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해바람처럼 별처럼 (2024.11.16.)

― 서울 〈숨어있는 책〉



  책집이란, 책을 사고파는 곳이기도 하면서, 책으로 쉬는 보금자리(집)라고도 느껴요. 구름과 잎빛이 반짝이는 늦가을 하루에 서울마실을 갑니다. 새로 낸 책에 맞추어 서울이웃님하고 책집마실을 누리려고 합니다. 혼자 책시렁을 돌아볼 적에는 혼자 빙그레 웃으면서 온갖 책을 읽고서 제자리에 꽂거나 품에 안습니다. 여럿이 골마루를 거닐 적에는 서로 다르게 눈여겨보고 마음이 닿는 책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이렇게 다르기에 만날 만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밭에서는 맨손으로 흙과 풀을 만지면서 즐겁다면, 책집에서는 우리 손으로 종이를 쓰다듬으면서 책빛을 느끼며 반갑습니다. 들숲메바다에서는 맨발로 놀며 일하고 발바닥으로 흙과 풀을 느끼기에 기쁘다면, 책집에서는 우리가 둘러보고 헤아리는 대로 읽을거리가 쏟아지기에 흐뭇합니다.


  누구는 짝을 맺고서 아기를 낳고, 누구는 짝을 맺으나 아기를 안 낳고, 누구는 짝을 안 맺어도 아기를 낳고, 누구는 짝을 안 맺고 아기를 안 낳습니다. 다 다르게 삶길을 걷습니다. 아기를 안 낳고 안 돌보는 길에 서는 분은 으레 ‘빈손’이나 ‘빈몸’을 얘기합니다. 이와 달리 아기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빈손’일 수 없어요. ‘찬손(가득찬 손)’이어야 합니다. 배냇저고리를 입히고 기저귀를 빨고 포대기에 이불도 빨래하는 살림이니까 ‘빈손’이나 ‘빈몸’이기 어렵습니다. 아니, 말이 안 되지요. 그러나 아기가 맨몸으로 풀밭에서 뒹굴며 자란다면 빈손이나 빈몸이어도 됩니다. 아기가 맨발에 맨손으로 풀꽃나무하고 동무하며 자란다면 얼마든지 빈손이나 빈몸일 만하지요.


  〈숨어있는 책〉에서 숨은책을 한 자락씩 쓰다듬습니다. 장만하려는 책도, 장만하지 않고서 둘러보는 책도, 이웃한테 건네고 싶은 책도, 예전에 읽은 책도, 새삼스레 어루만집니다. 서울에 닿아서 책집까지 오던 길을 돌아봅니다. 오늘은 버스와 전철로 긴긴 길을 보내는데, 어쩐지 다들 에어컨을 틀더군요. 그런데 서울 전철을 탄 거의 모든 분은 옷을 두껍게 입고서 땀흘리다가 에어컨으로 식히네요.


  우리는 어떤 철을 살아가는 사람일까요? 우리는 철을 잊은 채 무엇을 읽는 하루일까요? 여름에는 가볍게 차려입고서 해바람을 맞아들이면서 땀을 흘려야 튼튼살림을 누린다고 느낍니다. 겨울에는 두툼히 차려입되 해바람도 넉넉히 받아들이면서 오들오들 떨어야 든든살이를 일군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서울과 큰고장은 어쩐지 거꾸로길입니다. 별이 돋아도 별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해바람비가 흘러도 해바람비를 안 본다면, 우리 곁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요?


ㅍㄹㄴ


《스승은 없는가》(성내운, 진문출판사, 1977.10.30.첫/1977.11.20.재판)

《소크라테스의 행복》(송건호, 동광출판사, 1979.10.15.)

《한중상용외래어사전》(박문봉 엮음, 민족출판사, 2003.6.)

《カラ-ブックス 56 原始美術》(中山公男, 保育社, 1964.11.25.)

《カラ-ブックス 104 能, 鑑賞のために》(丸岡大二·吉越立雄, 保育社, 1966.7.1.)

- 新文化社. 서울 충무로1가 24

《カラ-ブックス 147 版畵入門》(德力富吉郞, 保育社, 1968.4.1.)

《英和會話小辭典》(Mr. and Mrs. O.Vaccari, 1939.10.첫/1964.10.10.18볼)

《岩波新書 810 金史良, その抵抗の生涯》(安宇植, 岩波書店, 1972.1.29.)

《아동설교 2 어린이들 마음 밭에》(안성진 엮음, 기독교어린이문화관, 1975.5.20.)

《美術文庫 11 書藝의 歷史 上》(伏見沖敬/석지현 옮김, 열화당, 1976.1.25.첫/1978.11.12.재판)

《홈스터디 선정 중학생 필독 도서 : 흰고래》(허만 멜빌/편집부 옮김, 동아출판사, 1989∼91)

《민족문학 86.2.》(자유실천문인협의회 엮음, 청사, 1986.2.23.)

《大衆的貧困의 本質》(J.K.갈브레이드/윤현 옮김, 샘터, 1979.7.30.)

《언어 기원에 관한 시론》(장 자크 루소/주경복·고봉만 옮김, 책세상, 2002.8.5.)

《국어의 풍경들》(고종석, 문학과지성사, 1999.9.16.첫/2002.1.24.4벌)

《아름다운 그런데》(한인준, 창비, 2017.4.17.)

《영부인 마나님 해도 너무해요》(편집부 엮음, 금성문화사, 1988.9.20.)

《文學과 民族》(고은, 한길사, 1986.7.20.)

《햇빛다솜책 20 말괄량이 여고생 비밀일기》(조재현, 햇빛출판사, 1989.10.5.)

《먼동이 틀 때까지》(양정신, 종로서적, 1980.10.30.)

《영혼의 미쁜 나무, 헬렌 켈러》(정영식, 보리, 1987.8.31.첫/1988.3.15.2벌)

《독재자 학교》(에리히 캐스트너/김학천 옮김, 전예원, 1988.8.25.)

《촛불의 美學》(G.바슐라르/이가림 옮김, 문예출판사, 1975.9.30.)

《우리 시대 젊은 만인보 15 나는 지구인이다》(마붑 알엄, 텍스트, 2010.8.23.)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 강연회 자료》(윤구병,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2007.10.31.)

《어머니의 肖像》(펄 벅/장영하 옮김, 예일문학사, 1988.4.15.)

- 鄭樂興 88.6.4.

《現代の日本》(時野谷勝·秋山國三, 創元社, 1970.3.20.)

《전설의 시대》(토머스 발핀취/이하윤·홍봉룡 옮김, 문교부, 1959.3.20.)

- 조우현 교수 기증도서.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1998년 2월 28일

(2009.9.9.) 1946년 연희전문 마침. 1952년부터 연세대 철학과 교수

- 消. 延大

- Oct.17.'59. Seoul

《建設和平與民主》(金大中, 世界知識出版社, 1991.1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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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지나가고 보면 (2023.11.10.)

― 부산 〈청산서점〉



  ‘우리쪽(아군)’을 늘려야 한다고 여기는 분이 있기에 “우리쪽을 늘리지 말고, 숲을 늘릴 노릇입니다. 싸워서 이길 우리쪽이 아닌, 누구나 누릴 들숲바다가 하늘빛을 품는 길을 살필 일입니다.” 하고 시큰둥히 대꾸했습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어야 하지 않고, 놈을 꺾거나 물리칠 힘을 길러야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나’를 바라볼 줄 알 노릇이면서, 저마다 스스로 ‘나’부터 한 발짝씩 나아가는 새길을 열 노릇입니다. 힘이 있거나 늘면 자꾸 싸우려 들지만, 철이 들고 슬기롭게 바라보면 언제나 스스로 사랑하는 하루를 짓습니다.


  부산에 닿아 보수동으로 움직입니다. 시외버스란 글쓰고 쉬고 책읽는 쉼터입니다. 잘 쓰고 쉬고 읽었으니, 새로 쓰고 헤아릴 밑동을 돌아보는 책숲마실을 합니다. 하루 이야기를 쓰기에, 하루 이야기가 흐르는 책을 찾아서 읽습니다. 하루 이야기를 그리기에, 하루 이야기란 늘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짓는 줄 알아봅니다.


  지나가고 보면 모든 일은 새롭게 돌아보며 배우는 삶이라고 느낍니다. 아직 덜 배웠으면 덜 삭은 채 말과 글이 나옵니다. 차분히 배우기에 찬찬히 삭은 말과 글이 흐릅니다. 서툴어도 주고받으면서 가꾸는 마음이 있고, 서툴기에 자꾸자꾸 드러내는 사이에 새록새록 자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책숲마실을 하는 길에는 새삼스레 만나는 책을 손에 쥡니다.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쥐면서 오늘은 어떻게 느끼는지 돌아봅니다. 아직 안 읽은 책을 처음 쥐면서 이제부터 어떻게 느낄는지 설렙니다.


  작은책집으로 찾아가는 작은길입니다. 북적이는 곳이 나쁠 까닭은 없지만, 들이며 숲이며 바다는 북적이지 않아요. 모든 들숲바다는 뭇숨결이 어울리면서 아름답습니다. 작은책집은 작은집하고 사근사근 어깨를 겯으면서 마을을 이룹니다.


  읽기에 잇고, 잇기에 있습니다. 나는 나를 읽으면서 너하고 서로 잇고, 어느덧 함께 이곳에 있으면서 삶을 짓고 살림을 빚고 사랑을 이룹니다. 책이라고 하는 꾸러미에는 다 다른 너와 내가 나란히 서서 바라보는 길을 담습니다. 네가 왼발을 디디면 나는 오른발을 내딛습니다. 네가 오른손을 뻗으면 나는 왼손을 대어 팔랑팔랑합니다.


  먼저 갈 수 있고, 따라갈 수 있어요. 기다릴 수 있고, 앞장설 수 있어요. 무르익는 가을이란, 씨앗과 열매를 겨울한테 베풀면서 느긋이 쉬엄쉬엄 꿈자리에서 새해를 그리는 철이지 싶습니다. 여름빛이 듬뿍 스민 열매를 즐기고, 봄빛이 고이 깃든 씨앗을 손바닥에 얹듯, 책 몇 자락을 등짐에 담고서 이웃책집으로 건너갑니다.


ㅍㄹㄴ


《몽실 언니》(권정생, 창작과비평사, 1984.4.25.첫/1990.7.20.5벌)

《셜록 호움주의 冒險》(A.C.도일/이가형 옮김, 삼중당, 1978.12.25.첫/1980.3.15.중판)

《世界短篇文學傑作選》(영어연구회 엮음, 현대사, 1983.3.15.)

- 지하철새마을문고용도서.

이 책을 보신 후에는 반드시 하차역 문고에 두고 가십시오.

보고난 책을 지하철문고에 기증합시다.

《이야기로 익히는 논리 학습 1 반갑다, 논리야》(위기철 글·김우선 그림, 사계절, 1992.12.15.)

《오늘 다 못다한 말은》(이외수, 동문선, 1986.12.20.첫/1988.5.30.19벌)

《반지전쟁 1》(J.R.R.톨킨/김번·김보원·이미애 옮김, 예문, 1990.1.첫/1998.10.19.재판 2벌)

《毛澤東》(S.슈람/김동식 옮김, 두레, 1979.6.20.)

《홀로 가는 맹인 악사》(최영철, 푸른숲, 1994.2.14.)

《자유인의 풍경》(김민웅, 한길사, 2007.6.15.)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남동윤, 사계절, 2014.12.15.첫/2019.2.15.10벌)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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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길을 모르겠어도 (2024.7.1.)

― 서울 〈동네서재 아롬답다〉



  누구는 “셋 가운데 둘은 책을 안 읽는다”처럼 말하지만, 저는 “셋 가운데 하나는 책을 읽는다”로 여깁니다. “버스·전철에서 책을 쥐는 사람은 1/10000밖에 안 된다”고 말하는 분이 있다면, 저는 “버스·전철에서 책을 쥐는 한 사람이 있다”고 말합니다.


  밝게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는 사람”을 바라봅니다. 굳이 “안 하는 사람”을 쳐다볼 일이 없습니다. 한 해에 한 자락조차 안 읽는 사람이 수두룩할 수 있으나, 서너 해나 열 해에 한 자락쯤 들추는 사람이 있기에 반갑습니다.


  밝고 싱그러운 한여름에 서울 자양동 안골을 걷습니다. 살림집이 옹기종기 모이던 오래마을에는 으레 마을가게가 서면서 마을책집이 열었습니다. 예나 이제나 마을책집은 그리 크지 않고 책시렁이 많지 않지만, 마을사람이 살랑살랑 가벼이 이는 바람처럼 언제라도 드나들며 책빛을 누리는 쉼터 노릇입니다. 얼추 스무 해 만에 자양동 골목을 헤아리지만 어느새 웬만한 골목은 사라지고 높다란 잿집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이 안골에서 〈동네서재 아롬답다〉를 만납니다.


  천만 사람 가운데 만 사람이 책을 곁에 두어도 아름답습니다. 십만이나 백만에 이르는 사람이 책을 곁에 두면 사랑스러울 테지만, 작은씨앗이 아주 느긋이 차분히 싹을 틔워서 숲으로 나아가듯, 바로 한 사람이라는 씨앗 한 톨부터 마을에 깃들면 넉넉하다고 생각합니다.


  네가 안 읽어도 됩니다. 내가 읽으면 됩니다. 네가 안 걸어도 됩니다. 내가 걸으면 됩니다. 네가 시골로 안 떠나도 됩니다. 내가 시골로 떠나면 됩니다.


  스승은 스스로 하는 사람입니다. 어른은 어질게 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는 알아가는 사람입니다. 가시내는 갓(봉우리)으로 나아가는 사람입니다. 머스마는 머리를 써서 일할(머슴) 사람입니다. 아직 길을 모르겠으면 좀 헤매면 됩니다. 그래도 길이 헷갈린다면 더 떠돌면 됩니다. 곧장 길을 낼 수 있고, 열 해나 서른 해를 들여서 천천히 길을 닦을 수 있습니다.


  억지로 붙잡으면 “안 읽을 사람은 어떻게 해도 안 읽”습니다. 추키지 않아도 “읽는 사람은 스스로 기쁘게 사랑으로 피어나면서 살림을 푸르게 짓는” 눈빛으로 읽어요. 걸음씨앗과 놀이씨앗을 심습니다. 책씨앗과 살림씨앗을 스스럼없이 나눕니다. 책읽기란, 들숲과 밭자락에 씨앗 한 톨을 심는 일입니다. 책씨앗을 가만히 심고서 즐겁게 지켜보고 기다리면서 이 삶을 가꾸는 길을 함께 생각하면서 열면 됩니다. 놓아야 할 적에는 놓으면서 가볍게 놀기에 새롭게 기운이 솟습니다.


ㅍㄹㄴ


《남양군도》(우영철 글·우원규 엮음, 부크크, 2023.4.28.)

《‘기억’과 살다》(도이 도시쿠니/윤명숙 옮김, 선인, 2022.10.24.)

《집에서 쫓겨났어》(구구단 청소년출판팀, 니은기역, 2024.1.6.)

《멍청한 백인들》(마이클 무어/김현후 옮김, 나무와숲, 2002.4.1.첫/2003.4.21.고침2벌)

《1日1冊》(장인옥, 레드스톤, 2017.11.15.)

《쾌락독서》(문유석, 문학동네, 2018.12.12.첫/2019.9.16.6벌)

《性愛論》(마광수, 해냄, 1997.7.25.첫/1997.8.25.3벌)

《욕 시험》(박선미 글·장경혜 그림, 보리, 2009.3.31.)

《꼬마 유령들의 저녁 식사》(자크 뒤케누아/이정주 옮김, 미디어창비, 2018.6.29.)

1997.12.20. 사계절

#Jacques Duquennoy #Le Diner Fabtine (1994년)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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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2024.2.23.)

― 순천 〈책방사진관〉



  저더러 “안 춥냐?”고 묻는 말을 겨우내 듣노라면, 어느새 “안 덥냐?”고 묻는 말을 듣는 여름을 맞이합니다. “옷이 없냐?”고 묻는 분도 많습니다. 어느 분은 “품위유지비가 안 들어서 좋겠네요?” 하고 묻습니다. 이런 말도 저런 얘기도 으레 그분 스스로 돌아볼 대목입니다. 겨울은 추워야 즐거운 철이되, 추위란 마음이 시릴 적에 느끼는 결입니다. 여름은 더워야 신나는 철이되, 굳이 볕길을 꺼릴 까닭이 없이 듬뿍듬뿍 받아들일 나날입니다.


  마음에 스스로 담는 말에 따라서 마음이 바뀝니다. 춥거나 싫다는 말을 버릇처럼 하기에 추울 뿐이고, 싫은 일을 자꾸 마주합니다. 어떤 삶이건 누구나 짓게 마련이기에 어떤 말이든 하면 되지만, 마음에 담을 말부터 맑게 돌보는 오늘 하루를 누리기에 스스로 빛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 옷가지를 장만하러 순천마실을 한 김에 〈책방사진관〉을 찾아갑니다. 길그림으로는 가까운 듯싶어도 얼추 70km에 이르는 길이고, 버스를 서너 벌 갈아타며, 가는길만 3시간 40분 남짓입니다. 그러나 이 길에 책을 읽고 하늘을 보고 글을 씁니다. 책집에 닿으면 두런두런 책시렁을 살피고, 등허리를 쉬다가, 책 몇 자락을 고르고서 새로 등짐에 얹어서 사뿐히 집으로 돌아가지요.


  전남 고흥 시골집에서는 ‘가까운 마을책집’이 적어도 70km는 떨어집니다. 어느 책집이건 그저 이웃책집이라 여깁니다. 하루를 들여서 거닐고, 하루가 저무는 빛을 느끼고, 하루가 흐르는 바람을 읽습니다.


  서두르려면 설익습니다. 느긋하려면 넉넉합니다. 말 한 마디에는 말눈이 있고, 마음 한켠에는 마음눈이 있고, 살림터에는 살림눈이 있습니다. 모든 눈을 씨눈처럼 천천히 함께 틔우기에 여러 길동무를 만납니다.


  ‘좋다’라는 낱말을 한동안 안 쓰다가, 또 써 보다가, 이제는 더 안 씁니다. ‘좋다·좁다·졸다·좇다’가 나란한 말밑이기도 하지만, ‘좋다·나쁘다’나 ‘좋다·싫다’처럼, 무엇을 좋아하면 반드시 나빠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일어요.

  글에 담는 낱말도, 마음에 담는 말씨도, 주고받는 말결도, 곰곰이 생각하면서 하나씩 추스릅니다. 추위도 더위도 아닌 날씨를 느끼려 하고, 오롯이 겨울과 여름을 떠올리면서 새삼스레 걸어갑니다.


  어린이도 푸름이도 어른도, 이제는 “마음을 나누는 소리”인 ‘말’을 다시 바라볼 때라고 느낍니다. 좋은말을 하거나 나쁜말을 삼가기보다는, 마음말을 살피고 살림말을 지피면서 사랑말로 나아갈 적에 서로서로 숲말을 이루리라 봅니다.


ㅍㄹㄴ


《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인권》(오늘 글·김연정 그림·사자양 기획, 다른매듭, 2023.5.15.)

《나의 다정한 유령 친구》(레베카 그린/황유진 옮김, 북뱅크, 2023.4.30.)

#HowtoMakeFriendswithaGhost #RebeccaGreen

《서평의 언어》(메리케이 윌머스/송섬별 옮김, 돌베개, 2022.6.30.첫/2022.8.19.2벌)

#HumanRelationsandOtherDifficulties #Essays #MaryKayWilmers

《그림책 책 VOL.5》(편집부, 한국그림책출판협회, 2023.9.20.)

《녹색 인간》(신양진 글·국민지 그림, 별숲, 2020.3.31.)

《우리말꽃》(숲노래 기획, 최종규 글, 곳간, 2024.1.31.)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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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모두 돌아가는 저녁에 (2024.12.21.)

― 부산 〈파도책방〉



  보수동책골목 책집지기가 하나둘 가게를 닫고서 들어갈 저녁입니다. 모두 닫으려나 싶어 두리번두리번하는데, 마침 〈파도책방〉은 아직 안 닫습니다. 고맙게 깃들어 얼른 책을 살핍니다. 오늘은 또 책을 얼마나 더 사읽어야 속을 채울 수 있나 모를 노릇입니다만, 아무리 잔뜩 사읽고 다시 사읽고 새로 사읽어도 속을 채울 길은 없다고 느껴요.


  이제 그만 사읽으면 되려나 하고 밤마다 곱씹습니다. 여태 장만한 책을 처음부터 하나씩 되읽기만 해도 넉넉하지 않느냐고 꿈자리에서 스스로 되묻습니다. 이러다가 아직 모르는 책이 끝없다고 떠올리고, 이미 읽은 책이라 하더라도 ‘이웃손길’을 거친 책으로 마주하면 늘 새로운 책이기도 하다고 되새깁니다.


  해마다 겨울이 오면서 앙상나무를 마주합니다. 겨울이 저물면 봄이 오면서 봄나무를 반깁니다. 봄이 떠나면서 여름나무에 짙푸른 잎빛을 만나고, 여름이 가면서 가을나무에 무지개처럼 물드는 빛살을 헤아립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나 같아요. 늘 ‘새로읽기’하고 ‘다시읽기’ 사이를 오갑니다. 날씨도 철도 하루도 모두 새롭습니다. 똑같은 1월 1일은 없고, 나란한 12월 31일도 없습니다. 같은 책을 되읽을 적마다 늘 새롭게 느끼고 배웁니다. 같은 책을 여러 사람이 이야기할 적에도 다 다른 느낌과 마음을 듣고서 배웁니다.


  책을 읽는 틈을 낸다면, 스스로 속(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하루를 쓴다는 뜻입니다. 글을 쓰는 짬을 낸다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스스로 속빛을 이웃하고 나누려고 마음을 쓴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과 오늘까지 걸어온 날을 되새기면서 읽고 씁니다. 책도 읽지만 하늘도 읽고, 글도 쓰지만 생각도 씁니다.


  책을 읽는 틈을 내는 오늘을 보낼 적에는 스스로 속(마음)부터 차리면서 새롭게 꿈을 그리는 씨앗을 살며시 심는 몸짓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글을 쓰는 짬을 내는 하루를 누릴 적에는 스스로 눈빛을 밝히면서 새록새록 사랑씨를 둘레에 흩는 매무새를 노래한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한 해 끝자락에 저마다 마음을 돌아볼 책 한 자락을 그리면서 책집마실을 다닐 분이 늘어나면 기쁘지요. 즐겁게 노는 마음이라면, 어느 날 문득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큼 나아갑니다. 꿈같은 모습이 언제나 우리 곁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면서 서로 두런두런 지내기를 바랍니다. 다시금 책집마실을 하고, 더 묵직하게 등짐을 지고, 터덜터덜 길손집으로 갑니다. 책집마실은 보금자리를 떠나 먼먼 이웃고을에서 하니, 수북수북 책더미를 길손집에서 하나하나 풀며 읽다 보면 어느덧 동이 틉니다.


ㅍㄹㄴ


《한 스푼의 시간》(구병모, 위즈덤하우스, 2016.9.5.첫/2021.10.20.21벌)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와타나베 준이치/정세영 옮김, 다산초당, 2018.4.10.첫/2018.4.23.2벌)

#渡邊淳一 #鈍感力

《시골기행》(강신재, 갤리온, 2010.10.15.)

《꼬마 니콜라》(르네 고시니/이재형 옮김, 문예출판사, 1987.12.20.첫/1993.12.30.9벌)

《돼지책》(앤서니 브라운/허은미 옮김, 웅진주니어, 2001.10.15.첫/2013.5.24.84벌)

#Piggybook #AnthonyBrowne

《La Mare au Diable》(George Sand, Librairie Hachette, 1935.)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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