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60


《look at us, etc, etc》

 William Saroyan 글

 Arthur Rothstein 사진

 Cowles book

 1967.



  한때는 동심천사주의·교훈주의 동시가 넘쳤다면, 요새는 입시지옥·동무사이를 다루는 동시가 넘칩니다. 어린이 삶자리·꿈길·사랑꽃·숲노래를 바라보는 동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린이는 무엇을 보며 자랄 적에 환하게 웃을까요? 푸름이는 어떤 터에서 어떤 말을 들으며 슬기로이 철들고 노래할 만할까요? 입시지옥을 없애도록 애쓰지 않으면서 입시지옥 때문에 앓는 푸름이를 문학으로 그린들 무엇이 달라질는지 모르겠어요. 학교를 다니면 다닐수록 더 쇠밥그릇이나 뒷돈에 빠져드는 터전이라면, 이런 입시지옥인 학교를 모조리 닫고 교육부도 닫을 노릇이라고 느껴요. 자, 교과서 진도나 대학입시는 그만 쳐다보고 어린이 눈망울을 바라봐요. 왜 서울 집값이 오를까요? 서울에 그토록 대학교가 많고, ‘in 서울’이 안 되면 모두 막히도록 쏠렸잖아요. 서울 곁에 아파트를 때려짓는 새 고장을 키운대서 ‘서울몰이질’은 안 사라져요. 서울바라기·대학바라기부터 없애고 ‘사랑바라기·아이바라기·숲바라기’를 할 적에 집값 따위야 한칼에 떨어집니다. 부드러운 글하고 사진이 어우러진 《look at us, etc, etc》를 읽으며, 미국은 아무리 엉터리인 대목이 많아도 이 만한 책이 나올 수 있는 터전이네 하고 새삼 생각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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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353


《귀여운 쪼꼬미》

 김수정 글·그림

 서울문화사

 1990.9.1.



  오늘날 배움판에서 제대로 다루는 한 가지라도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성교육’은 더더욱 엉망이지 싶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성교육 :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성에 관한 올바른 지식을 갖도록 하는 교육 ≒ 성욕 교육’으로 풀이하는데, 참 끔찍합니다. 자라나는 어린이·푸름이한테 ‘지식’을 가르친대서 얼마나 잘 받아들이면서 헤아릴까요? ‘앎’이 되도록 살필 노릇입니다만, ‘앎’에 앞서 ‘삶·살림’으로 어깨동무하는 길을 스스로 누리고 몸소 움직이면서, ‘사랑’이란 길을 참답고 착하며 곱게 여미는 즐거운 하루가 되도록 북돋아야겠지요. 다시 말해 ‘삶·살림·사랑’을 ‘기쁨·참·착함·고움’으로 여미어 나누는 보금자리나 마을일 적에 온누리가 환하면서 포근하리라 생각해요. 《아기 공룡 둘리》로 엄청나게 사랑받은 김수정 님은 이윽고 《일곱 개의 숟가락》이며 《귀여운 쪼꼬미》 같은 만화책을 그렸습니다. 어린이한테서 받은 사랑을 어린이한테 돌려주려는 뜻으로 ‘어른이 슬기로운 사랑을 보여줄 길’이라면 ‘쪼꼬미’ 이야기라면 어울리겠다고 여겼다지요. 살을 섞는 길을 다루는 성교육이 아닌, 마음이 마주하면서 빛나는 사랑을 그릴 적에 비로소 집·마을·나라랑 학교 모두 달라지리라 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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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52


《新 自然 きらきら 5 あまやどり》

 久保秀一 사진

 七尾 純 글

 偕成社

 2002.5.1.



  어쩔 길이 없는지 모르나, 이 나라 배움판은 오래도록 몇몇 사람 손바닥에서 놀았습니다. 누구한테나 열린 배움판이지 않았습니다. 위아래로 굴레를 놓았고, 벼슬아치하고 먹물꾼이 숱한 사람을 짓눌렀습니다. 이 종살이 굴레는 엉뚱하게 일본 제국주의 총칼로 무너졌고, 이때부터 조금은 숨통을 트는 배움판이 깃드나, 한말글이 아닌 일본 말글로 뒤덮여요. 그런데 일본 배움판 가운데 ‘교과서 학습’만 지나치게 들어오고 ‘여느 자리에서 여느 살림을 눈여겨보고 아끼며 가꾸는 길’은 좀처럼 못 들어왔습니다. 일본 한켠은 군홧발 제국주의였어도, 다른 한켠은 수수한 살림빛이었거든요. 진작부터 어린이책이 눈부시게 나온 일본 다른 한켠이에요. 《新 自然 きらきら 5 あまやどり》는 어린이가 숲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끄는 꾸러미입니다. 자연도감·생태도감도 일본책을 고스란히 베낀 이 나라이지만, ‘어린이 자연그림책·사진책’도 으레 일본책을 옮기거나 베낀 이 나라입니다. 이제라도 이 나라 들숲내를 헤아리는 ‘반짝반짝 초롱초롱 수수한 숲살림 이야기꾸러미’를 엮는 손길이나 눈망울이 태어날 수 있을까요. 비가 오기에 실컷 비놀이를 합니다. 빗물을 잔뜩 마신 다음에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립니다. 비를 머금은 온숲이 푸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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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51


《韓國 俗談의 妙味》

 김도환 글

 제일문화사

 1978.10.3.



  어릴 적에는 ‘속담’이란 말을 그냥 들었지만, 중학교에 접어들어 한문을 익히고 고등학교에 들어서며 사전을 샅샅이 읽는 사이 ‘속담’이란 말을 쓰기 거북했습니다. ‘속담·속어·속언·속설’이나 ‘민속’처럼 ‘속(俗)’을 넣은 말씨는 여느 사람을 얕보거나 낮보거나 업신여기는 마음이 깃드는 줄 알아챘거든요. 그렇다고 그무렵에 저 스스로 ‘속담’을 바꿀 새말을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쓸 때마다 거북할 뿐입니다. 1993년에 《한국속담활용사전》이 태어난 적 있고, 엮은님은 사전을 꾸준히 손질했습니다. 멋진 속담사전을 처음 만날 즈음에는 이 수수한 말씨에 마음을 기울인 분이 있구나 싶어 놀랍기만 했는데, 엮은님이 속담을 놓고 처음 갈무리한 《韓國 俗談의 妙味》를 헌책집에서 만난 뒤에는, 이 책부터 짧지 않은 나날을 바친 줄 느끼고는, 오래도록 깊이 바친 땀방울로 속담사전이 나왔네 싶더군요. 속담이란 “먹물쟁이 아닌 사람, 바로 스스로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는 사람이 여느 자리에서 쉽고 즐겁게 쓰는 말”입니다. “삶을 짓는 길에서 스스로 삶을 바탕으로 엮거나 지은 말”이라면 단출히 ‘삶말’이라 할 만하지 싶어요. ‘삶말꾸러미’이지요. ‘살림말뭉치’입니다. ‘삶말숲’이자 ‘살림말나무’이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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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42


《the National English Readers 註解書 6》

 편집부 엮음

 보문당

 1951.12.10.



  남북녘이 한창 서로 죽이고 죽는 싸움판이던 무렵에도 책은 꾸준히 나왔습니다. 집이며 마을을 떠나면서도 배움터를 새로 열었습니다. 곁에서 숱한 사람이 죽어 나갈 적에, 마을이 무너지고 숲이 불탈 적에, 어깨동무하던 이웃이 어느새 눈을 부라리며 윽박지르는 사이로 바뀔 적에, 배움터에서는 무엇을 가르칠 만했을까요. 어린이는 무엇을 배우면서 자라야 이 고단하며 멍울진 살림새를 추스를 만할까요. 《the National English Readers 註解書 6》은 쇠붓으로 긁어서 엮은 책이요, “내쇼낼 英語讀本 註解書”라고 합니다. 학교에서 다루는 영어 교과서를 풀이한 도움책(참고서)입니다. 낱말풀이는 없고, 교과서 글월을 한글로 옮겨놓기만 했는데, 이런 도움책이어도 무척 모자랐을 테고, 몹시 아끼면서 돌려읽었지 싶습니다. 그런데 ‘주해서’는 하나같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세운 학교 얼거리에 따라 생기고 퍼진 도움책입니다. 바깥말을 익히는 길에 ‘글월풀이’도 있으면 좋겠지만 ‘낱말풀이’가 함께 있을 노릇이지 싶어요. 교과서에 적은 글월은 어느 한 가지만 짚은 대목일 뿐 말은 아니거든요. 무엇보다 예나 이제나 삶·살림·사랑을 밝히는 슬기로운 책이 아닌 이런 도움책부터 나오는 대목은 아쉽습니다. 학습지가 너무 넘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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