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뜸부기 2025.4.25.쇠.



오래도록 사람곁으로 찾아드는 참새·박새·딱새·뱁새·동박새·굴뚝새가 있고, 제비·꾀꼬리·까치·까마귀·직박구리·물까치에 비둘기·꿩·뜸부기가 있어. 이밖에 숱한 새가 저마다 다른 날갯짓과 노랫가락으로 찾아온단다. 이런 새와 저런 새 모두 푸른살림을 함께 이었어. 사람이 먹는 낟알과 열매라면 새도 나눠받고, 새가 거리끼지 않으며 쪼는 낟알과 열매라면 모든 사람이 즐겁게 누릴 만하지. 사람은 새를 반기면서 새한테서 배운 나날이란다. 날씨를 읽는 길을 알아채고, 알을 낳아 새끼를 돌보는 둥지에 매무새를 헤아리는 동안 “아기를 낳아 돌보는 집살림”을 어떻게 펴야 아름다울는지 생각했어. 이러다가 요 온해(100년) 사이에 사람들은 그만 ‘죽임물(농약)’과 ‘죽임거름(화학비료)’과 ‘죽임켜(비닐)’를 만들어 내는구나. 넉넉히 나누면서 배우는 살림을 등지네. 지난날에도 나리(양반)와 임금과 벼슬아치(권력자)와 땅임자(지주·부자)는 똑같이 사람들을 들볶고 우려내고 괴롭혔지만, 새를 내쫓거나 죽이거나 미워하지 않았어. 사람들은 손으로 흙을 만지고 씨앗을 건사하는 동안 늘 숨빛을 살폈어. 사람들은 맨발로 땅을 디디고 나무를 타는 동안 언제나 숨결을 익혔어. 보겠니? 뜸부기만 죽음더미(농약·화학비료·비닐)에 시달리다가 괴롭지 않아. 그런데 뜸부기는 그만 거의 모조리 목숨을 빼앗기며 사라져 가는구나. 여름새 한 마리가 온몸과 온빛으로 사람들한테 외치는데, 이 외침을 귀담아듣거나 느끼기가 어려울까? 뭐, 이제 눈감고 귀닫았으니 마음을 잃고 잊는 사람들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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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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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어느 아이 2025.4.24.나무.



어느 곳에나 틈이 있기에 바람이 스며서 기운을 바꿔. 틈이 없이 막거나 가두거나 조이거나 얽으면, 바람조차 못 스미거나 못 드나들면, 이때에는 그만 아무 기운도 빛도 숨도 없이 고이다가 곪는데, 어느새 썩고 터져서 죽어. 틈을 낼 줄 알기에 싹을 틔우고 움을 틔우고 눈을 틔우고, 이내 마음과 생각을 틔워서 하늘이 탁 트인단다. 틈을 낼 줄 모르기에 싹이 안 트고 움이 안 트고 눈이 안 트니까, 내내 마음이 갇혀서 생각이 없으면서 그저 꽉 막힌 채 숨을 거두고 말아. 아이가 어떻게 태어날까? 아이는 서로 숨을 틔운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나. 혼자서는 아이를 깨울 수 없는 몸이야. 아무리 잘나거나 뛰어나거나 훌륭해도 혼자서는 아이를 못 깨우고 못 낳지. 아이를 깨우려면, 다른 모든 솜씨와 재주를 멈추고서, 오로지 사랑이라는 빛과 숨과 기운을 틔울 노릇이야. 사랑은 솜씨가 아니거든. 사랑은 재주가 아니야. 사랑은 이름도 돈도 힘도 아니야. 사랑은 굴레도 재갈도 허물도 껍데기도 몽땅 털어내는 ‘숨길’이자 ‘빛길’이면서 ‘기운’을 일으키는 눈망울이란다. 어느 아이라도 사랑일 적에 태어나. “태어난 아이”는 이미 사랑을 받았어. 자라는 길은 가시밭과 자갈밭일 수 있고, 불수렁이나 갖은 고비일 수 있는데, 이러한 나날이란 ‘삶’이야. 어느 아이라도 ‘사랑받은 몸’에 ‘살아가는 마음’을 담아서, 이제까지 없던 눈길을 틔우는 몫이자 넋이란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자라나며 이 터전을 바꾸지.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차갑게, 때로는 아늑하게, 때로는 미움으로, 꾸준히 틈을 내거나 막으면서, 함께 배우고 스스로 익히는 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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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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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문과·이과 2025.4.23.물.



온누리 숨붙이는 “다른 겉몸이되 같은 속빛”인 두 갈래 길 가운데 하나로 태어나. 겉몸이 다르기에 그저 다르게 이 삶을 마주하면서 배우지. “하나인 겉몸”이라면 못 배우거나 안 배운단다. 모든 숨붙이는 “배우고 익히고 나누는 사랑”이라는 살림길을 걸으려고 두길 가운데 한길을 고른단다. 얼핏 보면 이쪽과 저쪽이야. 그러나 이쪽을 뒤집으면 저쪽이고, 저쪽을 뒤집으면 이쪽이지. 이쪽이든 저쪽이든 목숨이요 빛이며 사람이란다. 이와 달리 ‘문과·이과’로 쪼개려는 굴레가 있구나. ‘문과·이과’는 ‘순이·돌이’와 같은 두길이 아니야. 숨빛에 흐르는 뜻을 억누를 뿐 아니라, 서로 배우고 함께 익히며 같이 나누는 길을 오히려 끊고 치고 미워하며 가르는 불굿, 곧 싸움박질이란다. 모든 사람한테는 ‘살림손빛’이 다 있어. 모든 사람은 왼손과 오른손으로 함께 짓고, 왼발과 오른발로 함께 오가고, 왼길과 오른길을 함께 맺어. 넌 ‘외손’으로 못 빚고 못 지어. 넌 ‘외발’로 못 드나들고 못 이어. 네가 빚고 짓고 잇고 만나려면 “둘이면서 하나인 빛”을 몸과 마음으로 품고서 풀어내야 하지. 두 눈으로 한 곳을 본단다. 두 귀로 한 소리·말·이야기를 들어. 두 콧구멍으로 한 숨·바람·기운을 마시고 내놓아. 너는 ‘문과 체질’이나 ‘이과 적성’일 수 없어. 너는 늘 ‘문과·이과’를 크고작게 다르더라도 나란히 품는 ‘사람’이란다. 사이에 있으면서 새롭게 지어서 잇는 씨앗을 품은 사람이야. 사이를 맺고 이으면서 이곳에서 살아가는 나날을 서로 노래하며 살림짓는 사람이야. 네가 너를 스스로 가다듬을 노릇이지. 네가 스스로 갈라내야 하지 않아.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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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넌 몰라 2025.4.20.해.



네가 누구를 보면서 “넌 몰라.” 하고 말한다면, 너부터 어느 누구를 모르겠지. 누가 너를 보면서 “넌 몰라.” 하고 말한다면, 어느 누구부터 너를 모를 테고. 너나 남이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더러 “넌 몰라.” 하고 말을 하지 않아. 너나 남이 알 적에는 “넌 어떻게 여겨? 넌 어떻게 봐?” 하고 묻겠지. 누구나 스스로 살아온 대로 보고 듣고 겪어서 받아들여. 다만 ‘보기 + 듣기 + 겪기 + 받아들이기’일 뿐이야. 보거나 듣거나 겪거나 받아들였어도 아직 알지는 않아. ‘알’려면, 스스로 틈을 두어서 여태 보고 듣고 겪고 받아들인 바를 마음에 녹이고 풀어서 바라보아야 한단다. 열매가 익듯 ‘삶’을 익혀야 비로소 알아. 배나 능금이나 감이 ‘열매 모습’이 되었어도 ‘열매’가 아닌 ‘풋열매’야. 풋열매는 안 익었기에 씨앗이 안 여물었어. 새로 태어날 숨빛이 깃든 씨앗으로 굵으려면 열매가 고르게 두루 깊이 익어야 한단다. 누구나 다른 열매이자 씨앗인데, 익히고 익을 틈을 누려야 스스로 알아. 남이 익혀 주지 않거든. 남이 ‘알려’주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스스로 받아들여서 돌아보는 틈을 누릴 노릇이란다. 겉모습이 사람이기에 사람이지 않고, 겉보기에 돌이라서 돌이지 않아. 겉모습이 자동차이더라도 장난감이나 인형이면 안 굴러가. 겉으로 보기만 한다면, 막상 너는 하나도 안 보았다는 뜻이야. 눈을 감고서 속을 보고 느껴야 알 수 있어. 마음을 열고서 그윽히 받아들여 녹이고 풀어야 비로소 눈뜨면서 알아차리지. 너는 “너(나) 스스로 모르는 줄 모를” 수 있어. 너는 “너(나) 스스로 아는 줄 모를” 수 있어. 알려면 기다리고 지켜봐야지. 알고 싶다면 먼저 물어보고서 듣고 돌아볼 노릇이야.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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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어른곁 2025.4.21.달.



‘어른곁’은 ‘나무곁’과 같아. ‘아이곁’은 ‘바다곁’이나 ‘하늘곁’과 같지. ‘어른곁’이라면 ‘숲곁’에 ‘들곁’일 테고, ‘아이곁’은 ‘별곁’에 ‘샘곁’ 같고. 아이도 어른도 나무곁으로 다가간단다. 어른도 아이도 바다곁이나 하늘곁으로 다가서. 누구나 하나이고 혼자인데, 저마다 빛나는 숨이고 밝은 꽃이라서,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다가서지. 어른곁이란 놀면서 자랄 만한 자리야. 어른곁은 누구나 스스로 하면서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마당이야. 어른곁은 느긋이 잠들면서 기운이 차오르는 집이고, 어른곁은 한결같이 푸르게 노래하는 곳이야. 누구나 어른곁에서 태어났어. 어느 어른곁은 높다란 봉우리라면, 어느 어른곁은 뛰놀 들판이고, 어느 어른곁은 아기자기한 뒤꼍인데, 어느 어른곁은 왁자지껄 놀이터야. 고즈넉이 나무로 우거진 어른곁이 있고, 봄 같거나 여름 같거나 가을 같거나 겨울 같은 어른곁이 있어. 모든 어른곁은 달라. 이래야 하거나 저래야 하는 틀이란 없지. 다 다른 어른곁은 다 다르게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마을이야. 너는 어른곁에서 두고두고 느긋하게 자라나지. 이윽고 너는 어른하고 어깨동무하며 ‘새어른’으로 서더니, 이제는 아이곁에 나란히 서는 즐거운 사람으로 깨어난단다. 사람이 왜 사람일까? 사람은 늘 어른곁이면서 아이곁에 서는 ‘하나인 두 빛’이거든. 아이답기에 어른스러워. 어른답기에 아이스러워. 아이하고 놀기에 어른이야. 어른하고 얘기하기에 아이야. 어른한테서 듣기에 아이요, 아이한테서 들으니 어른이지. 너는 아이들이 찾아오는 ‘어른곁’으로 살림을 하니? 너는 몸소 ‘어른곁’으로 찾아가는 아이로서 사랑을 하니?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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