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11.


《새엄마 육아 일기》

 오진영 글, 눌민, 2021.5.21.



〈숲노래 책숲 1019〉가 나왔다. 새로 낸 《말밑 꾸러미》에 살짝 얹은 낱말그림 하나를 바탕으로 꾸렸는데, 글씨가 너무 작아서 읽기 어려우려나 모르겠다. 큰아이가 옆에서 보더니 “안 작은데요? 읽을 사람은 다 읽겠지요.” 하고 얘기한다. 맞는 말씀이다. 읽을 사람은 잔글씨여도 읽고, 안 읽을 사람은 큰글씨여도 안 읽는다. 읽을 사람은 책값을 안 따지고, 안 읽을 사람은 책값에 매인다. 큰아이하고 읍내 나래터에 들고 가서 부친 다음에, 뒷숲에 가서 등허리를 쉰다. 어치와 까치가 노래하는 소리를 듣다가, 벚꽃비가 내리는 냄새를 누리다가, 파랑괴불주머니(현호색)를 만난다. 숲길을 따라 줄줄이 엄청나게 피었다. 꽃과 잎을 하나씩 따서 봄숲맛을 누린다. 《새엄마 육아 일기》를 읽었다. ‘낳은엄마’가 아닌 ‘돌봄엄마’로 살림을 꾸리는 하루를 펼친다. 처음 어린이로 만난 날부터 어느새 싸움터(군대)까지 다녀온 때에 이르도록 아이랑 곁님하고 보낸 삶이 얼마나 기쁘게 사랑이었나 하고 풀어내는 줄거리이다. 우리말로는 ‘새엄마·돌봄엄마’인데, ‘새’란 새로움일 뿐 아니라, 사이를 잇는 길이고, 하늘과 땅을 누비는 숲짐승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아이는 두 어버이가 사랑을 속삭이기에 ‘새’로 맺는 빛씨이고.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10.


《언어의 높이뛰기》

 신지영 글, 인플로엔셜, 2021.9.1.



엊저녁 가볍게 비를 뿌리고 지나갔다. 비가 더 오며 하늘을 씻을 만한데, 새로 볕날로 돌아선다. 꽃가루받이를 마친 흰민들레 한 송이는 어느새 꽃대롤 곧길게 뻗더니 동그랗게 씨공을 맺는다. 바야흐로 텃노랑과 흰민들레가 우리집을 고루 둘러싼다. 지난 열다섯 해 동안 제법 퍼뜨렸다. 멧딸기꽃도 하얗게 일어난다. 오늘도 모과꽃을 한 소쿠리 훑는다. 낮에는 꾀꼬리와 까치와 직박구리와 박새와 뱁새와 굴뚝새와 제비가 노래를 베풀고, 밤에는 소쩍새가 노래를 편다. 논개구리가 멀잖은 곳에서 깨어나서 낮에도 노래하고 밤에도 노래한다. 《언어의 높이뛰기》를 읽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말글을 이만큼 헤아려서 글로 여미고 책으로까지 내는 분이 있다니 반가우면서 고맙다. 말글을 익히고 이야기하면서 다루려면 ‘높은 저곳’이 아닌 ‘살림하는 여기’에 있을 노릇이요, ‘서울 복판’이 아닌 ‘시골에서도 들숲메바다 곁’일 노릇이다. 우리말도 이웃말(외국말)도 말글은 숲에서 태어난다. 그러니까 《언어의 높이뛰기》는 말글을 ‘말과 글’로 바라보려는 눈길이 알뜰하되 여러모로 아쉽다. ‘사람들(사회)’이 말결과 글빛을 미처 못 읽더라도, 말글지기와 글바치가 기둥을 곧고 곱게 다스려서 펴면 된다. 오늘부터 일구면 넉넉하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9.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손택수 글, 창비, 2020.2.20.



이제 들숲메에 들딸기 멧딸기가 하얗게 꽃을 피운다. 우리집 모과나무도 꽃망울이 줄줄이 맺는다. 모과꽃물을 낼 꽃송이를 실컷 훑는다. 작은아이가 지난겨울에 뿌린 상추씨는 이제 조물조물 올라온다. 벌써 손바닥만 하게 자란 상추가 있고, 손톱보다 조금 크게 올라오는 상추가 있다. 오늘도 쑥을 뜯어서 국을 끓인다. 《붉은빛이 여전합니까》를 가만히 읽어 보았다. 요사이는 젊거나 늙거나 어리거나 이렇게 글을 꾸미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얼핏 ‘삶’을 적은 듯한 글이지만, ‘서울에서 가난 걱정이 없이 느긋하게 아파트와 자가용을 거느린 제법 높은자리’라는 쳇바퀴를 ‘문학’으로 씌웠구나 하고 느낀다. 여러모로 보면, 우두머리라는 자리도 삶이고, 시골 논밭지기라는 자리도 삶이고, 아기라는 자리도 삶이고, 작가회의 대표나 간사나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도 삶이고, 시외버스 운전기사라는 자리도 삶이다. 어느 자리에서나 삶이되, ‘내 자리’만 볼 노릇이 아니다. 뭇숲에 뭇나무와 뭇풀과 뭇새와 뭇짐승과 뭇벌레가 있듯, ‘내가 아닌 남이 있는 자리’를 고르게 바라보고서 받아들일 수 있으 때에 비로소 붓을 쥐어야지 싶다. ‘등단’을 안 한 사람과, ‘작가회의’에 몸을 안 담은 사람들 ‘삶노래’를 듣고 싶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8.


《멍텅구리, 세상을 바꾸다》

 조르주 상드 글·와이 그림/이인숙 옮김, 계수나무, 2005.4.5.



면사무소에서 큰아이 ‘문화누리카드’를 받으러 오라기에 논두렁을 두바퀴로 달려서 찾아간다. 그러나 일꾼은 없고, 조용한 면사무소 다른 일꾼은 손전화로 놀기에 바쁘다. 예전에는 면사무소 일꾼이 셈틀로 웹툰이나 영화를 보면서 놀았다면, 요즘 면사무소·군청 일꾼은 손전화로 논다. ‘오라’ 해놓고서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면 어쩌란 소리일까? 자리를 비웠던 분이 나중에 우리집으로 찾아온다. 그래서 이분한테 “왜 산불방송을 날마다 30∼50벌씩 하나요? 저녁 5시부터 7시까지는 10분마다 틀어대는데, ‘소음공해’를 넘어서 ‘소음폭력’ 아닌가요?” 하고 물어본다. 면사무소 일꾼은 ‘안동산불’을 비롯해 큰불이 나기 때문이라 말하지만, 이미 고흥군은 우리가 이곳에 처음 살던 2011년부터 날마다 산불방송을 틀어댔다. 공무원은 그저 ‘공무원’일 뿐이고, 전라도 공무원은 ‘전라도 공무원’일 뿐일까? 《멍텅구리, 세상을 바꾸다》를 아이들하고 소리를 내어 함께 읽었다. 조금 아쉬운 대목이 있으나 매우 잘 쓴 글이다. 《말하는 떡갈나무》하고 《어머니의 얼굴》은 이 글보다 한결 빛난다고 느끼는데, 그래도 《멍텅구리》 이야기는 오늘 우리나라를 둘러싼 실랑이를 꿰뚫는 곧은빛이 흐른다고 느낀다. 어쩐지 우리나라는 벼슬꾼(정치꾼)이 책을 내면 너무 잘 팔리는데, 벼슬꾼 책이 아닌, 《멍텅구리》와 《떡갈나무》와 《어머니》 같은 아름다운 ‘조르주 상드’ 동화책부터 읽을 수 있기를 빈다.


#George Sand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사전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내가 사랑한 사진책》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7.


《글쓰는 여자의 공간》

 타니아 슐리 글/남기철 옮김, 이봄, 2016.1.28.



글월을 부치러 고흥읍으로 나간다. 길과 버스에서 글을 쓴다. 읍내를 거닐며 읽을 책을 깜빡 잊은 터라 ‘걷는읽기’를 할 수 없기에 ‘걷는쓰기’를 한다. 서두르려는 마음만 아니라면, 누구나 걷는읽기에 걷는쓰기를 넉넉히 할 만하다. 문득 생각해 본다. 요즈음 ‘인문강의’가 꽤 많은데, “누구나 언제 어디에서나 글쓰기와 책읽기”를 하는 이야기를 펴고 함께 배울 수 있기를 빈다. 따로 틈을 내어 쓰고 읽어도 보람차고, 틈이 없으면 밥을 하거나 빨래를 하다가도, 버스를 기다리다가도, 버스를 타고 움직이다가도, 길을 걸으면서라도, 얼마든지 읽고 쓰면서 우리 스스로 사랑하고 살피는 하루를 지을 수 있다. 《글쓰는 여자의 공간》을 읽는 내내 대단히 아쉬웠다. ‘글쓴이가 좋아하는 글순이’라면 더 마음을 기울여서 여미지만, ‘글쓴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구나 싶은 글순이’라면 무척 어정쩡하거나 두루뭉술 다루고서 지나가 버린다고 느꼈다. 이럴 바에는 “내가 좋아하는 글순이”만 다룰 노릇 아닌가? 그나저나, 글순이나 글돌이 모두 똑같다. 돈·이름·힘이 있으면 따로 글칸(서재·작업실)이 있되, 웬만한 순이돌이 모두 ‘부엌’이나 ‘길’이나 ‘아이곁’이 글칸이다. 나도 웬만한 글은 부엌과 길과 아이곁에서 썼다.


#Wo Frauen ihre Bucher schreiben

#TaniaSchlie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사전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내가 사랑한 사진책》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