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O 마오 19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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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1.18.

넌 오늘 꿈을 그렸니


《마오 19》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4.8.25.



  밤에 잠들면서 아이들한테 “먼저 꿈누리로 가렴.” 하고 얘기합니다. 두 아이가 갓 태어나던 무렵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늘 이 말을 합니다. “아버지는 언제 자?” 하고 물으면 “널 재우고서 잠들지.” 하고 대꾸했어요. “왜? 같이 자자.” 하면 “그래, 오늘은 같이 꿈으로 가자.”라 하든지 “빨래도 마저 하고, 집안일도 조금 추스르고서 곧 갈게.” 하고 얘기했습니다.


  예나 이제나 아이들보다 늦게 자고서 일찍 일어납니다. 곰곰이 보면 우리 어머니도 늘 저보다 늦게 주무시면서 일찍 일어났어요. 언젠가 어머니한테 “어머니는 저보다 늦게 주무시면서 어떻게 저보다 일찍 일어나요?” 하고 여쭈니, “어떻게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느냐고? 너도 나중에 어버이가 되면 알아. 다 그래.” 하시더군요.


  어릴 적에는 어머니 말씀을 도무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그야말로 아이였으니까요. 다만, 어머니가 늦도록 집안일과 곁일(부업)을 하느라 바빠서 한참 늦게 주무시면서도 새벽에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는 나날을 고스란히 지켜보았고, 나중에 제금을 난 뒤로, 또 짝을 만나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길에, 어릴 적 들은 말씀을 되새겨요.


  어버이란 이슬받이처럼 먼저 나아가지만, 먼저 길을 열되 아이가 먼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몫입니다. 아이는 느긋이 잠들어 깊이 꿈을 그린 다음에, 언제나 사랑을 받으면서 신나게 노래하면서 웃고 떠들며 앞장서는 몫이에요.


  《마오 19》(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4)을 읽으며 짠합니다. 《마오》는 갈수록 이야기가 깊이하고 너비를 더합니다. 예전에 《이누야샤》나 《경계의 린네》를 읽을 적에도 타카하시 루미코 님은 이야기 깊이하고 너비를 차근차근 가다듬는다고 느꼈어요. 《메종일각》이나 《시끌벽 녀석들》이나 《란마 1/2》도 매한가지입니다. 얼핏 치고받는 듯한 줄거리이지만, 곰곰이 보면 서로 자라고 서로 배우고 서로 가다듬으면서 서로 새길을 여는 나날을 넌지시 들려줍니다. 오늘날 적잖은 글바치는 으레 ‘어둠’을 글감으로 삼기는 하지만, 막상 어둠이 무엇인지 스스로 풀거나 맺지 못 한 채 팽개치는 줄거리나 얼거리라고 느껴요. 아무래도 ‘좋은 글감’을 붙잡아서 보람(문학상)을 타거나 자취(한국문학 역사)을 남기려는 속내가 드러나더군요.


  글이란, 보람을 타거나 자취를 남기려고 쓸 까닭이 없습니다. 글도 그림도 그림꽃도 빛꽃도 매한가지인데, 언제나 오늘 이곳에서 “여태 받으면서 누린 사랑”에다가 “이제부터 스스로 지어서 가꿀 사랑”을 어울려 놓으면 넉넉합니다. 이른바 노벨문학상을 못 탄, 영어로 옮긴 일이 없는 나머지 우리 스스로도 어느새 잊어버린 ‘고정희’나 ‘최명희’ 같은 분이 남긴 글은 “어둠을 고요히 사랑으로 품어서 고이 씨앗으로 싹틔운 길을 여는 실마리를 여민 숨결”이라고 느껴요.


  늘 스스로 되묻습니다. “나는 오늘 꿈을 그렸는가?” 이러고서 아이들한테 물어요. “너희는 오늘 어떤 꿈을 그렸니?” 이다음에 함께 이야기합니다. “이제 밤으로 가는 길에 우리 오늘꿈은 다 내려놓기로 하자. 우리는 늘 오늘을 새롭게 살아가는 줄 알지? 잠들고서 일어날 이튿날 새벽이나 아침은 우리가 새삼스레 짓는 꿈으로 가는 길이야. 오늘 못 하거나 못 이룬 일을 떠올려도 되고, 이튿날부터 새로 하거나 즐길 일을 그려도 돼. 포근히 밤으로 가렴.”


ㅅㄴㄹ


“죄는 깊지만, 이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었어. 이 정도로 해 둬.” (40쪽)


“혼자서 무섭지 않을까? 사치코 씨.” “나는 크게 걱정 안 돼. 한 번은 살기를 포기했지만, 야무지고 씩씩한 여자아이야.” (55쪽)


“지키겠다는 말이냐. 나츠노는 어차피 흙인형. 애당초 900년 전에 죽었을 여자다.” “그런 나츠노 씨를 억지로 살려내고, 이제 필요없으니 죽이겠다? 묘귀 네가, 대체 뭔데?” (89쪽)


“제가 할 수 있는 일인가요?” “간단하지는 않겠지. 그래도 나노카라면 할 수 있어.” ‘아니, 근거는요?’ (143쪽)


“죽게 된 방법이 억울했을지 몰라도, 너는 그럴 만한 짓을 저질렀잖아. 피장파장이야. 게다가 죽은 후에도 여러 사람들을 무섭게 했으니까.” “그렇구나. 그거 잘됐네.” (183쪽)


#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MAO


흙은 물을 극(剋)한다

→ 흙은 물을 넘는다

→ 흙은 물을 맞받는다

→ 흙은 물을 물리친다

→ 흙은 물을 뚫는다

7쪽


이 땅의 지하 수맥을 움직이고 있는 거죠

→ 이 땅 밑물샘을 움직이지요

→ 이 땅 밑물줄기를 움직이지요

13쪽


처음부터 죽이려고 작당들을 하셨어?

→ 처음부터 죽이려고 꿍꿍이셨어?

→ 처음부터 죽이려고 꾸미셨어?

20쪽


즉신불(卽身佛)이라고 하나? 산 채로 미라가 되는 거 말이야

→ 산송장이라고 하나? 산 채로 굳는 몸 말이야

→ 산채송장이라고 하나? 산 채로 덧주검 말이야

117쪽


원하지 않은 입정에 대한 원한과 분노

→ 바라지 않은 저승길에 맺히고 미운

→ 뜻하지 않은 주검길에 멍들고 끓어

171쪽


주문이 아니라 네 말의 언혼(言魂)이 누에마루의 집착을 끊은 거야

→ 햇발말이 아니라 네 말넋이 누에마루 굴레를 끊었어

→ 노래가 아니라 네 말빛이 누에마루 구렁을 끊었어

18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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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소년 - 하
이시키 마코토 지음, 나가사키 다카시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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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0.24.

허깨비랑 도깨비 사이로


《어둠의 소년 下》

 나가사키 다카시 글

 이시키 마코토 그림

 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4.30.



  먼지가 가만히 납니다. 바람이 없는 듯한 조용한 곳에서 먼지 여러 톨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듯싶더니 어느새 솟구치면서 이리로 가고 저리로 갑니다. 고즈넉한 곳에서도 숱한 먼지가 가볍게 나부끼니, 북적대는 곳이라면 그야말로 끝없는 먼지가 어마어마하게 너울댈 테지요.


  그렇다면 호젓한 시골이며 숲에는 어떤 깨비가 있을까요? 사람들이 왁자지껄한 서울이나 큰고장에는 무슨 깨비가 나란히 있을까요? 《어둠의 소년 下》를 돌아봅니다. ‘어둠아이’라고 해야 할 텐데, 빛이 있으면 몸을 못 버티지만, 빛이 없는 곳에서는 여느 사람들처럼 밖으로 나다니면서 놀고 먹고 걷고 이야기한다는군요. 빛없는 데에서만 살 수 있지만, 어둠몸도 곧 사그라들 수 있기에, 곧 몸을 떠나려는 가녀린 아이 몸에 슬그머니 얹혀서 지내다가 다시 ‘새 아이(곧 죽을 듯한 다른 아이)’를 만나서 몸에 얹혀서 지낸다고 합니다.


  어둠아이는 ‘죽음을 앞둔 아이’ 몸으로 왜 들어갈는지 지켜봅니다. 어둠아이는 뭘 할 마음인지 들여다봅니다. 어둠아이는 ‘죽음을 앞둔 아이’한테 남거나 맺힌 앙금을 하나하나 마주한다는군요. 어둠아이가 앙금을 풀어줄 수는 없습니다. 곧 죽음길로 떠날 아이가 스스로 풀어야 합니다. 어둠아이는 귀를 열고서 이야기를 듣습니다. 가녀린 아이들은 어둠아이한테 ‘이 삶에서 맺힌 앙금’을 속삭이면서 어느새 스스로 말끔히 털고 일어나는 기운을 얻어요.


  아이들은 앓으면서 큰다고 했습니다. 어른도 앓기에 큽니다. 누구나 앓는 동안 ‘알아보’고 ‘알아차리’고 ‘알아듣’는 매무새로 거듭난다고 느껴요. 앓는 나날이 없다면 그만 앎길하고는 먼 채, 알랑거리는 몸짓이 굳어버리겠지요.


  허울을 좇기에 허깨비입니다. 동무처럼 곁에 있는 도깨비입니다. 우리는 어떤 깨비일는지 돌아봅니다. 밥깨비여도 잠깨비여도 됩니다. 느림깨비나 꿈깨비일 수 있어요. 하루하루 스스로 그리고 짓고 가꾸는 길에 부드러이 철듭니다. 스스로 안 그리고 안 짓고 안 가꾸기에 사납깨비로 뒹굴어요.


ㅅㄴㄹ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는데, 아픈 검사만은 싫어!” “그건 알지만 아파도 병을 고치기 위한 거니까.” (41쪽)


“아, 아, 레온 어멈아, 안 좋은 약을 버려야 해.” (77쪽)


“너한테 달렸어! 너한테 싸울 마음만 있다면, 내가 뭐든 해볼 수 있을지도 몰라!안타깝지만 너희 엄마는 분명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거야! 남들한테 동정받고 주목받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널 계속 다치게 할 거라고! 계속, 네가 살아 있는 한.” (128쪽)


“무서운 일은 내가 다 할게. 그러니까, 너는 저 엄마와 싸울 각오만 해주면 돼. 너한테 싸울 의지가 없으면 공존할 수 없어! 그러지 않으면 네가 돌아왔을 때의 환경을 바꿔놓을 수 없다고.” “도, 돌아가지 않을 거고, 싸울 수도 없어!” (133쪽)


“내 이름! 궁금해하길래 대답해 주러 왔어. 난생처음 생긴 인간 친구니까.” (218쪽)


#いっしきまこと #一色まこと #闇の少年 #長崎尚志


《어둠의 소년 下》(나가사키 다카시·이시키 마코토/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


망인(亡人)이니까 지옥보다 고통스러운 정도로 끝나지 않겠어

→ 죽은이니까 불굿보다 괴로운 만큼으로 끝나지 않겠어 

→ 떠난이니까 불밭보다 아픈 만큼으로 끝나지 않겠어

8쪽


내일 한밤중에 다시 여기서 집합이다

→ 이튿날 한밤에 다시 여기서 모인다

17쪽


레온 몸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건 개선할 수 있어서니까

→ 고칠 수 있어서 레온 몸에 들어갔을 테니까

→ 바꿀 수 있어서 레온 몸에 들어갔을 테니까

55쪽


오장육부 전체가 염증 맥스라니

→ 뱃속이 고름투성이라니

→ 온몸이 확 부어오른다니

5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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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에 Historie 12
이와키 히토시 지음, 오경화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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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0.2.

눈물을 밟고서 걷는다


《히스토리에 12》

 이와아키 히토시

 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24.8.30.



  지난 2019년에 《히스토리에 11》를 읽고서 어쩌면 마지막일는지 모른다고 여겼는데, 뜻밖에 《히스토리에 12》(이와아키 히토시/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24)을 만나면서 놀랍고 반갑습니다. 언제나 설마 이 책으로 끝이려나 싶거든요. 아니, 열두걸음에서 멈추어도 뒤끝은 없을 만합니다.


  그림님 이와아키 히토시 님이 도움이를 곁에 둔다면 한결 빠르게 이야기를 펼칠는지 모릅니다만, 줄거리와 이야기뿐 아니라 붓끝 하나까지도 낱낱이 여미면서 선보이려는 뜻이 워낙 크다고 느껴요. 더 빠르거나 더 많거나 더 오래 들려주지 못 하더라도, 그림꽃 하나마다 “왜 이 줄거리로 이렇게 그리는가?”를 이웃이 저마다 느끼고 헤아리기를 바라는구나 싶습니다.


  《히스토리에》는 이미 첫걸음부터 “눈물을 밟고서 걸어가는 길”을 드러냈습니다. 열두걸음에 이르는 낱책에는 열두살림이 드러나고, 열두눈물과 열두웃음이 어울려요. 오직 사랑으로 짓는 살림집에서 피어나는 웃음과 눈물이 있고, 살림집하고 등진 힘나라 우두머리가 우쭐거리는 웃음과 눈물이 있습니다. 내로라하는 칼부림을 제아무리 대단하게 펴더라도 한낱 파리목숨일 수 있는 웃음과 눈물을 드러냅니다. 불쏘시개처럼 칼받이(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숱한 사람들이 흘릴 눈물이 있고, 그저 땅을 일구면서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고 싶지만, 짝꿍(남자)을 싸울아비로 빼앗긴 여느 순이(여자)가 나라지기를 바라보는 눈물이 있어요.


  그림꽃 《히스토리에》를 읽고 싶다면, 이 그림꽃부터 읽거나 이 그림꽃만 읽다가는 “왜 이렇게 그리지?” 하며 알쏭달쏭하게 마련입니다. 《기생수》부터 읽고, 《칠석의 나라》에 《눈의 고개》에 《레이리》를 먼저 읽고서 《히스토리에》를 읽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다 다른 이야기는 다 다른 사람과 다 다른 삶길을 짚되, 언제나 하나인 눈길과 눈빛과 눈물을 바탕으로 삼습니다.


  어떤 이는 이웃사람 피눈물을 즈려밟으면서(지르밟으면서) 걷습니다. 어떤 이는 눈물꽃을 어루만지면서 터덜터덜 걷습니다. 어떤 이는 눈물 하나 모르면서 쇳덩이(자동차)로 부릉부릉 달릴 뿐입니다. 어떤 이는 낮에는 들풀을 곁에 두면서 걷고, 밤에는 별바라기로 걷습니다.


  우리는 오늘 어떤 걸음일까요. 우리는 이 길을 왜 걸을까요. 어쩔 수 없이 끌려갔기에, 윗놈이 시키는 대로 걸어야 하는 굴레인가요.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스스로 허수아비에 노리개로 뒹구는 수렁인가요.


  미움이라는 마음이 가득하면 그만 스스로 불타오르면서 얼굴이 일그러집니다. 사랑이라는 마음이 가득하면 언제나 스스로 포근하면서 온누리를 환하게 비춥니다.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돌아볼 일입니다. 누가 우리 둘레에 이웃이며 동무로 있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겨울에 사락사락 덮는 흰눈을 꾹꾹 밟으면서 걸을 수 있습니다. 봄꽃이 돋아나는 숲길을 천천히 걷을 만합니다. 북새통을 이루는 서울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치이면서 걸을 수 있습니다. 이제 아무도 없는 시골 논둑길을 그저 호젓이 걸을 만합니다. 동무하고 나란히 서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골목을 걸을 수 있습니다. 새랑 이웃하면서 서로 휘파람을 주고받는 하루길을 걸을 만합니다. 어느 길이건 스스로 골라서 나아갑니다. 언제나 우리가 스스로 찾고 가꾸면서 품는 길입니다.


  《히스토리에》는 누가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다 다를 수밖에 없는 삶길을 보여줍니다. 영어 ‘히스토리’란 ‘he + story’입니다. 이 낱말에서 ‘he’란 “그냥 사내’가 아닌, 우두머리나 벼슬아치나 나리를 가리킵니다. ‘그·그들’이란 시골에서 논밭을 돌보고 아이를 돌보는 수수한 사내가 아닌, 논밭을 모르면서 등진 채 총칼을 움켜쥐면서 늘 싸움만 일삼으면서 힘·이름·돈으로 둘레를 짓밟으려고 하는 멍청이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히스토리(history) = 싸움 발자취 = 멍청난 꼰대수렁 = 삶이 없이 죽음만 춤추는 얼뜬짓’이라고 볼 만합니다.


  이와 달리 ‘스토리(story)’는 ‘이야기’입니다. ‘히(he)’도 ‘허(her)’도 아닌 그저 ‘삶길·살림길 = 이야기’예요. 너도 나도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순이도 돌이도 살림하며 사랑하는 이야기예요. ‘이야기’에는 아프거나 슬픈 눈물도 있고, 즐겁거나 기쁜 웃음도 있어요. 서로 잇고 읽고 함께 있는 이야기를 사랑으로 품을 적에 아름답게 사랑으로 선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그대는 결고 자기 마음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 그런 여인이오!” “아아, 그렇구나. 그건 맞을지도. 당신은 다른가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은 안 하나?” “나도 내 마음에 거짓말은 하지 않소!” “거짓말쟁이.” (37쪽)


“나는 답을 알고 싶다. 아니, 한번 보고 싶어. 이 세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게 좋은지, 아니면 오히려 뿔뿔이 흩어진 상태가 좋은지.” (55쪽)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만 한 인물의 숨통을 끊은 자가 이렇게 하찮은 소인배라 미안하오. 허나, 이건 훨씬 예전에 이미 정해져 있던 일인 것 같기도 하오.” (86쪽)


‘그래, 내 임무, 역할은, 한 명의 왕을 새롭게 낳는 거였어. 덩치가 좀 작은가? 하지만 이렇게 올려다보니, 성스럽게까지 느껴져. 나 같은 놈과 닮았을 리가 없지.’ (107쪽)


“여행을 갈 수 있으면 좋겠어.” “좋지. 갈래?” “하지만 나는 에우로파 곁으로 가줘야 해.” (238쪽)


#岩明均 #ヒストリエ


그녀의 설명은 논리정연하니, 나의 막연한 의문에 답이 될 거란 내 기대가 과했던 거겠지

→ 이분 말씀은 뛰어나니, 내가 궁금한 곳을 풀어주리라 바랄 수 없었겠지

→ 이분은 찬찬히 말씀하니, 내가 모르던 곳을 풀어주기는 어렵겠지

16쪽


이 세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게 좋은지, 아니면 오히려 뿔뿔이 흩어진 상태가 좋은지

→ 온누리가 하나여야 나은지, 아니면 뿔뿔이 있어야 나은지

→ 온나라가 하나여야 하는지, 아니면 흩어져야 하는지

55쪽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만 한 인물의 숨통을 끊은 자가 이렇게 하찮은 소인배라 미안하오

→ 훌륭한 임금이여, 그대만 한 분 숨통을 끊은 이가 이렇게 하찮은 놈이라 잘못했소

→ 빼어난 분이여, 그대만 한 사람 숨통을 끊은 이가 이렇게 하찮은 놈팽이라 안됐소

86쪽


허나, 이건 훨씬 예전에 이미 정해져 있던 일인 것 같기도 하오

→ 그러나, 훨씬 예전에 잡힌 일인 듯하기도 하오

→ 그러나, 훨씬 예전부터 선 일인 듯싶기도 하오

86쪽


생포해서 실토하게 해

→ 붙잡아서 뱉어야 해

→ 잡아서 밝혀야 해

8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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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을 잘 치는 전 타카기 양 15
이나바 미후미 지음, 김동욱 옮김, 야마모토 소이치로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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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9.18.

같이 노니 즐거워서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15》

 야마모토 소이치로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1.4.30.



  비슷하면서 다른 ‘장난’하고 ‘놀이’입니다. 재미로 하거나 심심해서 하거나 괴롭히는 짓이 ‘장난’입니다. 즐겁게 어울리거나 누리는 몸짓이 ‘놀이’입니다. 그래서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15》(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1)을 읽으면서 둘이 다르지만 어느새 하나로 만나는 길을 엿볼 수 있어요. 두 사람은 여러모로 ‘장난’을 걸면서 같이 ‘놀이’를 하거든요. 한쪽은 ‘장난으로 보이는 놀이’를 한다면, 다른쪽은 ‘놀이를 하듯 장난을 겁’니다. 이쪽도 저쪽도 짓궂게 괴롭히려는 마음하고 멀어요.


  둘이 어울리니 하루가 새로우면서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다른 누구하고도 이처럼 장난걸기나 놀이하기를 하지는 못 해요. 오직 둘이 마음이 맞고 하나로 흐르기에 장난스럽게 놀이를 한다고 여길 만합니다.


  함께 있기에 즐거우니 “네가 좋아!” 하고 말할 만하지만, 둘은 “네가 좋다!” 같은 말은 안 하면서 빙그르르 돕니다. 에돌고 감돌면서 나란히 돌고돌다가 어느새 돌아볼 줄 아는 사이로 나아간다고 할 만합니다.


  놀리려는 뜻하고는 먼, 노래하면서 노을빛으로 놀고 싶은 하루입니다. 놀림받는 듯싶지만, 나긋나긋 넉넉하게 흐르는 마음으로 포근히 감싸려는 오늘입니다.


  이렇게 해야 잘 노는 길이지 않습니다. 저렇게 하기에 아쉬운 길이지 않아요. 이 길은 이 길대로 새롭게 노는 하루요, 저 길은 저 길대로 새삼스레 노래하는 자리입니다.


ㅅㄴㄹ


“니시카타의 비행기가 날 좋아하는 거 아냐?” “뭐야 그게?” (26쪽)


“그렇게 해맑게 기뻐하는데 내가 어떻게 놀려.” “응? 뭐라고 했어?” “글쎄.” (35쪽)


“기쁜 소식을 맨 먼저 알려주고 싶은 상대는 좋아하는 사람이래. 니시카타, 맨 먼저 나한테 전화했지?” “뭣.” (66쪽)


“니시카타, 가면도 안 썼는데, 빨간 도깨비처럼 됐네.” (86쪽)


‘그러고 보니까, 승부 얘기는 한 마디도 않네. 혹시 타카기는 날 골탕먹이려는 게 아니었나? 그럼, 나랑 듣고 싶다는 건, 진짜로 그냥 나랑 이어폰으로 같이 듣고 싶어서.’ (101쪽)


“같이 보자.” “왜?” “이긴 사람 맘대로 하기로 했잖아.” (116쪽)


#からかい上手の高木さん #山本崇一朗


도입부도 멋지다

→ 들머리도 멋지다

→ 첫자락도 멋지다

94쪽


다시 후렴부 앞에서 방해하고 즐기려는 건가

→ 다시 되가락 앞에서 가로막고 즐기려나

→ 다시 뒷가락 앞에서 딴죽으로 즐기려나

9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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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와 숲의 신 5
쿠레이시 야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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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9.17.

사람한테 돌아가는 몫


《소말리와 숲의 신 5》

 구레이시 야코

 정은서 옮김

 대원씨아이

 2019.10.31.



  나라살림이 마른다고들 하지만, 나라일을 맡은 이들은 스스로 일삯을 줄이지 않습니다. 일삯뿐 아니라 일터를 줄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앞날이 걱정스럽다고 하면서 들숲을 지키거나 늘릴 생각이란 없이, 오히려 들숲을 깎고 밀어서 부릉부릉 매캐하게 내달리는 까만길로 바꾸기 일쑤입니다. 깨끗한 바다에 햇볕판·바람개비를 때려박는 데에 목돈을 쏟아붓기도 하는데, 나라에서 벌인 적잖은 일거리를 보면 뒷돈이 너무 춤춥니다.


  예나 이제나 나라살림이 마르거나 모자란 적은 없다고 느낍니다. 나라일꾼을 비롯해서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돈바치가 나란히 뒷돈을 나눠먹거나 빼돌릴 뿐입니다. 살림을 말 그대로 “살리는 일과 자리와 터”에 쓴다면 누구나 즐거우면서 푸르게 살아갈 수 있어요.


  《소말리와 숲의 신 5》(구레이시 야코 /정은서 옮김, 대원씨아이, 2019)을 돌아봅니다. 그림꽃님은 이 그림꽃을 더 그리지 못 합니다. 아마 몸져누워서 더 못 그리는구나 싶은데, 소말리는 “드물게 살아남은 사람아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사람들은 ‘이웃’을 이웃으로 여기지 않고서 괴롭히고 마구 죽이다가 그만 사람나라 스스로 망가지고 무너졌다지요. 이러면서 ‘이웃’은 사람을 더는 꼴보기싫을 뿐 아니라, 어딘가 숨거나 남은 사람이 있으면 닥치는 대로 갈기갈기 찢어서 잡아먹기를 바란다지요.


  예나 이제나 어느 곳에서나 매한가지인데, 썩은 나라일꾼이 흘러넘치지만, 착한 나라일꾼이 드문드문 있습니다. 벼슬아치나 글바치가 썩어문드러져도 벼슬이며 글하고 동떨어진 곳에서 참하게 살림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이 별이 아직 멀쩡하거나 굴러간다면, 안 썩었을 뿐 아니라 착하고 참한 사람이 제법 많기 때문이지 싶어요.


  그러니까 ‘이웃’이 모두 사람을 미워하거나 잡아먹지는 않습니다. 착하고 참한 사람을 겪은 적이 있는 이웃은 사람을 따사로이 바라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도 만난 적이 없이 모든 ‘숨결’을 숨결 그대로 마주하는 이웃도 사람아이를 나쁘거나 좋게 바라보지 않아요. 그저 ‘사람도 이웃도 나란한 숨결’이라는 마음입니다.


  사람은 사람이 한 일 그대로 돌려받습니다. 이웃도 이웃이 한 일 그대로 돌려받아요. 풀꽃나무도 매한가지입니다. 착하게 살아가고 참하게 살림하고 차분하게 사랑하는 숨결은 언제나 착하고 참하면서 차분한 앞길을 그리고 폅니다.


  오늘 우리가 사람으로서 무엇을 하는지 되새겨야지 싶습니다. 넉넉한 살림살이를 어디에 어떻게 다루거나 쓰거나 펴는지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터전을 물려받아서 새어른으로 즐겁게 서서 새아이를 기쁘게 낳을 사랑터로 가꿀는지 생각할 때라야 비로소 사람이자 숨결이며 이웃이라고 느낍니다.


ㅅㄴㄹ


“어릴 적의 소말리는 어떤 느낌이었어?” “지금도 손이 많이 가지만, 옛날엔 더 대단했다.” (29쪽)


“예뻐.” “나로선, 그걸 알 수 없다.” “알 수 없어?” “단어의 의미는 이해한다. 허나, 공감하진 못한다.” (43쪽)


“어젯밤부터 고민했다. 너에게 전할 말이 있다. 거기 있는 짐승의 이름은 코미도리 소말리. 처음 널 발견한 자다. 그 이름을 따서, 널 ‘소말리’라고 부르겠다.” (56∼57쪽)


“전에 내가 만든 과자를 맛있다고 말했지?” “응.” “또 먹고 싶어?” “다같이 먹고 싶어.” (99쪽)


“하지만 그런 생각을 바꿀 만큼, 인간은 끔찍한 짓을 저질렀어.” “과거의 업보 때문에 현재도 인간을 용서할 수 없다는 거야? 그건 엉뚱한 화풀이야.” … “아니, 틀려. 모두 그 덕분에 배웠거든. 양립할 수 없는 종족도 있다는걸. 인간을 박해하고 있는 편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136쪽)


#ソマリと森の神様 

#暮石ヤコ


노예상의 짐마차인가

→ 놉장사 짐수레인가

→ 종장사 달구지인가

18쪽


나는 아이와 두 번째 해후를 했다

→ 나는 아이와 다시 만났다

→ 나는 아이와 또 마주했다

1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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