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동네
이와오카 히사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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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느낌글은 2010년에 처음 썼습니다.

어느덧 열한 해를 묵은 느낌글이기에

요모조모 손질했습니다.

이동안 이 만화책은 판이 끊어졌습니다.

헌책집에서 찾아내는 이웃님이 늘기를 바라며.

그리고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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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9.17.

고양이를 사랑하며 그리나요



《고양이 동네》

 이와오카 히사에

 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0.7.15.



  고양이를 다루는 그림꽃(만화)이 갑작스레 부쩍 늘었습니다. 고양이를 이야기하는 글책이나 그림책도 차츰 늡니다. 예부터 고양이나 개 이야기를 다루는 책은 늘 있었습니다만, 오늘날처럼 이렇게 부쩍 나오지 않았습니다. 집고양이 얘기이든 골목고양이 삶이든, 이렇게 이래저래 다루는 책은 그리 흔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 이야기를 펼치는 그림책이나 그림꽃책을 들여다보면서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그려낸 이들은 참으로 고양이를 사랑하며 그리나요? 그저 바람(유행)처럼 그리지는 않나요? 집에 고양이 한 마리쯤 으레 키우니 손쉽게 고양이 이야기를 그리지는 않나요?


  나와 가까운 자리에 있기에 고양이를 그린다면, 나와 ‘똑같이 가까운 자리에 있는’ 다른 삶을 얼마나 들여다보며 담아내는지 궁금합니다. 글붓(연필) 한 자루 이야기이든, 걸상 하나 이야기이든, 책 한 자락 이야기이든, 신 한 켤레 이야기이든, 슈룹(우산_ 하나 이야기이든 얼마든지 그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라도 제대로 보며 담아내는지 궁금합니다.


  그림꽃책 《고양이 동네》(이와오카 히사에/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0)를 만나고 나서 이 그림꽃님이 선보인 《토성 맨션》이며 《파란 만쥬의 숲》이며 《하얀 구름》을 만났습니다. 흔히 다룰 만하면서도 깊거나 넓게 파고드는 일이 드문 이야기를 수수하게 짚어 나가는 붓끝이 정갈하다고 느낍니다. 그러려니 여기거나 그렇겠다고 여기면서 지나칠 대목을 왜 그러하려나 하고 조용히 생각에 잠기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숨빛을 붓끝으로 담는구나 싶어요.


  일본에서 나온 이름은 “ねこみち”입니다. 우리말로는 “고양이 동네”라기보다 “고양이길”이 어울립니다. 고양이가 가는 길, 고양이가 바라보는 길, 고양이가 살아가는 길, 이런 길을 다룬다고 할 만한데, 찬찬히 읽노라면 “엄마길”이나 “엄마가 바라보는 길”이나 “엄마가 살아가는 길”을 그리네 싶어요.


  처음부터 주루룩 읽고 나서, 군데군데 문득문득 펼쳐서 읽습니다. 그림꽃님은 “고양이를 맡아 기르고 챙기며 보살피는 엄마”가 바라보는 길을 고양이하고 나란히 놓으면서 그렸구나 싶습니다.


  이 《고양이 동네》에 나오는 고양이 ‘타이츠’는 ‘엄마 곁에 가장 오래 머무릅’니다. 누구보다 엄마 곁에 있을 때 고양이 타이츠는 가장 느긋하며 사랑스럽습니다. 엄마는 고양이 타이츠한테 늘 말을 겁니다. 고양이 타이츠는 사람 말을 하기보다는 가만히 듣는데, 못 알아들어 가만히 있는다 여길 수 있고, 엄마가 들려주는 말을 마음으로 새긴다 할 수 있습니다. 엄마도 ‘고양이가 내 푸념을 들어 준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집님과 매한가지로 고양이 타이츠한테 말을 겁니다.


  이렇게 고양이한테 말을 거는 엄마가 이 《고양이 동네》를 이어가는 고갱이일 수 있구나 싶어 다시금 책을 펼칩니다. 그래, 이름은 “고양이 동네”이지만, 이 고양이 마을을 오롯이 그리자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새벽부터 밤까지 마을 한삶을 고스란히 들여다보며 담아야 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또 새벽부터 밤까지 ‘마을에 머물며 마을을 지키는’ 사람은 아빠도 아이도 아닙니다. 바로 엄마입니다. 어깨동무(성평등)이니 무어니 떠들어도 이 나라뿐 아니라 이웃 일본도 돌이(남자)는 돌이끼리 바깥일을 합니다. 이 나라도 저 나라도 순이(여자)는 집에 머물며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꾸립니다. 순이돌이(남녀)가 함께 집일을 하며 함께 집에서 지내고 함께 마을을 들여다보거나 함께 사랑하는 일은 너무 드뭅니다. 마을을 깨끔하게 가꾸거나 정갈하게 돌보는 몫은 온통 순이가 합니다.


  엄마는 아빠를 일터로 보내고 아이를 배움터로 보냅니다. 혼자 집에 덩그러니 남습니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며 이불을 말린 다음 가게로 가서 저녁거리를 마련합니다. 마른 빨래를 걷어 옷칸에 넣고 ‘어제와는 다른 저녁거리’를 생각하다 보면 곧 하루가 저뭅니다. 참말로 “이대로 괜찮은 걸까(23쪽)” 하는 생각이 절로 날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숨을 짓는 엄마 옆에 고양이 타이츠가 다가와 살며시 앉습니다. 고양이 타이츠가 엄마 곁에 앉아 마을을 함께 바라봅니다.


  고양이랑 함께 살아가며 고양이 이야기를 살가이 풀어내는 책을 보면 반갑습니다. 고양이 이야기를 풀어내었기에 반갑기도 하지만, ‘살가이 풀어내는 그린이 마음결’이 더없이 반갑습니다.


  곁에서 노상 같이 살아가는 님을 살가이 보듬으며 이야기 하나 엮는 일은 아주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글이든 그림이든 그림꽃이든 빛꽃(사진)이든, 우리 곁 살가운 벗이나 이웃이나 살붙이 삶을 고스란히 들여다보거나 껴안으며 알뜰살뜰 담는 사람은 아직 드물구나 싶습니다. 가까이 있으나 꽤 멀리 떨어졌다고 할는지, 가까이 있어 흔하고 쉬우니까 아예 젖혀 놓는지 모르겠어요. 언제나 받으니 사랑이라고 안 느끼는 어머니 품일 수 있겠지요. 한결같이 누리니까 믿음이라 깨닫지 못하는 어버이 숨결일 수 있을 테지요.


  그림꽃책 《고양이 동네》는 ‘숨쉬니 기쁘다’고 말하는 엄마 삶을 차분히 담아 주어 반갑습니다. ‘옆에 있으니 고맙다’고 말하는 엄마 목소리를 고이 실어 주어 따스합니다. ‘애쓰기보다 사랑해 주자’고 말하는 엄마 손길을 느끼도록 해주어 사랑스럽습니다.


ㅅㄴㄹ


“와, 이 아이예요?” “네, 마지막 한 마리예요. 괜찮으세요?” “네. 열심히 키울게요.” “열심히는 안 해도 되니까, 많이 귀여워 해 주세요.” “네.” (165쪽)


“있잖아, 아빠, 오늘 타이츠가 …….” “그랬어?” “그래서 있잖아. 엄마 잘못이니까. 새 옷 사 달라고 그랬어.” “리쿠, 요즘 엄마가 새 옷 입은 거 본 적 있니?” “응?” “엄마는 늘 똑같은 옷만 입는 것 같지 않니?” “그런가?” (123쪽)


“리쿠는 잘 있니?” “아, 응. 이제 5학년이라 웬만한 건 혼자 알아서 해.” “어머, 기특해라.” “이대로 리쿠도 타이츠도 점점 어른이 되어 가겠지.” “벌써부터 쓸쓸해 하지 마.” “쓸쓸해 한 거 아니거든!” “그러셔?” “괜찮아. 둘 다 자립해도. 나도 어른인걸. 안 놀아 줘도 괜찮아. 가끔이라도 좋으니까 옆에 있어 주기만 하면.” “쓸쓸해 하는 거 맞구먼.” (67쪽)


“응? 타이츠? 밤에 보는 넌 아이돌만큼이나 귀엽구나. 혹시 엄마 기다린 거니?”(60쪽)


 “네가 창가에서 자는 걸 보면 왠지 안심이 돼. 하지만 익숙해지면 또 그런 생각이 들겠지. 할 일도 많은데. 가끔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려.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고 말야. 리쿠 아빠도, 리쿠도 많이 사랑해. 하지만 조금 지친 걸까. 응? 타이츠.”(23쪽)


“어머, 타이츠도 왔니? 응? 저리 가. 타이츠. ……. 엄마가 졌다.” ‘숨쉬고 있구나. 그것만으로도 기뻐.’ (170∼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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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ねこみち #岩岡ヒサエ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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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 로봇 퐁코 2 - S코믹스 S코믹스
야테라 케이타 지음, 조원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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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9.6.

나이를 먹기에 늙지 않으니


《고물 로봇 퐁코 2》

 야테라 케이타

 나민형 옮김

 소미미디어

 2021.1.14.



  《고물 로봇 퐁코 2》(야테라 케이타/나민형 옮김, 소미미디어, 2021)을 읽으면 덜컥덜컥 낡은 심부름꾼이 보내는 하루는 덜컹덜컹 오락가락이지만, 이처럼 흔들리기에 오히려 이야기가 새롭게 태어나는구나 싶습니다. 심부름을 하는 아이는 언제나 똑같은 모습입니다. 숱한 사람은 나이를 먹으며 살갗이 늙는다지만, 심부름꾼은 늘 아이 모습이에요. 다만 자꾸 삐그덕거릴 뿐입니다.


  늙으면 낡습니다. 낡기에 늙습니다. 나이를 먹어서 늙거나 낡지 않아요. 생각이 고이고, 말이 멈추며, 스스로 새롭게 살아가려는 마음을 잊기에 늙으면서 낡아요. 생각이 흐르고, 말을 즐겁게 가꾸며, 스스로 새롭게 살아가려는 마음이라면 언제나 젊으면서 맑고 밝아요.


  누가 곁에 붙어서 말을 걸어야 이야기가 피어나지 않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말을 북돋우고, 스스로 새롭게 걸어가는 하루이기에 이야기가 피어납니다. 똑부러지게 하지 못해도 즐거워요. 똑똑하게 해내지 못해도 재미나요. 아이들이 까르르 소꿉놀이를 하는 모습을 배워 봐요. 넘어지고 자빠져도 깔깔깔 웃고서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일어나는 아이한테서 삶길을 배워 봐요.


  먼곳에서 이야기를 찾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 이야기는 늘 우리 스스로 우리 보금자리에서 찾으면 됩니다. 먼곳에서 스승을 만나야 배우지 않아요. 우리는 늘 우리 스스로 배울 뿐 아니라, 우리 곁에서 노래하며 노는 아이한테서 배웁니다.


  그림꽃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주 조그맣습니다. 낡고 삐그덕거리는 심부름꾼 아이가 스스로 어떻게 이야기를 짓는지 들려줍니다. 나이를 잔뜩 먹고서 생각을 멈추어 버린 사람이 왜 어떻게 늙으며 낡는가 하고 보여줍니다. 나이가 아직 어리거나 젊다지만 생각이 갇힌 채 낡은 틀에 사로잡히는 사람도 함께 보여주고요.


ㅅㄴㄹ


“이래 봬도 30년째 가사 도우미 로봇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25쪽)


‘퐁코는 병아리 무덤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역시 로봇도 슬픔을 느끼는 건가?’ (52∼53쪽)


“퐁코. 네가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단다.” “그런가요?” “사람이 늙으면 이유도 없이 슬퍼지거나 힘들어지곤 하거든. 얼마 안 가 평소의 똥고집 영감탱이로 돌아올 거야.” (126쪽)


“거짓말이지? 걸으라고? 말도 안 돼. 자율주행 택시도 없다니. 거기다 로봇은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구형.” “아직 현역입니다!” “로봇뿐만이 아니야. 마을도 사람도 죄다 케케묵었어.” (142쪽)


“해가 지니까, 되게 빨리 깜깜해지네!” (152쪽)


#ぽんこつポン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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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옥쇄하라!
미즈키 시게루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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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8.31.

싸움판(군대)이란 민낯


《전원 옥쇄하라!》

 미즈키 시게루

 김진희 옮김

 AK comics

 2021.8.15.



  《전원 옥쇄하라!》(미즈키 시게루/김진희 옮김, AK comics, 2021)는 일본에서 1973년에 처음 나왔고, 우리나라에는 2021년에 비로소 나옵니다. 이 그림꽃책을 선보인 미즈키 시게루(1922∼2015) 님은 이 그림꽃책에 나오듯 싸울아비(군인)로 끌려가서 허덕였으며, 싸움터에서 왼팔을 잃습니다. 그래도 목숨을 건사해서 돌아올 수 있었기에 하늘이 내린 빛이라 여겼다지요. 이러고서 그림꽃에 ‘싸움을 걷어낸 어깨동무(전쟁을 치운 평화)’를 오래오래 그렸습니다.


  오랜 벗 테즈카 오사무(1928∼1989) 님은 늘 밤샘에다가 쉬지 않고 그리다가 무척 일찍 이승을 떴다면, 미즈키 시게루 님은 언제나 쉬엄쉬엄 그리면서 잠을 푹 잤다고 해요. 두 그림꽃님은 누구보다 어린이가 참다운 살림길을 사랑으로 맞아들여서 앞으로 온누리를 꽃누리로 가꾸는 슬기롭고 상냥한 마음을 품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붓을 쥐었습니다. 테즈카 오사무 님은 이러한 밑넋을 《아돌프에게 고한다》에서 환히 밝혔고, 미즈키 시게루 님은 이 《전원 옥쇄하라!》에서 또렷이 이야기합니다.


  두 사람은 모두 불구덩이에서 살아남았습니다. 테즈카 오사무 님은 군수공장에서, 미즈키 시게루 님은 태평양 섬나라에서 살아남았지요. 어느 모로 본다면, 두 사람은 돈·이름·힘을 거머쥔 우두머리가 나라를 이끈다면서 내세우는 모든 거짓말을 온몸으로 맞닥뜨린 셈이요, 이 거짓말 한복판에서 살아남고 나서 앞길을 새로 열려고 온마음을 바쳤다고 할 만합니다.


  총칼을 손에 쥔 이는 어깨동무(평화)를 할 생각이 터럭만큼도 없기 마련입니다. 까만 부릉이에 눌러앉은 채 심부름꾼을 거느린 벼슬아치도 어깨동무에는 티끌만큼도 생각이 없기 마련입니다. 스스로 착하거나 참되거나 아름답게 삶빛을 밝혀 사랑으로 살림을 오순도순 짓는 사람이 아니라면, 돈·이름·힘에 쉽게 휘둘릴 뿐 아니라, 돈·이름·힘을 사납게 휘두르면서 뭇사람에 풀꽃나무에 뭇숨결을 짓밟는 길을 가더군요.


  돈·이름·힘을 쥔 우두머리·나라지기·벼슬아치는 여느 사람을 벌레나 들풀로 여깁니다. 이들은 수수한 사람을 쉽게 짓밟거나 괴롭히거나 죽이는 짓을 서슴지 않습니다. 숱한 삽질이 매한가지입니다. 풀죽임물이 똑같습니다. 다 다른 아이들한테 똑같이 배움옷(교복)을 맞춰 입히면서 틀에 박힌 배움책(교과서)을 달달 외우도록 들볶아서 배움수렁(입시지옥)에 몰아넣는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모두 사랑 아닌 죽음길로 치달으면서 스스로 삶과 살림을 모조리 등진 딱한 넋입니다.


  우리나라는 싸움판(군대)을 언제쯤 걷어치울까요? 우리는 싸움판(군대)을 하루빨리 없애야 비로소 나라도 마을도 집도 아늑하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줄 언제쯤 깨달을까요? 총칼을 쥐도록 길들이는 싸움판은 젊은 사내를 바보로 내몹니다. 싸움판에 끌려가는 젊은 사내는 젊은 가시내를 노리개(성욕 대상)로 바라보도록 길듭니다. 모든 주먹질(폭력)은 싸움판에서 비롯합니다.


  추근질(성추행·성폭력)은 예부터 흔했습니다. 예전에는 새뜸(언론)에 거의 하나도 안 나왔을 뿐입니다. 싸울아비가 된 젊은 사내는 젊은 가시내뿐 아니라, 저보다 낮은자리(후임병)인 사내를 주먹질에다가 추근질로 괴롭힙니다. 싸움판을 쓸어버리지 않고서야 순이돌이 모두 아늑하면서 즐거이 살아갈 길을 열지 못합니다. 싸움판이 아닌 살림판을 짓고, 삶판과 사랑판으로 바꿀 노릇입니다.


  이제는 젊은 사내하고 가시내를 ‘싸움판(군대) 아닌 시골로’ 보내야지 싶습니다. 이태를 싸움판에서 바보짓에 길들도록 내몰지 말고, 모든 젊은 순이돌이가 시골에서 논밭을 돌보고 숲을 보살피는 손길과 숨결을 익히도록 자리를 마련해야지 싶습니다. 풀죽임물과 비닐과 죽음거름(화학비료)를 모두 치우고서 젊은 순이돌이가 손수 들풀을 보듬고 논밭살림을 익히면서 나무를 아끼는 눈빛을 밝혀야 비로소 이 나라와 푸른별이 참다이 어깨동무로 나아간다고 느낍니다.


  어른도 아이도 나아갈 곳은 오직 하나 숲입니다. 총칼이 아닌 들꽃입니다. 쌈박질이 아닌 풀꽃나무를 어루만지는 해바람비를 품을 일입니다. 싸움판 민낯을 들여다봐요. 벼슬아치와 나라지기 민낯을 똑똑히 봐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이한테 무엇을 보여주고 가르치고 물려줄는지 이제부터 다시 헤아려요.


ㅅㄴㄹ


국가를 위해서라 말하며 사람들이 싫어하는 군대에 지원하는 바보도 있다. 사랑하는 수와 눈물의 이별. 아침은 일찍부터 일어나 걸레질과 빗자루 청소. 싫은 상등병 놈에게 괴롭힘당하며 울고 또 울며 보내는 하루는 얼마나 긴지. (5쪽)


“그런 말 마슈. 다 나라를 위한 일인데. 좀만 더 영업해요.” “더는 몸이 못 버텨요.” “너희(종군위안부)는 이삼 일 있으면 병원선이 와 데려갈 거 아냐. 우리는 이 섬에 남아 죽는다고. 언니, 70명 정도밖에 안 남았으니 버텨 줘.” (13쪽)


“중대 본부에서 먹을 거면 그렇다고 하루 전날 연락을 했어야지.” “예.” “따귀가 점심이다.” (44쪽)


“알겠나? 초년병과 다다미는 때리면 때릴수록 좋아진다.” “감사합니다―.” (58쪽)


“이 고지가 그렇게까지 하며 지킬 필요가 있는 곳입니까? 그 자체가 엄청난 희극 아닙니까?” “이 고지를 지키는 것은 병단장 각하의 명령일세. 자네는 잠자코 나와 함께 죽으면 되네.” (197쪽)


“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런 곳에서 싸우고 있는 겁니까?” “그건 나도 몰라. 초밥 먹는 꿈이라도 꾸며 자라.” (207쪽)


“병사들은 살아 있는 게 신기하다는 듯 손을 어루만지고 대지를 힘차게 밟고, 코딱지를 먹어 보았다.” (267쪽)


“그치만 여기는 군대이지 않습니까?” “군대? 군대라는 게 애당초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병적인 존재입니다. 인류 본래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에요. 맑게 갠 하늘이나, 지저귀는 새나, 섬사람들 같은 건전함이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270쪽)


“후방의 방비를 위해 굳이, 굳이 옥쇄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옥쇄시키지 않고 그 방법을 찾는 게 작전 아닙니까? 옥쇄로 전도유망한 인재를 잃고 어찌 전력을 높입니까?” (278쪽)


“네놈도 일단 군인이면 해도 되는 말이 무엇인지는 알 텐데?” “저는 의사입니다. 군인이 아닙니다. 당신들은 의미도 없이 쓸데없이 사람을 죽이고 싶어합니다. 일종의 미친사람입니다. 더 냉정하게 대국적으로 생각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너 이 자식, 벌레 같은 목숨이 아까워서 지껄이는 게냐?”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게 어떻겠습니까?” (279쪽)


“네놈 그러고도 일본인이냐?” “목숨을 귀히 여기는 것뿐입니다.” “계집애 같은 소리 마라.” “계집애 같은 소리로 들렸습니까? 남자답지 않았습니까?” (280쪽)


“그럼 저희와 함께 죽어주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심정적으로는 마음이 아프나, 자네들의 옥쇄를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냉정한 책임이 있네.” (337쪽)


“남에겐 죽음을 강요해 놓고, 본인은 살아남으려는 겁니까?” “냉정하게 보이겠지만, 나에겐 나의 임무가 있네.” “죽음을 명령한 자는 마땅히 함께 죽어야 합니다! 배신함으로써 생존하려는 건 우리가 아니라 당신 아닙니까?” (338쪽)



#水木しげる #総員玉砕せよ


https://www.amazon.co.jp/%E7%B7%8F%E5%93%A1%E7%8E%89%E7%A0%95%E3%81%9B%E3%82%88%EF%BC%81%EF%BC%81-%E4%BB%96-%E6%B0%B4%E6%9C%A8%E3%81%97%E3%81%92%E3%82%8B%E6%BC%AB%E7%94%BB%E5%A4%A7%E5%85%A8%E9%9B%86-%E3%82%B3%E3%83%9F%E3%83%83%E3%82%AF%E3%82%AF%E3%83%AA%E3%82%A8%E3%82%A4%E3%83%88%E3%82%B3%E3%83%9F%E3%83%83%E3%82%AF-%E6%B0%B4%E6%9C%A8%E3%81%97%E3%81%92%E3%82%8B-ebook/dp/B0856TZZPN/ref=sr_1_1?__mk_ja_JP=%E3%82%AB%E3%82%BF%E3%82%AB%E3%83%8A&dchild=1&keywords=%E6%B0%B4%E6%9C%A8%E3%81%97%E3%81%92%E3%82%8B&qid=1630372679&s=books&sr=1-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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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고양이 쿠로 1
스기사쿠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8.31.

고양이 눈으로 고양이를


《묘(猫)한 고양이 쿠로 1》

 스기사쿠

 정기영 옮김

 시공사

 2003.6.25.



  《묘(猫)한 고양이 쿠로 1》(스기사쿠/정기영 옮김, 시공사, 2003)는 일본에서 2001년에 첫 낱책이 나왔고, 2003년부터 우리말로 나왔습니다. 일본에서는 진작 고양이 그림꽃책이 제법 있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나온, 그림꽃책으로뿐 아니라 ‘오롯이 고양이를 다룬 책’으로도 매우 드문 책입니다.


  지난 2001∼2003년부터 오늘날을 돌아보자면 고양이를 다룬 책이 더 자주 더 많이 나옵니다만, 거의 모두 ‘사람 눈높이’로 그립니다. ‘고양이 눈높이’로 담아낸 책은 드물어요. 아무래도 우리가 사람이란 몸이라 ‘사람 눈높이’로 그린다지만 어쩐지 핑계 같습니다.


  풀꽃나무를 다룬 책도 풀꽃나무 자리가 아닌 사람 자리에서만 그리면 밋밋할 뿐 아니라 엉성하거나 엉뚱하곤 합니다. 헤엄이를 다룬 책도 헤엄이 자리가 아닌 사람 자리에서만 그리면 헤엄이를 그저 먹을거리로만 바라봅니다. 새를 다룰 적에도, 풀벌레나 딱정벌레나 잎벌레를 다룰 적에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어린이를 이야기할 적에도 그렇습니다. 어린이 자리나 눈높이가 아닌 어른 자리나 눈높이로 이야기를 한다면 어린이 마음이나 숨결이나 생각에 얼마나 다가설는지요?


  숱한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은 ‘어린이 눈빛’이 아닌 ‘어른 눈빛’으로만 엮으면서 막상 어린이한테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이바지하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고양이를 들려주는 그림꽃이나 그림이나 글도 똑같을 테지요. 마음으로 마주하면서 듣고 말하려 한다면 고양이도 풀꽃나무도 헤엄이도 새도 속내하고 생각을 얼마든지 알아챌 만합니다. 마음으로 안 마주하기에 고양이 속내하고 생각을 못 읽어요. 서두른다든지 뭔가 다른 데에 쓰려는 속셈일 적에도 속내하고 생각을 못 읽습니다.


  우리말로는 “묘(猫)한 고양이 쿠로”처럼 엉뚱한 이름 ‘묘한 고양이’가 붙습니다만, 일본책은 수수하게 ‘까망이(쿠로)’입니다. 새끼일 적에 어미한테서 떨어져 버림을 받은 까만고양이가 동생하고 살아가는 길을 보여줘요. 둘이 마주하는 동무하고 마을을, 또 둘이 바라보는 사람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양이 자리하고 눈높이’로 이야기합니다.


  고양이를 아낀다면 이 그림꽃책을 찾아내어 곁에 두기를 바라요. 어린이를 사랑한다면 이 그림꽃책에 흐르는 빛을 헤아리며 품기를 바라요. 우리는 언제나 초롱초롱 별빛이 될 만합니다.


ㅅㄴㄹ


나와 여동생과 남동생이 엄마를 베개 삼아 자고 있는데 갑자기 상자에 넣어졌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사과를 받고 조용해졌다. (8쪽)


이 녀석은 울면 우는 만큼 잠자릴 마련해 주고, 우리의 똥을 치워 주는 하인이다. 우리들은 엄마가 우릴 찾을 때까지 여기에 있어 주기로 했다. (12쪽)


동생은 다 먹은 뒤 곧바로 밖으로 나와 토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가끔씩 맛없는 걸 먹고 털뭉치를 토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34쪽)


내가 자고 있으면 수염이 자주 쓰다듬어 준다. 나는 싫어하고 있는데 모르고 있다. 수염은 더럽다. (71쪽)


칭코는 쵸비의 몸을 식히려고 필사적으로 계속 핥아댔고, 핥다 지친 칭코와 교대해 보니, 쵸비의 몸은 나무토막처럼 차갑고 딱딱해져 있었다. (126쪽)


너무 춥길래 나는 밖을 보았다. 하늘에서 하얀 게 내리고 있었다. 그건 엄청 차가웠고, 나는 죽은 쵸비의 일이 떠올라 마음이 불안해져 …… (12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クロ號 #杉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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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로 2 - 테츠카 오사무 시리즈
테츠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8.27.

어버이는 아이한테


《도로로 2》

 테즈카 오사무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7.12.25.



  《도로로 2》(테즈카 오사무/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7)을 쉽게 읽을 만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만하지도 않습니다. 그림꽃에 나오는 곳은 지난날 칼부림이 춤추던 일본 어느 때이고, 이즈음 숱한 어른아이가 칼끝에 목숨을 쉬 읽었다지요. 나라지기나 칼잡이는 사람 목숨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들이 설 곳, 이른바 ‘꼭두자리’를 바라봅니다. 힘을 거머쥐는 우두머리 노릇을 바라보기에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다루거나 부려요.


  곰곰이 보면 어느 누구도 굶거나 고단해야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푸른별에서는 모든 목숨이 넉넉히 살아갈 만하거든요. 풀꽃나무도 들짐승도 헤엄이도 새도 풀벌레도 즐거이 어우러지면서 춤노래로 살림을 지을 만합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사람이 어느 날 다툼질을 꾀하고, 이 다툼질은 금긋기로 잇닿고, 금긋기에 이어 싸움연모를 더 날카롭게 벼려서 죽이고 짓는 노닥질을 일삼습니다.


  아직도 싸움연모는 무시무시합니다. 그런데 싸움연모로 끝이 아니에요. 우리나라는 젊은 사내를 싸움판(군대)으로 끌고 갑니다. 싸움판은 사람을 “쉽고 빠르게 많이 죽이는 솜씨”를 길들입니다. 나라를 지키려는 싸움판이 아닌, 나라를 망가뜨리고 돌이순이(남녀)가 서로 미워하며 다투도록 부추기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아이가 주먹다짐을 할 까닭이 없어요. 사랑을 잊거나 잃은 탓에 주먹다짐을 하고 동무나 동생을 괴롭힐 뿐 아니라, 나중에는 언니까지 괴롭힙니다. 이들은 스스로 뭘 했는지 잊어요. 스스로 일삼는 주먹질이 뭔지조차 모릅니다. 길든 몸이 되었거든요. 싸움판은 젊은 사내가 주먹질을 쉽게 하도록 길들이고, 이런 몸이 되어 싸움판 바깥으로 돌아가더라도 넋을 좀처럼 못 차리기 일쑤입니다. 왜냐하면, 싸움판에서 물든 찌끄러기를 씻거나 털어야 하는데, 젊은 사내더러 “얼른 일자리 안 찾고 뭐 하냐?”고 다그치는 숱한 어버이 잔소리를 들으니까요.


  그림꽃책 《도로로》는 칼부림이 판치던 지난날에 빗대어 오늘날 터전을 날카롭게 따지고 나무랍니다. 오늘날 “어른이란 이름인 늙은이”가 올려세운 나라(정부)가 무슨 짓을 일삼는지 따집니다. “허울은 어른이되 속내는 늙은이”인 이들이 거머쥔 힘·이름·돈이 어린이하고 젊은이를 얼마나 억누르거나 들볶거나 죽음길로 내모는가를 나무라요.


  잘 봐야 합니다. 모든 우두머리(대통령·통치자)는 싸움연모를 없앨 생각이 없고, 싸움판(군대)을 없앨 뜻이 없습니다. 살림길을 익히는 열린배움터(대학교)가 아니라 “돈을 잘 벌 일자리를 따려고 마침종이(졸업장)를 얻는 쳇바퀴”인 민낯입니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빛이 될 노릇입니다. 아이는 어버이한테 사랑이 되면 넉넉합니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살림을 물려줄 노릇입니다.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삶을 배우면 즐겁습니다. 이밖에 할 일이 있다면, 서로 손을 잡고서 숲에 깃들어 춤추고 노래하면서 놀면 돼요.


ㅅㄴㄹ


“도로로, 왜 그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응. 석산 꽃은 어쩜 이렇게 피 색깔을 닮았을까.” (14쪽)


“덤벼라! 머리꼭지에 피도 안 마른 대관의 수하 놈들아. 내 아내가 안전한 곳으로 도망칠 때까지 원없이 상대해 주마!” (30쪽)


“이건 돌려드리겠소. 사람들이 굶어죽는 판국에 이런 맛난 걸 먹는 건 당신네들 무사뿐일 거요.” (45쪽)


“자, 엄마 품에 얼굴을 묻으렴. 그럼 따뜻할 거야.” “엄마, 전쟁은 언제쯤 끝날까?” “곧 끝날 거야. 틀림없이 곧 끝날 거야. 그때까지 꼭 살아남자, 도로로.” “엄마, 하나도 따뜻하지 않아.” (51쪽)


“웃기지 마! 난 인간이야! 아무리 비참하고 고통스러워도 난 인간이라구!” (56쪽)


“전쟁은 끝났지만 이 칼은 피맛을 기억하고는 참질 못해.” “흥! 헛소리 늘어놓으면서 칼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네가 사람을 베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난 이 녀석(칼)에게 조종당하고 있을 뿐이야. 그래서 3일에 한 명씩 나그네를 베지.” (59쪽)


“엄마도 아빠도 다 죽었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누가 죽든 내 알 바 아니란 말이야!” “넌 참 가엾은 아이구나. 하지만 그건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 그런데도 우리를 괴롭히다니, 그건 너무해.” “시끄러워!” (78∼79쪽)


“감히 아이들을 죽였겠다! 마치 무슨 무 쏘듯 쏴 죽였겠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137쪽)


“전쟁이라면 넌더리가 나. 사양하겠어.” “자네가 워낙 훌륭한 솜씨를 가지고 있는 게 아까워서 하는 말이야.” “흥! 난 전쟁을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할 얘기는 그게 단가. 그럼 이제 그만 나가 줘.” (165쪽)


“내게 어머니가 있었다면, 날 버리는 짓 따위 할 리 없잖아. 절대 그럴 리 없잖아.” (171쪽)


“전쟁이 끝날 것 같으면 녀석들은 마을사람들에게 요술을 걸어서 좀더 전쟁을 오래 끌도록 만들어.”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어째서냐니. 전쟁이 끝나면 녀석들의 먹잇감이 없어질 거 아니야?” (179쪽)


“무사 나리. 우린 적이 아니에요. 당신들이 멋대로 적과 아군으로 나눈 거잖아요. 왜 우리가 죽어야 하는 거죠?” (193쪽)


“스케로쿠! 우린 이제 죽을 거야.” “안녕. 다시 태어나면 또 만나자.” “죽으면 안 돼. 어떻게든 도망쳐야 해.” (193쪽)


#どろろ #手塚治虫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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