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1.


《거래의 기술》

 도널드 트럼프 글/이재호 옮김, 김영사, 2004.11.1.



찔레나물을 한다. 지난해에 대면 보름이나 일찍 찔레를 훑는다. 꽃을 보고 풀잎을 만지며 나물을 훑노라면 해마다 철이 어떻게 바뀌는가를 바로 느낀다. 살갗에 닿는 바람을 느끼면서도 해마다 날씨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부디 아늑한 햇볕이 되기를. 아무쪼록 짙푸른 바람이 되기를. 찔레싹은 고추장으로도 무치고 된장으로도 무친다. 데치면 물이 너무 빠지기에 안 데치고 헹군 다음에 한참 무친다. 양념으로 숨이 죽을 때까지 한참 무치고 보면 드디어 끝. 찔레싹에서도 찔레꽃을 닮은 냄새가 풍긴다. 마땅하지. 꽃에서만 그 달콤한 냄새가 날 수 없다. 《거래의 기술》을 조금씩 읽는다. 미국 우두머리를 맡는 트럼프란 사람이 손수 쓴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이가 어떻게 왜 미국 우두머리를 맡을 만한가를 어림한다. 이이는 그냥 장사꾼이 아니네. 통이 큰 장사꾼조차 아니네. 어릴 적부터 어버이한테서 배운 ‘두려움이 아닌 꼭두가 되는 꿈’을 바라보면서 달린 사람이요, 밥 한 그릇이며 1센트가 몹시 아쉬운 집안에서 나고 자라면서 돈을 다루는 길도 제대로 익혔지 싶다. 젊은 나이에 일찍 숨진 형도 트럼프한테 크게 길잡이가 되었지 싶고. 민주당도 공화당도 아닌 ‘미국사람’일 뿐이기에 이녁 나라를 잘 이끌겠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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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2.


《뭇별이 총총》

 배영옥 글, 실천문학사, 2011.1.12.



아이하고 주고받는 말은 언제나 노래라고 느낀다. 큰아이가 스스로 제 말을 수첩이며 종이에 옮길 수 있는 때부터 큰아이 말을 수첩에 옮기지 않았다. 이때부터는 “그래! 그렇구나! 그 느낌하고 말을 네가 손수 종이에 적어 보렴.” 하고 들려주었고, 큰아이는 마음에서 터져나온 말에 살을 살짝살짝 입혀서 한결 깊고 넓게 이야기꽃을 지어냈다. 이제 시집이 참 많이 나온다. 누구나 시를 쓸 만한 때가 무르익는다고 느낀다. 이 많은 시집을 다 장만해서 읽지는 못하지만, 보이면 보이는 대로 누구 시집이든 읽어 보는데, 참으로 웬만한 시집이 재미없구나 싶다. 《뭇별이 총총》을 읽고 덮으면서도 섭섭하더라. 왜 시를 안 쓰고 겉멋을 부릴까. 왜 노래를 안 부르고 감추기를 할까. 일본 한자말이나 번역 말씨를 잔뜩 뒤섞다가 영어를 곁들이는, 그런 겉멋질만 얄궂지 않다. 무슨 이야기를 마음에서 터뜨려서 활짝 피우려고 하는가를 모르겠다. 이야기가 없이 뼈대만 있달까. 줄거리가 없이 껍데기만 있달까. 문학상을 받았다는 시도, 갑자기 이름이 떠오른 시도, 여기저기에서 심사위원도 하고 교수도 하고 방송도 하는 이들이 쓰는 시도, 하나같이 틀에 박혔구나 싶다. 어른이란 몸이어도 얼마든지 마음으로 꽃봉오리 터뜨리며 노래할 만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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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31.


《숲의 사나이 소바즈》

 제니퍼 달랭플 글·그림/이경혜 옮김, 파랑새, 2002.8.12.



나뭇가지에 앉은 딱새가 나를 아직 못 봤다. 나는 널 보는걸. 딱새는 내가 쳐다보든 말든 아랑곳않으면서 꽁지를 재게 흔들다가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물까치 여러 마리가 나를 보고는 어그적어그적 날갯짓을 하며 후박나무 우듬지에 앉는다. 너흰 우리 뒤꼍에서 뭐를 찾으려고 내려앉았니? 사다리를 타고 닿지 않는 곳에 달린 유자를 그대로 두었더니 바닥에 떨어졌고, 삼월볕에 다 녹아서 다시 유자나무 뿌리로 스며든다. 높은 데에 맺혔으면 안 따면 된다. 새가 먹어도 좋고, 나무한테 돌아가도 좋다. 모과꽃을 언제쯤 훑어서 햇볕을 먹이며 말릴까 하고 헤아린다. 손바닥 크기인 뒤꼍이어도 하루 내내 부산하고 이야기가 넘친다. 집집마다 마당이랑 뒤꼍이랑 텃밭이라는 숲을 품도록 이 나라가 달라진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숲의 사나이 소바즈》를 거듭 읽으면서 자꾸 생각한다. 요즈막에 더더욱 값지고 빛나는 그림책이지 싶다.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는 아직도 헤맨다. ‘서로 떨어지기’가 아닌 ‘서로 숲을 품기’로 가야 하지 않을까? 빈터에 선 자동차를 치우고 시멘트·아스팔트를 걷어내어 나무를 심자. 찻길 가장자리에 자동차가 서지 못하도록 모두 갈아엎어서 꽃밭으로 가꾸고 나무가 자라도록 하자. 돈길 아닌 숲길로 거듭나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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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30.


《손과 입 2》

 오자키 토모히토 글·카와시타 미즈키 그림/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16.8.31.



쑥잎을 덖으며 여러모로 배웠다. 덖음길을 터놓고서 알려주는 데는 없네 하는 대목을 먼저 배웠고, 혼자 이래저래 부딪히면서 해보면 다 되는구나 하는 대목을 이윽고 배웠다. 스스로 덖음길을 익히고 나니, 쑥잎뿐 아니라 뽕잎도 감잎도 다른 잎도 재미나게 덖고 우려서 마신다. 또 스스로 익힌 만큼 누구한테나 덖음길을 알려준다. 사전짓기란 일도 매한가지. 이 일은 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와야 할 수 있지 않다. 마음이 있고 뱃심이 있으며 말넋을 사랑하면 누구나 할 만하다. 사전짓기란 일도 단출하게 누구한테나 알려준다. 우리 손은 무엇이든 짓는다. 우리 입은 무엇이든 밝힌다. 우리 손은 무엇이든 사랑으로 감쌀 줄 안다. 우리 입은 무엇이든 노래로 어우를 줄 안다. 거꾸로 무엇이든 망가뜨리거나 미워할 수도 있는 손과 입일 텐데, 짓지 않고 망가뜨려서야 재미있을 턱이 없지. 나누지 않고 괴롭히거나 미워한다면 얼마나 따분하면서 스스로 힘들까. 《손과 입》 두걸음째를 읽는다. 두걸음째에서 줄거리가 어느 만큼 가닥을 잡는다만, 판이 진작 끊어진 이 만화책 셋·넷·다섯걸음은 언제쯤 짝을 맞출 수 있을까. 봄하늘이 사랑스럽다. 낮은 파랗고 밤은 까맣다. 봄바람이 되게 거세다. 온누리를 말끔히 털어 주려는구나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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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29.


《형아만 따라와》

 김성희 글·그림, 보림, 2019.9.25.



새로 쑥을 훑는다. 올해 첫 쑥을 열흘쯤 앞서 훑었던가.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바지런히 쑥잎을 덖을 생각이다. 쑥잎덖기를 맨손으로 하기에 곧잘 손이나 손목이 덴다. 실장갑을 끼면 델 일이 없을는지 모르나, 실장갑을 끼면 실장갑 냄새가 배기에 싫다. 이렇게 말하면 ‘가스렌지로 덖으면 가스 냄새가 배지 않나?’ 하고 따질 만한데, 참말로 잔냄새 아닌 꽃냄새가 배기를 바란다. 노래를 부르면서 쑥잎을 덖고, 등허리를 펴려고 틈틈이 춤까지 춘다. 가만히 서서 덖으면 등허리가 몹시 결리지만, 춤을 추면 새로 기운이 난다. 다시 말해, 등허리 펴려고 춤을 추다가 아뜨뜨 하면서 손목이 데기 일쑤인 셈. 그림책 《형아만 따라와》는 재미있다. 척 보아도 알 만하다. “형아만 따라와” 하고 읊는 언니는 틀림없이 동생을 지키지 못할 때를 맞이할 테고, 동생이 의젓하게 언니를 돌보겠지. 뻔히 알 만한 얼개일 텐데, 어린이 삶이든 어른 살림이든 ‘뻔히 알 만한 길’을 능청스레 풀어내니 더욱 알뜰하지 싶다. 맞다. 뻔히 알 만한 쉬운 줄거리가 좋다. 수수한 삶을 그리니 반갑다. 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얘기가 아닌, 오늘 이곳을 사랑하는 이야기라면 넉넉하다. 오늘도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들하고 놀고 쑥 훑고 살림하고 사전 짓고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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