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2. 늦잠 제잠



  지난 쇠날(금요일)에는 늦잠을 누리느라 04시에 하루를 열었다. 흙날(토요일)에도 늦잠을 즐기면서 03시에 하루를 폈다. 해날(일요일)은 비로소 01시에 하루를 돌보며 ‘제잠(제대로잠)’이었고, 달날에도 01시에 느긋이 하루를 틔운다.


  온누리 누구나 02∼03시 사이에 하루를 연다면, 이 터전이 아름다우리라 본다. 우리 눈코귀입에 몸마음은 01시 즈음에 맑게 기지개를 켜고, 02시에 바야흐로 훅 열리고, 03시에 밝게 피어나고, 04시에 고즈넉이 자라난다. 05시는 꽃이 지며 씨앗이 맺으려는 때이고, 06시는 느긋이 열매가 익는 때이다.


  이 얼거리를 옛사람 가운데 들사람과 숲사람과 멧사람과 바닷사람과 시골사람은 그저 온넋으로 알았다. 벼슬아치와 임금과 글바치와 나리와 싸울아비와 돈꾼은 모를 수밖에 없지.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그만 20∼21시에 안 잠든다. 새로 태어나듯 깨어날 때까지 뭘 보거나 놀거나 일하느라 지치기 일쑤이다. 어린이는 20시에 자야 한다. 푸름이는 21시에 자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 앞날이 환하다.


  이따금 어른들은 바깥일을 보느라 좀 늦게 잘 수 있되, 되도록 어른들부터 ‘제때(20∼21)’ 자리에 누워서 하루그림을 새로 그리며 쉬어야 한다. 이런 길과 나라여야 어깨동무를 하고 사랑을 나눈다.


  나흘째 늦도록 바깥일을 보느라 졸립다. 부산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눈을 좀 붙이고서 마저 읽기쓰기를 하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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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2. ㄴ은 나다



  어제(2025.6.1) 부산 〈책과아이들〉에서 ‘우리말이 태어난 뿌리’ 두걸음을 폈다. 첫걸음에서는 “ㄱ은 가다”를 짚었고, 두걸음은 “ㄴ은 나다”를 다뤘다. 이다음에는 “ㄷ은 다다”를 들려주려고 한다. 이야기꽃을 펴며 나누어 주는 밑글을 손으로 그렸다. 낱말숲을 하나 일구었다.


  어느 나라·겨레에서 쓰는 어느 말이건, 낱말숲을 그리면서 말결과 말뜻과 말빛과 말밑과 말씨를 헤아린다. 낱말숲을 그리면서 말길을 차근차근 이어서 생각을 스스로 짓는다. 처음에는 낱말로 씨앗을 심는 ‘말씨(낱말씨)’요, 이윽고 말씨가 싹트면서 ‘낱말나무’를 이루고, 낱말나무가 우거져서 ‘낱말숲’을 이룬다.


  우리는 여태 낱말숲이 없는 채 낱말책이 두루뭉술하게 태어났다. 낱말숲을 짓는 길과 일도 ‘기초과학 및 학문’일 텐데, 막상 이러한 길과 일에 이 나라는 아무 마음이 없다. 낱말숲이 없는 채 어떤 AI가 나올까?


  아무도 이런 일을 안 할 수 있다. 밑돈(연구개발비)을 못 받는 터라, 이런 일을 하려고 나서는 사람이 안 보이기도 하고, 이런 일을 오래도록 해온 사람을 나라(정부)에서 먼저 알아보고서 밑돈을 대주는 일도 없다. 그러니까, 낱말숲을 이루어서 우리가 함께 말빛을 이루려는 사람이 저마다 스스로 품을 들여서 하는 일이다. 나는 이 일에 밑돈을 댈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만, 이렇게 낱말숲을 그려서 이웃님하고 나누는 동안, 낱말숲을 찬찬히 새로 가다듬는다. 나부터 우리말을 새록새록 배우고 익힌다. 나는 우리 아이들하고 곁님하고 이웃님이랑 서로 마음을 가꾸는 낱말노래를 부를 수 있다.


  오늘 고흥 보금숲으로 돌아간다. 쇠(지하철)는 시끄럽지만, 왼손으로는 책을 쥐고 오른손으로는 붓을 쥔다.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느끼고 온몸으로 첫여름 바람을 머금는다. 붉버찌(앵두)가 익는 엿쨋달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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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28. 2시간 40분



  서울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린다. 14:40 버스를 타려고 2시간째 기다렸고, 이제 40분을 더 기다리면 된다. 마치 하늘나루에서 날개를 기다리는 셈이다. 이따가 4시간 20분을 달려서 고흥읍에 닿더라도 다시 기다리거나 택시를 불러야 보금자리에 닿는다.


  서울로 오는 길에는 노래를 잔뜩 쓰고,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책을 신나게 읽는다.


  글은 누가 쓰고 누가 읽는지 돌아본다.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는 그들이 슬그머니 넘어가려 하고, 목소리를 내는 글바치는 드물다. ‘서울국제도서전 불참’을 밝히는 사람은 아직 잘 안 보인다. 나는 올해에 책손으로든 무엇으로든 갈 마음이 없다. 이대로라면 2026년에도 그곳에 갈 마음이 없다. 앞으로도 매한가지이다.


  삶과 살림과 숲과 사랑과 사람을 하늘빛으로 품고 풀어내는 이야기가 책이라는 꾸러미라고 본다. 서로 사이를 틔우고 잇는 실이자 노래이자 씨앗이 바로 책이라고 본다. 더 읽히거나 많이 읽혀야 할 책이 아닌, 사람으로서 사랑을 배우고서 살림을 익혀서 숲빛을 나누려는 사이로 만나는 이음길이 바로 책이라고 느낀다. 우리는 어떤 글을 쓰는가? 우리는 어떤 책을 사읽는가? 우리는 책숲(도서관)에 어떤 책을 놓는가?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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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27. 다니는 손



  서울에서 느즈막이 03시부터 하루를 연다. 오늘 다닐 길을 헤아리면서 등허리에 팔다리를 넉넉히 쉬고서야 일어나서 씻는다. 04시를 넘어도 까치산나루 둘레에서 술에 절어 웃고 떠드는 소리가 퍼진다.


  책짐을 안고 지며 걷는다. 한 손에는 글종이하고 책을 갈마든다. 걸을 적에는 읽고, 전철을 타면 쓴다. 내려서 걸으면 다시 읽고, 또 갈아타면 쓴다. 디딤돌로 오르내리면서 읽고, 이제 밖으로 나오며 해바라기를 한다.


  해길을 걸으며 읽는다. 길에서 전철에서 뒷간에서 우루루 흐르는 사람들은 꽃물(화장품) 냄새를 피우거나 손전화에 코를 박는다. 아침에 까치를 보았는데 까치가 울 적에 올려다보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나는 다닌다. 다니면서 읽고 쓰고 나눈다. 나한테 건넬 글을 쓰고, 이웃한테 드릴 글을 쓴다. 나는 손발로 다닌다. 눈코귀입으로 다닌다. 눈을 뜨고서 다니고, 눈감고서 숨결을 느끼며 다닌다. 오늘은 권정생 님 《짱구네 고추밭 소동》을 함께 읽고서 이야기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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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그림책 하나가 태어나는 길에

한 손을 거들어 본다.


https://tumblbug.com/etujubook


날마다 서너 사람씩 이웃이 되면

여름날 즐겁게 태어날 테지.


ㅍㄹㄴ


#걸었어 #어떤우주 #이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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