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22.


《도라에몽 컬러작품집 4》

 후지코 F. 후지오 글·그림/유민선 옮김, 대원키즈, 2007.3.15.



빗줄기가 천천히 잦아든다. 이틀 내리 비날을 이으면서 가을더위가 훅 꺾인다. 비와 바람과 해를 헤아리면서 들살림을 짓는다면, 논밭에서 거두는 낟알과 열매와 푸새를 오직 사람만 누리려 하지 않는다면, 서로 한결 느긋하고 넉넉하면서 짙푸를 텐데. 이웃들이 ‘채식·육식’을 놓고서 그만 싸우기를 빈다. 풀도 고기도 숨붙이인걸. 우리는 여러 숨붙이를 우리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이 삶을 배운다. 풀을 먹든 고기를 먹든, 튀국수(라면)를 먹든 까까를 먹든, 얼음을 먹든 빵을 먹든, 모두 숨빛이다. 《도라에몽 컬러작품집 4》을 되읽는다. 이따금 끄집어서 찬찬히 넘기곤 한다. 작에 꾸린 《도라에몽》하고 비슷하지만 꽤 다른 결로 잇는다. 더 어린 아이들부터 읽을 이야기로 짠 《도라에몽 컬러작품집》이라서 한결 부드럽고 사랑스럽다. 아이들은 이렇게 따뜻하게 품고 안으면서 다독이고 달래는 이야기를 반긴다. 옳거나 그르다고 가르거나 가르치는 길이 안 나쁘되, 오늘날 숱한 배움터는 굴레처럼 가두려고만 한다. ‘가르치다·가르다’는 그저 한끗이다. ‘배우다·배다(버릇)·배다(아기)’도 참말로 한끗이다. ‘옳다·올가미(올무)’도 한끗인 줄 알아본다면, 먼저 아이어른이 함께 살림을 짓는 오늘을 노래하며 이야기하겠지.


#藤子F不二雄 #ドラえもん

#ドラえも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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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21.


《걸어다니는 부엉이들》

 팔리 모왓 글·임연기 그림/곽영미 옮김, 북하우스, 2005.9.16.



비날을 잇는다. 오늘 비가 오지 않았으면 다시 가을더위가 춤추었을 듯했다. 어제에 이어 좍좍 쏟아지다가 가볍게 멎다가 새삼스레 촤라락 들이부으면서 모든 소리를 잠재운다. 비가 뿌리다가 멎으면 어느새 풀벌레가 노래한다. 풀벌레도 빗소리를 즐기는구나 싶다. 꾀꼬리가 아직 안 떠났을까. 얼핏 꾀꼬리노래도 섞여서 퍼지는 듯싶다. 저물녘에 우리 책숲으로 가서 빗물을 치우고서 책도 조금 추스른다. 《걸어다니는 부엉이들》을 아이들하고 즐겁게 읽었다. 팔리 모왓 님 글은 어린이도 푸름이도 어른도 반갑게 맞이할 만하다고 느낀다. 잘 옮기면 훌륭하다. 어린이 눈결과 푸름이 마음결을 못 읽으면서 옮김말씨로 춤추지 않으면 된다. 다만, 1961년에 처음 나온 이 책은 2005년뿐 아니라 2024년에도 푸르고 아름답다만, 안타깝게도 판이 끊겼다. 그래도 이분이 쓴 다른 책은 아직 가늘고 길게 읽히는 듯싶다. 아이들이 곧잘 묻는다. “왜 다른 사람들은 이런 책을 안 읽어요?” “그러게나 말이다, 이런 책을 읽으면 눈을 환하게 뜨면서 스스로 깨어날 텐데.” “사람들은 안 깨어나려고 이런 책을 안 읽고, 아예 책조차 안 읽어요?” “글쎄, 아무래도 네 말이 맞는 듯하구나. 그저 슬픈 일이야. 그러나 우리가 알아보고 읽으면 돼.”


#Owls in the Family (1961년)

#Farley Mowat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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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20.


《가업을 잇는 청년들》

 백창화·장혜원·정은영 글, 남해의봄날, 2013.11.30.



비가 온다. 비가 좍좍 온다. 바람이 휭휭 분다. 비가 멎고 풀벌레노래가 그윽하다. 다시 비가 온다. 솨솨 꽂는다. 이러다가 비가 멎고 구름이 빛난다. 17시 시골버스로 읍내로 가서 나래터를 들르고서 저잣마실을 한다. 한가위가 지나간 가게는 썰렁하다. 이 빗줄기는 하늘도 땅도 씻을 테지. 부디 풀죽임물은 그만 뿌리기를 빌 뿐이다. 《가업을 잇는 청년들》을 되읽었다. 2014년에 부산 〈고서점〉 지기님이 알려주어서 그때 얼핏 읽은 뒤 얼른 내려놓고서 잊었다. 열 해 만에 되읽는데, “책을 내려고 얼른 써낸 글”이라는 티가 짙다. 글을 써서 책을 내어도 안 나쁘지만, 처음부터 얼른 끝내려고 후다닥 쓰고 찍는다면, 이런 책은 얼마나 이어가며 읽을 만한지 모르겠다. 일본사람이라 ‘가업·청년’이지만, 우리는 ‘집일·젊은이’이다. “집안을 잇는 젊은이”를 만났다고 밝히는 꾸러미인데, 뭔가 책으로 선보일 만한 ‘일’을 찾으려고 하면서 확 어긋났다고 느낀다. 어버이를 이어서 일하는 사람한테는 어딘가 다르거나 튀거나 훌륭한 마음씨가 있어야 하는 듯 몰아가는 줄거리가 버겁다. 그저 곁에서 젊은이를 지켜본 바를 수수하게 담으면 될 텐데. 늙은 어버이도 예전에 젊은 일꾼이었다. 즐겁게 일하는 아름이웃을 만나면 될 텐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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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19.


《안익태 케이스》

 이해영 글, 삼인, 2019.1.15.



올가을에 새로 책으로 내려는 글꾸러미를 추스른다. 어떤 목소리를 담아서 어떤 살림살이를 풀어놓을 만할는지 돌아본다. 이웃나라에 ‘글지기 아줌마’가 있다. 아줌마로서 아이들 곁에 서고 마을사람 사이에 스미는 하루를 담아내는 ‘이시무레 미치코’ 님이다. 나는 이곳에서 ‘글지기 아저씨’일 수 있을까. 늘 아이들 곁에 서면서 들숲바다 사이에서 스미는 오늘을 담아내는 길을 걸을 수 있을까. 걸어야 글을 읽고 쓴다. 걸어야 아이 곁에서 나란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들려준다. 《안익태 케이스》를 읽은 지 여러 해 지난다. 한참 책더미에 쌓고서 지나치다가 오늘 비로소 치운다. 안익태가 감춘 민낯을 찬찬히 밝힌 대목을 돋보인다만, 일본말씨·일본영어에 옮김말씨가 너무 춤춘다. 글을 굳이 이렇게 써야 할까? “그냥 글”조차 아닌 “일본앞잡이 안익태를 나무라는 글”인데. 일본앞잡이를 나무라는 글을 쓸 적에 ‘일본말씨’를 안 써야 하지는 않을 테지만, 좀 덜고 솎고 다듬을 줄 알아야 할 텐데. 안익태는 “죽은 앞잡이”인데, 서슬퍼렇던 일본군국주의·조선봉건가부장에 물든 일본말씨·중국말씨는 이제 하나하나 털고 씻고 치우면서 ‘우리말씨(나답게 나를 사랑하는 말씨)’로 거듭나야 이 나라가 바뀔 만하리라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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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18.


《어머니의 신화》

 섀리 엘 서러 글/박미경 옮김, 까치, 1995.12.25.



아침에 빨래를 새로 해서 마당에 널며 해바라기를 하는데, 고샅을 지나가는 흰짐차가 우리 집 담벼락에 침을 퉤 뱉는다. 짐차를 모는 이하고 눈을 마주친다. 이분은 어떤 마음이기에 아무 데나 침을 뱉을까. 이녁은 어떤 삶이기에 마을집에 침을 뱉는가. 굳이 이이를 ‘미쳤다’거나 ‘고약하다’고 말할 까닭은 없다. “누워서 침뱉기”라는 옛말 그대로이니, 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이녁 스스로 쓰레기로 삶을 보낼 테고, 다른 집에 침을 뱉는 이는 그이 스스로 침질을 실컷 받는 삶으로 마무리하겠지. 17시 시골버스를 타고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한가위가 지났어도 아직 읍내에 쇳덩이가 많은데, 그야말로 아무 데나 세우거나 밀고들어온다. 이제 ‘길’이란 ‘사람길’이 아닌 ‘쇳길’이요, 스스로 넋을 잊고 잃어 바보로 뒹구는 굴레로 ‘길드는’ 데로구나 싶다. 《어머니의 신화》를 읽었다. 이름만 너무 크게 붙인 듯싶다. 남이 예전에 글로 남긴 어머니 이야기를 따오기보다는, 그저 글쓴이 곁에 있는 어머니 이야기를 적는 길이 훨씬 나으리라 본다. ‘남이 쓴 글’을 추리거나 엮어야 ‘학문’이 되는 줄 잘못 아는 분이 수두룩하다만, ‘나와 너가 이룬 우리 삶’을 차곡차곡 적을 적에 비로소 배움길(학문)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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