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재료 교유서가 시집 2
원성은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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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1.30.

노래책시렁 530


《비극의 재료》

 원성은

 교유서가

 2025.11.6.



  누구나 날마다 죽습니다. 언제나 날마다 태어납니다. 모든 숨붙이는 밤낮을 갈마들면서 죽살이를 잇습니다. 밤에 까무룩 죽기에 온몸에 새롭게 기운이 돌고, 새벽에 새롭게 밝는 하루이기에 차츰 힘을 차립니다. 아침이 환할 무렵에 즐겁게 기지개를 켜니, 낮에 나무와 나비라는 두 마음을 하나로 모두어 나로 서는 살림을 짓습니다. 이윽고 저물녘이면 차분히 모든 일놀이를 접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서 다시금 죽으러 갑니다. 《비극의 재료》를 돌아봅니다. 이 삶에는 눈물거리와 웃음거리가 나란합니다. 눈물만 흘리거나 웃음만 짓지 않아요. 가난하든 가멸차든 눈물웃음이 넘나들어요. 태어나거나 죽거나 두 손은 빕니다. 누구나 빈손에 빈몸으로 떠나고 돌아와요. 나고죽는 수수께끼를 날마다 스스럼없이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가 늘 나누는 모든 말이 바로 삶인 줄 알아챌 테고, 누구나 스스로 펴는 말씨 그대로 살림씨를 일구고 삶씨를 맞이하며 사랑씨를 피우는 줄 깨닫습니다. 돈이 많기에 느긋하지 않습니다. 돈이 없기에 바쁘지 않습니다. 밤에 기꺼이 죽으면서 꿈을 새로 그리기에 느긋합니다. 아침에 기쁘게 태어나면서 꿈씨를 새로 심기에 즐겁습니다. 먼발치에서 글감을 안 찾으면 됩니다. 우리 삶이 다 다르게 글감입니다.


ㅍㄹㄴ


길 잃은 사람을 제외한 마을 사람들은 / 그가 길을 잃었다는 것을 / 안다 알고 지켜보고 걱정하고 관여하고 / 참견하고 간섭하고 괴롭힌다 가만히 두지 않아야 한다 (블랙박스 해체하기/12쪽)


죽었다는 말에 대해서 생각한다 / 한 번도 죽어본 적이 없어서 / 살아 숨쉬면서 그 말을 정의하려고 노력해본다 (미싱링크/107쪽)


+


《비극의 재료》(원성은, 교유서가, 2025)


함께 좋아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처럼 혼자서만 좋아하고 싶은 것도 있다

→ 함께 좋아하고 싶은 일이 있듯 혼자서만 좋아하고 싶은 일도 있다

→ 함께 좋아하고 싶기도 하듯 혼자서만 좋아하고 싶기도 하다

5쪽


태양을 맨눈으로 쳐다보면 앞이 캄캄해지니까

→ 해를 맨눈으로 쳐다보면 앞이 캄캄하니까

12쪽


장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 꽃찔레라는 이름과는 달리 아름답게 안 보인다

→ 꽃찔레라는 이름과는 달리 안 아름다워 보인다

14쪽


고유명사일까 일반명사일까

→ 홀이름일까 고루이름일까

→ 홑이름일까 두루이름일까

14쪽


결론은 아무튼 N분의 1일로 나눠 먹자는 뜻이야

→ 아무튼 나눠먹자는 뜻이야

→ 아무튼 나눠서 내자

→ 아무튼 도리기를 하자

18쪽


그걸 읽는 독자의 찡그림처럼

→ 읽는 사람이 찡그리듯

→ 읽으며 찡그리듯

→ 읽다가 찡그리는 사람처럼

22쪽


유통기한이 짧은 자의식을 가졌다 방치되어 잊히기에는 다급한 열망을 가졌다

→ 나를 잘 안 본다 팽개쳐서 잊힐까 서두른다

→ 나를 보는 틈이 짧다 내팽개쳐서 잊을까 조바심을 낸다

25쪽


새 한 마리가 아스팔트 위에 누워서 붉은 내장을 드러내놓고 죽은 장면을 목격했다

→ 새 한 마리가 길바닥에 누워서 붉은 속을 드러내놓고 죽은 모습을 보았다

→ 새 한 마리가 까만길에 누워서 붉은 배알을 드러내놓고서 죽었다

33쪽


폭우가 그렇게 좋았는지 온몸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 벼락비가 그렇게 반가운지 온몸으로 기뻐한다

→ 소나기가 그렇게 기쁜지 온몸으로 반긴다

49쪽


내 그림자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다가왔다

→ 그림자를 들여다보려고 다가온다

→ 그림자를 잘 보려고 다가온다

58쪽


누군가는 그것에 해체적이라고 누군가는 그것이 모던하다고 말한다

→ 누구는 풀어헤친다고 누구는 새롭다고 말한다

→ 누구는 찢는다고 누구는 산뜻하다고 말한다

→ 누구는 뜯는다고 누구는 반짝인다고 말한다

62쪽


비극의 구두점을 지뢰처럼 밟아 완성시키는 나의 눈사람

→ 몸서리를 쉬려고 펑 밟아 마무르는 이 눈사람

→ 눈물쉼꽃을 꽝 밟아서 맺는 이 눈사람

→ 동티를 마치려고 쾅 밟아 끝내는 눈사람

73쪽


그것이 검은 백조였다는 것을 안다

→ 그 새는 검은고니인 줄 안다

90쪽


양치류를 채집하는 소녀는

→ 민꽃풀을 모으는 아이는

→ 홀씨풀꽃을 담는 아이는

100쪽


우성과 열성은 일란성쌍둥이

→ 첫씨와 뒷씨는 나란둥이

→ 윗씨와 밑씨는 한둥이

→ 큰씨와 작은씨는 함둥이

→ 으뜸씨와 버금씨는 나란꽃

110쪽


난분분하게 흩어지는 모래알들

→ 흩어지는 모래알

→ 나풀거리는 모래알

→ 흐늘거리는 모래알

11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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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눈을 빛내고 있었어 문학동네 동시집 78
문신 지음, 임효영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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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1.30.

노래책시렁 534


《바람이 눈을 빛내고 있었어》

 문신 글

 임효영 그림

 문학동네

 2020.9.7.



  우리가 마음을 쓰는 길에 따라서 말을 스스로 바꿉니다. 겉으로 귀엽거나 예쁘게 꾸미려는 길에 마음을 쓰면, 말도 어느새 귀염귀염 꾸미고 예쁘게 씌우려고 합니다. 이러면서 말과 마음뿐 아니라 삶이 나란히 흔들립니다. 귀엽게 차려야 먹을 밥이 아니고, 예쁘게 차려야 입을 옷이 아니며, 예쁘게 꾸며야 살아갈 집이지 않습니다. 글과 말과 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쁘게 겉옷을 입힌들, 귀엽게 말을 꾸민들, 그냥 겉치레에 겉훑기로 그칩니다. 《바람이 눈을 빛내고 있었어》를 읽으면서 막상 ‘바람’이 ‘눈’을 어떻게 ‘빛’으로 흐르는지 느끼기 어렵습니다. ‘동시’라는 글을 ‘색동회 동심천사주의’마냥 그저 귀염귀염으로 꾸미면 된다고 잘못 여기는구나 싶습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이 온나라 모든 아이를 사납게 찍어누르면서 ‘꾸며쓰기·꾸며말하기’를 시키던 틀 그대로 옮기는 ‘동시’라면, 굳이 오늘아이한테 읽혀야 할 뜻이 없다고 느껴요. 지난날 ‘동심천사주의 동시’는 먼발치에서 하느작거리며 구경하며 노닥거리는 줄거리였다면, 오늘날 ‘동심천사주의 동시’는 모든 아이가 일찍부터 짝짓기를 해야 한다고 밀어붙이는 얼개입니다. 꿈씨가 없는 글쓰기라면 ‘글씨(글씨앗) 흉내’로 그치거나 맴돕니다. 아이는 손으로 뭘 해야 하고, 발로 어딜 디뎌야 할까요?


ㅍㄹㄴ


저녁에는 / 강가에 나가 볼까 해요 // 혹시 알아요? / 자전거를 세워 놓고 / 저녁 강가에 앉아 있던 / 조그마한 아이가 / 아주 멀리까지 나를 팔매질할지 (강가에 굴러떨어지는 돌멩이/17쪽)


좋아한다는 말 꿀꺽 삼켜 버렸던 / 횡단보도까지 말고 / 버스 정류장까지만 / 뒤로 / 뒤로 / 더 걸어 볼 거예요 (뒤로 걸으면/21쪽)


무엇보다도 / 선생님 말씀을 골똘하게 듣는 / 내 짝 수지 왼쪽 볼에 / 콩닥콩닥 / 조그맣게 볼우물이 생기는 시간 (열한 시/22쪽)


윤이가 좋다, 라고 / 놀이터 모래 위에 쓰는데 / 나비 한 마리 / 그걸 읽고는 / 팔랑 / 날아간다 / 나는 얼른 / 발로 쓱쓱 글자들을 지워 버렸다 (윤이가 좋다/43쪽)


겨울밤에는 / 참 / 궁금한 것도 많다 // 눈은 / 왜 / 도둑처럼 내리는지 // 바람은 / 왜 / 화살처럼 날아다니는지 (겨울밤/46쪽)


무심코 / 돌멩이 하나 걷어찼을 뿐인데 / 저녁 하늘에 / 쨍 / 구멍이 났다 (반달/95쪽)


+


《바람이 눈을 빛내고 있었어》(문신, 문학동네, 2020)


뭔가 지나간 것 같다면

→ 뭐가 지나간 듯하면

10쪽


열두 개나 되는 투명한 손가락을

→ 열둘이나 되는 맑은 손가락을

10쪽


그날이 자꾸만 기다려진다

→ 그날을 자꾸 기다린다

→ 그날을 자꾸자꾸 기다린다

16쪽


후― 하고 내쉬었던 한숨도

→ 후 하고 내쉬던 숨도

→ 후 하고 한숨을 쉬던

20쪽


하루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 오늘 하루 가장 즐거운 때

→ 이 하루에서 가장 반기는 때

23쪽


놀이터 모래 위에 쓰는데

→ 놀이터 모래에 쓰는데

→ 놀이터 모래밭에 쓰는데

43쪽


쓱쓱 글자들을 지워 버렸다

→ 쓱쓱 글을 지워버린다

→ 쓱쓱 글씨를 지워버린다

43쪽


양지쪽에 피었다

→ 볕달에 핀다

→ 볕자리에 핀다

66쪽


무심코 돌멩이 하나 걷어찼을 뿐인데

→ 문득 돌멩이 하나 걷어찼을 뿐인데

→ 그냥 돌멩이 하나 걷어찼을 뿐인데

95쪽


도서관에 얼마나 많은 늑대를 키우고 있는지 몰랐던 거예요

→ 책숲에 늑대를 얼마나 많이 키우는지 몰랐어요

10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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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볶음밥
이장근 지음, 손지희 그림 / 창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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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1.15.

노래책시렁 533


《칠판 볶음밥》

 이장근 글

 손지희 그림

 창비

 2015.12.1.



  어린이가 하는 말씨를 흉내내는 어른이 꽤 많습니다. 그럴 만합니다. 숱한 어린이는 아직 덜 물들었기에 마음껏 생각을 펴서 스스로 말을 짓고 엮고 빚고 짜고 추스르고 놀고 노래하거든요. 어린이가 마음에 생각나래를 달 적에는 띄어쓰기나 맞춤길을 아예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말 = 사투리’라 할 만합니다. 고장마다 다 다른 말씨인 사투리를 놓고서 어느 누구도 띄어쓰기나 맞춤길을 안 따져요. 저마다 삶으로 빚고 긷고 지은 마음을 소리로 옮기니 사투리이거든요. 《칠판 볶음밥》은 다 다른 뭇아이가 다 다르게 터뜨리는 마음을 곁에서 지켜보다가 문득문득 옮긴 듯싶습니다. 그러나 ‘어린이가 쓴 글’이 아닌 ‘어른이 쓰는 글’이라면 ‘귀담아들은 말’이 아닌, ‘어른으로서 들려주는 노래’로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어린이가 한 말은 그냥 ‘어린이글’로 내놓아야 맞습니다. 모든 아이가 다 다르게 사투리를 쓰는 줄 알아챌 수 있다면, 아이 아닌 어른이란 몸으로도 늘 즐겁게 ‘나다운 말소리와 말빛’으로 스스럼없이 사투리를 쏟아내면 됩니다. 사투리가 아닌 꾸밈말을 넣으려 하면 뒤엉킵니다. 어린이가 띄어쓰기도 맞춤길도 아랑곳하지 않듯, 어른도 ‘표준말’이나 ‘좋은글’이나 ‘문학’이란 껍데기를 벗어야지요.


ㅍㄹㄴ


칠판이 / 커다란 철판이었으면 좋겠다 / 그럼 우리 반 친구들 / 모두 먹을 수 있는 / 볶음밥을 할 수 있겠지 (칠판 볶음밥/14쪽)


다희야 / 내가 너한테 왜 / 거울을 선물했는지 아니? // 너에게 보내는 영태의 / 눈빛 / 말 / 웃음 / 나한테 반사해 줘라 // 너는 영태한테 / 별로 관심도 없잖아 (거울 선물/25쪽)


청소하다가 덥다며 / 잠바를 벗는 선생님 / 때가 묻는다며 / 잠바를 뒤집어서 / 의자에 걸쳐 놓는다 / 속이 겉이 된 잠바 / 속은 더러워져도 되는 걸까 / 겉보다 속이 중요하다고 /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하면서 / 쯧쯧쯧 선생님 속이 궁금하다 (속이 궁금하다/35쪽)


+


《칠판 볶음밥》(이장근 , 창비, 2015)


하지만 좋아하면 자기도 모르게 자꾸 하게 되잖아요

→ 그런데 좋아하면 저도 모르게 자꾸 하잖아요

4쪽


레이다처럼 눈동자를 굴린다

→ 더듬이처럼 눈알을 굴린다

→ 이리저리 눈알을 굴린다

12쪽


이번이 마지막이다 실패하면 모든 게 끝이다 우주의 기를 모아

→ 이제 미자막이다 안되면 모두 끝이다 온기운을 모아

→ 이제 미자막이다 망치면 모두 끝이다 온빛을 모아

26쪽


몸살 괴물에게 혼나는 걸까

→ 몸살깨비가 꾸중을 할까

→ 몸살깨비가 다그칠까

58쪽


가로선 위에 세로선 하나 그으면

→ 가로금에 세로금 하나 그으면

→ 가로에 세로 하나 그으면

7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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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차차 손수레 브로콜리숲 동시집 10
차영미 지음, 나다정 그림 / 브로콜리숲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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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1.15.

노래책시렁 532


《으라차차 손수레》

 차영미 글

 나다정 그림

 브로콜리숲

 2020.6.10.



  누구나 모든 삶은 노래입니다. 그저 노래인 줄 못 느낄 뿐이고, 노래로 느낄 틈이 밭기만 합니다. 활짝 날개를 펴는 웃음노래가 있고, 어깨가 축 처지는 눈물노래가 있습니다. 그냥그냥 그렇구나 싶은 그냥노래가 있고, 아무것도 모르겠구나 싶은 몰라노래가 있어요. 허둥지둥 바빠노래가 있을 테고, 멍하니 느릿노래가 있습니다. 어느 노래이든 안 대수롭습니다. 늘 바로 이곳에서 마주하는 삶을 고스란히 옮기기에 노래입니다. 《으라차차 손수레》는 조그맣게 마주하는 하루를 언뜻선뜻 담는 듯하면서도 자꾸 겉옷을 씌우는구나 싶습니다. 굳이 글치레를 할수록 글맛이 사라질 뿐 아니라, 애써 겉으로 꾸미려 할수록 삶결하고 멀게 마련입니다. 어린이하고 나눌 노래라면 뭉뚱그리지 않으면서 삶자락을 하나하나 짚을 노릇입니다. 언제 어떻게 왜 어쩌다가 넘어져서 울었는지, 눈물을 얼마나 쏟았는지 고스란히 적으면 돼요. 눈이 드문 겨울이 있고 눈이 잦은 겨울이 있습니다. 날씨가 왜 바뀔는지 함께 헤아릴 노릇입니다. 이미 나온 다른 분 노래를 살짝 따오는 듯한 글을 쓸 까닭이 없습니다. 삶이라는 살을 가만히 붙일 때라야 비로소 노래로 깨어납니다.


ㅍㄹㄴ


지난날 / 울었던 / 내 눈물도 / 쪼끔 / 들어 있겠다. (바닷물/33쪽)


작년에도 / 올해도 / 눈이 안 왔다. // 가방 / 가득가득 / 눈을 넣고 // 눈사람들이 모두 / 저 먼 곳으로 / 여행을 갔나 보다. (눈사람/37쪽)


우릴 보고 / 반갑다고 / 참 반갑다고 // 양지꽃 / 양지꽃이 / 함빡 웃네. // 누렁이 묻은 / 그 언덕 / 그 자리 // 자꾸 피네. / 양지꽃 / 양지꽃이 (자꾸 피네, 양지꽃이/80쪽)


+


《으라차차 손수레》(차영미, 브로콜리숲, 2020)


할머니 생각이 점점 커지는 모양이다

→ 할머니를 자꾸자꾸 떠올리는 듯싶다

→ 할머니가 또또 떠오르는 듯하다

→ 할머니를 더더욱 그리는 듯하다

16쪽


책갈피 속에 갇혀 있던 네잎클로버

→ 책갈피에 갇힌 네잎토끼풀

30쪽


슈퍼 아줌마가 이 꽃씨 봉투 속에

→ 가게 아줌마가 이 꽃씨 자루에

5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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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모악시인선 19
박태건 지음 / 모악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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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1.9.

노래책시렁 531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박태건

 모악

 2020.8.31.



  새도 벌레도 노래하지만, 쥐도 뱀도 노래합니다. 사람과 다르게 소리를 내고, 가락을 입히며, 하루를 살아가는 숨결이 흐릅니다. 눈을 감고서 바라보면 구름빛을 느끼면서 바람가락을 알아채고 볕살마다 출렁이는 이야기를 느낄 만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큰고장 부릉부릉 왁자지껄한 길거리도 노래판입니다. 매캐하게 일어날 뿐 아니라, 들숲메바다를 몽땅 잊은 서울도 시끌시끌한 쿵쿵질로 노래입니다.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를 읽는데, 젖고랑을 지난다는 땀방울을 구경한다든지, 경주 현대호텔에서 보임틀을 쳐다본다든지, 냇가에서 메기를 굽는다든지, 어쩐지 별나라 삶 같습니다. 손수 토란대를 삶아서 다듬는 손길이 아니고, 몸소 메기랑 멧골에서 헤엄치는 삶길이 아니고, 부채나무(은행나무)하고 한마음으로 어울리는 가락이 아닌 채 구경하는 붓끝이 휘날리는구나 싶습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모든 삶은 글로 담아서 가락을 입힐 수 있습니다. 이때에 가만히 짚을 수 있기를 바라요. 그냥그냥 모든 소리를 슬쩍 매만져서 ‘시’라고 내놓는지, 아니면 온몸으로 푸른땀빛으로 일구는 하루를 고스란히 옮겨서 ‘노래’로 부르는지, 이제는 처음부터 다시 헤아릴 때라고 봅니다.


ㅍㄹㄴ


은행나무는 트럼펫을 품었다 참새 떼가 날아간 자리 젖은 글씨로 번진다 먼 하늘을 건너온 한 사내가 접을 붙이기 위해 가지를 자른다 가지가 잘릴 때마다 사내가 디디고 선, 한 뼘 하늘이 흔들린다 (트럼펫 나무/38쪽)


여자가 마루에 앉아 토란대를 다듬는다 / 늘어진 메리야스를 입은 여자처럼 // 푹, 삶은 토란대가 벗겨질 때마다 / 여자의 목덜미에 땀이 흐른다 // 젖고랑을 지나 아랫배에 살집으로 스미는 기억이 / 길을 찾아가는 여름밤 (토란대/42쪽)


경주 현대호텔 722호 욕조에서 나는 왕가의 사생활이 궁금해졌다. 거실의 TV는 오호츠크 해에서 발달한 기단을 타고 아무르 강을 건너는 중이다 (호텔 욕조에서의 명상/54쪽)


강가에서 메기를 굽는다 / 메기는 돌 모서리마다 몸을 비벼대느라 / 비늘이 없다 / 누군가 숯불을 피우는지 / 비늘 속처럼 환한 저녁 놀 / 가족을 부르는 소리, 강물 위로 성긴 그물을 편다 (메기 굽는 저녁/72쪽)


+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박태건, 모악, 2020)


빗방울처럼 외로워질 것이니

→ 빗방울처럼 외로울 테니

25쪽


콧노래를 불렀다 리드미컬하게

→ 콧노래를 불렀다 가볍게

→ 콧노래를 불렀다 신나게

→ 콧노래를 불렀다 구성지게

34쪽


송화가루 날리면

→ 솔꽃가루 날리면

41쪽


캄캄한 말들이 달려온다

→ 캄캄한 말이 달려온다

51쪽


빛의 환이 그려진다

→ 빛고리를 그린다

→ 빛가락지를 그린다

→ 빛이 둥글다

→ 빛이 동그랗다

68쪽


지금의 나와 이십 년 전의 내가 이열종대로 광주 간다

→ 오늘 나와 스무 해 앞선 내가 두줄로 광주 간다

6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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