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깎 (2022.5.23.)

― 서울 〈서울책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깎아내릴 수 없어요. 모든 말은 스스로한테 하는 말이거든요. 남을 깎아내리려고 하는 말은 늘 그이 스스로 깎아내리는 터라, 둘레에서 그런 말을 쓰든 말든 우리는 빙그레 웃으면 그만이에요. 그들은 마음을 휘어잡으려고 그런 말을 쓰거든요. 또한 우리가 그들이나 다른 누구를 미워하면, 이 미움빛이 그들을 먹여살리는 구실을 합니다.


  누가 나를 보면서 “병신 같은 게” 같은 말을 하면, “네, 제가 좀 아픕니다. 제가 아프니 앓으면서, 천천히 배우며 살아갑니다. 저는 제가 바라보니 그대는 다른 아픈 사람을 돌아보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빙그레 웃으며 대꾸합니다. 또는 그저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뒤돌아섭니다. 저는 누구하고도 미움빛을 섞으면서 삶을 갉고픈 마음이 없습니다.


  어버이가 착하게 살면 아이도 착하게 마련입니다. 어버이가 아름답게 살면 아이도 아름답게 마련입니다. 어버이가 슬기롭게 살면 아이도 슬기롭게 마련이에요. 다만, 어버이가 안 착하고 안 아름답고 안 슬기롭더라도, 아이는 어버이를 거울로 삼아서 착하고 아름답고 슬기롭게 삶을 새로 지을 수 있는 마음빛이 있어요.


  서울마실을 합니다. 〈서울책보고〉에서 마을책집 두 곳을 알려주는 이야기를 펴기 앞서 골마루부터 누빕니다. 오늘 품을 책부터 건사하고서야 일을 합니다. 어린날에는 어린날대로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 스쳤고, 푸른날에는 푸른날대로 마음을 감싸는 책이 스몄습니다. 오늘은 오늘대로 마음을 토닥이는 책이 눈앞에 있어요. 모든 다른 책을 모든 다른 때에 다르게 손에 얹고서 읽습니다.


  빛나는 나날을 보낸 하루가 지나갑니다. 새해 새봄에도, 지난해 첫봄에도, 다가올 이듬해 봄에도, 하늘을 씻어 주는 빗방울노래와 함께하기를 바라면서 거닐고, 멈추고, 다시 거닐고, 새로 하늘을 보고, 문득 바람을 맛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은 늘 ‘앞(미래)’이면서 ‘뒤(과거)’입니다. 그런데 우리말을 짚어 보면 ‘앞’은 ‘미래·과거’를 나란히 나타내고, ‘뒤’도 ‘과거·미래’를 함께 나타내요. 앞도 뒤도 쳐다보지 않고서 늘 ‘나(오늘)’를 바라보는 마음이라면, 누구나 빛나는 씨앗을 말로도 글로도 옮기는구나 하고 느껴요.


  내가 보기에는 “내가 있기에 네가 있”다면, 네가 보기에는 “네가 있기에 내가 있”어요. 우리는 다 다른 넋이면서 모두 나란히 하늘넋이고 바다빛이며 들얼이자 숲노래입니다. 못난책을 멀리하거나 좋은책을 가까이하지 않습니다. 그저 다 다른 책에 다다르려고 손을 뻗으면서 서로서로 다가서고 다가올 뿐입니다.


ㅅㄴㄹ


《누군가 사랑하기에!》(헬렌 스타이나 라이스/편집부 옮김, 보이스사, 1989.8.28.중판)

《배가본드 14》(요시카와 에이지 글·이노우에 타카히코 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2.7.30.)

《개와 산다는 것 1》(이시카와 유고/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5.1.30.)

《생활의 길잡이 2-1》(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국정교과서주식화사, 1995.9.1./1999.9.1.)

《생활의 길잡이 3-2》(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국정교과서주식화사, 1996.9.1./1998.9.1.)

《생활의 길잡이 4-2》(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국정교과서주식화사, 1996.9.1./1998.9.1.)

《실과 4》(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국정교과서주식화사, 1996.3.1./1999.3.1.)

《실과 5》(교육부·한국교원대학교 1종도서연구개발위원회, 대한교과서주식회사, 1997.3.1.)

《실과 6》(교육부·한국교원대학교 1종도서연구개발위원회, 대한교과서주식회사, 1997.3.1./2001.3.1.)

《길과 풍경과 시》(허만하, 솔, 2002.12.10.첫/2002.12.30.2벌)

《캠핑》(차현희 엮음, 총리원교육국, 1965.9.20.)

- “젠센기념관 장서” 535

- 빌린이 없음

《믿음으로 산 위인들 1 문둥이의 벗 다미엔》(신복윤 엮음, 기독교어린이문화관, 1960.6.20.)

《느릅골 아이들》(임길택, 산하, 1994.9.27.첫/2006.11.15.31벌)

《딸꼬마이》(이상권, 산하, 1991.8.20.첫/2001.3.20.11벌)

《후쿠시마 사고 Q&A》(고이데 히로아키/고노 다이스케 옮김, 무명인, 2012.10.25.)

《極限の民族》(藤木高嶺, 朝日新聞社, 1968.5.10.)

《성산별곡》(윤태호, 료녕민족출판사,1997.11.)

《石燈籠》

《CAMBODIA》(임종진, 오마이북, 2014.6.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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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하는 마음 (2024.12.22.)

― 부산 〈책과 아이들〉



  한 해를 마감하는 때를 ‘섣달 그믐’이라 합니다. 새롭게 한 해를 여는 날을 ‘설날’이라 합니다. 우리 겨레는 달종이가 아닌 날씨를 살피고 하늘빛과 바다빛과 들빛과 숲빛을 고루 헤아리면서 ‘섣달·설날’이란 두 이름을 붙입니다.


  끝날과 첫날을 잇는 낱말이 ‘서’입니다. ‘서다’ 하나를 ‘멈춰서다’로 새기면서 ‘섣달’로 붙인다면, ‘서다’ 둘을 ‘일어서다’로 새기면서 ‘설날’로 붙입니다. 까마득히 오랜 나날 수수께끼로 이은 우리 말밑입니다. 그러나 이런 말빛을 배움터에서 슬기롭게 가르치는 길잡이는 아직 없어 보입니다.


  차근차근 매듭을 짓고 마감하는 나날입니다. 부산으로 ‘이오덕 읽기 모임’을 꾸리러 가는 길에도 여러모로 마감글을 추스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며 이웃하고 으레 “산타는 바로 여러분 스스로예요. 내가 나한테 주는 빛을 ‘선물’이라고 말한답니다“ 하고 속삭입니다. 우리는 서로 ‘빛’을 주고받습니다. ‘덩이’를 주고받지 않아요. 덩이나 돈을 주고받더라도, ‘이 덩이에 빛을 담아’서 주고받게 마련이고, 빛으로 마주하는 사이라서 오래오래 반갑습니다.


  ‘반갑다’라는 낱말은 ‘밝다’를 나타내요. 아무나 안 반갑지요. 밝게 웃고 노래하고 이야기할 사이일 때에만 반갑습니다. 반갑게 여밀 끝날과 새날을 그리면서 짐을 꾸려서 길을 나섭니다. 가는 길도 오는 길도 매한가지입니다. 시골마을을 뜸하게 지나가는 버스를 먼저 타고, 읍내에서 이웃고을로 넘어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다시 부산으로 가로지르는 버스를 탑니다. 부산에서는 버스나 전철로 마을책집으로 또 나아가지요. 이러구러 길에서 늘 일고여덟 시간을 가볍게 보냅니다.


  아침에 겨울빛을 듬뿍 누리면서 〈책과 아이들〉에서 ‘바보눈’ 여덟걸음을 잇습니다. 처음에는 겨울빛이더니 이내 겨울볕으로 포근포근합니다. 까치가 동백꽃을 톡톡 쪼아먹는 모습을 다같이 지켜보면서 ‘힘들면서 즐거운’이라는 글이름으로 저마다 쪽글을 씁니다. ‘힘들다 = 힘을 들이다’라는 뜻입니다. 힘을 들이기에 나쁘다는 결이 아닌, 그저 스스로 새롭게 지으려고 온몸을 다하여 힘을 들인다는 길이고, 온몸에 이어 온마음을 나란히 들이기에 늘 즐겁습니다.


  책은 눈으로도 읽지만, 먼저 마음으로 읽습니다. 다음으로 손길로 읽고, 언제나 우리 숨결에 흐르는 사람으로 늘 읽어요. 첫자락에 매듭을 짓는 읽기와 쓰기가 있고, 끝자락에 비로소 매듭을 보는 일거리가 있어요. 흐르는 마음에 별빛을 한 줄기 얹으면서 가다듬습니다. 오가는 눈빛에 이야기를 사르르 놓으면서 매만집니다. 오늘도 모레도 어제도 하나로 흐르면서 마주하는 발걸음입니다.


ㅅㄴㄹ


《인형의 집》(루머 고든 글, 조안나 자미에슨· 캐롤 바커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2008.4.10.첫/2020.12.7.16벌)

《빛을 가진 아이들》(이가을, 대원사, 1997.1.5.)

《라퐁텐 우화집》(라퐁텐/이가을 엮음, 대원사, 1990.6.5.첫/1999.5.25.7벌)

《열두 살의 전설》(고토 류지/박종진 옮김, 우리교육, 2003.11.30.첫/2015.7.20.6벌)

#後藤?二 #鈴木びんこ 

#後藤龍二 #12歲たちの傳說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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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아이랑 거닐며 (2024.2.5.)

― 서울 〈숨어있는 책〉



  큰아이랑 일산에 계신 아이들 할머니를 뵙고, 이모·이모부랑 동생을 만나고서 서울로 건너옵니다. 이모네에서 더 머물다가 움직일 수 있지만, 버스때에 빡빡하게 움직이면 으레 서울에서는 곳곳이 붐빕니다. 일찌감치 서울로 옮기는데 퍽 일찍 들어섰구나 싶고, 얼굴이라도 비추려고 〈숨어있는 책〉에 찾아갑니다. 큰아이가 갓난쟁이일 적에 업고서 찾아오기도 했고, 큰아이가 자라는 동안 틈틈이 찾아왔는데, 책집지기님은 벌써 열일곱 해나 지난 옛일을 떠올립니다.


  설날을 앞두고 하늘을 파랗게 씻으려는 늦겨울비가 포근하게 적시는 나날입니다. 서울에서도 시골에서도 철 따라 새롭게 찾아오는 바람과 해와 비를 마주합니다. 맑게 개면 ‘맑다’하고 ‘개다’라는 오랜 우리말을 돌아보고, 궂거나 비가 오면 ‘궂다’하고 ‘비’라는 오랜 우리말을 생각합니다. 파란하늘을 나타내는 ‘파랗다’에는 어떤 숨결이 깃들었을까요? 구름이 짙어 흐린 날씨를 알리는 ‘흐리다’에는 어떤 숨빛이 흐를까요?


  새해 첫머리에 《우리말꽃》을 써내었습니다. 이 책에 가볍게 다루기도 했는데 ‘개’라는 낱말은 ‘개다’하고 얽힙니다. ‘개나리·개오동나무’에 붙는 ‘개-’는 “작은 숲빛”을 품어요. 빨래를 개고, 반죽을 갠다는 몸짓에는 “정갈하게 빚는” 손길을 품습니다. 짐승을 가리키는 ‘개(가이·가히)’는 마땅히 이 두 가지를 아울러요.


  수수한 말씨에 수수께끼가 숨습니다. 수수께끼란 숲빛으로 반짝이는 살림결입니다. 어느 나라·겨레도 그냥 ‘말소리’만 나누지 않습니다. 말마디에 마음을 담아서 ‘숨소리’를 드러내요. 가장 쉽고 흔하다고 여길 낱말에 언제나 오늘 하루를 새롭게 가꾸는 밑거름인 말씨앗이 도사립니다. 모든 사람이 삶말로 마음씨를 일구고 살림말로 매무새를 돌볼 줄 안다면 온누리는 천천히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이제 시골집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슬쩍 골마루를 돌며 살핀 책을 주섬주섬 모읍니다. “오늘 돌아가면 언제 또 서울 와?” “일이 있으면 올 테지만 일이 없으면 2025년에 뵐는지 몰라요.” 서울마실을 올해에 새로 하더라도 다시 노고산동 언저리를 지나갈 수 있는지는 모릅니다. 지난날 〈숨어있는 책〉을 사흘마다 들락거릴 적에도 ‘바로 오늘이 마지막 들르는 날’이라 여기며 책을 살펴 읽었습니다. 올해이든 다음해이든 ‘새걸음이 끝걸음일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한 자락을 쥐고 두 자락을 쓰다듬습니다. 다만, 아무리 드문드문 들르더라도 마음으로는 한결같이 곁에 있다고 여겨요. 아이하고 걷는 길도 혼자이든 함께이든 한꽃같이 누리는 삶입니다.


ㅅㄴㄹ


《러시아 혁명사 2》(편집부 엮음, 거름, 1990.3.22.)

- 열린글사랑. 541-4810 사회과학서적

《日本言論界와 朝鮮 1910-1945》(강동진, 지식산업사, 1987.9.25.)

《日帝言論界의 韓國觀》(강동진, 일지사, 1982.7.30.)

《말도로프의 노래》(로트레아몽/윤인선 옮김, 청하, 1987.2.25.첫/1988.6.30.4벌)

《모래 위에 쓰는 글》(남재희, 경미문화사, 1978.5.20.)

《茶山詩選》(정약용/송재소 옮김, 창작과비평사, 1981.12.20.)

《꼬까신》(최계락, 문학수첩, 1988.10.20.)

《사무원》(김기택, 창작과비평사, 1999.5.1.첫/2000.5.15.2벌)

《싱글》(김바다, 실천문학사, 2016.11.16.)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프레데리크 그로/이재형 옮김, 책세상, 2014.12.15.)

《養兎·山羊》(채동섭, 화학사, 1967.1.10.)

《두 번째 글쓰기》(최정, 오월의봄, 2021.10.18.)

《白頭山登陟記》(안재홍, 백두산자료특별전기념·삼성출판박물관, 1931.6.30.첫/1993.10.영인)

《日本史にみる 女の愛と生き方》(永井路子, 新潮社, 1983.3.25.첫/1983.6.15.3벌)

《日本女性の生活社》(?口淸之, 講談社. 1977.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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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2.21. 못생겼어요



 남한테 물들고 난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못생겼어요!”나 “잘생겼어요!” 하고 외친다. 난 못생기지도 잘생기지도 않았으니, 누가 날 보며 두 가지 가운데 한 가지를 말하면 오글거린다. 사람도 새도 나무도 못생겼거나 잘생겼을 수 없다. 벌레에 헤엄이에 도깨비도 말을 못생기거나 잘생길 턱이 없다.


  아이들은 둘레에서 떠드는 말씨를 모조리 살핀다. 무슨 뜻이나 씨앗이 깃드는지 모르는 채 그저 따라하기도 한다. 그런데 남한테 안 물든 아이는 딴 사람처럼 섣불리 못생겼다거나 잘생겼다는 말을 삼간다.


  위아래로 금을 매기려는 얼뜬 버릇으로 아이들을 물들이는 바보짓인 줄 느끼고 알아보아야 함부로 안 물들인다. 처음 보는 얼굴만으로 이러쿵저러쿵 값을 매기는 호들갑을 걷어치우지 않을 적에는 가두리로 간다.


  굳이 어렵게 ‘자본주의’라든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을 안 붙여도 된다. 몸에 옷이 아닌 플라스틱을 걸치고 바르지 않았는가? ‘수상작’이나 ‘추천작’이라는 이름을 따라다니지 않는가? ‘등단’을 하지 않고서 ‘기자’를 사귀지 않는 사람은 우리나라 글밭에 몇이나 있을까?


  아침에 작은아이가 배웅을 한다. 혼자 부산으로 이오덕읽기모임을 꾸리러 나선다. 시골에서는 면사무소나 읍내 다녀오는 길도 멀고, 큰고장이나 서울은 까마득하다. 그저 여러 이웃이 저마다 그곳에서 스스로 살림길을 찾아가는 하루에 길동무로 서려고 움직인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얀 섣달 스물하루가 흐른다. 이제 해가 높아간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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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사랑이란? (2024.10.19.)

― 부산 〈카프카의 밤〉



  가을비가 조금씩 젖어드는 늦은저녁에 〈카프카의 밤〉에 깃듭니다. 오늘은 《울면서 하는 숙제》라고 하는 퍽 묵은 책을 곁에 놓고서 이오덕 어른을 되새기는 이야기꽃을 폅니다. 어느새 밤새 울면서 끙끙거리는 아이는 확 사라집니다. 예전에는 배움터마다 길잡이가 아이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라도 난 듯이 괴롭히기 일쑤였습니다. 이 탓에 오래오래 목소리가 모이고 쌓여 드디어 ‘배움길빛(학생인권조례)’을 세울 수 있어요. 그런데 배움길빛을 세우려는 마음을 차츰 잊습니다. 왜 아이가 사랑받으며 자라야 하는지, 사랑 아닌 굴레를 쓰면 마을과 보금자리와 나라가 어떻게 흔들리는지 차츰 잊어버리는 듯싶습니다.


  우리는 이제 ‘최선’이 없을 적에 ‘차선’을 고르지 말아야 한다고 느껴요. 그저 ‘착함’만 골라야 할 일이라고 느낍니다. ‘가장 나은 착함’이나 ‘그다음 착함’으로 가를 수 없어요. 착하면 그저 착하고, 안 착하면 “그저 안 착할” 뿐이에요. 안 착하지만 ‘착한척·착한흉내·착한시늉’을 하는 허울과 껍데기를 모두 내려놓고서 오롯이 ‘착하고 참하고 아름다워 사랑인 길’로 하루를 살아갈 적에 누구나 스스로 빛난다고 느껴요.


  착함에는 으뜸착함이나 버금착함이 없습니다. 참다움에도 으뜸착함이나 꼴찌착함이 없어요. 사랑에도 으뜸사랑이나 딸림사랑이 없습니다. 미움과 부아와 시샘도 그저 미움과 부아와 시샘입니다.


  한자말 ‘의무’는 ‘짐’을 나타냅니다. ‘짐(의무)’을 품고 맡을 적에는 ‘몫(권리)’이 뒤따라요. 몫(권리)을 누리려면 어떤 짐(의무)을 맡아야 하고요. 이와 달리, ‘사랑’은 사람으로서 숲을 품으면서 서로 수수하게 나누는 숨빛인 사이에서 태어나며 맑고 밝은 씨앗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즐겁게 나누면서 서로 아름답게 나아가는 빛씨앗인 사랑에는 아무런 짐이나 몫이 없어요.


  사랑은 언제나 사랑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나를 나로서 나답게 바라보려면 ‘다른 것(짐·몫·자리·벼슬·돈·이름)’을 모두 내려놓거나 벗거나 씻고서 그저 사랑이어야지 싶습니다. 사람으로서 사랑을 하지 않기에 자꾸 ‘다른 것’을 살피느라, 짐과 몫 사이에서 헤매고 무겁고 벅차다가 쓰러진다고 느껴요. ‘좋은책’도 ‘좋은문학’도 나쁘지는 않을 테지만, 짐과 몫이 나란하다고 느낍니다.


  짐을 싣지 않는 길로 가야지 싶습니다. 지으면서 어울리는 오늘을 열어야지 싶습니다. 몫을 바라지 않는 길을 그려야지 싶습니다. 몸과 마음이 빛나는 씨앗 한 톨로 무럭무럭 자라나는 하루를 살아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진은영, 마음산책, 2024.9.15.)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김영건, 어크로스, 2022.6.10.)

《엄마의 골목》(김탁환, 난다, 2017.3.3.)

《성수기도 없는데 비수기라니》(김택수, 지구불시착, 2021.7.20.)

《여자는 무엇을 욕망하는가》(우치다 타츠루/김석중 옮김, 서커스, 2020.8.5.)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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