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307. 2017.5.22. 겉절이 어느새
곁님은 내가 겉절이를 담갔다는 얘기를 듣고서도 나흘이 되어서야 “겉절이 담갔다면서요? 어디에 있어요?” 하고 물었다. 겉절이를 담그던 날 깍두기를 함께 담았고, 이래저래 힘을 많이 쓴 탓에 사흘쯤 밥상에 겉절이 그릇을 올리지도 못한 채 지냈다. 겉절이를 담그고서 나흘째에야 비로소 반찬통을 밥상에 올리는데, 곁님하고 큰아이가 반찬통 하나에 소복하던 겉절이를 말끔히 비우고, 다른 반찬통 하나에 있던 겉절이도 제법 비운다. 하기는. 겉절이를 담근 나 스스로 코로 맡은 냄새만으로도 ‘어쩜 나는 겉절이에 깍두기에 온갖 김치를 이렇게 잘 담그지?’ 하고 생각했다. 다만, 지난해에 간을 잘못 맞추어 몽땅 버리고 만 갓김치가 있으니 섣불리 ‘김치 잘 담근다’고 말할 수는 없지. 올해에는 지난해 일을 아직 마음으로 씻지 못해서 갓김치를 안 담그고 봄을 지나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밥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