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16.
숨은책 1041
《科學哲學序說》
김태섭 글
정음사
1963.9.10.
일본에서 ‘철학’을 배우고서 미국에서 종이(학위)를 딴 다음, 서울대학교에서 가르치는 분이 1963년에 내놓은 《科學哲學序說》을 읽으면 토씨만 한글입니다. 한글로 붙인 토씨를 가타가나로 바꾸면 일본책이 될 만합니다. 일본사슬에서 풀린 지 거의 스무 해가 된 무렵에도 우리말로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우리글로 생각을 밝히는 길을 좀처럼 못 연 자취입니다. 이 책을 처음 장만해서 읽은 분은 1976년에 연세대학교 불문과 4년을 다닌 듯합니다. 책에는 다른 종이(영수증)가 둘 깃들었어요. “등록금 162,820원”하고 “앨범대 4000원”이 적히는데, 하나하나 보면 “수업료 105300원, 기성회비 45000원, 실습비 400원, 자율적경비 5880원, 학도호국단비 2140원, 졸업비 3850원”이라고 합니다. 배움삯(수업료) 못잖게 ‘기성회비’가 매우 높고, 뜬금없어 보이는 ‘자율적경비’에 ‘학도호국단비’가 있고, ‘졸업비’까지 받아내는군요. 큰배움터라기보다는 크게 쥐어뜯는 곳 같습니다. 이렇게 쥐어뜯는 얼거리이니, 가난한 사람은 얼씬조차 못 할 만한 틀이요, 다른 종이(졸업장)를 거머쥐면 악착같이 돈을 벌어들이는 길로 달려야 하는 굴레로 여길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배우고 가르치는 마당으로 거듭났을까요, 아니면 그대로일까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