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 드래곤 4
신도 마사오키 지음, 이루다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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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2.16.

귀엽고 성가신 아이


《루리 드래곤 4》

 신도 마사오키

 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6.1.30.



  우리는 아직 ‘귀엽다’하고 ‘귀찮다’가 어떻게 얼키고설키는지 잘 모르거나 다 잊어버립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귀를 잡고서 온갖 겨울소리와 봄노래를 귀여겨들으려 한다면, 두 가지 ‘귀엽다·귀찮다’가 맞물리는 길을 다시 알아챕니다. 다만, 둘을 하나로 묶으려고 해야 비로소 둘이 다른 줄 알아봅니다.


  마냥 귀엽게 볼 수 있고, 그저 귀찮아 멀리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에 두면서 늘 보고 싶기에 ‘귀엽다’라면, 가까이에 안 두면서 늘 안 보고 싶기에 ‘귀찮다’입니다. 우리 몸에 있는 ‘귀’는 매우 조그맣지만, 모든 소리와 말과 가락을 이 귀를 거쳐서 받아들입니다. 다만, 귀는 가려서 듣습니다. 무턱대고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무턱대고 받아들이려 하면 귀가 찢어질 듯하다고 여깁니다.


  가려듣는 곳이기에 커야 하지 않습니다. 가까이에 두고서 좋아할 만하니까 커다랗거나 대단해야 하지 않습니다. 모름지기 ‘귀엽다’는 작은일이나 작은사람이나 작은것을 좋아하면서 곁에 두려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귀찮다’는 큰일을 가리키지 않아요. 작은일이나 작은사람이나 작은것이 영 못마땅하거나 싫거나 미워서 곁에 안 두려 하기에 ‘귀찮다’입니다.


  《루리 드래곤 4》이 갑작스레 널리 팔린다고 하기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첫걸음부터 넉걸음에 이르는 동안 거의 억지스럽게 줄거리를 짜맞추면서 어영부영 이은 매무새인데, 무슨 날벼락이라도 맞았나 싶도록 아리송합니다. 듣자 하니, 일본에서는 이 그림꽃이 여러모로 엉성하거나 뜬금없이 짜맞추는 줄거리가 참으로 얄궂다고 여기면서 쓰는 글을 펴냄터에서 모조리 쳐내거나 지운다고 하는군요.


  하나부터 열까지 빈틈없도록 알찰 수 있습니다. 열 가지 가운데 여덟 가지가 허술하지만, 두 가지가 마음에 들어서 귀엽게 여길 수 있습니다. 《루리 드래곤》에 나오는 ‘루리’라는 아이를 놓고도, 이 아이가 하는 짓이나 말씨가 모두 귀엽다고 여길 수 있지만, 한두 가지만 귀여워도 좋아할 수 있습니다. 또는 여덟 가지가 마음에 들지만 두 가지가 못마땅해서 멀리하거나 귀찮다고 삼을 만합니다.


  풋풋한 아이를 둘러싼 다른 사람도 매한가지입니다. 서로 열 가지가 다 마음에 들기에 가까이하거나 사귀거나 어울리지 않습니다. 못마땅한 데는 잊거나 치우기로 하면서, 다같이 ‘귀엽게’ 어울리거나 놀기로 합니다. ‘귀찮은’ 곳은 어쨌든 해치워서 넘기기로 합니다. ‘귀찮다’하고 ‘성가시다’는 비슷하지만 다른 낱말입니다. 곱게 여길 만하지 않아서 안 하고 싶은 ‘귀찮다’라면, 자꾸 들러붙는 듯해서 이제는 성나듯 싫은 ‘성가시다’입니다.


  한창 자라나는 여러 아이는 귀찮은 일은 얼른 마치고서 귀여운 일을 내내 쳐다보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삶이라는 길에서는 모두 배움살림인 터라, 귀찮다고 여길수록 더 자주 맞닥뜨립니다. 귀엽다고 여길수록 외려 드물거나 적습니다. 속으로 깊이 마주하는 동무로 동글동글 어울리려는 길이라면, 귀엽다거나 귀찮다는 마음부터 걷어낼 노릇입니다. 줄거리를 짜맞추고 늘이면서 어찌저찌 잇는들, 성글게 엮는 틀은 매한가지입니다. 들려줄 이야기를 성가셔 하지 않으면서 차분히 바라볼 때라야, 붓끝이 제대로 살아날 텐데요.


ㅍㄹㄴ


“즉, 엄청 팔팔하다는 뜻입니다. 딱히 무슨 의미는 없다는 것 같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오늘 운동회로 잔뜩 신이 나 있습니다.” (12쪽)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거야 … 앞으로 그 모습으로 집단생활을 해야 한다는 거지. 그에 관해서 아오키는 어떻게 생각해?” (113쪽)


“앞으로도 나 때문에 사람들이 휘둘리는 건 마음이 안 좋아.” “뭐? 주변에는 자신을 배려하지 말라고 했으면서 넌 주변을 배려하는 거야? 이상하잖아.” “난 그래야지. 사람이 아니니까.” “아아아니, 사람이 아니면 사람다운 짓을 할 필요 없잖아!” “배려하는 건 당연한 거 아냐?” “내가 할 말이거든!” (120쪽)


“사실은 귀찮단 말이야. 친구가 늘어나는 것도, 배려하는 것도. 애초에 살갑게 구는 건 잘하지도 못하고. 즐거웠지만,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은 안 들어. 계속 느끼고는 있었지. 나는 성가신 애라는 걸.” (139쪽)


“나한텐 드래곤이라서 친하게 지내는 거라고 했었잖아.” “친해지게 되는 계기가 드래곤이라는 게 뭐가 나빠? 눈에 띄는 특징은 특권인걸. 그러니 잔뜩 재밌어하자. 귀여우니까.” (145쪽)


#ルリドラゴン #眞藤雅興


+


《루리 드래곤 4》(신도 마사오키/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6)


선생님께 말씀드려! 감시자니까

→ 샘님한테 말해! 지켜보니까

→ 길잡이한테 말해! 눈이니까

9쪽


아까 준비하던 와중에요

→ 아까 꾸리다가요

→ 아까 챙기다가요

→ 아까 건사하다가요

10쪽


딱히 무슨 의미는 없다는 것 같습니다

→ 딱히 뜻은 없는 듯합니다

→ 무슨 뜻은 없다고 합니다

12쪽


굳이 말하자면, 오늘 운동회로 잔뜩 신이 나 있습니다

→ 굳이 말하자면, 오늘 놀이판에 잔뜩 신났습니다

→ 굳이 말하자면, 오늘 들마당에 잔뜩 신났습니다

→ 굳이 말하자면, 오늘 놀이꽃에 잔뜩 신났습니다

12쪽


너무 싫어서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어

→ 너무 싫어서 아예 잊었어

→ 너무 싫어서 그냥 잊었어

→ 너무 싫어서 잊었어

18쪽


첫 번째 주자,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 첫사람,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 첫째,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 첫자리,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34쪽


마지막은 약간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마지막은 조금 가시밭입니다

→ 마지막은 살짝 어렵습니다

→ 마지막은 조금 고비입니다

→ 마지막은 살짝 힘듭니다

45쪽


뿔녀, 이쪽에서 같이 먹자

→ 뿔순이, 이쪽서 같이 먹자

→ 뿔님, 이쪽에서 같이 먹자

72쪽


하지만 누군가가 제어하지 않으면 세계가 끝나버리니까요

→ 그러나 누가 막지 않으면 온누리가 끝나버리니까요

→ 그런데 누가 손대지 않으면 모두 끝나버리니까요

89


앞으로 그 모습으로 집단생활을 해야 한다는 거지

→ 앞으로 그 모습으로 함께살아야 하지

→ 앞으로 그 모습으로 같이살아야 하지

→ 앞으로 그 모습으로 어울려야 하지

→ 앞으로 그 모습으로 모둠살이를 해야 하지

113쪽


엄마적 관점으로는 어떠신가요

→ 엄마는 어떻게 보시나요

→ 엄마는 어떠신가요

→ 엄마가 보기에는요

115


속행이야? 루리는?

→ 이어해? 루리는?

→ 이어가? 루리는?

→ 그대로? 루리는?

129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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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6
호시노 나츠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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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2.12.

바보와 사랑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6》

 호시노 나츠미

 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6.1.15.



  먼먼 옛날부터 ‘고양이사랑이’와 ‘고양이바보’는 늘 있습니다. 이와 나란히 ‘고양이미움이’에 ‘고양이사냥꾼’도 늘 있습니다. 고양이를 곁에 두거나 돌보기에 착하거나 훌륭하지 않습니다. 고양이를 꺼리거나 싫어하기 때문에 안 착하거나 안 훌륭하지 않습니다. 그저 서로 마음이 다를 뿐입니다.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고양이 두드러기가 있는 이웃도 헤아리게 마련입니다. 또한 고양이 두드러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웃도 헤아릴 노릇입니다. 내가 풀밥을 즐긴대서 너도 풀밥을 즐겨야 하지 않습니다. 내가 고기밥을 즐기니까 너도 고기밥을 즐겨야 하지 않아요. 서로 다른 몸과 마음으로 서로 다르게 어울리는 집과 마을과 나라이면 됩니다. 서로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일 까닭이 없습니다. 서로 몸과 마음이 어떻게 다른지 살피면서, 이 터에서 나란히 살림하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찾을 노릇입니다.


  이 땅에서 전라도와 경상도는 다릅니다. 달라도 한참 다릅니다. 전라도는 들과 냇물이 드넓다면, 경상도는 메와 숲이 드넓어요. 숲들메가 다른 두 터전이니, 두 터전에서 오래오래 나고자라며 이어온 살림과 말씨가 다르고, 이렇게 다른 만큼 서로 바라보는 눈이나 길이 다를밖에 없습니다. 다르니까 다른 줄 헤아리고 받아들여서 “이곳에서는 이런 길을 푸르게 지어.” 하고 속삭이면 되고, “저곳에서는 저런 길을 푸르게 짓는구나.” 하고 배우면 됩니다.


  한글판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6》을 읽습니다. 첫걸음부터 스물여섯걸음까지 한결같이 ‘고양이사랑’인 아이어른이 나오고, 이 아이어른은 고양이랑 나이를 함께 먹습니다. 그런데 둘레에서는 ‘고양이사랑’인 사람들을 ‘고양이바보’로 여기곤 합니다. 이 그림꽃에 나오는 ‘꽃사내’ 셋은 다른 데에는 그닥 마음이 없이, 저마다 집에서 돌보는 고양이하고 겪은 일을 늘 즐겁게 수다꽃으로 피웁니다. ‘멀쩡한(?)’ 푸른사내 셋이 언제나 상냥하고 곱게 말을 가리면서 ‘고양이돌봄이’로 지내는 삶이란 드물다고 여길 수 있지만, 꼭 드물지 않습니다. 티내거나 드러내지 않을 뿐, 언제나 착하고 참하게 집안일에 앞장서면서 수수하고 조촐히 살림을 지으려는 사내도 무척 많습니다.


  얼뜨고 멍청한 사내도 수두룩합니다. 이와 맞물려 외곬로 치닫는 가시내도 수두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뿐입니다. 사납거나 모질거나 무시무시한 ‘그들’이 아닌, 우리가 저마다 작고 수수하고 즐겁게 짓는 살림꽃을 바라보면 넉넉합니다. 서로서로 상냥하고 참하면서 곱게 지피는 보금자리를 품으면 느긋해요.


  그림꽃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를 어린이집과 어린배움터뿐 아니라 푸른배움터에서도 곁책(참고도서)으로 삼아서 함께 읽고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토록 작고 수수하게 ‘사랑’과 ‘바보’ 사이를 오가는 착하고 참한 ‘사내’도 꽤 있다는 대목을 오늘날 ‘사내(어린이와 푸름이와 아저씨와 할아버지 모두)’들이 좀 눈여겨보고 들여다보고 바라보고 살펴보고 알아보도록 나긋나긋 북돋울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얼뜨거나 어리석거나 모지리로 구는 숱한 사내가 아직 많습니다. 그래도 온나라 마을책집과 작은책집을 헤아리면서 뚜벅뚜벅 걸어다니는 작은사내도 제법 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마흔 살이나 예순 살 나이에도 종이(면허증)를 안 따고서 걸어다니는 조용한 사내도 꽤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작고 수수하면서 참한’, 그러니까 ‘사랑스러우면서 바보스러운’ 어진 이웃을 알아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하루를 살아야지 싶습니다.


  제 열여덟 살 무렵을 곧잘 떠올립니다. 그무렵에 다른 또래(사내)는 하나같이 종이(운전면허증)를 따려고 서두르고 애썼어요. 저는 그때에나 오늘에나 종이를 딸 마음이 없을 뿐 아니라 “종이(면허증·자격증)를 따기 앞서 책부터 느긋이 즐겁게 읽을 노릇이면서, 착하고 조용하게 살림을 짓는 길부터 배울 일”이라고 봅니다. 집안일을 즐겁게 익히고 난 다음에 종이를 따도 안 늦습니다. 집살림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매무새를 들이고 난 다음에 종이를 따야 아름답습니다. 너무 이른 나이에 너무 서둘러서 종이를 따느라, 우리나라 어느 고장에 가더라도 마구마구 내달리거나 빵빵대는 쇳덩이가 넘치지 않나요? 모든 종이(운전면허증)는 ‘30살∼60살’ 사이에서 꼭 서른 해만 건사하라 하고서, 30살에 이를 때까지는 걸어다니거나 두바퀴(자전거)를 달리고, 예순 살을 넘으면 종이와 쇳덩이를 내려놓은 몸차림으로 뚜벅뚜벅 걸어서 책집마실을 다니라고 북돋우는 나라로 거듭나기를 빕니다.


  나이가 들었기에 종이(면허증)를 빼앗지 말고, 그냥 예순 살부터는 걸어다니거나 두바퀴를 달리거나 여느길(대중교통)을 타라고 하면 됩니다. 걸어야 마을을 보고, 집을 느끼고, 이웃을 알아챕니다. 걸어야 들꽃과 길고양이와 풀벌레와 새가 어우러진 작은숲을 알아챕니다. 걸어야 스스로 사람이라는 숨빛으로 반짝이는 줄 알아갑니다.


ㅍㄹㄴ


여기가 제일 마음이 놓여, 라고 생각하는 코우메였습니다. (10쪽)


“굉장하지 않아. 아기 고양이 때부터 이 집에서 자랐는데 아직 발톱 깎기 힘든 아이도 있어.” (38쪽)


“못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어. 여기서 누군가를 기다렸다가 달려들려고 그러지. 그럼 못써요. 나쁜 짓을 하면 나중에 자기한테 돌아올지도 몰라. 지금도 내가 못 보고 닫아버렸으면 코유키 넌 갇혔을 거야.” (62쪽)


“어머, 웬일이야. 왠지 평소보다 사이가 좋아 보이네?” (74쪽)


“고양이 얘기에 신난 남자애들 신기하다.” “좀 유명한 선배래. 큰소리로 말할 수는 없지만, 고양이바보 3인조라고.” (108쪽)


“혼자 산책할 때는 힘껏 잡아당기면 빠지는 타입으로 바꾸는 게 좋겠어.” “설마 목걸이가 걸릴 줄은 생각 못 했어요. 선배가 발견해서 다행이에요.” “아, 그거 내가 아니라 우리집 고양이야.” “네?” “치비가 여기 있다고 알리러 집까지 부르러 왔어. 이 아이 덕분에 빨리 구해줄 수 있었던 거야.” “도와달라고 부르러 갔다고요? 고양이인에 굉장해! 고마워.” (121쪽)



#キジトラ猫の小梅さん #ほしのなつみ #ねこぱんちコミックス


+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6》(호시노 나츠미/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6)


모두의 도움을 받았으니 당분간 착하게 지내자고

→ 모두 도왔으니 한동안 착하게 지내자고

74쪽


고양이러버가 아니라 고양이바보라고 불리는구나

→ 고양이사랑이 아니라 고양이바보라고 하는구나

108쪽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얘길 나누는 것뿐인데

→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얘길할 뿐인데

→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말을 나눌 뿐인데

109쪽


왜 몸 위에 올라가는 거지?

→ 왜 몸에 올라가지?

→ 왜 몸을 타고 오르지?

128쪽


혹시 너무 졸려서 무심코 최단거리로 이동하려고 한 걸까

→ 설마 너무 졸려서 그냥 지름길로 가려고 하나

→ 너무 졸려서 문득 질러가려고 하나

→ 너무 졸려서 그저 빨리가려고 하나

128쪽


여기 있는 고양이들은 다들 스트릿 출신이야

→ 여기 있는 고양이는 다들 길내기야

→ 여기 있는 고양이는 다들 길에서 났어

→ 여기 있는 고양이는 다 길에서 자랐어

141쪽


“코우메, 작아졌네여.” “코유키가 커진 거야.”

→ “코우메, 작네여.” “코유키가 커.”

14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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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네 이야기 11
유키 스에나가 지음, 모에 타카마사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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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2.12.

나는 내 말씨부터


《아카네 이야기 11》

 스에나가 유키 글

 모우에 타카마사 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5.7.25.



  우리나라 글살림을 엄청나게 갈아엎는 첫길을 연 《우리글 바로쓰기》라는 책이 1989년에 태어났습니다. 이 책을 쓴 이오덕 님은 사슬나라(일제강점기)이던 무렵부터 차꼬나라(군사독재정권)이던 내내 어린이 곁에서 어린이를 돌보면서 어린이 스스로 살림짓기로 나아가는 길을 함께 가꾸는 나날을 살아냈습니다. 이러다가 전두환 막바지에 어린배움터에서 쫓겨나야 했습니다. 이오덕 님은 ‘전교조 교사’가 아니었어도 쫓겨난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입니다.


  멧골마을 작은배움터에서 더는 어린이를 못 돌보고 못 지키고 못 가르치는 날벼락 탓에 몹시 슬프고 아프셨다는데, 이듬해에 어느 큰배움터(대학교)에서 이오덕 님더러 “이제는 젊은이한테도 글살림을 가르치는 길잡이가 되실 만하지 않나요?” 하고 여쭈며 찾아왔다지요. 어린길잡이(초등교사)만 하던 사람이 어찌 젊은이를 가르치느냐며 손사래를 치다가 받아들이기로 하고서, 이태 동안 스물 안팎 나이인 젊은이를 가르치고서 그만두기로 했답니다. 더 가르칠 수 있지만, “어느 대학교 한 곳을 다니는 젊은이만 이끌기보다는, 온나라 모든 젊은이한테 ‘글길잡이’ 노릇을 해야겠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또한 “대학교를 다니지 않는 젊은이, 그러니까 푸른배움터만 마친 채 일하는 모든 젊은이”한테도 글길잡이가 있을 노릇이면서, “이미 어른이 된 서른 살과 마흔 살과 쉰 살과 예순 살 모두”한테도 새롭게 글길잡이가 있어야 할 노릇이라고 느꼈다지요.


  우리는 흔히 잘못 짚거나 엉뚱하게 새기곤 합니다. ‘길잡이(교사·지도자)’는 훌륭한 사람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길잡이란, 그저 먼저 어느 길을 나아간 사람입니다. 가시밭길이건 꽃길이건 스스럼없이 누구보다 먼저 걸어가면서 느끼고 겪고 배운 바를 고스란히 둘레에 알리고 나누는 사람입니다.


  어린배움터이든 푸른배움터이든 큰배움터이든 매한가지입니다. ‘길잡이’는 훌륭한 어른일 까닭이 없습니다. 모름지기 모든 길잡이는 ‘어린이랑 함께 배우려는 사람’이면 됩니다. 마을길잡이도, 배움길잡이도, 나라길잡이도, 집안길잡이도, 글길잡이도 똑같습니다. 어느 한 사람을 우두머리로 세워서 ‘똑같이 따라하’지는 말아야 하고, 어느 우두머리가 시키는 대로 할 까닭이 없으며, 어느 우두머리 마음이나 입맛에 들려고 아양을 떨지 않아야겠지요.


  “가르치는 사람”이란 “배울 줄 알며, 기꺼이 배우고, 즐겁게 배운 다음 익혀서 다시금 들려주고 알려주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가르치는 길을 배우는 사람이 바로 ‘길잡이’입니다.


  “배우는 사람”이란 “가르칠 줄 알며, 신나게 가르치고, 기쁘게 가르치는 동안 가만히 사랑이 피어나서 노래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배우는 길을 가르치는 사람이 ‘배움이(학생)’입니다.


  두 길과 두 사이와 두 사람과 두 자리를 헤아려 본다면 《우리글 바로쓰기》란 ‘이 책에 적힌 대로 따라야 할 길잡이’일 수 없습니다. 《우리글 바로쓰기》라는 책은 ‘멧골자락 작은배움터 길잡이’로 내내 살아오고 일하다가 ‘서울 젊은이를 만나서 배운 바’를 글어른 나름대로 익히고 가다듬어서 풀어놓은 작은씨앗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아카네 이야기》는 퍽 아름답게 줄거리를 여미어 들려주는 그림꽃입니다. 첫걸음부터 열걸음을 지나는 동안 이러한 물줄기가 고스란합니다. ‘아카네’라는 아이는 어린배움터를 다니기 앞서부터 ‘아버지가 펴는 소리마당’을 지켜보면서 따라했고, 어린배움터를 다닐 적에는 ‘나 나름대로 배우는 소리마당’으로 건너갔고, 푸른배움터를 마치며 젊은이로 피어나는 동안에는 ‘나와 너(이웃)를 아우르는 하늘빛(우리)으로 날개돋이하는 소리마당’을 바라봅니다.


  모든 사람이 길잡이로 살아갑니다. 스승 하나만 길잡이일 수 없습니다. 함께 배우는 동무도 길잡이로 만납니다. 또한, 나 스스로 너한테 길잡이요, 나는 스승한테까지 길잡이입니다. 모든 사람은 서로 길잡이요 스승이고 동무에 이웃입니다.


  우리가 배우는 사람인 줄 알아챈다면, 사람인 스승한테서도 배우고, 엄마아빠한테서도 배우고, 동생과 언니한테서도 배우고, 낯선 이웃한테서도 배웁니다. 게다가 사납거나 모질거나 매몰차거나 차갑거나 고약한 짓을 일삼는 모두한테서도 배워요.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한테서는 “삶과 살림을 착하게 일구는 빛”을 배웁니다. 나쁘거나 얄궂다고 하는 굴레에 빠진 사람한테서는 “삶과 살림을 스스로 망가뜨릴 적에 어떻게 망가지는가 하는 늪”을 배웁니다. 먹을 적에는 먹는 살림을 배우고, 내놓을 적에는 내놓는 살림을 배워요. 이쪽도 살림길이고 저쪽도 살림길이에요. 그래서 이 푸른별에는 ‘밤낮’이 있고, 우리는 낮이 아닌 밤을 먼저 짚고 이야기합니다.


  밤이란, 몸에서 모든 힘을 빼고서 가만히 누이고 곧게 편 뒤에, 오롯이 마음에 담는 빛줄기로 넋을 깨워서 꿈을 그리는 때입니다. 그래서 밤에 별을 마주하고 품습니다. 그렇기에 밤에 돋는 별이 ‘밝다’고 합니다. 밤이란, 밝은 때요, 밝은 빛으로 어둠을 다스려서 모든 어렵고 힘들던 실타래를 푸는 길입니다.


  낮이란, 밤새 되찾은 기운을 바탕으로 새벽(새롭게 트는 빛)을 맞이하고서, 새벽이슬 한 톨을 받아들이는 하루를 살아내는 때입니다. 낮에 뜨는 해는 모든 나(숨결)가 나무처럼 서면서 나비처럼 날갯짓을 하며 일하고 노는 길입니다. 밤새 어둡던 길을 밝히고 나서 맞이하는 아침이기에, 아침은 ‘환하다’고 합니다. 환한 낮이기에 활짝 날개를 펴지요. 활개를 치듯 일하고 놀이합니다.


  《아카네 이야기》를 이루는 이야기는 꼭 《우리글 바로쓰기》를 아우르는 이야기하고 닮습니다. 우리가 쓰는 글이 여태 ‘우리글’이 아닌 ‘중국글’에 ‘일본글’에 ‘미국글’로 휩쓸리면서 제넋도 제가락도 제길도 잊다가 잃었다는 줄거리마냥, 높다란 스승만 좇다가는 어떤 소리마당도 ‘나답게’ 펴거나 일굴 수 없다는 줄거리입니다.


  말을 잘 해야 하지 않습니다. 말을 못 해야 하지도 않습니다. 글을 잘 쓰거나 못 써야 하지도 않아요. 오직 “말을 하면” 되고, “글을 쓰면” 됩니다. 마음을 담은 소리인 말이니, 내 마음과 네 마음이 만나서 우리 마음으로 피어나는 길을 읽고 이으면 누구나 이곳에 빛나는 이름으로 있게 마련입니다. ‘잘’울 따지느라 그만 ‘잘못’이 뒤따르지요. 말을 잘 하거나 글을 잘 써야 한다는 마음으로 기울면, 어느새 “잘 하는 말”하고 “못 하는 말”을 ‘좋다·나쁘다’로 가르느라 싸웁니다. 싸우니 겨루고 다툽니다. 싸워서 겨루고 다투니 값(순위·등급·계급·질서)을 매깁니다. 값을 매기느라 잘난책(베스트셀러)이 생기고, 잘난책은 자랑책으로 뻗다가 시나브로 자빠지고 말아요.


  말은 그저 할 노릇입니다. 모든 하루를 그저 삶이라는 길로 느끼고 받아들여서 마음이라는 그릇에 담을 노릇입니다. 나무를 이루는 바탕은 뿌리가 아닌 ‘그루’입니다. 나무는 그루가 있기에 하늘을 보며 줄기를 올리고, 땅을 품으며 뿌리를 뻗습니다. 그루에서 고르고 곧게 나아가는 줄기와 뿌리요, 이러한 결을 가지로 이어서, 가지에 잎을 내고 꽃을 피워서 씨앗과 열매를 베풀어요. 사람도 나무와 매한가지인 터라, 사람을 이루는 몸마음이라는 ‘그릇’이 ‘그루’와 나란한 살림길을 여미면 넉넉합니다.


  땅을 호면서 홈을 내는 연장이라서 ‘호미’입니다. 바느질에도 있는 ‘호치다’입니다. 홈이란 하나로 이루는 골이자 길입니다. 하나로 이루는 골이자 길처럼 스스로 배우고 나아가니 ‘홀·혼·홑’입니다. 누구나 홀로 나아가고 혼자 일구며 홑으로 깨어납니다. 하나인 ‘홀·혼·홑’이기에, 나처럼 너도 하나인 ‘홀·혼·홑’을 맞아들여서 ‘나하고 너를 아우르는’ 바람과 바다처럼 ‘우리’를 열어서 웃고 우는 오늘을 이룹니다.


  웃은 하루라면 웃은 삶을 그대로 말하고 글쓰면 됩니다. 울어버린 하루라면 울고 만 삶을 낱낱이 말하고 글쓰면 됩니다. 웃기에 기쁘지 않고, 울기에 슬프지 않습니다. 가두기에 갑갑하다가 슬프고, 나누기에 싹트면서 기쁩니다. 모든 말은 마음으로 이루고, 모든 마음은 삶으로 일구고, 모든 삶은 꿈으로 짓고, 모든 꿈은 한밤에 심는 생각씨앗 한 톨로 폅니다. 좋은말과 나쁜말이라는 사슬(감옥)을 가르지 않을 줄 알면, 누구나 말지기에 글지기로 섭니다. 좋은글과 나쁜글이라는 굴레(독재)를 가두지 않을 수 있으면, 누구나 살림말과 살림글을 즐기며 나눕니다.


  어떤 말을 하거나 어떤 글을 써야 할는지 망설일 까닭이 없습니다. 다 핑계입니다. 그저 나를 말하고 너를 들으면서 우리를 나누면 파랗게 일렁이는 바람 한 줄기가 찾아듭니다. 그대로 나를 나타내고 고스란히 너를 바라보면 우리를 살리면서 파랗게 넘실대는 바다빛을 빗물 한 방울과 샘물 한 모금으로 누릴 수 있습니다.


  나는 내 말씨를 사랑합니다. 너는 네 말씨를 사랑하지요. “내 말씨”랑 “네 말씨”는 바로 ‘사투리’입니다. ‘서울말(표준말·교양 있는 언어)’이 아니라, 서로서로 사투리(내 말 + 네 말 + 우리말)를 즐겁게 쓰면 저절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저절로 어깨동무를 하니, 우리가 나누는 모든 말글은 노래요 춤이면서 별빛 한 자락입니다.


ㅍㄹㄴ


“시끄러. 내게 네게 부탁하고 싶은 거다. 그것뿐이야.” (22쪽)


“라쿠고를 할라치면 딱 성실해져.” “성실하면 안 되나요?” “안 될 건 없지만, 아직 멀었어. 더 할 수 있잖아? 넌 자기 실력의 반도 못 보여주고 있다고.” (59쪽)


“당연히 하는 거지. 에도 사투리 없이 ‘너구리 주사위’를 하라고.” (71쪽)


“물론 속은 상하지. 하지만 울분에 잠겨 있을 수만은 없어. 불행하지도 않았고.” (135쪽)


‘이제 기초만이 아니어도 좋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놀면 되는 거다.’ (182쪽)


#あかね噺

#末永裕樹 #馬上鷹将

《아카네 이야기 11》(스에나가 유키·모우에 타카마사/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5)


관객 4명으로 시작한 이 회가, 4회째에 벌써 만원 사례잖냐

→ 손님 넷으로 연 이 모임이, 넉걸음에 벌써 구름떼잖냐

→ 구경꾼 넷을 연 이 모임이, 넉벌째에 벌써 붐비잖냐

8쪽


마음에 드는 녀석한테는 크게 베팅한다

→ 마음에 드는 녀석한테는 크게 건다

→ 마음에 드는 녀석한테는 크게 민다

41쪽


제 18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 제 자랑이 될 수 있다고?

→ 제 꽃노래가 될 수 있다고?

54쪽


실패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기예까지 잃어버릴지 몰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모 아니면 도, 한판 승부

→ 넘어지면 이제까지 쌓아온 길까지 잃어버릴지 몰라. 돌개바람. 모 아니면 도, 한판겨룸 

→ 쓰러지면 여태까지 쌓아온 재주까지 잃어버릴지 몰라. 큰바람. 모 아니면 도, 한판싸움

68쪽


“알고 계셨군요.” “스승님한테 들었어.”

→ “아셨군요.” “스승님한테서 들었어.”

9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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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람 3 삼양출판사 SC컬렉션
타니카와 후미코 지음, 박소현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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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2.23.

누구라도 모르지만


《처음 사람 3》

 타니가와 후미코

 박소현 옮김

 삼양출판사

 2021.3.18.



  오늘 하루가 어떻게 찾아올는지 누구라도 모를 만합니다. 모르기에 즐겁게 맞이하고서 새롭게 누릴 만합니다. 오늘 밤을 어떻게 맺을는지 누구라도 모를 수 있습니다. 모르니까 반갑게 지켜보면서 가만히 즐길 수 있습니다. 어제까지 웃던 사람이 오늘은 울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울던 사람이 이제부터 웃을 수 있어요. 앞길은 모른다고 여기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나날은 바로 스스로 그린 빛을 고스란히 맞아들이는 길입니다.


  《처음 사람 3》을 읽고서 덮습니다. 읽어가기 수월하지 않은 줄거리라고 느끼되, 한글판으로 읽을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그저 한글판은 다섯걸음에서 멈추느라, 앞으로 더 나올 수 있을는지, 아니면 이대로 어정쩡하게 사라질는지 아직 모릅니다. 일본에서는 2024년까지 아홉걸음이 나왔거든요.


  너하고 나는 다르기에, 너랑 내가 마음이 맞더라도 어느 날 문득 틀어질 수 있어요. 너하고 나는 다르니까, 여태 마음이 엇갈리며 삐걱거렸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마음이 될 수 있습니다. 앞길이란 모릅니다. 그저 날마다 스스로 꿈이라는 씨앗을 차곡차곡 심을 뿐입니다. 잘되거나 안되거나 따지지 말고, 좋거나 나쁘다고 가르지 말고, 이 하루를 살아낸 나를 사랑하면서, 이 삶을 마주하고 나란히 걷는 너를 바라보면 되어요.


  누가 알겠습니까. 아니, 누구나 알아요. 오늘 이곳은 내가 지난날 그린 내 모습입니다. 누가 알까요. 아니 누구라도 알게 마련입니다. 머나먼 앞길은 바로 오늘부터 내가 스스로 그리는 꿈씨에 맞추어서 차근차근 흐릅니다. 그래서 오늘 이 모습이 추레하건 반짝이건 안 대수롭습니다. 추레하면 추레한 대로 겪으면서 배울 나날이에요. 반짝이면 반짝이는 대로 누리면서 되새길 나날입니다.


  마음이 맞아서 짝을 맺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어긋나서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닿고 싶어서 짝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피어나는 꽃빛을 품고서 온누리에 사랑빛을 흩뜨릴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길은 언제나 오늘 너랑 내가 나란히 걸어가는 삶입니다.


ㅍㄹㄴ


‘스와나이 씨가 나를 좋아하는 건 진심일 것이다. 하지만 안전한 곳에서 가족을 사랑하며 나를 좋아한다. 그건 부록이 아니면 뭘까?’ (46쪽)


“가끔 사소한 일로 싸우기도 하지만 큰 불만은 없습니다. 아내는 잘 해주고 있고, 저도 좋아합니다. 아이는 정말 귀여워요.” “어머나, 쿠미를 갖고 놀았다는 거군요.” “그렇게 되겠군요.” “남의 일처럼 말하긴. 바람피운 것도 젊은 애를 갖고 논 것도 당신이잖아요! 이 나쁜 남자! 쓰레기!” (101쪽)


“살다 보면 힘든 일은 반드시 생겨. 그렇다면 스스로 결정한 인생에서 괴로워하는 편이 더 나아. 그러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 여기서 평생 살아도 되고, 결혼에 상관없이 나가고 싶어지면 나가도 돼. 네가 생각해서 선택하렴.” (149쪽)


‘나는 어떤 식으로 인생을 마치게 될까? 신밖에 모르겠지만, 어디에 있어도,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혼자라도, 선택한 길을 사랑하며 살았다고 자부하고 싶다. 그런 걸 처음으로 생각했다.’ (165쪽)


#はじめてのひと #谷川史子


+


《처음 사람 3》(타니가와 후미코/박소현 옮김, 삼양출판사, 2021)


가끔 사소한 일로 싸우기도 하지만 큰 불만은 없습니다

→ 가끔 작은일로 싸우기도 하지만 크게 싫지 않습니다

→ 가끔 작게 싸우기도 하지만 그리 부아나지 않습니다

10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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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츠바랑! 16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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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2.23.

다른, 아무, 수수


《요츠바랑! 16》

 아즈마 키요히코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5.10.20.



  한자말로 ‘별것·무용·무의미·잡다’로 가리키는 삶이란, 우리말로 ‘다르다·작다·값싸다·수수하다’라 할 만합니다. 남들처럼 안 하기에 남하고 ‘다르’게 마련입니다. 큰일과 큰돈과 큰이름과 큰이름을 좇노라면 ‘작은’ 곳을 놓치거나 지나치거나 멀리하면서 오늘을 등집니다. 쓸모가 있거나 많아야 한다고 여기고, 값이 있거나 높아야 한다고 보느라, 굳이 값으로 치지 않는 살림이나 일을 잊습니다. 보기좋은 쪽으로 꾸미려고 하기에, ‘수수’한 풀꽃나무와 들숲메바다를 못 보기 일쑤이고요.


  아이는 얼핏 보기에 ‘몸이 작’을 테고, 어른은 그냥그냥 보면 ‘몸이 클’ 테지요. 그렇지만 아이하고 어른은 나란히 ‘사람’입니다. 나이와 몸과 힘이 다를 뿐, 저마다 고스란히 빛나는 사람이에요. 어떤 아이라도, 어느 어른이라도, 그저 ‘사람 하나’로 바라보는 눈길이라면, 크기·높낮이·값어치가 아닌 숨결과 빛과 사랑을 받아들인다고 느낍니다.


  《요츠바랑! 16》을 읽고서 우리집 아이들한테 건넵니다. 언뜻선뜻 본다면 ‘아이스러운 말씨와 몸짓’을 다루는 줄거리이지만, 거의 스무 해에 걸쳐 지켜보는 바로는 ‘귀염귀염 아이 말씨와 몸짓’에서 쳇바퀴를 도는구나 싶습니다. 똑같이 틀에 박히는 아이가 아닌, ‘너랑 나랑 다른’ 아이가 마음껏 노는 얼거리를 자꾸 잊는 듯합니다. ‘아무 뜻’이 없이 하는 아이 말씨나 몸짓이 아니라, ‘스스로 새롭게’ 뜻을 느끼고 누리면서 나누는 아이 말씨하고 몸짓도 어쩐지 잃어가는 줄거리이지 싶습니다.


  아이어른은 누구나 수수합니다. 누구나 수수하기에 저마다 다르게 숲입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녀야 하지 않고, 어른은 아이곁에서 살림을 지으면 됩니다. 나이가 차기에 다녀야 하는 배움터(학교)가 아니라, ‘다른 동무’를 마주하고 ‘다른 삶’을 느끼려는 뜻으로 다니면 될 배움터입니다.


  《요츠바랑!》 열여섯걸음 10∼13쪽에 나오는 ‘두바퀴 달리는 발놀림’은 꽤 잘 그립니다. 《요츠바랑!》뿐 아니라 웬만한 일본 그림꽃은 ‘두바퀴’를 거의 그대로 그릴 줄 압니다. 우리나라는 그림꽃도 그림책도 두바퀴를 너무 어처구니없이 그리고 말아요. 다만, 10∼13쪽에 나오는 ‘두바퀴 발놀림’은 잘 담았되, 자리(안장)하고 두바퀴 높이하고 아이 키는 영 안 맞습니다. 아이가 걸으면서 두바퀴를 끄는 그림을 본다면 두바퀴는 아이한테 안 작아야 맞으나, 아이가 막상 두바퀴에 앉으면 어쩐지 두바퀴가 너무 작아 보여요. 으레 두바퀴를 달리더라도, 아이가 두바퀴를 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더라도, ‘두바퀴와 몸과 키와 다리와 발판과 자리’가 어떻게 맞물리는지 찬찬히 짚지 않으면, 이 그림이 어떻게 안 어울리는지 못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남을 따라가려고 하니 “남하고 같아 보일”는지 모르지만, 삶이라는 즐거운 빛은 없게 마련이에요. 남이 아닌 나를 가만히 바라볼 적에는, 언제나 남하고 다르기에 얼핏 누가 나를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나 밀어댈 수 있더라도, 우리는 늘 스스로 새롭게 피어나면서 노래합니다. 남(사회)은 꽃과 나무한테도 값을 매겨서 사고팝니다만, 비싼 꽃이나 나무라서 향긋하거나 곱지 않아요. 모든 꽃과 나무는 다 다른 철에 다 다르게 피고지면서 다 다르게 곱습니다.


  여러모로 보면 ‘빛’에는 크기가 없습니다. 사랑에는 높낮이가 없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뭇숨결한테 값(돈)을 매길 수 없습니다. 오늘날 바깥(사회·학교·정부)은 자꾸 값과 돈으로 매기려 하지만, 품(보금자리)이라는 곳은 늘 빛과 사랑과 사람을 바라보는 얼거리이지 싶습니다. 오늘 이곳을 가만히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배우고 누리고 나누기에, 씨앗 한 톨이 찬찬히 싹트고 깨어나면서 푸른숲으로 나아간다고 느껴요.


  《요츠바랑!》을 그리는 분은 이제 쥐어짜듯 겨우겨우 한 꼭지를 그려낸다고 들었습니다. 아이곁에서 날마다 피어나는 ‘작고 수수한 하루살림’을 더는 모르겠거나 그림감을 못 찾겠다면, 이만 끝을 내기를 바라요. 질질 끌어도 잘팔리니까 억지로 뽑아내려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러면 이럴수록 ‘요츠바랑’에 오히려 ‘요츠바는 없는’ 쳇바퀴만 이어가고 맙니다.


ㅍㄹㄴ


“봐봐! 보조 바퀴 떼니까 자전거 무지 조용히 간다! 시잉 하고 가! 아빠 봐봐―! 씨잉― 하고! 요츠바 닌자 같아?” (12쪽)


“아아, 보조 바퀴 떼었구나. 제법인데, 요츠바.” “응, 이제 언니니까. 자전거 다리 달아주세요!” “그래, 좋지. 그럼 당장 달아 보자.” “서두를 필요 없으니까 차근차근 달아줘.” “배려해 줘서 고맙다.” (20쪽)


“그럼 이 트리 장식은 요치바한테 맡겨야겠다.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어.” “장식하는 동안 아빠는 코타츠에 들어가 있는 사람 할게.” (30쪽)


“이미 산에 와버렸으니까 싸워도 돼.” “그럼 산타 할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하실까.” (102쪽)


“요츠바는 등산이 무지 좋은 것 같기도―?” “산이 어디가 좋은데?” “나무가 잔뜩 있고, 뿌리가 무지 많고, 걷기 불편한 계단도 있고, 쓰러진 나무도 있고.” (165쪽)


“저건 무슨 새야?” “아, 미안, 모르겠다.” “이 나무는 무슨 나무야?” “미안, 모르겠다.”“아빠! 저거 봐봐! 저건 백할미새야! 잰 뛰어다녀! 막 뛰어다녀!” “대단하다, 요츠바. 잘 아네. 저번에 할머니가 가르쳐 줬어!” (211쪽)


“선생님은 혼내? 적이야?” “못되게 안 굴면 혼 안 내.” “아냐, 금방 혼내는 선생님도 있어.” “요츠바는 착하게 굴겠습니다.” (222쪽)


“학교는 이런 걸 가르쳐 주는구나―. 선생님은 뭐든지 가르쳐 주는 건가?” “그렇데이. 뭐든지 다 갈쳐주꾸마.” “선생님은 꼭 할머니 같다.” “응? 우째서?” (239쪽)


#よつばと! #あずまきよひこ #淫魔の亂舞


+


《요츠바랑! 16》(아즈마 키요히코/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5)


트리 안 세우는 파세요?

→ 섣달나무 안 세우세요?

→ 나무 안 세우는 쪽?

23쪽


장식하는 동안 아빠는 코타츠에 들어가 있는 사람 할게

→ 꾸미는 동안 아빠는 따뜻자리에 들어간 사람 할게

→ 드리우는 동안에 아빠는 포근칸에 있는 사람 할게

30쪽


우리 집에서 집합이다

→ 우리 집에서 모인다

→ 우리 집에서 간다

78쪽


수원지라 그런가 보네

→ 샘터라 그런가 보네

→ 샘줄기라 그런가 보네

111쪽


1번 길이랑 합류하니까 사람이 엄청 많아졌네요

→ 첫쨋길이랑 만나니까 사람이 엄청 느네요

→ 첫길이랑 섞이니까 사람이 엄청 늘어요

14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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