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287. 2016.12.18. 유자씨



  모과차를 담그려고 모과를 썰다 보면 참말로 ‘좋은 칼’을 써야 하고, ‘칼날을 늘 바짝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과를 썰 적에는 석 알쯤 썬 뒤에 숫돌로 칼을 갈고서 다시 썰곤 한다. 유자차를 담그려고 유자를 썰다 보면 참말로 ‘유자는 석석 잘 썰리네’ 하는 생각이 들지만, 섣불리 칼질을 푹 하면 칼날이 쉬 나가고 만다. 왜냐하면 유자는 모과와 달리 매우 말랑하지만 씨앗은 단단하고 많으니까. ‘유자씨가 안 다치도록’ 칼질을 한다기보다 ‘칼날이 안 나가도록’ 칼질을 해야 하는 유자 썰기라고 해야지 싶다. 더구나 유자를 썰면 물이 많이 흐르고 씨앗도 곧장 바지런히 솎아야 하니 눈코 뜰 새가 없는데, 이 일을 하노라면 온몸에 유자내음이 되어 한동안 향긋한 사람으로 지낼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밥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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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86. 2016.12.3. 굴부침개



  아이들이 부침개 반죽을 해 주었다. 일손을 크게 줄이면서 부침개를 한다. 굴을 살짝살짝 얹는다. 두 아이는 눈을 감고 먹으면 굴부침개도 다 먹는다. 눈을 뜨고 먹으면 굴만 도려내어 남긴다. 너희는 가장 맛난 자리를 남기는구나.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밥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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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85. 2016.11.27. 달달밥



  달달밥을 한다. 달달밥이란, 달걀을 달처럼 부쳐서 얹는 밥. 부침판을 둘 올려서 먼저 한쪽에서는 밥을 볶는데, 두 아이가 거품기를 휘저어 달걀밀반죽을 푼다. 두 아이가 달걀밀반죽을 다 풀기까지 당근 감자 무 배추를 볶고, 바야흐로 밥까지 섞어 볶을 무렵 넓적한 달걀부침을 하나씩 부친다. 밥이 먼저 다 되고, 이윽고 동그란 달걀부침을 하나씩 얹어서 마무리. 곁님은 아이들한테 “이불을 덮었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이불을 먹네” 하고 말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밥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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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85. 2016.11.25. 손수 뜨는 밥



  산들보라가 손수 밥을 뜬다. 여섯 살 작은아이더러 손수 밥을 떠 보라 얘기한다. 이제 산들보라는 제 손으로 제 밥그릇에 밥을 떠 보겠다 한다. 다만 날마다 끼니마다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마음이 당기면 한 번 보여준다. 그런데 말이야, 너 말이야, 밥그릇에 밥만 엄청나게 퍼담는데 다 먹을 수 있니? 주걱질이 재미있다면서 밥만 잔뜩 푸지 않니?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밥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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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84. 2016.11.25. 김치찌개



  얘들아, 우리 어여쁜 아이들아. 김치찌개 겉모습만 보고 아예 숟가락도 안 대는 귀여운 아이들아. 한 숟갈 떠서 맛이라도 보아야 매운지 안 매운지 알 수 있지 않니? 설마 너희가 못 먹도록 매운 김치찌개를 해서 밥상에 올리겠니? 아버지가 모처럼 김치찌개를 해서 밥상에 올린다면, ‘왜 김치찌개를 우리더러 먹으라고 할까?’ 하고 생각해 보렴. 밥이랑 풀이랑 찌개랑 함께 먹으면 어떤 맛이 나는지 한번 스스로 맞아들여 보렴.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밥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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