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249. 2016.4.15. 찔레싹무침(찔레무침)



  우리 집 뒤꼍에서 해마다 신나게 돋아서 퍼지는 찔레나무를 바라본다. 지난해까지는 그냥 바라보고 그냥 꽃내음 맡다가 그쳤는데, 올해에는 새롭게 살림을 지피기로 하면서 ‘그래, 이 찔레싹으로 무엇을 해 먹으면 맛날까?’ 하고 여러 날 생각을 기울였다. 바쁘면서도 때로는 한갓지다고 할 사월 시골이기에 찔레싹을 알뜰히 훑어서 나물로 먹는 손이 있을 테고, 그저 성가셔서 안 쳐다보는 손이 있을 테며, 어릴 적에 멋던 아련한 맛을 떠올리며 찔레싹무침을 하는 손이 있으리라 느낀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에 이 찔레싹무침(찔레무침)을 맛나게 누리는 기쁨을 고이 안기를 바라면서 두 가지로 무쳐 본다. 하나는 살짝 데쳐서 된장으로 버무린다. 다른 하나는 날찔레를 곧바로 고추장으로 무쳐 본다. 된장무침은 들기름하고 감식초를 섞는다. 고추장무침은 들기름 없이 감식초하고 소금만 섞는다. 왜 이렇게 둘로 나누었느냐 하면, 두 가지 맛을 다르게 느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큰아이는 고추장으로 무친 찔레싹무침을 처음에는 맵다고 여기더니, 나중에는 된장으로 무친 찔레싹무침보다 고추장 쪽이 더 맛있다면서 고추장으로 무친 찔레싹무침을 꽤 많이 먹었다. 재미난 맛이지? 가시가 따가울 듯하면서도 하나도 안 따갑고 싱그러운 찔레싹무침이야.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밥짓기/봄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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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04-15 13:35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가시가 걸리지 않을까 했었는데 안따갑고 먹을만 했군요.
벼리가 잘 먹었으니 흐뭇하셨겠어요.
음, 저도 맛이 궁금해요. 얼마전에 저도 비름나물을 숲노래님처럼 두가지 양념으로 무쳐본 적이 있는데 자꾸 그 맛이 떠오르네요^^

숲노래 2016-04-15 13:52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에 자그마치 네 번이나 무쳤어요 ^^;
두 번은 아주 여린 아이로만 무쳤고,
두 번은 `가시가 큰 아이`도 무쳤는데,
새로 돋은 찔레싹은
가시가 커도 손가락으로 슥 눌러도 그냥 눌리면서 떨어질 만큼
가시가 가시답지 않고 여려요.
몇 해 묵은 가지에 있는 가시만 따갑고요.
그래서, 겉보기로는 `가시가 있어`도
먹을 적에는 `두릅`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마을 할머니들한테 한 접시 가득 담아서 드리니
할머니들이 처음에는 다들 `두릅`인 줄 아시더라구요 ^^;;

qualia 2016-04-15 21:51   좋아요 0 | URL
어릴 적에 찔레순 꺾어서 고추장에 많이 찍어 먹었는데요. 달콤쌉싸름한 게 정말 맛있어요. 숲노래 님 찔레싹무침 요리를 보니 입에 침이 ‘고입니다’. 스읍~, 아 맛있겠다~^^ 저 찔레싹무침이면 밥 두 공기는 걍 뚝딱인데~ 아이구 먹고 싶다. ㅋㅋㅋ

숲노래 2016-04-16 08:55   좋아요 0 | URL
날로 먹는 찔레싹에서는 풀맛만 흐르지만
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서 먹으면
이 풀맛이 새롭게 바뀌면서
싱그러운 맛이 되는구나 싶어요.
찔레는 농장으로 키우는 사람이 아마 없을 테니,
어쩌면 이 봄에 오래된 시장에는 할머니들 가운데
산에서 훑어서 한 그릇 내다 파시는 분이 있을는지 모르겠어요
 

꽃밥 먹자 245. 2016.3.8. 밥상 인형



  아버지가 이틀에 걸쳐 갓김치를 담그느라 밥차림이 좀 느근했다. 저녁밥을 차리려고 용을 써 보았고, 저녁밥을 차린 뒤에는 두 아이끼리 먹도록 하고는 갓김치 양념을 챙기느라 부산을 떨었다. 두 아이는 서로 소꿉놀이하고 인형놀이를 하다가 밥상맡에 앉는다. 큰아이는 인형을 밥상에 놓고, 작은아이는 오토바이를 밥상에 올린다. 그래, 그렇구나. 너희하고 잘 놀아 준 인형하고 장난감도 함께 밥상맡에 있고 싶구나.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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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44. 2016.3.8. 첫 갓김치를



  우리 집 첫 갓김치를 담근다. 고흥집에서 살림을 지은 지 여섯 해 만에 이 갓으로 김치를 담그는구나. 두 아이가 곁에서 도와주고 마지막에는 노래도 불러 주었기에 씩씩하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다. 이제 양념 버무리기까지 마쳤으니 아침에 통으로 옮기면 참말로 끝. 열흘쯤 가만히 두고 나서 꺼내 보면 얼마나 잘 익고 맛이 도는가를 알 수 있을 테지. 부디 맛있는 갓김치가 될 수 있기를 빌어 본다. 마당하고 뒤꼍에 새로 돋는 갓을 살피니 머잖아 새롭게 갓김치를 또 담글 수 있을 텐데, 넉넉히 담가서 이웃님한테 신나게 선물할 수 있기를 빌어 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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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43. 2016.2.29. 뭘 빠뜨렸지?



  밥상을 거의 다 차린다.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을 부른다. 손을 씻고 자리에 앉자고 이야기한다. 젓가락은 아이들이 놓으면 될 테고, 뭔가 이것저것 더 마련했는데 뭔가 빠졌네? 뭘 빠뜨렸지? 아이들이 방석을 깔고 자리에 앉고 한참 지난 뒤에야 ‘그래, 풀을 무쳐 놓고서 안 올렸구나.’ 하고 깨닫는다. 오늘 아침도 오늘 하루도 고마우면서 맛난 밥으로 몸이며 마음을 살찌울 수 있기를 빌면서 수저를 든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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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03-02 21:51   좋아요 0 | URL
엄청난 진수성찬입니다.
정말 군침 돌게하는 사진입니다. ^^
준비하고 차리신 어버이 노고와 맘이 느껴집니다. ^^

숲노래 2016-03-03 20:19   좋아요 1 | URL
그저 날마다 하는 일인데
즐겁게 하려고 생각해요.
조촐하게 차려도
기쁜 마음으로 먹으려고요 ^^
 

꽃밥 먹자 242. 2016.2.24. 깍두기



  깍두기를 담갔다. 손질부터 마무리까지 씩씩하게 혼자 해낸다. 마늘을 빻아서 버무려야 할 즈음 저녁을 차려야 했기에 마늘은 1/3만 먼저 빻아서 넣고는 저녁을 차려서 아이들이 먹도록 한 뒤에 마저 빻아서 버무렸다. 마당에서 뜯은 갓을 썰어서 함께 넣고, 지난가을에 우리 집 초피나무에서 얻은 초피알을 빻은 가루로 끝양념을 했다. 아이들이 당근을 몹시 좋아하기에 당근도 숭덩숭덩 썰어서 함께 버무렸다. 어떤 맛일까? 곁님 동생한테 한 꾸러미를 보내려고 아침에 신나게 쌌는데, 스티로폼상자에 종이상자에 빈틈없이 잘 싸고 나서 등허리가 결린다. 면으로 자전거를 타고 갈까, 읍으로 버스를 타고 갈까 하고 생각해 보다가, 좀 드러누워서 등허리부터 펴고 다시 생각해 보련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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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2-25 16:17   좋아요 0 | URL
오호~~맛나겠어요^^

숲노래 2016-02-26 00:18   좋아요 0 | URL
먹어 본 한 사람은 맛있다 하고,
저도 먹어 보니 맛있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