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람 3 삼양출판사 SC컬렉션
타니카와 후미코 지음, 박소현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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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2.23.

누구라도 모르지만


《처음 사람 3》

 타니가와 후미코

 박소현 옮김

 삼양출판사

 2021.3.18.



  오늘 하루가 어떻게 찾아올는지 누구라도 모를 만합니다. 모르기에 즐겁게 맞이하고서 새롭게 누릴 만합니다. 오늘 밤을 어떻게 맺을는지 누구라도 모를 수 있습니다. 모르니까 반갑게 지켜보면서 가만히 즐길 수 있습니다. 어제까지 웃던 사람이 오늘은 울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울던 사람이 이제부터 웃을 수 있어요. 앞길은 모른다고 여기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나날은 바로 스스로 그린 빛을 고스란히 맞아들이는 길입니다.


  《처음 사람 3》을 읽고서 덮습니다. 읽어가기 수월하지 않은 줄거리라고 느끼되, 한글판으로 읽을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그저 한글판은 다섯걸음에서 멈추느라, 앞으로 더 나올 수 있을는지, 아니면 이대로 어정쩡하게 사라질는지 아직 모릅니다. 일본에서는 2024년까지 아홉걸음이 나왔거든요.


  너하고 나는 다르기에, 너랑 내가 마음이 맞더라도 어느 날 문득 틀어질 수 있어요. 너하고 나는 다르니까, 여태 마음이 엇갈리며 삐걱거렸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마음이 될 수 있습니다. 앞길이란 모릅니다. 그저 날마다 스스로 꿈이라는 씨앗을 차곡차곡 심을 뿐입니다. 잘되거나 안되거나 따지지 말고, 좋거나 나쁘다고 가르지 말고, 이 하루를 살아낸 나를 사랑하면서, 이 삶을 마주하고 나란히 걷는 너를 바라보면 되어요.


  누가 알겠습니까. 아니, 누구나 알아요. 오늘 이곳은 내가 지난날 그린 내 모습입니다. 누가 알까요. 아니 누구라도 알게 마련입니다. 머나먼 앞길은 바로 오늘부터 내가 스스로 그리는 꿈씨에 맞추어서 차근차근 흐릅니다. 그래서 오늘 이 모습이 추레하건 반짝이건 안 대수롭습니다. 추레하면 추레한 대로 겪으면서 배울 나날이에요. 반짝이면 반짝이는 대로 누리면서 되새길 나날입니다.


  마음이 맞아서 짝을 맺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어긋나서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닿고 싶어서 짝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피어나는 꽃빛을 품고서 온누리에 사랑빛을 흩뜨릴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길은 언제나 오늘 너랑 내가 나란히 걸어가는 삶입니다.


ㅍㄹㄴ


‘스와나이 씨가 나를 좋아하는 건 진심일 것이다. 하지만 안전한 곳에서 가족을 사랑하며 나를 좋아한다. 그건 부록이 아니면 뭘까?’ (46쪽)


“가끔 사소한 일로 싸우기도 하지만 큰 불만은 없습니다. 아내는 잘 해주고 있고, 저도 좋아합니다. 아이는 정말 귀여워요.” “어머나, 쿠미를 갖고 놀았다는 거군요.” “그렇게 되겠군요.” “남의 일처럼 말하긴. 바람피운 것도 젊은 애를 갖고 논 것도 당신이잖아요! 이 나쁜 남자! 쓰레기!” (101쪽)


“살다 보면 힘든 일은 반드시 생겨. 그렇다면 스스로 결정한 인생에서 괴로워하는 편이 더 나아. 그러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 여기서 평생 살아도 되고, 결혼에 상관없이 나가고 싶어지면 나가도 돼. 네가 생각해서 선택하렴.” (149쪽)


‘나는 어떤 식으로 인생을 마치게 될까? 신밖에 모르겠지만, 어디에 있어도,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혼자라도, 선택한 길을 사랑하며 살았다고 자부하고 싶다. 그런 걸 처음으로 생각했다.’ (165쪽)


#はじめてのひと #谷川史子


+


《처음 사람 3》(타니가와 후미코/박소현 옮김, 삼양출판사, 2021)


가끔 사소한 일로 싸우기도 하지만 큰 불만은 없습니다

→ 가끔 작은일로 싸우기도 하지만 크게 싫지 않습니다

→ 가끔 작게 싸우기도 하지만 그리 부아나지 않습니다

10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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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츠바랑! 16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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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2.23.

다른, 아무, 수수


《요츠바랑! 16》

 아즈마 키요히코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5.10.20.



  한자말로 ‘별것·무용·무의미·잡다’로 가리키는 삶이란, 우리말로 ‘다르다·작다·값싸다·수수하다’라 할 만합니다. 남들처럼 안 하기에 남하고 ‘다르’게 마련입니다. 큰일과 큰돈과 큰이름과 큰이름을 좇노라면 ‘작은’ 곳을 놓치거나 지나치거나 멀리하면서 오늘을 등집니다. 쓸모가 있거나 많아야 한다고 여기고, 값이 있거나 높아야 한다고 보느라, 굳이 값으로 치지 않는 살림이나 일을 잊습니다. 보기좋은 쪽으로 꾸미려고 하기에, ‘수수’한 풀꽃나무와 들숲메바다를 못 보기 일쑤이고요.


  아이는 얼핏 보기에 ‘몸이 작’을 테고, 어른은 그냥그냥 보면 ‘몸이 클’ 테지요. 그렇지만 아이하고 어른은 나란히 ‘사람’입니다. 나이와 몸과 힘이 다를 뿐, 저마다 고스란히 빛나는 사람이에요. 어떤 아이라도, 어느 어른이라도, 그저 ‘사람 하나’로 바라보는 눈길이라면, 크기·높낮이·값어치가 아닌 숨결과 빛과 사랑을 받아들인다고 느낍니다.


  《요츠바랑! 16》을 읽고서 우리집 아이들한테 건넵니다. 언뜻선뜻 본다면 ‘아이스러운 말씨와 몸짓’을 다루는 줄거리이지만, 거의 스무 해에 걸쳐 지켜보는 바로는 ‘귀염귀염 아이 말씨와 몸짓’에서 쳇바퀴를 도는구나 싶습니다. 똑같이 틀에 박히는 아이가 아닌, ‘너랑 나랑 다른’ 아이가 마음껏 노는 얼거리를 자꾸 잊는 듯합니다. ‘아무 뜻’이 없이 하는 아이 말씨나 몸짓이 아니라, ‘스스로 새롭게’ 뜻을 느끼고 누리면서 나누는 아이 말씨하고 몸짓도 어쩐지 잃어가는 줄거리이지 싶습니다.


  아이어른은 누구나 수수합니다. 누구나 수수하기에 저마다 다르게 숲입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녀야 하지 않고, 어른은 아이곁에서 살림을 지으면 됩니다. 나이가 차기에 다녀야 하는 배움터(학교)가 아니라, ‘다른 동무’를 마주하고 ‘다른 삶’을 느끼려는 뜻으로 다니면 될 배움터입니다.


  《요츠바랑!》 열여섯걸음 10∼13쪽에 나오는 ‘두바퀴 달리는 발놀림’은 꽤 잘 그립니다. 《요츠바랑!》뿐 아니라 웬만한 일본 그림꽃은 ‘두바퀴’를 거의 그대로 그릴 줄 압니다. 우리나라는 그림꽃도 그림책도 두바퀴를 너무 어처구니없이 그리고 말아요. 다만, 10∼13쪽에 나오는 ‘두바퀴 발놀림’은 잘 담았되, 자리(안장)하고 두바퀴 높이하고 아이 키는 영 안 맞습니다. 아이가 걸으면서 두바퀴를 끄는 그림을 본다면 두바퀴는 아이한테 안 작아야 맞으나, 아이가 막상 두바퀴에 앉으면 어쩐지 두바퀴가 너무 작아 보여요. 으레 두바퀴를 달리더라도, 아이가 두바퀴를 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더라도, ‘두바퀴와 몸과 키와 다리와 발판과 자리’가 어떻게 맞물리는지 찬찬히 짚지 않으면, 이 그림이 어떻게 안 어울리는지 못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남을 따라가려고 하니 “남하고 같아 보일”는지 모르지만, 삶이라는 즐거운 빛은 없게 마련이에요. 남이 아닌 나를 가만히 바라볼 적에는, 언제나 남하고 다르기에 얼핏 누가 나를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나 밀어댈 수 있더라도, 우리는 늘 스스로 새롭게 피어나면서 노래합니다. 남(사회)은 꽃과 나무한테도 값을 매겨서 사고팝니다만, 비싼 꽃이나 나무라서 향긋하거나 곱지 않아요. 모든 꽃과 나무는 다 다른 철에 다 다르게 피고지면서 다 다르게 곱습니다.


  여러모로 보면 ‘빛’에는 크기가 없습니다. 사랑에는 높낮이가 없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뭇숨결한테 값(돈)을 매길 수 없습니다. 오늘날 바깥(사회·학교·정부)은 자꾸 값과 돈으로 매기려 하지만, 품(보금자리)이라는 곳은 늘 빛과 사랑과 사람을 바라보는 얼거리이지 싶습니다. 오늘 이곳을 가만히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배우고 누리고 나누기에, 씨앗 한 톨이 찬찬히 싹트고 깨어나면서 푸른숲으로 나아간다고 느껴요.


  《요츠바랑!》을 그리는 분은 이제 쥐어짜듯 겨우겨우 한 꼭지를 그려낸다고 들었습니다. 아이곁에서 날마다 피어나는 ‘작고 수수한 하루살림’을 더는 모르겠거나 그림감을 못 찾겠다면, 이만 끝을 내기를 바라요. 질질 끌어도 잘팔리니까 억지로 뽑아내려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러면 이럴수록 ‘요츠바랑’에 오히려 ‘요츠바는 없는’ 쳇바퀴만 이어가고 맙니다.


ㅍㄹㄴ


“봐봐! 보조 바퀴 떼니까 자전거 무지 조용히 간다! 시잉 하고 가! 아빠 봐봐―! 씨잉― 하고! 요츠바 닌자 같아?” (12쪽)


“아아, 보조 바퀴 떼었구나. 제법인데, 요츠바.” “응, 이제 언니니까. 자전거 다리 달아주세요!” “그래, 좋지. 그럼 당장 달아 보자.” “서두를 필요 없으니까 차근차근 달아줘.” “배려해 줘서 고맙다.” (20쪽)


“그럼 이 트리 장식은 요치바한테 맡겨야겠다.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어.” “장식하는 동안 아빠는 코타츠에 들어가 있는 사람 할게.” (30쪽)


“이미 산에 와버렸으니까 싸워도 돼.” “그럼 산타 할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하실까.” (102쪽)


“요츠바는 등산이 무지 좋은 것 같기도―?” “산이 어디가 좋은데?” “나무가 잔뜩 있고, 뿌리가 무지 많고, 걷기 불편한 계단도 있고, 쓰러진 나무도 있고.” (165쪽)


“저건 무슨 새야?” “아, 미안, 모르겠다.” “이 나무는 무슨 나무야?” “미안, 모르겠다.”“아빠! 저거 봐봐! 저건 백할미새야! 잰 뛰어다녀! 막 뛰어다녀!” “대단하다, 요츠바. 잘 아네. 저번에 할머니가 가르쳐 줬어!” (211쪽)


“선생님은 혼내? 적이야?” “못되게 안 굴면 혼 안 내.” “아냐, 금방 혼내는 선생님도 있어.” “요츠바는 착하게 굴겠습니다.” (222쪽)


“학교는 이런 걸 가르쳐 주는구나―. 선생님은 뭐든지 가르쳐 주는 건가?” “그렇데이. 뭐든지 다 갈쳐주꾸마.” “선생님은 꼭 할머니 같다.” “응? 우째서?” (239쪽)


#よつばと! #あずまきよひこ #淫魔の亂舞


+


《요츠바랑! 16》(아즈마 키요히코/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5)


트리 안 세우는 파세요?

→ 섣달나무 안 세우세요?

→ 나무 안 세우는 쪽?

23쪽


장식하는 동안 아빠는 코타츠에 들어가 있는 사람 할게

→ 꾸미는 동안 아빠는 따뜻자리에 들어간 사람 할게

→ 드리우는 동안에 아빠는 포근칸에 있는 사람 할게

30쪽


우리 집에서 집합이다

→ 우리 집에서 모인다

→ 우리 집에서 간다

78쪽


수원지라 그런가 보네

→ 샘터라 그런가 보네

→ 샘줄기라 그런가 보네

111쪽


1번 길이랑 합류하니까 사람이 엄청 많아졌네요

→ 첫쨋길이랑 만나니까 사람이 엄청 느네요

→ 첫길이랑 섞이니까 사람이 엄청 늘어요

14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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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 로봇 퐁코 8 - S코믹스 S코믹스
야테라 케이타 지음, 조원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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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2.2.

헌살림이란 손살림


《고물 로봇 퐁코 8》

 야테라 케이타

 조원로 옮김

 소미미디어

 2025.9.24.



  누구나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를 듣는다고 느낍니다. 마음소리가 늘 또렷하게 들리는 사람이 있고, 얼핏 느끼는 사람이 있고, 아직 귀를 덜 틔워서 잘 느끼지 못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만 누구나 마음이 있기에 마음소리도 누구한테나 흐릅니다.


  까다롭거나 버겁구나 싶은 일을 맞닥뜨릴 때면 으레 마음소리 한 마디를 들어요. “자, 얼마나 즐겁니? 이 모든 고비와 가시밭과 봉우리는 네가 기쁘게 맞닥뜨리면서 넘어갈 배움길이란다.” 하는 마음소리를 가만히 들으면서 생각을 가다듬습니다. 그렇지요, 수월하면 수월하게 거닐며 배웁니다. 고단하면 고단하게 내딛으며 배웁니다. 힘겨우면 힘겹게 맞이하며 배웁니다. 가벼우면 가볍게 풀면서 배웁니다.


  《고물 로봇 퐁코 8》을 읽으며 지난 일곱걸음을 되새깁니다. ‘낡은아이 낡다’라 할 만한 줄거리인데, 나이만 먹은 아이로 여기면 ‘낡다’요, 오래오래 사람 곁에서 이야기를 펴고 들려주고 들으며 함께 자라는 사이로 본다면 ‘날다’입니다. 언제나 말끝 하나로 만나고 닿고 잇습니다. 하루하루 함께 날듯 어울린다면 ‘날다’라는 이름이요, 그저 나이만 잔뜩 먹어서 곧 죽을 텐데 하고 여기면 하나도 안 배우면서 그만 ‘낡다’라는 이름입니다.


  어린이만 배우지 않습니다. 푸름이만 배우지 않습니다. 스무 살에 이르면 그만 배워도 되나요? 스물다섯 살이나 서른 살이면 안 배워도 되나요? 마흔 살이나 쉰 살에 배움길을 안 걸으면 어찌 바뀔까요? 예순 살이나 일흔 살이기에 굳이 뭘 배우냐고 손사래치면 어떤 모습인가요? 누구나 여든 살이건 온 살이건 두온 살이건 기쁘게 배우기에 새롭게 피어나는 나날입니다.


  꽃은 그저 꽃이되, 암꽃과 수꽃이 나란합니다. 모든 꽃은 그저 꽃이되, 첫달꽃과 셋쨋달꽃과 닷쨋달꽃과 일곱쨋달꽃과 아홉쨋달꽃과 열한쨋달꽃처럼, 다달이 다른 꽃입니다. 우리는 이른꽃과 늦꽃으로 나누기도 하고, 봄꽃과 여름꽃과 가을꽃과 겨울꽃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달과 철마다 다르기에, 어떻게 다른지 그립니다. 암수가 다른 결이니 겉모습과 속빛을 헤아려 새롭게 이름을 붙입니다.


  나쁘게 붙이는 이름이 아니고, 따돌리거나 괴롭히려고 붙이는 이름이 아닙니다. 언제나 그저 그대로 고스란히 바라보는 동안 차분히 받아들이면서 나누는 이름입니다. 일본말 ‘퐁코’이든 우리말 ‘낡다’이든 대수롭지 않아요. 서로 다른 두 나라에서 서로 나란히 가리키면서 즐겁게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이 이름 하나롤 혀에 얹으면서 새롭게 이 하루를 맞이하면 느긋하겠지요. ‘헌살림’이란 ‘한살림’하고 나란하되 다릅니다. ‘한살림’이란 함께 가꾸면서 하늘빛을 품는 길입니다. ‘헌살림’이란 우리가 저마다 손을 대어 손길과 손빛을 담으며 새롭게 허허바다처럼 뻗는 가없이 즐거운 길입니다.


ㅍㄹㄴ


“으음, 할아비는 이제 그만 가도 되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7쪽)


“날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아니에요. 방금 건 어쩔 수 없이.” (12쪽)


“할아버지가 복잡한 곳 안 좋아하는 거 뻔히 아는데도, 여기저기 막 데리고 돌아다녔으니까, 그래도 할아버지가 도쿄를 마음에 들어하면, 이렇게 퐁코랑 같이 가끔씩 놀러올 거 아니야?” (20쪽)


“유우나는 이런 데서 공부하고 있구나∼.” “훌륭하시죠!”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 거 맞겠지?” “모두가 즐거워하는 훌륭한 학교예요!” (46쪽)


“어지간히 소중한 로봇인가 봐요?” “뭐? 난 그냥 아직 쓸 수 있는 걸 버리는 게 아까워서!” “하지만 이렇게까지 오래된 로봇은 보통 수리를 안 해서요.” (96쪽)


“퐁코네 할아버지다!” “와―! 퐁코네 할아버지!” “퐁코네 할아버지가 아닌데.” (145쪽)


#ぽんこつポン子 #矢寺圭太


+


《고물 로봇 퐁코 8》(야테라 케이타/조원로 옮김, 소미미디어, 2025)


이런 망측한 곳을

→ 이런 끔찍한 곳을

→ 이 볼썽없는 곳을

→ 이 꼴사나운 곳을

8쪽


같이 가끔씩 놀러올 거 아니야

→ 같이 가끔 놀러올 수 있잖아

20쪽


보통 수리를 안 해서요

→ 으레 안 고쳐서요

→ 다들 손을 안 봐서요

9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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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과 지구를 지키는 화장품 사용 설명서 철수와영희 세계시민 문해력 1
배나린.배성호 지음, 최경호 감수 / 철수와영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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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5.8.16.

푸른책시렁 183


《내 몸과 지구를 지키는 화장품 사용 설명서》

 배나린·배성호

 철수와영희

 2025.4.5.



  ‘꾸리다’하고 ‘꾸미다’는 말끝도 다르고, 말뜻과 말길도 다릅니다. ‘꾸미다’하고 ‘일구다’는 말빛과 말씨와 말숨도 다르고요. ‘화장품(化粧品)’은 “화장을 하는 가루나 물”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화장(化粧)’을 “화장품을 바르거나 문질러 얼굴을 곱게 꾸밈”으로 풀이하는군요. 뜬금없습니다. 여러모로 보면 ‘화장 = 꾸밈’입니다. 우리말 ‘꾸밈·꾸미다’는 “보기에 좋게 만지다”를 뜻하고, “없는 모습을 굳이·애써·따로·억지로 만들다”를 나타내요. 오늘날 우리가 ‘화장·꾸밈’을 할 적에는 “나한테 없다고 여기는 좋은 얼굴빛이기에, 사람들이 나를 좋게 보아주기를 바라면서 억지로 얼굴빛을 만들다”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꾸밈길은 안 나쁘되, 딱히 좋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꾸미느라 힘과 돈과 품과 하루를 쏟아부어야 하니, 정작 ‘겉모습’ 아닌 ‘마음’을 가꾸는 길하고는 자꾸 멀어요. 겉얼굴을 보기좋게 만지느라, 마음을 가꾸는 길하고는 등지게 마련이요, 마음은 빈 채 겉몸만 반드레하고 맙니다. 게다가 ‘얼굴꾸밈’으로 안 그쳐요. ‘얼굴뜯기(성형수술)’로 치달으면서, 우리 스스로 몸에 칼을 대어 괴롭히고 죽이는 셈입니다.


  우리가 다 다른 사람이라면, 다 다른 키에 몸무게에 몸피에 팔다리에 얼굴일 노릇입니다.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마음과 삶과 살림을 가꾸며 어깨동무할 적에 아름다운 터전이라면, 어떤 몸짓과 매무새와 얼굴과 말씨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경상사람이 경상말을 하고 전라사람이 전라말을 하면 됩니다. 다만, 막말이나 깎음말이나 밉말이나 고약말을 하지는 말아야지요.


  푸른책 《내 몸과 지구를 지키는 화장품 사용 설명서》는 오늘날 푸름이가 얼굴을 꾸미려는 길에 어떤 꽃물(화장품)을 어떻게 가려서 쓰면 어울릴는지 찬찬히 짚습니다. 꽃물을 아예 안 쓰는 길이 그야말로 아름답습니다만, 굳이 써야 한다면 왜 어떤 꽃물을 쓸 노릇인가 하고 살피는 줄거리입니다.


  우리는 ‘몸’이라는 옷을 입는 사람입니다. 우리 숨결은 ‘넋’이 바탕인데, 우리 넋은 몸을 입고서 삶을 누리고 겪고 마주하면서, 이 모든 하루를 마음에 이야기로 담습니다. 그래서 얼굴이나 몸을 꾸미는 길에 힘을 쓸수록 정작 ‘삶을 마음에 담기’하고 먼 채, ‘겉모습에 얽매이느라 하루 이야기가 없이 삶이 흐르’고 맙니다. 어른과 푸름이는 무엇을 볼 노릇일까요? 푸름이와 어른은 몸과 옷과 얼굴을 어떻게 바라볼 일인가요?


  ‘풀’과 ‘털’한테서 얻은 실로만 뜨개질을 하려고 힘을 기울여도, 이 땅을 사랑하고 살리는 길이 될 만합니다. 그런데 뜨개하는 분 가운데 ‘손맛(질감)’을 더 따지느라, 정작 실이 어떤 밑감인지 안 들여다보는 분이 대단히 많아요. 옷도 매한가지입니다. 풀과 털한테서 얻은 실로만 지은 옷을 입을 적에는 쓰레기가 나올 일이 없습니다만, 풀과 털이 아닌 실로 만든 옷이라면 으레 쓰레기판입니다. 밑감이 아닌 멋을 챙기려 하면 땅과 바다도 망가뜨릴 뿐 아니라, 먼저 우리 몸을 망가뜨려요. 꽃물(화장물)도 매한가지입니다. 숱한 꽃물은 흙이나 냇물이나 바다나 논밭으로 스미면 이 땅과 터전을 몽땅 어지럽히거나 더럽힙니다.


  《내 몸과 지구를 지키는 화장품 사용 설명서》를 쓴 글님은 꽃물(화장품)을 여태껏 썼고 앞으로도 쓸 마음으로 이 꾸러미를 여미었구나 싶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굳이 꽃물을 안 쓰려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요? 이제껏 꽃물을 쓴 적이 없고 앞으로도 쓸 마음이 없는 사람들 마음과 살림길을 더 찾아보고서 글을 여미면 어떨는지요?


ㅍㄹㄴ


화장품의 유해성과 부작용에 대한 생각보다 화장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에요. (23쪽)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성형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 년에 약 65만 건이나 된다고 해요. (54쪽)


화장품 안전성 검사 과정에서 오랫동안 수많은 동물들이 희생되었습니다. (64쪽)


선크림의 이런 유해 성분은 산호초뿐 아니라 다양한 해양생물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작은 물고기나 플랑크톤도 이런 물질에 노출되면 생존율이 낮아지고, 이는 해양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74쪽)


파마약과 염색약에 들어 있는 포름알데히드는 미용실 공기 상태를 악화시키는 발암 물질입니다. (81쪽)


화장품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잠을 자서 다음날까지 있으면 피부에는 큰 부담이 생긴답니다. 피부에 화장품이 남아 있으면 모공을 막아 여드름이나 피부 질환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또한 피부가 쉴 수 없게 되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피부 노화가 빨리 진행되거든요. (86쪽)


피부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매일 화장을 하면 피부가 숨을 쉴 수 없게 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없답니다. (96쪽)


샴푸의 성분 중 특히 계면활성제라든지 향료가 두피에 남아 있으면 염증을 유발할 수 있고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10쪽)


+


《내 몸과 지구를 지키는 화장품 사용 설명서》(배나린·배성호, 철수와영희, 2025)


매일 화장을 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에 비해

→ 날마다 꾸미고 이야기를 하지만

→ 늘 꽃꾸밈에 이야기를 하는데

4쪽


이 빽빽한 외계어들은 도대체 무슨 뜻인지

→ 이 빽빽한 별말은 도무지 무슨 뜻인지

→ 이 빽빽한 저쪽말은 참말 무슨 뜻인지

→ 이 빽빽한 먼말씨는 참으로 뭔 뜻인지

5쪽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 낯설게 느낄 수도 있어요

10쪽


안쓰러운 눈빛으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 안쓰러운 눈빛입니다

→ 안쓰럽게 누구를 바라봅니다

40쪽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성형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 우리나라를 보면 가장 많이 뜯어고친다고 합니다

→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많이 칼을 댄다고 합니다

54쪽


꾸밈 노동과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불필요하게 힘든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 꾸밈일과 얼굴꽃 때문에 쓸데없이 힘듭니다

→ 꾸밈일과 얼굴 내세우기 탓에 덧없이 힘듭니다

54쪽


위와 같은 조문을 읽고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답니다

→ 이 글을 읽고서 아름다운 숨빛을 다시 생각해 본답니다

→ 이 글자락을 읽고서 빛나는 숨결을 더 생각해 본답니다

→ 이 밝힘글을 읽고서 우리 숨꽃을 새로 생각해 본답니다

67쪽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 따가운 햇갈을 그으려고

→ 햇살이 따가워서

72쪽


모공을 막아 여드름이나 피부 질환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 털구멍을 막아 여드름이나 살갗앓이가 생기거든요

→ 살구멍을 막아 여드름이나 살갗앓이로 번지거든요

86쪽


세안의 기본적인 목적은 피부에 자극을 적게 주면서 피부의 오염을 씻어 내는 것이랍니다

→ 살갗을 살살 건드리면서 때를 벗기려고 얼굴을 씻습니다

→ 살결을 가볍게 비비면서 찌꺼기를 벗기려고 낯을 씻습니다

87쪽


피부가 민감하거나 트러블이 있을 때는

→ 살이 쉽게 다치거나 뾰루지가 날 때는

→ 살결이 여리거나 두드러기가 날 때는

96쪽


화장을 하지 말자는 노 메이크업 운동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많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 얼굴을 꾸미지 말자는 물결이 온누리에서 널리 일어납니다

→ 꽃꾸밈을 하지 말자는 너울이 푸른별에서 두루 일어납니다

9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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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 - Yerong's Doodles 예롱쓰의 낙서만화
예롱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7.12.

“한국말 잘하네”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

 예롱

 뿌리와이파리

 2019.10.28.



  처음 보는 사람한테 “한국말 잘하네?” 하고 말을 찍 뱉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이 말을 듣는 사람이 그이보다 나이가 많을 수 있으나 아주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국말 잘하네?”를 가볍게 웃음말로 삼으면서 하하호호 떠드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이런 말을 이웃나라 사람한테 함부로 뱉는 사람도 많지만, 우리나라 사람한테 마구 뱉는 사람도 많아요. 저는 열 살 무렵부터 쉰 살에 이르도록 “한국말 잘하네?” 하고 뱉는 말을 숱하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뱉는 이는 제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면서 “어머, 한국사람이야? 한국사람 같지 않은데? 외국사람 아니야?” 하고 되묻기 일쑤입니다. 그야말로 스스로 얼굴에 쇠가죽이라도 뒤집어썼는지, 창피도 부끄럼도 모르는 말과 매무새예요.


  여태까지 누가 “한국말 잘하네?”를 읊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할매할배도 많지만, 아줌마 아저씨도 많고, 젊은 순이돌이도 많고, 어린이와 푸름이도 많습니다. 그냥 다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어떤 굴레나 틀에 길들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한국말 잘하네?”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읊습니다. 그렇다면 이분들은 이런 말만 읊을까요? 아닙니다. 이 터전과 마을과 푸른별과 들숲메를 바라보는 눈도 나란히 일그러지더군요. 들녘을 들녘으로 안 바라보고, 숲을 숲살림으로 안 느끼고, 멧자락을 멧빛으로 안 헤아리는 삶인 터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일그러진 말씨를 그냥그냥 읊는다고 느낍니다.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는 검은살갗인 짝지하고 지내는 동안 보고 듣고 겪고 치러야 한 숱한 이야기 가운데 몇 가지를 간추린 꾸러미입니다. 이 책이 처음 나온 2019년뿐 아니라, 지난 2009년이나 1999년에도, 또 2025년에도 아직 단단히 틀어박힌 굴레와 말뚝을 짚는다고 할 만합니다. 살짝 샛길로 빠진 줄거리가 더러 있되, 우리 스스로 눈에 들보를 쓴 얄궂은 모습과 민낯을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바꾸고 가꾸자는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우리나라를 보면, 서울사람은 스스로 으뜸이자 첫째입니다. 서울밖은 언제나 버금이나 둘째일 뿐 아니라 밑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서울에서조차 높낮이가 있어요. 서울 어느 곳이 더 높거나 낮다고 여겨요.


  숲에는 아무런 높낮이가 없습니다. 바다와 하늘에는 아무런 높낮이가 없지요. 더 뛰어난 별이나 덜떨어지는 별은 없습니다. 서로 다르기에 나란한 별이자 숲이자 바다이자 하늘입니다. 서로 다르기에 어깨동무하면서 즐거울 삶과 사람 사이입니다. 이제 눈에서 들보를 치울 노릇입니다. 들보는 집에 놓아야지요. 들보를 집에 안 놓고서 눈에 두면 집도 와르르 무너집니다.


ㅍㄹㄴ


가나의 여러 가지 문화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Akan이 이름을 짓는 방식이었다. (119쪽)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면, 내가 가진 틀부터 부숴야 될 것 같아. (190쪽)


“‘좋은 의도’로 하면 차별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239쪽)


차별 자체에 공감하기 어려울 수는 있어. 하지만 상대방이 겪었을 감정에 먼저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는 없는 걸까? (302쪽)


아무리 몇몇 교사들이 노력해도, 가정이나 사회에서 다시 도루묵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321쪽)


우리는 모두 한때 아이였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며 경험하고 배웠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333쪽)


“내가 너한테 ‘영어 잘한다’고 평가할 필요가 없지.” … “그 사람이 한국인일 수도 있고, 한국어를 나보다 잘할 수도 있는데, 겉모습만 보고 평가하는 거니까.” (378, 379쪽)


+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예롱, 뿌리와이파리, 2019)


나만의 책이 아닌 너와 나의 책을 만들게 되어서 기뻐

→ 나만이 아닌 너와 내가 함께 책을 지어서 기뻐

→ 내 얘기만이 아닌 너와 내 얘기로 책을 묶어서 기뻐

5


뭐, 그거야 이해할 수 있다지만

→ 뭐, 그쯤이야 그렇다지만

→ 뭐, 그 일이야 끄덕이지만

17


흑인은 성기가 크다는 인종차별적인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 같아

→ 검으면 고추가 크다고 비웃는 굴레에서 비롯한 듯해

→ 검은이는 밑이 크다고 깔보는 버릇에서 비롯한 듯싶어

46


사회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상대적 약자인 여성으로서, 인종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야

→ 삶터로나 몸으로나 여린 순이로서, 사람씨보다 아늑하느냐가 큰일이야

→ 마을에서나 몸으로나 작은 쪽인 순이로서, 갈래보다 든든하냐가 큰일이야

84


미의 기준이라는 실체도 없는 것을 왜 남들이 함부로 판단해?

→ 귀엽다는 눈금은 없는데 왜 남들이 함부로 따져?

→ 멋있다는 잣대는 없는데 왜 남들이 함부로 가름해?

→ 곱다는 길은 없는데 왜 남들이 함부로 다뤄?

96


완전 시혜적인 태도잖아요

→ 아주 베푸는 눈이잖아요

→ 그저 내주겠다잖아요

236


‘좋은 의도’로 하면 차별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 ‘뜻이 좋으’면 따돌림이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듯해요

→ ‘좋게좋게’ 하기에 빻지 않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어요

239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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