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1.14.

숨은책 857


《輓近圖法敎科書 卷二》

 馬場秋次郞 글

 右文書店

 1937.6.1.첫/1937.12.20.고침2벌



  숱한 일본한자말 가운데 ‘역할’은 꼭 고쳐써야 한다고 말씀하는 분을 곧잘 만납니다. 그런데 이분은 ‘역할’을 뺀 다른 일본한자말은 오지게 씁니다. 한 낱말만 안 쓰면 일본찌꺼기를 털어낸 셈일까요? 일본이 이 땅을 한참 짓누르던 무렵에 “朝鮮工業技術學校 土木科 壹年 四七號”로 ‘집짓기’를 배우던 분이 쓰던 배움책 《輓近圖法敎科書 卷一·二》가 있습니다. 이분은 1945년 8월까지, 또는 그 뒤로도 한참 ‘金山漢奎’라는 이름을 쓴 듯합니다. 1949년 9월 9일에 이르러 ‘김한규’로 새로 새기는군요. 지난날 ‘조선공업기술학교’는 언제 사라지거나 이름을 바꾸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기술학교’도 ‘토목·토목과’도 ‘일년·이년·삼년’에 ‘1호·47호’ 같은 이름도 죄 일본말씨입니다. 우리는 ‘이름’이란 우리말은 아예 안 쓰다시피 하면서 ‘성명·명·본명’에다가 ‘사인’이란 영어까지 뒤섞어요. 지난날에 뭘 하려면 일본이름(창씨개명)을 써야 했다지만, 다 일본이름을 쓰지는 않았어요. 흙살림을 짓거나 아이를 돌본 수수한 사람은 한이름(한국이름)을 건사했습니다. 들볶이고 짓밟히고 일자리조차 못 얻어도 꿋꿋이 참이름을 지킨 사람도 수두룩해요. 이제 “서울 신당동”으로 바뀐 “京機府 新堂町(1936∼46년)”인데 에 이 책으로 배우던 분은 1950년에 부산으로 옮긴 듯싶어요. 부산 헌책집 〈보수서점〉에서 이분이 보던 책을 한꺼번에 만났습니다.


- 現住所 京機府 新堂町 石山洞 二八-二二號 (서울 신당동)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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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1.14.

숨은책 861


《簡明 實業修身書 券三》

 勝部謙造 글

 英進社

 1938.7.10.첫/1941.7.25.고침3벌



  큰고장에서 시내버스를 탈 적에 어린이·푸름이가 손전화를 크게 켜고서 노닥거리는 모습은 거의 못 봅니다만, 시골에서 군내버스를 탈 적에는 늘 봅니다. 이 아이들은 집에서 뭘 배우기에 이럴까요? 어린배움터·푸른배움터에서는 스스로 매무새를 돌보는 길을 안 가르칠까요? 《簡明 實業修身書 券三》은 일본에서 엮고 내놓았으나 우리나라 배움터에서 버젓이 가르쳤습니다. 1938∼41년은 한참 사슬(식민지)에 갇히던 무렵일 뿐 아니라, 한말·한글을 쓰면 안 되면서 일본말·일본글만 쓰라고 억누르던 즈음이에요. 이 배움책을 보던 분은 뒷자락에 ‘大本營發表’라고 적었습니다. 아무래도 ‘임시정부’ 이야기를 듣기는 어려웠을 테고, 언제나 일본 우두머리 이야기를 들었을 테지요. 더욱이 《實業修身書》는 허울은 ‘몸닦이(修身)’라고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명치천황’이 내려준 ‘칙어’를 받들어서 ‘신일본문화’를 세우자는 뜻을 외칩니다. 일본으로서도 우리로서도 창피한 배움터 민낯일 텐데, 그때에 이런 책을 엮고 가르치고 펴던 이 가운데 누가 잘못을 밝히거나 빌었을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도 일본도 얼룩과 고름을 안 씻은 채 1945년을 맞고서 오늘까지 이르렀다고 느껴요. 스스로 착하고 참하게 서도록 북돋우지 않는 배움터라면 거짓잔치입니다. 종살이를 하라고 길드는 우두머리야말로 거짓머리예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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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사랑 - 이영애에세이
이영애 지음 / 문학사상사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990


《아주 특별한 사랑》

 이영애 글

 문학사상사

 2001.4.12.



  책날개에 “내 작은 사랑과 정성, 불우한 소년소녀 가장에게. 이 책의 인세 수입 전부를 장학금으로 바칩니다.”라고 적은 《아주 특별한 사랑》을 읽었습니다. 굳이 안 읽고 싶었지만, 작은아이가 〈대장금〉이라는 이야기를 궁금하다고 하기에 꽤 긴 이야기를 천천히 보여주었고, 요즈음 이영애 씨가 보이는 발걸음을 헤아리면서 뒤늦게 읽었습니다. 아무튼 아는 사람은 알 테지만, 글삯(인세)이란 10푼(%)입니다. 글삯을 고스란히 가난아이한테 바치겠다는 뜻은 틀림없이 훌륭하기는 한데, 바침(기부)은 말없이 해야 바침이지 않을까요? “난 기부천사야!” 하는 자랑일 뿐이로구나 싶은데, 무엇보다도 가난아이한테 뭔가 바치고 싶다면 그냥 “내 일삯(출연료) 가운데 1/10을 낼게요!” 하면 됩니다. 티내지 말고 조용히 하셔요. 그런데 이영애 씨는 ‘박정희·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승만 재단’에 목돈을 기꺼이 낸다지요. 어디에 돈을 내든 알 바 아니되, 굳이 자랑할 일조차 아니며, 우두머리(대통령)한테 돈을 바치지 말고 몽땅 가난아이한테 바칠 일이지 싶습니다. ‘정치 중립’이라고 외친들 터럭만큼도 ‘가운데(중립)’가 아닙니다. 이놈저놈 몽땅 기웃거린다는 뜻이거든요. 돈은 많아도 철들지 않을 적에는 여기저기 엿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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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0.23.

숨은책 944


《敗戰前後의 獨逸》

 C.떤.뽀옴 글

 葛必道 옮김

 생명의말씀사

 1954.8.12.첫/1955.12.1.둘



  값을 치르지 않는 사람은 깨닫지 않고 배우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훔친 책으로는 하나도 못 깨닫고 못 배웁니다. 이웃을 후려치거나 때리거나 괴롭히는 이도 언제나 못 깨닫고 못 배워요. 제값을 치르고 장만한 책이어야 찬찬히 읽고서 제대로 배웁니다.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살림을 지을 때라야 보금자리부터 사랑으로 가꾸면서 마을을 포근하게 돌볼 수 있어요. 《敗戰前後의 獨逸》은 ‘和蘭女性이 본’이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네덜란드에서 나고 자란 ‘꼬리에 떤 보옴(Corrie Ten Boom)’ 님은 나치 독일이 서슬퍼럴 적에도 기꺼이 여린이 곁에 있었고 아늑히 품었다지요. 이러다가 붙잡혀서 거의 죽을 뻔했으나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습니다. 잘못을 일삼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 스스로 무엇을 했고 느꼈는지 물어보면서 ‘뉘우칠 길’을 열어 주기도 했다는데, 적잖은 이들은 스스로 뭘 했는지 하나도 모르는 듯했다지요. 이미 허수아비로 길들었기에 나치 독일이 시키는 대로 했고, 나치 독일이 무너졌어도 눈을 못 뜬 사람이 수두룩했던 셈입니다. 딱한 사람은 스스로 죽음길로 달려갑니다. 사랑이 없기에 살림을 안 하는 무리는 그저 바래고 닳습니다.


ㅅㄴㄹ


“모르겠습니다. 증오는 강한 것입니다. 그러나 용서란 약한 것이지요. 열일곱 살 때 저는 수천 명의 죄수가 탄 배를 보았습니다. 그 배는 바로 내 눈앞에서 침몰되었지만, 그때 저는 조금도 그에 놀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만큼 잘 훈련이 되어 있었습니다.” (45쪽/히틀러 치하의 군인)


#Corrie Ten Boom #코리 텐 붐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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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0.23.

숨은책 988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리영희 글

 두레

 1994.7.7.



  푸른배움터를 다니는 동안에 “왜 어진 길잡이를 보기 어려울까?” 하고 갸웃했습니다. 달삯을 받는 일꾼(월급생활자)이 아닌, 날마다 우리를 마주하는 어른을 만나고 싶었어요. 1994년 여름에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가 새로 나왔고, 이 책을 비롯해서 리영희 님 여러 책을 헌책집에서 찾아내어 또래나 언니한테 알리면서 함께 읽자고 했더니 “너무 어려워!”라든지 “너무 빨간(불온한) 책 아니야?” 하면서 거의 모두 손사래쳤습니다. 이듬해에 동생 한 사람만 리영희 책을 읽어 주었으나 “어렵다!”는 말은 매한가지였습니다. 리영희 님 글결이 어려울 수는 없습니다. 다루는 글감이 안 쉽다고 여길 수 있는데, 여태껏 생각조차 안 한 갈래요 삶인 탓에, 스스로 마음을 안 기울인다면 그저 어렵겠지요. 왼오른 가운데 하나로 가려고만 한다면, 또는 왼오른을 아예 쳐다보지 않으면서 돈길·이름길·힘길만 쳐다보려고 한다면, 도무지 알 길이 없고 안 알고 싶을 만합니다. 나비도 새도 두 날개로 납니다. 우리는 두 다리로 걷습니다. ‘둘’이란 나란히 서고 어깨동무한다는 뜻입니다. ‘둘’이란 함께 찾고 지으면서 두레를 이루어 둥그렇게 동무를 맺는다는 뜻입니다. 동무를 내치기에 담벼락을 세우며 안 배우겠지요.


ㅅㄴㄹ


93년, 즉 작년의 우리나라 국방비는 중국의 거의 2배에 가까운 약 1백 10억 달러였다. (146쪽)


국가가 총동원체제로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은 사회적·인간적 윤리성의 부재를 뜻한다. (167쪽)


서독은 자본주의지만 사회주의 사상·학문·운동의 전통이 깊고, 사회주의 정당이 허용될 뿐 아니라 집권까지 하는 국가이다. 동독은 사회주의지만 서독 자본주의와의 물질적·정신적 기반을 넓게 공유하였다. 서독에는 간첩을 대상으로 하는 법은 있지만 동·서독 시민의 접촉을 간첩시하는 ‘반공법·국가보안법’ 같은 것이 없었다. 그밖에도 공통분모적 조건의 공유가 20여 년에 걸쳐서 다져졌다. (16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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