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하야시 노리코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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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2.21.

인문책시렁 420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하야시 노리코

 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20.8.10.



  우리는 마녘과 높녘으로 갈려서 “두나라 한겨레”입니다. 둘로 갈려서 따로 살아가는 나날이 해마다 늘수록 둘 사이는 더 멀게 마련입니다. 마녘 나라지기나 높녘 나라지기가 이따금 만나고, 마높녘 벼슬아치끼리 만나기도 하지만, 마높녘 수수한 사람은 아예 만날 길이 없습니다. 높녘사람이 높녘에서 달아나 마녘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함부로 못 만나도록 담벼락을 높이 치기까지 합니다.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는 높녘사람 살림살이나 살림길을 아주 살짝 엿볼 수 있어 고마운 책입니다. 게다가 이 땅에서 삶터를 빼앗긴 탓에 일본으로 건너가서 겨우 먹고살던 한겨레가 어떻게 높녘으로 들어갔는지 살필 수 있어요. 이때 티없는 마음으로 짝꿍을 따라서 높녘으로 들어가서 다시는 바깥마실을 갈 수 없이 매인 몸으로 늙어가는 여러 일본 할머니 삶자락까지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지난날 임금은 어느 쪽을 평안도라든지 함경도라 이름을 붙이고, 어느 쪽을 경상도라든지 전라도라 이름을 붙입니다. 그러나 어느 고을 어느 마을에서 나고자라는 사람이든 그저 ‘사람’입니다. ‘나라’나 ‘고을’이나 ‘마을’로 묶기 앞서 오롯이 ‘사람’입니다. 그저 다르게 태어나서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인데, 나라는 ‘나라지키기’라는 이름을 내세워서 사내를 싸울아비로 끌고 갔으며, 나중에는 ‘나라넘기기’를 하면서 가시버시를 몽땅 불바다에 팽개쳤습니다.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왔기에 긴긴 나날을 시달리고 괴롭고 죽어야 했습니다만, 이에 앞서 조선이라는 웃사내틀(가부장권력)이 무시무시하던 나라에서도 밑바닥이라는 데에 있는 흙사람(농사꾼)은 낛에 시달리고 싸울아비로 끌려가서 죽고 벼슬힘으로 찍어누르며 종으로 부리는 나리 탓에 괴로웠습니다. ‘군사독재·일제강점기·조선봉건사회’ 어디에서나 ‘사람’이 사람으로 살기 힘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발자취를 찬찬히 짚을 때라야 “일본으로 건너간 한겨레”하고 “높녘으로 건너간 일본겨레”가 얽힌 실타래를 읽을 만해요. 건너가고 건너온 사람은 하나같이 ‘밑바닥사람’입니다.


  2026해 무렵에 높녘을 헤아리면, 높녘은 우두머리 자리를 모처럼 아들 아닌 딸한테 물려줄 듯싶습니다만, 우두머리 자리를 몇몇이 거머쥘 뿐, 높녘이라는 터전을 이루는 사람은 어떻게 지내는지 하나도 알 길이 없어요. 높녘사람은 왜 러시아 끝자락으로 끌려가서 불받이(전쟁소모품)로 죽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높녘사람은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갈까요? 집안이나 핏줄로 갈라서 벼슬을 꿰차거나 돈을 움켜쥐는 높녘을 두레(공산주의·사회주의)라 할 수는 없습니다. 다 다른 목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기지만, 어느 목소리는 안 된다고 못박으면서 이야기(대화·토론)가 없이 끊기만 하는 마녘도 아름길(민주주의)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나라를 세우려니 금을 긋고 우두머리를 올립니다. 나라를 지키려니 총칼을 잔뜩 갖추면서 애먼 사내를 싸울아비로 붙듭니다. 나라를 드높이려니 가시내를 억누르면서 가두리에 욱여넣습니다. 이제는 ‘나라’나 ‘고을’이나 ‘마을’이라는 헛된 굴레를 걷어내고서 오롯이 ‘사람’으로 마주하며 서로 ‘이웃’과 ‘동무’로 지내는 길을 찾을 때입니다. 이웃이어야 이야기를 하면서 길을 찾습니다. 동무여야 돕고 돌보면서 살림을 짓습니다. 이웃과 동무가 아니기에 힘·돈·이름값에 얽매이면서 끝없이 싸우고 금긋고 괴롭히는 불바다에 스스로 갇히고 가둡니다.


ㅍㄹㄴ


“할머니 무덤 앞에서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가져온 유일한 선물은 저의 건강한 몸뿐입니다. 말도 없이 일본을 떠난 저를 부디 용서하세요’ 이렇게 말했지?” 키미코 씨가 상냥하게 어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33쪽)


“하지만 마침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고난의 행군이 시작돼서 배급이 절반으로 줄고 주식이 쌀에서 옥수수로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은 길가 풀을 뜯어먹거나 산에 가서 도토리든 뭐든 먹을 수 있는 건 다 가져왔어요. 어느 날은 벼를 베고 논에 남은 줄기 아랫부분을 가루로 만들어 물에 끓여먹기도 하고, 어느 날은 거기에 옥수숫가루를 섞어 면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가 제일 힘들었어요.” (65쪽)


“남편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잘 알아요. 막 사귈 무렵엔 일본말을 너무 잘해서 조선사람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만큼 열심히 일본어 공부를 한 거겠지요. 어느 때는 파칭코 가게에서 일하고 어느 때는 운전사로 일하는 등 직업도 자주 바뀌었습니다. 조선사람들은 일본에서 살기가 정말로 힘들었어요.” (101쪽)


10분쯤 지나 남편과 어떻게 만났는지 물으려 했을 때였다. “저기, 무슨 목적으로 절 찾아오셨나요?” … 나는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제껏 이 나라에 살았고 지금도 살아 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다고 일본어로 대답했다. 미츠코 씨는 내 눈을 들여다보며 가만히 듣다가 10초가량 생각한 후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131쪽)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을 지금 처음 들은 모양이었다. 미츠코 씨는 얼마나 일본을 그리워했을까. (166쪽)


내 손을 꼭 쥐고는 그대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자동차 시동이 걸렸는데도 손을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215쪽)


“그럼 슬슬 갈까요.” 현지 담당자 말에 차에 탄 그녀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여기 있는 일본인 아내 셋은 20대, 30대 때 니카타를 떠난 뒤 한 번도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254쪽)


#朝鮮に渡った日本人妻 #60年の記憶 #林典子


+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하야시 노리코/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20)


그런 가운데 시작된 것이

→ 그러면서 하던

→ 그러면서 처음 한

5쪽


교수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 길잡이가 미더워했다

→ 길잡이는 미쁘게 보았다

17쪽


고령의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 나이든 분과 눈이 마주쳤다

21쪽


조선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었다

→ 한겨레옷을 입었다

→ 배달옷을 입었다

→ 한옷을 입었다

26쪽


바다에서 모아온 유목流木과

→ 바다에서 모아온 뜬나무와

→ 바다에서 모아온 뜬널과

45쪽


가족이 임종을 지켜보는 가운데 안락하게 왕생했다

→ 집에서 끝을 지켜보며 다사롭게 날아올랐다

→ 집안에서 마지막을 지켜보며 느긋이 잘가셨다

73쪽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 누가 입을 열었다

→ 누가 말했다

83쪽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를 순치보거脣齒輔車라 불렀다고 한다

→ 한겨레와 일본은 단짝이라고 했다

→ 한겨레와 일본은 너나들이라고 했다

→ 한겨레와 일본은 가깝다고 했다

→ 한겨레와 일본은 살갑다고 했다

95쪽


이야기를 나누던 날 아침의 일이다

→ 이야기를 하던 아침이다

→ 이야기하던 아침 일이다

118쪽


내가 일안리프 카메라 두 대를 토트백에서 꺼내는 모습이나

→ 내가 한눈박이 둘을 트임가방에서 꺼내는 모습이나

→ 내가 홑눈찰칵이 둘을 트임짐에서 꺼내는 모습이나

130쪽


재일조선인 중에는 밀주를 제조해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 집술을 담가서 살림을 이어가는 일본한겨레가 많았다

→ 몰래 술을 빚어 먹고사는 일본한겨레가 많았다

17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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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두리스트, 종이 한 장의 기적
심미래 지음 / 스토리닷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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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2.2.

인문책시렁 452


《투두리스트, 종이 한 장의 기적》

 심미래

 스토리닷

 2025.2.6.



  글쓰기나 책쓰기하고 얽힌 길로 가고픈 숱한 젊은이가 으레 ‘출판사 편집부’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엮음이(편집자)로 일하고서 글길을 여는 분이 꽤 있습니다. 글과 책을 다루는 곳에 몸담기에 글쓰기나 책쓰기를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만, ‘출판사 편집부’는 책밭 가운데 아주 조그마한 자리예요. 다시 말하자면, ‘출판사 편집부’에서 여러 해나 열 해 남짓 일하고 나서 글쓰기를 해서 책을 낼 수 있습니다만, 부디 이렇게 안 하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글이며 책하고 사귀고 싶다면 ‘편집부’가 아닌 ‘영업부’에서 일하시라고 여쭙니다. 아직 책마을을 모르기에 ‘편집부’가 끌릴 만할 텐데, ‘영업부’에서 일을 해야 책집을 만나고, 책숲을 찾아가고, 지은이 심부름을 하면서 이모저모 책밭을 익히게 마련입니다. ‘책팔이(영업)’를 하는 동안 “책에 아무 마음이 없는 사람”을 책놀이로 이끄는 길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길바닥에서 책장사(가판)를 하는 여러 날을 겪으면서 “책이 있건 말건 안 쳐다보는 사람”과 “책 한 자락을 즐겁게 만나려는 사람”을 고루 헤아릴 수 있습니다.


  참말로 글쓰기나 책쓰기하고 얽힌 길로 가고 싶다면 ‘출판사 편집부’가 아닌 ‘출판사 영업부’로 들어가서 온몸으로 책을 만나고 책이웃(독자)을 만날 노릇이라고 봅니다. 편집부로 들어가면 글바치(작가)는 늘 마주하고 어울리지만, 정작 책이웃(독자)은 아예 안 보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책짐을 나를 일이 없는 편집부요, 헛간에 쌓인 책을 손질할 일도 없는 편집부입니다. 오히려 책하고 한결 먼 곳이 편집부입니다.


  거꾸로 영업부에 들어가면 글바치(작가)를 만날 일은 드물거나 없되, ‘출판사 편집부에서 글바치 모심(접대)을 하고 난 뒤’에 궂은일은 도맡아 하지요. 이뿐 아니라 영업부에서 일하기에 언제나 책이웃(독자)을 만나고, 책집일꾼을 만나며, 책이 어떻게 태어나서 곳간(창고)에 들어가고, 또 어떤 숱한 사람들 손을 거쳐서 책집으로 하나하나 들어가는지 지켜보고 알아봅니다.


  《투두리스트, 종이 한 장의 기적》은 책이름 그대로 누구나 종이 한 자락을 곁에 놓으면서 스스로 새빛을 짓는 길을 들려줍니다. 참말로 모든 사람은 빛(기적)입니다. 이미 이 땅에 태어난 몸으로도 빛(기적)입니다. 암씨와 수씨가 만나서 몸 하나를 빚는 일이란 그야말로 빛입니다. 엄마몸에서 열 달을 살아낸 일도 빛이요, 이윽고 밖으로 나와서 무럭무럭 자라 오늘에 이른 모습으로도 넉넉히 빛입니다.


  말을 하거나 글씨를 끄적일 수 있는 모든 일도 빛입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빛인 줄 짚어가노라면, 스스로 씻고 싶은 눈물과 스스로 짓고 싶은 웃음을 손수 종이에 적을 만해요. 눈물글과 웃음글을 나란히 적으면서 스스로 꿈길을 빚을 만합니다.


  글만 써서 먹고사는 길이란 꽤 많습니다. ‘풀이글(사용설명서)’을 쓰는 자리가 꽤 많기도 합니다. 벼슬길(공무원)도 곰곰이 보면 온통 글쓰기입니다. 벼슬꾼이 내는 꾸러미(보고서)는 책과 마찬가지입니다. 밥집에서 설거지나 나름이로 일하더라도 얼마든지 글쓰기를 합니다. 종이에 쓰지는 않되, 온몸과 온마음에 하루살림을 낱낱이 새기거든요. 몸쓰기란 언제나 새삼스런 글쓰기입니다.


  글이나 책을 ‘제대로(전문으로)’ 배우려면, 언제나 온몸으로 땀흘려서 뛰는 여러 일터에 깃들면서 여러 해를 느긋이 보내면 됩니다. 무슨 일이든 우리 스스로 북돋웁니다. 어느 곳이든 우리를 가르칩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배우고 익히면서 피어나는 삶입니다. 푸른배움터를 다니는 푸른씨가 이러한 대목을 일찌감치 느끼고 알도록 도움말을 들려주는 어른이 늘어나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손바닥을 비비기만 해서는 빈털터리로 기울지만, 두 손을 가만히 비나리로 풀면서 숨결과 이슬을 고이 빚는 사랑으로 나아가면 다릅니다. 이때에는 시나브로 빛씨 한 톨을 맺게 마련입니다. 이 빛씨를 우리 보금자리에 손수 심어서 차분히 가꾸면 어느 날 문득 모든 꿈을 이룬다고 느낍니다.


ㅍㄹㄴ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강조하듯, 중요한 것은 결국 ‘하느냐 마느냐’, 즉 실행의 차이다. (12쪽)


단순하게 생각해 자유롭게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써 보는 거다. ‘버킷리스트’ 대신 ‘싶다리스트’로 표현을 바꾸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40쪽)


떠오르는 대로 적은 거라 조금은 산만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적은 것 같은 리스트를 살펴보면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67쪽)


내가 투두리스트를 손으로 쓰는 이유는 해야 할 일을 잊지 않고 실행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일과를 떠올리며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적으며,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103쪽)


혼자 떠나는 여행은 특별하다. 온전히 내 의견과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시간이기 때문에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나와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도 명확히 알게 되며, 몰랐던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236쪽)


+


《투두리스트, 종이 한 장의 기적》(심미래, 스토리닷, 2025)


가장 정신없고 바쁜 애 둘 맘 엄마가 된 직후

→ 가장 허둥지둥 바쁜 애 둘 엄마가 된 뒤

→ 가장 헐레벌떡 바쁜 애 둘 엄마가 되고서

10쪽


돌아보니 그 시작은 바로 투두리스트였다

→ 돌아보니 그때는 바로 ‘하고 싶다’였다

→ 돌아보니 그 일은 바로 ‘하련다’였다

→ 돌아보니 첫걸음은 바로 ‘한다’였다

→ 돌아보니 첫길은 바로 ‘할거리’였다

11쪽


며칠 후, 마인드맵으로 다시 정리해 봤다

→ 몇날 뒤, 마음꽃으로 다시 추슬러 봤다

→ 얼마 뒤, 생각꽃으로 다시 다듬어 봤다

→ 이윽고 빛그림으로 다시 적어 봤다

20쪽


시간이 지나도 확실한 결정이 없어서 아빠와의 충돌이 많았다

→ 살고 살아도 뚜렷이 길을 안 잡아 아빠하고 자주 부딪혔다

→ 아무리 흘러도 딱히 안 고르니 아빠하고 거듭 부딪쳤다

28쪽


떠오르는 대로 적은 거라 조금은 산만해 보일 수 있다

→ 떠오르는 대로 적으니 조금은 어수선해 보일 수 있다

→ 떠오르는 대로 적어서 조금은 뒤죽박죽 같을 수 있다

67쪽


내가 투두리스트를 손으로 쓰는 이유는 해야 할 일을 잊지 않고 실행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 나는 ‘하고 싶다’를 손으로 쓰는데, 해야 할 일을 안 잊으려는 뜻이다

→ 나는 ‘하련다’를 손으로 쓴다. 해야 할 일을 잊고 싶지 않다

→ 나는 ‘한다’를 손으로 쓴다. 해야 할 일을 떠올려서 하려는 뜻이다

→ 나는 ‘할거리’를 손으로 쓴다. 해야 할 일을 하려는 뜻이다

103쪽


아침에 일어나 일과를 떠올리며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적으며,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떠올리며 한 글씨씩 손으로 적는데, 해야 할 일을 떠올린다

103쪽


팩폭(팩트 폭력. 반박할 수 없는 팩트로 심리적인 타격을 준다는 뜻) 당했다. 너무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 없었다

→ 맞말을 들었다. 아주 맞는 말이라 대꾸할 수 없다

→ 바른말을 들었다. 그냥 맞는 말이라 대들 수 없다

→ 옳은말을 들었다. 참 맞는 말이라 따질 수 없다

122쪽


마감시간이 다가오면 초인적인 힘이 생기기 마련인데

→ 마감이 다가오면 번쩍번쩍 힘이 생기게 마련인데

→ 마감이 다가오면 눈부시게 힘을 내게 마련인데

129쪽


영어로 스몰 토크 하고 싶다

→ 영어로 수다를 하고 싶다

→ 영어로 떠들고 싶다

→ 영어로 조잘대고 싶다

→ 영어로 재잘대고 싶다

138쪽


남편은 늘 감사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 곁님은 늘 아낌없이 고맙다고 말한다

→ 짝지는 늘 거듭거듭 고맙다고 밝힌다

264쪽


내가 해온 작은 실천들이 누군가에게 변화의 시작이 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힘이 되어 주는 일은 정말 큰 보람을 느끼게 한다

→ 내가 해온 작은일이 이웃한테 새살림 씨앗이 되고, 새길로 나아가는 힘으로 반짝이면 무척 보람차다

→ 나는 작은일을 하는데 이웃한테 새롭게 씨앗이 되고, 새길로 나아가는 힘으로 피어나면 참으로 기쁘다

26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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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시민 이야기 미래 세대를 위한 인문 교양 7
정주진 지음 / 철수와영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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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2.2.

인문책시렁 457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시민 이야기》

 정주진

 철수와영희

 2025.9.18.



  우리나라는 돈이 없지 않습니다. 아니, 푸른별에 있는 모든 나라는 돈이 없지 않습니다. 날마다 쏟아지는 밥쓰레기는 이루 말할 길이 없고, 밥쓰레기가 아니어도 마감(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리는 밥살림이 어마어마합니다. 돈벌이로 바라보기에 밥쓰레기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얼개이고, 철없이 겨울딸기에 겨울땅감에 겨울수박까지 거두느라, 애먼 곳에 기름을 옴팡지게 쏟아붓습니다.


  기름으로 구르는 수레를 빛(전기)으로 굴리기에 푸른별이 깨끗하지 않습니다. 시골 들숲메바다에 때려박은 햇볕판·바람개비로 뽑아낸 빛을 서울까지 끝없이 잇는 빛줄(송전선)에 드는 돈이 엄청납니다. 빛줄을 돌보거나 바꾸는 돈도 엄청납니다. 이만 한 돈이라면 모든 집에 햇볕판과 바람개비를 달아서 스스로 빛을 뽑아내라고 해야 맞을 텐데 싶습니다만, 이 나라는 이런 길은 안 살핍니다. 아니, 서울에 넘치는 길바닥에 지붕을 씌워서 햇볕판을 덮으면 될 텐데, 이런 새길을 살피지도 않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시민 이야기》를 곱씹습니다. 글쓴이는 “국회의원으로 뽑히고 나서 마을일에 등진 사람”을 나무라는데, 그들은 뽑히기 앞서도 이미 마을일에 아무 마음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마을에 안 살거든요. 시골에서 국회의원이나 군의원으로 뽑힌 이 가운데 ‘작은마을 작은집’에서 살림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2026년으로 접어들면서 ‘전남광주특별시’라든지 ‘충남대전특별시’라든지 ‘대구경북특별시’를 꾀하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요. 이렇게 묶으면 나라에서 20조 원을 내준다고 합니다.


  여러 고을을 하나로 묶을 적에 벼슬자리를 줄일까요? 여태 모든 곳에서 밝힌 바를 살피면, 오히려 벼슬자리를 늘리려고 합니다. 크게 하나로 묶을 적에는 ‘국회의원·군의원’을 확 줄여야 맞습니다. 이미 뚱뚱하게 부푼 벼슬자리를 1/10쯤으로 쳐내어 일꾼만 남길 노릇입니다. 여태 허투루 날린 살림돈은 마을사람이 아이를 낳아 돌보는 길에 이바지하는 쪽으로 들여야 맞습니다.


  몰아주기는 하나도 안 아름답습니다. 아름답게 살아가려면 ‘몰아주기’가 아닌 ‘나누기’에다가 ‘골고루’에다가 ‘어깨동무’를 할 노릇입니다. ‘민주시민’이 되지 않아도 됩니다. ‘마을사람’이면 됩니다. ‘작은사람’이면 되어요. 서울을 바라보지 않는 마을사람으로 가면 됩니다. 더 크게 부풀려서 목돈을 얻어내는 늪에서 벗어날 노릇입니다.


  으레 ‘극우’란 이름을 붙이면서 나무랍니다만, 나라가 고르게 아름다우려면 왼오른이 저마다 20∼30%쯤으로 나란할 노릇이면서, 왼오른이 아닌 가운길로 반듯하게 서는 일꾼이 40∼60%를 차지해야 합니다. 우리는 왼길도 오른길도 아닌 가운길을 갈 노릇이요, 아름길과 푸른길과 사람길을 걸을 노릇입니다. 왼오른으로 갈려서 쌈박질을 하는 멍청짓이 아닌, 왼목소리와 오른목소리를 늘 가운자리에서 주고받으면서 함께 나아갈 새길을 찾을 노릇입니다.


  ‘민주시민’이라고 한다면, “쟤는 극우라 나빠!” 하면서 금을 긋지 않아야 합니다. “쟤는 극좌라 꼴보기싫어!” 하며 금긋는 얼뜨기도 걷어내야지요. “너는 왜 오른쪽이니?” 하고 물으면서 다가갈 노릇입니다. “너는 왼쪽에 서서 뭘 하니?” 하고 물으면서 만나야지요.


  여러모로 보면, 이제는 나라에 무리(정당)를 다 없앨 만합니다. ‘무리’가 아닌 ‘낱(개인)’으로 나라일(국회)을 맡는 일꾼만 뽑고 두어야 할 노릇입니다. 무리지어 밥그릇을 챙기는 틀을 이리 손질하든 저리 손보든 똑같은 굴레입니다. 무리(정당)를 모조리 없애고서, 오직 ‘일감’을 놓고서 이야기하며 가다듬고 마음을 기울이는 자리만 놓아야지 싶습니다. ‘정당명부 비례대표’가 없이, ‘정당이름 아닌 제비뽑기로 투표번호’를 받는 길로 가면 됩니다. 일하지 않는 사람한테 벼슬자리를 너무 오래 맡긴 탓에 바른사람(민주시민)이 꺾이고 밀리고 숨진 나날입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일꾼을 맡도록 모든 뜨내기 돈바치와 이름바치와 힘바치를 쫓아내는 길에 함께 뜻을 모을 때입니다.


ㅍㄹㄴ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독재자도 잘한 게 있으니 그건 제대로 평가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한마디로 독재자를 두둔하기 위한 괴변입니다 … 시간이 흘렀다고 독재자에게 유리한 점을 강조하는 건 당시 억울하게 체포되고 고문과 처형을 당했던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행위입니다. (28, 29쪽)


국회의원 중에는 당선이 된 뒤에는 국민을 외면하고 정당의 일에만 열심인 사람이 많습니다. 다시 선거에 출마하려면 정당에서 공천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71쪽)


누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개인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독재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지지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94쪽)


한마디로 군은 많은 병력과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쓸 일이 없게 하려고 존재하는 겁니다 …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우리나라 남성은 만 18세가 되면 일정 기간 동안 군 복무를 해야 합니다. 군은 우리의 일상 영역 중 하나이고 우리는 가족, 친척, 친구, 이웃으로서 그들이 군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117, 118쪽)


과거에 경찰은 왜 물리적 폭력을 쓰면서까지 집회를 막고 참가자들을 체포했던 걸까요? 그것은 경찰의 임무보다 독재 정권이나 집회를 마땅치 않게 생각한 대통령에게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124쪽)


극우 단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들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자신들이 싫어하는 집단이나 개인을 혐오 대상으로 삼고 사회에서 그들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겁니다. (170쪽)


+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시민 이야기》(정주진, 철수와영희, 2025)


그건 민주시민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유감스럽게도 그런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 바른님이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데 딱하게도 그런 사람이 꽤 많습니다

→ 곧은님이면 그리 해서는 안 되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이 꽤 많습니다

38쪽


정부는 이런 혈세로 운영되고 고위 공직자들은 급료를 받습니다

→ 나라는 이런 핏돈으로 꾸리고 벼슬아치는 일삯을 받습니다

→ 나라는 이런 살림돈으로 돌리고 벼슬꾼은 품삯을 받습니다

10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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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태워라 - 성난 여성들, 분노를 쓰다
릴리 댄시거 지음, 송섬별 옮김 / 돌베개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1.20.

인문책시렁 426


《불태워라》

 릴리 댄시거 엮음

 송섬별 옮김

 돌베개

 2020.10.19.



  외롭다고 여기는 마음은 안 나쁩니다. 외곬이 나쁘지 않습니다. ‘외롭다·외곬·외눈’은 모두 ‘왼’을 나타내는 여러 낱말입니다. 오른쪽이라서 좋지 않으며, 왼쪽이라서 나쁘지 않습니다. ‘외·왼’으로 나아가기에 ‘오롯’이 설 수 있고, 배운 바를 ‘욀(외울)’ 수 있고, 이렇게 ‘외’라는 ‘하나’로 설 때에, 외하고 마주하는 오른을 느끼고 알아보면서 ‘왼오른’을 하나로 모으는 ‘온’으로 닿습니다.


  저는 하루를 으레 01∼02시 사이에 엽니다. 시골에서 살기 앞서 몸에 익힌 살림길입니다. 이미 서른 해 남짓 이러한 살림길이고, 열네 살 무렵에는 04시에, 여덟 살 무렵에는 05시에 하루를 열었습니다. 마흔 해 남짓 한결같이 ‘새벽사람’으로 살며 돌아보노라면, 새벽이슬을 훑고 새벽바람을 쐬고 새벽별을 보는 무렵에 머리와 마음이 가장 맑더군요. 그래서 아직 서울에서 살던 스물다섯 살 무렵까지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지냈습니다.


  오늘도 한밤이라 여길 깊새벽에 일어나서 새벽별과 새벽바람을 쐬며 날씨가 어떻게 흐를는지 읽습니다. 이윽고 부엌으로 가서 설거지를 합니다. 어제는 온몸이 찌뿌둥해서 집일을 놓았습니다. 어제는 모처럼 곁님이 국을 맡고 작은아이가 국수를 삶더군요. 마을 할매 한 분이 돌아가서셔 주검길(장례)을 마을에서 치렀는데, 이 주검길에 함께하노라니 집에서는 힘이 다해서 곁님과 작은아이가 부엌일을 도왔습니다. 다만, 두 분이 설거지는 안 하셨어요. 그러려니 지나간 뒤, 오늘 새벽에 기운을 차려서 즐겁게 마칩니다.


  왼이 나쁘지 않고 오른이 좋지 않습니다. 왼은 왼이요 오른은 오른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두 손을 모아서 일을 하고 놀이를 합니다. 아기는 두 손을 모아서 엄마를 안고 아빠한테 기댑니다. 아이는 두 손을 모아서 모래놀이를 하고 나무를 탑니다. 어른은 두 손을 모아서 ‘빚고 짓고 일구고 가꾸고 돌보고 보듬고 열고 틔우고 나누고 펴고 날갯짓을 하는’ 길입니다. ‘왼 + 오른’이란 ‘암 + 수’하고 같습니다. 왼오른을 하나로 모으는 몸짓이란, 암수가 한빛으로 깨어나서 눈뜨는 마음길입니다. 왼오른과 암수·순이돌이·엄마아빠가 맡는 사랑이란, 언제나 서로 다른 줄 알아보면서 함께 나란한 줄 깨닫는 보금자리에서 싹트고 일굽니다.


  《불태워라》는 여러모로 뜻있는 글을 잔뜩 모았습니다. 다만, 길을 잘못 틀었어요. 이 별은 ‘돌이나라(남성가부장)’여도 나쁘지만, ‘순이나라(여성가녀장)’여도 나쁩니다. 외로 기울면 그저 나쁠 뿐입니다. 이 별은 어떤 나라로도 갈 까닭이 없습니다. 푸른별은 푸르게 빛나는 별일 뿐입니다. ‘푸르다’에는 암빛도 수빛도 어울리면서 흐를 뿐, 암빛만이어야 하거나 수빛만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멍청한 돌이나라(남성가부장)가 제법 길었지만, ‘나라없이’ 어울리던 ‘슬기사람’이던 나날은 엄청나게 까마득하도록 길고 오랩니다. 푸른별에서 사람은 아름답게 어울리는 사랑으로 아주아주 오래오래 잘살았어요. 이러다가 다른 별사람(우주인)한테서 잘못 배우기라도 했는지, 뜬금없이 멍청돌이가 나타나서 ‘나라(국가·정부)’를 세우기로 했고, 나라를 세우려니 칼을 들어서 이웃을 마구 잡아죽이며 땅뺏기·집뺏기·돈뺏기·추레질(성폭력)을 일삼더군요. 이윽고 칼부름만으로는 모자랐는지 총을 만들어내어 더 쉽게 이웃을 마구 잡아죽이는 뺏음질을 키웠고, ‘세계사’라고 하는 멍청길(역사·history)을 잔뜩 벌입니다. 모든 쌈박질은 멍청한 길입니다.


  요사이는 거의 사라졌습니다만, “고추 좀 보자!”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추레질(아동성폭력)이 버젓하던 이 나라입니다. 어린순이도 추레질에 시달리던 나라요, 어린돌이는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모든 ‘어른’이라 일컫는 할매할배에 아지매아재가 나란히 추레질(아동성폭력)을 끝없이 해댔습니다. 순이도 밤길이 무섭던 나라이지만, 돌이는 밤길뿐 아니라 낮길조차 무섭던 나라입니다. 낯선 어른이 난데없이 나타나서 “고추 좀 보자!”라고 하면서 벌건 대낮에조차 어디에서나 추레질을 해댔거든요.


  ‘나라’가 서면서 힘(돈힘·이름힘·글힘)으로 찍어누르기에 순이돌이가 함께 억눌리면서 고달프게 마련입니다. 순이는 순이대로 돌이는 돌이대로 다르면서 나란히 어릴적부터 온갖 추레질로 시달립니다. 모든 부스러기(사회폭력·차별·유리천장)는 ‘나라(국가폭력)’가 찍어누르는 굴레질과 차꼬질에서 비롯합니다. 이런 굴레나라와 차꼬나라에서는 “불태워라!” 하고 외칠수록 오히려 굴레질과 차꼬질이 춤춥니다. 우리가 할 일이란, ‘태움’이 아닌 ‘살림’입니다.


  뜻을 알아가려면, 품이 들더라도 차분히 들여다보고, 다시 살피고, 또 헤아리면, 어느새 길을 열 수 있습니다. 불태우거나 태워서는 겉훑기조차 못 하고서 헤맵니다. 돌봄터(병원)에서만 ‘태움’이 버젓하지 않습니다. ‘페미니즘’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습니다만, ‘-이즘(-주의)’으로 기울 적에는 왼켠에 설 수는 있되 외곬로 기울다가 쓰러집니다. 외곬로 기울다가 쓰러지면 함께 죽는 ‘태움·불태움’입니다. ‘태움’은 ‘불태움’을 줄인 낱말입니다. 불(분노)은 ‘얼뜬짓(비이성적 행동)’입니다. 다 불지르고 불사르면서 ‘나(우리)’부터 죽이거든요.


  잘잘못을 짚고 따질 노릇이되, 잘잘못에 얽매이지 않을 노릇입니다. 잘잘못을 짚고 따지는 뜻이란, 잘잘못을 ‘아름답게 사랑으로 일구고 일으켜’서 온누리를 ‘푸른별’로 돌려놓으려는 몸짓과 마음일 노릇이지 않을까요?


  페미니즘이어야 옳지 않습니다. ‘-이즘(-주의)’이 아닌 ‘함께’ 살림하는 길을 찾을 노릇입니다. ‘옳다 = 오른쪽’이라는 밑뜻입니다. 우리말뿐 아니라 영어도 똑같습니다. 오른쪽(옳다)이어야 맞거나 좋을 수 없습니다. 왼쪽만 있어도 못 걷고 못 날고 못 짓는데, 오른쪽만 있어도 못 걷고 못 날고 못 짓습니다. 우리는 ‘손’을 쓸 노릇이고, ‘다리’로 설 노릇이고, ‘눈’으로 볼 노릇이고 ‘골(뇌)’로 생각을 일으킬 노릇입니다. 한쪽으로 기우느라 쓰러지거나 싸우지 말고, ‘함께 하늘빛으로 하나인 나와 너를 아우르는 숨결’을 바라볼 노릇입니다.


  부디 태움질(불태움질)을 멈춰야지요. 지음빛으로 가야지요. “짓고서 지내는 곳”이라서 ‘집’입니다. 우리말에서 순이를 가리키는 어마어마한 이름 가운데 하나가 ‘계집’입니다. ‘계집 = 계시다(존재) + 짓다(창조)’로 엮은 이름인데, 이 놀라운 이름인데, 놀랍게 지은 아름사랑인 이름인 ‘계집’을 시샘하고 부러워하는 멍청한 꼰대들이 마치 ‘계집’이 낮춤말이나 놀림말이나 나쁜말인 듯 잘못 길들입니다. 이처럼 잘못 길들이는 멍청한 짓도 잘잘못으로 짚어야 하지 않을까요?


  계집(계시며 짓는 님)이기에 낳습니다. ‘낳다’는 “아기를 내놓다”만 뜻하지 않습니다. ‘낳다’는 “몸소 새롭게 지어서 내놓다”를 뜻합니다. 이 푸른별에는 계집이 계시면서 지어왔기에 여태까지 아름답게 피어났습니다. 계시면서 짓는 계집 곁에서 집안일과 밭일을 도맡아서 살림길을 일구는 사내가 나란하기에, 둘은 한결같이 사랑을 한빛으로 모아서 씨앗(아기)을 낳고 열매를 함께 누렸습니다. ‘국사·세계사’라는 허울에는 멍청길(쌈박질뿐인 역사·history)만 그득하지만, 글로 안 남은 ‘계집·사내 살림자취’에는 언제나 아름답게 사랑만 흘러온 나날입니다.


ㅍㄹㄴ


세리나 윌리엄스는 뚱뚱하지 않은 근육질 신체를 지녔음에도 선수 생활 내내 정당한 분노를 공공연하게 표출했다는 이유로 처벌과 비난을 받았다. 오사카 나오미와 맞붙은 2018년 US오픈 테니스대회 결승전에서 주심 카를로스 라모스는 계속해서 윌리엄스를 표적으로 삼았다. (107쪽)


내가 아들을 분노로부터 지켜내고자 했던 것은 어린 시절의 내가 분노 없이 지낸 날이 단 하루도 없었기 때문이다. (176쪽)


나는 태평양 북서부를, 다시 보스턴을, 또 뉴욕을 향했고, 자유사상을 꽃피운 곳으로 이름 높은 근사한 대도시들을 거치며 또 다른 형태의 편협함을 경험했다. 형태는 달라도 본질은 같았다. (226쪽)


그 간호사는 미스젠더링을 통해 내 여성성을 빼앗음으로써 나를 성추행할 권한을 스스로에게 허락했다. (237쪽)


우연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던 아침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뒤로 나는 매일 나한테서 마음에 드는 점 네 가지를 큰 소리로 말하면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 1년째 매일 이렇게 했더니 상상 이상으로 나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278쪽)


나는 내가 쓸 수 있는 언어가 부족하다는 사실 때문에 실패한 것처럼 느꼈다.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말할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말재주를 부리는 것 같았다. (290쪽)


나는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게,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끔찍한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라 할지라도, 변하고 성장하고 나아질 능력이 있다고 믿고 싶다. 내가 세계를 보는 시선은 전적으로 그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나를 해친 그 사람 개인을 갱생시키는 것은 내 몫이 아니다. (295쪽)


#BurnItDown #WomenWritingaboutAnger #LillyDancyger


+


《불태워라》(릴리 댄시거 엮음/송섬별 옮김, 돌베개, 2020)


헝그리hungry와 앵그리angry의 합성어인 행그리hangry라는 단어는

→ 고프다와 타다를 더한 타프다라는 낱말은

→ 배고프다와 불타다를 더한 배타다라는 말은

128쪽


누군가가 자꾸만 나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 가고

→ 누가 자꾸 나한테서 빼앗아 가고

→ 저들이 자꾸 나한테서 빼앗아 가고

→ 저들은 자꾸 나한테서 빼앗고

144쪽


분노의 가마로부터

→ 불가마에서

221쪽


나 자신과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연결되지 않는, 일종의 해리를 겪었던 것이다

→ 거울에 비친 모습이 나 같지 않아서 어긋났다

→ 거울에 비친 모습이 내가 아닌 듯해서 비틀댔다

→ 거울에 비친 모습을 나로 못 느껴 기우뚱했다

235쪽


몇 달이나 데드네임을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 몇 달이나 옛이름을 쓰라고 몰아세웠다

→ 몇 달이나 죽은이름을 쓰라고 시켰다

239쪽


어떤 사람은 구개열을 가지고 태어난다

→ 어떤 사람은 입하늘갈림으로 태어난다

244쪽


누군가가 나한테 이런 질문을 보냈다

→ 누가 나한테 이렇게 묻는다

→ 나한테 이렇게 묻는 분이 있다

274쪽


진짜 원했던 건, 세상으로부터 모자란 존재라는 말을 들을 때 느끼는 고통과 상처에서 놓여나는 것이었다

→ 모자라다는 말을 들을 때 더는 앓거나 괴롭지 않기를 몹시 바랐다

→ 모자라다는 말을 들을 때 아프거나 다치지 않기를 애타게 바랐다

276쪽


마치 누군가를 교정 시설로 보내는 것이 정의 구현이라도 되는 양 응당 그 사람도

→ 마치 누구를 가두어야 올바르기도 한 듯 마땅히 그 사람도

→ 마치 누구를 차꼬로 보내야 마땅하다는 듯 다들 그 사람도

29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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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 미투 운동에서 기후위기까지
리베카 솔닛 지음, 노지양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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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1.14.

인문책시렁 467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리베카 솔닛

 노지양 옮김

 창비

 2021.12.7.



  남을 쳐다보면 남을 좇습니다. 남을 마냥 들여다보니 어느새 남을 졸졸 따릅니다. 남을 바라보는 나머지 ‘나’보다 ‘남’이 낫거나 좋다고 여기고, 어느새 “좋아하는 남”이 생겨서 ‘바라기(팬클럽)’가 됩니다.


  나를 스스로 보면 남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들여다보려 하기에 나라는 숨빛을 천천히 알아봅니다. 잘생기거나 못생긴 내가 아닙니다. 못나거나 잘난 내가 아닙니다. 모든 남하고 다른 나입니다. 오롯이 하나인 숨빛인 나입니다. 한참 깊이 파고들어 ‘나’를 알아보려고 하니 드디어 눈을 뜹니다. 잎눈과 꽃눈처럼 삶눈을 뜰 적에는, ‘나’라는 사람 곁에 ‘너’가 있는 줄 알아채요.


  ‘남’이 아닌 ‘너’를 알아채기에, 나하고 다른 사람이자 나하고 나란한 숨빛인 사람으로서 너를 마주합니다. 처음부터 남만 쳐다본다면 ‘나·너’를 못 보고 모르고 지나치고 맙니다. 남이 아닌 나부터 들여다보고, 남이 아닌 나를 알아보려고 애쓰고, 남이 아닌 내가 나로서 나답게 할 일을 하나씩 여미기에, 우리는 누구나 ‘나’한테 스스로 ‘날개’를 달며 날아오르는 새빛을 찾습니다. 남을 아랑곳하지 않는 나라는 자리를 깨닫기에, 우리는 저마다 ‘나’로서 나답게 이곳에 보금자리를 일구면서 이야기를 남기는 ‘나무’를 품는 사랑을 찾습니다.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는 글쓴이 리베카 솔닛이 걸어온 나날을 담은 삶자락입니다. 리베카 솔닛 씨는 “그들이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건 보호이지 복수가 아니다. 사랑이 핵심이다. 분노는 선택이다(183쪽)”처럼 말하되 “대체 남자들은 왜 그렇게 화가 나 있을까? 이에 대해 한번쯤 진지한 연구 논문이 나와야 할 것만 같다. 일단 대통령이 화가 나 있다(167쪽)”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앙갚음(복수)’이 아닌 ‘돌봄(보호)’을 바란다고 하지만, 돌보려고 하면 ‘불씨(분노)’여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정작 ‘돌이(남자)’는 늘 불타기만 한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참말로 돌이는 늘 불탈까요?


  ‘그들’만 불타지 않습니다. ‘나(리베카 솔닛)’도 나란히 불탑니다. 불타는 나라서 불타는 놈(저놈)을 쳐다봅니다. 불타올라서 앙갚음을 하고 싶기에 불씨를 키우고, 이 불씨를 끝없이 키우느라 막상 나부터 불타서 잿더미가 되는 줄 못 보고 맙니다.


  다만, 불타서 잿더미가 된대서 하나도 안 나쁩니다. 잿더미는 더 빠르게 흙으로 스며요. 불이 난 자리에 싹이 매우 일찍 트는 줄 아는 시골사람입니다. 예부터 시골지기는 일부러 논밭에 쥐불을 놓았습니다. 쥐굴을 쫓고 잔벌레를 치우려고 쥐불을 놓아요. 쥐불을 놓은 자리에서 ‘불탄 시든풀과 쥐와 벌레’는 모조리 흙을 살찌우는 밑거름으로 바뀝니다. 쥐불을 놓은 자리를 살살 골라서 씨앗을 심으면 남새가 매우 잘 자랍니다.


  돌이(남자)만 바보짓을 일삼지 않습니다. 돈에 눈먼 이는 순이돌이를 안 가리고서 바보짓을 일삼습니다. 이름에 마음을 판 이는 순이돌이를 안 가리고서 얼뜬짓을 벌입니다. 힘을 부리려는 헛발질에 몸을 기울이는 이는 순이돌이를 안 가리고서 멍청짓을 꾀합니다. 나라(국가·사회·정부)는 하나같이 사내가 세웠습니다. 나라를 앞세우는 모든 사내는 여태 바보짓과 얼뜬짓과 멍청짓을 했습니다. 싸움(전쟁)이야말로 첫손꼽을 죽음짓입니다. 나라지기를 사내 아닌 가시내가 맡는들 싸움질은 안 사라집니다. 벼슬아치를 가시내가 모조리 맡는들 쌈박질은 안 걷혀요. 왜냐하면 ‘나라’는 이미 모든 바보짓과 얼뜬짓과 멍청짓을 그러모은 싸움짓으로 치닫는 굴레이거든요.


  나라를 안 쳐다본 사내는 보금자리를 아름답게 일구면서 늘 어깨동무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나라가 아닌 나’를 바라보는 사이로 만난 순이돌이는 사랑으로 집을 짓고서 아이를 낳아 돌보았습니다. 우리는 이 얼거리를 읽을 노릇입니다. 불질을 일삼는 돈꾼과 이름꾼과 힘꾼인 ‘얼뜬사내’가 아니라,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일구는 ‘참사내(참하게 사랑하는 사내)’를 바라보고 이야기할 노릇입니다. 쟤들을 아무리 손가락질한들 쟤들은 죽어도 안 바꾸어요. 이와 달리 참사람으로 살아가려는 참사내와 참가시내가 누구인가 하고 헤아릴 적에 비로소 우리가 가장 자그마한 보금자리에서 갈아엎어서 가꾸는 새빛을 배우고 나눌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아름다운 낱말 ‘참’을 엉뚱하게 짓밟은 ‘통일교’가 있더군요. 아무 데나 붙인대서 참답지 않습니다. 참다운 사람과 살림과 사랑이라면, 으리으리한 담벼락을 커다랗게 올려세우지 않아요. 참가시내와 참사내는 시골자락 오두막을 보금자리로 삼습니다. 참사내와 참가시내는 서울 한복판에서 살며 아이를 돌보는 하루일 적에도 늘 푸른길을 천천히 걷습니다. 이제 우리는 ‘저놈’이 아니라 ‘나’하고 ‘너’를 제대로 마주보면서 ‘우리(하늘빛인 너와 나)’를 배워야 할 때입니다.


ㅍㄹㄴ


여성들은 남성 주변에 있을 때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전략들을 숙지하고 있지만 남성들에겐 선택권이 있어 알아도 되고 몰라도 된다. (47쪽)


더욱 명확히 보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저항이 된다. 올바르고 공정한 뉴스 기사들을 지지하고 읽는 것도 저항에 해당한다. (73쪽)


평등은 거짓말에 대항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74쪽)


세포들이 복잡한 장기가 되기 전이라 완전히 형성된 심장이 없는 배아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임신 6주차에 배아는 1.2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는다. (98쪽)


권력자 남성들은 다른 권력자 남성들의 힘을 키워주기로 작정한 듯하다. (122쪽)


대체 남자들은 왜 그렇게 화가 나 있을까? 이에 대해 한번쯤 진지한 연구 논문이 나와야 할 것만 같다. 일단 대통령이 화가 나 있다. (167쪽)


그는 정부를 향한 증오만 쏟아내려 했고 공권력 고발에만 관심이 쏠려 있었다 … 그들이 화를 낼 때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사회가 피해를 입을 때였다. 그들이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건 보호이지 복수가 아니다. 사랑이 핵심이다. 분노는 선택이다. (182, 183쪽)


나는 여자로 사는 것이 좋다. 공원이나 식료품점에 들어갈 때 아이들을 바라보고 웃어주고 말을 건넬 수 있어서 좋다. 그럴 때면 누구도 나를 소아성애자나 납치범으로 보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다. 내가 남자였다면 조금 더 복잡해졌을 것이다. 또 하나의 은근한 장점이 있으니 표현의 자유다. (199쪽)


#Whose Story Is This #Old Conflicts New Chapters #Rebecca Solnit


+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리베카 솔닛/노지양 옮김, 창비, 2021)


우리는 현재 굉장히 거대하고 근사한 건물을 함께 건설하는 중이다

→ 우리는 이제 무척 크고 미끈한 집을 함께 짓는다

→ 우리는 오늘 매우 커다랗고 멋진 집을 함께 세운다

5쪽


혹은 여러 개의 골조가 서로 맞물린 형태라고도

→ 또는 여러 뼈대가 서로 물렸다고도

→ 또는 여러 살이 맞물린 꼴이라고도

5쪽


누군가의 작은 행동과 발언이 축적되면서

→ 누가 자꾸 작게 움직이고 말을 하면서

→ 누가 거듭 작게 뛰고 목소리를 내면서

→ 누가 꾸준히 작게 나서고 말하면서

6쪽


때로 말의 힘은 현재 일어나는 변화 안에서 진가를 드러내기도 한다

→ 때로 말힘은 오늘을 바꾸면서 반짝이기도 한다

→ 때로 말은 이곳에서 굽이치며 빛나기도 한다

10쪽


그때 나누던 대화와 지금 우리가 하는 대화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 그때 나누던 말과 오늘 우리가 하는 이야기는 속빛이 다르다

→ 그때 이야기와 오늘 이야기는 바탕이 다르다

→ 그때 얘기와 오늘 얘기는 알맹이가 다르다

12쪽


이렇게 현재 거센 백래시가 몰아치고 있지만

→ 이렇게 요새 거세게 받아치지만

→ 이렇게 요즈음 거세게 되받지만

20쪽


인구 분포 또한 자연스럽게 변해 미국은 25년 이내에 비백인이 다수가 되는 사회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 사람살이도 어느새 바뀌어 미국은 스물다섯 해 사이에 안하양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 삶그림도 차츰 바뀌어 미국은 스물다섯 해 즈음이면 안하얀이 더 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쪽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고 해를 끼치려 할 때도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고 할퀴려 할 때도 너른바다 같은 마음으로

→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고 갉으려 할 때도 드넓바다 같은 마음으로

28쪽


어쩔 수 없는 선택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말을 인이 박이게 들었다

→ 어쩔 수 없이 가니 헤아려야 한다는 말을 인이 박이게 들었다

→ 어쩔 수 없는 길을 살펴줘야 한다는 말을 인이 박이게 들었다

33쪽


우리가 누구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를 놓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 우리가 누구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를 놓고서 싸우는지도 모른다

→ 우리가 누구를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놓고서 다투는지도 모른다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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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노바디nobody라면, 사람들이 당신에게 하는 짓을 막을 수 없다

→ 네가 아무개라면, 사람들이 너한테 하는 짓을 막을 수 없다

→ 네가 아무나라면, 사람들이 너한테 하는 짓을 못 막는다

46


강자들은 앎이 부족하고 앎에는 힘이 부족하다

→ 힘꾼은 모자라고, 알면 힘이 모자라다

→ 있는이는 모르고, 아는이는 힘없다

50


지나칠 정도로 긴 기간 동안 섬바디를 노바디로 만들게 한

→ 지나칠 만큼 오래 ‘누구’를 ‘아무’로 바꾼

→ 지나치도록 오래 ‘누구나’를 ‘아무개’로 바꾼

50


당신이 꿈꾸는 정의로운 사회에서라면 누군가가 나를 공격하거나 위협했을 때 그런 행동에는 필연적인 결과가 따를 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 네가 꿈꾸는 바른나라에서라면 누가 나를 치거나 윽박지를 때 값을 톡톡히 치른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 네가 꿈꾸는 옳운나라에서라면 누가 나를 때리거나 다그칠 때 제대로 값을 치른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5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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