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요, 달님! 사각사각 그림책 30
프랭크 애시 지음,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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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4.19.

그림책시렁 1569


《생일 축하해요》

 프랭크 애시

 김서정 옮김

 마루벌

 2007.2.12.



  우리집은 따로 ‘난날잔치’를 안 합니다. 한 해 가운데 하루만 난날일 수 없거든요. 밤에 잠들고서 아침에 일어나면 모두 “새로 깨어난 하루”입니다. 태어나든 깨어나든 ‘난날’입니다. 나온 날이란, 나로 온 날입니다. 내가 나로서 날갯짓을 하려고 나무처럼 푸르게 선 날이기에 난날입니다. 《생일 축하해요》는 “Happy Birthday Moon”을 옮긴 그림책입니다. 그믐날이 아니라면 날마다 맞이하는 달님일 테지만, 달님을 반기면서 달님한테 ‘오늘꽃’을 건네고픈 마음을 들려줍니다. 아이는 아마 별님과 꽃님과 나무님과 벌레님과 새님한테도 오늘꽃을 건네리라고 느낍니다. 엄마아빠랑 이웃이랑 동무한테도 늘 새삼스레 하루꽃을 건넬 테지요. 받기에 주지 않고, 주기에 받지 않습니다. 언제나 기쁘게 웃고 노래하면서 나눕니다. 늘 즐겁게 춤추고 꿈을 그리면서 사랑합니다. 반갑게 모든 날을 맞이합니다. 기쁘게 오늘 이날을 바라봅니다. 새벽을 밝히는 멧새가 노래하고, 아침이 환하면서 이슬이 반짝입니다. 한낮으로 나아가며 따뜻따뜻하고, 어느새 저물녘에 이르니 노을이 물결칩니다. 그리고 다시금 별이 반짝이는 밤이 흐르면서 초롱초롱 빛잔치를 헤아리다가 사르르 눈을 감고서 사뿐히 꿈누리로 나아갑니다.


#FrankAsch #HappyBirthdayMoon


ㅍㄹㄴ


《생일 축하해요》(프랭크 애시/김서정 옮김, 마루벌, 2007)


달한테 생일 선물을 주면 정말 좋아할 거야

→ 달한테 오늘꽃을 주면 아주 기뻐하겠지

→ 달한테 꽃을 주면 참으로 반기겠지

2쪽


이제 달하고 훨씬 가까워졌겠지

→ 이제 달하고 훨씬 가깝겠지

9쪽


모자가 생기면 좋을 것 같아

→ 갓이 생기면 기쁘겠어

→ 쓰개가 있기를 바라

11쪽


달곰이는 돼지 저금통 속의 돈을 모두 꺼냈어요

→ 달곰이는 돼지 돈그릇에서 돈을 모두 꺼내요

1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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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먹어요
고정순 지음 / 웃는돌고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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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4.19.

그림책시렁 1572


《우리는 먹어요》

 고정순

 웃는돌고래

 2022.3.31.



  ‘먹다’를 잘못 여기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먹다’하고 ‘머금다’가 말밑이 같고, ‘머물다’가 밑동이 나란한 줄 모르기 일쑤인데, 어느 곳에 있도록 받아들이는 결인 ‘먹다·머금다·머물다’입니다. 《우리는 먹어요》를 펴면, ‘밥’이 얼마나 고맙고 기쁘면서 커다란 일인가 하고 풀어내려는 듯하지만, 막상 어떻게 밥 한 그릇이 태어나는지 제대로 짚지는 않습니다. 얼핏 흙지기를 한 줄쯤 다루는 듯싶으나, 이 땅에서 씨앗이 어떻게 싹터서 낟알과 푸성귀와 열매를 맺는지 하나도 안 건드리고 안 짚습니다. 낟알과 푸성귀와 열매를 어떻게 거두고 갈무리하는지 조금도 못 건드리고 못 짚습니다. 낟알과 푸성귀와 열매를 서울로 실어나르는 손길을 한 줄쯤 다루고, 밥감을 매만져서 밥을 차리는 손길은 여러 줄쯤 다루는데, 이 그림책은 “남이 차려놓은 밥을 떠먹는 사람” 이야기만 내내 다루다가 끝납니다.


  어린이한테 읽히려는 그림책이기에 “남이 차려놓으면 수저를 들고 먹는 일”만 그렸을 수 있다고 하겠으나, 어린이도 얼마든지 스스로 밥을 하고 국을 끓일 수 있으며, 예부터 어린이도 어른 곁에서 함께 밥살림을 맡았습니다.


  손수 밥을 짓고 차리고 치우는 이야기는 왜 한 줄로도 안 다루거나 못 짚을까요? 손수 심고 가꾸고 거두는 이야기는 왜 한 줄로도 안 그리거나 못 쓸까요?


  무엇보다도 이 별을 이루는 숨결은 ‘먹기’만 하지 않습니다. 풀벌레와 새도 밥을 누립니다만, 다들 먹기만 하지 않습니다. “먹어야 산다”는 말을 너무 높다란 뜻으로 올려세우려고 하는 나머지, 그만 ‘밥’이 무엇인지부터 잊어버린 듯합니다.


  밥이란, 밭에서 거두는 바탕입니다. 밥이란, 우리 몸에 바람과 바다처럼 밑(바탕)을 이루는 빛으로 나아갈 살덩이입니다. 사람이 먹든 뭇짐승이 먹든, 밥을 이루려면 해바람비를 고루 받아들입니다. 우리는 “밥으로 겉모습이 바뀐 해바람비”를 받아들이기에 몸을 얻고서 마음을 일구는 삶을 누립니다.


  거룩한 말씀을 절집 이야기를 곁들여서 외치려 하기보다는, 아이어른이 함께 들숲바다를 돌보고 집안일을 즐기면서 밥 한 그릇을 반갑게 맞이하는 이야기를 펼 일이지 않을까요? 손수 심고 가꾸는 사람은 밥알 하나 안 흘릴 뿐 아니라, 남기지도 않습니다. 손수 돌보고 짓는 사람은 이웃하고 스스럼없이 나눌 줄 압니다.


  오늘날 이 나라 어디에서나 밥쓰레기가 왜 넘치는지 제대로 짚고 바라볼 노릇입니다. 왜 서울은 그다지도 밥쓰레기를 어마어마하게 버리는지 이제라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손수 안 심고 손수 안 가꾸고 손수 안 거두고 손수 안 지으니 그냥그냥 돈으로 사다가 후다닥 쓰고 버리는 굴레에 스스로 갇힙니다.


  그림책 《우리는 먹어요》에는 ‘짓기’가 없을 뿐 아니라, ‘심기·가꾸기·거두기·갈무리’란 하나도 없이, 오직 ‘먹기’만 있는데, 어린이가 무엇을 느끼거나 배울까요? 틀에 딱딱하게 가두어서 “고맙게 먹을 줄 알아야지!” 하고 윽박지르는 매질(훈계·훈육)일 뿐이라고 느낍니다. 서울아이라 하더라도, 손수 도시락을 싼다면, 도시락을 싹싹 말끔히 비웁니다. 구태여 절집에서 ‘바리때모심’을 안 해도 누구나 다 압니다. 손수 심어서 거두는 사람도 말끔히 먹을 뿐 아니라, 손수 짓고 차리고 치우는 사람도 말끔히 먹습니다.


  부디 집안일을 집살림으로 여겨서 기꺼이 모시기를 빕니다. 부디 잿더미(아파트)와 잿길(찻길)이 아닌, 밭과 뜰과 빈터와 숲을 곁에 품기를 빕니다. 맨발로 흙을 밟고서 맨손으로 나무를 쓰다듬고서 맨몸으로 해바람비를 맞아들일 적에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빛나는 사람이로 이 별에 나란히 서서 어깨동무를 하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우리는 먹어요》(고정순, 웃는돌고래, 2022)


모든 생명은 먹어야 삽니다

→ 모든 목숨은 먹으며 삽니다

→ 모두가 먹으며 삽니다

6쪽


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의 목숨으로 살아갑니다

→ 모든 목숨은 다른 목숨을 받아들여 살아갑니다

→ 모든 숨결은 다른 목숨을 받아서 살아갑니다

6쪽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자기의 목숨을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목숨을 고이 여기며 제 목숨을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 숨빛을 크게 여기며 제 목숨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8쪽


땅의 특성을 알려주는 벌레에게

→ 땅빛을 알려주는 벌레한테

→ 땅을 알려주는 벌레한테

10쪽


한 알은 농부의 몫입니다

→ 한 알은 흙지기 몫입니다

→ 한 알은 논밭님 몫입니다

10쪽


하늘을 나는 새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 하늘을 나는 새도 사랑스럽습니다

→ 하늘을 나는 새도 아름답습니다

10쪽


다듬고 조리한 사람이 있기에 우리에게 무사히 올 수 있습니다

→ 다듬고 지은 사람이 있기에 우리한테 잘 올 수 있습니다

13


자연과 사람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

→ 숲과 사람한테 고맙다고 빕니다

→ 숲과 사람이 고마워 비나리를 합니다

14


우리 가족에게 일용한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우리한테 하루밥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 우리가 오늘 먹을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15


음식의 소중함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기도문입니다

→ 고마운 밥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말입니다

16


한 알의 물에도 우주의 은혜로움이 깃들어 있으며, 한 알의 곡식에도 중생의 수고로움이 있습니다

→ 물 한 방울에도 온누리 빛이 깃들며, 낟알에도 여러 사람 손길이 있습니다

→ 물 한 방울에도 모든 빛이 깃들며, 낟알 하나에도 뭇사람 손빛이 있습니다

18


음식이 담겼던 그릇을 씻고 그 물까지 마시는 것을 발우공양이라고 합니다

→ 밥을 담은 그릇을 씻고 물까지 마시는 바리때모심이 있습니다

→ 밥을 담은 그릇을 씻고 물까지 마시며 그릇모심을 합니다

→ 밥을 담은 그릇을 씻고 물까지 마시며 밥모심을 합니다

21


음식을 만든 이의 수고로움을 겸손한 마음으로 받듭니다

→ 밥을 지은 수고를 고개숙여 받듭니다

21


굶주린 사람들의 고통을 몸으로 경험하기 위해서입니다

→ 굶주려 괴로운 사람을 몸으로 느끼려고 합니다

→ 굶주려 고단한 사람을 몸으로 받아들입니다

25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굶주린 이는 누구라도 뒤주를 열고 쌀을 퍼 가라는 뜻입니다

→ ‘누구나 연다’라는 글을 적었습니다. 굶주린 이는 누구라도 뒤주를 열고 쌀을 퍼 가라는 뜻입니다

26


다른 생명과 함께 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 다른 숨결과 함께 사는 줄 잊지 말아야

28


자연의 선물이며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을 먹고 우리는 살아갑니다

→ 우리는 숲이 베풀며 보이지 않는 사람들 땀과 마음을 먹고 살아갑니다

30


오늘도 음식을 먹습니다

→ 오늘도 밥을 먹습니다

→ 오늘도 먹습니다

3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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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미친 김 군
김동성 지음 / 보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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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4.18.

그림책시렁 1571


《꽃에 미친 김군》

 김동성

 보림

 2025.1.7.



  1700년대를 살았다는 김덕형 님 이야기를 다룬 《꽃에 미친 김군》을 읽었습니다. 예나 이제나 돈·이름·힘을 물려받은 나리(양반)는 손에 흙이나 물을 묻힐 일이 없이 한갓지게 글붓만 만지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김덕형 님은 기꺼이 흙을 만지면서 풀꽃나무를 곁에 두었다고 하지요. 그렇다면, 손에 흙을 묻히면서 풀꽃나무를 만지는 차림새는 어떠했을까요? 이 대목을 더 살피지 못 한듯해서 아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호미는 날이 너무 작군요. 날이 좁은 호미(뻘호미)는 뻘밭에서 바지락을 캘 때 씁니다. 밭에서 쓰는 호미(밭호미)는 날이 펑퍼짐하고 큽니다. 밭호미는 ‘작은삽’이라 여길 만합니다. 다만 밭에서도 김매기를 할 적에는 뻘호미처럼 날이 좁은 호미를 쓰기도 합니다. 온갖 풀꽃을 사랑하는 분이 곁에 두는 꽃뜰이라면 흙이 까무잡잡할 테지요. 그런데 그림책에 나오는 꽃뜰을 보면, 흙이 너무 허옇습니다, 이만 한 풀꽃밭이라면 흙이 까무잡잡해야 할 텐데 아리송합니다. 게다가 이 그림책에 깃든 풀꽃을 본다면 “심은 풀꽃”만이 아닌 “스스로 돋는 풀꽃”도 많은데, 흙이 허여멀걸 수 없습니다. 또한 달걀꽃(망초)이 너무 많은데, 달걀꽃은 죽어가는 흙인 곳에서 흐드러집니다. 살뜰히 돌본 꽃뜨락에도 이따금 달걀꽃이 오를 수 있으나, 기름진 꽃뜰에서는 달걀꽃이 시들시들하고 조그맣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나팔꽃은 울타리나 기둥 언저리에 심어서 지켜보았습니다. 나팔꽃을 보려고 따로 대나무 작대기를 안 박았습니다. 그나저나 가느다란 대나무를 어떻게 박았을까 하고도 곱씹을 노릇입니다. 가느다란 작대를 박으면 잔바람에도 쉽게 쓰러집니다. 우리나라에도 더러 “줄기를 휜 소나무”가 있기도 하지만, “줄기를 휜 소나무”는 일본 꽃뜰에 흔합니다. 우리는 “곧고 길게 오르는 소나무”를 높이 여겼습니다. 꽃사랑이라면 소나무 줄기나 가지를 함부로 안 휘리라 봅니다. 곧고 길게 올려야 맞을 테지요. 더구나 1700년대인걸요.


  줄기가 휜 소나무 곁으로 등꽃이 수북하게 드리우는데, 등꽃은 어떻게 이처럼 드리울 수 있을까요? 다른 나무나 기둥을 타야만 꽃이 드리우는 등나무입니다. 등꽃이 치렁치렁하려면 따로 굵고 크게 기둥과 지붕을 대야 하지만, 이 그림책에서는 기둥도 지붕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도 버팀대(지주)를 세우기는 했을 테지만, 버팀대로 땅감이나 고추나 오이를 돌본 곳은 일본이라고 여겨야 하지 않을까요? 요새야 우리나라도 어디에서나 버팀대를 놓지만, 우리는 버팀대를 그리 안 세운 흙살림이라는 대목을 살펴보아야지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꽃그릇(화분)을 아예 안 두다시피 했습니다. 일본은 꽃그릇을 따로 집안에 들이는 꽃꽂이를 예부터 즐기고 요새도 즐기지만, 우리는 꽃그릇이 아닌, 그저 흙이라는 터에 숲빛 그대로 자라는 풀꽃나무를 즐겼습니다.


  우리나라 꽃뜨락은 “사람이 함부로 안 건드리면서 아주 가볍게 어루만지는 길”입니다. 1700년대를 살던 김덕형 님 마당에 꽃그릇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20세기 첫무렵에 비로소 들어왔다고 여기는 살살이꽃(코스모스)인데, 어떻게 18세기 마당에 흐드러질 수 있는지 알쏭달쏭합니다.


  박제가 님이 남긴 글에 김덕형 님을 ‘金君’으로 적었다지만, ‘군·양’으로 가리키는 이름은 일제강점기에 마구마구 퍼졌습니다. 이제는 일본말씨인 ‘군·양’을 함부로 안 씁니다. 비록 한문에 ‘金君’으로 남았다고 하더라도, “꽃에 미친 김군”이 아닌 “꽃에 미친 김씨”쯤으로 옮겨야 알맞으리라 봅니다. 수수하게 “꽃아이”나 “꽃돌이”로 옮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문 아닌 한글과 우리말로 삶과 살림과 사랑을 나누는걸요. 더 헤아려 본다면, 김덕형이라는 분은 “꽃에 미쳤다”기보다는 “꽃사랑이”로 가리켜야 어울리겠다고 봅니다. 어린이한테 꽃빛을 들려줄 그림책이라면 “꽃사랑 하루”라든지 “꽃을 사랑한 하루”라든지 “꽃을 사랑한 사람”이라든지 “꽃을 사랑한 아이”처럼 더 수수하게 들꽃빛으로 들꽃말씨를 헤아리면 어울렸을 텐데 싶어서 무척 아쉽습니다.


ㅍㄹㄴ


《꽃에 미친 김군》(김동성, 보림, 2025)


민들레꽃을 신기하게 보던 한 아이가 있었다

→ 민들레꽃을 놀랍게 보는 아이가 있다

→ 민들레꽃을 놀라워하는 아이가 있다

1쪽


담장 위의 나팔꽃이

→ 담 너머 나팔꽃이

→ 담을 탄 나팔꽃이

4쪽


아이가 꽃의 세계에 빠져든 순간이었다

→ 아이가 꽃누리에 빠져든 때이다

→ 아이는 꽃빛에 빠져든다

5쪽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서도

→ 이제 어른이 되어서도

→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어서도

7쪽


사람들은 그저 김 군이라 불렀다

→ 사람들은 그저 김씨라 했다

9쪽


김 군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꽃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밤사이 안부를 살피는 것이었다

→ 김씨는 맨 먼저 꽃이랑 눈웃음을 짓고서 밤사이 잘 잤느냐고 묻는다

→ 김씨는 먼저 꽃하고 눈짓을 하고서 밤사이 잘 지냈는지 살핀다

12


오도카니 앉아 있었고

→ 오도카니 앉고

→ 오도카니 있고

13쪽


고양이 이름을 청화, 백화라고 지었다

→ 고양이 이름을 파란꽃, 흰꽃이라 지었다

→ 고양이를 파랑꽃, 하양꽃이라고 했다

15쪽


하루 종일 꽃만 바라보거나

→ 하루 내내 꽃만 바라보거나

→ 하루를 꽃만 바라보거나

17쪽


금세 자리를 뜨기

→ 곧 자리를 뜨기

→ 이내 자리를 뜨기

17쪽


꽃에 빠져 있을 때 김 군의 모습은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았다

→ 꽃에 빠진 김씨는 마치 다른 곳에 사는 사람 같다

→ 꽃에 젖은 김씨는 마치 너머에서 사는 사람 같다

17


많은 사람이 이런 김 군을 미치광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조롱거리로 삼았다

→ 사람들은 이런 김씨를 미쳤다고 손가락질하고 놀림거리로 삼는다

→ 사람들은 김씨더러 미쳤다고 손가락질하고 놀린다

18쪽


하지만 누가 그를

→ 그러나 누가 그를

→ 그런데 누가 그를

19쪽


참다운 의미를 알지 못할

→ 참뜻을 알지 못할

→ 참맛을 알지 못할

19쪽


봄이 오면 꽃에 대한 김 군의 설렘도 기지개를 켰고

→ 봄이 오면 기지개 켜듯 꽃이 설레고

→ 봄이 오면 봄꽃에 설레고

21


여름을 머금은 초롱꽃 덕에 김 군의 마음 또한 풍성해졌다

→ 여름을 머금은 초롱꽃이 피니 김씨는 마음이 넉넉하다

→ 여름을 머금으며 초롱꽃이 피어 마음도 흐뭇하다

24


가을 국화의 은은한 향기는 김 군의 섬세함이 되었고

→ 가을 움꽃 그윽한 내음은 김씨한테 부드러이 스미고

→ 가을 움큼꽃은 그윽히 김씨한테 나긋나긋 감돌고

25쪽


겨울 매화의 고고한 자태는

→ 겨울 매꽃 의젓한 몸짓은

→ 겨울 매꽃 참한 매무새는

→ 겨울 매꽃 눈부신 맵시는

→ 겨울 매꽃 드높은 빛은

27쪽


봄을 기다리는 김 군의 간절한 바람이 되었다

→ 봄을 애타게 바라는 마음이 된다

→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된다

28쪽


자연을 스승 삼고 꽃을 벗 삼으니

→ 숲을 스승 삼고 꽃을 벗삼으니

29쪽


꽃에 관해서는 그를 넘을 자가 없을 만큼 그 세계가 넓고도 깊다

→ 꽃으로는 그를 넘을 이가 없을 만큼 그릇이 넓고도 깊다

→ 꽃만큼은 누구도 넘을 수 없도록 넓고도 깊다

30쪽


그의 붓 끝에서 이 세상 모든 꽃들이 다시 태어난다

→ 그이 붓끝에서 온누리 모든 꽃이 다시 태어난다

→ 이이 붓끝으로 온누리 모든 꽃이 다시 태어난다

31쪽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이 눈부시게 빛난다

→ 가지가지 눈부시다

→ 무지갯빛으로 아름답다

→ 반짝반짝 빛난다

36쪽


한평생 꽃을 제 몸처럼

→ 한삶 꽃을 제 몸처럼

→ 살며 꽃을 제 몸처럼

4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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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어린이날 문지아이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서정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아름답고 작은 책을 기리려는 뜻으로

느낌글을 새로 쓴다.

첫 느낌글은 2010년에 썼다.

.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4.2.

그림책시렁 1346


《행복한 어린이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서정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9.3.26.



  어느 때부터인가 이 나라를 ‘검찰나라’로 여기는 분이 많은데, 아주 틀리지는 않으나, 이보다는 ‘서울나라’가 뿌리깊기에 모든 얄궂은 가지가 죽죽 뻗는다고 느낍니다. 서울나라이기에 검찰이건 재벌이건 ㅈㅈㄷ이건 서울대이건 몇몇이 담벼락을 세워서 돈·이름·힘을 거머쥡니다. 나라를 이루는 모든 고갱이가 온통 서울에 쏠리고, 모든 일은 서울에서 벌어지고, 모든 글과 책과 말마저 서울에서 다른 곳으로 내려보내는 틀입니다. 서울사람은 모를 텐데, 시골 어린이와 푸름이는 “서울로 수학여행”을 갑니다. “나중에 서울에서 일하거나 다니려면 미리 ‘전철 갈아타기’에 ‘건널목·길불(신호등)’에 사람물결을 겪어야 한다”고 여기면서 가르칩니다. 온통 서울나라인 이곳에서 시골아이도 서울아이도 즐겁기는 어렵습니다. 《행복한 어린이날》이 처음 한글판으로 나온 2009년에 매우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얼마 못 읽혔고 이내 판이 끊깁니다. 아무래도 어른이란 이름인 사람들부터 “즐겁게 뛰놀며 자랄 어린이”를 안 쳐다보거나 못 품는 탓입니다. 아이어른이 함께 일굴 새누리 새터 새고을이려면, 밉질도 쌈박질도 담벼락도 아닌, 들숲메바다를 아우르면서 새랑 노래할 수 있는 터전일 노릇입니다. 가장 마음을 쏟고 생각을 기울일 곳이란 늘 ‘어린이’여야 한다고 봅니다. 어린이 눈길로 보고, 어린이와 어깨동무할 살림터로 가꾸려는 마음일 적에 모든 부스러기를 털 수 있습니다.


#BarnensDagBullerbyn

#AstridLindgren #IlonWilkand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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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gly Duckling (Hardcover)
Andersen, Hans Christian / Candlewick Pr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4.2.

그림책시렁 1328


《the Ugly Duckling》

 Hans Christian Andersen 글

 Steve Johnson·Lou Fancher 그림

 Candlewick

 2008.



  못생긴 아기나 미운 아이란 없다고 봅니다. 모든 아기는 그저 아기요, 모든 아이는 언제나 아이입니다. 그런데 우리말에나 이웃말에 ‘못생기다(Ugly)’라든지 ‘밉다(hate)’가 있어요. 사랑으로 품는 길이 아닌, 처음부터 꺼리거나 내치거나 밀어대거나 멀리하는 몸짓입니다. 마음을 읽지 않고서 겉모습으로 따지거나 재려는 틀입니다. 《the Ugly Duckling》 이야기를 어릴적부터 거북하게 느꼈으나, 거북하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더군요. 아기도 아이도 그저 다 다르면서 나란한 숨빛이지만, 둘레(사회)에서는 이렇게 안 보거든요. 더욱이 한집에서도 ‘착한아이’하고 ‘미운아이’를 갈라서 바라보는 어버이와 언니가 있습니다. 마을과 배움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안데르센 님이 남긴 이야기를 오래오래 곱씹습니다. ‘사람이라는 옷’을 입으면 모두 속눈 아닌 겉눈에 얽매인다는 뜻을 펴는 셈이라기보다는, ‘사람이라는 빛’을 잊은 채 서로 사랑까지 잊고 마는 굴레이니, 이런 굴레살이에서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 “남이 나를 못생겼다고 여기든, 나무라든, 손가락질을 하든, 밀쳐대든, 이 모두를 똑같이 미운말로 되치지 않는 사랑길을 찾을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이 사랑이 아니라서 내가 사랑이 아니어야 하지 않아요.


#미운새끼오리

#theUglyDuckling #한스크리스티안안데르센 #SteveJohnson #LouFancher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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