련입니다. 벚꽃은 빨리 피지도 빨리 지지도 않습니다. 빨리 피고 지는 꽃이라면 나락꽃을 꼽을 만합니다. 이른새벽에 피어서 낮이면 이미 지거든요. 숱한 꽃은 저마다 다른 철빛을 품고서 피어올라서 바람과 해와 비를 맞이하다가, 벌과 나비와 벌레랑 어울리다가, 차분히 잎을 접고서 씨앗길로 나아갑니다. 글이나 노래를 얼핏설핏 문득문득 따라하는 일은 안 나쁩니다. 그러나 먼저 삶과 살림이라는 자리부터 볼 노릇입니다. ‘교통카드’를 예순을 훌쩍 넘을 때까지 안 써 보는 자리에서 살아왔다면, 어떤 자리를 보고 느꼈다는 뜻일까요? 서울도 시골도 ‘놈’이나 ‘x’이 아닙니다. 노는 딸아이를 보아주지 못 하는 마음에서는 노래가 나올 수 없습니다.


ㅍㄹㄴ


우리 동네 뒷동산에 / 머리에 눈을 이고도 고개 빳빳한 소나무를 보고는 / 서울놈들뿐만 아니라 / 아무래도 물렁할 서울 나무도 불쌍해 보였고 / 급기야는 내게 서울 자字가 붙은 것들은 모두 / 불쌍한 것이 되었다 // 그 이후 지금까지 / 내가 서울놈 좆이 아니라는 생각은 / 삶을 담당하는 철학이 되었다 (나는 서울놈 좆이 아니다/17쪽)


홈쇼핑 타고 / 우리 집에 오신 편백나무 / 따뜻한 나라에서 건너와 / 이 땅에서 일가를 이루었을 / 그대가 겪은 / 혹독한 겨울에 대해 생각해 봄 (편백나무 베개에 대한 예의/22쪽)


두 시간 넘게 방문 걸고 공부하는 딸 보면 저렇게 공부해서 무슨 영화 보려나 딱한 마음 일지만 // 20분 넘게 텔레비전 보며 킬킬대는 딸 보면 저렇게 놀아서 나중에 밥은 먹고 살려나 한심한 생각이 든다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44쪽)


사람 없을 때 잠깐잠깐 서점을 보기도 했는데 포장지로 책 싸는 방법을 배운 건 그때였습니다 담뱃값 걱정 안 해도 되니 방학 때면 며칠이고 아주 눌러살았습니다 누나는 대학생 동생을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는데 누나에게 자랑스러운 이 싸가지 없는 놈이 무엇에 단단히 씌운 날 있었습니다 서점은 장사가 잘돼 계산대 위의 돈통에는 만 원짜리가 수북했습니다 (풍화되지 않는 바윗돌이 있다/68쪽)


+


《벚꽃은 왜 빨리 지는가》(이은택, 삶창, 2018)


햇빛 가리개용으로 안 쓰고 머리 가리개용으로 쓰는

→ 햇빛가리개로 안 쓰고 머리가리개로 쓰는

→ 햇빛을 안 가리고 머리를 가리는

28쪽


아버지의 혜안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 깊넓은 아버지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 눈밝은 아버지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41쪽


일언반구 언질도 없이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는

→ 한마디도 없이 글님 손글씨가 있는

→ 뀌띔도 없이 글쓴이 손글이 깃든

→ 문득 글쓴이 손글씨가 담긴

54쪽


혹 누군가는 가슴속에서도 풍화되지 않는 바윗돌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언젠가는 깨닫게 되지 않을까요

→ 누구나 가슴에 닳지 않는 바윗돌이 있는 줄 언제 깨닫지 않을까요

→ 저마다 속에 삭지 않는 바윗돌이 있는 줄 언제 깨닫지 않을까요

69쪽


서울에 올라 다니면서

→ 서울에 다니면서

→ 서울로 오가면서

12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