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숲집놀이터 292. 한자



한자를 써야 하는가? 한자를 안 써야 하는가? 요사이는 이렇게 묻는 사람은 드문데, 써야 할 자리라면 쓰고, 안 써야 할 자리라면 안 쓰면 된다. 아무 데에나 쓸 한자가 아니다. 아무렇게나 쓸 한자이지도 않다. 나라에서 쓰는 낱말에 한자말이 많기에 한자를 써야 할 까닭이 없다. 우리는 이 나라에 깃든 몸이되, 우리가 살아가는 바탕은 집(보금자리)이요 마을이다. 집에서 사랑으로 살아가는 아이는 “한자냐 아니냐”가 아닌 “사랑을 담는 말이냐 아니냐”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 우리가 입으로 말을 할 적에는 오직 ‘소리’로 낱말을 가눈다. 한자이건 영어이건 우리말이건, ‘소리’로 알아들어야 비로소 ‘말’을 듣고 배우고 익힌다. ‘소리’를 못 알아들으면 아무 말을 못 듣고 못 배우고 못 익힌다. 한글로 ‘비행’이라 적거나 소리를 낼 적에 어떤 ‘비행’인지 모르겠지. ‘비행기·비행청소년’에 깃든 한자가 다르다. 소리만으로는 ‘비행’을 못 가린다. 그러면 어떻게 말해야 알아들으면서 배울 만할까? ‘날다·궂다’를 들려줄 노릇이다. 모든 말은 ‘귀’로 듣고 마음에 담는 길을 밑바탕으로 삼는다. 말부터 말답게 살핀 뒤에라야 비로소 ‘글’로 넘어간다. ‘날다’하고 ‘궂다’는 어떻게 태어난 우리말인지 밑동을 차근차근 풀면서 이야기로 들려주어야 아이어른이 나란히 말결과 말씨와 말빛을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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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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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숲집놀이터 291. 쓰레기



담배를 태우고서 길바닥에 슥 던지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읍내에서도 마을에서도 길에서도 똑같다. 어떤 이는 옆집에 대고 쓰레기를 슬쩍 버린다. 이제 시골에서는 비닐·스티로폼·농약병…… 따위를 마을 앞에 갖다 놓기만 해도 다 가져가 주는데, 이녁 마당에서 이 모두를 태우다가 옆집으로 훨훨 날리기 일쑤이고, 그 집에서 구르던 쓰레기가 옆집으로 날아들며, 때로는 부러 옆집으로 휙휙 던지기도 한다. 시골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이렇게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겠지. 면소재지·읍내 어린이하고 푸름이까지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더라. 깡통을 일부러 뻥 차서 굴린다거나 냇물에 던지는 꼴을 보고서 “아이들아, 여기는 너희 집이고 마을하고 같아. 너희가 이렇게 깨고 버리는 쓰레기는 너희 마당을 더럽히는 일하고 같아.” 하고 타이르거나 “네가 버린 쓰레기는 네 손으로 주워서 쓰레기통에다가 넣으렴.” 하고 알려주면, 이 아이들은 눈앞에서는 다시 줍다가 몇 걸음 가다가 휙 다시 버리고 달아난다. 어느 집만 바보스럽지 않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둘레 어른이 하는 짓을 고스란히 보고 자라며 따라하니, 이 모든 시골아이가 나란히 바보스럽다. 아무렇게나 태우거나 굴리든, 또 이웃집이라는 생각조차 없이 그저 아무 데나 휙휙 버리든, 그들은 그들 마음을 더럽히고 그들 손을 더럽히며 그들 삶과 삶터까지 더럽힌다. 나야 이 쓰레기를 차곡차곡 주워서 ‘제대로 치우면’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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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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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숲집놀이터 290. 티처스



곧잘 〈티처스〉를 챙겨서 본다. 〈티처스〉에 나오는 아이하고 어버이가 집에서 어떻게 어울리면서 하루를 누리는지 지켜본다. 이 풀그림에는 으레 ‘서울에 있는 대학교’나 ‘서울에 있는 의대’를 바라는 아이어른이 나오는데, 포근하면서 상냥한 집안이 더러 있으나, 웬만한 집은 안 포근하고 안 상냥하구나 싶더라. 억지로 밀어붙이는 집이 많고, 아이도 억지로 어느 높은 곳에 이르러야 한다고 여기고 만다. 어느 날 곁님이 문득 말한다. “〈티처스〉에 나오는 아이들은 앞선 〈티처스〉를 안 보나 봐. 앞선 〈티처스〉를 보면 저랑 똑같은 사람이 이미 수두룩하게 나왔는데, 앞선 〈티처스〉만 보았어도 굳이 일타강사한테 도와주기를 바랄 까닭이 없이 스스로 무엇이 어긋났거나 엉성한지 알아차릴 텐데.” 이 말을 곰곰이 새겨 본다. 참말로 숱한 중고등학교 푸름이는 비슷비슷하다. 비슷비슷하게 ‘나읽기’를 못 하거나 안 하거나 등진다. 너무 바쁘게 셈겨룸(입시공부)만 한다. ‘나읽기’를 헤아릴 “느긋이 책읽기”를 하는 푸름이를 여태 하나도 못 본다. 〈티처스〉에 나오는 푸름이뿐 아니라, 온나라 웬만한 푸름이도 매한가지이지 않을까? ‘구태여 대학교에 안 가면서 내 꿈을 이루는 길을 걷겠어’ 같은 다짐을 하는 푸름이는 얼마나 있을까? ‘나읽기’를 하면서 홀가분히 호젓이 살림길을 걷는 푸름이를 눈여겨보거나 지켜보는 어른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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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숲집놀이터 289. 경력단절



숱한 엄마는 ‘경력단절’을 걱정한다. 애써 오래도록 배움터랑 일터를 다녔으나, 아기를 낳느라 그만 일터를 쉬면서 ‘예전 배움터에서 익힌 길’을 써먹지 못 하고 잊어버린다며 걱정을 한다. 그러나 아기를 낳아서 하루하루 무엇을 배우고 익히면서 새롭게 피어나고 거듭나고 깨어나는지 으레 놓치는 듯싶다. 아기는 엄마아빠한테 따로 나뉜 씨앗으로 흐르다가 엄마몸에서 열 달을 고이 자면서 자란다. 아기라는 몸을 입으려고 ‘두 씨앗’에서 ‘한 씨앗’으로 바뀌고, ‘한 씨앗’이던 몸을 내려놓고서 ‘아기’로 나아간다. 열 달이 지난 뒤에는 ‘아늑한 엄마몸’을 떠나서 밖으로 나온다. 갓 태어난 뒤로는 젖을 빨다가 젖떼기밥으로 건너가고, 이내 목을 가누고 뒤집고 기고 선 끝에 걸음마를 뗀다. 바야흐로 모든 나날이 ‘옛길을 끊고서 새로 나아가는 하루’이다. 온누리 어느 곳에서도 “사랑으로 아기를 품어서 돌보는 살림”을 못 가르친다. 엄마하고 아빠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받는 두 사람은 저마다 보금자리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랑으로 짓는 숲빛살림”을 깨달을 수 있다. 이 살림을 깨닫고 익히려면 ‘옛길은 다 내려놓아’야 한다. 이제 ‘아줌마·아저씨’라는 이름으로 바뀐 ‘엄마·아빠’는 아주 마땅히 옛날하고 다르다. 이제 두 사람은 서로 다르게 ‘일멎이(경력단절)’에서 ‘일꾼·살림꾼’으로 피어났다. 그래서 ‘아줌마·아저씨’는 일터도 마을도 나라도 아름답게 사랑으로 가꿀 줄 아는 눈길과 손길과 발걸음으로 자라난 ‘어른’으로 선다. ‘아줌마·아저씨’는 아주 빠르게 새일과 새길을 익힐 줄 안다. ‘아줌마·아저씨’는 낯선 일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면서 웃고 노래하며 일할 줄 안다. 왜 이럴 수 있겠는가? 바로 아기를 맞이하는 ‘일멎이(경력단절)’를 열 해나 스무 해나 서른 해를 겪었거든. ‘아줌마·아저씨’는 “아기를 낳아서 돌본 눈부신 새일·새길(경력)을 갈고닦은” 터라, 오히려 누구보다도 일을 훨씬 잘 하거나 한결 알뜰살뜰 여미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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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2024.3.16.

숲집놀이터 288. 버스삯



1982년에 인천에서 어린배움터에 들어가는데, 집하고 배움터 사이가 어린이한테 꽤 멀었다. 어른으로서도 짧은 길은 아니다. 더구나 집하고 배움터 사이에 빠른길(경인고속도로) 들머리에 뱃나루(무역항)가 있어 어마어마한 짐차가 늘 내달렸다. 또한 매캐하고 고약한 김(배기가스)을 내뿜는 뚝딱터가 가깝고, 이 옆으로는 색시집(옐로우하우스)이 있으며, 요 옆으로는 연탄공장하고 삼화고속 버스터가 있고, 이 곁으로는 기찻길(수인선)이 가로지르기에, 그야말로 어린이가 걸어서 오가기에는 사나웠다. 아, 군부대까지 한 곳 있었네. 어머니는 한숨을 쉬면서 “어쩜 이런 길에 아이가 다니라고 하니?” 하면서 “제발 버스 타고 다녀라.” 하면서 120(60원 + 60원)원을 꼬박꼬박 주셨다. 나는 사납길을 늘 걸었다. 어머니는 내가 사납길을 걸어다니는 줄 알면서도 여섯 해 내내 길삯을 주셨고, 난 이 길삯을 모아서 만화책과 나래꽃(우표)을 샀다. 벌써 열 해쯤 앞서부터 전남 고흥은 어린이 길삯이 50원이다. 순천은 2018년부터 100원이다. 곰곰이 보면 버스도 전철도 누구나 그냥 타라고 할 만하다. 시골 할매할배는 아흔 살이어도 길삯을 온돈으로 치르는데, ‘버스회사에 지원금을 주지 말고, 그냥 모든 버스일꾼·택시일꾼·기차일꾼을 나라일꾼(공무원)으로 삼는’ 길이 나라돈을 훨씬 아끼리라. 눈먼 보탬돈(보조금)을 챙기는 이들이 너무 많다. ‘전기차 보탬돈’을 주어야 할 까닭이 없다. 어린이와 어른을 나란히 헤아리는 나라라면, 어떤 길을 걸어야 할는지 아주 또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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