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에게 물린 날 푸른도서관 47
이장근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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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2.25.

노래책시렁 492


《악어에게 물린 날》

 이장근

 푸른책들

 2011.6.10.



  우리나라 노래밭(시문학계)을 보면, 어린노래(동시)는 ‘학교·학원 사이에서 지치다가 동무하고 사귀고 싶은’ 마음으로 맴돌고, 푸른노래(청소년시)는 ‘대학·입시 사이에서 괴롭다가 어른흉내 하고 싶은’ 마음에서 헤맨다고 느낍니다. 스스로 놀고 노래하는 빛을 담는 어린노래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푸르게 물들고 철들면서 온누리를 품는 푸른노래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악어에게 물린 날》은 푸름이 둘레에서 구경하는 눈길을 잇습니다. 스스로 푸름이로 서는 글결이 아니고, 그렇다고 푸름이하고 손잡는 어른이라는 글길도 아닙니다. ‘시문학은 이래야 한다’고 여기는 듯해요. 그렇지만 ‘어린이는 이래야’ 하거나 ‘푸름이는 저래야’ 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어린이와 푸름이는 배움터에 머무는 나날이 짧아요. 먼저 집이 있고 마을이 있습니다. 집과 마을을 품는 푸른별이 있습니다. 푸른별을 아우르는 온누리가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사람한테 피어나는 넋이 있습니다. 어린노래와 푸른노래라면 이와 같은 ‘빛’을 보면서, ‘빛노래’로 나아갈 노릇입니다. ‘빚’에 허덕이는 글자랑이 아닌, ‘꿈을 빚는 씨앗’이라는 삶글과 살림글을 펴면서, 차분히 사랑글과 숲글로 거듭나야 할 텐데 싶습니다.


ㅍㄹㄴ


손잡이를 꽉 잡았다 / 착시였다 / 버스는 멈춰 있고 / 옆 차가 가고 있었다 // 이럴 땐 / 보고 있는 게 손해다 (착시/24쪽)


나도 방문을 닫고 들어와서 / 우등생이 되어 나가고 싶은데 / 잠만 온다 / 나가고만 싶다 (누에와 나/27쪽)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셨다 / 성적표를 보시더니 / 시무룩해진 얼굴로 / 말없이 들어가셨다 / 휴∼ 살았구나 싶었다 (띄어쓰기 오류/45쪽)


나도 모르게 주머니로 / 손이 들어갔다 / “천 원어치도 팔아요?” / 귤탑에 있는 귤 다섯 알 / 내 마음의 탑에 / 쌓아 두었다 (마음의 탑/81쪽)


+


《악어에게 물린 날》(이장근, 푸른책들, 2011)


발목에 걸린 일들을 넘어요

→ 발목에 걸린 일을 넘어요

11쪽


밑줄이 쳐진 걸까 별표가 그려진 걸까

→ 밑줄을 그었을까 별을 그렸을까

→ 밑줄을 그었나 별꽃을 그렸을까

18쪽


내 책상 위에 놓인

→ 내 책자리에 놓인

→ 내 자리에 놓인

30쪽


잘 키우면 장점의 시작이 될 거다

→ 잘 키우면 첫멋을 삼을 수 있어

→ 잘 키우면 첫솜씨일 수 있어

→ 잘 키우면 처음빛일 만해

33쪽


외국으로 배낭여행도 갈 거라며

→ 이웃나라로 들마실도 간다며

→ 먼나라로 들짐마실도 간다며

34쪽


무단결석 3일째

→ 안 나온 사흘째

→ 빈자리 사흘째

→ 건너뛴 사흘째

39쪽


휴∼ 살았구나 싶었다

→ 후유 살았구나 싶다

45쪽


나를 보고 문제 학생이라 한다

→ 나를 보고 껄렁댄다고 한다

→ 나를 보고 못되다고 한다

→ 나를 보고 말썽꾼이라 한다

48쪽


한두 마리만 수정된다는데

→ 한두 마리만 맺는다는데

→ 한두 마리만 품는다는데

52쪽


우측통행을 해야지

→ 오른걷기 해야지

→ 오른길을 가야지

73쪽


태어나서 지금껏 좌측통행만 했으니

→ 태어나서 여태껏 왼길만 걸었으니

→ 태어나서 이제껏 왼길걷기 했으니

7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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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별 문학동네 동시집 19
송찬호 지음, 소복이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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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2.25.

노래책시렁 527


《저녁별》

 송찬호 글

 소복이 그림

 문학동네

 2011.7.25.



  시골에서 살더라도 들숲메바다를 다 바라보거나 받아안지는 않습니다. 서울에서 살지만 들꽃과 나무를 품으면서 조용히 골목집을 돌보는 분이 있습니다. 시골집을 누리되 별을 멀리하면서 불빛이 환한 집이 있습니다. 서울에 깃들어도 불빛이 적은 기스락에서 호젓이 지내며 오래오래 즐거이 걷는 분이 있습니다. 저녁별을 보려면 낮구름을 보아야 하고, 풀꽃나무가 햇볕을 넉넉히 누려야 합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살림일 적에 밤낮을 푸르게 가꿉니다. 《저녁별》을 읽으며 내내 아리송했습니다. “침처럼 드럽게(13쪽)”는 뭔 소리이지요? 어떻게 침이 더러울까요? 난데없이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22쪽)”는 왜 튀어나오나요? 멧돼지가 “사진도 찍고 뒹굴고(43쪽)” 한다니, 마치 사람처럼 엉뚱하게 쳐다봅니다. 멧돼지가 살아갈 땅을 자꾸 잡아먹으면서 멧돼지한테 고개숙일 줄 모른다면 노래로 나아가지 못 합니다. 겨울잠에 들 곰이 “허리 재기(80쪽)”는 왜 하나요? 살빼기를 에둘러 나무라려는, 또는 우스개로 바꾸려는 글재주는 하염없이 가볍습니다. 날개를 단 새처럼 바람을 탈 만큼 가벼운 글결이 아니라, 날개흉내로 하늘을 난다고 꾸미는 겉치레라서 가벼워요. 구경하면서 멋부리고 치레하고 웃어넘기는 꾸밈글은 내려놓기를 빕니다. 그저 시골을 그리고, 논밭을 말하고, 풀꽃나무와 들숲메바다를 얘기하면 됩니다.


ㅍㄹㄴ


수박을 먹고 / 수박씨를 뱉을 땐 / 침처럼 드럽게 / 퉤, 하고 뱉지 말자 (수박씨를 뱉을 땐/13쪽)


미국 메이저리그 / 야구 경기를 보는데 / 콧수염을 기른 감독이 / 엄청나게 / 해바라기씨를 / 까먹어 댄다 // 엄청 초조한가 보다 / 저렇게 쉬지 않고 / 까먹어 대면 / 해바라기씨도 엄청 들겠다 (해바라기씨/22쪽)


골짜기 너머 / 고구마밭을 / 멧돼지들이 다 파헤쳐 놓았다 // 엄마가 말했다. 내년에 여기다 / 메밀을 심어야겠다 / 메밀은 멧돼지들한테 먹을 게 못 되니 / 지들도 어쩌지 못할 거다 … 그런데, 멧돼지들이 / 메밀꽃을 좋아하면 어떡하지? // 하얗게 핀 / 메밀밭에 들어가 / 사진도 찍고 뒹굴고 놀면 어떡하지? (어떡하지?/42, 43쪽)


겨울잠을 자기 위해 / 도토리를 먹고 / 얼마나 살을 찌웠는지 / 반달곰 허리를 재어 보는 날 (반달곰 시험 보는 날/80쪽)


+


《저녁별》(송찬호·소복이, 문학동네, 2011)


붕― 붕― 큰 소리를 내면서

→ 붕! 붕! 큰소리를 내면서

→ 부웅 부웅 큰소리 내면서

37쪽


쪼끄만 꽁지를 가진 굴뚝새

→ 쪼끄만 꽁지인 굴뚝새

→ 꽁지가 쪼끄만 굴뚝새

→ 굴뚝새는 꽁지가 쪼끄맣고

38쪽


심심해진 나도 그냥

→ 심심한 나도 그냥

40쪽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토리를 먹고

→ 겨울잠을 자려고 도토리를 먹고

→ 겨울에 자려고 도토리를 먹고

80쪽


도토리 백 개만 더 달라고 조르는 중이다

→ 도토리 온 알만 더 달라고 조른다

→ 도토리 온 톨만 더 달라고 조른다

8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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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 창비청소년시선 38
신지영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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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2.3.

노래책시렁 524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

 신지영

 창비

 2021.11.30.



  작은집이 다닥다닥 모인 골목마을을 스무 해 즈음 지켜본 바를 옮겼다고 하는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입니다. 글쓴이 맺음말 그대로 이 꾸러미는 ‘지켜본’ 바를 그렸구나 싶습니다. 다만, 지켜보기보다는 ‘살아낸’ 바를 그리면 한결 나았을 텐데 싶어요. 지켜보기는 으레 ‘구경’에서 맴돌고, ‘스치기’와 ‘지나치기’로 고입니다. 살아낸 바가 아닌 지켜본 바를 글로 담을 적에는 ‘꾸밈없이’ 담기보다는 ‘꾸며서’ 담으려고 하더군요. 더 가난하고 더 아프고 더 힘들고 더 지치고 더 고되고 더 까마득하다고 자꾸 낮추고 내리고 떨구려는 글치레로 휩쓸리기 일쑤입니다. 가난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습니다. 가난은 가난입니다. 돈있는 저 너머는 그저 돈있는 저 너머일 뿐입니다. 가난하면 그저 다 아파야 하지 않고, 가난하니 다 불쌍하지 않습니다. 돈있고, 장사를 안 하고, 가게에서 힘들어 꾸벅꾸벅 안 졸면, 안 불쌍하거나 마냥 기쁜 삶일는지 아리송합니다. 가난한 푸름이는 으레 이런 마음이겠거니 하고 넘겨짚으면서 쓰기보다는, 그저 글쓴이 마음과 삶을 담으면 됩니다. 가난하기에 더 높여야 하지 않고, 안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글감으로 안 삼아야 하지 않습니다.


ㅍㄹㄴ


쓸모가 없다니 정말 다행이다 / 쓸모가 많아서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 / 내가 가진 가장 중요한 쓸모가 뭔지 잊어버릴 거다 / 발견되지 않은 나만의 쓸모는 그래서 안전하다 (무쓸모/12쪽)


이 작은 교실에서도 / 가끔 네가 멀게 느껴질 때가 있어 / 그러면 나는 내가 만졌던 네 마음을 떠올려 / 조금은 못생겼지만 그게 또 사랑스러운 / 우리의 마음 (닮다/26쪽)


너무 피곤해 코를 골다 / 자기 코골이에 놀라서 깨기도 한다 / 엄마는 (어려운 질문/44쪽)


눅눅한 지하의 공기를 뚫고 / 낮은 천장을 뚫고 / 주인집 지붕을 뚫고 / 푸른 희망의 지느러미 쫓아 헤엄쳐 올라가다 / 도착한 옥탑방 / 아직은 괜찮다 (이사/49쪽)


+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신지영, 창비, 2021)


발견되지 않은 나만의 쓸모는 그래서 안전하다

→ 그래서 못 찾아낸 내 쓸모는 아늑하다

→ 그래서 못 본 내 쓸모는 고스란하다

12


누구의 마음도 다 따뜻하게 느껴지지

→ 누구나 마음이 다 따뜻하다 느끼지

→ 다 마음이 따뜻하다 느끼지

27


찢어질 것도 없이 가난한 게 우리 집이라는데 그것도 감상적인 거였구나

→ 찢어질 데도 없이 가난한 우리 집인데 눈물꽃이었구나

→ 찢어질 구석 없이 가난한 우리 집인데 눈물팔이였구나

34


전대에 손을 찔러 넣고

→ 쌈지에 손을 찔러 넣고

→ 돈자루에 손 찔러 넣고

36


한 번만이라도 잡아 보면 안다. 서러워서 자신을 지키는 것들은 얼마나 말랑거리는 슬픔을 가졌는지를

→ 슥 잡아 보면 안다. 서러워서 스스로 지키는 이는 얼마나 말랑거리듯 슬픈지를

→ 살짝 잡으면 안다. 서러워서 스스로 지키는 누구나 얼마나 말랑말랑 슬픈지를

78쪽


네가 하루분의 기다림을 꾸역꾸역 삼키고 있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 네가 하루를 기다리며 꾸역꾸역 삼킨대서 무슨 자랑이라고

→ 네가 기다리는 하루를 꾸역꾸역 삼켜서 무슨 자랑이라고

82


누군가 다듬어 준 생선만 먹고

→ 누가 다듬어 준 고기만 먹고

→ 누가 다듬은 물고기만 먹고

86


담임이 심각하고 다정하게 말했다

→ 길님이 근심으로 따스하게 말한다

→ 샘님이 깊고도 너그럽게 말한다

90


다문화 친구랑 짝을 지어서 동네 지도를 그려 올 것

→ 다살림 동무랑 짝을 지어서 마을길을 그려 와라

→ 나란꽃 동무랑 짝을 지어서 마을그림을 해 와라

9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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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문학동네 시인선 122
배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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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1.30.

노래책시렁 523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배영옥

 문학동네

 2019.6.11.



  아무리 고되거나 힘겹게 일을 하더라도 노래하던 겨레입니다. 한겨레뿐 아니라, 푸른별 온겨레는 저마다 살림을 지은 바탕으로 일노래와 살림노래와 놀이노래가 오래오래 흘렀어요. 글은 몰라도 입으로 노래했고, 노래를 종이에 적지 않았어도, 온삶으로 부르는 노래는 온마음으로 남아서 두고두고 이었습니다. 그러나 배움터(학교·서당·서원)를 다닌 사람은 노래하지 않았습니다. 모름지기 ‘노래’란 스스로 우러나오는 빛살입니다. 남이 가르치거나 시킬 적에는 ‘노래’가 아닌 ‘늪’이자 ‘굴레’입니다.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는 ‘시’입니다. 조금도 노래가 아닙니다. 노래로 다가서려 하지도 않습니다. 배움터나 글판에서 서로 가르치고 배워서 틀에 맞추는 ‘시’에 머뭅니다. 글삯을 받고 책을 내려면 ‘시’를 써야 할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어떤 ‘시’에서도 삶은 묻어나거나 흐르지 않더군요. 삶을 슬쩍 내비치는 듯 꾸미고, 삶을 살짝 흉내내는 언저리에서 맴돌다가 사그라들기에 ‘시’입니다. ‘시쓰기’는 안 나쁘되, 노래나 글이 아닌 ‘시’만 쓰려고 하면 자꾸자꾸 허울에 갇혀요. 허우대만 키우는 굴레인 ‘시문학’입니다. 이제는 모든 틀과 담과 힘에다가 붓까지 내려놓고서 맨몸으로 노래할 때이지 않을까요?


ㅍㄹㄴ


원하지 않아도 / 언제나 길들여 나오는 토마토케첩처럼 / 숱한 감정에 나를 살아보기도 했다 (그림자와 사귀다/16쪽)


비누는 비누의 이름보다 좀더 슬픔을 가진 / 뼈대의 감정에 가까워지고 (뼈대의 감정/23쪽)


어제 그제의 네 구두가 아니라, 어제 그제 그끄저께의 네 속옷들이 아니라, 젖내 풍기는 젖먹이의 배냇저고리가 아니라, 네가 태어나기 이전 너와집 아궁이의 다 타버린 재가 아니라, (재활용함/39쪽)


+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배영옥, 문학동네, 2019)


필자는 없고 필사만 남겨지리라

→ 글님은 없고 글씨만 남기리라

→ 글보는 없고 글월만 남으리라

→ 글꾼은 없고 글만 남으리라

12쪽


먼저 다녀간 누군가의 배후를 궁금해하리라

→ 먼저 다녀간 뒷자리가 궁금하리라

→ 누가 먼저 다녀간 뒷내가 궁금하리라

12쪽


내가 당신의 방패가 되어주었다면

→ 내가 너를 감싸 주었다면

→ 내가 너를 막아 주었다면

→ 내가 자네를 보듬었다면

→ 내가 그대를 돌봤다면

13


어느 날 과거와 미래의 다른 얼굴이 나를 찾아온다면

→ 어느 날 어제와 모레가 다른 얼굴로 나를 찾아온다면

→ 어느 날 뒷날과 앞날이 다른 얼굴로 나를 찾아온다면

17


신(神)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질 때부터

→ 하늘이 우리한테 물어볼 때부터

→ 님이 우리한테 물을 때부터

18


의자를 관(棺)처럼 떠받드는

→ 걸상을 주검널처럼 떠받드는

→ 걸상을 널처럼 떠받드는

20


이곳은 흰 공간에 아무것이나 채워넣은 것처럼

→ 이곳은 흰데 아무렇게나 채워넣은 듯

→ 하얀 이곳에 아무렇게나 채워넣은 듯

21


비누는 비누의 이름보다 좀더 슬픔을 가진 뼈대의 감정에 가까워지고

→ 비누는 비누란 이름보다 좀더 슬픈 뼈대라는 마음에 가깝고

→ 비누는 비누란 이름보다 좀더 슬프게 뼈대 마음에 가깝고

23


짧은 주석 하나 없이 한 생애가 저리 일목요연할 수 있다니

→ 덧말 하나 없이 한살이가 저리 가지런할 수 있다니

→ 붙임말 짧게 없이 한삶이 저리 번듯할 수 있다니

28


당신의 빛나는 손바닥을 가진 적이 있지

→ 네 빛나는 손바닥을 만진 적이 있지

→ 그대 빛나는 손바닥을 쥔 적이 있지

33


당신 손바닥 위에서 나는 검불처럼 잠들기도 했지

→ 나는 네 손바닥에서 검불처럼 잠들기도 했지

→ 난 그대 손바닥에서 검불처럼 잠들기도 했지

33


정리되지 않은 시구(詩句) 속을 헤맬 때도

→ 글월을 못 추스르고 헤맬 때도

→ 노래를 못 가다듬고 헤맬 때도

3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던진 돌멩이

→ 누가 나한테 던진 돌멩이

40


태양 아래 포도나무 잎사귀만 무성하게 푸르고

→ 햇볕에 포도나무 잎사귀만 푸르게 우거지고

→ 뙤약볕에 포도잎만 짙푸르고

→ 여름볕에 포도잎만 짙푸르고

44


숨은 배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 숨은 뒤를 들여다볼 수 있는

→ 숨은 쪽을 들여다볼 수 있는

60


포시랍다는 말의 온기로 그 말의 사랑으로 그 말의 넉넉함으로 나는 여전히 철딱서니가 없고

→ 포시랍다는 따뜻한 말로 사랑으로 넉넉하여 나는 아직 철딱서니가 없고

67


내게 서너 개의 가면이 있습니다

→ 나는 탈이 서넛 있습니다

→ 난 서너 가지 탈이 있습니다

70


송홧가루 덮인 연못 아래

→ 솔꽃가루 덮인 못에

→ 솔꽃가루 덮인 물밑에

75


들판으로부터, 햇빛으로부터, 바람으로부터, 바다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 들판에서, 햇빛에서, 바람에서, 바다에서, 조금씩 멀어간다

→ 들판을, 햇빛을, 바람을, 바다를, 조금씩 멀리한다

87


어느 날 나는 신원 불명의 변사체로 발견될 것이다

→ 어느 날 나는 알 길 없는 주검으로 나온다

→ 어느 날 나는 수수께끼로 죽은 채 나타난다

90쪽


날로 새로워지는 혁명은 아직 한참 멀었고

→ 날로 새롭기는 아직 한참 멀고

→ 날로 갈아엎기는 아직 한참 멀고

→ 날로 거듭나기는 아직 한참 멀고

99


아무래도 새들의 나라에 입국한 것이 틀림없다

→ 아무래도 새나라에 들어온 듯하다

→ 아무래도 새나라에 건너온 듯싶다

→ 아무래도 새나라에 내딛은 듯하다

10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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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기억력 산지니시인선 14
윤현주 지음 / 산지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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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1.26.

노래책시렁 522


《맨발의 기억력》

 윤현주

 산지니

 2017.7.28.



  저희는 설과 한가위에 아무 데나 안 가며 시골집에서 조용히 지내기를 한 지 꽤 되어요. 할머니 할아버지야 서운하시겠지만, 얼굴을 보고 싶다면 어느 때이건 느긋할 때 보면 됩니다. 마음을 다독이는 말로 한집안을 가꾸려는 길에는 “마음을 함께 하는 배움하루”가 있을 노릇입니다. 낳고 돌보고 함께 지낸 나날이 있기에 한마음이지는 않아요. 이래라저래라 핀잔하거나 가르치려는 말이 아닌, 촛불 한 자루를 사이에 놓고서 응어리를 풀 만한 사이여야 비로소 ‘한집안’이라고 느낍니다. 《맨발의 기억력》을 돌아봅니다. 여러모로 어깨에 힘이 안 빠진 글자락인데, 글은 맨손에 맨발에 맨몸으로 쓸 일입니다. 말부터 오롯이 맨마음에 맨빛으로 펼 일이에요. 한 마디를 꾸미면 두 마디 석 마디를 꾸밉니다. 한 줄에 멋을 담으면 그만 온통 멋내는 말씨로 기울어요. “맨발로 떠올리는” 이야기를 적으면 투박하기에 빛납니다. “맨발로 돌아보는” 하루를 옮기면 수수하기에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시’도 ‘문학’도 ‘창작’도 아닌, 그저 이 삶을 글로 그리면 됩니다. 언제나 오늘 이곳을 글로 노래하면 됩니다. 서로서로 어울리는 마음을 가만히 말하듯 글로 담으면 그만입니다.


ㅍㄹ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어진 골목엔 / 배고픈 개와 고양이들이 / 혈전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산복도로 풍경-골목/52쪽)


골다공증 앓는 초가집, 밤은 / 깊어 찬바람 삼투처럼 새어드는데 / 집안의 온기 죄다 그러모은 // 큰방 아랫목 / 쌀밥 한 그릇 냄새가 (아랫목 쌀밥 한 그릇/128쪽)


+


《맨발의 기억력》(윤현주, 산지니, 2017)


이곳은 열 달 동안 발을 차며 놀았던 자궁처럼 둥글고 캄캄하고 편안해요

→ 이곳은 열 달 동안 발을 차며 놀던 아기집처럼 둥글고 캄캄하고 아늑해요

16


한바탕 잔치 파한 뒤끝이다

→ 한바탕 잔치 뒤끝이다

→ 한바탕 잔치 끝난 뒤이다

24


세풍世風의 향방을 바꿀 수도 있겠구나

→ 가시밭을 바꿀 수도 있구나

→ 된바람을 바꿀 수도 있구나

67


난해했던 아버지라는 암호를 해독하면서 나의 청춘은 조금씩 낡아 갔다

→ 나는 고약하던 아버지라는 수수께끼를 풀며 젊음이 조금씩 낡아갔다

→ 나는 까다롭던 아버지라는 변말을 풀며 젊은날이 조금씩 낡아갔다

124


골다공증 앓는 초가집, 밤은 깊어 찬바람 삼투처럼 새어드는데

→ 느물뼈 앓는 시골집, 밤은 깊어 찬바람 새어드는데

→ 엉성뼈 앓는 풀집, 밤은 깊어 찬바람 스며드는데

128


시골 누옥에 누워 즐겁게 외풍을 맞는다

→ 시골 오막에 누워 즐겁게 바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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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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