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 노래'를 갈무리합니다.

'숲집 노래'란 무엇인가 하면,
내가 시골집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입니다.

도시 물질문명 사회에서 만든 노래를
그대로 따라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우리 네 식구가 시골살림을 꾸리면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말마디에 살포시 담으려고 하는 노래입니다.

가락까지 우리 식구가 손수 지을 수 있을 테니,
앞으로는 새로운 노래를 지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멋진 노래가 온누리에 많으니까
멋진 노래를 우리 삶으로 녹여
새로운 아름다움이 될 수 있게끔,
노랫말을 찬찬히 손질합니다.

'노랫말 바꾸어 부르기'가 아니라
'우리 삶에 맞추어 새로운 노래 부르기'입니다.
지난 여덟 해 동안 큰아이와 작은아이하고 함께
즐겁게 부르던 노래를 하나하나 밝히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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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 노래 2. 햇볕



햇볕은 고와요 하얀 햇볕은

나뭇잎에 들어가서 풀빛이 되고

봉오리에 들어가서 꽃빛이 되고

열매 속에 들어가서 빨강이 되어요.


햇볕은 따스해요 맑은 햇볕은

온누리를 골고루 안아 줍니다

우리들 마음도 해를 안고서

따스한 마음으로 사랑을 나눠요.



  이원수 님이 지은 글에 백창우 님이 가락을 붙인 〈햇볕〉이 있다. 워낙 아름답게 잘 짠 글이기에 굳이 손볼 대목은 없다 할 만했는데, 몇 군데에서 거슬렸다. ‘풀빛’이라는 낱말을 안 쓰고 ‘초록’을 쓴 대목이라든지,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되어요” 같은 대목은 손을 보아야겠다고 느꼈다. 그리고 ‘온세상’을 ‘온누리’로 바로잡았다. 왜 이렇게 손을 보는가 하면, 풀잎과 나뭇잎은 ‘풀빛’일 뿐이기 때문이고, 우리가 사는 이 별은 ‘누리’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나 ‘초록’ 같은 한자말이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낱말로는 이야기를 더 깊이 파고들도록 이끌지 못한다. 결이 아름다운 노래라 한다면, 너비와 깊이로도 훨씬 살뜰히 건사하면서 아이들 마음자리에 더욱 야무진 씨앗을 심도록 도울 수 있다. “사랑스러운 마음이 되어요”처럼 끝맺을 수도 있는데, 이러면 노랫가락과 어울리지 않는다. 더 생각해 보니, 아이와 어른이 서로 “따스한 마음”으로 되면, 사랑뿐 아니라 꿈과 이야기를 함께 오순도순 나누는구나 하고 깨달아, “사랑을 나눠요”로 끝맺을 때에 더 신나게 웃으면서 노래를 부를 만하다고 보았다. 4348.1.3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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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 노래 1. 푸른숲서 부는 바람 (산 위에서 부는 바람)



푸른숲서 부는 바람 해맑은 바람

그 바람은 너른 바람 고마운 바람

아저씨가 밭에 가서 풀을 뜯을 때

이 바람을 쐬면서 빙긋 웃지요.


바다에서 부는 바람 상큼한 바람

그 바람은 고운 바람 즐거운 바람

아줌마가 시내에서 헤엄을 칠 때

이 바람을 보면서 노래하지요.



  노랫말을 고쳐서 부른다. 왜 고치는가? 노랫말 가운데 ‘잘못 넣은 낱말’이 있기 때문인가? 그렇기도 하지만, 조금 손질하면 노랫말이 훨씬 살가우면서 깊은 이야기로 바뀐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예전 노랫말은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인데, 바람은 “산 위에서”가 아니라 “산에서” 분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산에서 부는 바람”으로 불렀는데, 이렇게 부르면서도 어딘가 어울리지 않다고 느꼈다. 이 느낌이 무엇인지 여러 달 헤아린 끝에 살짝 깨달았다. 바람은 ‘산이나 강’에서 불지 않는다. 바람은 먼저 ‘뭍(숲)’에서 불고, 다음으로 ‘바다(물)’에서 분다. 우리가 쐬는 바람은 ‘뭍바람(숲바람)’과 ‘바닷바람(물바람)’ 두 가지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바람은 결이 사뭇 다르다. 이 다른 결을 아이들이 제대로 바라보면서 느끼기를 바라면서 노랫말을 제법 크게 손질했다. 아버지(아저씨)가 하는 일과 어머니(아줌마)가 짓는 사랑을 가만히 헤아리면서, 이러한 결이 노랫말에 재미나게 담길 수 있기를 바랐다. 4348.1.3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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