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가시내와 마늘꽃 (2026.2.6.)

― 부산 〈책과아이들〉



  ‘참(진실)’을 마주하려면 언제나 우리 민낯과 맨몸을 고스란히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못생기거나 잘생긴 얼굴이 아닌, 누구나 ‘나로서 나다운 빛’일 뿐이지만, 나랑 남을 견주거나 빗대느라 그만 민낯과 맨몸을 등지거나 안 보려고 하는구나 싶습니다. ‘참’은 잘생긴 얼굴도 못생긴 얼굴도 아닌, ‘넋이 드러나는 빛’이고, 우리 넋빛은 오롯이 ‘사랑’인 터라, 스스로 민낯과 맨몸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바라보려고 할 적에는 “나는 늘 사랑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참을 바라보기는 어렵거나 힘들거나 까다롭지 않아요. ‘참보기’란 ‘사랑보기’이니, 이제부터 눈뜨면서 즐겁게 노래빛으로 깨어나는 첫길입니다. ‘맞다·틀리다’나 ‘옳다·그르다’로 가르는 틀은 참하고 멀어요. 겉모습을 따지거나 재려고 하니 맞거나 옳다고 외친다든지, 틀리거나 그르다고 삿대질을 합니다.


  참으로 참하게 참빛을 품을 적에는, 아이어른이 함께 착하게 하루를 채울 줄 아는 차분한 눈길로 차근차근 이야기를 일구고 차곡차곡 살림을 편다고 느껴요. 먼발치가 아닌 바로 우리 보금자리에서 짓는 손길을 나누자고 살며시 말 한 마디를 건네는 곳부터 ‘참꽃’이 찬찬히 피어날 테지요.


  부산 안락2동 작은책숲 〈오른발왼발〉과 거제동 마을책집 〈책과아이들〉에서 “꽃으로 피어난 그림책―《마늘꽃》과 함께하는 수다꽃”을 이틀에 걸쳐서 폅니다. ‘마늘알’과 나란한 ‘마늘꽃’을 눈여겨보면서 함께 품는 길을 바라는 줄거리를 들려주는 그림책을 놓고서 ‘푸른살림’을 헤아리는 마음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붓을 쥔 마음, 붓으로 담는 하루, 붓으로 그리는 꿈, 붓으로 가꾸는 나, 이런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는 자리예요. 《마늘꽃》을 선보인 펴냄터는 “붓재주가 뛰어난 그림지기”보다는 “붓을 알뜰살뜰 즐겁게 쥐는 그림지기”가 걸어가는 길을 지켜보면서 네 해를 기다렸다지요.


  우리는 어느새 다들 잊어가지만, 논에 따로 ‘물주기’를 안 합니다. ‘물대기’는 하되, ‘빗물’을 모아서 댑니다. 나락(쌀알)을 살찌우는 숨빛은 바로 ‘하늘비(빗방울)’입니다. 마늘을 살리는 숨빛은 겨울바람과 겨울눈과 봄안개와 봄이슬이에요. 한겨레 첫이야기는 ‘쑥·마늘’ 두 가지를 온날(100일) 동안 품어서 가시내로 거듭난 곰을 짚으면서, ‘마늘·쑥’ 두 가지를 끝내 못 품고서 달아난 머스마 자리인 범을 넌지시 다룹니다. ‘숲빛(쑥·숲살림) + 들빛(마늘·밭살림)’이기에 아기를 몸에 품어서 낳습니다. 비록 달아났으나 머스마(머슴)는 의젓하게 일손을 맡는 일꾼(머슴) 노릇입니다. 둘을 하나로 품는 마음으로 마늘을 얻고 나눕니다.


ㅍㄹㄴ


《헌법을 우리말로 다듬었다고?》(한실, 배달말터, 2025.2025.11.21.)

《내 서글픈 언니들의 노래》(김기래, 도르, 2026.1.7.)

《네 맘은 그래도 엄마는 이런 게 좋아》(고미 타로/이정선 옮김, 베틀북, 2001.8.25.)

#わたしのすきなやりかた #五味太郞

《모두에게 배웠어》(고미 타로/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5.12.22.)

#모두가가르쳐주었어요 #みんながおしえてくれました

《한밤중에 강남귀신》(김지연, 모래알, 2018.7.7.)

《안녕, 우리들의 집》(김한울, 보림, 2018.11.15.)

《여우 요괴》(정진호, 반달, 2023.2.1.)

《눈 오는 날》(엠마누엘레 베르토시/이순원·김은정 옮김, 북극곰, 2011.10.12.첫/2023.3.21.6벌)

#Neveade #EmanueleBertossi (2008년)

《우리 함께 겨울을 보내면 어떨까?》(앙드레 프리장/제님 옮김, 목요일, 2024.10..7)

#AndreePrigent #Et si on passait l'hiver ensemble? (2023년)

《첫눈이 오면》(라데크 말리 글·마리에 슈툼프포바 그림/제님 옮김, 목요일, 2024.11.25.)

#RadekMaly #MarieStumpfova #TheFirstSnow

+


《A Day on Skates》(Hilda Van Stockum, Bethlehem Books, 1934 첫/1994.)

- https://en.wikipedia.org/wiki/Hilda_van_Stockum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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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어제 내가 본 나무 (2025.12.29.)

― 서울 〈악어책방〉



  우리가 바라보는 별은 워낙 이 푸른별에 댈 수 없도록 크다고 하는데, 막상 우리별에서 바라보는 뭇별은 당근씨나 파씨나 부추씨처럼 조그맣다고 느낍니다. 작은책집 한 곳은 드넓은 서울에 대면 얼핏 초라하거나 호졸곤해 보일 수 있어요. 작은책집은 자그맣기에, 별씨 한 톨만 한 크기로 반짝이지요. 작은책집은 작은씨앗과 마찬가지라서, 나란히 별씨 한 톨만큼 작은책손을 길동무로 맞아들이고요.


  어느 날 문득 “‘미워해서(저주)’ 바꿀 수 있으면, 이 별은 진작 싹 바뀌었구나!” 하고 혼잣말이 터져나왔습니다. 여러모로 보면 우리는 자꾸자꾸 서로 미워하고 싫어하고 등지고 손가락질하는 짓에 길들더군요. 저놈은 저런 짓을 해서 잘못했고, 잘못값을 치러도 언제까지나 미움받아야 한다고 여기며 미움씨를 스스로 심어요. 요늠은 요런 짓을 벌여서 잘못이니까 요놈이 죽을 때까지 요 잘못을 끝없이 되새기고 외치면서 그냥 내치고 내몰기까지 하는 불씨를 우리 스스로 퍼뜨려요.


  설거지를 돕다가 그릇을 깬 아이한테 스무 살에도 마흔 살에서 예순 살에도 “너 그때 접시 깼잖아!” 하고 이글이글 타올라야 할까요? 사랑에 크기가 없이 오롯이 사랑이듯, 잘못에도 크기가 없이 그저 잘못입니다. 잘한 일에도 크기가 없이 그대로 잘한 일이고, 착한 일에도 크기가 없이 옹글게 착한 일입니다. 높낮이를 죽죽 갈라서 금을 그을 적마다, 우리 손으로 미움씨에 불씨에 시샘씨를 심고 맙니다.


  서울에 닿아서 두 군데 책집을 들르려고 하는데, 한 곳은 길그림에만 있다고 나오고 정작 마을에는 없습니다. 한참 헤매다가 길손집에 일찍 깃들기로 합니다. 미리잡기를 한 때보다 일찍 들어가면 1만 원을 더 내야 합니다. 길손집 옆 잎물집에서 1시간을 보낼까 헤아리다가 그냥 1만 원을 더 내고서 쉬기로 합니다.


  푹 쉰 뒤에 〈악어책방〉으로 건너갑니다. 겨울 복판이고, 길은 꽁꽁 얼지만, 시내버스나 전철은 매우 덥습니다. 버스를 탄 분은 하나같이 미닫이를 열고서 바깥바람을 쐬는군요. 아주 뒤죽박죽 같습니다.


  춥기에 불을 땔 만합니다. 춥기에 알맞게 불을 땔 노릇입니다. 여름에는 가볍게 차려입고서 일하고, 겨울에는 도톰히 갖춰입고서 일하면 됩니다. 여름에는 땀을 빼고, 겨울에는 손이 곱으면 됩니다. 밥은 ‘제철’을 살피지만 날씨와 삶은 제철을 잊는다면 ‘저(제·나)’를 나란히 잊어요. 아니, 요즈음은 밥도 날씨도 삶도 ‘철’을 그냥 잊고 잃느라, 스무 살에도 마흔 살에도 예순 살에도 ‘어른’이 아닌 ‘철바보’인 채 맴도는구나 싶습니다.


  마음에 말 한 마디를 놓으면서 스스로 피어날 수 있습니다. 아무 말이나 남(사회)을 따라서 쓰기보다는, 나너우리를 어우르는 별빛을 담은 말씨를 함께 놓아요.


ㅍㄹㄴ


《녹색평론 191》(김정현 엮음, 노객평론사, 2025.9.8.)

《모양모양 vol. 9》(구선아 엮음, 양천문화재단, 2024.4.30.)

《모양모양 vol. 10》(구선아 엮음, 양천문화재단, 2024.6.30.)

《모양모양 vol. 11》(구선아 엮음, 양천문화재단, 2024.9.30.)

《2026 그림책 수첩》(편집부, 한국그림책출판협회,2025.12.)

《눈과 보이지 않는》(데이브 에거스 글·숀 해리스 그림/송섬별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4.8.14.)

#The Eyes and the Impossible #DaveEggers #ShawnHarris

《여우》(마거릿 와일드 글·론 브룩스 그림/강도은 옮김, 파랑새, 2012.7.25.첫/2022.12.15.11벌)

#MargaretWild #RonBrooks #fox

《잇차! 내 일》(미량, 문화예술창작소 그리다, 2025.9.30.)

《료의 생각 없는 생각》(료, 열림원, 2025.6.16.첫/2025.8.15.6벌)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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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타 타 (2026.1.23.)

― 부산 〈책과아이들〉



  아직 서울에서 살던 2003년 무렵에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헌금 30억 원’ 이야기가 ‘이해찬 씨’ 입을 거쳐서 터져나온 바 있습니다. 그동안 까맣게 잊다가 불쑥 떠오릅니다. 아직 그때 그 일을 다룬 글(신문기사)을 조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즈막에 ‘민주당 김병기·강선우 공천헌금 + 통일교·신천지 정치공작’을 드디어 조금 건드리는 시늉을 하는구나 싶습니다만, ‘고작 1억 원’이나 ‘몇 천만 원’일 수 없는 뒷돈입니다. 모든 뒷짓과 뒷돈을 씻어야 나라를 바꿉니다.


  저쪽과 그쪽이 저지른 몰래짓과 몰래돈뿐 아니라, 이쪽이 일삼은 멍청짓과 멍청돈을 낱낱이 뱉어내야지요. 아름마을과 아름살림으로 돌아서려고 할 적에 차분히 거듭나요. 아무리 여름이 길더라도 곧 가을로 접어들어 열매가 무르익습니다. 아무리 겨울이 길다지만 이내 봄으로 넘어들며 새싹이 틉니다. 이 땅도 곧 겨울을 마치고서 푸릇푸릇 피어나려고 합니다.


  새벽부터 실컷 달리고 뛰고 돌아다녔습니다. 저물녘에 〈책과아이들〉에 닿습니다. 짐을 풀고 발을 씻습니다. 바닥에 누워 몸을 폅니다. 욱씬욱씬 발바닥을 가만히 감싸쥡니다. 살살 주무르면서 달랩니다. 조금 기운을 차린 뒤에 2026년 첫 수다꽃을 엽니다. 올해에 여러 이웃님하고 함께 일굴 이야기씨앗은 ㄱ부터 ㅎ 사이에서 가만히 넘실거리고 찰랑찰랑 춤사위로 어울리리라 봅니다.


  우리말에서 ‘ㅌ’은 ‘ㄷ’하고 ‘ㄸ’하고 맞물리며 나란합니다. ‘땅’을 이루듯 ‘땋’는데, 땅에 발이 ‘닿’으면서, 땅이란 씨앗을 담아서 다사로이 돌보는 곳입니다. 바닥과 바탕은 단단하거나 딴딴할 만하며, 탄탄하거나 튼튼할 만합니다. 바람을 타고 틈을 타고 살림을 타고 가락을 타고 손길을 타고 솜을 타고 물을 타고 보람을 타고 수줍음을 탑니다. 때로는 불씨로 활활 타고요. 타오르기에 젊다고 여기는데, ‘타다 + 오르다’입니다. 탓하고 타박하고 타령하는 늪이에요. 타이르기에 어질다고 하며, ‘타다 + 이르다’입니다. 토닥이고 다독이는 숨빛이지요.


  타오르는 불씨는 잿더미라는 죽음길로 갑니다. 타이르는 말씨는 푸른씨앗을 퍼뜨리는 들숲메로 갑니다. 이른바 ‘불(분노·정열)’은 서로 죽이고 죽는 불늪이라면, ‘풀’은 풀씨이기에 풀면서 푸근하고, ‘물’은 ‘물씨’라서 맑고 많아 넉넉히 나누게 마련입니다.


  좋은말을 하기에 좋은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나쁜말을 하니 나쁜마음이 깊어가듯, 좋은말만 하려고 들면 ‘좋다’랑 한짝을 이루는 ‘싫다’와 ‘나쁘다’가 함께 물결쳐요. 모든 말은 씨앗이니, 스스로 심어서 가꿀 마음을 담으면서 바꿉니다.


ㅍㄹㄴ


《고래와 함께 춤을》(황혜리라, 도르, 2026.1.7.)

《아빠는 미아》(고미 타로/이종화 옮김, 비룡소, 2001.6.1.첫/2004.3.1.5벌)

#とうさんまいご #五味太郞

《아름다운서재 Vol.21 사랑 저항 운동》(전민영 엮음, 인사회, 2025.3.28.)

- 2025 인문사회과학추천도서목록

《남의 여명으로 청춘하지 마 1》(후쿠야마 료코/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11.30.)

#人の余命で靑春するな #福山リョウコ

《교장 선생님의 말이 길어》(후쿠야마 료코/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11.30.)

#校長の話が長い #福山リョウコ

《인간보다 위대한 존재는 없다!》(최정일, 좋은땅, 2025.5.5.)

《당신도 신입니다!》(최정일, 좋은땅, 2025.7.12.)

《우리의 슬픔은 전문적이고 아름다워》(리산, 교유서가, 2025.11.26.)

《으라차차 손수레》(차영미 글·나다정 그림, 브로콜리숲, 2020.6.10.)

《안철수의 힘》(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12.7.22.첫/2012.7.23.2벌)

《떠드니까 아이다》(백설아, 걷는사람, 2023.1.5.)

《생명의 여자들에게 : 엉망인 여성해방론》(다나카 미쓰/조승미 옮김, 두번째테제, 2019.9.5.)

#いのちの女たちへ #とり亂しウ-マン·リブ論 #田中美津

《마법은 없었다》(알렉상드라 알리옹 코드/목수정 옮김, 에디터, 2023.10.10.)

#Les apprentis sorciers #AlexandraHenrionCaude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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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넋

시큰발



  우리말 ‘골’이 있다. 셈으로 치면 ‘10000’을 가리킨다. ‘골백번’ 같은 데에도 쓰지만, ‘골짜기’하고 ‘골머리’ 같은 데에도 쓴다. ‘즈믄(1000)’도 세기에 까마득하지만, ‘골(10000)’은 세자면 더더욱 아득하다. 우리 머리에서 생각을 빛처럼 지어내어 씨앗으로 심는 ‘곳’인 ‘골(뇌)’이니, 그야말로 숱하다고 여길 셈값이게 마련이다.


  우리말 ‘골’을 넣는 낱말로 ‘골고루’가 있으니, ‘골’이란 ‘고루’를 줄인 얼개라고 볼 만하다. 아프거나 괴롭다는 ‘골골’은 ‘곯다’나 ‘곪다’랑 맞물린다. ‘골짜기·골머리·골고루’라는 낱말로 잇는 ‘골’은 ‘고을’을 줄인 낱말이면서 ‘곳’을 거쳐서 ‘곱다’와 ‘곰’과 ‘고요’로 이으니, 별이 밝은 밤을 나타내는 자리로 고즈넉이 잇기도 한다.


  어느 때부터인가 ‘골걸음(만보 걷기)’을 하려는 분이 꽤 많은데, 집안일이나 밭일을 하노라면, 골걸음쯤 우습다. 아이랑 놀며 보금자리를 돌보노라면, 또한 쇠(자동차)를 몰지 않고서 걷거나 두바퀴(자전거)를 달리면 골걸음은 으레 날마다 할 테지.


  지난날 어린이는 누구나 언제나 끝없이 걸었다. 다리랑 무릎이 시큰하고 아파도 걷고 또 걸었는데, 맨몸이 아닌 짐을 쥐거나 메거나 이거나 안은 채 끝없이 걸었다. 한나절(4시간) 오가는 길을 심부름으로 짐을 나르기 일쑤였다. 요즈음 어린이는 발바닥이 보송보송하겠지. 지난날 어린이는 발바닥이 딱딱하고 울퉁불퉁했다. 내 발바닥은 어린날부터 딱딱하고 울퉁불퉁했지만, 여러 또래나 동무에 대면 ‘말랑발’이라며 놀림받았다. 그런데 내 발바닥은 갈수록 딱딱하고 단단하게 바뀐다면, 여러 또래나 동무는 갈수록 거꾸로 말랑발로 바뀌더라.


  어제는 고흥에서 새벽부터 달렸다. 아침에 부산으로 건너가서 낮 내내 걷고 서며 돌아다녔다. 저녁과 밤에 이야기꽃을 펴는 일을 할 적에는 모처럼 자리에 앉아서 퉁퉁 부운 발바닥과 발가락과 발등과 뒷꿈치와 종아리와 허벅지를 한참 주물렀다. 여태 이야기꽃을 펼 적에는 으레 서서 말을 했으나, 엊저녁에는 발과 다리를 주무르려고 내내 앉았다. 이러고도 발과 다리가 안 풀려서 밤새 등허리를 펴고서 가만히 주물렀고, 오늘 아침에도 덜 풀렸기에, 뒤뚱뒤뚱 절름절름 걸어서 전철을 타고 시외버스를 타고서 고흥으로 돌아왔지. 마지막으로 시골버스를 기다려서 타야 하는데, 발과 다리를 헤아려서 택시를 불렀다. 15km를 달리며 17000원을 치르는 삯은 조금도 아깝지 않다. 애쓰고 힘쓴 발과 다리를 지켜야지.


  집에서 씻고서 같이 저녁을 먹는다. 부엌에 앉아서 또 주무르며 풀어준다. 이제 비로소 조금 풀린다. 이튿날 마저 잘 쉬고서, 달날(월요일)에 서울로 일하러 즐겁게 가자. 다 풀고서 움직여야지. 달날과 불날(화요일)에도 실컷 걸어다니면서 이웃을 만나고 이야기꽃을 펴고 책집마실을 할 테니까. 2026.1.24.흙.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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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감천동 가맛길 (2026.1.23.)

― 부산 〈마주서가〉



  저는 쇠(자동차)를 여태 안 몰 뿐 아니라, 앞으로도 몰 마음이 없습니다. 읽고 쓰는 사람은 다리로 걷고, 손으로 적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에 담고, 머리로 생각하고, 살갗으로 겪어서 온넋으로 받아들일 노릇이거든요.


  어디를 가든 으레 쇠를 모는 분이라면, 으레 “쇠를 바탕으로” 둘러보고 바라보고 느껴서 삶과 마음에 담습니다. 어디를 가든 언제나 걷고 서고 기다리고 지켜보는 분이라면, 언제나 “팔과 다리와 몸을 바탕으로” 돌아보고 헤아리고 살펴서 삶과 마음에 담아요.


  말만 바꾸기보다는, 삶부터 바꿀 일이라고 느낍니다. 스스로 보내는 하루에 따라서, 스스로 가꾸는 마음이 다르고, 스스로 짓는 삶이 달라요. ‘낳은아이’를 보든 ‘이웃아이’를 보든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몸으로 낳았기에 더 들여다보면서 사랑해야 하지 않아요. 푸른별에 태어난 뭇아이를 나란히 품으면서 ‘우리집’에서 함께 지내는 아이하고 함께 지피면서 지을 살림길을 헤아리기에 즐겁습니다.


  새벽길을 나서며 닿은 부산에서 시내버스 15으로 바로 갈아탑니다. 덜컹덜컹 흔들흔들 같이 덜컹이고 흔들리면서 노래를 한 자락 씁니다. 이윽고 시내버스 16으로 갈아탑니다. 굽이굽이 오르막을 한참 달리더니 사르르 내리막입니다. 이제 내려서 오르막을 걷습니다. 오르막이 끝나니 내리막이요, 이 어귀에 〈마주서가〉가 있습니다. 겨우내 시들되 아직 말짱히 한들거리는 풀포기를 바라보면서 깃듭니다.


  지난해에 이곳으로 첫걸음을 떼었고, 올해에 두걸음입니다. 책집지기님은 잠든 아기를 업고서 일합니다. 폭 곯아떨어진 아기이니 바닥에 고이 내려놓고서 등허리를 펴도 될 테지만, 아기는 이부자리뿐 아니라 엄마아빠 등판을 몹시 바라기도 합니다. 아니, 아기는 엄마아빠 등판과 가슴에 안긴 나날을 누리려고 찾아온다고도 느껴요. 사랑받는 하루가 기뻐서 웃는 아기는 엄마아빠한테 활짝 짓는 웃음꽃으로 어느새 사랑씨를 베풀지요.


  모래내 밑마을이라 여겨서 ‘사하(沙下)’라 하고, 모래내 윗마을이라 여기며 ‘사상(沙上)’이라 한다면, ‘모래밑골·모래웃골’인 셈입니다. 감천동은 ‘감내’를 한자로 옮겼을 뿐인 이름이라면, “높고 거룩하며 깊고 밝은 냇물”하고 얽힌 살림길이라는 뜻입니다. 밤낮없이 ‘가맛마을(산복도로 르네상스)’을 찾는 손님이 엄청난 듯합니다. ‘문화·관광·예술’은 먼발치가 아닌 ‘곁마을’에서 피어나게 마련이거든요. 이 마을에서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고, 느긋하며 즐거이 마을빛을 가꾸며 일하는 어른으로 설 수 있으면, 온누리 온곳이 가만히 빛날 만합니다.


《매달 아이를 그립니다》(배소현, 오늘의기록, 2025.9.9.)

《책 먹는 여우의 겨울 이야기》(프란치스카 비어만/송순섭 옮김, 주니어김영사, 2020.12.10.첫/2025.9.19.8벌)

#FranziskaBiermann #Herr Fuchs mag Weihnachten! (2020년)

《ひとりでゆっくり 韓國語入門》(チョ·ヒチョル, チョン·ソヒ, CUON, 2020.9.10.)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최은경, 덴스토리, 2017.5.1.)

《돌아올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김명기, 걷는사람, 2022.1.1.)

《말썽꾸러기 로타》(아스트리드 린드그렌/황경원 옮김, 다락방, 2004.8.30.)

《민주당을 떠나며》(털시 개버드/송영길 옮김, 메디치, 2025.9.8.첫/2025.9.22.3벌)

#TulsiGabbard #For Love of Country #Leave the Democrat Party Behind (202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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