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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파리입니다 ㅣ 철학하는 아이 17
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김라헬 옮김, 이지유 해설 / 이마주 / 2020년 8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6.5.
그림책시렁 1588
《나는 해파리입니다》
베아트리스 퐁타넬 글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김라헬 옮김
이마주
2020.7.30.
해파리는 해파리입니다. 거북은 거북입니다. 말미잘은 말미잘입니다. 나무는 나무이고, 벌은 벌이며, 굼벵이는 굼벵이입니다. 모든 숨붙이는 다 다른 몸과 마음과 빛입니다. 다 다른 숨붙이는 다 다른 머리와 가슴이 있습니다. 사람하고 모기가 똑같은 머리나 가슴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불가사리하고 문어가 사람하고 똑같은 머리나 가슴일 까닭이 없습니다. 해파리는 해파리라는 몸에 맞게 머리·골과 가슴·염통이 있습니다. 《나는 해파리입니다》를 보면, “내 속에는 뇌가 없어요. 심장도 없고요(6쪽)”라 나오는데, 아주 틀렸습니다. “사람하고 다르”기 때문에 “나(해파리)는 사람하고 다른 골과 염통이에요.”처럼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이 책에는 ‘과학저술가 이지유’ 씨가 책끝에 군말을 붙이는데 그야말로 군더더기입니다. 이런 군말은 말끔히 지우고서 ‘해파리를 해파리로 마주하는 사랑눈빛’을 짚는 글을 실어야 하지 않을까요? 뜻있구나 싶은 그림책이지만 옮김말씨도 아쉽습니다. ‘옮김말씨’가 아닌 ‘우리말씨’로 가다듬기를 바라요. “한 소녀”도 “숙녀”도 “그녀”도 우리말씨하고 너무 멀어요. 그저 ‘아이’요 ‘어른’이며 ‘사람’입니다. 해파리한테 ‘머리’가 없다면 못 움직일 뿐 아니라, 사람을 못 알아봅니다. 해파리한테 ‘가슴’이 없다면 “쓰레기를 마구 버리면서 바닷가를 더럽히는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랜만에 다시 만난 아이를 반가이 맞이하면서 춤을 출 수 없습니다.
#JeSuisLaMeduse #BeatriceFontanel #AlexandraHuard
ㅍㄹㄴ
《나는 해파리입니다》(베아트리스 퐁타넬·알렉상드라 위아르/김라헬 옮김, 이마주, 2020)
내 속에는 뇌가 없어요. 심장도 없고요
→ 내 몸에는 골이 없어요. 염통도 없고요
→ 나는 머리가 없어요. 가슴도 없고요
6쪽
저런! 한 소녀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 저런! 아이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 저런! 아이가 울어요
8쪽
나는 해변의 구경거리가 되고
→ 나는 바닷가 구경거리가 되고
15쪽
지겨워졌는지 하나둘씩 자리를 떠요
→ 지겨운지 하나둘 자리를 떠요
→ 지겨운듯 하나둘 자리를 떠요
16쪽
나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익어 가고 있어요
→ 나는 햇볕이 뜨거워 이글이글 익어요
→ 나는 해가 뜨거워 몸이 타들어 가요
18쪽
나는 그녀를 위해서 춤을 춥니다
→ 나는 이이 곁에서 춤을 춥니다
→ 나는 이 아이랑 춤을 춥니다
2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