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 미술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도구들
이소영 지음 / 모요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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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책숲마실 2022.7.28.


책집지기를 읽다

14 수원 〈마그앤그래〉와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빨리 걸을 수 있어야 낫거나 휼륭하지 않습니다. 많이 먹을 수 있어야 좋거나 뛰어나지 않습니다. 글을 잘 쓸 수 있거나 멋지게 쓸 수 있어야 대단하거나 빛나지 않습니다. 다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게 걸으면 됩니다.


  빠른걸음에 맞출 일이 없고, 느린걸음에 따라야 하지 않아요. 많이 먹든 적게 먹든 안 먹든, 누구나 스스로 누릴 만큼 노래할 적에 아늑해요.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살아가는 하루를 우리 손끝을 거쳐서 글로 옮깁니다. 남들이 쓰는 글을 배우거나 흉내내거나 훔칠 일이 없어요. 이름난 글지기한테서 글쓰기를 배울 까닭조차 없습니다.


  어린이는 누구한테서 글쓰기를 배우지 않습니다. 스스로 쓰고 싶을 적에 글을 씁니다. 어린이한테 남들이 놀이나 소꿉을 가르쳐 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린이 스스로 놀고 싶기에 놀아요. 어린이 스스로 짓기에 소꿉입니다.


  수원에서 마을책집 〈마그앤그래〉를 꾸리는 지기님은 틈틈이 책을 선보입니다.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는 그림지기(화가)가 곁에 어떤 그림감을 놓고서 그림빛을 밝혔는가 하는 삶자취를 차근차근 짚는 줄거리입니다.


  어떤 그림지기는 널리 이름이 남고, 어떤 그림지기는 알아주는 사람이 적습니다. 어떤 그림지기는 그림숲(미술관)에 그림이 걸리고, 어떤 그림지기는 그림숲에 그림이 걸린 적이 없습니다.


  이름난 그림지기라 해서 그림을 빨리 많이 그리지는 않았습니다. 다들 제 삶결에 맞추어 그림을 빚고 펴고 나누고 남겼어요.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를 헤아려 봐요.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어린이답게 어린이 숨결을 그림으로 옮기나요? 아니면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틀에 박힌 ‘작품’을 쏟아내는가요?


  푸른별 모든 어린이는 붓이 없이 나뭇가지로 흙바닥에 마음껏 그림놀이를 합니다. 이따금 붓을 쥐면 종이뿐 아니라 담벼락이나 마룻바닥에도 그림소꿉을 지어요. 우리 집 어린이도 집 곳곳에 그림꽃을 피워 놓았습니다. 한창 마루에 담에 곳곳에 그림놀이를 하는 어린이 곁에 서서 묻습니다. “여기에 무엇을 그리나요?” “응, 우리 집이 예쁘라고 꽃을 그려. 아버지가 늘 사랑을 말하기에 ‘사랑’이라는 글씨를 써 봤어.” 큰아이는 어느 날 보꾹(천장)에 밤별잔치 그림을 척 붙였습니다. “우리는 집에 누워서 자도 밤하늘에 별이 뜬 줄 알잖아? 그런데 누운 자리에서 별그림을 보면 별을 더 잘 볼 수 있을 테니까.” 하고 덧붙여요.


  그림은 일본스런 한자말로 ‘회화·회화예술·회화작품’이나 ‘시각예술·이미지아트’일까요? 그림은 오롯이 ‘그림’일까요? 그림에 다른 이름을 굳이 붙여야 한다면 ‘그림꽃’이나 ‘그림씨·그림씨앗’이라고만 하면 넉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거는 곳은 ‘그림숲(미술관)’이라 하면 될 테고요.


  그림물감을 풀고, 그림붓을 쥐고서, 그림종이에, 그림꽃을 폅니다. 하나하나 일군 그림노래는 그림잔치를 펴도록 그림숲에 차곡차곡 그러모을 만합니다. 우리는 서로 그림동무요, 그림순이에 그림돌이입니다. 그림길을 걸을까요? 그림빛으로 반짝반짝 생각날개를 펴는 그림별이 되어 볼까요? 이 나라는 그림나라로 거듭나기를 바라요. 그림마을에 그림책집이 있고, 그림지기가 그림길잡이 노릇을 합니다.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이소영 글, 모요사, 2018.7.27.)


아이들에게 안전한 물감을 쥐어 주고 싶은 부모들도 인터넷으로 제작법을 배워 가며 템페라 물감의 명맥을 잇고 있다. (53쪽)


액자에 쏟아지는 관심은 높아졌지만, 연구하기는 쉽지 않다. 액자란 태생부터 작품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역할이므로 오랜 시간을 거치면 파손되고 마모되는 게 당연하다. (68쪽)


노팔 선인장에 붙어 사는 벌레들을 일일이 손으로 잡아야 한다. 1킬로그램의 코치닐을 얻는 데 10만 마리의 벌레가 필요하다고 하니 이 색을 얻는 일은 결코 수월치 않다. (101쪽)


과학자들은 크로뮴옐로가 녹색과 푸른빛에 특히 약해 LED 조명이 변색을 가속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193쪽)


19세기에 새로 개발된 안료들도 화가들의 건강을 위협했다. 크로뮴과 카드뮴은 색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안료들이나 유독성 물질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화가들은 직업병을 앓았던 것이다. (217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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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행복한 고통 - 한국 최초 미대륙 횡단 자전거 레이스에 도전하다
김기중 지음 / 글로세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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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책숲마실 2022.5.1.


책집지기를 읽다

6 구미 〈삼일문고〉와 《행복한 고통》



  저는 구미라는 고장을 잘 모릅니다. 몇 걸음을 했어도 아직 몰라요. 2019년에 첫 구미마실을 했습니다. 경북 구미에는 마을책집 〈책봄〉이 있고, 〈삼일문고〉가 있거든요. 여기에 〈그림책 산책〉이 나란히 있어요.


  저는 모든 나라를 ‘숲하고 책집’ 두 가지로 바라봅니다. 숲이 깃들거나 숲을 품은 나라인가 하고 먼저 살피고, 이다음에는 책집이 어떻게 깃들거나 책집을 어떻게 품는 나라인가 하고 곰곰이 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서로 사랑하면서 스스로 살림하는 길을 지어 삶을 누리는 터전을 이루자면, 늘 두 가지가 나란히 어우러질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숲, 둘째는 책입니다.


  숲이 있기에 숨을 쉬고, 숲이 없기에 숨이 막힙니다. 숲이 있어 밥옷집을 얻고, 숲이 없어 밥옷집을 사다가 씁니다. 숲이 있기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아름답게 자라고, 숲을 돌보니 어른들이 슬기롭게 일하며 사랑스레 만나요.


  책을 짓고 책집을 가꾸니 생각을 살찌우고 말을 물려줍니다. 책을 엮고 책집을 나누니 생각이 빛나고 말글에 이야기를 실어 활짝 폅니다. 책을 읽고 쓰면서 책집을 품으니 생각이 별빛으로 흐르고 날갯짓을 하면서 스스로 오늘을 그립니다.


  김기중 님은 아직 책집지기로 서지 않던 2014년에 《행복한 고통》을 써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적게 나오고 가장 안 팔리는 책은 바로 ‘자전거책’입니다. 사진책이 그렇게 안 팔리지만 자전거책보다는 팔립니다. 값지고 튼튼하며 멋진 자전거를 장만하는 데에 1억을 아낌없이 쓰는 이웃님이 많지만, 정작 자전거책 하나를 1만 원에조차 장만하지 않더군요. 더구나 삶자전거(생활자전거)는 너무 얕보여요.


  꼭 모든 사람이 자전거를 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자전거를 타려고 마음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 별과 이 나라와 이 마을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껴요. 부릉이(자가용)를 한나절 몰았다면, 두나절은 걷거나 자전거에 몸을 싣고서 바람이랑 해랑 땅이랑 골목이랑 숲이랑 이웃을 느끼기를 바라요.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길은 “즐거운 괴로움”이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 저는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자전거를 달리던 나날부터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마실을 다닌 나날을 오래오래 지나면서 “노래하는 땀방울”이 자전거라고 느꼈어요. 들노래를 듣고, 바람노래를 누리고, 하늘노래를 머금고, 풀꽃노래를 맞아들여서 빛나는 길을 자전거로 짓습니다.


《행복한 고통》(김기중 글, 글로세움, 2014.6.2.)


뚱뚱한 사람을 볼 때 우리는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무슨 꿈을 갖고 사는 사람인지는 관심이 없다. 그저 ‘뚱뚱한 그 사람’으로만 기억한다. 내 존재 전부가 ‘비만’이라는 두 글자로 끝나는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23쪽)


30퍼센트가 고통의 시간이라면 나머지 70퍼센트는 자연과 인간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황홀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161쪽)


나는 ‘전태일을 닮고 싶은 CEO’라는 꿈이 있었는데 여기서 전태일은 나에게 ‘상식’을 의미한다.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를 외치며 죽었다. 그가 외친 것은 변혁이나 혁명이 아니라 상식이었다. 대학 시절 처음으로 나는 그를 통해 상식을 지키는 데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257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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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 - 소심한 여행가의 그럼에도 여행 예찬
이준명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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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책숲마실 2022.5.1.


책집지기를 읽다

3 서울 〈책이당〉과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



  스스로 마실님(여행자)이라 여긴 적이 없으나, 둘레에서는 제 등짐차림새를 으레 ‘마실님’이나 ‘멧님(등산객)’으로 여깁니다. 빙그레 웃으며 “‘책짐’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책이요?” 하고 놀라는 분한테 “저는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는 길을 가기에, 나라 곳곳 책집을 차근차근 다니면서 우리 낱말책에 담아낼 말을 캐내는 일을 합니다.” 하고 보태요.


  책집을 다니면서 만난 아름다운 책을 차곡차곡 등짐으로 꾸려서 다니자만 목이랑 어깨부터 팔다리에 발가락하고 등허리까지 온힘을 다합니다. 다만, 온힘을 다하되 ‘힘들다’는 생각이 아닌 ‘기쁘게 우리 집까지 짊어지고서 돌아가자’고 생각해요. 힘들게 걷는 가시밭길이 아닌, 삶과 생각과 사랑에 이바지하는 책을 잔뜩 장만해서 스스로 넋을 살찌우는 빛을 만나거든요.


  서울 신림동 한켠에서 〈책이당〉이라는 마을책집을 연 이준명 님은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를 선보였습니다. 책집지기이자 글지기이자 마실지기인 이웃님이 책이름에 붙인 말대로, “나들이를 하려면 언제나 새롭게 기운을 차릴” 노릇입니다. 나들이는 낯익은 곳으로 안 다닙니다. 나들이는 낯익은 데로 간다고 여길는지 몰라도 늘 낯선 데로 갑니다. 예전에 디딘 곳에 가더라도 오늘 디디면 새로워요. 우리 집에서조차 마루하고 마당을 오가는 발걸음은 늘 나들이(여행)인걸요.


  책을 안 읽는 분은 “넌 늘 책을 읽잖아? 그런데 또 책을 봐?” 하고 묻습니다. 책집마실을 안 다니는 분은 “그곳은 예전에 갔잖아? 그런데 또 가?” 하고 또 물어요. 이렇게 묻는 분한테 “저기, 어제 밥을 먹었는데 왜 또 먹어요?”라든지 “음, 어제 틀림없이 똥오줌을 누었을 텐데 오늘 왜 똥오줌을 또 눠요?” 하고 넌지시 되묻습니다.


  모든 삶길은 배움길이에요. 국수를 삶아도 배움길이고, 깍두기를 해도 배움길이며, 비질이나 설거지를 해도 배움길입니다. 곯아떨어지거나 미끄러지거나 부딪혀도 배움길이고, 보람(상)을 받거나 떼돈을 벌거나 큰돈을 잃어도 배움길이에요.


  배우면서 기쁘고 새롭기에 새삼스레 길을 나서요. 배우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럽기에 새록새록 밥을 지어서 차리고, 책을 찾아서 읽고, 이웃을 만나 수다꽃을 피워요. 그리고 저는 큼지막한 등짐에 책을 담느라 터진 자리를 기우고서 씩씩하게 책숲마실을 나섭니다.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이준명 글, 어크로스, 2018.6.15.)


한 달이 넘도록 도난 사건이 잊히지 않았다. 당연히 여행할 기분도 아니었다. 여행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22쪽)


여행자는 낯선 곳에서 항상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한다. 길을 잃거나, 버스를 잘못 타거나, 주문을 못 하거나. (149쪽)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볼거리는? 정답은 아무 기대 안 했는데 놀라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217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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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그림책방 - 사람과 마음을 잇는 한 평 반 독립 서점 이야기
이시이 아야 지음, 고바야시 유키 그림, 강수연 옮김 / 이매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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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2.1.31.


책집지기를 읽다

5 일본 《무지개 그림책방》



  온누리에는 별빛처럼 숱한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하루를 품으면서 살아갑니다.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른 만큼 다 다른 책이 어울립니다. 푸른배움터에 다닐 무렵 동무들이 저한테 “넌 책을 많이 읽으니 우리가 뭘 읽어야 하는지 알려줘.” 하고 으레 물었고, 저는 동무마다 어떤 마음이고 생각이며 삶이며 집안이자 마을살이인가를 하나씩 헤아려서 다 다른 책을 짚어 주었습니다.


  다 다른 동무한테 다 다른 책을 짚어 주면 “야, 이건 처음 보는 책인데, 참말 이런 책 읽어도 돼?”라든지 “베스트셀러 읽으면 되지 않아?” 하고 되물어요. 이때마다 “얘야, 생각해 보렴. 베스트셀러가 네가 누구인지 아니? 네가 이름을 아는 사람이 너를 생각하면서 책을 썼겠니? 너한테 어울리고 네가 읽으면서 생각하고 마음을 갈고닦거나 다스릴 책은, 네가 아직 모르는 책이고, 네가 너 스스로 바라보도록 이끄는 책이야.” 하고 보태었습니다.


  모든 사람한테 어울릴 책은 없습니다. 모든 책은 크든 작든 누구한테나 알려주거나 가르치거나 이끌 대목을 씨앗처럼 품되, 모든 책이 모든 사람한테 이바지하거나 아름답지는 않아요. 이 얼거리를 헤아리지 않으면서 ‘이름책·잘난책’을 섣불리 손에 쥔다면, 우리는 그만 ‘책빛’을 잃으면서 ‘책넋’이 사그라듭니다. 왜냐하면, 이름책이나 잘난책은 ‘스스로 삶을 바라보며 사랑하려는 사람’이 스스로 다르게 나아가려는 길을 가로막으면서 이름·돈·힘을 거머쥐거든요.


  일본 한켠에서 조그맣게 그림책집을 꾸리면서 스스로 책을 펴내는 길까지 나아간 이야기를 담은 《무지개 그림책방》입니다. 이름나거나 잘난 이야기는 한 줄조차 없는 책집지기 삶노래입니다. 즐거우면서 사랑스레 하루를 짓는 길을 스스로 곁에 두는 그림책 몇 자락으로 나누는 웃음눈물을 들려주는 꾸러미예요.


  우리가 책을 읽으려 한다면, 우리는 ‘우리 눈길’로 바라볼 노릇입니다. ‘배운 틀(학교 지식·자격증·이론)’은 모조리 걷어내고서 그저 ‘우리 삶눈·살림눈·사랑눈·숲논’으로 마주할 노릇입니다. 삶을 가꾸는 살림을 지으며 사랑하는 꿈을 펼쳐서 나누는 책이 무척 많습니다만, 오늘날 책집을 그득 채운 숱한 책은 이와 딴판으로 장사꾼입니다. 장사꾼 책이라고 해서 나쁘지 않아요. 장사꾼 책일수록 외려 배울거리가 많습니다. ‘학습도서 = 장사꾼 책’입니다. 미끼로 배울거리를 슬쩍 띄워 놓고서 사람들이 덥석 물기를 기다리면서 돈을 벌고 이름을 얻고 힘을 키워요.


  ‘아름책·사랑책·삶책·살림책·숲책’은 누구를 가르치려 들지 않고, 미끼를 안 놓습니다. 아름답게 삶을 사랑하는 살림을 숲빛으로 들려줄 책이 뭣 하러 미끼를 놓을까요? 오직 사랑만 들려줄 뿐입니다. 아름책이나 사랑책일수록 수수합니다. 삶책이나 살림책일수록 투박해요. 숲책은 번쩍거리려 하지 않습니다. 겉에 책날개를 붙일수록 장사꾼이란 뜻인데, 우리는 이 대목을 얼마나 읽을까요? 책을 책으로 마주하는 손길을 속삭이는 《무지개 그림책방》 같은 책을 우리가 스스로 알아보고 사랑할 줄 안다면, 우리는 ‘전문가 추천도서’를 싹 잊고 우리 눈으로 모든 책을 새롭게 읽어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무지개 그림책방》(이시이 아야 글·고바야시 유키 그림/강수연 옮김, 이매진, 2020.1.10.)



“그림책을 만드는 데 들인 만큼의 시간과 노력, 열정을 그림책을 파는 데도 들였으면 해요.” (69쪽)


무지개 그림책방이 작업하는 방식이 옳은지 그른지는 잘 몰라요. 그렇지만 그림책을 짓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 ‘이 사람하고 함께하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거야’라고 직감하고 시작한다는 점은 오리지널 그림책도 패밀리 그림책도 마찬가지예요. (89쪽)


그 그림책은 그 사람을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책방을 떠나요. 그림책에는 팔리는 때나 임자를 만나는 때가 있어서, 진열된 지 얼마나 됐는지만 다를 뿐, 언젠가는 반드시 팔립니다. (188쪽)


#いしいあや #小林由季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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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그루 열두 가지
박정미 지음, 김기란 그림 / 책읽는수요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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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13.


책집지기를 읽다

7 순창 〈책방 밭〉과 《한그루 열두 가지》



  사흘거리(삼한사온)는 이제 사라졌다고 합니다. 꽁꽁 얼어붙는 겨울이 이레이고 열흘이고 보름이고 잇다가, 포근한 겨울이 이레에 열흘에 보름을 잇달곤 합니다. 그렇지만 사흘거리가 사라졌다기보다 ‘사흘거리를 헤아리는 마음’이 사라졌다고 해야 알맞다고 느껴요. 우리 삶은 달종이에 맞추는 길이 아니지만, 어쩐지 달종이대로 흐르는 서울살림입니다. 우리 하루는 스물네 눈금으로 쪼개어 언제부터 언제까지 일하고, 언제부터 언제까지 쉬는 틀이 아니지만, 어쩐지 스물네 눈금으로 움직이는 물결입니다.


  큰고장에서 그대로 살아가는 몸이라면 어쩔 길이 없이 달종이랑 스물네 눈금에 맞출밖에 없습니다. 큰고장은 사람을 바라보지 않고 틀을 바라보거든요. 나라지기(대통령)나 벼슬꾼(공무원)은 사람이 아닌 셈값(숫자)만 바라보고요.


  다 다른 나무이기에 다 똑같이 다루다가는 나무가 고단합니다. 다 다른 풀꽃이기에 다 똑같이 쳐다보다가는 풀꽃이 시듭니다. 볕바른 자리랑 그늘진 자리가 다르기도 하지만, 흙이 다르고 비바람이 다르고 해랑 별이 다르고 높낮이가 달라요. 다 다른 삶을 느끼면서 다 다른 풀꽃나무를 하나씩 알아차리는 살림이라면, 우리는 다 다른 키로 재미나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활짝 웃는 하루를 지으리라 생각합니다.


  전북 순창 동계면에 깃든 〈책방 밭〉은 순창 시골사람으로 하루를 돌보면서 논일에 밭일을 하고, 마을일을 슬며시 거들고, 투박한 손길로 마을책집이자 시골책집을 꾸리는 곳입니다. 시골하고 서울을 잇는 손길로 열두 달 살림길을 가꾼 보람을 《한그루 열두 가지》라는 책으로 여미어 2021년 끝날에 가만히 선보입니다.


  풀이름은 시골사람이 붙였습니다. 꽃이름도 나무이름도 시골사람이 지었습니다. 하늘을 흐르는 ‘구름’도, 구름이 흐르는 ‘하늘’도, 바다를 가르는 ‘고래’도, 고래가 살아가는 ‘바다’도, 하나같이 시골사람이 지은 이름입니다. 사람이 나누는 ‘사랑’도, 사랑을 나누는 ‘사람’도, 사람을 품는 ‘숲’도, 숲에 안긴 사람이 가꾸는 ‘살림’도, 모조리 시골사람이 붙인 이름이에요.


  이러한 낱말은 서울에서 살더라도 이럭저럭 어림하면서 알 만하지만, 스스로 숲이나 시골에 깃들어 풀꽃나무를 가만히 맞아들이는 푸른 눈빛이 되어야 속으로 깊고 넓게 헤아려서 사랑으로 누릴 만합니다.


  시골사람은 말을 어렵게 꾸밀 까닭이 없습니다. 서울사람이 되는 탓에 그만 달종이랑 스물네 눈금에 매여서 자꾸 옷차림을 꾸미고 집을 꾸미며 부릉이(자동차)를 꾸밉니다. 시골사람을 넘어 숲사람으로 나아가면 말을 쉽게 풀어낼 뿐 아니라, 새롭게 맞이하는 살림을 스스로 싱그러이 짓기 마련입니다. 숲사람이기에 사투리를 스스로 지어서 써요. 《한그루 열두 가지》는 〈책방 밭〉 지기라는 자리로 시골사람을 여미는 동안 열두 이웃한테서 배우며 열두 가지로 소꿉놀이를 하는 사이에 찬찬히 알아차리는 살림빛을 들려준다고 할 만합니다. 해마다 열두 가지 살림노래를 부르면, 이렇게 한 해 두 해 차곡차곡 여미면서 ‘한그루’가 ‘온그루’로 나아갈 테지요.



《한그루 열두 가지》(박정미 글·김기란 그림, 책읽는수요일, 2021.12.30.)



집도, 직장도 정하지 않고 시골로 내려온 저에게 마을이웃이 밭 하나를 내어주었습니다. 이곳을 내가 살아갈 터로 여길지, 앞으로 농부로 살 것인지,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을 때 얻게 된그 밭은 저를 이곳에서의 첫 계절을 살아 보게 했습니다. (11쪽)


수많은 논과 밭을, 어르신들의 다음을 그들이 이어받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곳의 풍경은 또 어찌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39쪽)


벼를 키우는 것도 파는 것도 초보인 농부가 세 해째 무사히 농부일 수 있는 까닭은 주변 사람들 덕분이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벼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꼭 사람 농사를 짓고 있는 것 같습니다. (58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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