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신문 읽기 2 : Hello 한미FTA, 광수생각
전남 고흥군 도화면 우체국으로 편지를 부치러 간다. 우체국 일꾼이 우표딱지를 뽑는 동안 우체국 안쪽 홍보종이 꽂힌 자리를 두리번거리다가 〈FTA 소식〉 59호를 본다. 2012년 3월 5일에 나온 이 소식지는 무척 좋은 종이로 만든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한국사람한테 옳게 알리겠다는 뜻으로 적잖은 돈을 들여 만드는 소식지라 할 텐데, 올 2012년 3월 15일부터 한미자유무역협정이 펼쳐진다지. 그러니까, 3월 15일에 발맞추어 만든 뜻깊은(?) 소식지라 할 만하다.
〈FTA 소식〉 59호를 보면, 자유무역협정을 기다리는 사람들 애타는 목소리가 실린다. 이 목소리 가운데 “우리 농업의 미래는 현재 고령화된 노동력이 자연 도태되는 향후 5년이 결정할 것이다” 같은 이야기에 눈발이 퍼뜩 선다. 교육부 아닌 교육‘인적자원’부라 하는 만큼, 시골에서 흙을 일구는 일꾼을 두고도 ‘고령화된 노동력’이라 하는구나. 그런데, 이들 시골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가리켜 ‘노동력’이라 하든 말든, 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연 도태’된다고 한다니, 더구나 앞으로 ‘향후 5년’이면 다들 숨을 거둘 듯 이야기를 한다니, 그래 시골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빨리빨리 죽어야 한다는 소리일까.
같은 2012년 3월 5일에 나온 〈한국농어민신문〉 2414호를 보면, 첫 쪽에 “이마트 물류단지 때문에 산지유통센터 벼랑에 몰려 존폐 걱정”이 나돈다는 이야기가 실린다. 3쪽에는 한중자유무역협정에 농업을 때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는 이야기가 실린다. 더없이 마땅할 테지만, 〈한국농어민신문〉 사설은 두 가지 모두 이명박 정부 농업정책이 아주 나쁘며 슬프다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런데 이명박 씨가 대통령으로 있대서 오늘날만 농업정책이 아주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예전 다른 대통령일 때에도 농업정책이 좋았던 적은 하루조차 없었다고 느낀다.
〈FTA 소식〉 59호에는 〈조선일보〉에 ‘광수생각’이라는 만화를 싣던 박광수 씨 만화가 맨 뒤쪽에 큼지막하게 실린다. 이 만화는 “한미FTA! 멀리 보고, 따져 보면 우리 마을, 우리 가족 경제에 큰 힘이 됩니다” 하는 말로 맺는다. 만화에 적은 몇 가지 말을 옮기면,
ㄱ. 레몬, 오렌지, 체리 등을 착한 가격으로. 피부 좋아지고, 다이어트 하고∼♪
ㄴ. 미국산 의류, 화장품, 가방 등을 저렴하게. 마음껏 멋내고∼♪
ㄷ. 외국인 투자증대로 일자리가 늘어. 취업에 성공하고∼♪
이렇게 나온다. 아마 이 세 가지가 달라질 수 있겠지. 그런데 도시 아닌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시골 할머니들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도시에서 살아가는 여느 사람들은 여느 아이들은 여느 푸름이와 젊은이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레몬과 오렌지와 체리를 ‘착한’ 값으로 사서 먹는다지만, 농약과 비료와 항생제를 안 친 레몬과 오렌지와 체리를 ‘얼마나 착한’ 값으로 사서 먹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아니, 그리 궁금하지는 않다. 한국에서 만드는 화장품도 안 쓰고, 멋내는 가방이나 옷도 안 사 입는 우리 집에서는 ‘미국 옷·가방·화장품’ 어느 하나 부럽지 않고 바란 적조차 없다.
바람이 분다. 봄바람이 따숩게 분다. 봄바람은 시골마을 논자락마다 푸르게 잎줄기 올리는 마늘 사이로 분다. 따스한 남녘땅에서는 감귤도 잘 되고 유자도 잘 되며 참다래나 블루베리도 잘 된다. 석류도 잘 되고, 아마 올리브를 심어도 잘 되리라 생각한다. 오렌지나 레몬 또한 얼마든지 심어서 거둘 수 있을 테지. 이곳 시골마을은 해마다 차츰차츰 농약이든 비료이든 항생제이든 아무것 안 쓰는 흙일로 바뀐다. 이 나라에서 심고 거두어 이 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곡식이랑 푸성귀랑 열매가 될 때에는, 멀리멀리 배로 실어 나를 일이 없다. 그날그날 실어 나를 수 있다. 굳이 방부제를 뿌릴 까닭마저 없다.
농약도 항생제도 방부제도 안 쓰고 유기농으로 지은 오렌지와 레몬과 체리가 아니어도 ‘살빼기’ 하는 데에 도움이 될는지 잘 모르겠다. 한미자유무역협정으로 외국 곡식이랑 열매 값이 더 떨어진다면, 사람들은 농약이랑 항생제랑 방부제를 더 많이 먹는 셈일 텐데, 그러면 앞으로는 외국계 병원이 생겨서 외국 화학약품을 잔뜩 먹으면 되려나. (4345.3.15.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