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대리석 2024.1.24.물.



단단하게 뭉쳐서 닫아걸려고 세우는 담이야. 단단히 여미기에 밖으로 새거나 흐르지 않으니, 담을 수 있어. 단단하니까, 밖에서 부는 바람에 끄떡없지. 딱딱한 나머지, 둘레 이야기를 닫기도 해. 똑부러질 만큼 스스로 길을 찾는데, 남을 그저 등지니까 딱잘라서 뚝뚝 끊기도 한단다. 잘 보면 알 텐데, 단단하기에 나쁘지 않아. 단단하기에 마냥 좋지 않아. 다루는 손길이 야물지 않거나 어질지 않으니까 차갑게 닫는단다. 다독이는 마음이 야물고 어질기에 참하게 담아. 늘 말끝 하나로 달라. 너는 어디이든 다다르는 숨길을 빛낼 수 있고, 무엇이든 꽉 다문 채 말도 않고 말도 안 들을 수 있어. 눈코귀입에 무엇을 담으려는지 생각하렴. 눈코귀입을 닫으면서 네 숨길이 어떠한지 살피렴. 더없이 단단한 돌 가운데 ‘대리석’이 있어. ‘그물무늬돌’일 텐데, 이 굳돌이 품는 흰그물무늬가 무엇일까 하고 가만히 마음에 담을 수 있겠니? 거미는 하늘을 보면서 바람을 사뿐히 타는 몸짓으로 흰거미줄을 맑게 파랗게 짜더라. ‘그물무늬돌’은 온몸에 흰거미줄 닮은 바람빛을 고스란히 담아. 사람마다 몸속으로 핏줄이 마치 거미줄이나 그물처럼 촘촘하게 있어. 숨 한 모금을 마시고 내뱉을 적마다 이 ‘그물눈핏줄’ 모든 곳으로 바람줄기가 죽죽 퍼지고 흐르지. 다부진 마음이란 무엇이겠니? 당차며 갈고닦는 매무새를 어떻게 펼치겠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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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주판 2024.1.23.불.



구슬을 톡톡 놓으며 셈을 알고 익힐 수 있어. 또르르 구르는 구슬은 맑게 소리를 내고 부드럽게 구르지. 구슬을 착착 옮기며 셈을 읽고 나눌 수 있어. 또랑또랑 구르는 구슬이란 가벼우면서 밝게 눈길을 알리고 차근차근 일어나. 사람들은 이슬을 보면서 구슬을 빚었어. 사람들은 빗방울을 맞이하면서 방울과 구슬을 여미었어. 사람들은 윤슬이라는 물빛에 마음이 녹으면서 구슬처럼 슬기롭게 살아가는 길을 깨달았어. 하나둘 세는 사이에 하나씩 알아가지. 하나하나 헤아리는 동안 조금씩 눈길을 틔워. 오로지 ‘값’만 따지려 하면 갇혀버린단다. 그저 ‘돈’만 보려 하면 돌아버리고 말아. 가만히 가벼이 날아가는 길에 설 수 있고, 별처럼 빙그르르 돌면서 온누리를 돌아볼 수 있어. 너희가 하는 일은 언제나 같지만, 늘 두 갈래야. 마음을 두는 자리에 따라서 “빛나는 길”로도 가고 “빚지는 길들임(굴레)”로도 간단다. 구슬셈(주판)을 어떻게 다루려는지 천천히 짚으렴. ‘길’은 길이되, 새길일 수 있고 길들이기일 수 있거든. 지름길이거나 오솔길이거나 샛길이거나 대수롭지 않아. 굴레를 씌우거나 뒤집어쓰는 길들임으로 스스로 가두면, 캄캄굴에 사로잡혀. 기운을 차리고 생각을 기르려 할 적에는 “길고 짧은 크기·너비”가 없이 ‘깊이’를 품는 살림으로 나아간단다. 나무를 천천히 깎고 다듬어서 ‘개비’에 쏙 꽂아서 여민 구슬셈을 다시금 매만져 보렴. 구슬은 구름이기도 하고 물결이기도 하고 빛다발이기도 하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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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평화주의자 2024.1.22.달.



겨우내 모든 풀과 나무가 고요히 쉬는구나. 봄부터 가을까지 모든 풀과 나무가 골고루 피고 지면서 푸르게 삶을 잇네. 봄내 모든 풀과 나무가 곱게 일어나는구나. 여름을 앞두면서 잎빛이 맑고, 해도 바람도 비도 기쁘게 맞이하면서 새롭게 살림을 짓네. 여름내 모든 풀과 나무가 북적북적 어울리는구나. 새도 나비도 개구리도 풀벌레도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즐겁게 사랑을 펴네. 가을에도 사랑노래를 펼치고 겨울에는 포근히 잠드는구나. 가으내 모든 풀과 나무가 놀랍게 반짝이는구나. 겨울을 기다리면서 느긋하고도 넉넉하게 씨앗을 내놓고 열매를 베푸니 갸륵하구나. 모름지기 ‘평화’라는 말이 없을 적에 바로 ‘평화’란다. 평화를 꺾거나 밟는 싸움·죽임·총칼이 판치는 자리에서 ‘전쟁에 맞서는 길’인 평화가 태어났어. 그래서 ‘평화주의 = 전쟁반대’란다. 전쟁이 있기에 평화를 말하고, 전쟁을 끝내려는 평화를 외치지. 그렇다면 “전쟁이 사라지면 언제나 평화로울까?” 하고 생각해 보렴. 봄여름가을겨울을 철마다 새롭게 보고 느끼고 누리고 나누는 마음도 생각해 보렴. 철들고 어질어 슬기롭게 삶·살림·사랑을 짓는 숲빛길을 생각해 보렴. 아름다이 어우러지는 하루에는 ‘주의·주의자’가 없어. 살림꾼은 ‘생활주의자’가 아닌 ‘살림사랑’이요 ‘살림빛’이란다. 새처럼 나비처럼 풀꽃나무처럼 바다처럼 바람처럼 네 숨빛을 고요히 고즈넉이 곱게 다독이렴. “외치는 길”이 아닌, “살림하는 하루·오늘”이면 넉넉하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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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전초전 2024.1.21.해.



한바탕 달려들면서 먼저 쥐려고들 하더라. 자리를 차지하려고 눈에 불을 켜는데, 먼저 차지하면 무엇이 즐거울는지 생각해 보렴. 느긋이 가면 자리가 없을 수 있어. 남보다 먼저 달려들지 않아서 놓친다고 여기기도 하지. 그래서 처음 마주할 적에 기운을 꺾겠다며 으름장을 놓거나 불꽃튀는 눈초리이기도 하네. ‘마주붙기’는 몸뿐 아니라 마음으로 “하나인 너른 곳”에 있으면서 어울리는 길이란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 ‘붙다 = 싸우다’ 쪽으로 여기려고 하네. 마음을 붙여서 함께 땀흘리기에 활짝 웃을 텐데. 두 손바닥이 마주붙어야 짝짝 소리가 우렁차고 시원할 텐데. 사람들은 “다른 두 나무”를 붙여서 “하나로 자라는 나무”로 키우지. 왜 이렇게 하는지도 생각하렴. 열매를 맺거나 씨앗이 굵으려면, 암꽃하고 수꽃이 만나서 새빛을 이룰 노릇이란다. 아주 다른 두 넋이 하나로 맞붙기에, “혼자서는 마냥 꿈이던 빛”이나 “혼자서는 꿈조차 못 꾸던 빛”을 이룰 수 있어. ‘붙임·붙음’이란, 서로 이제까지 못 보던 곳을 깨워서 보이는 길이란다. 아주 다르기에 ‘맞붙음 = 싸움’을 벌여야겠니? 싸우면 스스로 다치고 서로 죽여. 어우러지면 스스로 깨어나고 서로 살려. ‘미리붙기(전초전)’로 으르렁거리려 하면, 눈이나 마음 모두 시들하고 바랜단다. 가만히 힘을 풀고서 느긋이 바라보는 눈길을 뜨기에 꿈에 부푸는 별이 떠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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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찬양 2024.2.14.물.



마음이 없는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자꾸 올리려 하더라. 마음이 죽은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굳이 높이려 하더군. 마음을 잊은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애써 섬기려 하지. 마음이 있는 사람은 올리지도 않고 낮추지도 않아. 마음이 산 사람은 높이지도 않고 깎지도 않아. 마음을 살피는 사람은 섬기지도 않고 얕잡지도 않아. 텅텅 빈 마음이니, 스스로 제 마음을 볼 줄 모르고, 둘레 마음을 읽을 줄 몰라. 마음을 안 보느라 마음을 잊다가 그만 마음을 잃지. 올리거나 높이거나 섬긴다는 ‘찬양’이란, 스스로 얼마나 바보스레 죽어서 뒹구는 마음인지 보여주는 민낯이란다. 아기는 엄마아빠를 떠받들지 않아. 그저 엄마아빠를 바라보면서 마음을 느끼려 한단다. 엄마아빠는 아기를 받들 까닭이 없어. 그저 아기 마음을 읽고서 함께 사랑으로 살아갈 하루를 그리지. 그러나 어쩐지 마음을 잊은 채 떠받들거나 치켜세우는 허수아비가 늘어나는구나. 왜 스스로 죽음수렁에 잠기는 ‘찬양’에 사로잡히려고 하니? ‘찬양’이란, 독재자가 사람들 눈을 다 찔러서 종살이로 부리려고 펴는 못난 굴레질이야. 스스로를 높일 일도 낮출 일도 없어. 스스로를 보고 느끼고 읽어서 이어갈 적에 아름답단다. 헛짓에 사로잡히니까 자꾸 올림질로 치달아. 헛말에 홀리니 그만 섬김질에 갇혀. 사랑으로 사귀려는 사이라면,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어깨동무로 가겠지. 네 모습을 고스란히 돌아보렴. 네가 보고 느낄 곳을 제대로 보고 느끼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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