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 24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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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6.26.

나는 나를 보면 다 알아



《배가본드 24》

 요시카와 에이지 글

 이노우에 타카히코 그림

 서현아 옮김

 2006.12.25.



  《배가본드 24》(요시카와 에이지·이노우에 타카히코/서현아 옮김, 2006)을 읽으면 ‘미야모토 무사시’가 ‘사사키 코지로’하고 나란히 어울려 놀면서 문득 마음빛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길을 들려줍니다. 둘은 스승이 없이 스스로 길을 찾으며 살아왔습니다. 둘한테는 저마다 스스로 스승일 뿐입니다. ‘스승’이란 스스로 길을 살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스스로 배우며 깨닫는 사람 = 스승”이기에, 무사시도 코지로도 ‘스스로 스승’일 뿐, 누구를 스승으로 둘 일이 없습니다.


  남한테서 배우지 않습니다. 남한테서 배우려 하는 사람은 ‘남이라는 굴레’를 스스로 뒤집어쓰면서 갇혀요. 칼싸움 아닌 글쓰기로 견주어 볼게요. ‘글쓰기 스승’이 있으면 스승이 시키는 틀에 따라서 쓰게 마련입니다. ‘남(스승)이라는 틀’에 따를 적에는 ‘내 마음을 담아낼 내 글’하고 멉니다. ‘사람들이 높게 여기거나 좋아하거나 우러르는 남(스승)이 쓴 글을 흉내내’는 자리에서 멈춰요.


  ‘글쓰기 스승’을 둘 적에는 ‘글쓰기 스승 이름값’을 내세워 ‘내 글을 팔아먹거나 떠벌이거나 자랑하기에 좋’습니다. 이때에는 ‘나다움’이 아닌 ‘스승 곁’에 머물고, ‘내 이야기와 내 삶’이 아닌 ‘스승이 보여주는 이야기와 삶’을 ‘스승이 잡아 놓은 틀에 맞추어 집어넣’어요.


  칼잡이 스승을 둔다면, 칼을 잘 다루는 스승이 보여주는 대로 따라가겠지요. 다 다른 사람은 몸집도 힘도 눈길도 다 다를밖에 없는데 ‘똑같은 틀’에 따라서 칼을 휘두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얼핏 멋져 보일는지 모르고, 힘이 세다고 자랑할는지 모르나, 아무런 빛이 없어요. 시늉만 있습니다.


  바람이 어떻게 부는가를 살펴봐요. 나무가 있으면 나무를 스치면서 가볍게 지나갑니다. 높다란 멧자락이 있으면 멧자락을 가만히 감돌면서 지나가요. 물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살펴볼까요. 돌이 있으면 돌 곁을 부드러이 감싸면서 지나갑니다. 들이 있으면 느릿느릿 퍼져서 지나가요. 바다를 만나면 포근히 안겨요. 해가 내리쬐면 아지랑이로 바뀌어 하늘로 올라 구름이 되지요. 이러다가 빗방울로 바뀌어 다시 땅으로 찾아갑니다.


  누구나 매한가지입니다. 모든 사람은 ‘스스로 나를 보기’에 ‘스스로 모두 알아차립’니다. ‘스스로 남을 보기’에 ‘스스로 모두 못 보고 모르는 쳇바퀴’에 갇힙니다. ‘스스로나’라는 눈길이라면 어느새 눈빛이 반짝여요. ‘남을 따라가기’로 스스로 가둘 적에는 흐리멍덩하다가 죽은 눈빛으로 갈 테고요.


ㅅㄴㄹ


‘스승 같은 건 필요없어. 이 산의 모든 것에 눈을 뜨고,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코로 냄새 맡고, 입으로 맛보고, 피부로 느낀다. 나와 산은 하나가 된다.’ (12∼13쪽)


‘바람도, 물도, 나도, 모두 다 같은 …….’ (22∼23쪽)


‘나는 왜 먼 길을 돌아서 왔지?’ (51쪽)


‘가벼워. 가볍다. 그래도, 이 막대기조차 가르침을 줄 것이다.’ (61쪽)


“싫거든 피해버려도 되우, 칼부림 같은 건.” (126쪽)


#バガボンド #vagabond #井上雄彦 #吉川英治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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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타 달리다 10
타카하시 신 지음, 이상은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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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청소년책

숲노래 아름책/숲노래 만화책 2022.6.19.



― 어디로든 간다


《카나타 달리다 10》

 타카하시 신

 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21.12.25.



  《카나타 달리다 10》(타카하시 신/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21)을 읽으며 ‘어린씨가 푸른씨로 스스로 자라나는 길’을 생각합니다. ‘서울아이 카나타’는 ‘시골아이 카나타’로 자리를 바꾸면서 비로소 마음을 틔워 말길을 엽니다. 카나타랑 여러 동무는 숨이 가쁘도록 언덕을 오르내리는 달리기를 하면서 생각이 자라나요.


  달리기를 해본 분이라면 달리기가 얼마나 스스로 빛내는 신나는 놀이요 몸짓이면서 하루인가를 어느 만큼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달리기는 ‘나하고 싸우기(내면과의 투쟁)’가 아닙니다. 달리기는 ‘나를 스스로 사랑하기(자기애)’입니다. 걷기도 이와 같지요. 동무랑 나란히 걸으면서 수다꽃을 피울 만한데, 홀로 머나먼길을 걸어갈 적에 어떤 마음인가를 되새겨 봐요.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언덕길을 달리고 드넓은 들판을 끝없이 달릴 적에 어떤 마음인지 곰곰이 짚어 봐요.


  더 빨리 달려야 할 까닭이 없는 줄 알아챈다면, 우리가 스스로 삶을 어떻게 짓고 다스리면서 달랠 적에 즐거이 빛나는가를 스스로 깨닫습니다.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여긴다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삶짓기도 살림짓기도 사랑짓기도 잊은 채 하루하루 쳇바퀴에 스스로 갇힌 굴레살이일 뿐입니다.


  그림꽃책 《카나타 달리다》에 나오는 아이들은 이기려고 달리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은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알려’고 달립니다. 오직 스스로한테만 온마음을 기울이며 달려야 하는 길에 문득 ‘아! 나는 이런 사람이로구나!’ 하고 깨닫고, 아이들은 저마다 ‘나를 나로서 바라보는 그때’에 ‘동무는 어떤 마음이자 눈빛’인가를 바라볼 수 있어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매한가지예요. ‘너(타인)’를 알려면 ‘나(자아)’부터 알아야 합니다. 남·이웃·동무를 사랑하려면 나부터 사랑해야 합니다. 나부터 스스로 사랑할 줄 모르는데 어찌 남·이웃·동무를 사랑할까요? 터무니없지요. 나부터 스스로 모르는데 어떻게 이웃을 알겠으며, 풀꽃나무나 숲을 알겠습니까? 어이없을 뿐입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제 발걸음에 맞추어 달릴 수 있도록 그저 놓아주기를 바라요. 그저 지켜보기만 하기를 바라요. 달리다가 지쳐 쓰러질 적에 벌렁 드러누울 싱그러운 풀밭이며 빈터를 마련하기를 바라요. 풀밭이며 빈터에 부릉이(자동차)를 함부로 대놓지 말아요.


  그리고 그대가 어른이라면 어른으로서 먼저 ‘나사랑’부터 하시기를 바라요. 어른으로서 ‘나사랑’을 하지 못하는 마음결이라면,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가 왜 얼마나 어떻게 사랑스러운 빛줄기인가를 못 느낍니다. 누구나 ‘스스로 나사랑’을 하고서야 ‘이웃사랑’도 ‘숲사랑’도 비로소 천천히 엽니다.


ㅅㄴㄹ


‘알았지? 승부처에 도달하면, 이렇게 생각해 봐. 기초훈련을 꾸준히 해온 사람은 달리는 방식도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무한하다!’ (85쪽)


‘나는 수없이 연습해 왔어. 지금 내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연습보다 힘든 시합은 없어. 나는, 갈 수 있어. 나는, 앞으로 갈 거야.’ (190쪽)


‘언제나 외롭게, 등을 쫓아서 달린 너. 있잖아, 고독은 나쁜 게 아니야.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단다. 고독은 개성과 재능을 낳아 주는 부모. 동료와 라이벌은 그것을 길러 주는 부모야.’ (202쪽)


‘내 인생은 행운으로 가득했어. 하지만 그 이상으로 빛나는 시간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그건 네가 고독한 시간에 지지 않고, 꾸준히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야. 여8기까지가 모두가 벌어 준 시간. 여기서부터는, 네가 쌓아올린 시간으로 싸워야 돼!’ (203쪽)


‘너는, 어린 시절의 너는, 작은 발로 하코네에서 도쿄를 향해, 이 국도 위를 달렸다. 전철비나 버스비가 없던 어린아이라서?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나는 역시.’ (210쪽)


‘달려갔을 거라고 지금은 생각해. 나는 달리는 쪽이 전철이나 버스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그 시절에 어렴풋이 자신의 몸 하나로, 두 다리로, 작은 눈으로, 깨달았던 거야.’ (211쪽)


#たかはししん #高橋しん #かなたかける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청소년한테 글로 된 인문책만

너무 읽히려 하지 말아요.

이 아름다운 만화책

<카나타 달리다> 10권을

함께 읽고서

스스로 새롭고 싱그러이

마음을 열고 나누는

슬기로운 어른이 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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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2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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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6.6.

푸른별에서는 모두 섬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2》

 타카하시 신

 정은 옮김

 대원씨아이

 2021.10.15.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2》(타카하시 신/정은 옮김, 대원씨아이, 2021)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좀처럼 말을 않는 아이랑, 어버이 노릇이 서툰 아버지랑, 둘이 시골에서 빌린 낡은 집이랑, 머리손질을 섬마을에서 하며 만나는 이웃이랑, 무엇보다 바다랑 하늘이랑 땅이랑 숲에 바람을 나란히 속삭입니다.


  어버이 둘이 아이를 돌보는 집안도 많고, 어머니나 아버지 혼자 아이를 보살피는 집안도 많습니다. 어머니랑 딸 둘이 살아가는 집안도 많고, 아버지랑 아들 둘이 살아가는 집안도 많아요. 모두 다른 살림살이요 삶이며 사랑입니다.


  일자리라면 서울(도쿄)이 가장 많겠지요. 사람이라면 서울(도쿄)이야말로 바글바글하겠지요. 일자리에 사람이 가장 많은 서울(도쿄)인 만큼, 사람 아닌 숲이며 풀꽃나무가 느긋이 깃들어 자랄 틈은 가장 작습니다. 일자리랑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이라면, 아무래도 해바람비를 품고서 느슨하게 하루를 가꾸는 마음을 나누기는 가장 어렵습니다.


  삶은 늘 어디서나 두 갈래이지 싶어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고, 돈이라면 알맞게 벌 수 있습니다. 이름을 더 높일 수 있고, 이름값을 잊을 수 있어요. 힘을 거머쥘 수 있고, 힘이 아닌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지요.


  아이는 배움터(학교·학교)에 맡긴 채 어버이는 아이 아닌 딴곳에 마음을 쏟을 수 있어요. 아이를 굳이 배움터에 안 맡기고서 언제나 함께 배우고 나누면서 노래하는 살림살이를 추스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보자면 제주나 백령이나 울릉 같은 곳을 섬으로 여기고, 다른 곳은 뭍으로 치는데, 푸른별 테두리로 보자면 제주나 백령이나 울릉뿐 아니라,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처럼 큰고장이 붙은 제법 널따랗다는 뭍조차 ‘섬’입니다.


  푸른별에서 뭍은 그리 넓지 않아요. 바다야말로 드넓습니다. 아무리 넓다는 들판이나 벌판조차 바다에 대면 ‘섬’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누가 어디에서 살아가든 언제나 바다를 품는 셈입니다. 바다가 없으면 눈비가 없고 구름이 없어요. 바다에서 가볍게 피어난 물방울이 하늘로 올라가서 구름으로 바뀌기에 모든 뭍을 두루 돌면서 비를 뿌리고 눈을 내려요. 바닷물은 소금이 짙어 바로 못 마신다지만, 하늘로 올라 비구름으로 바뀌면 풀꽃나무에 숲에 사람을 살리는 냇물하고 샘물로 거듭납니다.


  작은살림을 일구는 두 사람 하루를 담은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입니다. 두 사람은 대단한 일을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버이로서 엄청난 아버지나 어머니여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이로서 놀라운 딸이나 훌륭한 아들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어른 둘 사이에 사랑이라는 웃음빛으로 살림을 함께 토닥이는 즐거운 삶을 누리면 넉넉할 뿐입니다.


ㅅㄴㄹ


“난 괜찮아. 괴롭힘 당하는 것도 아니고, 수다쟁이인 걸 고치는 것도 세습 무녀로서의 수행이라고 생각하니까.” (43쪽)


‘잇세이. 이 손님이 웃는 얼굴을 본 것으로, 아버지는 너에게 가슴을 펴고 오늘 일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83쪽)


‘다음 휴일에는 함께 바다로 놀러갈까. 적어도 그 말만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미안. 왠지 굉장히 졸려서 역시나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다.’ (106쪽)


“오키나와 사람들은 말이여, 옛날로 말하자면 류큐 왕조 때부터, 오키나와 전쟁 때부터, 아메리카 점령하에 있을 때부터, 일본에 반환됐을 때부터, 지금도 그렇지만, 계속, 계속 괴로운 일들이 이어졌단 말이여. 그래도 살아만 있으면, 옳다고 여기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보답을 받을 때가 오는 법이지. 그러니 난쿠루나이사.” (144쪽)


“아이는 말이여, 부모를 어른으로 만들어 주려고 태어나는 것이여.” (200쪽)


“아버지는 미용사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이 가위를 샀어. 그 후로 매일 연습을 하고 있지. 저기, 아버지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잘할 수가 없어.” (215쪽)


#たかはししん #高橋し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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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29
이마 이치코 지음, 한나리 옮김 / 시공사(만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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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5.5.

늙고 젊고 살고 죽고



《백귀야행 29》

 이마 이치코

 한나리 옮김

 시공사

 2022.3.25.



  《백귀야행 29》(이마 이치코/한나리 옮김, 시공사, 2022)을 폅니다. 그림꽃님은 1995년부터 “百鬼夜行抄”를 그렸으니, 2022년이면 어느덧 스물여덟 해째 잇는 그림꽃입니다. 그리는 사람도 대단하고, 꾸준히 챙겨서 읽는 사람도 대단합니다. 다만, ‘깨비밤길(백귀야행)’을 붓끝으로 담아내는 분이 갈수록 눈이 어둡고 몸도 뻑적지근하다고 하니, 서른 해는 가볍게 넘길 듯하지만 마흔 해까지 그리실 수 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이야기를 끝낼 듯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이으면서 줄거리가 흐릅니다. 숱한 깨비한테 둘러싸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삶길을 헤매는 ‘이이지마 집안’ 사람들을 다루는데, 이이지마 집안 사람들은 ‘깨비를 맨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을 둘러싼 여느(?) 사람들은 ‘깨비를 맨눈으로 못 볼’ 뿐 아니라 ‘몸으로도 못 느끼기 일쑤’입니다.


  맨눈으로 ‘깨비(유령·혼령·귀신)’를 보는 사람이 많을는지, 아니면 못 보는 사람이 많을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깨비를 맨눈으로 봅니다. 우리 집 아이들도 깨비를 맨눈으로 봅니다. 우리 집 곁님은 깨비를 맨눈으로 못 보고 몸으로도 못 느낍니다. 깨비를 맨눈으로 못 보고 몸으로도 못 보지만 ‘깨비가 있는 줄 알’거나 ‘깨비가 사람하고 어떻게 얽히는가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맨눈으로 못 보고 몸으로도 못 느끼기에 ‘깨비란 없다’고 금을 긋느 사람이 있습니다.


  요새는 흔히 ‘과학·비과학’으로 가르는 듯한데, 과학은 무엇이고 비과학은 또 무엇일까요? ‘과학’이란 이름을 내세워 “깨비는 없어!” 하고 자르면 끝일까요? 사람들이 맨눈으로 못 보더라도 ‘자외선·적외선’은 있습니다. ‘감마선·베타선’도 있어요. 그리고 어떤 사람은 맨눈으로 ‘자외선’도 ‘감마선’도 봅니다.


  저는 앞으로도 그림꽃책 《백귀야행》을 읽고 싶습니다. 이 그림꽃책을 빚는 이마 이치코 님이 그리는 《문조님과 나》도 한글판으로 새로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림꽃님이 담아내는 이야기에는 우리가 ‘어떤 눈’으로 이 삶터를 ‘어떤 마음’으로 달래면서 돌아보거나 누리거나 어우르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주어요. 맨눈으로 깨비를 못 보는 몸이라고 해서 함부로 ‘비과학’이란 이름을 붙이면 스스로 눈썰미를 갉아먹는 바보짓이라고 느낍니다.


  생각이 없어 늙고 싶은 사람은 늙고, 철없기를 바라는 사람은 내내 젊고, 꿈을 그리는 사람은 언제나 싱그럽게 살고, 꿈이 없이 쳇바퀴에 얽매이는 사람은 그저 죽습니다.


ㅅㄴㄹ


‘어른들은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내 얘기를 한다.’ (6쪽)


“저 유령한테 커피를 내간 건가요? 이이지마 씨, 당신.” “네. 왜요?” “아니, 별로 안 무서워하는구나 싶어서.” ‘무서워요, 충분히.’ (25쪽)


“꿈을 꾸면 꿈속에서 아야네의 이름이 절대 생각나지 않아. 구해 주고 싶은데 다리가 안 움직여.” “즈카사 누나, 지쳤구나. 그건 기억하지 않는 게 좋다는 뜻이 아닐까? 죽어버린 사람 일을 계속 생각하다 보면, 쓸데없는 것까지 불러들이고 말아.” (35쪽)


“여기까지 와서 사명을 다하지 못하다니, 원통하도다. 한데, 왠지 몸이 가볍군.” “넌 자유야. 괜찮아. (나비로서) 다리 하나가 남아 있으니 꽃에도 앉을 수 있고, 자오에도 갈 수 있어.” (78쪽)


저주는 남쪽 하늘로 돌아갔다. 실패한 저주는 저주를 건 술사에게로 돌아가며, 본래 힘의 두 배가 되어 술사를 덮친다고 한다. (79쪽)


그녀는 또다른 나였다. 하마노 집안의 된장 통 바닥에서 세 명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5년 전 경찰이 한 차례 조사했던 장소였다. 오직 한 명, 장녀인 토와만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분명 어딘가에 무사히……. (222쪽)


#今市子 #百鬼夜行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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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달인 100 - 일본 전국 맛기행 아오모리 편
카리야 테츠 글, 하나사키 아키라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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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4.25.

너는 늘 숲을 먹는단다


《맛의 달인 100 일본 전국 맛기행 아오모리 편》

 테츠 카리야 글

 하나사키 아키라 그림

 김미정 옮김

 대원씨아이

 2008.4.15.



  《맛의 달인 100》(테츠 카리야 글·하나사키 아키라 그림/김미정 옮김, 대원씨아이, 2008)을 되읽으며 생각합니다. 글쓴이하고 그린이는 두 가지 일본 가운데 한쪽에 서서 이야기합니다. 두 가지 일본 가운데 한쪽은 ‘아름다운 들숲바다를 품은 일본을 사랑하는 길’이고, 다른 한쪽은 ‘총칼을 앞세운 우두머리를 섬기는 길’입니다.


  우리말로는 “맛의 달인”으로 나왔으나, 일본책은 “#美味しんぼ”입니다. “맛있는 밥”이요, 줄이면 ‘맛밥’입니다. ‘달인’이 아닌 ‘밥’이에요. 그래서 그림꽃책 《맛의 달인》은 111자락까지 그리는 1983∼2014년에 걸쳐 ‘밥살림·맛과 멋’이란 무엇인가 하는 수수께끼를 풀려고 일본을 샅샅이 누볐고, 아주 마땅히 이웃나라(한국)로도 자주 드나들면서 ‘아름다운 들숲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아는 분은 다 알고, 모르는 분은 다 모르지만, 《맛의 달인》을 흉내낸 《식객》이란 그림꽃이 있습니다. 《식객》을 그린 분은 젊을 적부터 숱한 일본 그림꽃을 몰래 흉내내어 그렸고, 안기부 뒷배를 받기까지 했습니다. 아무튼 《맛의 달인》은 밥살림을 다루는 그림꽃이 얼마나 눈길을 끌며 읽힐 수 있는가를 드러낸 첫 책이라고 꼽을 만합니다. 이 그림꽃은 ‘더 맛있는 밥’이 아니라 ‘마음을 담은 밥’을 잊고 잃는 일본(하고 한국)이 얼마나 바보스럽게 스스로 망가지는 길을 걸어가느냐 하고 내내 나무랍니다.


  그렇지요. 이 그림꽃은 툭하면 나무랍니다. 모든 밥은 ‘들숲바다’에서 나온다고, 어떤 밥도 ‘뚝딱터(공장)에서 뚝딱 찍어내지 않는다’고, 뚝딱터에서 똑같이 찍어낸 밥에 길들기에 생각이 길들고 삶이 길들어 바보스레 ‘총칼 우두머리’에 휘둘리면서 ‘나라바라기(충성)’에 파묻힌다고 호되게 나무라요. 서울(도시·도쿄)에 살기에 밭도 논도 숲도 없는 살림이라 하더라도, ‘먹는 손길하고 마음’은 언제나 숲을 사랑하면서 그릴 줄 알 노릇이라고 속삭입니다.


  뚝딱터에서 찍어낸 밥이어도 바탕은 숲에서 옵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먹더라도 ‘숲을 먹’습니다. 빨리 많이 먹어야 하지 않아요. 숲을 푸르게 맑게 먹는 삶입니다. 그래서 《맛의 달인》은 ‘아버지·아들·며느리(이자 곁님)’라는 세모(또는 네모)라는 얼개를 짜서, 아버지가 아들을 다그치는 듯하되 늘 사랑으로 가르치는 결을 들려주고, 며느리(이자 곁님)가 어설프고 어리석은 두 사내(짝꿍이자 벗아버지)를 사랑으로 부드러이 달래는 줄거리를 들려줘요. 아들은 부스러기(지식)에 기대어 밥살림에 얽매였고, 아버지는 슬기는 있되 상냥하게 물려주는 길은 좀처럼 펴지 못하는 꼰대스러우나 나무처럼 곧고 푸른 자리에 서서 아들을 늘 지켜보면서 길잡이 노릇을 합니다.


  밥이 무엇일까요? 밥은 왜 ‘밭’이며 ‘바다’이며 ‘밝다’ 같은 낱말하고 말밑이 같을까요? 생각해 보거나 듣거나 배운 적이 있는가요? 다 몰라도 좋고, 이제부터 배워도 좋습니다. 우리는 늘 숲을 먹는 줄 느껴서 천천히 알아가면 됩니다.


ㅅㄴㄹ


“도쿄에서 온 유명한 소바 마니아는 이런 건 소바가 아니라고 화를 내더라고.” “그건 자기 문화밖에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그 사람이 잘못된 거예요. 도쿄 소바만 기준으로 해서 이 맛을 이해하지 않는 건 이상해.” (16쪽)


“최근 정치가들이 ‘아름다운 나라’라는 말로 치장하고 있지만, 실은 이 나라를 다시 전쟁을 하는 추한 나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그자들은 진정으로 아름다운 나라는 어떤 곳인지 잘 모르죠. 저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일본’을 아오모리의 풍토에서 찾았습니다. 그 이름 그대로 푸른 숲, 진미가 가득한 멋진 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63쪽)


“산나무는 자력으로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사과도 자연에서 자라나서 생명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 제 자연농법입니다 …… 가을에 잡초가 제 허리 위로 자랐을 즈음 베면, 한낮과 밤의 기온차가 사과에 전달되어, 사과는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고 붉게 변합니다.” (96쪽)


“사과 자체의 아름다움과 자연에 도전하는 키무라 씨 일가의 아름다움, 아오모리 특유의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99쪽)


“지로. 아오모리에서 일본인의 근본을 찾아내다니, 정말 훌륭하다. 다음은 네 자신의 근본을 찾아봐.” (204쪽)


#美味しんぼ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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