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바라보기
오늘 열무김치를 담그려고 합니다. 아침에 밑반찬을 한 가지 해 놓았고, 저녁에 새 밑반찬을 하나 더 할 생각입니다. 집에 잔뜩 쌓인 책을 얼마쯤 짊어지고 도서관학교에 옮겼고, 저녁에 한 짐 더 날라 보려 합니다. 마을 빨래터를 치운 뒤에 두 아이 신을 빨았습니다. 곁님 핏기저귀를 아침에 한 번 빨았고, 낮이 저물 즈음 다시 한 번 빨았으며, 아이들이 빨래터에서 놀며 적신 옷가지도 빨래합니다. 소금에 절여 놓은 열무김치를 이제 버무릴 때입니다. 아침에 풀도 쑤어서 말렸어요. 뒷골이 살살 지끈거리며 쉬어 주어야 하는가 싶으나, 이러다가 오늘도 소리쟁이로 아무것도 못할까 싶어, 얼른 칼로 소리쟁이잎을 소복하게 끊습니다. 빨래부터 헹구어서 내놓고, 소리쟁이잎도 헹구어서 말려야지요. 저녁에 이래저래 밥을 차리고 밑반찬을 하고 김치를 담근 다음에는 이동안 마른 소리쟁이잎으로 효소를 담가 놓으려고요. 스스로 하려는 일을 바라보면서 차근차근 나아갑니다. 아차, 이튿날 아침에 서울 가는 시외버스표를 미리 끊어야지요. 깜빡 잊을 뻔했네요. 2017.4.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빨래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