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지는



서울 노고산동에 있는

〈숨어있는 책〉에 한나절 깃들면서

아주 느긋이 책을 누리고는

큰덩이 하나만큼 장만했다


화곡동으로 건너오는 전철에서

숱한 손님물결에 휩쓸렸고

즐겁게 꿋꿋이 책을 읽으니

어느새 우장산나루에 닿고

〈악어책방〉에 이른다


책집 앞에 앉아서

해지는 하늘을 느끼면서

또 책을 읽는다

저녁바람이 시원한 한여름이 저문다


2025.7.21.달.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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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없어



시외버스를 타면

바깥바람이 없다

그러나

숲과 들과 멧골 사이를 지나며

이 시외버스로

숲바람 들바람 멧바람

모두 고루 가만히 깃든다고

느낀다


2025.7.21.달.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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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내가 좋아하는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내가 늘 하거나 자주 먹는

여러 가지를 좋아하는가 하고

돌아보곤 한다


그런데

늘 하기에 좋아하는 일일까?

늘 먹기에 좋아하는 밥일까?


아직 모르기에

앞으로 하려는 일과 길을

하나씩 되돌아보고

오늘 날아가는 새를 지켜본다


2025.6.26.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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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여름꽃



첫여름으로 접어들 즈음이면

슬그머니 잎을 내고는

한여름으로 넘어설 무렵이면

조그마니 꽃을 피우는


낯가림을 하는 듯이

짙푸르게 우거진 나무 사이에서

옅푸르게 얌전한 대추나무를


부산 사직동 안골목

작은집 담벼락 곁에서

한참 들여다보았다


2025.6.27.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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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빌고 싶은



쇠날·흙날·해날을 부산에서 보내고서

달날·불날을 부천과 서울에서 보낸다

전남 고흥 시골집은 어떤 하루일까?

이제 후박나무 열매를 딸 철인데

시골집 아닌 밖에서 돌아다니는구나


아름다운 이웃과 만나서 주고받는 마음과

하루하루 새롭게 배운 이야기를 돌아본다

오늘밤에 우리집으로 돌아가면

한동안 고요히 잠들면서

푸른살림을 짓는 수다를 펴려고 한다


별은 못 보더라도

해와 비와 구름을 바라보며 빈다


2025.7.1.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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