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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얼결에 쓴다.

어느 부산이웃님(초등교사)이 부산어린이하고

'통일'을 어떻게 들려주고 이야기해야 할까 하고 물어보셔서,

통일을 읽는 책부터 알려주다가,

다른 길도 하나씩 풀자고 느끼면서

차근차근 써 보는 꾸러미이다.

.

.

노동을 읽는다면

― 살림하고 일하면서 짓고 빚고 가꾸는 길



  사람은 예부터 ‘일’을 하면서 ‘살림’을 돌보았습니다. 요즈음은 ‘일’이라는 우리말보다는 ‘노동·노무·근로·근무·작업·업무·업·사무·사업·사역·용무·용역·용건·복무·산업·역·역할·임무·임기·공무·정무·직무·직분·직업·직·과업·책무·책임·가업·생업·영업·서비스·커리어·워크’처럼 한자말이나 영어로 나타내곤 합니다. 아무래도 지난날에는 저마다 집을 짓고서 손수 가꾸고 돌보면서 살림을 펴는 길인 ‘일’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여러 갈래로 나누어서 온갖 다른 자리를 펴는 터라, 온갖 한자말과 영어를 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 어느 갈래를 맡아서 어떻게 힘이나 마음을 기울여서 움직이든 ‘일’입니다. 우리말 ‘일’은 ‘일다’에서 비롯합니다. 또는 “바람이 일다”나 “물결이 일다”나 “쌀을 일다”처럼 쓰는 ‘일다’라는 낱말이 ‘일’에서 비롯한다고도 여깁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바다가 잔잔해요. 바람이 일어나기에 비로소 물결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몸을 쓰면서 새롭게 움직여서 무엇을 이룬다고 할 적에 ‘일’입니다. ‘일’이라는 낱말을 바탕으로 ‘일다·일어나다·일어서다·일으키다’ 같은 낱말이 뻗고 ‘일삼다·일구다·이루다·이르다’ 같은 낱말이 퍼져요.


  삶을 잇는 몸짓인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땅을 일구면서 땀을 흘렸어요. 누구나 손수 논밭을 일구고 가꾸기에 즐겁게 밥과 옷과 집을 누렸습니다. 이때에는 돈을 쓰지 않아요. 몸을 쓰면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몸을 쓰는 만큼 살림살이를 건사합니다. 이와 달리 오늘날에는 ‘돈’을 버는 일자리(돈벌이)를 맡으면서, 돈으로 밥옷집을 사다가 쓸 수 있습니다.


  일이란, 몸을 일으켜서 삶을 일구는 길이라고도 하겠습니다. 몸을 써서 삶을 가꾸는 동안 스스로 보금자리를 돌보게 마련이니, 이때에 스스로 살리고 서로 살리는 길이라 여겨 ‘살림(살리는 길)’이라고 하지요. 요즈음은 ‘일’을 “돈을 버는 몸짓”으로만 좁게 여기지만, 워낙 일이란 “사람으로서 스스로 일어서면서 삶을 북돋우는 새로운 길”을 가리킵니다. 저마다 의젓하게 일어서서 어질게 일을 하기에 누구나 스스럼없이 눈을 밝히고 마음을 보살피면서 ‘살림’을 알아보고요.


  이제 해마다 늦봄 첫날인 ‘5.1.’을 따로 쉬기로 합니다. 일살림을 기리는 뜻이기에 ‘일꽃날’입니다. 일을 꽃처럼 곱게 여기면서 넉넉히 나누려는 날입니다. 이러한 뜻을 한자로 옮겨서 ‘노동절’로 나타냅니다. 이른바 ‘일마당·일잔치·일노래·일기림’을 ‘노동 + 절(節)’로 짠 셈이에요. ‘-절’이라는 한자는 ‘명절(名節)’을 가리킬 때 써요. 일하는 마음을 기리고, 일하는 사람을 높이고, 일하는 살림을 사랑하고 나누면서 넉넉히 잔치를 펴는 한마당을 이루자는 뜻입니다.


  어른은 저마다 일을 합니다. 어린이는 아직 일을 하기보다는 ‘소꿉’을 한다고 여깁니다. 어른 곁에서 가볍게 놀고 노래하면서 ‘일흉내’를 하기에 소꿉이라고 합니다. 이제 어린이와 푸름이라는 나이를 지나갈 무렵 곧잘 ‘심부름’을 하지요. 심부름이란 “누가 시킬 적에 맡아서 돕는 몸짓”을 가리켜요. 일은 스스로 일어나거나 일으켜서 하는 몸짓이요, 심부름은 따로 시키는 사람이 있기에 기꺼이 받아들여서 맡는 몸짓입니다.


  차분히 철들어 가는 길에 소꿉과 심부름을 거쳐서 일에 이릅니다. 스스로 보금자리를 돌보고, 마을을 가꾸고, 마음을 북돋우는 하루이기에, 어느덧 이 별을 함께 헤아리는 일꽃을 피웁니다. 때로는 땀흘려서 일합니다. 때로는 두레나 품앗이나 울력으로 힘을 모읍니다. 혼자서 일하건 함께 일하건, 웃음꽃과 춤노래로 지피기를 바라요.


+


  책으로 담는 줄거리를 곰곰이 짚으면 무엇이든 ‘일놀이’하고 맞닿습니다. 더 낫거나 좋은 일이 아닌, 나쁘거나 궂은 일이 아닌, 이 삶을 배우면서 새롭게 맞아들이려는 일입니다. 집일을 한 사람한테만 떠맡기면 한 사람도 고되지만, 일을 안 하는 사람도 몸마음이 무너져요. 나라일과 마을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질고 슬기롭고 참하면서 아름답게 일하는 눈빛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그림책

《미스 럼피우스》(바버러 쿠니/우미경 옮김, 시공주니어, 1996)

 : 할아버지가 들려준 ‘아름다운 일’이 무엇일는지 찾아나서려고 온누리를 돌아다니다가 어느덧 할머니 나이에 이른 아이가 깨달은 씨앗을 들려줍니다.

《집안일이 뭐가 힘들어!》(완다 가그/신현림 옮김, 다산기획, 2008)

 : 바깥일이 힘들고 집안일은 손쉽다고 여긴 아저씨가 어느 날 집안일쯤 가볍게 해치우겠다고 나섰다가 벌어지는 놀라운 하루를 보여줍니다.

《엄마의 의자》(베라 B.윌리엄스/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1999)

 : 집안을 꾸리려고 온하루 온힘을 다하는 엄마한테는 무엇을 드려야 아늑히 쉬면서 느긋이 기운을 차릴 수 있을는지 속삭입니다.


만화책

《행복은 먹고 자고 기다리고 1∼6》(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2026)

 : 튼튼몸인 사람이 있다면 여린몸인 사람이 있어요. 누구나 일차림이 다르게 마련입니다. 어떤 걸음으로 나아가면 될까요.

《풀솜나물 1∼8》(타가와 미/김영신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8∼2019)

 : 이제 아이를 돌볼 줄 아는 아빠가 제법 늘었지만 아직 적어요. 일과 살림과 아이를 함께 헤아리는 어진 어버이란 어떤 길일까요.

《할망소녀 히나타짱 1∼11》(쿠와요시 아사/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7∼2026)

 : 온살림과 온일을 훌륭히 해낼 줄 알던 할머니가 문득 어린이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는지 지켜봅니다.


어린이책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차남호 글·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13)

 : 일하는 사람은 일한 몫을 누릴 노릇입니다. 일을 맡기는 사람은 일삯을 옳게 치를 노릇입니다. 어깨동무하는 일길을 헤아립니다.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하종강 글·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18)

 :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르게 하는 일이란 무슨 뜻일까요? 높거나 낮은 일이 없다면, 우리가 하는 일은 어떤 뜻일는지 살펴봅니다.


길잡이책

《한국어 할 줄 아세요?》(이보현, 오도카니, 2026)

 : 이 나라를 떠나서 먼나라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고, 먼나라에서 이 나라로 찾아와서 일하는 사람이 있어요. 두 나라 사이에는 어떤 말이 흐를까요.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최종규, 스토리닷, 2017)

 : 오늘날은 거의 ‘서울일’만 다루거나 말합니다만, ‘시골살림’을 나란히 곁에 놓아 본다면, 새롭게 서로 살피며 사랑할 길을 찾을 만합니다.

《즐거운 불편》(후쿠오카 켄세이/김경민 옮김, 달팽이, 2004)

 : 모든 일은 ‘손수·몸소·스스로’ 하게 마련입니다. 손과 몸을 쓰기에 힘들다고 여길 수 있지만, 온마음과 온몸을 다하기에 푸른길이게 마련입니다.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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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물개를 바다로 보내주세요 미래그림책 55
마리 홀 에츠 글 그림, 이선오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아름책/숲노래 책읽기 2022.10.18.

[내 사랑 1000권] 너랑 내가 살아가는 집


《아기 물개를 바다로 보내 주세요》

 마리 홀 에츠 글·그림/이선오 옮김, 미래M&B, 2007.6.7.



  그림책 《아기 물개를 바다로 보내 주세요》를 다시 펼치는 곁님이 묻습니다. “물개가 이렇게 생겼어? 너무 사람 같은데?” “응, 그래요. 이렇게 생겼지요. 이 그림책을 낸 분은 숲을 품는 살림을 지으면서 숲짐승을 곁에서 지켜보고서 담았거든요. 무엇보다 이분 아이들하고 이웃 아이들한테 숲빛을 보여주고 싶으셨지요.”


  오늘 우리는 가까이에서 물개를 살펴보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뛰노는 여우나 늑대를 만날 길은 아예 없습니다. 들숲을 가르는 범도 아예 볼 수 없고, 곰도 보기 어려워요. 두루미는 한때 거의 사라질 뻔하다가 겨우 만날 수 있습니다. 저어새나 크낙새는 어찌될는지 모를 노릇이며, 뜸부기가 내려앉는 논은 구경할 길이 없고, 꾀꼬리하고 제비가 봄에 다시 못 찾아올 수 있어요.


  물개가 사람 가까이에서 살아갈 수 없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기거나, 우리 서울살이(도시생활)를 갈아엎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에서 시골살이나 숲살이를 아예 안 가르칩니다. 우리나라 배움터는 배움수렁(입시지옥)에 짜맞추어 아이들을 길들이기만 합니다.


  저는 1982∼87년에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니면서 여섯 해 내내 꼬박꼬박 ‘실과’를 배움터에서 익혔어요. 다만, 배움터에서 익힌 ‘실과’는 저뿐 아니라 또래 누구나 집에서 어버이 심부름으로 다 해왔습니다. 한 달마다 배움터에서 도시락 아닌 밥짓기를 해서 함께 먹었고, 톱질도 대패질도 어린이 누구나 했어요. 순이돌이를 안 가렸습니다. 손빨래나 걸레질도 순이돌이 누구나 하던 집일이요, 기저귀를 어떻게 삶아서 말리고 개는가도 집이며 배움터에서 익혔어요.


  마리 홀 에츠 님은 1947년에 물개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여미었습니다. 우리나라 어른들 가운데 1947년에 ‘이 나라 아이들한테 들려줄 여우 이야기나 곰 이야기나 늑대 이야기나 범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담거나 글책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한 분이 있었을까요? 2020년을 넘어선 오늘날에는 이렇게 생각하더라도 막상 이 땅에서 마음껏 뛰놀고 달리는 여우나 늑대나 범이나 곰을 만날 길이 없으니 생생하게 담아내기는 어려울 만한데요, 우리는 어떤 그림을 남기고 어떤 글을 쓸 만한가요? 아이들은 어떤 숨결을 담은 그림과 글을 물려받아야 슬기롭고 사랑스럽게 자랄까요?


ㅅㄴㄹ

#OleytheSeamonster #MarieHallEts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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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10-18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사랑 1000권, 다음 책 제목인가요? 더 눈여겨 보게 되네요. 1947년 이면 저도 이 세상에 태어나기 훨씬 전인데 이런 책을 출판하였다니, 정말 놀랍네요.

파란놀 2022-10-18 19:48   좋아요 0 | URL
마음 같아서는 1000권까지 달리고 싶어요!
그러나 ㅠㅜ
다른 글을 쓰면서 짬을 잘 내지 못 하기도 하고
꾸러미를 이루더라도 출판사에서 두껍다 하실 듯해서
100권에서 멈춰야 하려나 하고 생각해요. 이궁.

미래엠엔비에서 큰맘 먹고 이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겼을 텐데
마리 홀 에츠 님 그림책 가운데
너무 안 팔리고 안 알려졌어요.

더없이 안타깝다고 여기는 그림책이에요 ㅠ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병원 쪽빛문고 5
다케타쓰 미노루 글.사진, 안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아름책/숲노래 책읽기 2022.7.9.

[내 사랑 1000권] 직업을 버리고 살림을 찾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병원》

 다케타쓰 미노루 글·사진/안수경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7.2.20.



  사람이 숲을 망가뜨리기 앞서까지 숲짐승은 아플 일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사람이 숲을 혼자 차지하려고 악을 쓰고 총칼을 퍼부어 짓밟기 앞서까지 숲짐승은 다칠 일이 없었습니다. 푸른별은 사람만 살아갈 수 없는데, 오직 사람만 살겠다며 곳곳에 구멍을 내고 부릉부릉 매캐하고 시끄럽게 달리고 나서부터 숲짐승이 고단하고 사람도 스스로 고달픕니다.


  사람들은 자꾸자꾸 돌봄터(병원)를 짓고, 돌봄물(약)을 새로 만듭니다. 숲을 살리면서 숲에 깃들려는 생각을 좀처럼 안 합니다. 모든 돌봄물은 숲빛을 흉내냅니다. 모든 숨결을 살리는 숲길을 담기에 돌봄물이라면, 아프거나 다친 사람을 돌보는 곳도 숲결을 고스란히 옮길 노릇이라고 느껴요.


  타케타쓰 미노루(竹田津實) 님은 일본 훗카이도에서 숲짐승을 돌보는 길을 걷습니다. 처음부터 숲짐승을 돌볼 생각은 아니었으나, 사람 때문에 다치거나 아픈 숲짐승을 모르쇠할 수 없었다지요. 사람이 숲을 망가뜨리는 바람에 다치거나 아픈 숲짐승한테 마음을 기울이는 나라(정부)가 없는 줄 느끼고는 돌봄삯(치료비)을 받을 수 없는 숲짐승한테 온힘을 쏟는 살림을 생각했다지요.


  옳고 아름다운 길은 돈을 바라지 않습니다. 옳고 아름다운 길이라면 돈은 옳고 아름답게 따라옵니다. 옳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은 길이기에 ‘경제발전·지역부흥’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을 내세웁니다. 옳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은 길에서는 뒷돈을 챙기거나 주고받는 바보가 넘칩니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생각을 그리고 살림을 지을 적에 아름다우면서 사랑일까?”를 찾아야지 싶습니다. ‘직업훈련·대학입시·취직활동’을 모두 버리고, ‘삶짓기·살림짓기·사랑짓기’를 배우고 찾으면서 나누는 길을 걸어가야지 싶습니다. 글을 더 잘 쓰는 길을 가르치지 말아야 할 노릇입니다. 누구나 이녁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살림을 빛내는 길을 들려주고 노래할 노릇입니다. 더 좋은 책을 알리고 파는 길이 아니라, 아름책을 읽고 사랑책을 펴면서 스스로 아름님에 사랑님으로 피어나는 길에 설 노릇이에요.


  사람은 ‘모둠살이(사회생활)’가 아닌 ‘숲살림(자연생활)’을 헤아리면서 가꾸어 아이가 물려받아 새롭게 북돋우도록 이끌어야 아름답습니다. 사람은 ‘돈·이름·힘’이 아닌 ‘삶·살림·사랑’을 짓고 펴기에 비로소 온누리를 빛내는 별님으로 즐겁게 어깨동무할 만합니다.


ㅅㄴㄹ


#竹田津 実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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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토성 맨션 1~7 세트 - 전7권 토성 맨션
이와오카 히사에 지음, 오지은.박지선.송치민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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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아름책/숲노래 만화책 2022.7.9.

[내 사랑 1000권] 총칼을 언제쯤 없앨까


《토성 맨션 1》

 이와오카 히사에 글·그림/오지은 옮김, 세미콜론, 2008.7.15.



  큰아이를 낳은 2008년 여름에 《토성 맨션 1》가 우리말로 나왔고, 2015년에 드디어 일곱걸음으로 다 나왔습니다. 띄엄띄엄 나오면 놓치거나 잊기 쉬운데, 판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찾으면서 사랑받는구나 싶습니다.


  그림꽃책 《토성 맨션》은 ‘토성에 가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이름은 ‘토성’을 붙이지만, 막상 푸른별(지구)에서 모두 달아났을 뿐이요, 푸른별 곁에 띠를 두르듯 새터를 지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대목까지는 누구나 어림할 만합니다. 큰나라도 작은나라도 싸울아비(군인)를 안 없앱니다. 어느 나라에나 총칼이 잔뜩 있습니다. 푸른별을 숱하게 깨뜨릴 만한 꽝(폭탄)을 어마어마하게 만들었습니다. 생각해 봐요. 꽝(폭탄)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똑똑이(지식인)예요. ‘대학교·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숨어서 ‘과학·문명·첨단’이란 이름까지 덧붙인 똑똑이가 끝없이 자꾸 만듭니다.


  그림꽃얘기 〈월·E〉도 사람들 스스로 망가뜨린 푸른별을 다룹니다. 똑똑이는 틀림없이 ‘푸른별을 깨뜨릴 꽝’에다가 ‘푸른별을 떠나서도 살아갈 수 있는 배(우주선)’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똑똑이는 ‘푸른별에서 누구나 어깨동무하는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길’은 도무지 생각하지 못합니다. 울타리(대학교·연구소)에 스스로 갇혀서 책만 펴거든요.


  줄거리로는 온누리(우주)를 짚는 《토성 맨션》인데, 푸른별 바깥으로 나가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도 ‘닦이(청소부)’가 있을 뿐 아니라, 위아래(계급·신분)가 고스란한 얼거리를 보여줍니다. 다만 〈월·E〉도 《토성 맨션》도 똑똑이나 우두머리(권력자)나 사람들을 나무라지 않습니다. 이 푸른별에서 늘 맞이하는 하루를 스스로 아름답게 가꾸지 않으면, 푸른별 바깥으로 가든 먼 별나라에 새터를 짓든, 늘 쳇바퀴에 굴레살이에 수렁일 뿐이라는 대목을 가만히 짚습니다.


  총칼을 없앨 노릇입니다. ‘경찰·검찰’도 없앨 노릇입니다. 감투(공무원)도 없앨 노릇입니다. 배움터(학교)도 없애고, 나라(국가·정부)도 없앨 노릇입니다. 누구나 스스로 마을살림으로 살아가는 길을 세우면서, 누구나 울타리 없이 만나고 노래하며 스스로 돌보는 사랑을 펼 노릇입니다. ‘총칼·나라·배움터’를 없애지 않는다면 푸른별은 죽음수렁으로 내달리겠지요. 어리석은 부스러기를 씻어내어 흙으로 돌려보내야 비로소 이 별은 푸른빛으로 반짝입니다.


ㅅㄴㄹ


#岩岡ヒサエ #土星マンション コミック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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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그림책 - 그림책을 선택하는 바른 지혜 행복한 육아 2
마쯔이 다다시 지음, 이상금 옮김 / 샘터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아름책/숲노래 책읽기 2022.6.28.

[내 사랑 1000권] 누가 읽을 책인가


《어린이와 그림책》

 마쯔이 다다시 글/이상금 옮김, 샘터, 1990.6.15.



  어느새 ‘그림책 테라피·그림책 테라피스트’ 같은 말이 부쩍 퍼집니다. 2022년을 지나 2030년에 이르러도 이 이름이 퍼질는지, 아니면 그무렵에는 다른 영어나 일본스런 한자말을 쓸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만, 한 가지는 뚜렷하게 말할 만합니다. ‘테라피·테라피스트’는 조금도 어린이를 안 헤아리는 말씨입니다.


  어린이한테 ‘화집’을 읽힌다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그림을 그리는 일을 ‘그림님·그림지기·그림꾼’처럼 말하는 어른은 거의 안 보입니다. ‘화가·그림작가’나 ‘일러스트’라는 말에서 맴돕니다.


  2022년으로 보자면 이제 ‘아동문학’이라 말하는 어른은 드뭅니다만, 2010년에 이르도록 ‘어린이문학’이란 이름이 낯설다는 어른이 훨씬 많았습니다. 2000년이나 1990년에는 ‘어린이문학’이란 이름을 쓰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름값이 떨어진다”고 밝힌 어른(동화작가)이 수두룩했습니다.


  그런데 ‘문학’이나 ‘동시·동화’는 우리말일까요? 이 일본스런 한자말을 말끔히 털어내어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는 ‘글꽃’이며 ‘노래꽃’을 일구려는 생각을 조금씩 싹틔우려는 어른은 몇 사람쯤 있을까요?


  1990년에 우리말로 나온 《어린이와 그림책》은 글님(마츠이 다다시松居直まつい ただし)이 1970∼80년 무렵에 선보인 글 몇을 추려서 옮겼습니다. 우리로서는 한참 늦은 책이라 할 만하지만, 1990년조차 ‘어린이와 그림책’을 나란히 살피는 어른은 거의 없었습니다. 2000년을 넘어서도 드물었고, 2010년에 조금 퍼졌다고 할 만합니다. 누리새뜸(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그림책 이야기를 글(기사)로 띄우면 그곳 엮는이(편집자)는 “애들 책을 기사로 싣기가 힘들다”고 껄끄러워하거나 손사래를 치기 일쑤였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애들 책’은 뭘까요? 그들은 나이를 먹어 어른이란 옷을 입기 앞서까지 ‘애들’이지 않았나요? 그들은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도 “그런 수준 낮은 애들 책”이라는 생각을 안 버렸을까요, 아니면 조금이라도 바꿨을까요?


  마츠이 다다시 님은 “‘명작 그림책’이란 것은 ‘원작이 명작인 그림책’이란 의미지, 그 자체의 그림책은 사이비 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마련해 주시려거든, 우선 이 명작 그림책을 버리는 일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42쪽).” 하고 똑똑히 밝힙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이한테 ‘명작·걸작·고전·위인전·학습지’가 아닌 오롯이 ‘사랑’을 들려주고 속삭일 노릇입니다. 무엇보다 그림책하고 어린이책은 ‘어른부터 스스로 읽으며 배우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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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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