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기준 문학동네 동시집 84
김준현 지음, 송선옥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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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4.12.

노래책시렁 491


《토마토 기준》

 김준현 글

 송선옥 그림

 문학동네

 2022.2.3.



  사람도 ‘숲’입니다. 풀과 나무만 숲을 이루지 않습니다. 늑대와 곰과 여우와 범도 숲을 이룹니다. 멧돼지와 멧토끼와 지렁이와 나비도 숲을 이루고, 풀벌레와 딱정벌레도 나란히 숲을 이룹니다. 누구나 다르면서 어울리는 숲인 줄 느낀다면, 언제나 스스럼없이 파란하늘을 머금는 푸른들녘인 마음으로 살아갈 만하지 싶습니다. 《토마토 기준》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어린이가 어린배움터에서 고단하게 마련이라 여기는 틀로 “해보자! 해보자!” 하고 북돋우려는 줄거리 같습니다. 그러면 뭘 해봐야 할까요? 배움터 여섯 해를 버텨내고, 이다음 여섯 해도 버텨내어, 이른바 ‘대학졸업장’까지 따내면 될까요? 우리 삶터가 푸른숲이나 아름숲이라면, 어린배움터만 마치고도 삶터 곳곳에서 즐겁게 일할 만해야 맞습니다. 어린배움터조차 안 다니더라도 스스럼없이 꿈을 펼 만한 터전이어야 아름답습니다. 배움길이 아닌 배움수렁에 배움굴레로 옥죄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괴롭고, 어버이도 고단하고, 배움터 길잡이까지 힘겹습니다. 말로만 꿈(희망)을 품자고 귀여운 말로 속삭이기보다는,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 다른 풀씨에 나무씨인 줄 느끼도록 들려주는 이야기로 나아가기를 빕니다. 집안일을 하고, 철빛을 읽고, 새롭게 배우는 기쁜 하루를 누리는 길을 들려줄 적에 비로소 글(문학)이 될 만하다고 봅니다.


ㅍㄹㄴ


김밥을 말자 / 품은 게 많아서 따뜻한 김밥을 말자 // 마르고 여린 김이라도 / 밤하늘처럼 넓고 깊은 품으로 / 계란 걔랑 우엉 부엉 단무지 무지무지 깨소금 깨작깨작 / 어묵을 오물오물 밥알 봐봐 / 안을 만큼 안아 / 데굴데굴 구르자 // 달팽이 집처럼 돌돌 말자 (김밥을 말자/28쪽)


가끔 한숨이 나올 때가 있어 / 마음의 공기가 다 빠져나올 때가 있어 // 그럴 때는 잊지 말고 / 풍선을 불자 // 아픈 병아리 한숨은 노랑 풍선 / 수학 시험 한숨은 빨강 풍선 / 그 아이 불 때마다 나는 한숨은 분홍 풍선 / 비 오는 날 우산 없는 한숨은 파랑 풍선 / 시든 꽃을 든 아이 한숨은 초록 풍선 (한숨 기억/54쪽)


사람한테는 작은 콩 소리가 / 파리한테는 온몸이다 // 파리는 반대편에서 날아오는 스스로의 모습에 / 온몸으로 부딪쳤다 (푸른 고어럼/62쪽)


+


《토마토 기준》(김준현, 문학동네, 2022)


톡, 셔틀콕을 톡

→ 톡, 깃공을 톡

→ 톡, 깃털공을 톡

12쪽


더 아래층에서 기다리는 누군가를 향해

→ 더 밑칸에서 기다리는 누구한테

→ 더 밑에서 기다리는 사람한테

23쪽


세상의 절반은 어둠에 담갔다 꺼내는

→ 온누리 한켠은 어둠에 담가서 꺼내는

→ 온누리 한쪽은 어둠에 담가서 꺼내는

48쪽


인공호흡을 하듯이 후― 후― 불어 넣자

→ 숨을 후 후 불어넣자

→ 후 후 불어넣자

→ 숨살림을 후 후 하자

54쪽


개구리를 노리는 중이야

→ 개구리를 노려

56쪽


반대편에서 날아오는 스스로의 모습에

→ 저켠에서 날아오는 제 모습에

62쪽


하나씩 들고 다녔음 좋겠다

→ 하나씩 들고 다니길 빈다

→ 하나씩 들고 다니길 바라

78쪽


너를 위해 동시 한 편 써 줄게

→ 너한테 노래 하나 쓸게

→ 너한테 노래 한 자락 쓸게

97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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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창비시선 446
안희연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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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4.7.

노래책시렁 490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창비

 2020.7.24.



  꿈을 그리지 않을 무렵에는 여기저기서 들은 대로 읊거나 시늉하게 마련입니다. 차츰 알아보면서 하나하나 익히는 동안 스스로 꿈을 그려야 하는 줄 깨달으면서 이제부터 “마음을 소리로 얹은 말”을 터뜨립니다. 아기는 처음에는 소리를 따라하고, 이윽고 말을 뱉을 수 있는데, 삶과 하루와 오늘과 이곳을 하나로 아우르는 길을 알아보았다는 뜻입니다. 말마디를 빚어낼 적에는 마음을 헤아리면서 읽는 길을 걷는다고 하겠지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을 읽어 보았습니다. ‘전문시인이 쓴 글이로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습니다. 굳이 ‘전문시인’으로서 쓰기보다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오늘을 바라보는 나’로서 쓰면 될 텐데 싶습니다. 나를 나로서 드러내고 말하고 밝히는 글을 쓸 적에는 아무런 꾸밈말이 없습니다. 나를 나로 안 드러낼 뿐 아니라, 멋(문학성)을 내려고 할 적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꾸밈말입니다. 꾸미는 말씨가 나쁠 까닭은 없되, 온통 꾸미고 붙이고 보태고 치레하다 보면, 막상 줄거리나 이야기는 하나도 안 남습니다. 요즈음 글판은 줄거리와 이야기를 숨기는 채 글멋을 펴는 얼거리일 수 있습니다만, 모름지기 노래(시)라면, 이 삶을 눈물로든 웃음으로든 읊는 길일 노릇이어야지 싶습니다.


ㅍㄹㄴ


그는 날이 제법 차다는 생각을 했다 / 그리고 조금 외롭다고도 // 오늘은 불을 피워야지 / 그는 마른 장작을 모아다 불을 피웠다 (불이 있었다/10쪽)


소란스러운 기억이 얼굴을 만든다 / 파묻힌 발을 쓰다듬으면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거야/75쪽)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창비, 2020)


가장 찬란했다는 것을 모르고

→ 가장 눈부신 줄 모르고

→ 가장 빛난 줄 모르고

15쪽


털실의 길이는 제각기 달랐지만 어떤 뭉치든 빛과 어둠의 총량은 같았다

→ 털실은 다 길이가 다르지만 빛과 어둠은 같다

→ 털실은 다 길이가 다르지만 빛과 어둠은 나란하다

18쪽


겨울은 길고 혼자인 그는 적적함을 느낀다

→ 겨울은 길고 혼자라서 쓸쓸하다

→ 겨울은 길고 혼자이니 외롭다

23쪽


그는 나의 잠 속까지 따라왔다

→ 내 꿈까지 따라온다

→ 내가 자도 따라온다

26쪽


우리는 곧장 보트에 오르려 했지만 더 어두워져야 한다고 했다

→ 우리는 곧장 배에 오르려 하지만 더 어두워야 한단다

30쪽


호수에 이르는 길은 수십가지였다

→ 못에 이르는 길은 갖가지이다

→ 못에 이르는 길은 많다

34쪽


우리는 공원을 산책 중이었다

→ 우리는 쉼뜰을 거닌다

→ 우리는 쉼터를 걷는다

34쪽


버려진 행성으로 갔다 나에게 두개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 외딴별로 간다 나한테 두 가지 틈이 생긴다

→ 홀로별로 간다 나는 두 가지 짬이 생긴다

50쪽


할아버지께 호되게 혼이 났다

→ 할아버지가 호되게 말했다

→ 할아버지가 꾸짖었다

52쪽


저마다의 이유가 있으나 결국 마지막은 이렇습니다

→ 저마다 까닭이 있으나 마지막은 이렇습니다

→ 저마다 뜻이 있으나 마지막은 이렇습니다

55쪽


초침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린다

→ 가는바늘이 천둥소리처럼 들린다

63쪽


나는 이곳의 포플러나무를 좋아합니다

→ 나는 이곳 미루나무를 좋아합니다

71쪽


소란스러운 기억이 얼굴을 만든다

→ 시끄러운 어제가 얼굴이 된다

→ 시끌시끌한 일이 내 얼굴이다

75쪽


나는 투명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나는 안 보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 나는 보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이다

90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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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신 문학동네 시인선 190
김개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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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26.

노래책시렁 489


《작은 신》

 김개미

 문학동네

 2023.3.31.



  글을 못 쓰겠다고, 더구나 ‘시’라면 아주 못 쓰겠다고 여쭙는 이웃님이 많아요. 이웃님 말씀을 가만히 듣고서 종이를 꺼냅니다. 붓을 쥐고서 “나 / 시를 못 써요. / 무서워. / 시를 쓰라고 하면 / 난 달아날래.”처럼 다섯 줄을 슥슥 적어서 건넵니다. “이 다섯 줄은 이웃님이 ‘입으로 쓴 시’예요. 저는 옆에서 그저 이웃님 말씀을 받아적었어요.” 하고 보탭니다. 우리는 누구나 시를 써야 하지도 않고, 안 써야 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글을 써야 하지도 않고, 안 써야 하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제 삶을 이야기하고 나누고 옮기고 그리면 즐거우면서 넉넉합니다. 《작은 신》을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현대 시문학’이라면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 싶습니다. 이렇게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시문학’이 널리 퍼지면 노래가 무서워서 달아날 뿐 아니라, 글을 엄두조차 못 낼 이웃님이 외려 부쩍 늘어날 듯싶습니다. 시골에서 살고 싶어서 서울을 떠난 분이 ‘시골할매마냥 호미질을 할’ 수 없습니다. ‘시골할배처럼 낫질을 할’ 수도 없습니다. 서툴든 어설프든 다 다른 손길로 천천히 호미질과 낫질을 하며 아주 느긋이 ‘흙일’을 ‘흙살림’으로 받아들이고 녹이면 될 뿐입니다. 삶을 말하고, 이 말을 그리면 노래입니다.


ㅍㄹㄴ


천사는 약하고 아파서 / 내가 천사가 되어주어야 하는 천사였습니다 / 나는 살을 떼어 먹이고 / 관절과 눈물을 바쳤습니다 / 천사는 뛰지 못했지만 뛰고 싶어해서 / 나는 천사를 업고 산을 뛰어올랐습니다 / 천사가 친구를 원해서 / 나는 사람들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 천사를 천사처럼 입히고 꾸미는 일로 / 나는 매일 행복하고 피곤하고 바빴습니다 (나의 천사/16쪽)


들쥐는 어째서 태양이 이글거리는 대낮에 / 눈알을 닦으며 사람의 길을 가로질러가고 / 머리가 커다란 해바라기는 어째서 / 태양에 몰두하지 않고 바닥을 살피는 걸까 // 시계를 잃어버리고 어쩔 줄 모르는 것이 / 나만은 아닌 모양이다 // 누가 음악을 들으며 지나간다 / 듣고 싶지 않은데 너무 잘 들린다 / 아는 노래인데 제목을 모르겠다 (조용한 여름/50쪽)


+


《작은 신》(김개미, 문학동네, 2023)


매일 아침 절벽 아래 떨어진 참혹한 인간을 발견한다

→ 아침마다 벼랑에서 떨어진 끔찍한 사람을 본다

→ 아침이면 낭떠러지서 떨어진 섬찟한 사람을 본다

5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 제로의 인간

→ 아무것도 못 떠올리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빈 사람

→ 아무것도 모르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안 계신 사람

5


기다림은 그의 전문이 아니지만 그가 할 일은 그것뿐이다

→ 그는 기다리지 못 하지만 기다릴 뿐이다

→ 그는 못 기다리지만 기다릴 뿐이다

5


나의 집에 천사가 왔습니다

→ 우리 집에 꽃님이 옵니다

→ 울 집에 빛살이 옵니다

16


친구를 원해서 나는 사람들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 동무를 바라서 사람들 발밑에 머리를 조아립니다

16


병이 낫고 광휘에 둘러싸인 천사에게 가진 것 없고 초라한 천사는 필요 없으니까요

→ 다 낫고 빛에 둘러싸인 꽃님한테 빈털털이 초라한 꽃님은 쓸모없으니까요

16


들쥐는 어째서 태양이 이글거리는 대낮에

→ 들뛰는 어째서 이글거리는 대낮에

50


해바라기는 어째서 태양에 몰두하지 않고 바닥을 살피는 걸까

→ 해바라기는 어째서 해를 바라지 않고 바닥을 살필까

→ 해바라기는 어째서 해를 바라보지 않고 바닥을 살필까

50


시계를 잃어버리고 어쩔 줄 모르는 것이 나만은 아닌 모양이다

→ 나만 때바늘을 잃어버리고 어쩔 줄 모르지 않나 보다

→ 나만 똑딱이를 잃어버리고 어쩔 줄 모르지 않는가 보다

50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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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각의 비가 민음의 시 254
이선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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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25.

노래책시렁 488


《60조각의 비가》

 이선영

 민음사

 2019.2.28.



  어느 낱말을 골라서 말을 할 적에는, 어느 낱말에 흐르는 삶을 우리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낱말만으로는 마음을 나타내지 못 합니다. 낱말을 엮어서 이야기를 이루어야 비로소 마음을 나타냅니다. 바느질이나 뜨개질처럼 낱말을 차근차근 엮고 맺기에 비로소 말을 나눌 수 있습니다. ‘낱말엮기’를 ‘말길(문법)’이라고 합니다. 말길을 차근차근 짚을 줄 알아야 말을 말답게 할 뿐 아니라, 서로서로 마음을 고스란히 나눕니다. 《60조각의 비가》는 아무래도 ‘悲歌’를 예순 조각 나누어서 풀어낸다는 뜻일 테지요. 그런데 한글로 ‘비가’라 적으면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어떻다는 소리인지 갸우뚱하게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한자로 ‘悲歌’처럼 적으면, 글담(문자권력)을 쥔 몇몇만 알아봅니다. 마음을 풀어내려는 글이라면 ‘눈물노래’나 ‘눈물글’처럼 쓸 수 있습니다. ‘울음노래’나 ‘울음글’이라 할 수 있어요. 또는 ‘비노래’나 ‘빗물노래’로도 얼마든지 눈물과 울음뿐 아니라, 눈물과 울음을 씻는 마음까지 아우를 만합니다. ‘문학’이라는 틀에 가두기에 오히려 ‘문학’하고 멉니다. ‘글’과 ‘노래’에 얹을 ‘말’과 ‘마음’을 바라보고 다가서야 비로소 ‘글꽃’이 피어날 수 있습니다.


ㅍㄹㄴ


가을 하늘에 비누 거품처럼 물씬 피어오른 구름 / 그 속에 빠져 거품 휘저으며 발장구 치고 싶은 구름 / 그 위를 가볍게 올라타 입바람을 불어 대며 놀리고 싶은 구름 / 단풍구름 홍초구름 억새구름 (구름 비가/26쪽)


나는 내 시의 팔레트에 / 내 삶을 덩어리째 던져 넣지만 / 그들은 그들 시의 피사체에 / 이미지만을 던져 넣는다 (이미지들, 내 입으론 안 붙어지는/38쪽)


+


《60조각의 비가》(이선영, 민음사, 2019)


나의 탄생보다 먼저 드높고 눈부신 역사를 축조하며

→ 태어나는 나보다 먼저 드높고 눈부신 길을 쌓으며

→ 내가 나기 앞서 드높고 눈부신 발걸음을 올리며

32


터지고 깨져도 저라는 게 있다는 것이다

→ 터지고 깨져도 제가 있단다

34


내가 길의 왼편을 걸어갈 때 나비는 길의 오른편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 내가 왼길로 걸어갈 때 나비는 오른길로 날아온다

→ 내가 왼켠으로 걸어갈 때 나비는 오른켠으로 날아온다

96


직립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이던가

→ 곧추서기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 곧서기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 바로서기란 얼마나 놀라운가

120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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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 볼륨디카시선 1
강미옥 외 지음 / 커뮤니케이션볼륨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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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22.

노래책시렁 485


《볼륨디카시선 1 독창》

 강미옥과 아홉 사람

 커뮤니케이션볼륨

 2024.9.9.



  글을 잘못 보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글’이란 “그린 말”입니다. 말을 그려 놓았기에 ‘글’입니다. 글은 그리 대단하지 않습니다. 말이 없으면 아무런 글이 없어요. 글을 쓰고 싶다면 말을 하면 됩니다. 다만, 사람들 앞에서 왁자지껄 떠들어야 말이지 않아요. 내가 나로서 어떤 마음인지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밝히면서 나타내려고 하기에 비로소 ‘말’입니다. 마음소리인 말을 손수 옮기기에 글입니다. 《볼륨디카시선 1 독창》을 읽었습니다. 글 하나에 빛꽃 하나를 나란히 두는 얼거리입니다. 이렇게 글쓰기와 찰칵놀이를 하는 일은 안 나쁘되, 너무 남한테 보여주려고 티를 냈구나 싶어요. 남이 이쁘게 보아주기를 바라면서 쓰거나 찍을 적에는 그만 ‘마음’하고 멉니다. 이때에는 겉치레나 시늉에서 맴돕니다. 이른바 ‘좋은말’을 쓰려고, ‘좋은빛’을 담으려고, 마음하고 동떨어진 곳에서 한참 맴돌거나 헤매게 마련입니다. 글은 그저 마음을 그리면 됩니다. 빛꽃은 그냥 마음을 담으면 됩니다. 이뿐입니다. ‘감성글·감성사진’에 얽매이면 오히려 빛이 바랩니다. 그저 ‘글·그림’만 바라볼 노릇입니다. 글을 잊기에 꾸미거든요. 그림을 잊으니까 또 치레하려고 애쓰다가 다 망가뜨립니다.


ㅍㄹㄴ


오늘도 비가 내리는데 / 또 하나의 시간과 공간을 넘는다 (시공時空을 건너다/강미옥 11쪽)


단칸방 옹기종기 살부비던 / 그리운 가족이다 (가족/강영식/27쪽)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거기의 당신과 / 여기의 나 사이 / 갑골의 시간을 가늠해 보는 발자국 (가늠/73쪽)


힘내, / 내가 더 천천히 걸을게 (同行/93쪽)


불타오르는 사랑 / 불 지르지 못한 사랑 / 불씨들이 꽃으로 피었다 (불꽃의 경계/143쪽)


+


《볼륨디카시선 1 독창》(강미옥과 아홉 사람, 커뮤니케이션볼륨, 2024)


그곳에도 따뜻한 온기가 필요해

→ 그곳도 따뜻하기를 바라

→ 그곳도 따뜻해야 해

15쪽


태어났던 강으로 돌아가 종種의 미래를 생산하리

→ 태어난 냇물로 돌아가 새롭게 씨앗을 낳으리

45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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