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대전에서 나오는

알뜰살뜰 잡지 <월간토마토>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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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21


부산이웃을 다달이 만나면서 ‘산복도로’라는 일본말씨를 어떻게 풀어내면 새길을 열 만할까 하고 한참 돌아보았다. 이 이름 하나를 놓고서 열 해째 씨름하던 엊그제 문득 ‘가마메’라는 땅이름에서 귀띔을 얻는다. 고장마다 고장말에서 실마리를 얻고, 고을마다 고을말에서 수수께끼를 찾는다.



가맛길

우리나라 ‘부산’을 우리말로는 ‘가마메·가마뫼’라고 한다. 이 이름에 깃드는 ‘가마’는 ‘가마솥’일 텐데, 가마솥 생김새는 고스란히 멧갓·멧자락이다. 가마메(부산)에는 다른 고을에는 드문 멧길이 있으니, 이 멧길을 일본말씨로 ‘산복도로(山腹道路)’라 하는데, 굳이 일본말을 쓸 일은 없다. ‘가마메’라는 이름을 그대로 살려서 ‘가맛길’이나 ‘가맛재’라 할 만하다. ‘가맛마루’나 ‘가맛고개’라 해도 어울린다. 여러 고을에 있는 멧길은 그냥 ‘멧길’이라 해도 되고, ‘언덕길·언덕마루’나 ‘잿마루·재빼기’나 ‘고갯길·고갯마루’라 할 수 있다.


가맛길 (가마 + ㅅ + 길) : 메·언덕이나 높은 데를 넘어서 다니는 길. 가마솥을 보면 뚜껑이 메·언덕·재·고개를 닮았다고 여길 만하기에, 가마처럼 솟거나 높은 데를 넘는다고 여길 만한 길을 가리키는 이름. (= 가맛고개·가맛재·가맛마루·고개·고갯길·고갯마루·고개앓이·멧길·멧비탈길·묏길·묏마실·비탈·비탈길·비알·비알길·언덕·언덕땅·언덕마루·언덕바지·언덕배기·오르막·오르막길·재·잿길·잿마루·재빼기. ← 구릉丘陵, 구릉지, 산길山-, 산복山腹, 산복도로山腹道路, 산마루山-, 영嶺, -령嶺, -치峙, -현峴, 경사傾斜, 경사면, 고지高地, 고지대, 산山, 성城)



넉줄고

우리나라에서 짓지 않은 살림이기에 우리말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쓰거나 다루거나 누린다면, 이제는 우리 살림으로 여겨 우리 나름대로 알맞게 이름을 붙일 만하다. 누가 활을 쥐고서 줄에 슥슥 그어 가락을 타는 모습을 지켜본 일고여덟 살 아이가 “나도 저거 켜 보고 싶어!” 하고 외칠 적에 문득 생각한다. 일고여덟 살 아이한테는 우리가 새로 지은 이름을 들려주든, 이웃나라에서 지은 이름을 들려주든 매한가지이다. 두 이름을 다 알려주어도 즐겁다. 모름지기 모든 이름은 손수 살림을 지은 사람들이 아이들한테 물려줄 사랑을 헤아리면서 지었다. 이웃나라도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니, 넉 줄을 켜는 ‘고’를 떠올린다. 우리한테 ‘거문고’가 있으니. 또는 활을 쓴다는 뜻으로 ‘활고·활가락’이나 ‘가락활’을 떠올려 본다.


넉줄고 (넉 + 줄 + 고) : 줄을 넷 대어 활로 슥슥 그으면서 소리를 내는 살림. 가운데를 잘록하게 넣고 길둥근 꼴로 나무를 짜서 짓는다. 깊고 넓고 높게 여러 소리를 낼 수 있다. (= 가락활·활가락·활고. ← 바이올린violin, 제금提琴, 사현금四絃琴)



오늘눈

바로 여기에 있는 이날이 ‘오늘’이다. 지나간 날은 ‘어제’이고, 다가올 날은 ‘모레’이다. 우리는 어느 날 어느 곳에 있느냐에 따라 눈길이 다르다. 오늘 이곳에서 바라보는 ‘오늘눈’이라면, 지나간 날에 지나간 그곳에서 바라보려는 ‘어제눈’이며, 앞으로 맞이할 새날을 어림하는 ‘모레눈’이다.


오늘눈 (오늘 + 눈) : 오늘이라는 눈. 오늘 보는 눈. 오늘 헤아리거나 살피거나 생각하거나 바라보는 마음·길·삶·넋·모습·자리. 바로 여기에서 둘레를 느끼고 보면서 생각하는 마음·길·삶·넋·모습·자리. (= 오늘길·오늘보기·오늘하루·오늘날. ← 현재의 방향, 현재의 관점, 현재의 정책, 현재, 지금, 현세대, 현대, 현대사회, 지금의 시대, 현시기, 현시대, 현시점, 현실, 현세現世, 현실세계, 현실감각, 당대, 현재진행, 근대近代, 근래, 근자)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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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토마토에 실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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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20


“한자말로는 ‘자연’에 ‘대자연’에 ‘천지자연’에 온갖 말이 많지만, 우리말에는 없잖아요?” 하고 묻는 분이 있다. 그래서 “낱말책에 제대로 안 실을 뿐이지만, 우리는 ‘숲’이라고도 하고 ‘들숲’이라고도 하고, ‘들숲바다’나 ‘멧들숲’이나 ‘멧들숲바다’처럼 얼마든지 나타낼 수 있어요.” 하고 대꾸한다. 스스로 생각을 기울이고 마음을 쓰면, 끝없이 새말을 여미면서 이 땅과 별을 사랑할 수 있다.



들숲바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숨붙이는 푸른별에서 곱게 어우러진다. 모든 삶터는 들과 숲과 내와 바다가 바탕이다. 이러한 터전은 ‘들숲내바다’이고 ‘숲들내바다’이다. ‘들숲바다’이면서 ‘숲들바다’요, ‘들숲’이자 ‘숲들’이다.


들숲바다 (들 + 숲 + 바다) (= 들숲·들숲내·들숲메·숲들·숲들내·숲들메·숲들바다·숲들내바다. ← 생태, 생태환경, 야생野生, 섭리攝理, 자연법칙, 자연, 풍경風), 미관美觀, 풍광, 환경, 천지자연, 청산靑山, 대자연, 산야, 산천, 산천초목, 산하山河, 산수山水, 삼포지향三抱之鄕, 강산, 조국, 조국강산, 삼천리, 삼천리강산, 팔도, 팔도강산, 조선팔도, 모국) : 1. 들과 숲. 들과 숲과 내. 들과 숲과 바다. 푸른별을 이루는 모든 들과 숲과 멧골과 내와 바다. 2. 누구나 무엇이든 수수하면서 푸르게 어우러지는 곳. 멧골이나 들판을 덮는 풀꽃나무가 지은 즐거운 살림터. 멧골이나 들판에 풀꽃나무가 가볍게 퍼지면서 싱그럽게 춤추고 스스럼없이 스스로 피어나는 터전 (풀꽃나무가 싱그럽고 가벼우며 산뜻하고 푸르게, 넉넉하면서 넘실넘실 너르게 있는, 슬기롭게 거듭나면서 철마다 새롭게 흐드러지는 터전. 3. 먼 옛날부터 터전을 이루어 살아온 곳.



두바퀴

이제 나라 곳곳에 ‘자전거길’이 꽤 늘었다. 자전거길은 늘었되, 아직 벼슬아치(대통령·시도지사·국회의원·장관·공무원)는 이 길을 느긋이 달리면서 일터를 오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벼슬아치가 자전거길을 늘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숱한 사람들이 “두 다리와 두 바퀴로 달리며 여는 새길”을 그렸고, 말없이 이 삶을 드러냈다. ‘외발자전거·세발자전거’도 있되, ‘자전거’라 하면 모름지기 “두 바퀴”로 여긴다. 부릉부릉 가르는 탈거리도 있되, ‘두바퀴’라 갈무리하는 이름은, 우리가 ‘두다리’로 여는 새누리를 그리는 꿈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왼날개랑 오른날개를 나란히 펴서 하늘바람을 마시듯, 왼발이랑 오른발을 나란히 굴려서 들숲바람을 신나게 누려 본다.


두바퀴 (두 + 바퀴) : 1. 둘 돌다. 동그랗게 움직이기를 두 판 하다. (← 이회전二回轉) 2. 두 바퀴로 구르거나 움직이거나 달리거나 가다. 바퀴를 둘 붙여서 구르거나 움직이거나 달리거나 가는 탈거리를 가리키는 이름인데, 때로는 세바퀴나 네바퀴나 외바퀴일 수 있다. 바퀴는 외나 서넛일 수 있되 ‘둘’을 바탕으로 바라보는 셈이고, 둘이 나란히 있기에 ‘두 날개’처럼 어우러지면서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듯 ‘두 바퀴’가 어우러져서 땅에서 바람을 가른다는 뜻을 빗댈 만하다. (← 오토바이, 이륜二輪, 이륜차, 자전거, 경륜競輪)


별받이

영화나 책이 나올 적에, 또는 어느 밥집에서 밥맛이 어떠한가를 따지거나 재곤 한다. 사람마다 다르기에 어느 영화나 책이나 밥이 마음에 들 수 있고, 마음에 안 들거나 엉터리라고 여길 수 있다. 틀리거나 잘못 다룬다고 여길 수 있고, 두고두고 아이들한테 이바지한다고 여길 수 있다. 이때에 이런 여러 마음과 느낌을 별무늬를 붙여서 나누거나 밝히기도 한다.


별받이(별 + 받다 + -이) : 별무늬 받기. 어느 일·살림·영화·책을 놓고서, 얼마나 마음에 들거나 안 들었는가를 헤아려서 붙이거나 매기는 별무늬. 흔히 별 다섯이나 열을 잣대로 삼아서 1부터 5까지, 또는 1부터 10까지 별무늬를 붙여서, 어느 일·살림·영화·책을 저마다 어떻게 느끼거나 바라보거나 받아들였는가 하고 나타낸다. (= 별꽃. ← 별점-點, 점點, 점수點數, 시험점수, 성적成績, 타율打率, 타격률打擊率, 마력, 마법)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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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9


하늘을 날도록 펄럭일 수 있는 몸을 ‘날개’라고 한다. ‘날다’는 마음껏 어디로든 움직이면서 홀가분한 몸짓과 마음을 빗대는 뜻으로도 쓴다. 이런 ‘날다’는 한자말 ‘비행(飛行)’으로 적기도 하고, 하늘을 날며 어디로 타고다닐 수 있으면 ‘비행기(飛行機)’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도 어른도 “일본으로 날아간다”나 “날개 타고 갔지”처럼 말하곤 한다. 수수한 우리말 ‘날개·날다’는 진작부터 ‘비행기’를 가리키던 말씨라고 느낀다. 함께 날고 싶다. 몸도 마음도 꿈도 생각도 가볍고 즐겁게 훨훨 하늘로 띄우고 싶다.



눈물마실

나갔다가 들어오는 ‘나들이’이다. 나들이를 하는 몸짓이니 ‘다니다’이고, ‘마실’이다. 몸하고 마음을 쉬고 싶어서 바람을 쐰다. 아름다운 들숲바다를 품으면서 몸도 마음도 푸르게 북돋운다. 그리고 이웃이 겪은 눈물나고 슬픈 생채기나 멍울을 돌아보거나 되새기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에 서기도 한다. 눈물앓이를 나란히 하면서 눈물꽃을 돌보고 눈물비로 씻고 눈물노래로 추스른다. 슬픔바다를 함께 헤아리면서 슬픔구름에 띄워 보내고 슬픔가락으로 토닥인다. 어떤 마실을 해볼 수 있을까? 꽃마실과 들마실뿐 아니라, 눈물마실을 하면서 온누리 골골샅샅을 풀어낸다.


눈물마실 (눈물 + 마실) : 밝은 곳을 구경하고서 기뻐하는 길이 아닌, 캄캄한 눈물과 슬픔을 마주하면서 새기는 길. 눈물로 얼룩지면서 슬픈 발자취가 깃들거나 남거나 가득한 곳을 찾아가면서, 우리 삶터 한켠에 흐르는 눈물을 거두거나 달래면서, 앞으로 일구거나 가꿀 사랑길과 살림길을 돌아보려고 하는 마실길. (= 눈물꽃·눈물길·눈물바람·눈물비·눈물빛·눈물구름·눈물앓이·눈물노래·눈물가락·눈물바다·눈물물결·눈물너울·슬픔마실·슬픔꽃·슬픔길·슬픔바람·슬픔비·슬픔빛·슬픔구름·슬픔앓이·슬픔노래·슬픔가락·슬픔바다·슬픔물결·슬픔너울. ←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



어진땀

아이는 앓으면서 자란다. 아기는 알에서 깨어난다. ‘알’을 깨고 나오듯 둘레를 하나하나 보고 받아들이고 배운다고 하기에 ‘알다’라고 한다. 아이가 한창 자라는 길에 땀을 흘리면서 몸이 달아오르곤 하는데, 이때에는 “앓으면서 튼튼히 자라는 길”로 여긴다. 껑충 자라려고 ‘아기땀’을 흘리는 셈이다. 바야흐로 어질게 크려는 땀이니, ‘어진땀·어진불’처럼 가리킬 만하다.


어진땀(어질다 + ㄴ + 땀) : 어질게 자라는 길에 흘리는 땀. 아이가 얼이 차는 길에 몸이 달아오르면서 한동안 앓는 일. (= 어진불·아기땀·아기불. ← 지혜열智慧熱)

어질다 : 1. 얼이 깊고 짙다. 마음이 부드럽고 넉넉하면서 곱고 깊다. 둘레를 부드럽게 보고 살피면서 마음에 담을 줄 알다. 2. 깊고 짙은 얼로 다루거나 하다. 옳고 그름을 바르게 살피면서 부드럽고 넉넉하고 곱게 다루거나 다스리거나 할 줄 알다.



꽃고리

꽃으로 꾸미거나 꽃처럼 꾸린다. 치렁치렁 꾸미면서 가볍게 치레를 한다. 줄지어 피어나는 꽃처럼 꾸미니 곱다. 치렁치렁 늘어뜨리는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서 반짝이는, 치렁거리를 줄로 이으니 눈부시다.


꽃고리 (꽃 + 고리) : 1. 꽃을 넉넉하거나 푸짐하게 묶거나 엮은 곱고 눈부신 것. (= 꽃다발·꽃바구니·꽃보따리·꽃자루·치렁고리. ← 화환花環) 2. 꽃처럼 곱게 꾸민 글·종이·노리개 들을 줄로 이어서 길게 드리운 것. (= 치렁고리. ← 화환花環, 가랜드garland) 3. 짝을 맺는 두 사람이 서로 한마음과 한뜻으로 한길을 나아간다고 하는 뜻을 나타내고 나누려고 손가락에 끼우는 고리. 사랑을 담아서 둘이 하나인 마음을 나타내고 나누려고 손가락에 끼우는 고리. (= 꽃가락지·사랑고리·사랑가락지·치렁고리. ← 웨딩링, 결혼반지, 혼례반지, 혼인반지)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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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8


스웨덴에서 펴는 글보람(문학상)을 받은 분이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60세라고 합니다.” 하고 말했다기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글님은 누구나 쉰∼예순 살이 빛철이라고 여길 수 없다. 글을 쓰는 모든 나이가 빛철이요 꽃철이다. 일흔이나 여든에 쓰는 글은 일흔꽃이자 여든꽃이요, 스물이나 서른에 쓰는 글은 스물꽃이나 서른꽃이다. 집살림을 일구는 살림님(가사노동자)은 해를 거듭할수록 손길이 빛난다. 어느새 ‘손길’을 넘어 ‘손빛’과 ‘손꽃’을 이룬다. 글로 펴는 이야기가 빛나기에 ‘글빛’이요, 글로 열매를 맺으려는 이야기라서 ‘글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떤 말씨(말씨앗)를 글씨(글씨앗)로 옮겨서 하루를 그리는 오늘일까?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여미는 사람은 ‘언제 마감을 지어 내놓을 지 모를 꾸러미’를 쓰느라 늘 가난하다. 그러나 모든 날이 빛철이요 빛날이라고 여기기에 하루꽃을 그리면서 말꽃 몇 자락을 돌아본다. 가난한 살림도 가난꽃일 뿐이다.



가난터울

“있느냐 없느냐”로 흔히 가른다. “있고 없고”를 자꾸 따진다. “있는지 없는지” 들여다보려 한다면, 사랑이 있느냐를 보고, 숲이 있는지를 헤아리고 싶다. 마음에 사랑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고 싶다. 보금자리에 숲이 있느냐 없느냐 따지고 싶다. ‘가난터울’이 크다면 그만큼 안 나누는 터전이라는 뜻이리라. ‘돈쏠림’이 깊다면 그만큼 틀어쥐는 나라일 테고. 바람이 들고 해가 비출 틈은 늘릴 노릇이다. 따스하면서 넉넉하게 나누는 숨결이 흐를 틈을 낼 일이다. ‘가난틈새’가 큰 곳이라면 사람이 살기에 팍팍하겠지. ‘돈틈’이 벌어지기만 한다면 사랑도 꿈도 잊어가고야 말리라.


가난터울 (가난 + 터울) : 가난하거나 가멸진 돈·살림이 벌어진 자리. 돈·살림이 있거나 없는 만큼 벌어진 자리. (= 가난틈·가난틈새·가난쏠림·돈터울·돈틈·돈틈새·돈쏠림·있고 없고·있느냐 없느냐·있는지 없는지. ← 빈부격차)



빠른옷

하루하루 바쁜 사람은 하나하나 마음을 기울이거나 펴기에 어렵다. 이런 흐름에 맞추어 ‘빠른밥’이 태어났다. 돈을 적게 들여서 사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치우기도 손쉬운 밥이다. 멋스럽게 꾸미기보다는 수수하게 누리더라도 돈을 적게 들이면서 그때그때 마음에 맞도록 사입을 수 있는 ‘빠른옷’이 태어난다. 빠르기에 좋거나 나쁠 일이 없다. 바쁜 틈바구니를 헤아리는 밥과 옷이 하나둘 나타날 뿐이다.


빠른옷(빠르다 + ㄴ + 옷) : 값싸고 빠르게 지어서 입는 옷. 옷차림·흐름을 바로바로 헤아리고 담아내어 값싸게 누리도록 짓는 옷. (← 패스트패션)

빠른밥(빠르다 + ㄴ + 밥) : 값싸고 빠르게 지어서 먹는 밥. 차리거나 치울 틈이 적은 곳에서 손쉽고 빠르게 사서 먹을 수 있는 밥. (← 패스트푸드)



마을빛

처음에는 한 사람이 깃든 집이다. 이윽고 다른 한 사람이 함께 깃들며 짝을 맺고, 아기를 낳고 아이가 자라고 철이 들어 새롭게 어른으로 선다. 어느덧 작은집 한 채 곁에 새롭게 살림집이 는다. 사랑으로 일구는 살림에 따라서 마을이 태어난다. 그리고 마을도 조금씩 늘어 고을로 넓히고, 고을도 새롭게 뻗어 고장을 이룬다. 마을은 저마다 다르니 마을빛이 새롭다. 고을도 다 다르기에 고을길이 새삼스럽다. 고장도 모두 다르게 마련이니 고장살림을 돌아본다.


마을빛 (마을 + 빛) : 마을에서 일구거나 가꾸거나 이루거나 짓거나 나누거나 잇는 빛·살림·삶·이야기·말·열매·길·하루. 어느 마을이 다른 마을하고 다르게 드러나거나 보이거나 나아가는 빛·살림·삶·이야기·말·열매·길·하루. (= 마을길·마을꽃·마을살림·마을살이·마을결·고을빛·고을길·고을꽃·고을살림·고을살이·고을결·고장빛·고장길·고장꽃·고장살림·고장살이·고장결. ← 지역문화, 지방문화, 지역색, 지역성 지방색地方色, 지역자원, 특산, 명물, 지역차地域差, 향토문화, 향토색, 향토예술, 토속, 토속신앙, 무巫, 무교巫敎, 무속巫俗, 무속신앙, 샤머니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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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7


“마음에 새길 우리말을 한 가지 뽑는다면?” 하고 묻는 이웃님이 많다. 이때에 곧잘 ‘사랑’이나 ‘숲’이나 ‘바람’ 같은 낱말을 든다. 여기에 ‘나’라는 낱말을 자주 든다. 아주 쉽고 흔한 낱말이야말로 늘 돌아보면서 새길 만하다고 느낀다. 어린이부터 알아들을 낱말이기에 어른으로서 더 되새기면서 품을 낱말이라고도 본다. 나다운 나를 찾기에, 너랑 나랑 서로 호젓하게 ‘너나들이’를 이룬다.



꽃채

집이나 커다란 살림을 셀 적에 ‘채’라고 한다. 따로 ‘집’을 ‘채’로 나타내기도 한다. ‘바깥채’처럼 쓰는데, ‘나들채(드나드는 곳 : 드나들며 쉬거나 묵는 곳)’나 ‘마실채(마실하며 쉬거나 묵는 곳)’처럼 새롭게 살려쓸 만하다. 숲에 깃들거나 숲을 품는 집이라면 ‘숲집·숲채’라 할 수 있고, 꽃처럼 곱고 즐겁게 빛나는 집을 따로 ‘꽃채’라 해도 어울린다.


꽃채 (꽃 + 채) : 1. 꽃을 사고파는 곳. 2. 사랑스럽거나 곱거나 아름답거나 눈부시게 가꾸어 즐거운 곳. 3. 사랑스럽거나 곱거나 아름답거나 눈부신 나날·때·철·삶. (= 꽃집. ← 화원花園, 화려한 저택, 행복한 가정, 안락한 가정, 단란한 가정, 뷰티풀 하우스, 안식처, 휴식처, 힐링 공간, 일가단란一家團欒, 미용실, 미장원, 명소, 명승, 명승고적, 추천지, 핫플, 핫스팟, 포토존, 보물창고, 이상향理想鄕, 이상국理想國, 낙원, 피안彼岸, 파라다이스, 도원경, 도원향, 도화촌桃花村, 무릉도원, 별세계, 별천지, 별유천지, 천국天國, 천당天堂, 극락, 극락정토, 엘도라도, 평화세상, 평등세상)



나보기

내가 나로서 산다면 “나로 살다”이고, ‘나살기’로 줄일 만하다. 내가 나를 찾아나설 적에는 “나를 찾다”이고, ‘나찾기’로 줄일 만하다. 내가 나를 알려고 하면 “나를 알다”요, ‘나알기’로 줄이면 된다. 내가 바를 보려고 하면 “나를 보다”이자, ‘나보기’로 줄일 수 있다.


나보기 (나 + 보다 + -기) : 나를 보다. 내가 누구이고 어떤 숨결이며 어디에 왜 있는가를 보다. 내가 살아가는 곳·길·때를 보다. 둘레 눈길에 휘둘리거나 휩쓸리지 않으면서 내 눈으로 나를 보고 온누리를 보다. 다른 모습·말·터전에 맞추거나 따르기보다는, 내가 나부터 보면서 내가 스스로 살면서 짓고 누리고 나눌 오늘을 보다. (= 나를 보다·나보기·나봄·나를 알다·나알기·나앎. ← 직시, 개안開眼, 개심, 개벽, 지각知覺, 자각, 자아발견, 자기발견, 자의식, 각성, 성찰, 반성, 인식, 이해理解, 통달, 능통, 통찰, 통하다, 숙달, 숙지, 마스터, 간파, 달관, 인지認知, 도리道理, 실감, 체감, 열반涅槃, 대오각성, 대각大覺, 납득, 의식意識, 직관, 해탈)



몸꽃

몸을 다스리는 길은 많은데, 가만히 보면 우리말로는 그리 안 나타내는구나 싶다. 몸을 부드럽게 놀리거나 달래는 길을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웃 여러 나라에서 두루 즐기고 누리고 나눈다. 이러한 몸놀림이나 몸짓을 보면 마치 “꽃으로 피어난 몸” 같다. 가만히 피는 꽃처럼, 고즈넉이 나오는 꽃마냥, 차분하면서 참한 꽃빛을 품은 몸짓이라는 뜻으로 ‘몸꽃’이라는 이름을 지어 본다. 하늘처럼 하나되는 몸짓이라 여긴다면 ‘한꽃’이나 ‘한몸꽃’이라 할 수 있고, 몸을 살리는 길이라는 뜻으로 ‘살림몸’이라 할 수 있다.


몸꽃 (몸 + 꽃) : 몸으로 이루는 꽃. 몸놀림·몸짓을 꽃으로 피우거나 꽃처럼 돌보면서 펴는 길. 몸을 다스리고 달래고 다독여서 마음과 하나를 이루는 길. (= 몸풀기·살림몸·살림몸짓·살림짓·한꽃·한몸짓·한몸꽃·한꽃짓·한짓. ← 요가yoga, 물아일체, 태극太極, 일심, 일심동체, 일심불란一心不亂, 감응, 조응, 조화調和, 하모니harmony, 혼성混成, 혼성混聲, 혼연일체, 심신일여心身一如)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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