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신 여러 켤레 빨래



  아이들 신을 여러 켤레 빤다. 아이들 신은 한꺼번에 여러 켤레를 빨아도 힘들지 않을 뿐더러 얼마 안 걸린다. 요새는 어른들 신을 빨 적에도 그리 안 힘들고 곧 끝난다. 그러나 내가 어릴 적을 생각해 보면, 내 신 한 켤레를 빠느라 삼십 분쯤 걸렸고, 실내화와 운동화를 함께 빨자면 한 시간은 넉넉히 걸렸다. 어릴 적에는 신을 한 켤레 빨 적에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아마 몸이 작고 힘이 여렸으니 오래 걸릴 만했겠지. 어른이 되고 나서는 이쯤 되는 빨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낀다. 우리 아이들은 어떠할까?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언제쯤 신 빨래를 손수 해 볼 만할까. 조물조물 비비고 헹구면서 즐겁게 빨래놀이를 함께할 날을 기다린다. 4348.3.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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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사이



  어제는 찬물에 손을 담그면 손이 얼었다. 오늘은 찬물에 손을 담가도 손이 안 언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손이 시리다는 생각이 안 든다. 빨래를 하면서 가만히 생각한다. 어제와 오늘은 무엇이 다를까. 오늘은 어제처럼 바람이 불지 않는다. 오늘도 어제처럼 햇볕이 내리쬔다. 바람 때문에 물을 다르게 느낄까.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에 따라 내 몸이 다르게 받아들일까. 아이들을 씻기고 나서, 아이들이 벗은 옷을 모두 빨아서 마당에 넌다. 아침에는 바람이 없다고 낮에는 바람이 조금 분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흙을 호미로 쪼면서 논다. 4348.3.1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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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바람에 빨랫대는



  꽃샘추위와 함께 이틀 동안 바람이 모질게 불었다. 이 가운데 엊저녁 바람은 꽤 대단했다. 뒤꼍에 둔 마른 나뭇가지가 바람에 날려 갔고, 마당에 크고 무거운 돌로 고인 빨랫대가 넘어지면서 와장창 깨졌다. 마당에 둔 빨랫대는 몇 차례 바람에 날려가면서 이리저리 깨졌기에 밧줄로 동여맸는데, 엊저녁에 다시 날려가면서, 이제 다시 밧줄로 동여맬 수 없을 만큼 조각이 났다.


  봄에 찾아온 꽃샘추위는 빨래를 하는 내 손을 꽁꽁 얼린다. 나는 따순 물을 받아서 언손을 녹여 빨래를 마친다. 그래, 봄은 봄이로되 더 기다리라는 뜻이지. 더 지켜보면서 새봄을 기쁘게 맞이하라는 뜻이지. 4348.3.10.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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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봄이 찾아온 빨래



  요모조모 다른 일을 보다가 낮 네 시에 빨래를 한다. 이제 봄바람이 퍽 상큼해서 낮 네 시에 빨래를 해서 마당에 널어도 해가 높다. 다만, 낮 네 시에 빨래를 널면 옷가지가 다 마르지 않으니 집에 들여서 마저 말려야 하는데, 옷가지를 비비고 헹굴 적에 손이 시리지 않기도 하면서, 여러모로 개운하다.


  봄바람은 얼마나 멋지게 부는가. 봄볕은 얼마나 아름다이 내리쬐는가. 봄내음은 얼마나 상긋하게 피어나는 웃음인가. 마당에 빨래를 모두 널고 난 뒤, 해와 구름을 바라보면서 한동안 춤을 추었다. 4348.3.8.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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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2015-03-08 22:42   좋아요 0 | URL
봄볕이 따사로워 벌써 봄이 왔나 싶었지요. 어서 봄이 왔으면 하는 바램이 드네요. 추운 겨울이 어서 갔으면 좋겠어요. 아이들과 나들이도 많이 못하고 아프기도 하고 힘든 겨울이였지요. ^^

숲노래 2015-03-09 06:17   좋아요 0 | URL
차츰 따뜻해지는 이 날씨에
하루하루 즐겁게 누리셔요~
 

물을 짜다가 북 튿어지는 소리



  빨래를 마치고 물을 짜다가 행주가 부부북 소리를 내면서 튿어진다. 아, 이런, 너무 힘을 주었나. 물짜기만 생각하다가 그만 잘못했구나. 튿어져서 바람 구멍이 생긴 행주를 바라본다. 에그, 이를 어쩌나. 그렇지만 하는 수 없다. 튿어졌으면 튿어진 대로 쓰거나 기워야지. 바람과 햇볕을 믿고 맡기면 될 텐데, 한 방울이라도 물을 더 짜겠다는 생각에 그만 옷이나 수건을 버리기도 한다. 작작 짜자. 한겨울도 아니고 봄인데, 물을 조금 덜 짜도 되잖은가. 4348.3.4.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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