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낭화를 심으며 - 생태수필
송명규 지음, 홍주리 그림 / 따님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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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2.6.15.

숲책 읽기 176


《금낭화를 심으며》

 송명규

 따님

 2014.10.20.



  《금낭화를 심으며》(송명규, 따님, 2014)를 읽었습니다. 글님이 쓴 책이 있는 줄은 《후투티를 기다리며》(2010)를 읽어서 알았고, 이 책은 글님이 ‘따님’에서 우리말로 옮긴 《모래 군의 열두 달》(2000)을 읽었기에 알았습니다. 알도 레오폴드 님이 쓴 책도 ‘따님’에서 펴낸 《소비 사회의 극복》이나 《노아 씨의 정원》이나 《21세기의 파이》나 《자동차, 문명의 이기인가 파괴자인가》를 읽고서 ‘따님’ 책을 더 살피다가 만났습니다.


  책 하나가 가지를 뻗고 잎을 늘리는 셈인데, 그만큼 숲책(생태환경책)을 내는 곳이 드물던 지난날 숲책을 옹글게 여민 첫길을 ‘따님’에서 차근차근 지폈다고 느낍니다. 펴냄터 이름 ‘따님’에서 알 수 있듯, ‘땅·딸’을 나란히 헤아리는 길입니다. 땅이며 딸(순이)이란 ‘따스함’이란 숨결을 품습니다.


  그러면 아들(돌이)은 안 따스하느냐고 따질 만한데, 아들이라서 안 따뜻할 수는 없으나, 딸처럼 따스하지는 않은 숨결이기에, 아들·돌이·사내라는 자리는 딸·순이·가시내한테서 “사람으로서 따스하게 온누리를 사랑하는 눈빛과 손길”을 배울 노릇이라고 느껴요. 숲책은 사랑을 잊거나 잃은 사람들이 스스로 살림빛을 새롭게 찾도록 북돋우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숲책 《금낭화를 심으며》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습니다. 안타깝거나 얄궂은 대목을 넌지시 짚기는 하되 따끔하게 나무라지 않습니다. 숲책이 숲책이라면 채찍질(비판·비난)하고는 멀게 마련입니다. 하늘이 때때로 벼락을 내리고, 바다가 이따금 너울을 일으키지만, 이 모든 이아치는 숨결은 사람더러 사람다운 사랑을 스스로 찾으라고 속삭이는 나즈막한 말, 귀띔입니다.


  우리는 예부터 굳이 꽃을 따로 안 심었습니다. 꽃은 사람 곁으로 하나둘 찾아와서 활짝활짝 피었습니다. 우리는 예부터 쓰레기 나오는 집을 안 세웠습니다. 사람은 흙이랑 돌이랑 나무랑 짚으로 포근하게 보금자리를 이룰 뿐이었고, 흙·돌·나무·짚으로 이룬 집에는 멧새랑 숲짐승이랑 풀벌레가 나란히 어우러지면서 언제나 푸르게 빛났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이 잔뜩 몰려들어 빽빽한 잿빛집(아파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잿빛집을 올리려고 숲들내를 얼마나 밀었고, 잿빛집 둘레로 부릉부릉 다니는 까만길을 낸다며 숲들내를 또 얼마나 깎았고, 잿빛집에서 빛(전기)을 쓰려고 숲들내를 또 얼마나 괴롭히는가요?


  풀꽃나무는 그릇(화분)을 안 좋아합니다. 풀꽃나무는 땅을 반깁니다. 풀꽃나무가 반기는 땅이란, 사람이 사랑으로 삶을 일구면서 살림을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터전입니다. 따님(땅)을 헤아리고, 딸(땅)한테서 배울 줄 아는 아들이라는 길을, 이제라도 새삼스레 깨우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여태껏 우리나라는 아파트의 양과 크기의 확충에만 전력을 다해 왔고, 그 덕에 현재 국민 대다수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옥외 생활공간, 특히 노인들을 위한 시설은 거의 무시되었다. (21쪽)


고슴도치는 본래 야산이나 민가 근처에 아주 흔했다. 나도 오래전에는 한약방에서 고슴도치 가죽을 무더기로 쌓아놓고 파는 걸 자주 봤으며 시골 초등학교 뒤꼍 같은 데서 학습용으로 키우는 고슴도치도 이따금 구경했다. (65쪽)


그날 이후 매일,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어두워질 때까지 일부러 밭에 남았고 오늘은 몇 마리나 출현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112쪽)


씨앗 채취와 파종 시기를 궁리하며 돌이켜보니 술패랭이만 사라져가는 게 아니다. 참나리, 용담, 도라지, 패랭이, 할미꽃, 원추리같이 주변에 흔하던 토종 야생화들이 정말 보기 어려워졌다. (154쪽)


미국에서 개척의 역사는 여행비둘기 학살의 역사이기도 했다. 개척이란 그들의 삶터였던 광활한 참나무와 너도밤나무 수풀을 걷어내고 거기에 목장과 밭을 일구는 과정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행비둘기는 작물을 약탈하는 유해생물로 증오되기도 했으며 무진장한 깃털과 육류 제공원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24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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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건축가다 -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
차이진원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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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2.6.2.

숲책 읽기 175


《새는 건축가다》

 차이진원

 박소정 옮김

 현대지성

 2020.3.4.



  《새는 건축가다》(차이진원/박소정 옮김, 현대지성, 2020)를 읽었습니다. 새를 곰곰이 보고서 글하고 그림을 담아낸 얼거리는 반갑습니다. 다만 새를 ‘새’로 바라보기보다는 자꾸 ‘조류’라는 틀에 가두려 하면서 ‘새가 살아가는 마음’하고는 먼 듯싶어요. 새를 알려면 새를 지켜보기도 해야 할 테지만, ‘새바라기(탐조)’에서만 그치기보다는 ‘새하고 이야기를 할 노릇’이라고 느껴요.


  새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느냐 되묻지 말아요. 어버이는 아기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요? 바닷사람은 바다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나요? 숲사람은 숲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지요?


  그대가 어른이라면 어린이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지 돌아보면 됩니다. 어른 눈높이로만 말한다면 혼잣말이나 억누르기일 뿐입니다. 아이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어른이라면 모름지기 아이 눈높이로 바라보면서 마음을 틔워 말을 섞을 노릇이에요.


  새바라기를 넘어 새랑 동무나 이웃으로 사귀고 싶다면, ‘새말’로 이야기를 펴려고 나서면서 ‘새마음’으로 만날 노릇입니다. 그런데 《새는 건축가다》를 읽다 보면 자꾸 “새 둥우리”란 말이 나옵니다. ‘둥우리 = 새집’인데, 이런 겹말을 왜 자꾸 쓸까요? 그만큼 옮긴이(또는 글쓴이)가 새를 모를 뿐 아니라, 새하고 사귀거나 마음을 못 섞는다는 뜻입니다.


  사람 눈높이로만 서서 ‘생물학·과학’이라는 틀을 붙잡으려고 하면 새를 겉훑기로는 읽을는지 모르나, 새를 새로서 알 길이란 없습니다. 새를 알고 싶으면 생물학도 과학도 내려놓기를 바랍니다. 그저 새를 새로 마주하면서 사랑이라는 마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새가 바늘과 실을 이용한 재봉술로 둥우리를 지을 수 있다면 믿겠는가? 놀랍게도 사실이다. (33쪽)


야외에서 만약 새 둥우리를 발견한다면, 설령 우듬지에 붙은 빈 둥우리라고 해도 마음이 들뜬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새 둥우리는 매력적인 존재다. (137쪽)


보통 사람들이 새 둥우리를 만나는 건 정말 예상치도 못하는 일이다. 봄의 산림은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 번식의 기쁨으로 왁자지껄하지만, 동시에 그 새들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온 신경을 기울여 은밀히 둥우리를 짓는다. (14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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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낱말 수집 - 하늘에서 별뉘를, 산에서 모롱이를, 물가에서 윤슬을 줍는 나날
노인향 지음 / 자연과생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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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2.5.26.

숲책 읽기 174


《자연 낱말 수집》

 노인향

 자연과생태

 2022.4.21.



  《자연 낱말 수집》(노인향, 자연과생태, 2022)을 가만히 읽었습니다. 저는 영어 ‘내추럴’도 한자말 ‘자연’도 아닌, 우리말 ‘숲’을 말하고 노래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영국이나 미국에서 안 태어났고, 중국이나 일본에서 안 태어났거든요. 그저 이 나라 조그마한 골목마을에서 조그맣게 태어나서 살았기에 조그마한 아이로서 둘레를 품을 풀빛이고 꽃빛이고 나무빛이 어우러진 숲빛인 말을 살핍니다.


  어릴 적에 날개꽃(우표)을 곧잘 모았습니다. 여덟아홉 살 어린이가 “날개꽃 모으기”를 한다고 말하면, 그무렵에는 아직 ‘날개꽃’이란 말을 몰라 “우표 모으기”라 말했습니다만, 둘레 어른들은 ‘고상한 한자말’을 끼워넣어 “우표 수집”이라고 일컬었습니다.


  모으기에 ‘모음·모으기’인데 예나 이제나 숱한 어른들은 우리말을 쓰기보다는 ‘수집’이나 ‘-집(集)’이란 일본스런 한자말씨에 스스로 갇힌다고 느껴요. 이제부터는 우리 스스로 우리 눈길을 틔워 우리 나름대로 우리 보금자리를 푸르게 사랑하는 살림길을 펴는 숲말을 헤아리면 스스로 즐겁고 아름다워 사랑으로 빛나리라 생각합니다.


  숲말을 짚는 《자연 낱말 수집》을 읽다 보면 “호랑이는 범이라고도 하지요(81쪽)” 같은 대목이 있는데, 그냥 틀렸습니다. “범을 한자로 구태여 옮겨 ‘호랑’으로 적은 먹물이 있었다”라 해야 올바릅니다. “감쪽은 감접에서 변한 말이라는 의견입니다 … 소리는 감접같다>감쩝같다>감쩍같다>감쪽같다로 변했다고 추측합니다(22, 23쪽)” 같은 대목에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숲말은 숲으로 수수하게 헤아리기를 바라요. ‘의견’이나 ‘추측’이 아닌 ‘생각’을 하면 어느새 저절로 누구나 실마리를 찾아냅니다. ‘쪽’이란 ‘켠’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조각’을 가리키기도 하고 ‘얼굴’이기도 하며, ‘곳’이나 ‘자리’도 가리키면서, ‘쪽빛 물들이기’처럼 ‘쪽’이라는 들풀이 따로 있기도 합니다.


  우리말은 우리말일 뿐이니, “우리말치고는 꽤 발음이 이국적이다 싶었는데(109쪽)” 같은 대목은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무녀리라는 말은 문을 연다는 뜻인 ‘문열이’에서 비롯했다는데(111쪽)” 같은 대목은 아쉽습니다. ‘문열이’라고 넘겨짚어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말 ‘물·무르다’하고 ‘여리다·가녀리다·가냘프다·얇다·엷다·옅다·어리다’를 가만히 짚으면 얼마든지 수수께끼를 풀어냅니다.


  그리고 “그런데 반전(?)은 살찌니가 살찐 고양이를 뜻하는 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부산 방언의 어원 연구’에서는 살찌니를 ‘삵+진(陳)+이’, 그러니까 ‘삵을 길들인 것’으로 풀이합니다(127쪽)” 같은 대목에서는 그만 책을 덮었습니다. 숲에서 태어나 숲에서 자라던 아스라한 옛사람은 임금이나 붓바치(지식인)처럼 한자로 장난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살림을 짓고 아이를 낳아 사랑하면서 저마다 사투리로 말꽃을 피웠어요. ‘살지다·살찌다’에서 ‘지다·찌다’가 얼마나 넓고 깊고 푸르게 우리 살림살이를 살살 어루만지는가를 들여다보기를 바라요. 낱말책(사전)에 숨은 낱말을 뒤적여도 안 나쁘지만, 이보다는 우리가 스스로 맨발에 맨손에 맨몸으로 숲에 깃들면 돌이며 바위에 나무에 냇물에 샘에 빗방울에 구름에 바다 같은, 또 바람하고 하늘 같은, 그냥그냥 아이어른 모두 쉽고 상냥하며 부드러이 쓰는 삶말(생활용어)이 어떻게 태어나서 우리 눈길을 깨웠는지 잘 알 만하리라 봅니다.


  자연을 안 봐도 돼요. 숲을 보면 돼요. 이뿐입니다.


ㅅㄴㄹ


큰 벌을 그저 큰 벌, 속껍질을 그냥 속껍질이라 부른다고 나쁠 건 하나 없습니다. 다만, 칭퉁이나 보늬 같은 우리말을 하나둘씩 알 때마다 아쉬웠습니다. (11쪽)


토로래, 도로랑이, 물개아지, 무송아지, 논두름망아지, 버버지, 개밥통, 가밥도둑, 하늘밥도둑. 모두 땅강아지를 이르는 말입니다. 비규범 표기로 사전에 오른 이름만 이만큼이고 사투리까지 더하면 훨씬 많습니다. (100쪽)


자연 낱말 찾기는 꼭 ‘숨은 사랑스러운 낱말 찾기’ 같습니다. (12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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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본주의를 말한다
우네 유타카 지음, 김형수 옮김 / 녹색평론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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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5.11.

인문책시렁 221


《농본주의를 말한다》

 우네 유타카

 김형수 옮김

 녹색평론사

 2021.3.12.



  《농본주의를 말한다》(우네 유타카/김형수 옮김, 녹색평론사, 2021)를 읽었습니다. 뜻깊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농본주의’라는 일본말을 떨치지 못하는 글이란 이 땅에 뿌리를 못 내리겠다고 느낍니다. 곰곰이 보면 ‘녹색평론’ 같은 펴냄터 이름도 그냥 일본말입니다. 우리말이 아닙니다.


  우리말이 아니라 할 적에는, 이 땅에서 스스로 씨앗이 뿌리를 내려서 퍼진 말씨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일본말 ‘녹색평론’을 우리말로 옮기자면 ‘푸른수다·풀빛수다’나 ‘푸른얘기·풀빛얘기’나 ‘푸른소리·풀빛소리’일 테고, 더 살피면 ‘숲얘기·숲노래·숲소리’로 여길 만합니다.


  일본말 ‘농본주의’를 우리말로 바라본다면 먼저 ‘논밭살림·밭살림’입니다. 이다음으로 ‘그루’요, ‘들살림·시골살림·흙살림’처럼 새말을 지을 만합니다. 일찌감치 이 대목을 깨달아 ‘한살림’이란 우리말을 지은 분이 있어요. 우리는 ‘주의자·홀릭·신자·광신도’가 아닌 ‘살림꾼·살림이·살림벗’으로 나아갈 적에 참말로 살립니다. ‘기우는 사람(주의자)’일 적에는 이웃이 들려주는 말도 등지지만, 풀꽃나무가 속삭이는 이야기도 손사래치더군요.


  논밭을 가꾸는 길을 들에서 살피는 사람은 논밭말이나 들말을 씁니다. 논밭도 들도 시골도 숲도 아닌 서울(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아주 마땅히 서울말(표준말)을 쓸 텐데, 이 서울말은 딱딱말(경직된 학술용어)에 갇혀요.


  들꽃을 봐요. 들꽃이 갇히나요? 들풀을 봐요. 들풀이 가두나요? 나무는 사람을 안 괴롭힙니다. 모래알이나 냇물도 사람을 들볶지 않아요. 오직 사람만 풀꽃나무를 짓밟고 모래밭도 냇물도 억누릅니다. 우리가 나아갈 길이나 바라볼 곳은 ‘농본주의’ 아닌 ‘들빛’이기를 바라고, 일본한테서 배우더라도 일본말씨는 걷어내고 우리말씨를 투박하게 흙을 만지면서 아이하고 처음부터 하나씩 새롭게 짓기를 바랄 뿐입니다.


ㅅㄴㄹ


김매기를 하기 때문에 풀들의 이름을 부르고, 풀들의 모양새로부터 천지자연을 읽고, 논과 밭의 특성을 파악하고, 생물들의 생사의 감각을 배우며, 무엇보다도 일에 몰두하여 천지자연과 일체가 되는 경지를 체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이런 것들에는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25쪽)


위정자가 말하는 ‘농사는 나라의 근본’이란, 조세의 원칙, 즉 국부로서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농민의 인생에 입각한 농본주의는 그것과 전혀 다른 것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67쪽)


본래 농사일은 혼자 하는 일도 많지만 고독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농민은 혼자라고 해도 그 상대가 되는 생명들이 주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대의 농민들은 고독을 느끼게 된 모양입니다. 함께 일할 사람도 없어지고, 상대가 되는 생명들을 느끼는 시간도 없어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96쪽)


예전에는 저도 논두렁에 있는 풀들의 이름을 잘 몰랐기 때문에, 빨리 베어버리자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풀이름을 알기 때문에 이름을 마음속으로 부르면서 풀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17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일본말씨를 이제 와서 어떻게 바꾸냐고

말하는 분이 제법 있으나

그 핑계가

10년 20년 30년이 쌓이면

더 못 바꾸겠지.


오늘부터 바꾸면

앞으로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

눈부시게 피어난다.


오늘부터 바꿀 일이다.

흙일이며 들일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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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 물 3호 : 도망치는 숲 - 2021.겨울호
재단법인 여해와함께 편집부 지음 / 여해와함께(잡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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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4.8.

읽었습니다 124



  숲을 구경하는 사람은 ‘구경한 숲만 보고 느껴서 받아들입’니다. 숲에 놀러가는 사람은 ‘놀러간 숲만 보고 느껴서 받아들입’니다. 하루를 온통 숲살림으로 안 보내는 채, 한 해를 내내 숲살이로 안 누리는 채, 언제나 숲빛을 머금으며 숲바람을 마시지 않는 채, 글(지식)로만 끄적이는 숲이라면 ‘숲을 모르지만 정작 뭘 모르는 줄 모르는 글바치(지식인)’로 헤맬 테지요. 《바람과 물 3 도망치는 숲》을 누가 읽으라고 쓰고 엮었나 하고 돌아보니 ‘숲사람’이나 ‘시골사람’이 아닌 ‘서울사람’이겠구나 싶어요. 숲말도 시골말도 없이 서울말로 딱딱하고 어렵게 짠 글(지식)로 어떻게 숲길을 살피거나 알거나 배워서 나눌는지 알쏭합니다. ‘wood·forest’하고 ‘林·森’이 어찌 다른가를 외우기 앞서, ‘숲·수풀’이라는 우리말이 어떻게 수더분하고 수수하면서 숱하게 수런수런 술술 흘러서 스스로 스스럼없이 슬기로우며 싱그러이 사람을 품는 푸른 사랑인가부터 맞아들이기를 바랍니다.


《바람과 물 3 도망치는 숲》(김희진 엮음, 여해와함께, 2021.12.20.)


(4쪽) 숲이란 무엇인가. 마을숲, 도시숲, 방풍숲, 탄소숲 …… 우리는 숲을 마치 나무의 무더기인 양 쉽게 말하지만, 숲은 두려운 곳이다 …… 서로가 서로를 돕고, 서로가 서로를 먹으며, 거대한 생명의 오케스트라를 펼쳐낸다.


(20쪽) 숲을 의미하는 수필 림(林) 자는 나무 두 개가 만나서 만들어진다. 나무 세 개가 모이면 빽빽할 삼(蔘) 자가 된다. 숲의 가장 핵심적인 속성 중 하나인 울창함을 표현하기 위해 숲 자체를 지칭하는 글자 이상의 표식을 동원한 셈이다.


ㅅㄴㄹ


‘지식인 문장자랑잔치’로 숲을 글감으로 삼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하는

슬픈 우리 민낯을

이 책을 읽는 내내

창피하게 느꼈다.


‘생태전환 매거진’이라니,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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