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내 신



맨발로 서울 북한산을 오르고

고무신으로 제주 한라산을 오르면

발바닥으로 이곳 땅빛을 느껴


여기는 흙냄새가 이렇구나

이곳은 흙빛이 이러하네


맨손으로 바람을 쓰다듬으면

맨손 맨발로 나무를 타면

나는 저 하늘 매랑 나란히

바람과 나무 이야기를 듣지


2025.6.1.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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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곁님이 내 앞으로 오면서

여태 얼마나 눈감은 바보였는지

새롭게 돌아보았다


큰아이를 맞이하며 함께 놀면서

내가 스스로 노래를 잊고

나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알아보았다


작은아이가 찾아와 같이 살면서

내가 나를 사랑할 적에

보금자리를 이루는구나 싶었다


나는 나를 보려고 너를 마주본다


2025.6.1.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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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



열세 살까지 1.5 + 1.5인 눈인데

열네 살에 1.5 + 0.1로 확 가고

이대로 스무 살과 서른 살을

살아왔다


대학입시라는 이름으로

05:30∼23:30 동안에

시멘트교실에서 지내고서

형광등 불빛에

오른눈이 닳았더라


스무 살에 강원 양구로

서른세 살에 전남 고흥으로

멧숲바다 곁으로 가면서

눈을 살살 틔우며 산다


2025.4.19.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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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고 싶어



어릴적에 늘 앓고

또 아프고 자꾸 드러눕느라

이제 그만 앓고서

얼른 죽고 싶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 그러면 죽어 볼래?”

어느 날 아무도 없는 길에서

목소리를 들었고 섬찟했다


“아냐, 난 나를 돌보고 싶어.”

죽음길로 보내주겠다는 목소리는

그날부터 사라졌다


나는 나를 돌보는 길을 몰랐지만

돌아보고 바라보면 되는 줄

천천히 느끼며 살아간다


2025.4.20.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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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뭘 하며 놀까?



서울 대방동에서 밤을 맞이하는데

술꾼들 술수다가 늦도록 있네

새벽에 이르러 비로소 잦아드는데

이제부터 빗소리가 퍼진다


내 등짐에 슈룹이 있지만

등짐만 씌우고서

비놀이를 누리고 비맛을 본다


숭실대 앞에서 전철을 내리려는데

이곳 일꾼이 디딤돌로 오르지 말라고

에스컬레이터 타라며 팔뚝을 억세게 잡네


나는 사나운 손을 물리치고서

가볍게 높다란 디딤돌을 척척 올라간다


2025.4.22.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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