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안 읽은 책 (2026.1.23.)

― 부산 〈파도책방〉



  아직 안 읽은 책이 있습니다. 이제 읽는 책이 있습니다. 아직 모르는 책이 있습니다. 이제 알아가는 책이 있습니다. 아직 알쏭한 책이 있습니다. 이제 환하게 열고서 살피는 책이 있습니다. 모든 책을 다 읽을 틈이 없지 않습니다. 어느 책이건 읽을 틈을 내지 않을 뿐입니다. 서두르니까 못 하거나 걸립니다. 느긋하니까 풀면서 맺습니다.


  지난날에는 ‘읽기’라고 하면 “좋거나 나쁘다는 잣대를 안 내세우면서, 모두 배우는 삶이라 여기는 읽기”였습니다. 요즈음은 “좋은 것만 골라내어 외곬로 치닫는 읽기”로 갇히는 듯싶습니다. ‘달리기’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달리다’라 하면 따로 옷이나 신을 차려입고서 꾀하는 몸짓이 아니었어요. 언제 어디에서나 바람을 가르는 길이 ‘달리기’입니다. 이제는 모임을 꾸리고 우루루 몰리고 겨룸마당에 나가야 ‘달리기’인 줄 잘못 여기고 맙니다.


  부산 사하구 감천동 마을책집에서 다리를 쉰 다음 보수동으로 건너갑니다. 마을버스로 옮기는데 이웃꾼(관광객)이 꽉꽉 탑니다. 이웃꾼은 ‘먹고 마시고 쓰고 구경하는’ 곳을 넘어서, 부산 곳곳에 깃든 작은책집으로도 마실할 수 있을까요. 〈파도책방〉에 가만히 깃들어 책빛을 마십니다.


  여태 읽은 책을 되읽지 않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여태 ‘밥’을 먹었으나 오늘도 밥을 먹는걸요. 이제껏 ‘숨’을 쉬었는데 오늘 새로 숨을 쉬고요. 이미 읽은 책도 “아직 안 읽은 책”으로 삼아서 되읽을 적에 새롭게 배웁니다. 아직 모르는 낯선 책도 “앞으로 읽을 책”으로 삼아서 처음 펼 적에 두근두근 배웁니다.


  모든 곳에서 배우기에 삶입니다. 모든 책을 곁에 두기에 살림입니다. 모든 말을 아우르면서 사랑으로 다스리기에 사람입니다. 삶과 살림과 사랑이라는 결을 새롭게 맺고 잇고 풀며 이야기하기에 사람인 줄 알아차리면 느긋합니다.


  차분히 읽기에 참하게 익힙니다. 착하게 일구기에 찬찬히 이룹니다. 책이라면, 차분하면서 참하고 착하기에 찬찬히 나누는 꾸러미이지 싶습니다. 함께 피어나려고 이야기를 담는 꾸러미요, 같이 자라나려고 어깨동무할 씨앗을 얹은 보따리예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이가 물려받아 생각씨앗을 즐겁게 보금자리에 심을 터전”부터 차근차근 가꿔야지 싶습니다. 어른으로서 어른답게 어진 빛을 나누려면, 언제나 “어린이한테서 배우는 즐거운 살림길”을 지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오늘 우리나라가 어지럽거나 어수선하다면 “아이곁에 안 서고, 어린이한테서 안 배우는 늪”에 잠겼다는 뜻입니다. ‘나이든 이끼리 노닥거리는 곳’은 불늪(지옥)입니다.


ㅍㄹ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피에르 바야르/김병욱 옮김, 여름언덕, 2008.2.20.첫/2008.3.3.2벌)

#PierreBayard #How to Talk About Books You Haven't Read (2007년)

- 가디언

《앨비의 또 다른 세계를 찾아서》(크리스토퍼 엣지/민지현 옮김, 크레용하우스, 2017.8.30.첫/2018.2.26.2벌)

#ChristopherEdge #The Many World Of Albie Bright (2016년)

《로고스 총서 10 피아제》(마거릿 보든/서창렬 옮김, 시공사, 1999.2.10.첫/2001.9.10.2벌)

#Piaget #MargaretBoden

《노무현은 배신자인가》(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03.12.16.)

《나스카 유적의 비밀》(카르멘 로르바흐/박영구 옮김, 푸른역사, 1999.5.18.첫)

#Botschaften im Sand #RohrbachCarmen #마리아 라이헤

#MariaReiche (1903∼1998)

《散步の達人 280號》(武田憲人 엮음, 交通新聞社, 2019.6.21.)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신민주, 디귿, 2021.4.16.)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오세라비, 좁쌀한알, 2018.7.9.)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이혜미, 글항아리, 2021.7.9.)

《너는 나의 그림책》(황유진, 메멘토, 2021.3.2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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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새꽃 새님 새말 (2025.10.17.)

― 부산 〈책과 아이들〉



  닫는 곳이 있으니 여는 곳이 있습니다. 잇는 곳이 있으니 쉬는 곳이 있어요. 꽃이 피고서 시들면 천천히 씨앗이 굵고, 이 씨앗은 이듬해에 새롭게 싹트려고 겨우내 단잠을 누립니다. 온누리 숨결과 숲결마냥 책집과 책마을과 책골목은 곱게 고즈넉이 흐릅니다. 날마다 마실하면 가장 기쁠 테지만, 저마다 틈을 내어 마실할 수 있으면, 우리가 책집을 찾는 하루가 새롭게 씨앗이 되리라 느껴요.


  오늘은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새’하고 ‘꽃’이라는 낱말이 태어난 뿌리를 짚으면서 ‘국어사전’하고 ‘백과사전’이 어떻게 닮으며 다른지 이야기합니다. 사이를 잇고 열면서 샘처럼 솟는 길이기에 ‘새’라면, 고스란히 곱게 곰곰이 끝을 맺고서 처음으로 잇는 길이기에 ‘꽃’이라 할 만합니다.


  노래하는 새와 피어나는 꽃은 암새·수새와 암꽃·수꽃이 나란합니다. 암수는 서로 다른 결일 수 있되, 이보다는 서로 나란한 결이라 해야 어울립니다. 함께가는 길에 왼오른처럼 나란하기에 암수이고, 둘은 이 하나와 저 하나를 하늘빛으로 고스란히 품으면서 서로 곱게 피어나는 숨결이라 할 만합니다.


  새나 꽃은 그냥 이쁘장하거나 귀엽지 않습니다. 사람도 귀엽거나 이쁘장하게 볼 수 없습니다. 저마다 고운 숨과 결과 빛을 바라볼 때라야 사람이라는 ‘새꽃’을 알아봅니다. 스스로 곱게 피어나고 깨어나는 ‘숨결빛’을 마주할 때라야 사랑을 알아차립니다.


  글은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써야겠지요. 손바닥으로 빚으면서 쓸 글이며, 발바닥으로 디디면서 쓸 글입니다. 고즈넉이 마음을 차려서 참하게 채우는 이야기로 마주하면 저절로 샘솟는 글이며 말입니다. 누구나 즐겁게 읽고 쓰고 나누는 글과 말은 언제나 새꽃과 숨결빛을 품습니다.


  저는 ‘서울곁’인 인천에서 나고자란 뒤에 ‘서울내기’로서 아홉 해를 살다가 충북 멧골마을로 옮겨서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갈무리하는 일을 네 해 했습니다. 이런 뒤에 인천으로 돌아와서 네 해를 산 뒤에, 곁님하고 큰아이랑 전남 고흥 시골로 보금자리를 옮겨서 조용히 하루를 꾸려요. 서울곁에서 살던 무렵에는 “책으로 책읽기 + 온몸으로 책읽기”를 했다면, 시골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살림으로 책읽기 + 온마음으로 책읽기”를 익힙니다.


  일본말 ‘사전’을 우리말로 옮기면 ‘꾸러미’입니다. ‘국어사전 = 낱말꾸러미·낱말책’이요, ‘백과사전 = 살림꾸러미·살림책’입니다. 낱말로 삶과 사람과 사랑을 읽고 폅니다. 살림으로 사람과 숲과 마음을 읽고 나눕니다.


ㅍㄹㄴ


《엄마의 얼굴》(로디 도일 글·프레야 블랙우드 그림/서애경 옮김, 토토북, 2009.11.24.)

#HerMothersFace #RoddyDoyle #FreyaBlackwood

《누에 화가 12》(이노카와 아케미/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4.3.15.)

《누에 화가 13》(이노카와 아케미/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4.12.27.)

《누에 화가 14》(이노카와 아케미/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5.8.26.)

#猪川朱美

《다람쥐》(김황 글·김영순 그림, 우리교육, 2011.6.15.첫/2015.10.16.3벌)

《우리들의 스캔들》(이현, 창비, 2007.5.28.첫/2007.9.28.3벌)

《지도에 없는 마을》(최양선 글·오정택 그림, 창비, 2012.3.30.)

《주제별 동화선집 1 민주주의의 참뜻 : 꼬마 독재자》(어린이도서연구회 엮음, 오늘, 2001.5.15.첫/2002.1.15.6벌)

〉놀라운 우리 겨레 첫임금 이야기》(박윤규, 미래M&B, 1998.11.10.첫/2004.11.20.4벌)

《백석 평전》(안도현, 다산책방, 2014.6.9.첫/2014.6.11.2벌)

《행운이 구르는 속도》(김성운 글·김성라 그림, 사계절, 2024.9.10.첫/2025.5.20.6벌)

《백신 접종 VS 백신 비접종》(로버트 F.케네디 주니어·브라이언 후커/오경석 옮김, 에디터, 2025.8.11.)

#RobertFKennedy #BrianHooker #VaxUnvax #LettheScienceSpeak #ChildrensHealthDefense

《평화란 어떤 걸까?》(하마다 케이코/박종진 옮김, 사계절, 2011.4.25.첫/2012.7.31.2벌)

#浜田桂子 #へいわってどんなこと #PeaceWhatisit

《소년 정찰병》(월터 딘 마이어스 글·앤 그리팔코니 그림/이선오 옮김, 북비, 2011.12.5.)

#PATROL #AnAmericamSoldierinVietnam #WalterDeanMyers #AnnGrifalconi

《우리 땅의 왕 늑대》(김황 글·윤봉선 그림, 한솔수북, 2011.3.20.)

《코끼리 사쿠라》(김황/박숙경 옮김, 창비, 2007.8.10.첫/2007.11.20.2벌)

《원전을 멈춰라》(히로세 다카시/김원식 옮김, 이음, 2011.4.1.)

#危險な話 #廣瀨隆 #チェルノブイリと日本の運命

《탈핵으로 가는 길 Q&A》(김해창, 해성, 2015.7.30.)

《재앙의 물길, 한반도 대운하》(환경운동연합 엮음, 도요새, 2008.4.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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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잎물집과 책집 (2026.1.26.)

― 서울 〈고래서점〉



  사읽는 손길이 있기에 쓰고 엮고 짓고 펴서 나눕니다. 써내는 손끝이 있기에 만나고 읽고 배우고 익히며 베풉니다. 여미는 손빛이 있기에 쓰고 짓고 읽고 풀고 돌아봅니다. 받아들이는 손살림이 있기에 새로짓고 새로쓰고 새로폅니다.


  책집이 있기에 책집으로 찾아갑니다. 마치 숲으로 찾아가서 숲빛을 마시고 숲바람을 쐬고 숲노래를 배우고 숲살림을 헤아리듯, 마을 한켠에 깃든 책집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이 마을에 깃든 분이 누릴 책사랑”을 헤아릴 뿐 아니라, “이 마을에 책집을 차린 일꾼이 마을사랑을 누릴 하루”를 나란히 돌아봅니다. 책집마실을 하는 발걸음이란, “책집이 마을에 베푸는 손길”하고 “마을이 책집한테 내어주는 손빛”을 함께 누리며 즐거운 하루입니다.


  시외버스를 서울에서 내리자마자 숙대앞 〈고래서점〉부터 들릅니다. 곧 태어날 그림책을 이야기하러 책집 옆 잎물집에 깃듭니다. 잎물집에서 한참 이야기하고서 다시 〈고래서점〉으로 옮겨서 내도록 책품에 안깁니다. 책집마실을 하며 책품에 안길수록 책짐이 늘어나게 마련이지만, 끈으로 질끈 묶어서 나릅니다.


  2026해 언저리에는 시골뿐 아니라 부산과 서울조차 어린배움터가 닫습니다. 태어나는 아이가 줄고, ‘마을살이’가 아닌 ‘잿집살이(아파트생활)’로 바뀌는 터라, 지난날에는 “마을 한켠이나 한복판에 뿌리내려서 마을빛을 북돋우던 작은배움터”가 더는 설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배움터에 붙으면(합격) 기뻐하고, 배움길을 새로 열기에 즐거운 일로 삼았어요. 다만, 예나 이제나 배움삯(학비)이 엄청난 대목은 고단하지요. 기쁘면서 새롭게 배우려는 길에 나라가 이바지한다면 참으로 아름다울 텐데 싶습니다. 이 종이(졸업장)가 아닌 저 종이(삶글을 적는 꾸러미)를 바라보려는 마음으로 거듭날 때입니다. 삶말을 읽고 숲말을 익히면서 사랑말로 하루하루 새삼스레 온누리에 눈뜨는 숨빛을 북돋울 때일 테고요.


  우리는 ‘살림돈’을 알맞게 벌기에 알뜰살뜰 아름답게 하루를 살아간다고 느껴요. ‘큰돈’이나 ‘목돈’이 아닌 ‘삶돈’을 벌 노릇이고, ‘삶길’을 걸어가는 ‘삶일’을 할 적에 넉넉합니다. 마을에 깃든 작은책집은 ‘큰책·이름책·힘책’이 아닌 ‘씨앗책·살림책·이야기책’을 잇는 길목이자 쉼터이자 모임마당입니다. 책지음이도, 책집지기도, 책동무도, 조촐히 손길과 손끝과 손빛을 모아서 함께 마을길을 푸르게 가꾸는 어깻짓으로 어울린다면 이 나라가 살 만하겠지요.


  ‘집’이란, 짓고 지며리 지내며 즈믄길을 여는 터전입니다. ‘집’이 어떤 곳인지 밑뜻을 처음부터 제대로 짚으면서 지그시 살림을 지을 때입니다.


ㅍㄹㄴ


《곰아, 언젠가 너를 만나고 싶었어》(호시노 미치오/최종호 옮김, 진선출판사, 2024.6.18.)

#星野道夫 #クマよ

《치마를 입은 아빠》(이나무 글·박실비 그림, 이숲아이, 2024.2.10.)

《죽은 해적》(시모다 마사카츠/봉봉 옮김, 미운오리새끼, 2025.9.20.)

#下田昌克 #死んだかいぞく

《시, 그게 뭐야?》(토마 비노 글·마르크 마예프스키 그림/이경혜 옮김, 북극곰, 2023.8.30.)

#La poesie, kesako? #ThomasVinau #MarcMajewski

《人間動物論》(데스몬드 모리스/송병순 옮김, 문음사, 1982.3.10.)

#DesmondMorris #TheHumanZoo (1969)

《말의 良心》(엘리아스 카네티/반성완 옮김, 한길사, 1984.5.30.)

- 엽서. 보급특가 3800/2000

《한국어와 철학적 분석》(정대현,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1985.7.25.첫/1987.4.15.2벌)

《중국의학과 철학》(가노우 요시미츠/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철학분과 옮김, 여강, 1991.11.30.)

《韓國논픽숀選集 3》(황석영·오소백·박순동·주창길, 청년사, 1976.11.29.첫/1977.12.1.재판)

《사람됨의 뜻》(이규호, 제일출판사, 1967.9.15.첫/1974.3.20.증보)

《자폐증, 부모와 전문가를 위한 지침서》(마리아 J.팰러즈니/언어청각임상센터 옮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1992.2.5.첫/1999.6.30.6벌)

《나의 칼 나의 피》(김남주 글, 고은·양성우 엮음, 인동, 1987.11.15.첫/1988.2.15.2벌)

- 88.5.14. 풀무질. 김호성

《마산문화 2 다시 수풀을 헤치며》(정진업 외, 청운, 1983.10.31.

- 마산시 중앙동2가 5-20

《땅의 치유력》(리즈 심슨/이광조 옮김, 생각의나무, 2006.3.30.)

#LizSimpson #The Healing Energies of Earth (1999년)

《단순한 기쁨》(아베 피에르/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2001.5.25.첫/2002.5.20.12벌)

#Me'moire d'un croyant #AbbePierre

《근대혁명사론》(河野健二/김현일 옮김, 풀빛, 1983.7.30.)

- 책집종이

《東洋史講義要綱》(민두기·오금성·김용덕·이성규, 지식산업사, 1981.8.5.첫/1982.3.8.재판)

《日帝下民族言論史論》(최민지·김민주, 일월서각, 1978.5.15.)

- 상경이 78.5.11.

- 면회 종이

《異邦人과의 對話》(박동규, 경인사, 1966.9.10.)

- 韓國은 살기 어려워 졌다지요? 78, 79, 82

《도요다의 現場管理》(일본능률협회 엮음/정남학 옮김, 과학평론사, 1981.5.5.)

- 1981.10.17.

《연인들》(알퐁스 도데/김사행 옮김, 영광출판사, 1989.7.20.)

#AlphonseDaudet #Les Amoureuses

《깃발은 흔들어야 했다》(사람문학동인·김웅빈 외 12인, 청사, 1988.3.30.)

- 전남 고흥군 도양읍

-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3시간, 보성 벌교의 고개를 넘으면 거기 전남 고흥군 녹동읍이 있고, 그 바로 앞에는 한하운 시인의 … 실로 나는 그 동인들이 부러웠다. 국토의 끝 최남단이기도 하는 고흥반도의 한 끄트머리에서 ‘사람’임을 스스로 자랑하는 그들이 부러웠고, 그래서 나는 고흥 녹동에 내려간 그날밤 끝없이 그들 동인과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 지금까지 나는 고흥 녹동주변을 생활 근거지로 하여 일하고, 일하고, 그리고 시를 쓰는 〈사람문학동인〉들의 작품을 지면 관계상 주마간산격으로 감상하였다. 비록 머나 먼 어촌 소읍내에서 살고 있지만, 그들 동인들이 얼마나 끈질기게 서로를 나누어 갖고 있는가도 엿보았다 … 전라도라 고흥땅 황토산들을 등에 업고, 그 배는 우리들에게 정말로 돌아오고 있다. (김준태/151, 152, 164쪽)

《동네북》(하정완, 한울, 1987.12.25.)

《하늘과 땅이 사랑》(이종기, 소년한국일보, 1991.4.20.)

- 서울시 어린이 합창단 합동수련회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백신애·최진영, 작가정신, 2022.12.20.)

《두 번째 산》(데이비드 브룩스/이경식 옮김, 부키, 2020.9.24.첫/2024.7.8.38벌)

#DavidBrooks #TheSecondMountain #TheQuestforaMoralLife (2019년)

《미다스의 노예들》(잭 런던 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밑틀/김훈 옮김, 바다출판사, 2010.12.15.)

#JackLondon #JohnGriffithChaney #JorgeLuisBorges #minions of midas

《빛깔있는 책들 258 별전別錢》(금복현, 대원사, 2006.11.25.)

《思想敎養文庫 10 倫理學》(스피노자/사상교양연구회 옮김, 상구문화사, 1958.?)

《思想敎養文庫 24 功理主義》(밀/사상교양연구회 옮김, 상구문화사, 1958.12.5.첫/1959.9.1.)

《烏枾木圖》(고세연, 정신세계사, 1987.5.15.)

《그리움을 위하여》(유안진, 자유문학사, 1991.1.5.)

- 계절은 벌써 초여름을 느끼게 해 주는 것 가다. 곧 바닷바라믈 그리워하게 될까 보다. 91.4.

《우정을 위하여》(하인리히 겜코프 엮음/오순희 옮김, 한마당, 1989.11.30.)

《바다를 넘나드는 恨》(가츠야마 히로스케 사진/칸토샤 엮음, 범우사, 1995.8.10.)

- 범우사 드림. 한겨레신문사 조사자료부 112826.

- 대출 : 한21 윤승일 2/12

《아프가니스탄 산골학교 아이들》(나가쿠라 히로미/이영미 옮김, 서해문집, 2007.6.30.)

#長倉洋海

《NBA GUIDE BOOK 1994년판 특집호》(김낙봉 엮음, 하늘미디어, 1994.1.10.)

《月刊 超敎波 87권》(박철수·이경제 엮음, 초교파 기독교협회, 1985.6.10.)

- 비매품

《어떻게 이상 국가를 만들까?》(주경철, 김영사, 2021.3.1.)

《민주주의의 발전과 위기》(임혁백, 김영사, 2021.3.1.)

《평등을 넘어 공정으로》(박지향, 김영사, 2021.3.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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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넋

사전투표



  시골에서는 제때뽑기(본투표)도 미리뽑기(사전투표)도 힘들다. 다 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때뽑기를 하는 날은 쉼날이기에 군내버스가 하루 한두 벌 다니니까 그냥 못 탄다. 그나마 우리 마을은 쉼날에 하루 한두 벌 다니되, 웬만한 마을은 아예 안 다닌다.


  시골사람은 이러거나 저러거나 고되다. 그러나 나는 이런 줄 알고서 시골에 깃들어서 산다. 어쩌다 있는 뽑기날에 다니기 좋은 곳이 아닌, 한 해 내내 호젓하고 짙푸른 숲을 누릴 푸른집에서 지내려는 마음이니까.


  올해에 제때뽑기를 하는 날에는 자칫 고흥에 없을 수 있기에, 미리뽑기를 하자는 마음으로 고흥읍에 나온다. 미리 ‘선관위·네이버’로 알아보고서 뽑는곳(사전투표소)을 짚고서 고흥읍 고흥여중으로 갔다. 그런데 고흥여중 둘레에도 어귀에도 알림글이건 뭣도 없다. 사람조차 없다. 뮐까? 뽑기를 한다는 고흥여중 체육관 앞까지 갔으나 여중생이 까르르깔깔 떠드는 소리만 울린다.


  나중에 고흥읍 농협 담벼락에 붙은 종이를 보고서 헛웃음을 지었다. 고흥여중은 사전투표소로 없다고 하네. 고흥읍에서는 고흥군민회관이란 데만 있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다. 그곳(고흥군민회관)은 걸어가기에 너무 멀다. ‘면 안쪽 깊은 작은마을’에서 사는 사람이 시골버스를 타고 읍에 나와서 찾아갔다가 집으로 돌아갈 시골버스를 타러 다시 버스나루로 걸어가기에는 한참 멀다.


  아까 고흥여중 둘레를 떠올려 본다. 나 말고도 고흥여중으로 미리뽑기를 하러 가는 어르신을 여럿 스쳤다. 이분들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느끼고 보내시려나? 이분들 헛걸음은 누가 토닥여 주려나?


  예전에는 시골에서 뽑기를 할 적에 마을지기(이장)가 탈탈이(경운기)에 할매할배를 태우고서 다녀왔다. 이러다가 짐수레(트럭)가 퍼진 뒤에는 마을지기가 뽑기날에 새벽부터 바지런히 짐수레로 할매할배를 태워서 오갔다. 이제 웬만한 시골마을에서는 할매도 할배도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저잣마실이건 그냥마실이건 못 다닌다. 시골할매와 시골할배는 거의 기어다니다시피 한다. 이분들은 뽑기날이래서 뽑으러 오가지 못 하는 몸일 뿐 아니라, 시골버스마저 안 다니니 애써 나가려고 해도 나갔다가 들어올 길마저 없다. 뽑기란, 민주란, 자유란, 평등이란, 여기에 ‘전라도’와 ‘시골’이란 뭘까? 아무튼 나는 이튿날(5.30.) 시골버스를 타고서 면소재지로 나가야겠다. 이튿날은 그나마 흙날이라서 시골버스로 면소재를 다녀올 수 있다. 다만, 시골집에서 면소재지에 뽑기를 하러 다녀오려면 길에서 한나절(4시간)을 써야 한다. 시골은 그곳(투표소)에 걸어서 다녀올 수 없다. 2026.5.29.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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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싸우는 책(군대일기)

팔굽혀펴기



  어릴적에 팔굽혀펴기를 참 못 했다. 그저 힘들고 너무 고달팠다. 팔굽혀펴기라면 한둘을 겨우 할 만했고, 턱걸이라면 한둘을 가까스로 했다. 팔굽혀펴기도 턱걸이도 못 하는 나를 보는 또래나 언니한테서 “사내애가 팔힘도 없어서 어쩌려고?”라든지 “계집애보다도 못 할 수 있냐? ○○가 창피하지도 않냐?” 같은 꾸지람과 놀림말을 내내 들었다. 어린배움터에서 지낸 여섯 해 동안 ‘체육’이라는 이름으로 너른터에 나올 적에 제발 ‘팔굽혀펴기’나 ‘턱걸이’ 좀 안 시키기를 바랐다.


  팔심이 오지게 없지만 심부름꾼이나 짐꾼으로는 한몫을 했다. 우리집은 ‘연탄을 때는 5층 아파트(13평형)’였는데, 기름보일러가 갓 나와서 퍼질 적에 아버지는 1984해 무렵에 200만 원이라는 큰돈을 들였다(36달 나눠내기). 아버지는 집에 연탄 아닌 기름을 때자고 말하면서도 밤마다 술떡이 되어 돌아왔고, 다달이 나갈 목돈은 어머니가 곁일(부업)을 하면서 메꿨으며, 언니와 나는 어머니가 하는 곁일을 신나게 도와서 가까스로 값을 다 치러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기름보일러를 들이면 기름통에 기름을 받아서 날라야 한다.


  우리집은 넷째(4층)이다. 빈 기름통(20ℓ)을 둘 들고서 기름집으로 간다. 기름을 꾹꾹 눌러담아서 받은 뒤에 집까지 들고 간다. 고작 열 살인 아이가 두 손에 ‘꽉 찬 기름통’을 들고서 나른다. 한 해 내내 나른다. 이듬해에도 다음해에도 나르지. ‘계단만 있는 5층 아파트’를 떠나던 1991해 여름까지 신나게 기름통을 날랐다. 이동안 아버지라는 분은 기름통을 나른 적이 없다. 지난날에는 다들 이랬다. 이른바 ‘가부장권력’이었고, 언제나 아이들이 모든 심부름과 일을 맡아야 했다.


  어머니가 신포시장으로 저잣마실을 갈 적이면, 나는 언제나 같이 가서 짐꾼 노릇을 했다. 그러나 억지로 짐을 견디면서 날랐을 뿐이다. 나는 팔힘도 손힘도 다릿심도 여렸다. 어머니가 엄청난 저잣짐을 집까지 혼자 나르면 얼마나 힘들겠느냐고 느꼈다. 집안일을 나랑 언니가 나눠야겠다고 여겼다. 힘이 없어도 젖먹던 힘을 짜내어 짐꾼 노릇을 했다. 그나마 팔굽혀펴기랑 턱걸이는 못 했어도, 오래달리기는 용케 버티면서 열손가락(55명 한 반)에 들었다.


  나는 힘없는 아이로 살며 늘 얻어맞는 나날인데, 열네 살(중1)에 또 마을 야살이(깡패)한테 얻어맞고서 돈을 빼앗기고 들어온 날, 우리 언니는 야살이보다 더 두들겨패면서 “어머니, 이 새끼 이대로 두면 안 되겠어요! 무술학원에 집어넣어서 주먹을 기르라고 해야지, 어떻게 맨날 쥐어터지면서 돈을 뜯기고 울면서 집에 들어와요?” 하면서 큰소리를 냈다. 언니는 내 멱살을 쥐고서 인천에 있는 내로라하는 무술학원을 하루 내내 돌았다. 한참 ‘대련·훈련’을 지켜보면서 “야, 여긴 안되겠다! 딴 데 가자!” 하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다가 마침내 ‘박문여고 옆에 있던 특전무술 도장’에 이르렀다. “여기까지 보고 안 되면 할 수 없지만, 여기는 좀 낫겠지!” 하고서 들어갔다. 언니는 ‘여고 옆 특전무술 도장’에서 펴는 ‘대련·훈련’을 한참 보더니 드디어 웃는다. 마음에 드는 듯했다. 그러나 옆에서 나는 ‘설마? 이런 데에 날 넣으려고? 나더러 죽으란 소리?’ 하면서 끔찍했다. 1988해에 ‘여고 옆 특전무술 도장’에 그날로 들어가야 했다. 이무렵 한 달에 이곳에 내는 삯은 55000원이었다. 그때 유도나 태권도나 합기도나 레슬링이나 뭐 이런저런 길을 가르치는 곳은 비싸야 15000원이었다.


  이제 와 돌아보면, 지난날 무술학원은 ‘돈을 받으면서 공식으로 두들겨패도 되는 곳’이었다. ‘여고 옆 특전무술 도장’을 다니는 첫 한 달 동안 ‘안 죽을 만큼 실컷 얻어맞았’는데, 날마다 멍이 시퍼렇게 들고 입술이 찢어져도 용케 안 빠지는 나를 지켜보던 길잡이(사범)가 한마디 한다. “넌 언제까지 맞을 생각이야? 너도 때려야지!” 하면서, 그곳에서 가장 어린 나더러, 적어도 서너 살부터 열 살이 더 넘는 ‘특전무술 유단자’한테 제대로 맞서라고 꾸짖는다. “넌 기술이 없잖아. 기술이 없으면 뭐가 있어야겠니? 맷집이 있으면 돼. 때리는 놈이 지칠 때까지 버티면, 그때 마지막으로 네가 한 주먹을 갈겨서 넘어뜨릴 수 있어. 우리 도장 2층에 헬스클럽 있는 거 알지? 넌 수련을 오기 전에 먼저 헬스클럽에서 한 시간씩 역기를 들고서 와!” 하고 을러댔다.


  이른바 ‘맞아죽’지 않으려고 날마다 한 시간씩, 나중에는 두 시간씩 쇳덩이를 들어 보았다. 처음에는 10kg도 버거웠지만 20kg과 30kg과 40kg을 지났다. 선 채로 한 손으로 60kg을 들고 내릴 수 있을 즈음, 이제 이곳에서 나보다 쇳덩이를 잘 드는 언니는 아무도 없다. 다만 내가 가장 무거운 쇠를 들고 버틸 수는 있되, 언제나 얻어맞기만 했다. 맷집만 늘었달까.


  한참 얻어맞은 지 석 달이 지날 무렵부터 팔굽혀펴기가 ‘이렇게 쉬웠나’ 하고 느꼈다. 어느새 턱걸이 서른∼마흔을 가볍게 할 수 있었다. 이곳(특전무술 도장)에서 시키는 턱걸이는 ‘빨리 해내는 길’이 아니다. 10초를 밑에서 있다가 10초에 걸쳐서 천천히 몸을 올려서 쇠작대 너머로 머리를 밀어올리고서 10초를 버틴 다음, 다시 천천히 10초에 걸쳐서 몸을 내려야 ‘1번 했다’고 쳤다. 이곳에서 시키는 팔굽혀펴기는 그냥 팔만 굽혀서 펴는 길이 아니었다. 손바닥을 바닥에 대는 자리를 바꾸어 숱하게 하고, 주먹으로 바닥을 대며 또 숱하게 하고, 다섯손가락과 세손가락과 두손가락과 한손가락을 바닥에 대면서 숱하게 갈마든다. 이러고 나면 오른팔만 쓰는 팔굽혀펴기를 하되, 손바닥과 주먹과 손등과 손가락을 다 다르게 쓰는 길을 시키고, 왼팔만 쓰는 팔굽혀펴기로 바꾼다. 이다음으로는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 팔굽혀펴기를 시킨다. 이때에도 두손과 한손을 모두 갈마든다. 이다음으로는 다른 사람이 뒤에서 두 다리를 잡은 채 팔굽혀펴기를 처음부터 모두 새롭게 시킨다. 이리하여 이곳에서 시키는 팔굽혀펴기만으로 40분쯤 걸리고, 모두 즈믄(1000)벌을 해내야 한다. 날마다.


  우리나라에서는 열린배움터(대학교)에 들어가면 싸움터(군대)를 하염없이 미룰 수 있다. 나는 열린배움터에 들어갔되 그만두었다. 그만두기 무섭게 종이(입대영장)가 날아들었고, 열린배움터를 그만둔 지 한 달이 안 된 1995해 늦가을에 싸움터에 끌려갔다. 그러려니 여기면서 논산훈련소에 갔고, 두들겨패고 괴롭히고 윽박지르는 굴레에서도 “난 너희 노리개는 아니야. 난 언제나 나를 사랑하면서 돌봐.” 하고 혼잣말을 했다. 또래(훈련소 동기)는 두들겨패고 괴롭히고 윽박지르는 이곳에서 지쳐서 나가떨어지는데, 나는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앞서 ‘그곳(여고 옆 특전무술 도장)’에서 가르쳐 준 팔굽혀펴기를 잊지 않으려고 꼬박꼬박 몰래 했다.


  이러던 어느 날 훈련소 조교가 나를 봤다. “이 새끼 봐라? 우리 훈련이 안 힘든가 봐? 이 새끼는 이제 쉬라고 자유시간을 줬더니 혼자 팔굽혀펴기를 하고 지랄이네? 너 그렇게 운동 좋아해? ○○○ 그러면 이제 팔굽혀펴기 200회 실시한다, 실시!” 하고 뇌까린다. 훈련병이 무슨 재주가 있는가. 없지. 그래서 나는 “훈련병 ○○○번 최종규, 팔굽혀펴기 200회 실시!” 하고 따라한다(복명복창). 싸움터에서는 따라하기(복명복창)를 먼저 안 하면 “안 했다”고 친다. 아니, 안 했다고 치기 앞서 주먹이나 발이 먼저 날아온다.


  나는 그무렵 하루에 팔굽혀펴기를 혼자서 즈믄(1000)씩 몰래 했기에 200벌을 따로 더 한들 대수롭지 않았다. 곧 “훈련병 ○○○번 최종규, 팔굽혀펴기 200회 종료했습니다!” 하고 외쳤다. 조교는 말이 없었다. 멍한 듯했다. “어, 그래? 200회 실시했네. 앞으로 또 이러지 마, 이 미친새끼야!” 하고는 곧 달아났다.


  훈련소에서도 자대에서도 놈(상급자)이 시키는 모든 얼차려와 주먹질과 발길질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열네 살부터 얼결에 기른(?) 맷집 때문일까. 놈(상급자)은 놈(하급자)이 모두 따르면 두려워하더라. 때로는 무서워하더라. 이 놈(놈새끼)이 설마 끝까지 해낼 줄이야 싶으면서 눈 가장자리가 파르르 떨린다. 그곳(군대)에서 스물여섯 달 동안 놈(상급자)이 파르르 떠는 눈망울을 보았다. 다만, 그뿐이다. 그들이 파르르 떨든 말든, 그들이 터무니없는 짓을 시키든 말든, 그들은 스스로 갉고 스스로 무너지고 스스로 망가지려고 멍청짓을 시키면서 괴롭히고 밟으려고 한다. 그들이 시키는 모든 멍청짓을 바람과 바다처럼 가만히 흘려넘기면서 “그래, 기쁘게 받아들일게, 즐겁게 할게.” 하고 여기면 어느새 다 지나간다.


  1995해 한겨울 논산훈련소에서 ‘벌 얼차려로 팔굽혀펴기 200회’를 갑자기 해내야 했지만, 이미 ‘나살리기’를 하면서 나를 지키려고 날마다 저녁이나 밤에 몰래 했기에, 오히려 나를 괴롭히려던 놈(상급자)이 달아났고, 그놈은 그 뒤로 나를 안 쳐다보았다. 그런데 2026해 늦봄에 어느 싸움터에서 어느 놈(상급자)이 “멀쩡한 젊은이”를 괴롭히려고 팔굽혀펴기를 억지로 시키면서 몸을 망가뜨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국방부장관·대통령·국가인권위원회장·여성가족부장관·민주당대표·진보당대표’ 같은 이들은 어디에서 뭘 하며 무슨 말을 하는가?


  팔굽혀펴기는 스스로 하고 싶은 사람이 스스로 몸을 살펴서 알맞게 해야 할 뿐이다. 남이 시키면서 괴롭힐 짓이 아니다. 팔굽혀펴기를 하고 싶으면 ‘니들(상급자)’이 스스로 해야지. ‘국방부장관·대통령·국가인권위원회장·여성가족부장관·민주당대표·진보당대표’도 나란히 해야지. 입꾹닫을 할 일이 아니다. 싸움터로 끌려가서 뒹굴어야 하는 앳된 젊은이가 피눈물을 흘릴 끔찍한 짓을 이제는 모조리 걷어치워야 한다. 2026.5.28.


"제발 멈춰달라" 묵살한 강제 팔굽혀펴기…병사 근육 녹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6099737?sid=102


군대서 팔굽혀펴기하다 근육 녹았다…피해 가족 “엄벌해달라”

https://n.news.naver.com/article/119/0003095336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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