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꽃이야 불의여우 그림책
줄리 모스태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불의여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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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10.

그림책시렁 1692


《시간은 꽃이야》

 줄리 모스태드

 김보람 옮김

 불의여우

 2021.12.23.



  한 해를 마무르는 달을 ‘섣달’이라 하고, 새롭게 여는 새해첫날을 ‘설날’이라 합니다. 이 땅에서는 멈춰서는 때를 한 달을 아우르며 ‘섣달’로 삼아서 돌아봅니다. 이러고서 끝을 잇는 새길로 가는 때를 하루만 삼아서 ‘설날’로 여겨 일어섭니다. ‘서니(멈춰서니)’까 ‘설(일어설)’ 수 있어요. 끝이기에 처음이요, 처음이라는 때는 끝으로 신나게 달려갑니다. 《시간은 꽃이야》는 “Time Is a Flower”를 옮깁니다. 영어로 보면, ‘flower’하고 ‘flow’가 나란합니다. 우리말로는 ‘꽃’은 ‘꽂·곶’하고도 맞물릴 뿐 아니라 ‘곳·곱다’ 에 ‘꼬마·꼭·끝’으로 닿아요. 철이 흐르고 빛이 잇는 길을 나타내는 ‘flower’이자 ‘꽃’이라고 할 만합니다. 피어나기에 시들어서 씨앗과 열매를 베푸는 꽃이란, 꼬마마냥 조그맣고 끝이라 할 텐데, 작은사람인 꼬마는 차근차근 철이 흐르듯 자라나서 어른으로 일어서듯, 꽃이 피고 지는 결에 가만히 여무는 씨앗과 익는 열매가 새길로 뻗으니, 말소리는 달라도 말결과 말빛은 나란하다고 여길 만합니다. 모든 ‘때’란 ‘곳’입니다. 곧 꽃으로 피는 곳인 ‘때’이고, 이러한 때를 갈라서 ‘하루’하고 ‘오늘’하고 ‘이제’를 나타내요. 영어뿐 아니라 우리말도 찬찬히 짚는다면 속뜻을 한결 깊고 넓게 헤아릴 만합니다.


#JulieMorstad #Time Is a Flower (2021년)


ㅍㄹㄴ


《시간은 꽃이야》(줄리 모스태드/김보람 옮김, 불의여우, 2021)


달력 위 숫자와 낱말이야

→ 달종이 셈과 낱말이야

→ 달보기 값과 낱말이야

2


시간은 씨앗이야. 어둠 속에서 다붓하게 기다리다가

→ 하루는 씨앗이야. 어두워도 다붓하게 기다리다가

→ 때는 씨앗이야. 어둡지만 다붓하게 기다리다가

5


2년 후에는 누구 키가 더 클까

→ 이담해에는 누구 키가 더 클까

→ 이태 뒤에는 누구 키가 클까

10


우아하고 조심스런 거미가 쳐 놓았지

→ 아름답게 가만가만 거미가 쳐 놓았지

→ 곱게 살몃살몃 거미가 쳐 놓았지

14


시간은 누군가에겐 깜깜한 밤이야

→ 누구한텐 깜깜한 밤인 때야

→ 누구는 깜깜한 밤인 하루야

20


신나게 춤추게 만들거나

→ 신나게 춤추라 하거나

→ 신나게 춤출 수 있거나

36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닫게 해 주지

→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일깨우지

→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가르치지

40


시간은 한 편의 이야기야

→ 하루는 이야기 하나야

→ 오늘은 이야기 한 토막

42


어쨌거나 지금은 저녁 먹을 시간이야

→ 어쨌거나 이제는 저녁 먹을 때야

→ 어쨌거나 이제 저녁 먹을 참이야

46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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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는 건 뭘까?
사이하테 타히 지음, 아라이 료지 그림, 정수윤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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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7.

그림책시렁 1690


《아름답다는 건 뭘까?》

 사이하테 타히 글

 아라이 료지 그림

 정수윤 옮김

 문학동네

 2025.10.21.



  《아름답다는 건 뭘까?》를 보면, 책 뒤쪽에 “세계적인 그림책의 거장 아라이 료지”라 글씨를 새기는군요. 너무 낯간지럽습니다. 아니 참으로 창피합니다. 우리는 ‘거장’이 남기는 그림책을 아이한테 읽혀야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어린이는 ‘거장’이라는 낡은 일본한자말을 굳이 듣거나 외워야 하지 않습니다. ‘세계적인’이라든지 ‘-의’를 끼워넣은 “그림책의 거장” 같은 말씨를 손볼 줄 알아야, 비로소 아이곁에서 이야기꽃을 지피는 어른일 테지요.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멀거니 구경하는’ 데에서는 아름빛을 못 봅니다. 아름빛이란 구경거리가 아니거든요. 손수 심고 가꾸고 돌보고 생각하면서 몸소 뛰고 달리고 걷고 서고 쉬고 자는 수수한 하루이기에 아름답습니다. 아름빛은 먼발치에 없어요. 아름빛은 누구한테나 곁에 있습니다. 속으로 품고서 아름드리로 펼쳐서 포근히 안는 풀꽃나무하고 나란히 눈뜨는 아름빛이에요. 그림책 첫머리에 “푸르른 바다”라 나오지만 ‘푸르른’은 틀린말씨입니다. 더구나 바다를 파랗게 그리고서 ‘푸른바다’라 하면 아주 틀립니다. ‘파란바다’로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책이름도 우리말씨로 “무엇이 아름다울까?”로 손볼 수 있기를 빕니다. ‘것’은 함부로 쓰는 낱말이 아닙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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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유리병 아이세움 그림책
루 존 지음, 제니 블룸필드 그림, 엄혜숙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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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7.

그림책시렁 1688


《걱정 유리병》

 루 존 글

 제니 블룸필드 그림

 엄혜숙 옮김

 미래엔아이세움

 2023.1.5.



  걱정을 하기에 걱정이 늘고, 걱정을 안 하려고 하니까 걱정이 불어납니다. ‘걱정하기 = 걱정쌓기’일 뿐 아니라, ‘걱정않기 = 걱정곱’인 얼개입니다. “안 해야지!” 하는 마음일 적에 오히려 “안 하려는 쪽”을 더 마음에 두느라, 정작 안 하려는 쪽에 기울면서 풍덩 빠져요. 《걱정 유리병》은 아이가 걱정바다를 누비는 나날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면서 “걱정하지 마” 같은 말이 아닌 “자, 이렇게 놀아 볼까? 나(할머니)는 이렇게 논단다.” 하고 부드러이 어울리는 하루를 들려줍니다. 아주 마땅히 할머니도 아이 나이였을 무렵, 또 아이를 낳은 젊은엄마일 무렵, 또 아이가 큰 아줌마일 무렵, ‘근심걱정’을 놓고서 한참 씨름했을 만합니다. 걱정을 안 하려고 해도 자꾸자꾸 쌓이는 이 걱정더미를 어찌해야 하나 외려 걱정꾸러기가 되기도 했을 테지요. 이제 할머니는 아이곁에서 ‘새말’과 ‘새길’과 ‘새하루’를 속삭입니다. 아이 또래는 할머니처럼 말하지 못 해요. 또래는 “그냥 하면 되지, 왜 못 해?” 하고 느끼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어진 한어버이(한어미·한아비)로 설 수 있습니다. ‘할머니’란 이름에서 ‘할’은 워낙 ‘하늘’을 담는 낱말인 ‘한’입니다.


#The Worry Jar #LouJohn #JennyBloomfield 


ㅍㄹㄴ


《걱정 유리병》(루 존·제니 블룸필드/엄혜숙 옮김, 미래엔아이세움, 2023)


매일매일 걱정을 했어

→ 늘 걱정을 했어

→ 날마다 걱정을 했어

2쪽


걱정은 프리다의 마음을 무겁게 했어

→ 프리다는 걱정 탓에 마음이 무거워

→ 프리다는 걱정으로 마음이 무거워

2쪽


챙겨야 할 것을 혹시나 잊었을까 봐

→ 챙겨야 하는데 문득 잊었을까 봐

→ 챙겨야 하는데 잊었을까 봐

5쪽


동그란 초록빛 완두콩이 이리저리

→ 푸른빛 동글콩이 이리저리

→ 동그란 풋콩이 이리저리

9쪽


잔잔한 푸른 물 아래 상어가 숨어 있을까 봐

→ 잔잔한 파란물에 상어가 숨었을까 봐

→ 잔잔히 파란 물밑에 상어가 있을까 봐

12쪽


걱정은 하면 할수록 우리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단다

→ 걱정은 하면 할수록 우리 마음이 더 무겁단다

18쪽


날씨가 변덕을 부릴지도 모르잖아

→ 날씨가 바뀔지도 모르잖아

→ 날씨가 널뛸지도 모르잖아

→ 날씨가 춤출지도 모르잖아

2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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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돼지 씨앗
사사키 마키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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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6.

그림책시렁 1685


《늑대와 돼지 씨앗》

 사사키 마키

 김숙 옮김

 북뱅크

 2025.1.2.



  어떻게 그리든 늑대는 늑대이고 돼지는 돼지입니다. 다만 우리는 들숲메에서 늑대를 죽인 지 오래요, 들숲메에서 뛰노는 돼지도 거의 벼랑으로 내몰고서 ‘고기돼지’를 길들이는 굴레로 차츰 젖어듭니다. 《늑대와 돼지 씨앗》을 보면 사람처럼 두다리로 걷고서 두손을 쓰는 짐승이 나옵니다. 이는 “짐승 이야기”가 아니라 “짐승한테 빗대는 사람 이야기”라는 뜻이고, 그린이 스스로 이 그림책에 나오는 늑대이기도 하고 돼지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그린이는 “사냥하는 늑대”가 아니라 “손쉽게 얻어먹는 늑대”이기를 바란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들숲메를 달리는 돼지”가 아닌 “사람한테 붙잡혀서 굴레에 갇힌 채 억지로 살만 피둥피둥 찌워야 하는 고기밥”이라는 속내이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오늘날 우리나라도 이웃 뭇나라도 ‘서울나라’예요. 서울로 몰려들어 돈자리(돈버는 자리)만 찾는 싸움판입니다. 누가 더 높이 올라서서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 하고 치고받습니다. 물어뜯기에 서로 다치고, 괴롭히고 따돌리니 서로 힘듭니다. 이리하여 그린이는 ‘살림’도 ‘보금자리’도 아닌 ‘노닥노닥’ 빈둥거리면서 하늘에서 떡이 떨어지기를 바라요. 얼핏 재미나고 귀엽게 담은 그림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저 딱하고 안쓰럽고 슬픈 우리 민낯이라고 느낍니다.


#佐-木マキ #ぶたのたね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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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친구!
최희옥하다 지음 / 월천상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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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6.

그림책시렁 1686


《친구? 친구!》

 최희옥하다

 월천상회

 2025.8.25.



  다들 으레 잊습니다만, 서울(도시)은 “사람 사는 터전”으로 닦은 데가 아닙니다. 워낙 서울은 “임금(권력자)이 사람들을 억누르는 벼슬아치와 싸울아비를 그러모아서 그들끼리 노닥거리는 담벼락으로 쌓아올린 무덤”입니다. 옛날부터 이런 서울이요, 오늘날에도 고스란합니다. 그렇기에 작은고을이나 큰고을 모두 서울바라기요, 시골은 더더욱 서울바라기이지요. 《친구? 친구!》를 보면 집밖으로 나가기 두려운 아이가 길고양이를 마주하면서 새롭게 동무를 찾아나서면서 ‘마을’에 눈뜨는 줄거리를 들려주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사는 데가 바로 ‘서울’이에요. 사람 사는 터전이 아니라, 임금과 벼슬아치가 노닥거리는 굴레인 줄 느끼는 아이라면 집밖에 얼마나 무서운지 온몸으로 알아요. 섣불리 못 나갑니다. 그런데 길고양이를 비롯해 적잖은 사람들은 ‘멍청굴레’인 서울에 이럭저럭 뿌리를 내리면서 조금씩 바꾸려 하지요. 그들(권력자)이 마음쓰거나 힘쓰는 일은 없습니다. 수수하고 작은 사람들이 살림짓기를 하기에 서울도 조금은 바뀔 수 있습니다. “담 너머”를 바라보며 힘내는 아이를 다루는 대목은 눈여겨볼 만하되, 집밖이라지만 “그냥 서울”입니다. 이제 우리는 서울을 좀 뛰쳐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들한테 ‘멍청굴레 서울’이 아닌 ‘푸른들숲메’를 보여줄 때이지 않나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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