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엄마 -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은 집에서
김미희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2.27.

인문책시렁 444


《세 엄마》

 김미희

 글항아리

 2021.11.12.



  《세 엄마》는 두 엄마랑 어린날을 보낸 글쓴이가 뒷날 ‘스스로 엄마’가 되어, 세 갈래로 살아가는 사람이 어떻게 얼키고설키면서 마음을 맺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낳은엄마하고 돌본엄마가 있다면, 글쓴이는 ‘나도엄마’가 됩니다.


  먼 지난날에는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낳은아빠’하고 ‘돌본아빠’라는 몫을 함께했습니다만, 웃사내틀(가부장권력)을 세운 나라(정부)를 즈믄해 남짓 잇는 동안, ‘함께짓는집’이라는 숨빛을 감쪽같이 잊어버린 듯합니다.


  어떤 아이는 엄마가 오지게 일하고 고단한 모습을 하나도 못 알아보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어떤 아이는 엄마가 어떻게 일하는지 낱낱이 지켜볼 뿐 아니라, 쉴 틈이 없이 지내는 줄 하나하나 느끼며 생각합니다. 일하는 엄마를 못 알아보는 아이는 나중에 집일을 꺼리거나 싫어하거나 안 할 뿐 아니라, 으레 남한테 미루거나 넘깁니다. 일하는 엄마를 알아보면서 늘 돕거나 거들거나 함께하며 자라던 아이는 머잖아 집일을 어질게 하는 길을 살펴서 새 보금자리를 도란도란 가꿉니다.


  우리 어버이하고 스무 해를 살아오는 동안, 아버지가 집일을 티끌만큼이라도 도운 적은 아예 없습니다. “사내가 부엌에 들어가면 ○○ 떨어진다”는 헛말을 늘 읊던 아버지인데, 언제나 속으로 “부엌에 들어가면 ○○ 떨어진다면서, 밥먹을 적에는 왜 부엌에 가나요?” 하고 묻고 싶었습니다. 두 아들이 언제나 부엌에 머물면서 어머니 일손을 돕거나 나눌 적마다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나무라던 말씨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아들’이 왜 부엌에서 가시내처럼 부엌일을 하느냐고 나무라거나 윽박지를 힘이 있다면, 그런 힘이야말로 부엌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쉬고 함께 나누는 살림으로 갈 노릇입니다.


  어릴적을 돌아보면, 저는 ‘아들’인 주제에 여러 이웃집에 ‘빌려다녔’습니다. 일손이 바쁘고 모자란 이웃집 아주머니가 으레 저를 빌려가서 일을 맡겼어요. 제가 어린날을 보낸 1980해무렵은 이제 막 아들뿐 아니라 딸한테도 집일을 잘 안 시키려고 하는 집이 늘기는 하되, 딸아들 모두 어버이 곁에서 집일을 엄청나게 맡던 때이기도 합니다. 모두 손으로 짓던 살림이지만, 어느새 틀(기계)이 하나씩 늘면서 틀한테 맡기는 집이 늘던 즈음이요, ‘집된장·집간장·집고추장’이라는 말이 생기면서 ‘사다먹기’가 차츰 늘던 무렵입니다.


  어머니가 된장이며 간장이며 고추장을 담그는 여러 날에는 밖에서 놀 수 없습니다. 장담그기에 일손이 얼마나 드는지 뻔히 아는데 어떻게 나가놀겠습니까. 설이나 한가위를 앞두고 으레 보름 앞서부터 밑감을 하나씩 마련하고, 이레에 걸쳐 밤낮없이 몰아쳐야 비로소 밥살림을 겨우 마칩니다. 그러나 설날이나 한가위날 아침까지도 일이 안 끝나기 일쑤예요. 작은집 먹을거리까지 마련해야 하니까 뭐든지 여러 솥 해놓아야 하거든요. 만두를 1000알 빚어도 모자라기에 설을 쇤 밤에 어머니랑 언니랑 저랑 셋이 둘러앉아서 더 빚어 놓곤 했습니다.


  《세 엄마》에 흐르는 이야기란, 사랑받지 못 했다고 여겼으나 늘 사랑받는 삶인 줄 알아채며 눈물과 웃음을 씨앗처럼 품으려는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겉얼굴이 아닌 속마음을 바라보면 늘 사랑으로 피어나는 길인 줄 알아차립니다. 속마음이 아닌 겉얼굴을 쳐다보느라 늘 사랑을 잊은 채 헤맵니다. ‘낳은아빠’도 ‘돌본아빠’도 못 된 숱한 사내는 ‘나도아빠’라는 이름을 까맣게 잊어요. 즐겁게 만날 사이를 잊어버리니 스스로 잃어버리게 마련입니다.


  여름이 다가오면 봄이 차분히 저뭅니다. 가을이 찾아오면 여름이 차분히 저뭅니다. 겨울이 코앞이면 가을이 차분히 저뭅니다. 바야흐로 봄이면 겨울이 차분히 저뭅니다. 네 철은 차분히 돌고돕니다. 우리는 네 철을 고스란히 맞아들이면서 ‘철드는’ 사람으로 섭니다. 아이를 사이에 두고서 보금자리를 짓는 손길을 잊을 적에는 ‘어버이’도 ‘엄마아빠’도 아닌 ‘남’이나 ‘놈’이게 마련입니다. 이제는 함께 살림짓는 손빛을 밝히는 철든 사람으로서 눈빛을 반짝이는 하루를 걸어갈 노릇입니다.


ㅍㄹㄴ


(낳은엄마는) 새어머니와 친아버지에게 나와 동생을 내팽개쳐놓고 떠났다. 네 아버지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이혼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는, 자식들을 그런 아버지 밑에서 어떻게 클지 신경도 안 쓴 채 나 몰라라 하고 가버렸다. 돈을 벌어 2년 뒤에 데리러 온다고 하고서는 바로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그 사이에서 아이 둘을 더 낳았다. (13쪽)


나는 이불 속에서 동생의 손을 잡았는데 그 작은 손이 내 손을 꼭 잡는 걸 보면 동생도 깼나 보다. 동생 손을 잡으면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느껴져 조금 안심된다. (71쪽)


내가 누나가 맞긴 하지만 설거지를 돕거나 음식을 나르는 일은 나에게 시켰다. “여자는 음식을 잘해야 돼. 그래야 시집을 잘 간다.” 어른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고 사촌이 부럽지는 않았던 것이 큰아빠는 자기 아들이 맘에 들지 않을 때면 위협을 하거나 때렸기 때문이다. (86쪽)


나는 새어머니가 나를 믿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다하려고 학원비를 줬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믿고 있었다니. 나는 나 자신만 생각하기에 바빠서 새어머니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127쪽)


그동안 어머니(돌본엄마)에게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왜 우리 말고 자식은 안 낳으셨어요?” “너네 키우느라고 그랬지.” (159쪽)


나이 들어도 다정한 아버지와 애교 많은 딸의 모습이다. 내 앞에서 꼭 저렇게 다정한 모녀라는 걸 뽐내고 싶은 걸까? 아니 이모의 평소 자연스러운 행동이겠지. 나의 자격지심일 뿐이다. (179쪽)


하면 할 수 있구나. 돈이 없어서, 여자니까,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니까 할 수 없다고 여긴 일이 많았구나. (202쪽)


나는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글로 적고 보니 대체 어떤 부분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의문이 든다. 부모가 나를 심하게 때린 것도 아니고 굶긴 것도 아니고 공부를 못하게 한 것도 아니다. 단지 이혼을 했고 친어머니는 연락이 없고 아버지는 백수에 알코올 중독이었던 것뿐이다. (217쪽)


+


《세 엄마》(김미희, 글항아리, 2021)


봉와직염이라면서 영양분이 부족하면 생기는 병이라고 했다

→ 고름꽃이라면서 못 먹으면 생긴다고 한다

→ 멍울꽃이라면서 깡마르면 생긴다고 한다

127쪽


빈자리는 있어야 할 누군가가 없다는 표시다

→ 빈자리는 있어야 할 누가 없다는 뜻이다

→ 있어야 할 사람이 없기에 빈자리이다

→ 있을 사람이 없으니 빈자리이다

196쪽


나는 이불 위에 뻗어버렸다

→ 나는 이불에 뻗어버렸다

→ 나는 바로 뻗어버렸다

19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슨 애엄마가 이렇습니다 - 일과 육아 사이 흔들리며 성장한 10년의 기록
윤은숙 지음 / 이와우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2.1.

인문책시렁 472


《무슨 애엄마가 이렇습니다》

 윤은숙

 이와우

 2018.3.5.



  흔히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고 말합니다만, 이 말을 들을 적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아주 틀리지는 않은 말이되, 썩 옳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어른이 아이를 키운다”하고 같은 말이거든요.


  저는 달리 말합니다. 이를테면 “아이가 어버이를 키운다”라든지 “아이가 엄마아빠를 가르친다”처럼요. “아이가 마을을 키운다”라든지 “아이가 나라를 키운다”라 말하고, “아이가 이 별을 키운다”라고도 말합니다.


  우리는 이제 좀 제대로 알아보아야 합니다. 온마을이 마음을 모아서 “아이를 키울” 때가 아닙니다. 온마을이 마음을 모아서 “아이한테서 배울” 때입니다. 이리하여 “아이가 빛나는 꿈으로 씨앗 한 톨을 생각으로 심는 마을”로 바꿀 때입니다.


  《무슨 애엄마가 이렇습니다》를 돌아봅니다. 아기를 낳고서 일멎이(경력단절)로 힘들 뿐 아니라, 아이를 어떻게 돌보면서 집살림을 꾸려야 할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뒤죽박죽 하루를 고스란히 풀어놓는 얼거리입니다. 아기를 낳지 않았다면, 아기를 돌보느라 일을 쉬지 않았다면, 일을 쉬고서 집에서 지내는 동안 집안일과 집살림을 잔뜩 짊어지지 않았다면, 글쓴이로서는 ‘아이’와 ‘삶’과 ‘집’을 하나도 모르는 채 글바치로만 지냈으리라 봅니다. 오늘날 숱한 글바치도 이와 같아요. 스스로 어떻게 태어나서 누가 어떻게 보살핀 손길을 받아서 ‘온갖 바깥일을 홀가분히 해낼’ 수 있는지 모르기 일쑤입니다.


  “아이를 돌보는 마을이나 나라”는 안 나쁘되, 아이를 길들입니다. 이와 달리 “아이한테서 배우는 마을이나 나라”는 허술하거나 초라하거나 조그마할는지 모르나, 언제나 반짝반짝하면서 즐겁습니다. 어른이라서 위가 아니듯, 아이라서 위가 아닙니다. 아이어른은 늘 나란한 사이입니다. ‘어른’이란 자리는 길잡이가 아닙니다. ‘어른’이란 잘 듣고 잘 보고 잘 말하면서 잘 배우는 자리입니다. ‘아이’란 자리는 마냥 받아먹지 않습니다. ‘아이’는 늘 보고 늘 듣고 늘 말하면서 늘 가르치는 자리입니다. 아이는 끝없이 물어보거든요. 아이는 언제나 ‘왜?’ 하고 묻거든요. 아이가 묻는 ‘왜?’라서, 어른은 언제나 ‘왜냐하면!’ 하고 이야기를 풀어내야 합니다.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른이 아닙니다. 아이가 ‘왜?’ 하고 묻는 모든 말을 그때그때 ‘왜냐하면!’ 하고 풀어낼 줄 알아야 어른입니다. 또한, ‘왜?’ 하고 묻는 아이한테 “그래, 그 일이 궁금하구나. 곧 이야기를 들려줄게. 그런데 넌 어떻게 여기거나 보거나 생각하는지 먼저 들려주겠니? 네 이야기를 듣고서 알려줄게.” 하고 속삭일 줄 알아야 어른입니다. 아이가 뭘 물어볼 적에는 이미 아이 스스로 마음에 ‘길’이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가 묻는 모든 말에는 “왜 그래? 좀 아닌데?” 하는 마음이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를 길들이는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 같은 말은 말끔히 내려놓을 때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피어나는 “마을 모두 아이한테서 배운다”로 거듭날 때입니다. 어떤 아이라도 ‘졸업장’을 바라지 않습니다. 어떤 아이라도 “책상맡에 얌전히 앉아서 마냥 듣기”만을 바라지 않습니다. 모든 아이는 스스로 뛰놀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뛰놀며 꿈꿀 아이한테 쓰레기(스마트폰)부터 쥐어주는 그대이지 않나요? 허울로는 ‘똑똑이(스마트)’라고 하지만, 겉멋만 가득한 쓰레기를 아이 손에 쥐어준 그대는 ‘어른’도 ‘어버이’도 아닌 ‘얼간이’일 뿐입니다. 아이는 맨손으로 모두 스스로 짓고 빚고 가꾸고 돌보면서 온누리를 사랑하는 빛살을 어른과 어버이한테 가르치는 하루를 살아낼 노릇입니다.


ㅍㄹㄴ


내가 당연하게 누렸던 맛있는 밥과 깨끗한 옷과 정돈된 집은 모두 엄마의 젊음에 빚을 지고 있었다. 무려 30년이나 엄마의 삶을 갉아먹으며 살았으면서도 나는 엄마가 되고서야 비로소 그 빚의 무게를 볼 수 있었다. (50쪽)


“엄마 회사 그만뒀으면 좋겠다더니?” “뭐 그렇긴 한데, 그래도 기왕 다닐 거면 높은 데까지 올라가 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 (84쪽)


엄마는 그날 내내 내가 아이를 쥐 잡듯 코너로 몰았다고 말했다. 차에 타면서도 물건을 사면서도 아이의 작은 실수를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 언제부터인가 아들은 묻는 횟수가 확연히 줄었다. “엄마는 나를 사랑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던 것이리라. 느낄 수 있었으리라. (146, 147쪽)


소원을 묻자, 첫째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세계평화.” 응? 엉뚱한 대답을 잘 내놓는 첫째였다. 그래도 세계평화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새해 소원이었다. “엄마는 내가 얼마나 평화를 원하는지 알고 있지? 정말 난 그런 걸 원한다구. 세상에 정말 전쟁은 없었으면 좋겠어.” (150쪽)


아이에게 입학 뒤 처음으로 엄청난 분노를 터뜨린 그날, 아이의 눈물 고인 새빨간 두 눈에서 읽은 것은 ‘두려움’이었다. 도대체 나는 무슨 자격으로 이 아이를 이렇게 겁에 질리게 한 것일까? (162쪽)


엄마는 그렇게 아들 낳지 못한 며느리였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 살려고 노력했다고 내게 고백한 적이 있다. (193쪽)


+


《무슨 애엄마가 이렇습니다》(윤은숙, 이와우, 2018)


책 쓰기를 권유하신 편집자분의 말 한 마디가 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 책쓰기를 여준 엮음이 한 마디로 나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 책을 쓰라 여쭌 엮음이 말 한 마디에 나를 다시 생각하였다

6쪽


내 엄마, 믿기지 않는 양의 사랑을 퍼부으며 여섯 명의 딸을 키워낸 엄마

→ 울 엄마, 믿기지 않도록 사랑을 퍼부으며 여섯 딸을 키워낸 엄마

→ 우리 엄마, 못 믿을 만큼 사랑을 퍼부으며 딸 여섯을 키워낸 엄마

11쪽


흔히 산후우울증으로 불리는 증상에 시달리며 고통을 겪은 엄마들의 이야기는 충격적일 정도로 흔하다

→ 배내앓이에 시달린 엄마들 이야기는 가슴아플 만큼 흔하다

→ 아기앓이에 시달린 엄마들 이야기는 괴로울 만큼 흔하다

→ 속앓이에 시달린 엄마들 이야기는 마음아플 만큼 흔하다

21쪽


잠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틈틈이 방구석에 쪼그리고

→ 잠이 모자라면서도 틈틈이 바닥에 쪼그리고

→ 졸리면서도 틈틈이 자리에 쪼그리고

27쪽


여든 평생을 날씬한 몸으로 살아온 엄마는 나의 사자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 여든 해를 날씬한 몸으로 살아온 엄마는 내가 외쳐도 아무렇지 않은 채

→ 여든 살을 날씬하게 살아온 엄마는 내가 푸념해도 아무렇지 않은 채

32쪽


이 말도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 이 말도 나한테는 맞닿지 않았다

→ 이 말도 나한테는 와닿지 않았다

→ 이 말도 나한테는 안 닿았다

→ 이 말도 나한테는 안 어울렸다

33쪽


엄마가 사정이 있어 참관수업에 못 간다는 이야기를 해두었다

→ 엄마가 일이 있어 배움보기에 못 간다고 이야기를 해두었다

→ 엄마가 일 탓에 배움구경에 못 간다고 이야기를 해두었다

88쪽


아이에게 화를 낼 일도 적어졌다

→ 아이한테 불낼 일도 줄었다

→ 아이한테 발칵할 일도 준다

99쪽


원양어선을 타고 세계를 돌아다녔던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 먼바닷배를 타고 온누리를 돌아다니던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 먼고깃배를 타고 뭇나라를 돌아다니던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102쪽


그러니까 세계평화가 필요하지

→ 그러니까 함께살아야지

→ 그러니까 온사랑을 바라지

→ 그러니까 어깨동무를 해야지

→ 그러니까 너나하나로 가야지

151쪽


여섯 살로 접어드는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고

→ 여섯 살로 접어드는 딸은 문득 깨달았다고

→ 여섯 살로 접어드는 아이는 문득 깨달았다고

152쪽


키뿐만 아니라 생각의 영토도 키워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키뿐만 아니라 생각밭도 키워간다고 느꼈다

→ 키뿐만 아니라 생각도 키워간다고 보았다

154쪽


엄마 코스프레를 하다가도 가끔씩 ‘욱’ 엄마와 접신하여 아이를 크게 혼내는 일들이 생겼다

→ 엄마 흉내를 하다가도 가끔 ‘욱’ 하며 아이를 크게 나무라곤 했다

→ 엄마 시늉을 하다가도 가끔 ‘욱’ 하며 아이를 타박하곤 했다

163쪽


내 몸과 찰떡궁합인 가공육류도 일정 정도를 넘으니 물렸다

→ 내 몸과 찰떡인 고기떡도 어느 만큼 넘으니 물린다

→ 내 몸과 찰떡인 손질고기도 웬만큼 넘으니 물린다

18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명을 보는 눈
조병범 지음 / 자연과생태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5.6.12.

숲책 읽기 240


《생명을 보는 눈》

 조병범

 자연과생태

 2022.2.17.



  《생명을 보는 눈》은 서울·큰고장 한복판에서도 새를 바라보면서 온숨결을 헤아리려는 뜻을 줄거리로 삼는구나 싶습니다만, 어쩐지 자꾸 샛길로 빠진다고 느낍니다. 웃자리인 임금이나 벼슬아치나 나리가 내려다볼 적에는 ‘백성’일 테지만, 막상 흙살림꾼이나 집살림꾼으로 들숲메바다와 아이들을 돌보는 일꾼은 그저 ‘사람’이기만 했습니다.


  이른바 ‘백성’은 “그놈들이 내려다보며 붙인 굴레 같은 이름”입니다. ‘백성’이란 “백 가지 씨”라는 뜻이 아닌 “너희(백성)는 씨가 없이 우글우글하다”고 여기는 얄궂고 미워하는 마음이 도사립니다. 일본이 총칼로 밀려든 뒤부터 부쩍 쓰는 ‘민중’ 같은 한자말에서 ‘민(民)’은 “눈알이 찔려 장님이 되어 종으로 구르는 슬픈 사람”을 가리킵니다.


  우리는 ‘씨없는놈’도 ‘눈없는놈’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사람’입니다. 사람이란, 사랑을 짓는 살림을 하면서 뭇숨결 사이에서 새롭게 살아가는 동안 생각을 지어서 말로 심는 목숨붙이를 가리키는 오랜 이름입니다. 이러한 이름을 못 살피거나 안 살필 적에는 자꾸 샛길로 빠집니다.


  《생명을 보는 눈》을 쓴 분은 ‘참새’가 ‘좀새’에서 왔다는 엉뚱한 말을 길게 적는데, 너무나 터무니없습니다. 그러면 참나무도 ‘좀나무’인지요? 참꽃도 ‘좀꽃’인가요? 참나리는 ‘좀나리’인지요? 말이 될 수 없습니다. ‘참하다’라는 낱말은 무슨 뜻인지요? ‘참’이라는 우리말은 ‘차다(가득하다 + 차갑다)’에서 비롯합니다. 들숲마을에 가득한 새라서 ‘참새’입니다. 더구나 참새는 가을걷이를 할 적에 조금 낟알을 쪼되, 봄여름에는 벌레를 어마어마하게 잡아먹습니다. 예부터 시골지기는 가을에 참새하고 넉넉히 낟알을 나누었고, 겨울에 따로 낟알을 챙겨 주면서 함께살았습니다.


  ‘목소리(주의주장)’가 아닌 “나너우리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피어날 때라야 새를 새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새이름뿐 아니라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사람’이 지었습니다. 백성이 아닌 사람이 지은 말입니다. 임금이나 벼슬아치나 먹물이 지은 말이란 그저 중국을 우러르는 한문일 뿐입니다.


  새소리는 ‘노래’이면서 ‘울음’입니다. ‘울다’라는 낱말에서 ‘우레’가 가지를 칩니다. “가슴을 울린다”라 하고, 북을 치면 둥둥 ‘울린다(운다)’고 합니다. ‘울다’에서 ‘울’은 ‘우리(너와 나)’도 가리키고 ‘하늘(한울)’도 가리킵니다. 새가 들려주는 소리를 왜 ‘노래’와 ‘울음’ 두 갈래로 나란히 마주하는가 하는 실마리를 알려면, 우리 스스로 먼먼 옛날부터 이은 ‘사람살림’을 돌아볼 노릇이고, 살림자리에서 수수하게 나누던 수수한 말씨를 짚을 노릇입니다.


  제비를 바라보는 사람이 ‘가난하고 힘없는 나’하고 나란히 놓았다는 줄거리는 참으로 아리송합니다. 새가 그저 먹이 때문에 움직인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그저 돈 때문에 일을 하는지요? 아니거든요.


  《생명을 보는 눈》이란 뭘까요? ‘목소리(주의주장·이론·학적 성과·도감·사전)’가 아닌 ‘사람으로서 살림을 짓는 사랑’일 때라야 비로소 숨결을 느끼고 보고 짚어서 다루고 이야기로 들려준다고 봅니다. 제발, 우리 스스로 사랑부터 바라보기를 빕니다. 이제는 부디 우리 스스로 사람인 줄 알아보기를 빕니다. 우리는 ‘인간’이 아닌 ‘사람’입니다. 새는 ‘새’일 뿐 ‘조류’가 아닙니다.


ㅍㄹㄴ


생김새나 소리를 특징으로 삼은 새 이름은 자연 속에서 새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백성의 눈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30쪽)


이른봄부터 가을 추수가 끝날 때까지 참새 때문에 농부의 걱정은 그칠 날이 없습니다 … 참새의 참은 진짜라는 뜻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농부의 눈으로 보면 참새는 여전히 진짜 새가 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참새의 ‘참’은 진짜가 아니라 작다는 뜻에서 왔다고 보는 게 더 맞을 듯합니다 … 우리 둘레에서 보는 작은 새 ‘좀새’가 ‘참새’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 있습니다. (51, 52쪽)


새를 생명으로 바라보면, 다른 생명과 마찬가지로, 새소리 대부분이 울음소리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어떤 생명이든 자기 일상을 울음으로 채우지 않기 때문입니다. (70쪽)


농사를 짓는 백성들은 사람이 사는 집에 깃들어 사는 제비를, 가난하거나 부유하거나 가리지 않고 사람 집에 기대어 사는 제비의 처지를, 가난하고 힘없는 자신과 같은 존재로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81쪽)


새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먹이입니다. (143쪽)


+


《생명을 보는 눈》(조병범, 자연과생태, 2022)


파주출판단지 근린공원입니다

→ 파주책마을 나들쉼터입니다

→ 파주책고을 마을숲입니다

6쪽


두루미가 다시 돌아오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두루미가 돌아오는 곳으로 삼아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 두루미가 다시 오는 곳으로 가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7쪽


단체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가입했는데

→ 동아리가 생긴 지 얼마 안 될 때 들어갔는데

→ 모둠이 갓 생길 때 들어왔는데

21쪽


녹색빛을 띠는 검은색입니다

→ 푸른빛이 도는 검정입니다

→ 검푸릅니다

24쪽


천연기념물 황새가 그렇습니다

→ 아름빛 한새가 그렇습니다

→ 푸른빛 한새가 그렇습니다

27쪽


자연 속에서 새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백성의 눈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 들숲에서 새와 어우러지는 사람들 눈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 숲에서 새와 살아가는 수수한 눈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30쪽


새를 보게 된 뒤로는 새의 이동으로 압니다

→ 새를 보면서 새가 가는 길로 압니다

→ 새보기를 하면서 새흐름으로 압니다

32쪽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 길이 없습니다

→ 다른 길이 없습니다

→ 달리 길이 없습니다

36


먹이가 선결되어야 그 뒤가 가능합니다

→ 먹이부터 있어야 뒷일도 있습니다

→ 먼저 먹이가 있어야 뒤도 있습니다

36


결론부터 말하면 국가에서 정한 새(國鳥)가 없습니다

→ 그러니까 나라에서 돌보는 새가 없습니다

→ 다시 말해 나라새가 없습니다

40


까치를 희작(喜鵲)이라고 하며 기쁜 소식을 전달하는 새로 여겼습니다

→ 까치를 기쁨새라 하며 기쁜일을 알리는 새로 여겼습니다

42


까치가 단체 행동을 하면

→ 까치가 두레를 하면

→ 까치가 함께 움직이면

45


가을 추수가 끝날 때까지 참새 때문에 농부의 걱정은 그칠 날이 없습니다

→ 흙지기는 가을걷이를 끝날 때까지 참새 걱정이 그칠 날이 없습니다

→ 흙일꾼은 가을걷이까지 참새 때문에 걱정이 그칠 날이 없습니다

51


갑자기 메뚜기가 급증하고 농사에 치명타를 날렸는지 궁금했는데

→ 갑자기 메뚜기가 늘고 논밭을 할퀴었는지 궁금했는데

→ 갑자기 메뚜기가 불고 논밭을 망쳤는지 궁금했는데

52쪽


한두 마리만 도래지에 나타나도

→ 한두 마리만 삶터에 나타나도

→ 한두 마리만 뜰에 나타나도

→ 한두 마리만 들온터에 나타나도

58


탁란하는 새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 남낳이 새로 널리 압니다

→ 딴낳이 새로 널리 알지요

75


기일에 찾은 선생님의 오두막은

→ 가신날에 찾은 어르신 오두막은

→ 비나리날 찾은 어른 오두막은

91


월동지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 겨울터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 겨울뜰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99


그럴 때는 재빨리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 이럴 때는 재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 이럴 때는 재빨리 비켜야 합니다

114


1년에 한 번씩 비행깃을 완전히 새것으로 갈고

→ 해마다 깃을 새롭게 갈고

→ 해마다 날개깃갈이를 하고

118


다른 새들과 구별됩니다

→ 여느 새와 다릅니다

136


새를 사랑하는 ‘조류 인간’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 새를 사랑하는 ‘새사람’을 만나니 즐겁습니다

→ 새를 사랑하는 ‘새사랑이’를 만나니 즐겁습니다

159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래 세대를 위한 동물권 이야기 미래 세대를 위한 상상력 9
이유미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5.6.11.

숲책 읽기 230


《미래 세대를 위한 동물권 이야기》

 이유미

 철수와영희

 2024.7.21.



  서울·부산처럼 큰고장으로 바깥일을 보러 다녀오면서 이곳에서 하루를 묵을 적마다 “우리나라는 시골만 벗어나면 하나같이 시끄럽구나” 싶어요. 다만, 시골이어도 읍내에서 하루를 머물려면 똑같이 시끄럽습니다. 이제는 시골 읍내조차 서울 판박이인 터라, 밤새 부릉부릉 오가는 소리에, 술에 전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나란합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동물권 이야기》는 우리가 스스로 이웃한테 얼마나 어떻게 귀를 기울이는지 묻는 꾸러미입니다. 온목숨을 온빛으로 마주하는 길을 헤아리자는 줄거리예요. 사람한테 먹히려고 태어나는 짐승이 아닌, 저마다 이 별을 푸르게 일구는 몫을 맡은 짐승이라는 대목을 살피자는 얼거리입니다.


  곰과 범과 여우와 토끼뿐 아니라 사람도 이 별에서 할 일이 있습니다. 꽃과 풀과 나무와 돌과 흙과 비뿐 아니라 사람도 이 별에서 맡는 일이 있어요. 온누리 숨결을 하나하나 보노라면, 사람만 말을 나누지 않습니다. 풀잎과 나뭇잎도 말을 나눕니다. 씨앗과 씨눈도 말을 나눕니다. 모래와 냇물도 말을 나눕니다. 바람과 소금도 말을 나눠요. 다만, 사람은 ‘사람말’을 하고, 코끼리는 ‘코끼리말’을 하고, 별님은 ‘별빛말’을 할 뿐입니다.


  서울말과 시골말은 다릅니다. 경상말과 전라말은 다릅니다. 고장이 다르면 말이 다르듯, 이웃나라하고 우리나라 사이에도 말이 달라요. 이웃나라도 그곳 고장에 따라서 말이 다릅니다. 그러니, 사람하고 다른 갈래인 나무는 ‘나무말’을 쓸 테니까, 우리 스스로 나무말을 익히려 하지 않는다면 나무하고 마음을 못 나눕니다. 우리 스스로 쥐말과 새말과 나비말을 익히려 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이웃숨결하고 마음을 안 나눌 테지요.


  ‘사람몫(인권)’은 언제부터 싹텄을까요? 우리가 처음 사람으로 살던 무렵부터 ‘사람몫’을 따지지는 않았습니다. ‘사람몫(인권)’ 같은 말이 없더라도 서로 아끼고 돌볼 줄 아는 마음이 흘렀어요. 이러다가 나라가 서고, 우두머리와 벼슬자리가 생기고, 나라마다 금을 그어서 싸우는 동안 어느새 사람은 ‘사람’이 아닌 허수아비나 부스러기처럼 나뒹굴어야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람몫’을 헤아리면서 보듬자고 한 지는 얼마 안 됩니다.


  사람곁에 있는 숱한 숨붙이를 헤아리는 ‘짐승몫(동물권)’과 ‘풀빛몫(식물권)’도 매한가지일 테지요. 지난날에 사람이 그저 사람이면서 어우러질 무렵에는, 나라도 나라지기도 벼슬자리도 총칼도 없었기에, 그저 어울리면서 어깨동무였다면, 오늘날에는 사람조차 사람몫을 살펴야 하고, 짐승과 푸나무도 따로 짐승몫과 푸나무몫을 살피지 않는다면, 그만 이 별이 무너지고 맙니다.


  짐승몫이란, 여태 사람이 얼마나 사람답지 않았는가 하고 돌아보자는 뜻입니다. 푸나무몫이란, 이제껏 사람이 얼마나 사람다움을 잊었는가 하고 되새기자는 뜻입니다. 사람이 소나 돼지를 고기로 삼아 먹을 수 있더라도, 소나 돼지는 ‘소’하고 ‘돼지’일 뿐, ‘소고기’나 ‘돼지고기’이지 않습니다. 사람다움을 되찾으면서 사람으로서 눈망울을 밝히는 곳이라면, 뭇숨결이 나란히 아름답게 너울거리는 ‘숲별(푸른별)’로 거듭나리라 봅니다.

 

ㅍㄹㄴ


나는 생전 처음 가 보는 도로를 지나 도시의 외곽으로 가게 되었어.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길에 이르자 엄마는 나를 가방에서 꺼내 차 문을 열고 도로에 내려놓았지. (25쪽)


모든 소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똑같은 삶을 살게 돼. (33쪽)


사람들은 지능이 뛰어나다고 들었어. 그런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단다. (82쪽)


내가 알기로는, 인간은 모든 동물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그렇다고 아무도 그들을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138쪽)


+


《미래 세대를 위한 동물권 이야기》(이유미, 철수와영희, 2024)


열다섯 종류의 동물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 열다섯 숲짐승이 저마다 이야기를 합니다

→ 열다섯 들짐승마다 제 이야기를 합니다

5쪽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세상에 한 발짝 다가서는 경험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 이 책으로 이웃 터전에 한 발짝 다가서 보면 어떨까요

→ 이 책을 읽으며 이웃삶에 한 발짝 다가서 보기를 바라요

5쪽


두 명의 남자가 내 곁으로 다가왔어

→ 두 사내가 곁으로 다가왔어

12쪽


곰이 돈이 되는 이유는 바로 웅담(熊膽) 즉 곰의 쓸개 때문이에요

→ 곰을 돈으로 삼는 까닭은 바로 곰쓸개 때문이에요

→ 바로 곰쓸개 때문에 곰을 돈으로 삼아요

19쪽


가족들은 얼굴빛이 어두워졌어

→ 우리는 얼굴빛이 어두워

→ 모두 얼굴빛이 어두워

24쪽


나는 낯선 길 위에 혼자 남겨졌어

→ 나는 낯선 길에 혼자 남았어

→ 나는 낯선 길에 혼자야

26쪽


풀만 먹던 소들이 지방 성분을 먹으면 몸에도 마블링이 많이 생긴대

→ 풀만 먹는 소가 기름을 먹으면 몸에 꽃비계가 많이 생긴대

→ 풀만 먹는 소가 기름을 먹으면 몸에 비계꽃이 많이 생긴대

33쪽


모든 소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똑같은 삶을 살게 돼

→ 모든 소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똑같이 살아

33쪽


하지만 이건 나의 소망일 뿐이야

→ 그렇지만 내 꿈일 뿐이야

→ 그러나 나만 이렇게 바라

37쪽


우리 비둘기들의 위신이 이토록 비참하게 땅에 떨어졌던 날이 없었어

→ 우리 비둘기 날개가 이토록 끔찍하게 땅에 떨어진 날이 없어

→ 우리 비둘기 몰골이 이토록 눈물겹게 땅에 떨어진 날이 없어

40쪽


살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배설하고

→ 살려고 먹고, 살려고 누고

45쪽


그 와중에 세상 밖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던 걸까

→ 그런데 밖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 그런데 밖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53쪽


굉장히 화가 난 목소리로 기선제압을 하며

→ 무척 성난 목소리로 먼저 누르며

→ 매우 부아난 목소리로 먼저 꺾으며

65쪽


우리가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는 날을

→ 우리가 일어나 하루를 여는 날을

→ 우리가 일어나서 움직이는 날을

77쪽


식량은 또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 먹이는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 또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까

80쪽


온갖 새들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어

→ 온갖 새가 하루를 알려

→ 온갖 새가 아침을 알려

95쪽


아무 걱정 없이 풍족한 식사를 할 수 있겠구나

→ 아무 걱정 없이 넉넉히 먹을 수 있겠구나

→ 아무 걱정 없이 푸짐히 먹을 수 있겠구나

99쪽


로드킬로 죽는 개체는 1년에 약

→ 길에서 죽는 몸은 해마다

→ 길죽음인 낱낱은 한 해에

→ 벼락죽임인 목숨은 해마다

10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성의 부름 네버랜드 클래식 49
잭 런던 지음, 필립 R. 굿윈.찰스 리빙스턴 불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5.6.9.

숲책 읽기 239


《야성의 부름》

 잭 런던

 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2015.8.30.



  “The Call of the Wild”를 우리말로 어떻게 옮겨야 할는지 돌아봅니다. 우리말은 우리말일 뿐, 일본말이나 영어가 아닙니다. 일본말씨나 옮김말씨가 아닌, 우리말씨로 헤아릴 노릇입니다. 잭 런던 님이 1903년에 남긴 글은 ‘집개’가 들숲살이를 거치면서 ‘늑대’가 들숲에서 살듯 들숲으로 떠나는 줄거리를 다룬다고 할 만합니다. “들숲이 부른다”나 “숲이 부른다”처럼 옮겨야 어울리지 않을까요. 단출히 ‘들숲소리’나 ‘숲소리’나 ‘숲노래’로 옮길 수 있습니다.


  바람이 안 부는 날이란 없습니다. 바람은 아주 잔잔하다 싶도록 부는 날이 있더라도 늘 흐르고 감돌며 퍼집니다. 바람이며 물은 고이면 그만 갇혀서 괴로운 나머지 곪듯 썩습니다. 흐르기에 살리는 바람과 물입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피도 언제나 흘러요. 우리 몸에서 피돌기가 멎으면 우리 숨도 나란히 멎습니다.


  바람이 간질이는 하루입니다. 바람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루만지는 하루입니다. 바람을 마시면서 깨어나고, 바람을 느끼며 잠듭니다. 이 바람이 있기에 나하고 너는 서로 다르되 하나인 넋으로 이 별에서 어울립니다. 이 바람을 잊기에 나는 나부터 잊으면서 너를 못 보고, 너도 너 스스로 잊기에 나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들숲소리(야성의 부름)》를 오랜만에 되읽는데, 사람들이 개를 때리고 괴롭히면서 돈에 얽매이는 줄거리가 대단히 깁니다. 모든 사람이 모든 개를 때리고 괴롭히지는 않습니다만, 예나 이제나 사람 사이에서도 괴롭히고 때리는 무리는 고스란하고, 사람 곁에 있는 뭇짐승과 뭇새와 뭇벌레를 괴롭히고 죽이는 무리가 숱합니다.


  전남 고흥군 읍내에는 즈믄나무(천년수)가 있습니다만, 내내 이 나무를 괴롭히고 들볶더니, 2025년 5월에는 아주 가지치기까지 해댑니다. 멀쩡한 즈믄나무를 이대로 살피고 보듬는 손길이 아니라, 보기 흉하게 괴롭히는 막칼질입니다. 시골인 고흥뿐 아니라 서울과 큰고장도 비슷해요. 온나라 길나무는 해마다 젓가락으로 바뀌기 일쑤예요. 줄기만 올리는 나무가 아니라, 가지를 뻗는 나무인데, 가지가 좀 난다 싶으면 죄다 쳐낸다면, 나무가 살 수 있을까요?


  우리는 나무만 괴롭히면서 죽이지 않습니다. 이 나라 아이들은 올해에도 똑같이 배움수렁(입시지옥)에 갇힌 채 앓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을 수렁에 내몰면서 손전화를 휙휙 던져 줘요. 아이들은 수렁에서 헤매며 손전화에 코를 박습니다. 죽음수렁으로 내몰렸어도 손전화를 들여다보면서 키들키들하더군요. 이러면서 혀끝에 갖은 막말을 얹으며 떠들어요. 다만, 혼자 있을 적에는 막말을 못 얹고, 또래가 여럿 어울릴 적에만 큰소리로 막말을 뇌까립니다.


  나무는 왜 ‘나무’인지 생각해 보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하고 너는 왜 ‘나·너’인지 알아보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은 왜 ‘사람’이고, 사랑은 왜 ‘사랑’인지 깨달으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무가 왜 나무인지 생각조차 않으니, 나비와 벌과 풀과 꽃이 왜 ‘나비·벌·풀·꽃’이라는 이름인지 생각하지 못 하거나 않습니다. 스스로 우리 이름과 말을 생각하는 빛을 잊으니, 왜 ‘삶’인지 생각하지 못 하거나 않아요. 개 한 마리는 사나운 채찍질에도 끝까지 살아남아서 들숲소리를 따라서 사람터를 의젓하게 떠났습니다. 채찍질이 없는 숲에서, 죽임짓이 없는 들에서, 따돌림과 무리질이 없는 들숲에서, 이제 스스로 하루를 그리고 짓는 길로 나아갑니다.


  우리는 날마다 무슨 소리를 듣는 하루인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우리는 늘 무슨 소리에 휩싸인 터전인지 되새길 노릇입니다.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사랑을 하면서 살림을 짓는 소리와 말과 마음이 흐르는 집에서 살아가는지, 아니면 사람됨과 사랑빛과 살림길과 생각소리와 말씨앗과 마음밭을 모두 팽개치거나 등돌린 채 쳇바퀴에 스스로 갇힌 굴레는 아닌지 짚어 볼 노릇입니다.


ㅍㄹㄴ


#TheCalloftheWild (1903년) #JackLondon

필립 R.굿윈·찰스 리빙스턴 불 그림


단지 경험으로 배워 나가는 것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죽어 있던 본능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기도 했다.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길들여진 습성이 벅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48쪽)


벅은 냉혹했다. 자비는 따뜻한 땅에서나 통하는 말이었다. 벅은 최후의 돌격을 위해 태세를 갖추었다. (78쪽)


뭔가를 보거나 소리를 들은 것은 아닌데도, 벅은 어쩐지 땅이 달라졌다는 것을, 땅 곳곳에 낯선 것들이 생겨나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183쪽)


사람은 화살이나 창이나 몽둥이가 없으면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앞으로 벅은 사람이 손에 활이나 창이나 몽둥이를 들고 있지 않는 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188쪽)


+


《야성의 부름》(잭 런던/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2015)


해안 지방에 사는 모든 개들에게 고난의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 바닷가에 사는 모든 개한테 가시밭길이 닥치려 한다

→ 바닷마을에 사는 모든 개는 곧 가싯길을 맞을 듯하다

→ 바닷마을 모든 개는 이윽고 바람서리를 맞을 듯하다

9쪽


단지 경험으로 배워 나가는 것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죽어 있던 본능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기도 했다

→ 그저 겪으며 배울 뿐 아니라, 오랫동안 잠자던 넋도 되살아난다

→ 그저 부딪히며 배울 뿐 아니라, 오랫동안 억눌린 숨결도 살아난다

48쪽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길들여진 습성이 벅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 벅은 숱한 고개를 거치며 길든 버릇이 떨어진다

→ 벅은 긴긴 길을 거치며 길들었지만 바뀐다

48쪽


신중한 것은 벅의 특징이었다

→ 벅은 꼼꼼하다

→ 벅은 빈틈이 없다

→ 벅은 차분하다

53쪽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 빙글빙글 걸으며 노려본다

→ 빙글빙글 돌며 틈을 노린다

→ 동그라미를 그리며 틈을 본다

74쪽


자비는 따뜻한 땅에서나 통하는 말이었다

→ 사랑은 따뜻한 땅에서나 하는 말이다

→ 따뜻한 땅에서나 너그러울 뿐이다

→ 따뜻한 땅에서나 따사로울 뿐이다

78쪽


사람들의 관심은 또 다른 우상들에게로 쏠렸다

→ 사람들은 곧 다른 꽃별을 쳐다본다

→ 사람들은 이내 다른 님을 떠받든다

89쪽


서로 깊은 교감을 나누는 사이였기에

→ 서로 마음을 깊이 나누었기에

→ 서로 마음으로 느끼는 사이였기에

139쪽


잡아먹는 쪽보다 인내심이 약하기 마련이다

→ 잡아먹는 쪽보다 덜 끈질기게 마련이다

→ 잡아먹는 쪽보다 못 버티게 마련이다

18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