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늘 있는 책집 (2025.3.24.)

― 서울 〈신고서점〉



  우리나라는 ‘겉속다른’ 모습을 곳곳에서 드러냅니다. 한켠에서는 일본끄나풀(친일매국)을 나무라지만, 총칼을 앞세우던 일본말씨(군국주의용어)를 여태 못 털어냅니다. ‘비이성적·비신사적’ 같은 일본말씨는 “잘못하는 모습을 나무라는 결”이 아니라 “넌 틀렸다”고 여기면서 갈라치는 결입니다. ‘비(非)’를 앞에 붙여서 “사람이 아니다” 하고 밀어내거든요. ‘비장애인’이라는 낱말은 “누구나 장애인이어야 한다”고 몰아대는 말씨입니다. ‘비백인’이라는 낱말은 “누구나 흑인이어야 한다”고 몰아세우는 말결입니다.


  ‘말씨앗’을 줄여서 ‘말씨’입니다. 조그맣거나 안 대수롭게 보이는 낱말 하나라지만, 언제나 우리 마음을 이루면서 바꾸는 실마리입니다. 겉모습이 장님이건 두눈이건 외눈이건 안 대수로워요. 살갗이 하얗건 누렇건 까맣건 안 대단합니다. 함께할 살림과 함께갈 새길과 함께지을 오늘을 바라볼 노릇입니다.


  서울로 일하러 오는 길에 〈신고서점〉을 찾아갑니다. 이곳은 외대앞에 깃들 무렵부터 늘 그곳에 있는 마을책집입니다. 지난날을 더듬는다면, 〈신고서점〉이 곁에 있는 한국외대와 마을책집이 떠난 한국외대는 사뭇 달라요. 어린배움터와 푸른배움터뿐 아니라 큰배움터도 책집을 품을 줄 알아야 할 텐데 싶습니다.


  책집이란, 뭇책을 아우르며 사랑하는 길목으로 마을에 깃드는 모임자리입니다. 책집이란, 잘난책(베스트셀러)을 내세우지 않고서 뭇책을 고루두루 들추고 읽고 새기는 쉼터로 마을사람을 잇는 두레마당입니다. 우두머리 하나가 판치는 곳이란, 우두머리를 둘러싼 벼슬아치와 나리가 잔뜩 있는 담벼락이라서, 그들부터 모두 사로잡아서 늪에 빠뜨리는 굴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라나 고을에 우두머리 아닌 살림지기가 고르게 어깨동무할 노릇이듯, 책집에서는 뭇책이 나란해야 빛납니다.


  누구나 스스로 바라보며 눈뜬다고 느껴요. 눈뜨는 마음이니 새롭게 읽고 배우려고 둘레를 하나하나 짚습니다. 바람을 읽고 해를 읽다가, 새소리를 읽고, 풀빛을 읽습니다. 글씨뿐 아니라 낯빛을 읽고, 손끝과 발걸음에 흐르는 숨결을 읽어요. 그때그때 마주한 모든 사람은 다 다르게 빛나는 넋이라고 느낍니다.


  아이곁이라는 자리는 아이한테서 배우며 새롭게 하루를 짓는 길입니다. 모든 아이는 하나도 안 똑같은 숨빛으로 태어나기에 열 아이를 낳든 스무 아이를 돌보든 늘 새삼스레 배워요. 글이나 책으로는 못 배우는 ‘아이곁’인 터라, 아이곁이란 살림자리를 살아내는 나날을 차근차근 짚으면, 누구나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꽃송이를 알아볼 테지요. 깨어나고 눈뜨는 곳이기에 ‘집(짓는곳)’이고요.


ㅍㄹㄴ


《使徒法官金洪燮》(최종고, 육법사, 1975.10.30.)

《슈바이처의 生涯와 思想》(슈바이처/이일선 엮음, 사상계사, 1954.6.25.)

長石 藏書 498

《히말라야 성자들의 超人生活 下》(스폴딩/강흥수 옮김, 선경도서출판사, 1985.3.2.)

《나틴말》(신익성, 과학사, 1972.9.10.)

- 양우당서적센타. 종로2가(YMCA) 건너편. 74-4292. 73-2707. 73.2708.

《백범어록》(백범사상연구소 엮음, 화다, 1973.8.15.첫/1978.12.15.재판)

- 경북 대구시 동구 효목동 효목주공아파트 21-405

《市民政府論》(존 록크/이극찬 옮김, 연세대학교출판부, 1970.4.20.)

《大衆貧困의 本質》(J.K.갈브레이드/민병일 옮김, 태창문화사, 1979.7.5.)

《漢字と日本語》(高明俊男, 講談社, 2016.4.20.)

《朝鮮語を考える》(塚本勳, 白帝社, 2001.5.15.)

- 言葉こそ民族の架け橋と信じて「朝鮮語大辭典」に生涯をかけた著書が問う。朝鮮語とは何か。「差別」の對極にあるものとは…。日本人の心の闇に迫りつつ、在日朝鮮人が經驗した30年間の變化と、直の日韓親善への願いを著す。

《大自硏科學史 第二券》(ダンネマン/安田德太郞·加藤正 옮김, 三省堂, 1941.3.30.첫/1942.1.5.3벌)

- 每度有難うございます (늘 고맙습니다)

- 近澤商店出版部. 京城府明治町一丁目

- 大自硏科學史 月報 第三號

《キッチン》(吉本 ばなな, 福武書店, 1988.1.30.첫/1990.3.20.53벌)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정태시 옮김, 제일출판사, 1969.4.15.첫/1976.2.20.5벌)

《성서로 본 여인의 지혜》(에디드 딘/이우정·안상님 옮김, 종로서적, 1981.3.20.첫/1983.3.30.3벌)

《도시·주민·지역 운동》(숭실대학교 기독교사회연구소, 한울, 1990.12.10.)

《민중과 민주주의》(모리스 듀벨제/편집부 옮김, 광민사, 1981.6.15.)

《좌우익 기회주의 연구》(이민희 옮김, 아침, 1988.1.25.)

《공산주의자는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J.슐라이프슈타인 외/김정환 옮김, 새길, 1990.5.25.)

《韓國自然論》(최광렬, 집문당, 1981.3.15.)

《韓國動亂과 맥아더元帥》(?/하혁 옮김, 범국민양서보급회, 1968.11.15.)

《성령충만한 여인》(베블리 라헤이/양은순 옮김, 생명의말씀사, 1978.6.25.)

《해방신학의 올바른 이해》(분도출판사, 1984.5.5.첫/1984.10.10.재판)

《만화동산 : 엄마 엄마 우리 엄마》(이선우, 한국학력개발원, 1983.3.1.)

- 별책부록

《만화로 보는 신의 지문 1》(그레이엄 헨콕 글·무라노 모리비 그림/양억관 옮김, 시공사, 1999.1.15.)

《다다愛書 4 머피의 成功法則》(정창영 엮음, 언어문화사, 1976.10.20.첫/1977.5.25.중판)

《探求新書 35 韓國史의 方法》(홍이섭, 탐구당, 1968.첫/1981.2.25.재판)

《三中堂新書 9 숨은 神》(C.브루크스/이영걸 옮김, 삼중당, 1977.6.20.)

《무궁화 1호》(명승희 엮음, 월간무궁화, 1989.1.1.)

《무궁화 3호》(명승희 엮음, 월간무궁화, 1989.3.1.)

《한권의책 128 무기여 잘 있거라》(헤밍웨이/설순봉 옮김, 학원사, 1989.1.15.첫/1991.12.15.6벌)

《열린글 34 여성사회학》(여성사회학연구회/박영숙 옮김, 한울, 1985.10.5.첫/1988.7.30.재판)

《放浪息子 11》(志村貴子, エンタ-ブレイン, 2011.1.4.)

《放浪息子 12》(志村貴子, エンタ-ブレイン, 2011.10.6.)

《世界詩人選 9 荒蕪地》(T.S.엘리어트/황동규 옮김, 민음사, 1974.5.15.첫/1987.3.10.7벌)

- 춘천 청구서적. 1987.10.28. To learn.

《世界詩人選 16 湖畔에서》(W.워어즈 워드/유종호 옮김, 민음사, 1974.8.15.첫/1983.4.30.5벌)

《선영명시선서 15 슬픈 그림》(노천명, 선영사, 1989.10.25.)

- 부산시 중구 동광동1가 1번지

《브니엘日記》(하현식, 예문관, 1973.4.20.)

-조정권 詞兄 惠存. 七蔘.六. 著者

《오직 눈부심》(김윤희, 문학예술사, 1982.10.20.)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창비, 2020.7.24.첫/2022.10.1.20벌)

《404호》(김혜수, 민음사, 1991.10,25.)

《한국대표시인100인선집 99 울타리 꽃》(도종환, 미래사, 1991.11.15.첫/1996.7.20.7벌)

《어두운 밤엔 별이》(홍사중, 종로서적, 1983.12.20.)

《벼룩의 간》(위기철, 세계, 1989.4.25.

《난 어쩜 결혼 안 할지도 몰라》(타니무라 시호/박매영 옮김, 푸른숲, 1992.4.25.)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김진주, 얼룩소, 2024.2.28.)

《How to paint from your Color Slides & Photographs》(Walter T.Foster,?)

- Walter Thomas Foster (1891∼1981) was an American entrepreneur, artist, art instructor, writer, editor and publisher. The Walter Foster Publishing Company's line of low-cost art manuals were widely distributed to art stores, often displayed in a metal rack specially made for Foster's oversized art books. Today, Walter Foster Publishing is part of the Quayside Publishing Group, which is owned by Quarto Publishing.

《The Model》(Fritz Willis, Walter T.Foster,?)

《새로운 도약에의 길 : 대전엑스포 '93 기념 종합우표책》(체성회, 대전세계박랍회조직위원회, 1993.8.7.)

《昆蟲 1 チョウ·が·トンポ》(편집부, 學硏社, 1984.6.20.)

-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정영호

《Woodrow Wilson》(Woodrow Wilson, Holt Rinehart & Winston, 1964.)

《거리로 나오게 된 의대생》(김보규 외 70인, 조윤커뮤니케이션, 2020.9.26.)

《무지개 시리이즈 67 한나에게 선물로 주신 아기》(이현주 글·돈 퀘커 그림, 컨콜디아사, 1987.7.10.)

《ねずみくん ねずみくん》(なかえ よしを 글·上野紀子 그림, ポプラ社, 1978.5.첫/1993.7.20벌)

#나카에요시오 #우에노노리코 #또또와저울

《たねのりょこう》(Irma E.Webber/瀧澤海南子 옮김, 1968.6.15.첫/1970.1.25.4벌)

#씨앗나들이

《タンチョウ》(林田恒夫, 平凡社, 1983.11.15.)

#두루미

《森の新聞 8 水鳥たちの干潟》(蓮尾純子, フレ-ベル館, 1997.2.)

#물새한테 갯벌

《최신판 경기도전도》(편집부, 성지문화사, 2016.9.11판17벌)

《최신판 서울특별시》(편집부, 성지문화사, 2019.1.14판23벌)

《제주도전도》(편집부, 성지문화사, 2003.4.6.첫/2016.4.6.16벌)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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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넘어가는 길 (2025.9.26.)

― 부산 〈책방 감〉



  새벽비가 오시고 가볍게 가십니다. 시골집을 나서며 슈룹은 안 챙깁니다. 하늘과 구름을 살피면서 물으니 “네 마음에 따라서 홀가분히 다니렴. 오늘은 이쯤 뿌리고서 해가 날 테니.” 하고 알려줍니다. 어디에서나 언제나 하루비를 하루볕과 하루별과 하루바람과 나란히 기쁘게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고흥에서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에서 ‘노란비(가을비)’하고 ‘파란비(늘 내리는 비)’ 이야기를 ‘발바닥노래(단편동화)’로 써 봅니다.


  빗줄기가 씻는 하늘빛을 헤아리면서 〈책방 감〉으로 찾아갑니다. 책시렁을 살피고, 쪼그려앉아서 책을 읽다가 곱씹습니다. 밤이란, 별이 온누리를 적시기에 밝은 때이고, 별빛을 받아들여서 꿈을 그릴 적에는 고요한 어둠에 깊이 잠겨서 새길을 널리 품게 마련입니다. 모든 눈물은 밤빛을 머금고 풀기에 시나브로 동이 트면서 새벽이 찾아오고 아침이 밝아요. 밤을 풀어내는 하루를 새로 맞이하기에 오늘을 살아가는 빛을 스스로 일으킬 테고요.


  문득 ‘콩’과 ‘공’을 돌아봅니다. 다르지만 같은 말인 ‘콩·공’입니다. 무엇을 먼저 보고서 이름을 붙였을는지 모르나, 옛사람은 말을 즐겁게 엮었습니다. 아무튼 콩하고 공은 같아서 콩은 공마냥 가볍게 뛰어오를 수 있어요.


  아예 모르면 헛짚습니다. 모르면서 함부로 하기에 으레 망가뜨립니다. 조금 맛보아서 “내가 좀 아는데?” 하고 여기면 그만 혼멋(독불장군)으로 치달리면서 와르르 무너뜨릴 뿐 아니라, 온통 들쑤셔요. “안 익은 열매”는 처음부터 안 먹을 테지만, “설익은 열매”는 눈속임이라서 배앓이를 일으키니, 살짝 맛보기를 하고서 글을 쓰는 길이란 무척 아찔한 노릇이지 싶습니다.


  지나간 숱한 생채기와 멍울도 씻고 묻거나 물을 노릇이요, 오늘날 여러 눈물과 핏자국도 씻고 묻거나 물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그래야 새날로 넘어가니까요. 헤어지는 눈물이란, 의젓하게 앞을 보며 나아가라는 빗물이요 이슬이지 싶습니다. 잃어버린 듯해도 몸과 마음에는 고스란히 흐릅니다. 잃거나 잊지 않습니다. 잃은 시늉이나 잊은 척할 뿐입니다. 누구나 바로 오늘 이곳을 빚고 지으면 넉넉해요.


  온들과 온하늘과 온집이 나란히 노랗게 빛나려는 가을을 헤아리면서 책꾸러미를 그득 품습니다. 저녁에 펼 이야기꽃을 헤아립니다. 오늘 새삼스레 만난 책을 나란히 펼쳐놓고서 두런두런 저녁빛을 나누려고 합니다. 언제나 기쁘면서 새롭게 이 하루를 누리면 되어요. 온갖 책을 되읽고 새로읽고 처음읽습니다. ‘되읽다’뿐 아니라 ‘새로읽다’도 ‘처음읽다’도 ‘바로읽다’도 반짝반짝 책길입니다.


ㅍㄹㄴ


《가르침과 배움》(조지 스타이너/고정아 옮김, 서커스, 2021.10.5.)

#GeorgeSteiner #LessonsOftheMasters

《쓰잘데기 있는 사전》(양민호·최민경, 호밀밭, 2025.7.14.첫/2025.7.21.2벌)

《선동은 쉽고 민주주의는 어렵다》(패트리샤 로버츠 밀러/김선 옮김, 힐데와소피, 2023.3.27.)

#Demagoguery and Democracy #PatriciaRobertsMiller 

《닥터 홀의 조선 회상》(셔우드 홀/김동열 옮김, 동아일보사, 1984.8.15.첫/1984.12.24.4벌)

#WithStethoscopeinAsiaKOREA #SherwoodHall (1893∼1991)

《딸에 대하여》(김혜진, 민음사, 2017.9.15.첫/2018.5.23.12벌)

《태도에 관하여》(임경선, 한겨레출판, 2015.3.30.첫/2017.12.15.27벌)

《맨발의 기억력》(윤현주, 산지니, 2017.7.28.)

《어느 꼬마의 마루밑 이야기》(토마스 리베라/황병하 옮김, 장원, 1991.11.30.)

#TomasRivera #Y No Se La Trago La Tierra (1977년)

《어떤 민주주의인가》(최장집·박찬표·박상훈, 후마니타스, 2007.10.29.첫/2014.7.14.2판2벌)

《나는 시민인가》(송호근, 문학동네, 2015.1.23.)

《미술로 보는 우리 역사》(전국역사교사모임, 푸른나무, 1992.8.25.첫/1996.3.28.8벌)

- 문우당서점

《네덜란드 행복육아》(황유선, 스노우폭스북스, 2016.11.8.)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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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과 팬클럽 (2025.12.12.)

― 부산 〈부산국제아동도서전〉 둘쨋날



  추운 날에는 신나게 춥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봄이 오는 줄 알아봅니다. 겨울로 접어들어 날씨가 똑똑 떨어질수록 거꾸로 봄으로 다가서는 셈이고, 긴밤(동지)이 지난 뒤부터는 아침도 낮도 저녁도 길어가는 줄 누립니다.


  함께 살림짓는 사이라면 겨울에 서로 겹겹으로 품으면서 이야기를 짓습니다. 함께 살림하는 우리라면 여름에 서로 맺을 열매를 돌보고 가꿉니다. 추워서 싫거나 더워서 싫다고만 말하면, 언제나 싫은 일이 찾아들어요. 다 다른 철에 다 다르게 누리고 즐기며 나눌 살림길을 바라볼 일입니다.


  아침에 수정초등학교로 갑니다. 기차나루에서 멀잖은 안골에 있습니다. 큰길에서 벗어날수록 조용하고, 나무가 큽니다. 안골에서 자라는 나무는 가지치기에서 꽤 살아남는군요. 그렇지만 배움터 앞 부채나무(은행나무)는 짜리몽땅합니다. 오늘은 수정초 3학년 어린이와 말빛과 글빛을 놓고서 작게 모임을 꾸립니다. ‘열 살’이란 나이를 넘어서는 이 아이들한테 ‘열’이라는 낱말에 숨은 뜻을 알려주고서, 아이들이 저마다 궁금한 대목을 여럿 듣고서 모두 풀어내어 들려줍니다.


  이윽고 보수동책골목에 살짝 들르고서 벡스코로 건너갑니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 둘쨋날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곳 ‘강연회장’은 ‘강연’도 ‘이야기’도 아닌 ‘팬클럽 칭찬대회’ 같으면서 너무 길어요. 기다리는 어린손님은 하나도 안 헤아립니다. ‘상 받은 작가’만 불러모으는 자리는 너무 초라해 보입니다. ‘어린책 큰잔치’라지만 정작 어린이는 뒷전이요 안 쳐다보는 얼거리입니다.


  돈과 멋과 이름이라는 세 가지는 안 나쁘다고 봅니다. 그러나 돈에 멋에 이름에 얽매이면 그만 스스로 늪에 빠지고, 허우적거리고, 잠깁니다. 모든 딱한 만무방(독재자)은 스스로 늪을 파서 스스로 빠질 뿐 아니라, 둘레 사람까지 늪에 사로잡으려고 팔을 뻗지 싶어요.


  돈을 바라니 돈에 잠깁니다. 멋을 내니 멋에 매입니다. 이름을 드날리고 싶으니 이름에 붙들립니다. 이와 달리 ‘이야기’를 바라보면 서로 마음을 잇습니다. 서로 마음을 이으니 두런두런 말씨가 나무씨 한 톨로 깃들어 푸른숲으로 갑니다. 요즈음 숱한 책은 ‘이야기’를 잊은 채 ‘돈·멋·이름’에 잠기고 말았습니다.


  ‘좋아하기(팬클럽)’는 안 나쁩니다. 좋으니까 좋을 텐데, 좋다는 그물을 스스로 쓰느라 언제나 졸졸 좇는 종으로 얽매여요. 우리는 ‘종’이 아닌 ‘종이’를 보아야 눈뜰 수 있습니다. 위아래로 누르거나 무리짓기(팬덤)를 하지 말고서, 누구나 두 손에 붓과 종이를 가볍게 쥐고서 이야기를 그려서 함께할 일입니다.


ㅍㄹㄴ


《안녕, 미래의 국회의원!》(이사벨 미뉴스 마르틴스 글·카롤리나 셀라스 그림/김여진 옮김, 봄날의곰, 2025.10.2.)

#Deputados do Futuro, Ola! #IsabelMinhosMartis #CarolinaCelas

《소나기 저편, 뉴욕의 어느 날》(피에르 에마뉘엘 리에/박재연 옮김, 봄날의곰, 2025.12.11.)

#De l'autre cote de la pluie #PierreEmmanuelLyet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권민경, 문학동네, 2018.12.17.첫/2018.12.31.2벌)

《얘들아 너희들의 노래를 불러라》(이오덕, 고인돌, 2013.8.25.)

《이오덕 유고 시집》(이오덕, 고인돌, 2011.7.20.)

《그 유물, 진짜로 봤어?》(박찬희·배성호, 철수와영희, 2025.10.18.)

《저녁별》(송찬호 글·소복이 그림, 문학동네, 2011.7.25.첫/2011.12.19.3벌)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김도용, 생능, 2021.2.15.)

《믿을 수 없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게 억지스러운》(콜센터상담원, 코난북스, 2021.8.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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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씨 사랑씨 (2025.9.27.)

― 광주 〈소년의 서〉



  저는 어릴적에 숱하게 다치고 앓고 드러눕고 오래도록 고단했습니다. 손등부터 어깨까지 죽 찢어진다든지, 귀가 찢어져 너덜너덜하다든지, 무릎과 어깨와 여기저기는 뼈가 보일 만큼 다치기 일쑤였는데, 한동안 앓고서 으레 말끔히 나았습니다. 길면 열두 달을 가기도 하지만, 오래 앓는 만큼 한결 튼튼히 일어서더군요.


  아이가 다칠 적에는 어버이로서 가슴이 철렁합니다. 작게 다쳐도 크게 다쳐도 걱정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온누리 모든 아이는 걱정씨가 없이 태어납니다. 어버이가 곁에서 걱정하면 그제서야 “아, 이때에는 나도 걱정해야 하는구나?” 하고 받아들입니다. 어버이가 “그래, 그래, 푹 자고 쉬렴. 곧 낫는단다.” 하고 웃으면, 아이도 “응, 푹 자고 일어날게.” 하고 말하면서 시나브로 깨어나요.


  아프거나 다치거나 앓는 아이를 곁에 두면서 걱정을 안 하거나 눈물을 안 보이기란 몹시 어려울 만합니다. 그리고, 아이 눈을 가만히 마주하면서 빙그레 웃고 오롯이 사랑이라는 빛을 주고받기란 아주 쉬울 만합니다. 아이를 걱정할 수 있되, 아이를 사랑할 수 있는 줄 알아차려야지 싶습니다. 아이는 늘 어버이를 일깨우는 하루를 살아내요. 아이는 언제나 어버이를 사랑으로 이끄는 길동무입니다.


  저녁에 〈책읽는 ACC〉를 마치고서 〈소년의 서〉로 찾아갑니다. 하루를 묵는 길손집하고 가깝습니다. 오늘은 마침 《여사장의 탄생》을 쓴 김미선 님이 광주마실을 하며 이야기꽃을 편다고 합니다. 밤빛을 헤아리며 이야기를 듣는데, 이미 책에 다 쓴 대목을 굳이 너무 길게 되짚습니다. 혼자 줄거리를 길게 펴기보다는, 이 책을 읽은 이웃은 무엇이 궁금할는지 듣고서 대꾸하면 참으로 알찼을 텐데요.


  적잖은 책집지기는 처음에 앳된 아가씨였고, 아이를 돌보는 아줌마가 되다가, 이웃 모든 아이를 품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저잣길에서 장사를 한 분도 으레 아가씨·아줌마·할머니입니다. 이 나라는 ‘여교사·남교사’처럼 금긋기를 좋아하지만, 우리는 ‘여사장·남사장’이 아닌 ‘살림지기’를 바라보아야지 싶어요. 그저 어깨동무하며 ‘아줌마·아저씨’에 ‘할매·할배’로 품으면서 나란히 헤아리는 이웃으로 설 만합니다.


  능금씨를 심으니 능금나무가 자랍니다. 솔씨(부추씨)를 심어 솔이 자라니 솔꽃이 하얗습니다. 마음도 씨앗이니, 마음씨를 이 삶에 심어요. 생각도 씨앗이라 보금자리에 생각씨를 심지요. 서로 말씨와 글씨를 심으면서 꿈을 나눕니다. 함께 사랑씨를 심으면서 푸른별을 푸른숲으로 일굽니다. 같이 걸음씨를 심어요. 나란히 웃음씨와 눈물씨를 반짝반짝 별빛으로 심어요. 책씨와 이야기씨를 고이 심어요.


ㅍㄹㄴ


《여사장의 탄생》(김미선, 마음산책, 2025.3.5.)

《우울: 공적 감정》(앤 츠베트코비치/박미선·오수원 옮김, 마티, 2025.3.5.)

#AnnCvetkovich

《웰컴 투 갱년기》(이화정, 오도카니, 2025.2.10.)


《엄마의 얼굴》(로디 도일 글·프레야 블랙우드 그림/서애경 옮김, 토토북, 2009.11.24.)

#HerMothersFace #RoddyDoyle #FreyaBlackwood

《연변으로 간 아이들》(김지연, 눈빛, 2000.2.29.)

《불가사의한 소년 9》(야마시타 카즈미/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5.8.31.)

#不思議な少年 #山下和美

《혼인 신고서에 도장을 찍었을 뿐인데 1》(아오하루 유키/정혜영 옮김, YNK MEDIA, 2019.2.15.)

《후다닥 한끼》(오카야 이즈미/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4.11.15.)

#すきまめし #オカヤイヅミ

《독·독·숲·숲 1》(세가와 노보루/박연지 옮김, 소미미디어, 2025.9.10.)

#どくどくもりもり #背川昇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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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혼 홀 홑 + 함께 (2025.11.23.)

― 부산 〈책과 아이들〉



  누구나 다르게 옳습니다. ‘옳다’는 ‘바르다’를 만나서 ‘올바르다’를 이루고, ‘오른손’을 가리킵니다. ‘오른·올·바름·밝음’은 ‘별·밤’을 그리면서 저마다 그윽히 잠기는 살림으로 간다고 할 만합니다. ‘외’는 ‘혼·홀·홑’과 닮되 다르지만 나란히 담으며 닿는 결입니다. ‘왼손’은 외롭기에 ‘새롭’게 길을 열고, 스스로 의젓하고 씩씩하게 ‘해’를 ‘환하’게 바라보면서 ‘낮’을 여는 삶입니다.


  우리는 오른손과 왼손을 포개면서 살림을 짓고 삶을 이룹니다. 한 손이나 두 손 다 다칠 수 있되, 손이 있거나 없거나 ‘두손모아 한길’이라는 마음으로 오늘 이곳에 섭니다. 두 다리로 걷습니다. 두 날개로 바람을 타며 하늘을 가릅니다. 두 지느러미를 나란히 써서 바다에서 싱그러이 헤엄칩니다.


  오늘은 아침과 저녁에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2025년 마지막 모임을 꾸립니다. 아침에는 ‘안 옳은(정의롭지 않은)’을 놓고서 이야기를 하고서 쪽글을 적어 봅니다. 저녁에는 ‘혼자’란 ‘함께’하고 어떻게 닮으며 다른가 이야기를 풀고서 쪽글을 적습니다. 우리 삶그림은 저마다 스스로 올바로 걸어가며 밝게 눈을 틔우는 하루로 빚습니다. 우리 살림길은 누구나 스스로 외롭게·호젓이·혼자서 기운내어 즐겁게 나아가면서 짓습니다.


  둘을 맞잡으니 두레이면서 동무예요. 우리는 서로 오래오래 포근하게 깃들기를 바라면서 새마음으로 마주합니다. 서로 사람일 적에는 값을 바라지 않아요. 나란히 사랑이니 돈으로 따지지 않지요. 오순도순 살림살이라서 셈으로 매기지 않습니다. 값과 돈과 셈과 금을 붙이지 않는다고 할 적에는, 오직 그대로 고스란히 바라보면서 품는다는 뜻입니다.


  “사랑은 돈(대가)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씀하는 분이 많지만, “사랑은 사랑이다”라고만 해야 맞다고 봅니다. “사랑은 사랑이기에 품는다”고 보탤 만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거저 주거나 그냥 받는 해바람비일 텐데, 곰곰이 보면 사람과 들숲메바다는 서로 사랑하며 즐겁게 나누는 사이라고 느낍니다.


  다른 듯하면서 어울리는 짝꿍입니다. 한봄(4월)에 모과꽃이 피고 지면, 이윽고 찔레나무에 하얀꽃이 잔치를 이루는 늦봄입니다. 늦봄부터 꽃찔레(장미)가 피어나니, 마삭줄·멧딸기·밤꽃·등꽃·오동꽃이 줄잇습니다. 이동안 모내기를 하고, 들마다 사름이 짙푸르게 일렁이니, 어느새 풀벌레와 매미가 노래마당을 펴요. 이윽고 그윽히 가을로 접어들며 차분히 쉴 무렵 겨울로 넘어섭니다. 이 길은 한꽃입니다.


ㅍㄹㄴ


《나의 비밀》(이시즈 치히로 글·기쿠치 치키 그림/황진희 옮김, 주니어RHK, 2022.5.5.)

#わたしのひみつ (2014년) #石津ちひろ #きくちちき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김현철 글·최정인 그림, 스푼북, 2022.11.18.첫/2022.12.25.2벌)

《세한도의 수수께끼》(안소정, 창비, 2013.5.27.)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은희경, 창비, 2007.4.5.)

《백년을 살아보니》(김형석, Denstory, 2016.8.1.첫/2017.1.25.14벌)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이정록, 한겨레출판, 2018.12.4.첫/2019.9.30.2벌)

《머리 둘 달린 봉황새》(김수정 엮음·한옥선 그림, 새벽소리, 1997.4.5.첫/2000.12.25.2벌)

《강물 소리가 들리니 엘린》(구드룬 파우제방/김라합 옮김, 일과놀이, 2003.1.22.)

《못된 마거릿》(토어 세이들러 글·존 에이지 그림/권자실 옮김, 논장, 200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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