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슬로우 봄날의 시집
강성은 지음 / 봄날의책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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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4.6.

노래책시렁 541


《슬로우 슬로우》

 강성은

 봄날의책

 2025.8.29.



  시골은 마을에 아무 가게가 없습니다. 그저 작은집에 논밭과 멧자락이 있습니다. 냇물이 흐르거나 못물이 있고, 멧등성이나 들판을 따라서 숲이 우거지거나 뭇새가 날아들어요. 어느 집은 마당이 휑뎅그렁합니다. 어느 집은 둘레로 나무를 포근히 감쌉니다. 어느 집은 갖은 흙수레(농기구)를 거느리고 끝없이 부릉부릉 몹니다. 어느 집은 손연장만 다루면서 조용히 흙노래를 부릅니다. 《슬로우 슬로우》를 읽으며 ‘서울길’로 하루를 맞이하고 한 해가 흐르고 열 해나 스무 해나 서른 해를 보낼 적에 어떤 마음으로 어떤 말을 골라서 만나는가 하고 되새깁니다. 마을 곳곳에 빵집에 잎물집에 옷집에 튀김닭집에 큰가게에 작은가게에 온갖 가게가 줄이을 뿐 아니라 높다랗게 켜켜이 있다면, 언제나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고 받아들입니다. 새 한 마리 내려앉아서 쉴 데가 없으니 모두 싸게싸게 내달려야 하는 얼개입니다. 나무 한 그루가 가지를 뻗을라치면 첫봄이나 끝겨울마다 가지치기를 무시무시하게 하기에, 씨앗 한 톨이 드리워서 싹틀 틈이 없는 틀입니다. 비가 와도 하늘을 파랗게 씻는 모습을 마주할 짬이 없으면, 겨울에 싸목싸목 내리는 눈송이를 혀끝으로 받을 빈터가 없으면, 우리 노랫길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려나요.


ㅍㄹㄴ


말없는 창백한 사물들이 / 나를 알아볼 때까지 / 기다려야 한다 (낮잠/17쪽)


아무리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 빵 / 동네마다 빵집이 많고 / 아름다운 빵들이 진열된 환한 상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 사람들이 한 바구니씩 빵을 담고 / 값을 지불한다 피 묻은 빵의 값 (피 묻은 빵/23쪽)


문 닫기 직전의 술집에서 / 우리는 나가기 싫어 미적거리고 있었다 / 폭설과 한파가 도시를 집어삼키는 밤 / 위스키병을 든 반팔 차림의 남자가 들어왔다 / 열이 많아서 겨울에도 늘 반팔 차림이라는 남자의 말에 / 주인장은 끄덕이며 웃었지 (과거가 없는 사람들/28쪽)


+


《슬로우 슬로우》(강성은, 봄날의책, 2025)


슬로우 슬로우 눈 내리는 소리

→ 천천히 천천히 눈 내리는 소리

→ 싸목싸목 눈 내리는 소리

→ 차근차근 눈 내리는 소리

→ 가만가만 눈 내리는 소리

5


잠의 문이 열리는 소리

→ 잠길이 열리는 소리

13


나는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의 기분

→ 나는 울음을 터트리려는 마음

→ 나는 곧 울음을 터트릴 마음

→ 나는 아직 울음을 안 터트린 마음

17


무인 도로 위에 식물들이 무인 책방에서 글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 빈길에 풀꽃나무가 열린책집에서 글씨가 움직인다

→ 호젓한 길에 푸나무가 호젓책집에서 글씨가 움직인다

25


개의 유령이 멍멍 짖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도깨비개가 멍멍 짖는다 그래 나는 살아간다

→ 깨비개가 멍멍 짖는다 그러니 나는 숨쉰다

42


검은 옷이 많아져 나중엔 검은 옷만 입고 다니는구나 알게 되고

→ 검은 옷이 늘어 나중엔 검은 옷만 입고 다니는구나 알고

50


말년 운은 어디에선가 서성이며 지루하게 내가 늙기를 기다리거나

→ 끝날은 어디에서 서성이며 따분하게 늙기를 기다리거나

→ 늘그막은 어디서 서성이며 지겹게 늙기를 기다리거나

62


이웃의 누군가 우리집 마당 한 귀퉁이 바다로 이어지는 길을 이용해도 되겠냐고

→ 이웃 누가 우리집 마당 귀퉁이 바다로 잇는 길을 써도 되느냐고

→ 이웃이 우리집 마당 귀퉁이 바다로 잇는 길로 가도 되느냐고

69


매일 오후 사료와 물을 마당에 두었다

→ 낮이면 모이와 물을 마당에 둔다

→ 낮마다 먹이와 물을 마당에 둔다

80


모래 속에 잠겨 있던 아이 하나가 어둠 속에 잠겨 혼자 집으로

→ 모래에 잠긴 아이 하나가 어둡게 잠겨 혼자 집으로

→ 모래에 잠긴 아이 하나가 밤에 잠겨 혼자 집으로

8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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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런 말 안 써요 창비청소년시선 49
권창섭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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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3.28.

노래책시렁 538


《우리 그런 말 안 써요》

 권창섭

 창비교육

 2024.10.15.



  혼자 열스물 일을 다 하지 말라고 나무라는 큰아이입니다. 작은아이는 이렇게 나무라는 말을 딱히 안 합니다. 어쩌면 속으로 혼일을 하는 어버이를 나무랄 수 있습니다. 한집안을 이루어 함께 지내는 사이라서 늘 마주보고 말을 섞고 마음을 헤아립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이자 삶이기에 오늘 이 보금자리에서 새롭게 만난다고 느껴요. 《우리 그런 말 안 써요》는 푸름이를 마주하는 푸른길잡이가 푸른배움터 한켠을 옮긴 노래꾸러미일 텐데, 그야말로 ‘한켠’인 모습입니다. 왼켠도 오른켠도 온켠도 아닌 한켠입니다. 서울푸름이하고 시골푸름이는 다릅니다. 서울(도시)도 ‘그냥 서울’과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같은 큰고장이 다르고, 강릉·순천·구미·전주·진주 같은 작은고장이 다릅니다. 시골도 모든 고을이 다르지요. 누구나 다르게 살아가기에 다르게 말하게 마련일 텐데, 어쩐지 갈수록 서울이건 시골이건 여러 큰고장이나 작은고장이건 어린이·푸름이·어른 말씨가 그냥 똑같아 보입니다. 사투리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다르게 짓는 보금자리와 살림”도 사라지거든요. 한때는 “똑같은 배움책”을 들여다보기에 틀에 박히는 푸른나날이었다면, 이제는 “똑같은 손소리”를 손에서 못 떼느라 판에 박히는 푸른굴레입니다. 부디 다 다른 집과 마을과 배움터에서 ‘푸른소리’가 다 달리 깨어나기를 빕니다. 푸른길잡이로 서는 이웃님은 ‘문학’이 아닌 ‘살림글’을 들려주기를 바라요.


ㅍㄹㄴ


들어올 때 뒷문 닫으랬지 / 사물함 문 잘 닫으라니까 / 핸드폰 집어넣으라 했을 텐데 / 지금이 화장 고칠 시간이니 / 벌써 같은 학교 삼 년째 다니면서 /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니 (3월/8쪽)


우리가 쓰는 말이라고 해 주시니 / 앞으로 잘 쓰겠습니다 /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사용하겠습니다 /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더 갈고닦겠습니다 / 후대에 잘 전승하겠습니다 (우리 그런 말 안 써요/48쪽)


+


《우리 그런 말 안 써요》(권창섭, 창비교육, 2024)


하나 둘 셋 하면 삼켜지는 오늘 점심 급식

→ 하나 둘 셋 하면 삼키는 오늘 낮밥

→ 하나 둘 셋 하면 넘기는 오늘 모둠밥

21쪽


1연에선 배경이 되는 정황을 제시하려 했다

→ 첫갈피에선 뒷자락을 풀어내려 했다

→ 첫갈래에선 바탕길을 펼쳐내려 했다

23쪽


네 말에서 흐느낌이 들린 것 같은데

→ 네 말은 흐느끼는 듯한데

→ 너는 흐느끼며 말한 듯한데

→ 넌 흐느낀 듯한데

33쪽


1등급까진 아니라도 꽤 쓸 만한 사회적인, 문화적인, 윤리적인 사람인 건 아닐까요

→ 첫눈까진 아니라도 꽤 쓸 만큼 너르고 멋스럽고 곧은 사람이진 않나요

→ 첫째까진 아니라도 꽤 쓸 만큼 트이고 빛나고 바른 사람이진 않나요

42쪽


앞으로 잘 쓰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사용하겠습니다

→ 앞으로 잘 쓰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힘껏 쓰겠습니다

→ 앞으로 잘 쓰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알뜰히 쓰겠습니다

48쪽


후대에 잘 전승하겠습니다

→ 뒤로 잘 물려주겠습니다

→ 뒷날 잘 이어주겠습니다

48쪽


돌아오지 않는 것들에 대해 오래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 돌아오지 않는 길을 오래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 왜 안 돌아오는지 오래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52쪽


나의 일을 너무 오래 내팽개치면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데

→ 내 일을 너무 내팽개치면 남일처럼 느끼는데

→ 내 일을 오래 내팽개치면 남일처럼 느끼는데

52쪽


그 문장을 오늘 기억의 증표로 삼는 거지

→ 이 글월로 오늘을 되새기지

→ 이 글을 오늘을 떠올릴 자국으로 삼지

66쪽


유명해지겠다고 했으니 아마 넌 꼭 그렇게 될 거야

→ 드날리겠다고 했으니 아마 넌 드날려

→ 이름을 높이겠다 했으니 넌 꼭 이름을 높여

75쪽


언어가 낭비이다 못해 사치네 사치

→ 말이 헤프다 못해 주제넘네 주제

→ 말을 막쓰다 못해 꼴값이네 꼴값

→ 말이 아깝다 못해 내버리네 버려

→ 말을 흘리다 못해 넘치네 넘쳐나

89쪽


근엄하게 물어보면 머뭇거리게 된다

→ 딱딱하게 물어보면 머뭇거린다

→ 무뚝뚝히 물어보면 머뭇거린다

15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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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푸른푸른 창비청소년시선 14
김선우 지음 / 창비교육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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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3.26.

노래책시렁 539


《댄스, 푸른푸른》

 김선우

 창비교육

 2018.5.30.



  읽고 듣고 새기고 눈여겨보고 말을 섞으면서 배우는 모든 어린이는 어른을 일깨우며 즐겁게 반짝이는 별님입니다. 익히고 들려주고 생각하고 들여다보고 말을 나누면서 살림길에 손을 뻗는 모든 푸름이는 어른을 가르치며 기쁘게 피어나는 들꽃입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멋글이나 맛글이 아닌 삶글과 살림말을 들려줄 노릇입니다. 우리가 어른스럽게 어린이와 푸름이한테서 배울 줄 안다면, 숲글과 사랑말을 속삭이면 됩니다. 《댄스, 푸른푸른》을 읽는 내내 “아는 나”라는 대목이 자꾸 보입니다. 그러나 “아는 나”라기보다는 “느껴 본 나”라고 해야 맞지 싶습니다. ‘생각’이라는 낱말도 자주 나오는데, 이 노래책에 나오는 ‘생각’은 거의 ‘여기다·보다·느끼다·싶다’를 가리킵니다. 샘물처럼 새롭게 샘솟으면서 별빛으로 반짝이는 씨앗이기에 ‘생각’인걸요. 글이건 말이건 우리가 짓거나 보내거나 지내거나 누리거나 겪는 삶을 담아내게 마련입니다. 어린노래이건 푸른노래이건 “어떻게 살아온 나날”을 왜 들려주려고 하는지 좀더 짚고 살필 일이라고 봅니다. 글멋이 아닌 글살림으로, 글맛이 아닌 “살림을 지으며 샘솟는 글”로 가다듬을 때라야 비로소 푸른노래이건 푸른너울이건 푸른꽃이건 춤짓으로 피어날 수 있습니다.


ㅍㄹㄴ


이 빠진 마음을 아는 나는 / 말랑말랑 떡이랑 양갱이랑 홍시를 보면 / 할머니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말랑말랑 할머니/19쪽)


― 수아야, 여기 아직 아프냐? / 내 턱에 밉게 난 흉터 / 가까이서 본 애들은 징그럽다고 하는데 / 영호는 아프지 않냐고 물었거든 (내 남친 영호/25쪽)


나는 우등생도 아니고 / 우리 집은 은지네처럼 잘살지도 않는데 / 나는 왠지 은지가 가엾어서 울고 싶다 / 은지를 우리 집에 데리고 가서 / 엄마 아빠가 차려 준 따뜻한 밥을 먹여 주고 싶다 (은지의 연필/47쪽)


+


《댄스, 푸른푸른》(김선우, 창비교육, 2018)


꺄아아아아아아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지

→ 꺄아아아아아아 우리는 소리지르지

→ 꺄아아아아아아 우리는 외치지

12쪽


바야흐로 나는 지금 생각의 봄이 싹트는 중이다

→ 나는 바야흐로 봄빛으로 생각이 싹튼다

→ 나는 막 생각이 싹트는 봄이다

→ 나는 이제 생각이 싹트는 봄이다

17쪽


앞니가 두 개 빠졌을 때

→ 앞니가 둘 빠졌을 때

19쪽


말랑말랑 떡이랑 양갱이랑 홍시를 보면 할머니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 말랑말랑 떡이랑 단묵이랑 붉감을 보면 할머니가 맨 먼저 떠오른다

19쪽


지금 나의 나무는 붉은 꽃 세 송이를 달고 있는데

→ 오늘 내 나무는 붉은꽃 세 송이를 다는데

→ 오늘 이 나무는 붉은꽃송이를 셋 다는데

34쪽


첫 장을 펼쳐요.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백지예요. 당신의 이름을 거기에 적어요

→ 첫 쪽을 펼쳐요. 아직 쓰지 않은 종이예요. 그대 이름을 적어요

→ 첫 자락을 펼쳐요. 흰종이예요. 이녁 이름을 적어요

37쪽


괜찮아. 어떤 경우에도 내가 나를 믿어 주는 한

→ 걱정 마. 내가 나를 믿으면

→ 멀쩡해. 내가 나를 믿는다면

→ 넉넉해. 내가 나를 믿으니

40쪽


하지만 나는 새들에게 내 식대로 인사할 수 있고

→ 그렇지만 나는 새한테 내맘대로 말할 수 있고

→ 그런데 나는 새한테 마음껏 말을 섞을 수 있고

48쪽


내게 남은 할머니의 목소리 중에 제일 오래된 것은 일테면 매우 문학적이었다

→ 내게 남은 가장 오랜 할머니 목소리는 일테면 매우 간드러진다

→ 내가 떠올리는 가장 오랜 할머니 목소리는 일테면 매우 곱다

52쪽


봄 이후 가장 많이 변한 건 우리 엄마다

→ 봄부터 가장 많이 바뀐 우리 엄마다

→ 봄 뒤로 가장 많이 바뀐 우리 엄마다

58쪽


정말 사랑한다는 거 늘 고맙게 생각한다는 거

→ 참말 사랑하고 늘 고맙게 여기고

→ 아주 사랑하고 늘 고맙고

94쪽


쓸쓸한 날의 쓸쓸한 기분은 살아 있는 게 뭔가 의미 있는 것 같은 특별한 느낌을 줘

→ 쓸쓸한 날 쓸쓸한 마음은 삶에 뜻이 있는 듯해 남달라

→ 쓸쓸한 날 쓸쓸한 빛은 살아가는 뜻을 다르게 느껴

10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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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커다란 잔에 맥주 마시기 아침달 시집 40
김은지 지음 / 아침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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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3.24.

노래책시렁 450


《아주 커다란 잔에 맥주 마시기》

 김은지

 아침달

 2024.6.28.



  오늘날 숱한 사람들은 언뜻 보면 ‘좋아하는’ 길을 걷는다고 여기지만, ‘좋다 = 좁다’하고 나란한 말결입니다. ‘좋은일’이나 ‘좋은사람’이나 ‘좋은집’을 찾으려 할수록 오히려 ‘좁게’ 가두고 갇힙니다. 좋은말을 하거나 좋은글을 쓰려 할 적에도 언제나 비좁게 몰아붙여요. 《아주 커다란 잔에 맥주 마시기》는 ‘내가 좋아하는 길’을 걸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글’로 삶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아주 커다란 술그릇에 담긴 보리술을 마시면 꽤 재미나다고 느끼지만, 아주 커다란 술그릇은 무겁고 설거지해서 말리기도 힘듭니다. 두 아이를 돌보기 앞서도 유리병을 챙기며 살았고, 오늘도 유리병에 물을 담아서 쓰는데, 남이 해주거나 맡는대서 섣불리 큰그릇이나 큰짐을 반길 수 없는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둘레에서 스스로 찾아나서는 한길을 언제나 새길로 가꾸면서 걸어가는 이웃님을 지켜보면 ‘좋아하는’ 곳이 아니라 ‘즐겁게’ 노래하는 곳에 섭니다. 즐겁기에 할 수 있습니다. 즐거우려고 다독입니다. 즐거이 그리면서 돌봅니다. ‘좋다·좋아하다’는 ‘좁다’뿐 아니라 ‘조·조마조마·조바심’으로 잇습니다. 좋아하기에 자꾸 옆에 붙들려고 하면서 조바심을 내요. 좋은말·좋은글·좋은노래가 아닌, 삶말·살림글·사랑노래라면, 즐겁게 빛나며 함께 춤추고 웃는 숲빛하루를 펼 만하지 싶습니다.


ㅍㄹㄴ


그는 곧 / 시집이 나온다고 말했다 //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다는 제목을 / 말해주겠다고 했다 // 제목을 정한 이유를 먼저, / 이어서 / 편집자의 반응이 어땠는지, / 그런 다음 / 중의적으로 읽힐 수 있는 그 제목을 들었을 때 (빔포인터/22쪽)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 박수도 치고 / 댓글에 부지런히 뭔가를 남겼는데요 (오로라를 보러 간 사람/57쪽)


+


《아주 커다란 잔에 맥주 마시기》(김은지, 아침달, 2024)


새로 나온 디바이스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 새로 나온 눈금으로 꼼꼼하고 또렷하게 잴 수 있다

→ 새로 나온 자로 모조리 뚜렷하게 따질 수 있다

→ 새로 나온 연모로 몽땅 따박따박 가늠할 수 있다

7쪽


키링처럼 가방에 달고

→ 고리처럼 가방에 달고

7쪽


추천받은 배영을 한다

→ 해보라는 등헤엄 한다

→ 얘기한 눕헤엄을 한다

7쪽


사찰에 커다란 종이 있다

→ 절에 쇠북이 커다랗다

18쪽


낙엽에 머리 맞음 세일해서 산 옷이 꼭 맞음

→ 갈잎에 머리 맞음 에누리로 산 옷이 맞음

→ 가랑잎에 머리 맞음 싸게 산 옷이 맞음

20쪽


누울 때마다 기침이 났는데 천식약 두 알 먹고

→ 누울 때마다 기침이 났는데 기침알 둘 먹고

→ 누울 때마다 콜록댔는데 기침알 둘 먹고

21쪽


중의적으로 읽힐 수 있는 그 제목을 들었을 때

→ 겹뜻으로 읽힐 수 있는 이름을 들으며

→ 여러뜻으로 읽힐 수 있는 이름을 들으며

→ 온뜻으로 읽힐 수 있는 글이름을 들으며

22쪽


말을 나누지 않고 완성되었던 결별들이

→ 말을 나누지 않고 헤어진 일이

→ 말을 나누지 않고 갈라선 날이

→ 말을 나누지 않고 등돌린 길이

23쪽


합장하고 약속했던 기도를 했다

→ 두손모아 다짐하던 비손을 했다

→ 손모아 그대로 비나리를 했다

34쪽


산타는 공부하고 있다

→ 섣달님은 배운다

→ 섣달할배는 배운다

→ 섣달꽃님은 배운다

38쪽


왼쪽 문은 잠겨 있으니까 고정문을 슥

→ 왼길은 잠겼으니까 빗장을 슥

→ 왼쪽은 잠겼으니까 꾹닫이를 슥

→ 왼쪽은 잠겼으니까 꽉닫이를 슥

45쪽


발각될까 봐 자주 칩거했다

→ 들킬까 자주 들어앉았다

→ 걸릴까 자주 들어박혔다

51쪽


붉은색 대교 너머로 해가 지고 있는

→ 붉은다리 너머로 해가 지는

→ 붉은긴다리 너머로 해가 지는

57쪽


도서관 ATM부스에서

→ 책숲 스스로칸에서

→ 책숲 손수칸에서

62쪽


문예지 여름호를 거의 다 읽고

→ 글꽃책 여름판을 거의 다 읽고

63쪽


미니멀리스트이고 에코이스트입니다만 구름 위에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선물을 제작하는 상상을 한 적은 있어요

→ 단출이에 푸른씨입니다만 구름을 타고서 온누리에 하나밖에 없는 빛을 짓는 꿈을 그린 적은 있어요

→ 작은삶에 들꽃길입니다만 구름밭에서 이 별에 하나밖에 없는 빛살을 빚는 꿈을 그린 적은 있어요

76쪽


깊은 심심함과 동시에 깊은 재밌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 아주 심심하면서 재밌다고 느낄 수 있는 줄

→ 참 심심하지만 재밌구나 싶은 줄

→ 그저 심심한데 재밌기도 한 줄

101쪽


와이파이가 고장났다

→ 잇길이 망가졌다

→ 잇그물이 안 된다

110쪽


한편 기초교육에서 배운 지식들을 다시 익혀야 했다

→ 그리고 처음 배운 바를 다시 익혀야 했다

→ 그런데 밑자리서 배운 길을 다시 익혀야 했다

117쪽


나는 무사히 통과되었다

→ 나는 잘 지나갔다

→ 나는 거침없이 갔다

→ 나는 그대로 넘어갔다

11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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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엄지발가락 그림 없는 동시집 5
유진 지음 / 브로콜리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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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3.7.

노래책시렁 526


《안녕, 엄지발가락》

 유진

 브로콜리숲

 2025.7.9.



  누구나 손에 닿는 대로 만지고 느끼면서 이 하루를 살아갑니다. 손에 닿지 않으면 만질 일이 없을 테니 느낄 일도 없고, 삶으로 스미거나 퍼지거나 물들지 않습니다. 흙을 만지지 않는 하루라면 흙빛도 흙내음도 알거나 느낄 일이 없을 뿐 아니라, 흙에 깃드는 숱한 이웃을 하나도 모르게 마련이에요. 바람을 만지지 않거나 비를 만지지 않거나 볕을 만지지 않거나 별빛을 만지지 않을 적에도 바람과 비와 볕과 별을 통째로 모를밖에 없습니다. 《안녕, 엄지발가락》은 숲이라는 터전을 어린이 곁에서 몸소 익히면서 나누는 길을 걷는 사이에 길어올린 노래를 여미었다고 합니다. 다만, 숲을 품을 적에는 ‘숲말’을 바라볼 노릇이에요. ‘숲’이라는 낱말은 얼마나 오래도록 이 땅에서 흘러왔는지 아주 깊고 너릅니다. ‘땅’이며 ‘호미’라는 낱말도 대단히 오래되었어요. ‘해’라든지 ‘마음’이라는 낱말도, ‘손’고 ‘짓다’와 ‘집’이라는 낱말도 참으로 까마득합니다. 어린이한테 ‘좋은것’을 베풀고 가르치려는 마음은 안 나쁘되, 섣불리 ‘좋은것’을 앞세울 적에는 그만 말부터 엇나가기 쉽습니다. 우리 곁에는 좋은벌레도 나쁜벌레도 없습니다. 좋은풀과 나쁜풀도 없어요. 다 다른 벌레와 나비와 새와 풀과 나무입니다. 좋은비와 나쁜비조차 없고 좋은날씨와 나쁜날씨도 없어요. 늘 다를 뿐입니다. 먼저 이 다른 빛을 차분히 짚고서, 오랜 낱말에 서린 숨빛을 읽으려고 하면, 우리가 펴는 모든 말은 저절로 노래로 번집니다.


ㅍㄹ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 이리저리 살펴보니 다친 데는 없습니다 // 쥐고 있던 호미 내려놓고 / 나도 모르게 / 두 손 모으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나도 모르게/44쪽)


1443년(세종 25년)에 만든 한글 닿소리(자음)는 홀로 소리를 내지 못해 홀로 소리 낼 수 있는 홀소리(모음)를 빌려 그 소리를 낸다 … 한글을 만든 세종은 어떻게 생각할까? 꽃피는학교에서는 초등 1학년 때부터 우리말을 가르친다. (81쪽)


자연을 살려야지 하는 / 꾸미는 말보다 // 자연을 덜 해쳐야지 하는 / 솔직한 말을 써야겠다 (오늘부터/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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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엄지발가락》(유진, 브로콜리숲, 2025)


베어질 나무 한 그루를

→ 벨 나무 한 그루를

→ 베는 나무 한 그루를

6쪽


이십사절기 가운데 두 번째 절기

→ 스물네눈금 가운데 둘째 눈금

→ 스물네철눈 가운데 둘째 철눈

17쪽


겨울이 가는 게 아쉬워

→ 겨울이 가면 아쉬워

18쪽


연둣빛 두 팔

→ 옅푸른 두 팔

18쪽


천 개 넘는 낟알 만든다

→ 즈믄 넘게 낟알 빚는다

→ 즈믄 넘게 낟알 낸다

20쪽


쌀 한 톨 만든다

→ 쌀 한 톨 낳는다

→ 쌀 한 톨 빚는다

20쪽


마음도 여물 것 같은 참, 따스한 햇살

→ 마음도 여물 듯한 참, 따스한 햇볕

23쪽


서둘러 말리게 된다

→ 서둘러 말린다

24쪽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 놓은 듯

→ 불덕에 켜 놓은 듯

→ 불을 켜 놓은 듯

24쪽


나무들의 마지막 수다

→ 나무는 마지막 수다

→ 마지막 나무수다

26쪽


곶감을 한번 만들어 보세요

→ 곶감을 꼭 말려 보세요

28쪽


작은 불에 위로받는 밤

→ 작은 불로 달래는 밤

→ 작은 불로 포근한 밤

34쪽


임대 공고를 붙인다

→ 빌려준다고 알린다

→ 내놓는다고 알린다

35쪽


할머니 휘어진 등은

→ 할머니 굽은 등은

→ 구부정한 할머니는

37쪽


비가 일기예보에 잡혔다

→ 비가 온다고 한다

→ 비를 알린다

39쪽


점점 다가오는데 비 올 확률이 자꾸 낮아진다

→ 차츰 다가오는데 비는 자꾸 안 올 듯싶다

→ 곧 다가오는데 비는 자꾸 안 올 듯하다

39쪽


잡초라 하길래 잡놈도 욕이 아닌 줄 알았지

→ 막풀이라 하니 막놈도 막말 아닌가 했지

→ 잔풀이라 하니 잔놈도 똥말 아닌가 했지

40쪽


대설 둘째 날

→ 큰눈 둘쨋날

44쪽


너를 해로운 곤충, 배추흰나비로 자라면 이로운 곤충이라고 하더구나

→ 너를 몹쓸벌레, 배추흰나비로 자라면 도움벌레라고 하더구나

→ 너를 밉벌레, 배추흰나비로 자라면 이바지벌레라고 하더구나

45쪽


새끼 낳을 날이 가까워지자 걱정되기 시작했어

→ 새끼 낳을 날이 가깝자 걱정스러워

→ 새끼 낳을 날이 가까우니 걱정이야

51쪽


분명 임신인 줄 알았는데 상상임신 같네요

→ 틀림없이 밴 줄 알았는데 헛배 같네요

→ 배부른 줄 알았는데 빈몸 같네요

→ 아기가 선 줄 알았는데 꿈 같네요 

53쪽


봄까지 심한 가뭄이 들었다

→ 봄까지 몹시 가물었다

→ 봄까지 가뭄이었다

60쪽


푸른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는 거야

→ 파란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 파란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잔뜩 생겨

62쪽


1443년(세종 25년)에 만든 한글 닿소리(자음)는

→ 1443해에 지은 우리글(훈민정음) 닿소리는

→ 1443해에 여민 바른글(훈민정음) 닿소리는

81쪽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 파도논에서 벼를 텁니다

→ 따가운 가을햇살에 물결논에서 벼를 텁니다

→ 가을햇살 따갑고 바다논에서 벼를 텁니다

96쪽


아이들 밥 위에 하나씩 놓아

→ 아이들 밥에 하나씩 놓아

99쪽


영어 공부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날입니다

→ 영어 배우기를 이야기하는 날입니다

→ 영어를 왜 배우는지 얘기하는 날입니다

100쪽


쳇바퀴에 숨어있다

→ 쳇바퀴에 숨는다

104쪽


시 한 편 찾아올지 모르겠다

→ 노래가 찾아올지 모르겠다

→ 글 하나 찾아올지 모르겠다

110쪽


마지막 선수로 나가서 지고 있는 경기를 역전 시켜 1등을 했어요

→ 마지막으로 나가서 지는 판을 뒤집어 첫째로 들어와요

→ 마지막 아이로 나가서 지는 판을 뒤엎어 꼭두를 해요

115쪽


죽은 사람 위해서 산 풀들이 죽는 날

→ 죽은 사람 때문에 산 풀이 죽는 날

→ 죽은 사람 기리며 산 풀이 죽는 날

→ 죽은 사람 돌보며 산 풀 죽이는 날

119쪽


흐르는 앞개울에 인사하고 많은 것에 인사하게 된다

→ 흐르는 앞개울에 절하고 뭇숨결에 절을 한다

→ 흐르는 앞개울에 꾸벅하고 모두한테 엎드린다

120쪽


자연을 덜 해치는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다

→ 숲을 덜 건드리며 땅을 짓는다

→ 들숲을 덜 만지며 논밭을 짓는다

126쪽


입하가 지날 무렵

→ 새여름 지날 무렵

→ 여름맞이 무렵

128쪽


모들아 더욱 푸르러지렴

→ 모야 더욱 푸르렴

→ 모야 짙푸르렴

128쪽


한로가 지나면서 벼 이삭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 찬이슬 지나면서 벼이삭은 노랗게 물들고

12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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