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6.


《와, 같은. 1》

 아소 카이 글·그림/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1.10.15.



촛불보기를 한다. 우리 곁님은 촛불보기를 할 적에 그냥 촛불 말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한다. 나나 큰아이는 촛불을 보면 이내 숱한 모습이 춤을 춘다. 더구나 나는 가만히 앉아서 촛불을 바라보는데 촛불이 쿵쿵 뛰거나 춤을 추다가 여럿으로 갈라지기도 하고, 아예 집안이 통째로 흔들린다고까지 느낀다. 어릴 적에는 전기가 툭하면 나갔기에 촛불을 자주 켰다. 어릴 적부터 촛불에서 숱한 기운을 느꼈기에 푹 빠져들곤 했다. 여기 있는 몸뚱이는 참나가 아닌 옷일 뿐이고, 촛불 너머로 만나는 빛꽃하고 넋이 만나는 곳에 참나가 있다고 느낀달까. 오늘 촛불보기를 하다가 마칠 즈음 흰토끼풀꽃을 보았다. 한 자루만 켠 촛불인데 흰토끼풀이 한동안 나타났다가 사그라들었다. 《와, 같은. 1》를 읽었다. 아이를 돌보는 줄거리를 다룬 그림꽃책은 언제나 눈길이 간다. 다 다른 살림집에서 저마다 어떻게 아이를 바라보면서 사랑하려는 숨결로 하루를 지으려는지 눈여겨본다. 아이는 밥을 먹기에 키가 크거나 몸이 자라지 않는다. 아이는 사랑을 먹기에 키도 몸도 마음도 자란다. 사랑을 먹지 않는 아이는 엇나가거나 죽는다. 사랑을 먹으면서 하루를 살기에 싱그러우면서 즐거이 삶길을 찾는 의젓하며 다부진 어른으로 피어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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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5.


《정의의 편》

 사토 마도카 글·이시야마 아즈사 그림/이소담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1.6.16.



그러께부터 아이들이 감을 그리 안 즐기더니, 지난해부터 귤을 썩 안 즐긴다. 물러서 곪으려는 귤 한 알을 마당 한쪽에 놓았는데 우리 집으로 찾아오는 뭇멧새가 콕콕 쫀다. 아이들이 누리지 않으면 새한테 주면 되겠구나 싶어, 새가 콕콕 다 쪼면 새로 귤을 두엇씩 내놓는다. 마루에서 마당으로 나가려는데 직바구리가 귤을 쪼는 모습을 본다. 눈이 마주친다. 직박구리는 귤을 쪼다가 멈추고 움찔 하듯 가만히 있는다. 나도 “아, 네가 느긋이 먹는데 마당으로 나왔네.” 하고 생각하며 가만히 있는다. 직박구리는 부리를 귤에서 떼고 슬금슬금 물러나고, 나도 다시 마루로 슬금슬금 올라선다. 마루에서 조용히 지켜보자니, 직박구리는 사람이 없는지 꼼꼼히 보고서 다시 귤을 쫀다. 《정의의 편》을 읽었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만한 줄거리를 다룬다.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에서 벌어지는 따돌림·괴롭힘질은 예전하고 대면 무시무시하지 않다 하더라도 틀림없이 고스란히 있다. 배움터에서 ‘학교폭력 방지 예방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하더라도 막짓이 고스란하다면 이대로는 안 되는 줄 알아야 할 텐데, 영 안 바꾼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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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4.


《Q.E.D. 48》

 카토 모토히로 글·그림/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4.10.25.



바람이 자고 햇볕이 포근히 퍼지는 하루로 돌아선다. 이제 숨을 돌린다. 여름에는 무더위가 잇다가도 바람이 불어 고맙다면, 겨울에는 된바람이 잇달다가 가벼이 가라앉으며 고맙다. 사름벼리 씨가 까마귀떼 그림을 건넨다. 어느덧 열다섯 해째 새를 지켜보고 그림으로 담았으니, 해가 갈수록 그림이 새롭게 빛난다. 우리 아이뿐 아니라, 이웃 아이도 스스로 즐겁게 담아내는 그림은 더없이 눈부시다. 아이는 배움터에 가야 배우지 않는다. 아이는 모두 보금자리에서 배운다. 빼어난 스승이 가르쳐야 하지 않는다. 스스로 해보면서 스스로 배운다. 숱한 길잡이(교사)가 ‘가르치다·가리키다’를 가려서 쓰지 못한다. 이른바 ‘국어교사’도 엉터리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그럴 만하다. ‘가리킴질 = 가르침질’이니까. 바탕은 같다. 《Q.E.D. 48》까지 읽고서 이 그림꽃책이 훌륭하다고 비로소 밝히기로 한다. 줄거리도 이야기도 얼거리도 그림결도 어린이부터 함께 읽을 만하겠다고 생각한다. 《Q.E.D.》 다음으로 그린 《CMB 박물관 사건목록》도 무척 잘 그렸다고 느낀다. “증명종료” 꾸러미를 읽으면서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 같은 그림꽃책이 얼마나 아쉽고 얄궂은가를 새삼스레 느낀다. 삶을 보는 눈이 삶을 바꾸고 새롭게 짓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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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3.


《몰리와 메이》

 대니 파커 글·프레야 블랙우드 그림/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7.9.29.



된바람을 맞으며 우체국을 다녀온다. 마을 앞들은 눈이 흩날리고 우리 집은 조용하다. 가만히 보니 앞들은 넓게 트인 자리요, 우리 집이 있는 마을은 뒷메가 포근히 감싸기에 바람이 휭휭 불면 눈송이가 마을에 떨어질 틈이 없다. 드센 맞바람에 자전거가 거의 안 나간다. 시골길을 하느작하느작 달린다. 문득 까마귀떼가 머리 위로 가볍게 천천히 날면서 돈다. 땅바닥에서는 바람이 센데, 하늘은 다를까? 하늘을 가르는 새는 센바람이든 여린바람이든 가벼이 타고서 신나게 놀까? 아예 자전거를 세워서 쳐다본다. 300이 넘는 까마귀떼는 날갯짓조차 없이 빙글빙글 춤춘다. “용쓰지 마. 바람을 즐겨. 바람을 읽고 느껴서 하나가 되렴.” 하고 속삭이는 듯하다. 《몰리와 메이》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어디에서나 아이답게 뛰놀며 사귀는 길을 그린다. 아이들은 열린터(공공장소)이니까 얌전하거나 조용해야 할까? 남한테 나쁘지 않도록(피해를 안 끼치도록) 해야 하기는 하겠으나, 아이는 껍데기를 안 살핀다. 아이는 누구한테나 말을 트고, 마음을 열며, 생각을 나눈다. 아이는 허울이 아닌 속마음하고 사랑을 보며 홀가분히 놀려고 한다. ‘교육·훈육·양육‘ 같은 한자말에 깃든 ‘육(育) = 기름’이요, ‘길들임’인 줄 느껴야 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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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


《테니스의 왕자 2》

 코노미 다케시 글·그림/조은정 옮김, 대원씨아이, 2000.7.18.



다시 얼어붙는 하루이다. 먼지를 날려 반가운 겨울바람은 꽝꽝 얼린다. 센바람이다. 이런 날씨에 자전거를 타면 앞으로 나아가기가 벅차다. 그러나 겨울에 이런 얼음바람을 맞으면서 달리기에 온몸이 쩍쩍 얼어붙으면서 새롭다. 《테니스의 왕자》를 스무 해 만에 손에 쥔다. 처음 나올 적에는 테니스를 아예 안 쳐다보았기에 들출 생각조차 안 했다. 오래도록 꾸준히 나온 그림꽃이기에 한 자락쯤 볼까 싶어 첫걸음을 폈고, 꽤 잘 그렸구나 싶어 두걸음 석걸음을 읽어 보는데, 뒤로 갈수록 줄거리가 멧길로 간다. 바다를 저을 배가 바다 아닌 멧길을 헤맨달까. 첫걸음만 알뜰히 그려내고 뒷걸음부터는 솜씨자랑하고 다툼질하고 비아냥질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남보다 더 멋지거나 솜씨있게 해내도 나쁘지는 않을 테지만, 반드시 남을 이기거나 누르거나 꺾으면서 자랑하는 삶길은 무슨 보람일까. 더구나 이 자랑질은 서른 살을 채 못 넘기기 마련이고, 마흔 살에는 어림조차 없다. 서른 무렵까지는 자랑질로 살다가 그 뒤로는 쭈그러들며 구경하는 길인 셈인가? 이따금 ‘마음’을 짤막하게 담기는 하지만, 바탕은 오직 솜씨자랑으로 물든 《테니스의 왕자》이고 보니 뒷걸음을 읽노라면 자꾸 지친다. 한숨이 나온다. 읽다 멈췄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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