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3.


《시 쓰는 나무》

 샤나 라보이 레이놀즈 글·샤르자드 메이다니 그림/문혜진 옮김, 다산기획. 2020.4.15.



여름에는 시골집에서 웃통을 벗고서 해바람을 맞아들이기에 즐겁다. 등과 배와 가슴과 어깨에 햇볕을 듬뿍 쏘이면서 바람을 마시면 꽤 오래 따끈따끈하다. 해바람을 나란히 머금으면서 나무 곁에 서면 오히려 땀이 안 맺힌다. 후박나무에 사다리를 대고 올라가서 후박알을 훑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후박잎이 서로 부딪히면서 푸른노래를 베풀고, 등허리에 팔다리를 간질인다. 사다리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후박알을 따기에 잔바람에도 흔들거리는데, 바람과 나무가 장난을 건다고 느낀다. 우리가 후박알을 따는 코앞에서 멧새도 후박알을 쫀다. 나무 한 그루에서 여럿이 조금 떨어져서 푸른빛을 누린다. 《시 쓰는 나무》는 몹시 잘 나온 그림책이로구나 싶다. 노래란 무엇이고, 노래는 어떻게 쓰고, 노래를 어떻게 나누며, 노래로 어떻게 삶을 밝혀서 즐겁게 하루를 누리는지 차분히 펼쳐냈다고 느낀다. 더구나 이 그림책은 두 아이가 나무 한 그루를 사이에 두고서 노랫가락으로 푸르게 만난다. 더 잘 쓴 노래란 없다. 늘 오늘 우리 눈빛을 담는 노래요, 언제나 우리 손길을 얹는 노랫가락이다. 모든 길을 춤짓으로 일으키기에 즐겁게 깨어나는 노래 한 자락이다.


#Poetree #ShaunaLaVoyReynolds #ShahrzadMayd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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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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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2.


《프란츠 카프카 :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

 라데크 말리 글·레나타 푸치코바 그림/김성환 옮김, 소전서가, 2024.5.10.



어제오늘은 집에서 등허리를 펴면서 바람소리와 여름볕과 풀노래와 새소리를 맞아들인다. 자주 씻고 빨래를 하면서 조용히 쉰다. 샘물 한 모금으로 넉넉한 여름이다. 가만 보면, 여름은 뜨겁게 끓인 국물을 조금 누리면서 밥도 줄이는 철이지 싶다. 여름은 땀을 빼면서 온몸에 볕살을 가득 담으며 새롭게 거듭나는 길목이라고 본다. 흰나비가 한꺼번에 깨어나서 춤춘다. 범나비랑 사향제비나비도, 물잠자리도 고추잠자리도 실잠자리도 나란히 어울린다. 마당과 뒤꼍 사이에서 여름빛을 흐드러지게 마주한다. 《프란츠 카프카 :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을 읽고서 내내 갸우뚱했다. 알려지거나 숨은 이야기라고 하는데, 썩 새롭지 않다. 글그림을 맡은 두 분은 카프카라고 하먼 ‘시커먼 어둠’을 떠올리는구나 싶은데, 참말로 카프카는 시커먼 어둠을 글로 담은 사람이자 길일까? ‘어둠·어둡다’는 ‘어렵다’로 맞물린다. 어스름이 덮고서 어두운 때가 오면 이제 눈앞이 안 보인다고 여겨서 ‘어렵다’고 느낀다. 그런데 어둠이 짙게 깔리는 밤이 찾아오면 오히려 밝다. 별이 돋으면서 온누리를 새롭게 비춘다. 카프카는 어둡고 어려운 글인가, 아니면 한밤에 이르러 밝게 빛나는 별처럼 깊은 곳을 비추려는 글인가?


#FanzKafka

#RadekMaly #RenataFucik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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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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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1.


《Women War Photographers : From Lee Miller to Anja Niedringhaus》

 Anne-marie Beckmann·Felicity Korn 엮음, Prestel Publishing, 2019.



첫여름이 한여름으로 바뀌는 길목이다. 아침에는 소나기에 낮에는 새파랗게 트인 하늘에 몽실구름이 가득하다. 숭실대 옆 〈라이브러리 두란노〉에서 ‘섬섬꽃’ 모임을 꾸린다. 오늘은 《달맞이산 너머로 날아간 고등어》에서 여러 대목을 따서 읽는다. 이러고서 ‘빌고 싶은’을 글감으로 삼아서 쪽글을 쓴다. ‘빌다·비비다·비손’이 맞물리고, ‘빚다·빚·빛·비다·빚다’가 얽힌다. 무엇을 빌리거나 빌 적에는 마음부터 비우고서 서로 빛으로 나아가는 길을 바라본다. 14:40 고흥버스를 탄다. 버스에 타고서 잠든다. 한참 달린 뒤에 깨어나서 하루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고흥읍에서는 택시를 부른다. 마을 어귀에 이르자 왼논에서 오른논으로 뜸부기가 한 마리 휘익 가른다. 풀벌레와 개구리가 노래로 반기고 별빛이 흐드러지는 집으로 돌아왔구나. 《Women War Photographers : From Lee Miller to Anja Niedringhaus》를 곱씹는다. 싸움터를 담아낸 ‘빛순이’ 여러 사람을 한눈에 살피도록 엮은 알뜰한 꾸러미이다. 한글판이 나오기 어려우리라 느끼는데, 어느 분이 이 알뜰한 빛책을 장만해서 읽고서 헌책집에 내놓아 주었을까. 싸움터로 나아가는 사람은 싸울아비도 빛순이·빛돌이도 목숨을 건다. 싸우지 않기를 바라더라도, 나라(정부)가 등을 떠민다. 사랑을 잊은 우두머리가 싸움판을 펴고, 사랑을 잃은 몸으로 이웃을 놈으로 삼아서 죽이거나 죽어야 하는 불굿인데, 이 불굿에서도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를 돌보려는 어머니가 있다. 총이 없는 곳에서는 싸움질이 없을까?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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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30.


《평범한 경음부 2》

 쿠와하리 글·이데우치 테츠오 그림/이소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4.30.



새벽에 움직인다. 07:00 서울버스를 탄다. 칙폭길은 6만 원이고, 사상나루 버스길은 3만 원이다. 읽고 쓰고 자면서 달린다. 서울에 닿자마자 부천으로 건너간다. 〈용서점〉에서 ‘우리말 살림꽃’ 모임을 새롭게 꾸리자고 이야기한다. 이윽고 서울 강서로 건너가서 〈악어책방〉에서 19:30부터 ‘마음글쓰기’를 편다. 마음이란, 스스로 씨앗 한 톨처럼 말을 한 마디 놓고서 가꾸는 터전이다. 글이란, 손수 씨앗 한 톨을 종이에 얹어서 돌보는 손살림이다. 눈을 뜨듯 마음을 틔워서, 길을 열듯 글을 여민다. 《평범한 경음부 2》을 읽었다. 벌써 넉걸음까지 잇달아 나온다. ‘나무위키’를 보면 이 그림꽃에 왜 “♩♪♬”이 가득한지 나오더라. 일본판은 일본에서 삯(음악 저작권료)을 낸 듯싶고, 한글판은 삯과 얽혀 실마리를 못 푼 듯싶다. 이 그림꽃은 아이들이 노래두레를 꾸리면서 부르는 노래마다 ‘노랫말’하고 ‘삶’을 맞물리는 줄거리인데, 노랫말이 죄다 “♩♪♬”으로 나오면 어쩌나? 큰아이는 이 그림꽃에 “요새는 왜 자꾸 여자만 그리지? 지구에는 여자와 남자가 나란히 있는데?” 하면서 나무란다. 틀림없이 지난날 꽤 오래 “글·그림에 ‘남자만 주인공’이기 일쑤였고, 요사이는 이 얼개를 뒤집는다”고 할 만하다. 열여덟 살 큰아이(딸)가 짚어 주듯, ‘뒤집기’는 나중에 고스란히 ‘뒤집기’로 돌려받는다. 그들(기득권 가부장 꼰대 남성)이 아무리 바보짓에 멍청짓을 일삼았어도, 우리가 오늘 바라보고 나아갈 길이라면, “꼰대가 하던 꼴통짓”이 아니라 “사랑으로 짓는 살림길”일 노릇이어야지 싶다. 푸른별은 돌이밭(남초)으로도 순이밭(여초)으로도 아름답지 않다. 이 별은 ‘순이돌이 숲밭’일 적에 비로소 아름답다. ‘수수하다(평범·보통)’라는 우리말은 ‘숲’을 가리키는데, ‘숲’은 바로 ‘순이(가시내)’를 가리키는 빛나는 낱말이기도 하다.


#ふつうの輕音部 #クワハリ #出內テツ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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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그래도 여섯걸음과 일곱걸음에는

'돌이'도 처음으로 겉에 얼굴을 내미네.

줄거리를 보면 "거의 없는 사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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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29.


《나는 해파리입니다》

 베아트리스 퐁타넬 글·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김라헬 옮김, 이마주, 2020.7.30.



아침에 〈책과 아이들〉에서 ‘살림짓기’ 모임을 꾸린다. 더위가 아닌 햇볕을 누리는 여름으로 보내자고 얘기한다. 우리는 고작 스물∼서른 해 앞서만 해도 누구나 스스럼없이 해바라기를 즐겼다. 얼마 앞서까지 “여름에 까무잡잡하게 타지 않은 살갗”이라면 몸을 망가뜨리거나 괴롭힌다고 여겼다. 낮에는 ‘우리말이 태어난 뿌리 : ㅁ’ 이야기꽃을 편다. ㅁ으로 여는 우리말이라면 무엇보다도 ‘마음·물·말’을 바탕으로 ‘마·머’를 돌아볼 노릇이다. 마음을 담기에 말이요, 물처럼 흐르기에 말인데, 물빛과 닮아 맑기에 말이면서 마음이다. ‘어머니’에서 ‘머’라든지, ‘마루’에서 ‘마’는 모두 맞닿는다. ‘머리·마리’는 같은말이요, ‘맡다·말다·-맙다·맞다’가 얽히는 실타래를 차곡차곡 풀어가면, 저마다 마음을 북돋우는 말씨(말씨앗) 한 톨을 알아챌 만하다. 《나는 해파리입니다》를 처음에 얼핏 볼 적에는 반가웠으나, 아이들하고 함께 읽으면서 아쉬움투성이인 줄 느꼈다. 해파리를 다루니 고맙되, 해파리는 “사람하고 다른 몸과 머리와 마음”이라는 대목을 썩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 해파리는 온몸이 머리이자 눈인 줄 알아볼 수 있을까?


#JeSuisLaMeduse #BeatriceFontanel #AlexandraHu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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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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