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시 일상시화 4
유희경 지음 / 아침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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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6.1.24.

사진책시렁 183


《사진과 시》

 유희경

 아침달

 2024.8.1.



  우리집 두 아이를 늘 데리고서 두바퀴(자전거)에 태워서 고흥 모든 곳을 다녔고, 이동안 신나게 찰칵찰칵 찍었습니다. 이렇게 찍은 그림 가운데 얼마쯤 종이에 뽑아서 보임마당을 이럭저럭 꾸리기도 했습니다. 이 그림을 본 분들은 “이 아름다운 들숲바다가 어디예요?” 하고 묻곤 하는데, “딴 데가 아니고, 제가 사는 전남 고흥입니다.” 하면 하나같이 “외국이 우리나라, 아니 고흥이라고요?” 하며 놀랍니다. 누구보다 고흥사람이 가장 놀랍니다. 어느 날에는 저한테 “사진 참 잘 찍으시네요.” 하고 말씀한 분이 있는데, 옆에서 듣던 큰아이가 “아니, 사진을 찍는 사람이 사진을 잘 찍어야지요? 너무 뻔한 얘기 아녜요?” 하고 되묻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진을 잘 찍지 않고, 글을 잘 쓰지 않고, 일을 잘 하지 않고, 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담을 빛을 찍고, 제가 옮길 빛을 쓰고, 제가 나눌 빛을 말로 싣고, 제가 지으려는 일을 늘 그저 할 뿐입니다.


  《사진과 시》는 노래(시)를 쓰고 노래책집(시집전문서점)을 꾸리는 분이 빛꽃하고 얽혀 겪거나 돌아본 나날을 글로 갈무리한 꾸러미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이 별에서 살아가고, 이 별에서 말글을 나누고, 이 별에서 삶을 노래하고, 이 별에서 이따금 찰칵찰칵 찍습니다. 모든 일은 다 다릅니다. 높거나 낮지 않습니다. 훌륭하거나 모자라지 않아요. 다만 하나는 늘 있어요. 잘 하려고 하거나 잘 보이려고 하거나 잘 팔려고 하거나 잘 쓰려고 할 적에는 언제나 겉치레로 기울어요. “그저 삶으로”가 아닌 “잘 쓴 글”이나 “잘 찍은 빛꽃”으로 한 발짝이라도 담그려고 하면 몽땅 일그러집니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노래책(시집)을 보면, 책끝에 붙는 빗글(비평)이 어느 나라 말이나 글인지 종잡을 길이 없습니다. 일본옮김말씨가 범벅인 채 잔뜩 꾸미고 추켜세우는 높임잔치(주례사비평)예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진비평·사진에세이’도 하나같이 일본옮김말씨에 높임잔치입니다. 그저 빛을 말하면 되고, 그저 빛을 그리면 되고, 그저 빛을 빚으면서 비우고서 비다듬으면 됩니다. 꾸미거나 시늉할 까닭이 없습니다. ‘꾸미기’가 아닌 ‘꾸리기·가꾸기·일구기’를 할 노릇입니다. 문학창작과 문학평론뿐 아니라 사진창작과 사진평론도 “일곱 살 아이를 곁에 두면서 들려주는 말로 고스란히 옮기는 과 그림”으로 가다듬을 수 있을 적에 비로소 빛납니다. 껍데기를 벗고서, 겉치레를 치울 때에, 글을 쓰고 말을 하고 노래를 하고 빛을 담고 이야기를 편다고 할 만합니다.


+


내게 못되고 이기적인 구석이 있다면 이 역시 그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29쪽)


그가 미웠다. 그처럼 살기 싫었다. 그를 닮은 내가 싫었다. 아직도 나는 내 안의 그와 반복하여 반목하고 화해한다. 멀리서 유전되어온 역상이다. (30쪽)


《사진과 시》(유희경, 아침달, 2024)


이제부터의 나의 글은 사진의 원리나 속성에 대한 고찰이 될 수 없다

→ 이제부터 이 글은 빛꽃이 어떤 길이나 속인지 다룰 수 없다

→ 이제 내가 쓰는 글은 빛꽃이 어떤 길이나 속인지 살필 수 없다

5쪽


사진과 시라는 매체를 수용하고 수행함으로써 발생해온 나 자신에 대한 중얼거림

→ 빛꽃과 노래라는 노둣길을 맡고 따르는 동안 중얼거린 말

→ 빛그림과 글이라는 길을 받아들이고 펴면서 혼자 읊은 말

5쪽


사진은 보여줄 뿐이며 보여준 뒤 굳게 침묵을 지킨다

→ 빛꽃은 보여줄 뿐이며 보여준 뒤 굳게 입을 다문다

→ 빛그림은 보여줄 뿐이며 보여준 뒤 굳게 말이 없다

5쪽


쓸 때의 태도도 원고의 내용도 사담이 아닐 수 없었다

→ 쓰는 매무새도 줄거리도 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 쓰는 길도 이야기도 삶글이 아닐 수 없다

→ 쓰는 결도 글자락도 수다가 아닐 수 없다

6쪽


시리즈가 아니었다면 기어코 관철시켰을 것이다

→ 꾸러미가 아니라면 끝내 밀었다

→ 모둠이 아니라면 끝까지 밀어넣었다

6쪽


각기 다른 곳에 기착하여 쌓여가고 있다

→ 다 다른 곳에 들르며 쌓여간다

→ 모두 다른 곳을 거쳐 쌓여간다

→ 서로 다른 곳에 서서 쌓여간다

18쪽


두 개의 렌즈를 가지고 있다

→ 눈이 둘이다

→ 눈이 둘 달린다

→ 두 눈이 있다

22쪽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시각적 혼란을 겪게 된다

→ 처음 보는 사람은 눈이 어지럽다

→ 처음 보면 어지럽게 마련이다

29쪽


내게 못되고 이기적인 구석이 있다면 이 역시 그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 내가 못되고 나만 안다면 이 또한 그한테서 물려받았다

→ 내가 못되고 고약하다면 이 또한 그가 물려주었다

29쪽


상황도 장소도 언어화되어 사진을 둘러싼다

→ 때도 자리도 말이 되어 빛꽃을 둘러싼다

→ 바람도 곳도 말로 바뀌어 그림을 둘러싼다

33쪽


가을 초입. 나의 아버지 유성근 씨는 자신의 아내이자 나의 어머니

→ 가을 어귀. 우리 아버지 유성근 씨는 곁님이자 우리 어머니

→ 가을 무렵. 아버지 유성근 씨는 짝꿍이자 어머니

48쪽


그 사실에는 부재와 상실도 없고 초라함이나 군색함 따위도 없었다

→ 이렇더라도 없거나 망가지지 않고 초라하거나 가난하지도 않다

→ 이 일로 사라지거나 잃지 않고 초라하거나 추레하지도 않다

→ 이와 같아도 비거나 앗기지 않고 초라하거나 못나지도 않다

56쪽


셔터의 소리는 두 개의 음절을 갖는다

→ 여닫개는 두 가지 소리를 낸다

→ 누름쇠는 두 마디로 소리난다

→ 찰칵은 두 마디이다

98쪽


실명한 것을 계기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 눈멀고 나서 일터를 그만두었다

→ 눈잃고 나서 일터를 그만두었다

113쪽


시에 있어서는 빈 종이를 앞에 둔 시간이다. 빈 종이는 추상적인 무언가가 아닌 진실로 비어 있는 종이

→ 노래로는 빈종이를 앞에 둔 때이다. 빈종이는 그냥그냥 무엇이 아닌 참으로 빈종이

→ 글로는 빈종이를 바라보는 오늘이다. 빈종이는 붕뜨지 않고서 그야말로 빈종이

134쪽


빈 종이 위에 적혀 있는, 실로 있음에 대해 괴로워한다

→ 빈종이에 적혀서 여기에 있으니 괴롭다

→ 종이에 적히고 이곳에 있으니 괴롭다

135쪽


텍스트는 읽기를 통해 존재하게 된다

→ 글은 읽어야 산다

→ 읽을 적에 글이 있다

→ 읽기에 글이 흐른다

→ 글은 읽을 적에 피어난다

→ 글은 읽을 적에 깨어난다

→ 글은 읽을 적에 일어난다

14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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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으로 간 아이들
김지연 사진 / 눈빛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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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10.23.

사진책시렁 182


《연변으로 간 아이들》

 김지연

 눈빛

 2000.2.29.



  눈살을 찌푸릴 만한 모진 짓을 일삼는 이가 꽤 있습니다. 손가락질을 받을 만하구나 싶은 사나운 짓을 벌이는 이가 곳곳에 있습니다. 왜 이렇게 얼뜨고 모자란 짓을 함부로 하는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언제 어디에서나 마찬가지 같아요. 우리부터 스스로 사랑하기가 무엇인지 새로 배우도록 사납짓과 얼뜬짓과 바보짓과 멍청짓이 살며시 찾아오는구나 싶습니다. 《연변으로 간 아이들》은 높녘(북조선)을 떠나 중국 연변에서 살아남으려고 뒹구는 아이들을 만난 자취를 담습니다. 어느 아이는 뒹굴고, 어느 아이는 절집 안채에 깃듭니다. 어느 아이는 뒹굴다가 굶어죽고, 어느 아이는 어디에도 깃들 데가 없다고 여겨서 그저 떠돕니다. 이무렵 “나라가 버려서, 나라를 버린 높녘 아이”를 일컫는 ‘꽃제비’라는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한데에서 추위에 떨고 굶주리며 깡마르는 아이들한테 붙인 ‘꽃제비’라는 이름이란, 제비마냥 따뜻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몸이면서, 제비처럼 봄꽃맞이를 하고픈 꿈을 키우는 마음을 나타내는 셈입니다. 참말로 이 나라(남북녘) 모든 우두머리(권력자)는 아이를 버리고 팽개치고 밟았습니다. 높녘은 굶주린 싸움터로 팽개쳤고, 마녘(남한)은 배움불굿(입시지옥)을 비롯한 갖은 불늪으로 밀어넣습니다. 우리는 이 불바다에서 사랑을 새로 바라보고 배워서 이 터전을 바꿀 수 있을까요?


ㅍㄹㄴ


《연변으로 간 아이들》(김지연, 눈빛, 2000)


나 혼자 중심이 되는 일은 작고 미약하다

→ 나 혼자 기둥이 되는 일은 작디작다

→ 나 혼자 서면 자그맣다

5


아이들은 사진 찍히기를 주저한다

→ 아이들은 찍히고 싶지 않다

→ 아이들은 안 찍히려고 한다

→ 아이들을 찍으려면 망설인다

37


추수할 것도 없는 벌판을 걸어온 아이의 눈빛은 벌판을 닮아 있었다

→ 거둘 살림도 없는 벌판을 걸어온 아이 눈빛은 벌판을 닮았다

→ 빈들을 걸어온 아이 눈빛은 빈들을 닮았다

5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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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en War Photographers: From Lee Miller to Anja Niedringhaus (Hardcover)
Anne-marie Beckmann / Prestel Publishing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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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10.2.

사진책시렁 171


《Women War Photographers : From Lee Miller to Anja Niedringhaus》

 Anne-marie Beckmann·Felicity Korn 엮음

 Prestel Publishing

 2019.첫/2020.2벌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사랑이라면, 찰칵 담거나 안 담거나, 언제까지나 푸르게 빛나는 오늘 모습을 서로 마음에 담는다고 느껴요. 찰칵 찍지 않더라도 서로 함께 살아온 나날을 언제라도 고스란히 마음으로 떠올리는구나 싶습니다. 이와 달리 사랑을 잊은 채 찰칵찰칵 찍어대기만 한다면, 수두룩하게 찍거나 해마다 꾸준히 담더라도 마음에는 하나조차 안 남아서 못 떠올리는구나 싶습니다.


  아이를 아직 낳기 앞서, 또 곁님을 만나기 앞서, “나중에 내가 짝을 맺고 아이를 낳으면, 우리집 살림살이를 어떻게 찍거나 담아야 스스로 사랑으로 빛나면서 아름다울까?” 하고 한참 생각하고 곱씹고 헤아려 보았습니다. 아이하고 함께 살아가거나 지내거나 어울리면서 ‘어버이 여든, 아이 예순’이라는 나이에 이르도록 해마다 같은 곳에서 얼굴빛을 담은 일본사람과 하늬사람을 보았는데, 어쩐지 영 제 마음에는 안 와닿았습니다. 두 사람(사진가)은 ‘사진기록’은 했구나 싶되, ‘늙어가는 주름살’을 담았을 뿐, ‘어버이와 아이로서 어울린 사랑’은 못 담았더군요.


  우리는 해마다 손을 찍을 수 있습니다. 발바닥을 찍을 수 있습니다. 뒷모습이나 옆모습을 찍을 수 있습니다. 손글씨를 찍거나 밥자리를 찍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늘 다르면서 새롭게 찍을 수 있습니다. 아기를 갓 나을 무렵에는 어버이가 차리고 젖을 물리는 모습을 담을 만하고, 아이가 자라는 동안 손수 수저를 쥔 모습을 담을 만하고, 아이가 무럭무럭 크면서 부엌일을 거들고 손수 밥을 차리는 나날을 담을 만합니다. 우리는 “담에 몸을 붙이고 얼굴만 새기”는 ‘죄수 사진기록’을 굳이 남겨야 하지 않습니다. 싱그럽게 살아숨쉬는 길을 스스로 누리고 나누고 노래하면서 문득 담으면 넉넉합니다.


  글감을 잘 뽑거나 골라야 글이 빛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담아내야지요. 이야기에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풀어내고 품어야지요. 오늘을 살아가고, 어제를 살아냈고, 모레를 그리는 나날을 적어야지요. 삶만 적는대서 글이지 않습니다. 살림만 보여준대서 글이지 않습니다. 삶과 살림이 사랑으로 어울리면서 시나브로 푸른숲과 푸른들과 파란하늘과 파란바다를 고루 담는 숨결이 흐르기에 글이 빛나고 그림이 빛납니다.


  그림감을 잘 뽑거나 빛감(사진소재)을 잘 골라야 그림이나 빛이 아름답지 않아요. 무엇을 어떻게 쓰거나 그리거나 찍어야 한다는 틀(방법·표현법)은 아예 없습니다. 글길(문장작법)조차 아예 없습니다. 글을 쓰면서 맞춤길과 띄어쓰기를 따박따박 맞춰야 하지 않습니다. 찰칵찰칵 찍으면서 안 흔들려야 하거나 결(색조·콘트라스트)을 꼭 맞춰야 하지 않습니다. 다 다른 사람이기에 다 다르게 쓰고 그리고 찍는 동안 다 다르게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다만, 다 다른 나와 너와 우리로서, 다 다른 오늘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흐를 적에만 비로소 아름답습니다.


  그저 오늘 이곳에서 사랑으로 노래한 눈물과 웃음을 고스란히 쓰거나 그리거나 찍어 보기를 바라요. 눈물웃음이 나란하게 피어나는 꽃을 느껴서 담아내기에 ‘글(문학)’이고 ‘그림(문화)’이고 ‘빛(예술)’입니다. 시늉은 시늉입니다. 흉내는 흉내입니다. 척과 체는 척과 체입니다. ‘사진시늉’과 ‘예술흉내’란 그저 덧없습니다. ‘사진인 척’할 까닭이 없습니다. ‘예술가인 체’한다면 그야말로 안쓰럽습니다.


  이렇게 써야 노래(시)가 되지 않습니다. 저렇게 써야 글(소설)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노래요 글이라는 길은, 내가 나로서 나를 사랑으로 바라보고 품는 하루를 스스로 배우면서 너랑 나누는 눈빛을 담아내는 살림자락입니다. 어느 누구도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나 사진찍기를 못 가르치고 못 배웁니다. 누구나 스스로 이 삶에서 묻어나는 하루를 저희 손끝으로 가꾸고 달라면서 꽃피울 뿐입니다.


  《Women War Photographers : From Lee Miller to Anja Niedringhaus》 같은 책이 있습니다. 빛돌이(남성 사진작가)가 아닌 빛순이(여성 사진작가)는 무엇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그런데 이 책을 가만히 펴면, 빛순이라서 빛돌이가 못 보거나 못 담은 모습을 알아보거나 지켜보거나 살펴보거나 들여다보면서 담아내지 않습니다. 싸움짓이 얼마나 바보짓인지 알아보는 사람이라면, 빛순이나 빛돌이 누가 다가가서 찍어도 ‘나란’합니다. 싸움짓이 얼뜨기짓인 줄 못 알아본다면, 빛돌이 아닌 빛순이가 찰칵찰칵 찍어도 겉치레로 그칩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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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10-0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몇몇 상영관에서 <리 밀러 : 카메라를 든 여자> 라는 영화를 상영하고 있어요. 2025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만들었더군요.

파란놀 2025-10-02 19:35   좋아요 0 | URL
와. 영화가 나왔군요!
저는 이 영화를 파일로 내놓을 때까지 기다려야겠군요.
네이버영화에서 영화파일이 나오려는지, 안 나오려는지,
아직은 먼 듯싶군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시골에서는 극장에 갈 수 없지만,
기다리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날이 있으리라고 느껴요.

파란놀 2025-10-02 19:41   좋아요 0 | URL
아, 설마 싶어서 찾아보니
이 영화를 누리집에서 볼 수도 있군요.
비록 프랑스말에 프랑스글로만 나오지만...
ㅠㅜ

https://www.youtube.com/watch?v=30Qd2uURZFQ

고맙게 누리겠습니다.
 
Dear Mom 엄마, 고마워요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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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10.2.

사진책시렁 169


《Dear Mom》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신현림 옮김

 바다출판사

 2001.12.5.



  한때 구름처럼 팔리다가 잊히는 책이 수두룩합니다. 책은 바람(유행)이 아닙니다만, 온나라는 으레 바람타기를 좋아하더군요. 이 바람에 휩쓸려 어느 책과 보임꽃(영화)이 우루루 기울고, 저 바람에 휘말려 다른 줄거리에 와르르 쏠립니다. 한가을로 접어든 열쨋달 첫날에 우리집 마당에 살며시 내려앉은 반딧불이가 어느새 부엌으로 들어왔더군요. 어디에 틈이 있어서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마루에서 마당으로 드나드는 길에 슬쩍 묻어서 들어올 만합니다. 반딧불이는 들숲이 아닌 사람집에 깃들어 무엇을 보았을까요? 큰아이가 살살 잡아서 마당으로 내보냈는데, 작은풀벌레는 어떤 밤을 보낸 셈일까요? 《Dear Mom》이 갓 나온 2001년 무렵을 돌아봅니다. 우리나라 책숲(도서관)은 아직도 빛책(사진책)을 거의·아예 안 들이기 일쑤이지만, 이 책은 용케 책숲에 깃들었고 꽤 읽혔습니다. 나쁘다고 할 책은 아니지만, 빛꽃(사진)이라면 꼭 ‘재미나거나 우스꽝스럽거나 남다르게 비틀거나 꾸며서 찍어야 하는’ 줄 잘못 알리고 퍼뜨린 책 가운데 하나로 삼을 만합니다. 더구나 한글판이 왜 “엄마한테”나 “엄마야”가 아닌 “Dear Mom”이어야 했을까요? 빛으로 담는 그림이란, 그저 빛이란 뜻입니다. 반딧불이마냥 밤을 밝힐 만한 빛이기에 찰칵 하고 담는 오늘 하루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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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자와 셔터 걸
키리키 켄이치 지음, 우서윤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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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10.2.

사진책시렁 180


《카나자와 셔터 걸》

 키리키 켄이치

 우서윤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9.12.15.



  멀리 찾아가서 찍어야 훌륭하거나 대단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곳’이 멀 테지만, ‘그곳’에서 사는 사람은 ‘집’이고 ‘마을’입니다. 숱한 사람은 ‘먼길(출사)’을 가야 제대로 멋있게 찍어서 빛난다(예술)고 여기는데, 참말로 빛나게 담는 ‘빛꽃’을 이루자면 “오늘 내가 살아가는 집과 마을과 이웃”을 찰칵찰칵 담을 노릇입니다. 《카나자와 셔터 걸》은 일본에서 카나자와라는 어느 고을에서 나고자란 아이가 그저 ‘카나자와 한켠과 골목과 마을’을 찰칵찰칵 담으면서 ‘빛길’을 걷고 싶은 꿈을 조촐히 키우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이러면서 ‘멋’을 찾고 담는 여러 또래를 보여주고, ‘그리운 엄마’를 찾아서 독일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젊은이를 보여줍니다. 누구나 스스로 좋아하는 대로 찍을 수 있되, 좋아하는 대로 찍으면 좁다른 틀에 갇힙니다. 저마다 바라보는 대로 찍을 만하되, 바라보기만 하면 다가서지 못 하고 스미지 않습니다. 손에 쥔 조그마한 쇠로 담을 모습이란 언제나 ‘나·너·우리·집·마을·둘레’부터입니다. 내가 나부터 담는 눈일 적에 둘레를 알아채요. 내가 나를 담고 너를 마주할 적에 우리가 있는 집과 마을을 알아봅니다. 이윽고 “빛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묻고 풀어요. 멀리 가면 겉멋입니다.


ㅍㄹㄴ


‘오래된 민가를 개축한 정취 있는 고서점 〈오요요쇼린〉. 요 며칠 시간이 나면 들르고 있다. 그곳엔 지금까지 몰랐던 일본 사진가의 사진집이 많이 있다.’ (48쪽)


“밤하늘이 예뻐. 분명 아빠는 이 사진을 찍고 싶었던 걸 거야.” (78쪽)


“사진은 잔혹해. 마음과는 다르게, 엄마의 생기 넘치고 아름다운 모습을 비추잖아.” (104쪽)


“전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카나자와 거리 스냅사진을 찍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실감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표현하고 싶은 것도 찾지 못하고 그저 의미 없이 셔터를 누르는 그게 진짜 사진일까요?” (124쪽)


“별 뜻 없이 찍은 사진이 어떤 사람에게는 일생을 좌우하는 커다란 계기가 되는 힘을 갖고 있어. 그 사진을 본 이후로 우연이 아니라 사진가가 될 수 있게 노력해서 사진가가 된 거야.” (129쪽)


‘힘든 순간, 도망치고 싶어지는 순간, 지루한 순간, 벽에 부딪치는 순간, 틀림없이 네 곁에는 카메라가 있을 거야. 어떤 일이 일어나도 분명 괜찮을 거야. 셔터를 누르고 사진을 찍자.’ (167쪽)


#桐木憲一 #金澤シャッタ-ガ-ル


+


《카나자와 셔터 걸》(키리키 켄이치/우서윤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9)


이번 달부터 은어 낚시가 해금됐거든

→ 이달부터 은고기 낚시가 풀렸거든

23쪽


“루어낚시로 은어를 낚는걸세.” “오오, 드라이피싱이네요.”

→ “제물낚시로 은고기를 낚네.” “오오, 미끼낚시네요.”

→ “허방낚시로 은고기를 낚네.” “오오, 미끼낚시네요.”

23


오래된 민가를 개축한 정취 있는 고서점

→ 오래집을 고쳐서 고즈넉한 옛책집

→ 오랜 살림집을 바꾼 그윽한 헌책집

48쪽


평범한 저는 장래에 사진의 길을 선택하는 건 무리일지도 몰라요

→ 저는 수수해서 앞으로 빛길을 고르기는 어려울지도 몰라요

→ 저는 그저 그래서 나중에 빛꽃길을 가기는 힘들지도 몰라요

12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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