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33


《국민독본, 농업축산 기술강좌 2 양돈》

 편집부

 육군본부

 1961.12.30.



  1961년에 쿠테타를 일으킨 군사정권은 ‘혁명정부’란 이름을 내세웁니다. 이들은 빚에 허덕이는 시골살림에 이바지를 하겠다면서 ‘축산장려’를 밝히고, 군대에 들어온 젊은이한테 《국민독본, 농업축산 기술강좌》를 나누어 주거나 읽힙니다. 다만, 모든 군부대에 이 ‘국민독본’이 가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대대’쯤은 되어야 이런 책이 하나쯤 들어가거든요. 이 국민독본에는 지은이 이름이 없어요. 누가 썼을까요? 아무래도 일본책을 고스란히 옮겼지 싶고, 농협·혁명정부·새마을운동이 나란히 ‘일본 농업·축산업·어업’을 그대로 베껴서 퍼뜨리려 했달 만합니다. 이러면서 이 나라 오랜 흙살림은 낡았다면서 내몰렸고, 시골마다 석면(슬레트) 지붕이 올라섰으며, 고샅마다 흙길에 시멘트를 부었으며, 돌담도 시멘트블록으로 바꾸었지요. 아직까지도 이 물결이 수그러들지 않아, 요즈막에는 논둑이며 논골을 시멘트로 바꾸는 일을 ‘농어촌 개량사업’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여요. 나라에서, 또 군대에서, ‘시골일’을 북돋우려 한 대목은 반갑습니다만, 텃씨나 텃길은 등진, 위에서 찍어누르는 벼슬질이라면 살림길 아닌 주검길이 되기 쉽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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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시렁 232


《종로서적 출판부 도서목록》

 종로서적 출판부

 종로서적

 1981.



  서울 한복판에 넉 층 높이인 〈종로서적〉이 있었다면, 인천 한복판에는 넉 층 높이 〈대한서림〉이 있었습니다. 인천에 있는 〈대한서림〉은 처음부터 넉 층 높이는 아니었으나, 책으로 얻은 돈을 책집을 새로 짓는 데에 들였어요. 다만, 인천에 있는 이 책집은 책집지기가 한나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나오느라 돈을 많이 쓰고 하는 바람에 이제 1·2층을 빵집한테 내어주었습니다. 서울 한복판 〈종로서점〉은 책집 이름을 건사하지는 못하고 이슬처럼 사그라들었는데요, 〈종로서적〉은 책장수로 그치지 않고 책짓기에도 힘을 썼어요. 《계간 종로서적》을 펴내어 사람들이 책밭을 한결 넓게 누리도록 이바지하기도 했습니다. ‘종로서적’에서 나온 책은 투박하면서 멋스러운 꾸밈새에 단출한 짜임새로 책값을 눅게 했어요. 알찬 책을 더 널리 읽히려는 뜻이었겠지요. 이른바 ‘좋은책 나눔(양서 보급)’에 온힘을 쓴 셈입니다. 이 자취를 《종로서적 출판부 도서목록 1981》에서 엿볼 수 있어요. 2002년에 사라진 종로서적은 2016년에 새 지기가 나타나서 되살아납니다. 앞으로 새 종로서적은 새로운 책길을 여는 책짓기도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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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시렁 231


《Nicole visits an Amish farm》

 Erika Stone 사진

 Merle Good 글

 Walker & com

 1982


 

  이제 한국에서도 어린이한테 숲살림을 들려주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이 더러 나옵니다만, 거의 모든 어린이책은 서울살이가 바탕입니다. 아무래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어른, 게다가 책을 내는 어른은 거의 다 서울에 살거든요. 시골 어린이는 얼마 없고 도시 어린이가 엄청나기에 그림책도 동화책도 서울살이를 다루는구나 싶어요. 1982년에 나온 《Nicole visits an Amish farm》은 도시 어린이가 펜실베니아 시골자락 아미쉬 마을에 보름쯤 다녀오는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습니다. ‘자동차 없고 텔레비전 없는 시골에서 보름이라니!’ 하고 서운할까요? 니콜이란 어린이는 또래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신부터 벗습니다. 시멘트도 아스팔트도 없이 온통 풀밭인 아미쉬 마을에서는 발바닥이 폭신폭신한 흙내음이며 풀내음이 가득하거든요. 종이를 오려 인형으로 삼고, 나무를 타고, 소를 쓰다듬으며 젖을 짜고, 손수 천을 마름해서 옷을 지으며, 모든 먹을거리를 스스로 지어서 다같이 누립니다. 니콜 어린이는 보름이 지난 뒤에 도시로 돌아가고 싶었을까요? 자동차·텔레비전·가게 없는 곳애서 하루가 그토록 신나며 긴데요? 미국에는 여러 삶빛이 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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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시렁 230


《일제농림수탈상》

 미승우

 녹원

 1983.11.1.



  일본은 섬나라라 합니다만 그리 작지 않습니다. 들도 숲도 내도 꽤 크고 넓어요. 이러면서 바다를 품었지요. 지구에 있는 뭇나라도 아무리 조그맣더라도 들이며 숲이며 내이며 알맞춤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스스로 뭔가 모자라다고 여겼어요. 아무래도 우두머리가 서면서 뭇사람을 총칼로 다스리려 할 적부터로구나 싶은데, 이때부터 옆나라를 기웃기웃합니다. 한국도 매한가지입니다. 고구려·백제·신라·가야·부여로 갈라서 우두머리가 서로 쳐들어가기 바빴는데요, 왜 자꾸 스스로 모자라다고 여겨 이웃을 윽박질러서 뭔가 빼앗으려고 했을까요? 옆나라나 옆마을을 짓밟아야 스스로 살아남는다는 생각은 누가 퍼뜨렸을까요? 《일제농림수탈상》은 한국으로서는 일제강점기에 제국주의 군홧발이 이 땅을 어떻게 얼마나 괴롭히면서 을러댔는가를 차근차근 밝힙니다. 교과서에 없는, 아니 교과서가 다루지 않은, 수수한 사람들 살림자리가 흔들리고 고달팠던 대목을 짚어요. 역사라고 한다면 이처럼 수수한 살림자리에서 사람들이 겪거나 치러야 했던 이야기를 다루어야지 싶습니다. 통계나 도표를 넘어, 살림길을 읽을 적에 비로소 역사이고 학문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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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시렁 229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나보순 외

 돌베개 편집부 엮음

 돌베개

 1983.11.20.



  2001년 1월 1일부터 사전 편집장으로 일하며 모든 틀이며 길을 처음부터 새로 지어서 닦기로 했습니다. 사전에 실을 올림말이며, 벼리에 찾아보기에 보탬글이며, 비슷한말을 다루는 길이며, 뜻풀이에다가 보기글까지, 이제껏 한국에서뿐 아니라 이웃나라에서도 없던 새로운 사전이 되기를 꿈꾸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이웃나라도 올림말에 붙이는 보기글은 으레 ‘이름난 어른문학’이나 ‘신문·논문 글월’에서 따기 마련입니다. 저는 이 대목이 참 못마땅했어요. 동시·동화를 비롯해서 만화책하고 ‘할머니·할아버지 말을 받아적은 구비문학’하고 ‘노동자 삶글’도 사전 보기글로 실어 마땅하다고 여겼고, 힘껏 이 보기글을 그러모았습니다. 이때에 책 하나를 통째로 보기글로 담고 싶던 ‘일하는 사람 삶글’로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가 있어요. 먹물들 죽은 글이 아닌, 땀흘려 살림을 노래하는 일순이·일돌이 싱그러운 글이야말로 사전이라는 책에 담을 만하다고 여깁니다. 수수한 삶을, 투박한 손길을, 싱그러운 눈빛을, 씩씩한 몸짓을, 다부진 어깻짓을, 여기에 하루를 아름다이 가꾸고 싶은 마음으로 일어서는 작은 물결이 반가웠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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