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채의 집 4
빗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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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15.

책으로 삶읽기 1015


《극채의 집 4》

 빗케

 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2.5.15.



온누리 모든 아이들은 다르게 빛난다. 살아서 움직이고, 밥이나 물을 먹고, 바람을 마시고, 해를 쬐고, 잠이 들고, 뛰고 달리고 놀고, 쉬고 바라보고 생각하는, 모든 아이는 다 다르게 빛난다. 모든 어른도 아기로 태어나서 아이로 자랐기에 빛나게 마련인데, 어쩐지 빛나는 삶보다는 빛바래는 삶으로 기울려고 하는 분이 많다. 스스로 하루하루 꿈을 그리면서 사랑을 속삭이기에 ‘빛’이요, 스스로 아무런 꿈을 안 그리면서 사랑하고 등진 채 미움·싫음·좋아함에 얽매이기에 ‘빚’이다. 《극채의 집 4》을 돌아본다. 얼핏 보면 “빛나는 머리카락”을 타고난 아이들이 어느 절집에 머물면서 머리카락을 물감으로 내놓는 어린날을 보낸다는 줄거리이다. 그야말로 언뜻 보면 “아이들 머리카락이 빛난다”고 여길 테지만, 곰곰이 보면 “머리카락이 아닌 아이들 숨결이 빛난다”고 해야 맞고, 머리카락이 아닌 숨결을 바라볼 수 있을 적에 비로소 ‘어른’으로 서는 얼거리라고 할 만하다. 오늘 우리는 스스로 어떤 곳을 바라보려나? 우리는 서로 어떤 몸이나 모습이나 마음을 바라보려고 하는가?


ㅍㄹㄴ


‘앞으로 언젠가 내가 죽어도 내 검은색은 남는 걸까? 그렇다면 굉장한 거 아니야?’ (72쪽)


‘엄마한테 묻고 싶은 것도 얘기하고 싶은 것도 잔뜩 있다. 작은 그림엽서에는 다 쓰지 못할 만큼.’ (85쪽)


“주말에 식사를 준비해 주는 승려님이 있어서 매일 요리를 하진 않지만, 앞머리 정도는 직접 다듬을 때도 있고, 주변 청소나 간단한 빨래 같은 것도 직접 해요. 우리는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 아니에요.” (95쪽)


‘꽃처럼 웃는다는 건 바로 이런 걸 말하는 거구나. 꽃봉오리가 벌어져서 꽃이 피운 것 같은.’ (121쪽)


+


《극채의 집 4》(빗케/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2)


꼭 입안이 폭발하는 것 같아

→ 꼭 입에서 터지는 듯해

22쪽


여분으로 한 장 더 사왔는데

→ 한 자락 더 사왔는데

60쪽


주말에 식사를 준비해 주는 승려님이 있어서 매일 요리를 하진 않지만

→ 이레끝에 밥을 챙겨 주는 스님이 있어서 늘 밥을 짓진 않지만

→ 끝이레에 밥을 살펴주는 스님이 있어서 날마다 밥을 하진 않지만

95쪽


언젠가 열의가 전해질 거라고 믿었다

→ 언젠가 땀방울이 스미리라 믿었다

→ 언젠가 불꽃이 퍼지리라 믿었다

16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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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외 프린세스 7 - 완결
아이다 나츠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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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15.

책으로 삶읽기 1014


《권외 프린세스 7》

 아이다 나츠미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5.4.15.



앞서가는 길을 펼치는구나 싶은 분이라면, 언제나 가장 오랜 살림길을 차분히 잇는다고 느낀다. 모든 새로운 길이란 언제나 길이길이 이은 씨앗 한 톨이지 싶다. 모든 새싹은 가장 오래된 숨빛을 품은 씨앗이 흙에 가만히 깃들어야 깨어나서 돋아나니까. 《권외 프린세스》는 일곱걸음으로 맺는다. 스스로 남하고 나를 맞대면서 “난 못생기고 못났어!” 하고 여기던 마음을 어떻게 풀고 맺어서 눈을 뜰 수 있는가 하고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남’이 아닌 ‘나’를 보면서, ‘남’ 눈치가 아닌 ‘너’라는 숨빛을 보고, ‘나’랑 ‘너’로 이룰 ‘우리’를 그릴 적에 비로서 둘은 한마음이자 한넋으로 빛난다. 나를 제대로 보려 하지 않기에 자꾸 “‘남’ 눈치”에 얽매이고 “남이 하는 모습”을 뒤좇으려고 한다.


내가 나로 설 적에는 내 겉모습은 그저 내가 이곳에서 살며 배우고 익힐 길을 밝히는 옷인 줄 알 수 있다. 내가 나로 서지 않기에 “남이 이뻐하는 모습으로 고쳐야 한다”고 여긴다. 이때에는 우리 몸을 뜯어고치더라도 눈치보기를 끝내지 못 한다. 더욱이 몸을 뜯어고치고 나면 자꾸자꾸 더 뜯어고칠 수밖에 없고, 마침내 속빛이라는 넋은 잊은 채 겉껍데기에 얽매이고 마니, 나도 너도 한마음으로 만나는 길하고는 더더욱 멀 뿐이다.


기쁘기에 웃는다. 슬프기에 눈물에 젖는다. 웃는 하루를 맞이하고, 우는 오늘을 돌아본다. 삶에는 기쁨슬픔이 나란하다. 웃음눈물이 흐르면서 서로 새롭게 마주하면서 다시 이 길을 걸을 수 있다.


ㅍㄹㄴ


‘내가 토해낸 마음이 분명 뭔가를 움직인 거야.’ (11쪽)


“해가 질 때까지 여기서 차 소리, 바람 소리를 듣고, 때로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했었어.” (16쪽)


‘쿠니마츠와의 사랑이 끝난 이후, 난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성공했을까?’ (55쪽)


“너의 모든 다양한 문제로 그 애는 수도 없이 고민했어! 몇 번이나 울었고! 그런데도 좋대! 그 마음 외에 또 뭐가 필요한데? 아무리 부탁하고, 좋아해도, 닿지 않는 사랑도 있어! 너희는 그렇지도 않잖아!” (123쪽)


‘카나타에게 처음 안겼을 때, 처음으로 내가 필요한 사람이 될 것 같았어. 난 분명 카나타에게서 내 모습을 본 거야. 연애니 남친이니 개나 주라고 생각했던, 그무렵의 내 모습을.’ (150쪽)


#圈外プリンセス #


+


《권외 프린세스 7》(아이다 나츠미/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5)


내가 토해낸 마음이 분명 뭔가를 움직인 거야

→ 내가 뱉어낸 마음이 바로 무엇을 움직였어

→ 내가 내놓은 마음이 냉큼 뭘 움직였어

11쪽


신변정리를 하기로 했나 봐

→ 갈무리를 하기로 했나 봐

→ 짐갈망을 하기로 했나 봐

82쪽


그렇게 죽상 짓지 마

→ 그렇게 죽낯 짓지 마

→ 죽을낯 좀 짓지 마

83쪽


속죄의 뜻으로 하나쯤은 좋은 일을 하고 싶었는데

→ 뉘우치는 뜻으로 하나쯤은 착한 일 하고 싶었는데

→ 비는 뜻으로 하나쯤은 착한 일을 하고 싶었는데

8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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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1
마츠무시 아라레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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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10.

만화책시렁 741


《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1》

 마츠무시 아라레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5.2.28.



  부엌칼을 안 갈고서 그냥그냥 쓰면 닳아서 잘 들지 않습니다. 밥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날마다 칼을 갈 뿐 아니라, 틈을 내어 칼날을 벼립니다. 우리 손톱은 늘 새로 돋고, 머리카락이며 살갗이며 모든 낱(세포)은 늘 새로 나거나 자랍니다. 몸이건 살림이건 늘 들여다보고 헤아리고 살필 적에 언제나 튼튼하면서 알맞게 다룰 수 있어요. 두바퀴(자전거)를 달리는 분이라면, 두바퀴가 멀쩡한지 늘 들여다볼 노릇입니다. 바퀴는 잘 구르거나 바람이 알맞은지, 멈추개는 너무 닳지 않았는지, 톱니는 잘 맞물리는지, 이모저모 살피고서 달릴 노릇입니다. 《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1》를 읽습니다. 두바퀴집에서 일하는 젊은이하고, 여느 일터를 오가며 바쁜 젊은이가 나옵니다. 둘 다 젊습니다. 다만 일터순이는 몇 살 누나입니다. 일터를 두바퀴로 오가는 젊은순이는 “날마다 타는 두바퀴”이지만 어디가 망가지거나 멀쩡하거나 뒤틀렸는지 하나도 모릅니다. 두바퀴를 안 배운 탓이라기보다 두바퀴에 마음을 안 쓴 탓이에요. 두바퀴집 젊은돌이는 두바퀴가 구르는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망가지거나 뒤틀렸는지 알아요. 늘 지켜보고 살펴보거든요. 우리는 우리 삶을 스스로 얼마나 들여다볼까요? 우리는 이 삶터와 내 마음을 얼마나 살필까요? 살피지 않으니 멍들다가 곪고 앓아눕습니다. 살피기에 스스로 돌보며 스스로 빛납니다.


ㅍㄹㄴ


“당신, 브레이크 시끄러우니까 자전거집에 수리 맡겨라.” (12쪽)


“등 안 키고 다니면 벌금 맞는다. 브레이크도 안 고쳤제? 우리 집으로 가져온나.” (27쪽)


‘회삭 자린 왜 배불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누가 상대해 주길 바란다면 룸살롱이라도 가든가∼!’ (32쪽)


“이제 괜찮아요, 나. 료헤이 군이 화내준 덕에,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87쪽)


#自転車屋さんの高橋くん  #松虫あられ 


+


《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1》(마츠무시 아라레/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5)


2탄, 3탄은 본인이 알아서 봐라

→ 둘째, 셋째는 스스로 알아서 봐라

42쪽


저 같은 놈은 그냥 없는 존재로 생각해 주세요

→ 저 같은 놈은 그냥 없다고 여겨 주세요

→ 저는 그냥 없는 놈으로 봐주세요

56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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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일기 1 탈코일기 1
작가1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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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9.

만화책시렁 740


《탈코일기 1》

 작가 1

 북로그컴퍼니

 2019.2.26.



  《탈코일기》를 읽었다. 그린이는 후련할까? 후련하다고 여길 만큼 이 나라가 비뚤고 뒤틀렸다는 뜻일 텐데, 사내를 모조리 후려치고 휘두르고 찔러죽이고 때려죽이면 될까?


  《탈코일기》를 읽으면, ‘놈(사내)’이 싫다면서 ‘놈’하고 똑같은 머리카락에 옷에 몸매로 가려고 한다. “놈이 누리는 힘맛”을 보면서 “놈이 여태 뭇사람을 후리고 괴롭혔듯, 똑같이 놈을 후리고 괴롭히면, 이 나라가 아름답게 바로잡히거나 일어설” 수 있다고 여기는구나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쌈박질에 밉질에 앙갚음으로 가득하다.


  죽음을 앞두고 드러누워서 말도 못 하고 눈도 못 뜨는 늙은 아버지 얼굴에 침을 퉤 뱉는 일이 ‘기뻐서 비웃음이 나올’ 만한 일인가? 길거리에 담배를 꼬나물고 길바닥에 침을 퉤퉤 갈기는 얼뜬 젊은사내한테야말로 침을 뱉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 힘이 없는 늙은네한테 침을 갈긴들 무엇이 바뀌는가? 오히려 더 밉질(혐오)이 불거질 뿐이다. 길거리에서 거친말을 일삼으면서 삥을 뜯는 얼뜬 사내들한테 침을 갈기면서 ‘갚아’ 줄 노릇이다.


  안 쉬울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침을 뱉지 말자. 드러누운 늙은이한테든, 길거리에서 바보짓을 일삼는 젊은사내와 술에 전 아재들한테 거친말을 해준들, 그들은 한 마디도 안 듣는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나 바보인 줄 그자리에서 바로바로 말해 주어야 한다.


  이름은 ‘탈코르셋’이지만, 정작 속내는 ‘가부장권력마초라는 탈을 쓰기’인 《탈코일기》라고 느낀다. ‘마초’처럼 머리카락을 짧게 치고서 주먹질(복싱)을 배우고, 힘없는 늙은네한테 침을 뱉는 짓이란, 그냥 ‘마초’일 뿐, 터럭만큼도 ‘페미니즘’일 수 없다. 더욱이 가만히 있는 사내한테 칼을 휘두르고 마구마구 쑤셔대어 피범벅으로 죽이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여성해방’이나 ‘성평등’일 수도 없다. 그저 쌈박질이다. 그저 불길(분노·혐오)일 뿐이다.


  온누리 모든 얼뜨기와 바보를 칼로 찔러서 죽이고, 주먹으로 두들겨패서 죽이면 무엇이 남을까? 얼뜨기가 아닌 사내는, 바보가 아닌 사내는, ‘쌈박질 가시내’나 ‘주먹질 가시내’나 ‘침뱉는 가시내’하고 살림을 지으면서 살아가고 싶을까?


  가시내 눈으로 보아도 ‘쌈박질 사내’나 ‘주먹질 사내’나 ‘침뱉는 사내’하고 같이 살아가고플 수 없다. 사내 눈으로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어린이와 푸름이 눈으로 보면 더더욱 똑같이 바보스럽고 얼뜬 굴레일 뿐이다.


ㅍㄹㄴ


‘솔직히 불편하다. 내가 어떻게 벗은 코르셋인데. 내가 어떻게 유지하는 탈코르셋인데, 내가 이걸 어떤 심정으로 벗었는데, 어떤 마음으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화장품을 부쉈는데, 내가 왜 탈코를 …….” (57쪽)


“여기가 A 정거장 맞아?” “네, 맞아요(아님).” (71쪽)


“욕 먹어도 괜찮아요. 한귀로 흘리세요. 그 사람보다 우월하고 완벽한 나에 취해서 천대하듯 지적하는 거 아니잖아요. 적어도 그 사람보다는 뭔가를 더 깨달았고, 그 깨달음이 충분히 담론의 가치가 있다 생각해서 말을 꺼낸 거잖아요. 그냥 차단당하면 속상한 게 당연하죠.” (247쪽)


+


《탈코일기 1》(작가 1, 북로그컴퍼니, 2019)


우선 탈코르셋을 했지만 그걸 커밍아웃하기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서로 독려하기 위해 창작된 만화입니다

→ 먼저 사슬을 벗었지만 이를 밝히기 힘든 사람들을 다독이고 서로 북돋우려고 그렸습니다

→ 무엇보다 굴레를 벗었지만 이를 보이기 힘든 사람들을 달래고 서로 힘내려고 그렸습니다

4쪽


지금 누워 있는 이 남자는 나의 부친이다

→ 여기 누운 이 사내는 우리 아버지이다

102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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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훔치는 자는 2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소라 카케루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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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4.

책으로 삶읽기 1012


《이 책을 훔치는 자는 2》

 후카미도리 노와키 글

 소라 카케루 그림

 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4.9.15.



《이 책을 훔치는 자는 2》(후카미도리 노와키·소라 카케루/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4)을 읽었고, 석걸음을 마저 읽었다. 살짝 싱겁게 끝난 듯싶기도 하고, 서둘러 맺으려 한 듯싶기도 하다. 아무튼, 바늘도둑도 도둑이고 소도둑도 도둑이고 책도둑도 도둑이다. 무엇을 훔치든 똑같이 ‘훔침질’이다. 무엇을 훔치든 값을 달게 받을 노릇이다. 갈수록 사람들이 책을 덜 읽거나 안 읽는다고 여기는데, 집에서조차 손전화에 보임틀이 번쩍거리는데 누가 책을 읽고 싶겠는가? 집부터 손전화와 보임틀을 치우고서 마당에 앉아서 해바라기와 새바라기를 하면서 밭살림을 지으면, 손전화·보임틀을 쓰더라도 알맞게 다룰 뿐 아니라 책을 손에 쥘 수 있다. 밭살림을 하되 새바라기를 안 하는 분은 책을 안 읽는다고 느낀다. 새바라기를 안 하면 벌나비를 바라보지 않고, 들꽃을 안 바라보며, 개구리도 지네도 뱀도 거미도 그냥 다 미워하기만 한다. 새바라기를 할 적에는 새가 사람살이하고 살가이 얽힌 대목을 하나하나 읽고 느끼는 터라, 땅과 하늘이 맞닿는 길을 읽게 마련이고, 숲과 들과 바다가 어떻게 하나인지 돌아본다. 이리하여 사람이 손수 일군 이야기꾸러미인 책을 곁에 둘 만하다.


책을 읽으려 한다면, “좋아하는 책”은 맨 나중에 읽을 노릇이다. “좋아하는 책”에 사로잡히면 “삶에 이바지하는 까다롭거나 버겁거나 힘겹게 읽어내야 하는 책”을 등지거나 멀리하고 만다. “좋아하는 책”만 자꾸 읽다가는, “글결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우리 삶에 사랑씨앗을 고루고루 심는 숱한 책”을 그만 등돌리거나 미워하기까지 한다.


글쓴이나 책쓴이는 모든 사람 입맛에 안 맞추어야 한다. 왜 그럴까? 글쓴이나 책쓴이는 ‘입맛’이 아니라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그릴 노릇이다. 왜 그럴까? 글쓴이나 책쓴이가 “사람들 입맛에 맞추는 글과 책”을 써낸다면, 이때에는 돈팔이에 눈이 어두운 나머지 ‘삶·살림·사랑’을 안 그리거나 시늉만 할 뿐 아니라, 눈속임과 눈가림까지 하고야 만다.


우리는 모든 책을 읽을 노릇이다. 책을 가려서는 안 된다. 나물도 가릴 까닭이 없다. 한봄과 늦봄과 여름에 싱그러운 괭이밥이 얼마나 씁쓰레하게 뱃속에 이바지하는지 알아야 한다. 코딱지나물과 봄까지꽃과 잣나물이 얼마나 부드럽게 혀끝에서 녹고서 우리 몸을 고루 돌보는지 알아야 한다. 봄에 쑥과 냉이만 찾으니 “좋아하는 굴레”에 갇힌다. 쑥과 냉이도 누리되, 방가지똥도 소리쟁이도 누리면 되고, 갓과 유채를 김치 아닌 나물로도 누릴 노릇이다. 마늘쫑과 양파줄기도 누리면 되고, 부추와 파뿌리도 즐길 만하다.


단맛이 나는 책은 맨 나중에 읽어야 우리 눈이 빛난다. 쓴맛과 신맛과 짠맛과 매운맛이 푸진 책부터 두루 읽고 나서 단맛이 나는 책을 손에 쥐면, 우리 눈은 고루고루 무지개길을 연다. 처음부터 ‘무지개’만 찾으면, ‘외빛무지개’이고 만다. ‘무지개(다양성·소수존중)’를 외치거나 제대로 알고 싶다면, 쓴책과 신책과 짠책과 매운책과 떫은책까지 두루 읽은 다음에, 단책을 읽으면서 우리 마음과 몸과 넋을 나란히 살리면 넉넉하다.


ㅍㄹㄴ


“미후유, 법을 만드는 것도 평범한 인간이야.” “무슨 뜻이야?” “해로운 것을 금지하면 깨끗해지겠지만, 무엇이 해로운지를 정하는 사람이 과연 권리나 평등까지 훼손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걸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일까, 하는 뜻이야.” (9쪽)


“황당하군. 이 나라에서 책이 금지된 걸 몰랐다고? 검문에 안 걸린 게 용하군.” (22쪽)


“미후유가 하고 싶은 일이랑 하기 싫은 일을 잘 생각해서 소중히 했으면 해. 나도 미후유가 겨정한 일을 존중해 주고 싶고.” (38쪽)


“책은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야. 그냥 읽고 즐기면 돼. 재미없어도 그것대로 좋은 경험이 되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책은 돈이 된다고 생각할 뿐.” “돈벌이 수단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가만히 있어!” (67쪽)


#この本を盜む者は #深綠野分 #空カケル


+


우리 집도 철조망을 설치해야겠어

→ 우리 집도 가시울을 놓아야겠어

→ 우리 집도 쇠담을 쳐야겠어

12쪽


미성년자라서 술은

→ 푸름이라서 술은

→ 어려서 술은

17쪽


그 쌍둥이는 자객이었어

→ 그 한짝은 사람잡이야

→ 그 둘은 목숨앗이야

→ 그 나란둥이는 칼잡이야

25쪽


연옥(煉獄) 주민은 먹을 게 필요없거든

→ 구렁 사람은 안 먹어도 되거든

→ 불굿 사람은 먹지 않아도 되거든

34쪽


놈의 행방을 알고 있을 텐데

→ 놈이 간 곳을 알 텐데

→ 놈이 있는 곳을 알 텐데

44쪽


멋진 일갈이었어

→ 멋지게 외쳤어

→ 멋지게 타박했어

→ 멋진 목소리야

→ 멋진 회초리야

93쪽


묻고 싶은 게 한두 개가 아니에요

→ 묻고 싶은 말이 한둘이 아니에요

→ 묻고 싶은 얘기가 많아요

95쪽


나나 너나 집단최면에 걸린 것뿐인 거고

→ 나나 너나 떼잠에 걸렸을 뿐이고

→ 나나 너나 무리잠에 걸렸을 뿐이고

98쪽


채굴한 석탄을 광차에 싣고 있는데

→ 떠낸 돌숯을 돌수레에 싣는데

→ 캐낸 굳돌기름을 수레에 싣는데

110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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