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박 泊


 3박 4일을 머무르다 → 사흘을 묵다 / 사흘을 잔다 / 사흘밤을 보낸다

 몇 박을 계획했느냐면 → 몇 밤을 헤아렸느냐면 / 며칠을 있느냐면


  ‘박(泊)’은 “객지에서 묵는 밤의 횟수를 세는 단위”를 가리킨다지요. ‘밤’이나 ‘묵다·보내다’로 고쳐씁니다. ‘들다·깃들다’로 고쳐쓰고, ‘잠·자다·잠자다’로 고쳐쓰면 되어요. ‘머물다·머무르다·머금다’나 ‘있다·지내다’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1박 2일로 진행된 오리엔테이션은 나에게 무척 지루한 것이었다

→ 하룻밤짜리 새내기배움터는 나한테 무척 따분했다

→ 이틀짜리 새터는 나한테 무척 재미없었다

《다시 칸타빌레》(윤진성, 텍스트, 2009) 8쪽


최소 이박삼일이라며 깔깔댑니다

→ 적어도 이틀밤이라며 깔깔댑니다

→ 못해도 사흘길이라며 깔깔댑니다

→ 짧아도 사흘마실이라며 깔깔댑니다

《꿈결에 시를 베다》(손세실리아, 실천문학사, 2014) 64쪽


이박삼일 진액을 뽑아낸 사이

→ 이틀밤 단물을 뽑아낸 사이

→ 사흘씩 온힘을 뽑아낸 사이

《금정산을 보냈다》(최영철, 산지니, 2015) 16쪽


1박 2일로 가족여행을 갑니다

→ 우리 집 하룻밤 놀러갑니다

→ 우리 집 하루 묵는 마실 가요

《30점짜리 엄마 1》(다카기 나오코/박주영 옮김, artePOP, 2015) 100쪽


당일치기면 힘들지만, 산 정상에서 1박하니까 그렇지도 않아요

→ 그날치기면 힘들지만, 멧갓에서 하룻밤이니까 그렇지도 않아요

《신들이 노는 정원》(미야시타 나츠/권남희 옮김, 책세상, 2018) 58쪽


흔적 없이 왔다가 흔적 없이 사라지는 1박 2일 잔치를 해 보자는 거다

→ 자국 없이 왔다가 자국 없이 사라지는 하룻밤 잔치를 해보자고

→ 티없이 왔다가 티없이 사라지는 하루잔치를 해보잔 얘기이다

《안녕, 동백숲 작은 집(하얼과 페달, 열매하나, 2018) 62쪽


1박 2일 고마웠다

→ 하룻밤 고마웠다

→ 하루 고마웠다

《세상의 소리 2》(이시이 아스카/김현주 옮김, 소미미디어, 2019) 99쪽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2박 3일의 휴가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곁님과 아이들하고 사흘 동안 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배우는 아빠》(이재철, 홍성사, 2021) 27쪽


자비를 들여 2박을 합니다

→ 제돈으로 이틀 묵습니다

→ 제벌이로 이틀 지냅니다

《키워드로 만나는 일본 문화 이야기》(최수진, 세나북스, 2022) 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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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40 : 일기一期 생



일기로 생을 마쳤다

→ 삶을 마쳤다

→ 마쳤다

→ 돌아가셨다


일기(一期) : 1. 어떤 시기를 몇으로 나눈 것의 하나 2. 한평생 살아 있는 동안

생(生) : 1. = 삶 2. 세상에 태어나는 일 3. 전혀 또는 생판



  한자말 ‘일기(一期)’는 ‘삶’을 가리킵니다. 외마디 한자말 ‘생(生)’도 ‘삶’을 가리켜요. “-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같은 말씨를 마치 높임말로 여기는 분이 꽤 있으나, 잘못 쓰는 겹말일 뿐입니다. 높이말이라면 ‘돌아가시다’라 하면 됩니다. “눈을 감다”나 “삶을 마치다”나 “하늘로 가시다”라 할 수 있어요. ㅅㄴㄹ



69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 69살로 삶을 마쳤다

→ 69고개로 마쳤다

→ 69나이로 돌아가셨다

《못다 핀 꽃》(이경신, 휴머니스트, 2018) 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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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67 : 사무일



사무일 보는

→ 일하는


사무(事務) : 자신이 맡은 직책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일. 주로 책상에서 문서 따위를 다루는 일을 이른다

일 : 1.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



  누구나 일을 합니다. 일을 하니 ‘일’입니다. 이 일을 한자로 ‘사무’처럼 나타내기도 합니다. 일은 일인데 어느 때에는 ‘근로’에 ‘노동’에 ‘작업’에 ‘창작’에 ‘노무’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다 일본말씨입니다. 일이 일인 줄 바라보려고 하지 않기에 ‘사무일’처럼 겹말을 쓰고 맙니다. ㅅㄴㄹ



사무일 보는 여자애를 시키더라니까

→ 일하는 아이를 시키더라니까

《하얀 거탑 1》(야마사키 토요코·안도 지로/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4)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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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2768 : 묻는 질문



묻는 너의 질문에

→ 묻는 너한테

→ 너는 묻는데


묻다 : 1. 무엇을 밝히거나 알아내기 위하여 상대편의 대답이나 설명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말하다 2. 어떠한 일에 대한 책임을 따지다

질문(質問) : 모르거나 의심나는 점을 물음



  우리말하고 이웃말을 제대로 살필 적에는 겹말을 안 씁니다. 한자말 ‘질문 = 묻다’를 뜻할 뿐이라서, “묻는 질문” 같은 겹말은 난데없다고 할 텐데, 이 겹말을 쓰는 분이 적잖아요. 힘줌말이라면 “묻는 말”이나 “묻는 얘기”처럼 쓸 수 있습니다. ㅅㄴㄹ



얼마만큼이냐고 묻는 너의 질문에

→ 얼마만큼이냐고 묻는 너한테

→ 너는 얼마만큼이냐고 묻는데

《아름다운 그런데》(한인준, 창비, 2017) 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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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70 : 레스토랑 식당



레스토랑이라고 했지만 이 식당엔

→ 밥집이라고 했지만 이곳엔

→ 밥꽃집이라고 했지만 여기엔


레스토랑(restaurant) : 서양식 음식점

식당(食堂) : 1. 건물 안에 식사를 할 수 있게 시설을 갖춘 장소 2.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파는 가게



  한자말로는 ‘식당’이고, 영어로는 ‘레스토랑’이라면, 우리말로는 ‘밥집’입니다. ‘밥가게’라고도 하고요. 새롭게 엮어서 ‘밥꽃집’으로 나타낼 수 있어요. 우리말로 나타낼 곳을 우리말로 나타내지 않다 보니, 이 보기글처럼 영어에 한자말로 겹말이 불거집니다. ㅅㄴㄹ



레스토랑 하나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레스토랑이라고 했지만 이 식당엔 테이블도 의자도 없다

→ 밥집 하나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밥집이라고 했지만 이곳엔 자리도 걸상도 없다

《길귀신의 노래》(곽재구, 열림원, 2013)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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