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


《다른 쪽에서

 로랑스 퓌지에 글·이자벨 카리에 그림/김주열 옮김, 다림, 2014.10.13.



온누리에 같은 사람이 없고, 같은 나무도 같은 풀도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같은 집”이 끔찍하도록 많고, “같은 옷”도 너무나 많고, “같은 몸매와 얼굴”도 숱하게 넘친다. 누구나 틀림없이 다른 넋과 숨결이지만, 겉모습을 똑같이 맞추려는 굴레에 스스로 사로잡힌다. 예부터 모든 살림집은 ‘집안사람’ 스스로 멧숲에서 나무를 해서 말리고 다룬 뒤에 천천히 기둥을 세우고 서까래를 놓고서 지붕을 올리며 지었다. ‘집’은 “짓는 곳”이다. “살림을 지을 곳”인 ‘집’부터 ‘짓’고 나서, 다른 온갖 살림을 하나하나 짓는다. 그래서 ‘글짓기·말짓기·삶짓기’란 어마어마하게 아름다운 일인데, 이 나라(정부·교육부)는 ‘글짓기’를 ‘글만들기(작문)’로 망가뜨렸고, 이제는 ‘글만들기’를 ‘글쓰기’라는 이름으로 곳곳에서 아무렇게나 편다. 슬기로운 옛사람이 일군 ‘짓기’도 아닌, 이오덕 님이 가꾼 ‘쓰기’도 아닌, ‘만들기’가 판치는 나라에서는 어느 누구도 “다 다른 사람”하고 멀다. 《다른 쪽에서》는 아름그림책이다. 아름책인데 2023년에 판이 끊겼다. 다른 너랑 나로서 같은 꿈과 사랑을 그리는 새길을 어린씨가 나란히 어깨동무하며 나아가는 하루를 들려준다. 우리는 “다른 쪽에” 서기에 만날 수 있다.


#De l'autre cote

#Isabelle Carrier #Laurence Fugier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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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2.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강준만 글, 인물과사상사, 2020.4.14.



엊저녁 20시 무렵에 자리에 누웠다가 23시에 눈을 떴는데, 온몸이 뻣뻣해서 더 드러누웠다. 01시에 이르니 몸이 풀린다. 04시까지 글일을 여미고서 살짝 눈을 감는다. 05시부터 10시까지 다시 글살림을 추스른다. 〈책과 아이들〉 지기님하고 이야기를 더 하고서 길을 나선다. 어제그제 장만한 책을 읽으면서 사상나루에 닿고, 시외버스에 타서 책을 조금 읽다가 꿈나라로 까무룩 날아간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 버스는 고흥읍에 닿는다. 시외버스 내 바로앞 자리에 앉아서 끝없이 ‘전화수다’를 떨던 아가씨는 고흥버스나루에서 담배를 태운다. 속으로 외친다. “자네 너무하지 않나?” 18:30 시골버스를 기다린다. 빗소리를 들으며 마음글을 쓴다. 마을앞에 내릴 때까지 석 꼭지를 새로 맺는다. 가볍게 비를 맞으며 보금숲에 깃든다. 씻고 빨랫감을 헹구고서 저녁을 먹는다. 이튿날 있을 뽑기(대통령선거)를 놓고서 두런두런 생각을 나눈다. 누가 뽑히든 우리 꿈씨와 살림씨를 사랑으로 다스릴 노릇이다.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는 거의 300쪽인데, 강준만 씨 다른 책마냥 앞자락 ⅓이나 ¼은 돋보이고, 뒷자락 ⅔나 ¾은 비실비실하다. 100쪽짜리로 작고 단단하게 줄거리를 여미면 빛나리라 본다. 우리는 이제 ‘누구뽑기’가 아닌 ‘어린이를 헤아리는 씨앗심기’를 할 일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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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9.


《어떤 날은》

 파올라 퀸타발레 글·미겔 탕코 그림/정원정·박서영 옮김, 문학동네, 2025.1.31.



해를 먹으면서 걷는 아침이다. 고흥 보금숲으로 돌아간다. 시외버스에서 책읽기로 보낸다. 다만, 고흥읍에 닿고도 마을앞으로 지나가는 시골버스가 없는 때라서, 40분을 기다려서 이웃 황산마을을 스치는 시골버스를 탄다. 이나마 있으니 반갑다. 논두렁을 걷는다. 큰아이가 마중을 온다. 함께 거닐며 흰새를 본다. 요사이 텃밭놀이를 즐긴다는 부산이웃한테 보내려고, 조그맣게 올라오는 돌나물을 몇 줌 뗀다. 드디어 우리집 마당에 들어서고, 발부터 씻고 빨래를 한 다음 몸을 씻는다. 다같이 둘러앉아서 저녁을 먹는다. 바람은 가볍고 구름이 짙은 밤이 흐른다. 《어떤 날은》은 뜻있게 나온 책일 테지만 여러모로 아쉽다. “Making Space”에서 ‘space’는 ‘틈’이나 ‘짬’으로 옮겼어야지 싶다. 우리말 ‘틈’하고 ‘짬’은 때랑 곳을 나란히 나타낼 뿐 아니라, 스스로 틔우고 짜는(짓는) 결을 그린다. 온누리 모든 어린이는 스스로 마음을 틔우고 생각을 열면서 놀이를 짓고 살림을 익힌다. 이동안 말빛을 가다듬고 숨빛을 헤아린다. 스스로 짓기에 놀이에 노래인걸. 손수 빚고 가꾸기에 일이자 이야기인걸. 그러나 요즈음 글바치(작가·번역가·편집자)는 모두 시골하고 한참 먼 서울(도시)에서 사니까, 말 한 마디에 숲빛을 담는 길을 모른다.


#MakingSpace (2024년)

#PaolaQuintavalle #MiguelTanco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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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5.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

 이꽃맘 글, 삶창, 2022.8.23.



새벽부터 비가 온다. 가늘게 마을을 적시는가 했으나 이내 빗방울이 굵다. 굵게 더 굵게 거듭 굵게 마당을 두들기는 소리를 듣다가 속꽃나무(무화과) 곁에 서서 맨몸으로 비놀이를 하고 비씻이를 한다. 우르릉 소리를 내는 함박비는 이제 곧 여름이라고 알린다. 철이 훅 바뀌는 비빛이로구나 싶다. 이튿날부터 나흘에 걸쳐 깃새글꽃(상주작가)으로 부산에 깃들기에, 오늘 저잣마실을 더 나간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시골버스는 비가 샌다. 시골에서는 비새는 버스가 그냥 다니는구나 하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밤에는 빗줄기가 멎는다. 아주 말끔히 씻는구나. 스승이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누구나 스스로 배우는 줄 몸소 보이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우리는 서로 스승으로 마주하면서 동무로 어울리기에 온누리를 맑게 씻을 수 있다.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는 반가웠으나 아쉬웠다. 책이름을 “우리나라 시골에는 내가 살지”처럼 붙이면서 시골을 바라보려고 했다면 줄거리가 사뭇 달랐으리라.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배움터에 안 넣고서, 시골에서 같이 놀고 이야기하며 뒹구는 나날을 살아낸다면, 두다리로 걷고 두바퀴(자전거)로 바람을 쐬는 나날을 즐긴다면, 왜 아이하고 시골에서 살 적에 함께 오붓하고 사랑스러운지 알아챌 텐데.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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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4.


《빨간 모자 꼬마 눈사람》

 오시마 다에코 글·가와카미 다카코 그림/육은숙 옮김, 학은미디어, 2006.5.5.



작은아이가 아침에는 집일을 살짝 거들지만, 낮부터 저녁까지 아무 집일을 안 쳐다본다고 느낀다. 무엇이든 스스로 살피고 찾고 나서야 할 뿐 아니라, 배우고 익혀야 몸에 스밀 텐데, 슬금슬금 뺄 적에는 하루그림이 없게 마련이다. “보라 씨, 뭘 하시나요? 밥차림을 거들 수 있나요?” 밥과 국을 새로 끓인다. 곁밥을 세 가지 마련한다. 두 아이가 어릴적에는 혼자 다 해내면서 아이들을 두바퀴에 태워서 들숲바다를 달릴 뿐 아니라, 그림책을 읽어 주고, 노래를 지어 부르고, 여름에는 밤새 부채질을 했으나,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맡을 일거리를 하나씩 짚어 준다. 짚는 대로 따라오기도 하고, 이내 잊기도 한다. 《빨간 모자 꼬마 눈사람》은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에 따라 하나씩 나온 아름그림책이다. 작은아이가 대여섯 살 무렵 이 그림책을 처음 알아보았으나 이미 판이 끊겼더라. 두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서 마르고 닳도록 읽어 주었고, 철마다 다르게 흙과 풀과 숲과 바다와 나무와 씨앗과 바람과 비랑 놀면서 살았다. 오늘 우리가 맨발로 흙을 밟고 맨손으로 눈을 굴리면서 실컷 노는 나날이라면 이 그림책은 오래오래 사랑받았겠지. 이제라도 ‘놀이순이·놀이돌이’가 나라 곳곳에서 깨어나면 이 그림책이 다시 태어날는지 모를 일이다.


#大島妙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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