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6.4.
사진책시렁 177
《끝나지 않은 전쟁》
조지 풀러 사진
신광수 엮음
눈빛
1996.6.3.
다들 쉽게 잊으면서 굴레에 사로잡히는데, ‘나’를 바라보지 않을 적에 싸웁니다. ‘나보기’를 안 하는 탓에 ‘남보기’를 하느라 ‘눈치·시샘’에 휩쓸리고, 어느새 ‘미움·싫음’에 불타올라서 말로 찌르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길질로 걷어차다가, 총칼을 휘둘러서 목숨을 빼앗습니다. ‘나’를 안 보거나 잊기에 ‘나라’를 쳐다봅니다. 모든 ‘나라’는 서로 빼앗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악에 받친 굴레입니다. 아름나라는 있을 턱이 없습니다. ‘나라’에는 나라지기라는 우두머리가 있으니, 이 우두머리는 “나라를 다스린다”는 핑계일 뿐, “나라를 이룬 사람들을 휘어잡아서 길미를 챙긴다”는 속뜻입니다. 《끝나지 않은 전쟁》은 잊힌 빛을 담은 잊힌 책입니다. 한겨레가 ‘한누리’를 이루려 하지 않느라 ‘한나라’로 겨루는 사이에 총칼부림이 서슬퍼런 피비린내로 번졌고, 이때에 먼나라 미국이며 중국에서 싸움터에 끼어들었습니다. 곰곰이 보면, 서로 주먹다짐인 마높(남북)도, 미국이며 중국도, 그냥 수수한 사람들입니다. 한마을에서 산다면 그저 이웃일 사람들입니다. ‘나’와 ‘너’로 마주하면 ‘이웃’이지만, ‘나라’로 금을 그으니 “쳐죽여야 할 몹쓸놈”으로 바뀝니다. 조지 풀러 님이 찰칵찰칵 남긴 그림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로 싸워야 할 까닭이 없고, 서로 남일 까닭이 없는, 서로 “다르면서 같은” 사람이라는 빛이 흐릅니다. 이 빛을 못 느끼거나 등지기에 싸웁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