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2. ㄴ은 나다
어제(2025.6.1) 부산 〈책과아이들〉에서 ‘우리말이 태어난 뿌리’ 두걸음을 폈다. 첫걸음에서는 “ㄱ은 가다”를 짚었고, 두걸음은 “ㄴ은 나다”를 다뤘다. 이다음에는 “ㄷ은 다다”를 들려주려고 한다. 이야기꽃을 펴며 나누어 주는 밑글을 손으로 그렸다. 낱말숲을 하나 일구었다.
어느 나라·겨레에서 쓰는 어느 말이건, 낱말숲을 그리면서 말결과 말뜻과 말빛과 말밑과 말씨를 헤아린다. 낱말숲을 그리면서 말길을 차근차근 이어서 생각을 스스로 짓는다. 처음에는 낱말로 씨앗을 심는 ‘말씨(낱말씨)’요, 이윽고 말씨가 싹트면서 ‘낱말나무’를 이루고, 낱말나무가 우거져서 ‘낱말숲’을 이룬다.
우리는 여태 낱말숲이 없는 채 낱말책이 두루뭉술하게 태어났다. 낱말숲을 짓는 길과 일도 ‘기초과학 및 학문’일 텐데, 막상 이러한 길과 일에 이 나라는 아무 마음이 없다. 낱말숲이 없는 채 어떤 AI가 나올까?
아무도 이런 일을 안 할 수 있다. 밑돈(연구개발비)을 못 받는 터라, 이런 일을 하려고 나서는 사람이 안 보이기도 하고, 이런 일을 오래도록 해온 사람을 나라(정부)에서 먼저 알아보고서 밑돈을 대주는 일도 없다. 그러니까, 낱말숲을 이루어서 우리가 함께 말빛을 이루려는 사람이 저마다 스스로 품을 들여서 하는 일이다. 나는 이 일에 밑돈을 댈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만, 이렇게 낱말숲을 그려서 이웃님하고 나누는 동안, 낱말숲을 찬찬히 새로 가다듬는다. 나부터 우리말을 새록새록 배우고 익힌다. 나는 우리 아이들하고 곁님하고 이웃님이랑 서로 마음을 가꾸는 낱말노래를 부를 수 있다.
오늘 고흥 보금숲으로 돌아간다. 쇠(지하철)는 시끄럽지만, 왼손으로는 책을 쥐고 오른손으로는 붓을 쥔다.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느끼고 온몸으로 첫여름 바람을 머금는다. 붉버찌(앵두)가 익는 엿쨋달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