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206. 2015.8.31. 고기볶음과 밥



  찬밥이 있다. 새밥을 짓자니 거석해서 찬밥을 살리려 한다. 밥을 볶으려 하다가 고기만 볶는다. 호박과 감자와 양파에다가 고기를 볶는다. 마당에서 모시풀을 뜯어서 함께 볶는다. 모시풀 냄새가 고기볶음에 골고루 밴다. 곁님은 들풀을 일찍 넣는다. 일찍 넣으면 풀내음이 더 짙게 밴다고 한다. 찬밥 얼마쯤하고 고기볶음을 밥 한 그릇으로 따로 던다. 이러고 나서 남은 찬밥을 고기볶음에 섞은 뒤 소금으로 간을 하고 더 볶는다. 이제 배추를 씻어서 알맞게 썰고, 알타리무김치도 썬다. 아이들을 부른 뒤 마늘을 썬다. 땀이 주르르 흐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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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05. 2015.8.25. 빵을 굽다



  밑반죽은 곁님이 했다. 효모를 살리면서 빵반죽을 두고두고 되쓰면서 빵을 구웠다. 곁님이 허리가 아파서 아무 일조차 못하는 동안 ‘효모만 사는 빵반죽’을 그대로 둘 수 없어서 내가 반죽을 새로 하고 빵을 굽기로 한다. 썩 잘 했다고는 할 수 없고 여러모로 많이 어설펐다. 그러나 막상 하고 보니 그리 힘들지는 않다. 그러니까, 빵반죽을 바라보는 내 몸짓과 마음이 어떠한가에 따라 다를 뿐이다. 이것저것 맡은 일이 많으니 힘들다고 여기면, 빵굽기는 엄두를 못 낼 만하고, 이것저것 맡은 일이 많아서 힘들다는 생각이 아니라, 요모조모 ‘우와 늘 새로운 살림을 배우네?’ 하는 몸짓이랑 마음이라면 나도 얼마든지 날마다 빵을 굽고, 남은 반죽을 잘 살려서 이튿날이나 이틀쯤 뒤에 새로 구울 수 있다. 빵굽기와 반죽은 더없이 재미있었다. 다만 몸이 고된 채 하다 보니, 빵굽기를 마치고, 새 반죽을 마치며, 설거지까지 끝낸 뒤에 바로 곯아떨어졌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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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04. 2015.8.25. 고기를 볶을 적에



  고기를 볶을 적에는 한창 볶다가 마당으로 나가서 풀을 뜯는다. 마당에서 한 줌을 뜯고, 뒤꼍으로 올라가면서 또 한 줌을 뜯는다. 뒤꼍에서 마당으로 내려오는 길에 다시 한 줌을 뜯으면 석 줌. 이 석 줌을 씻은 뒤에 잘게 썰어서 함께 섞는다. 지짐판에 처음 풀을 얹으면 수북하지만 주걱으로 몇 번 뒤집고 섞으면 어느새 숨이 죽는다. 꽤 넣었다고 생각하더라도 나중에 보면 얼마 안 되는구나 싶다. 풀내음이 골고루 배는 풀밥을 먹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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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03. 2015.8.12. 마늘 접시



  얼마 앞서부터 끼니마다 마늘을 작은 접시에 소복하게 담아서 올린다. 작은아이는 잘게 썬 마늘을 제법 잘 먹고, 큰아이는 어쩌다 한 번 먹으며, 곁님이 즐겨먹는다. 나도 마늘은 씩씩하게 잘 먹는다. 잘게 썰어서 작은 접시에 살짝 소복하게 담으면 하루 만에 모두 사라진다. 날마다 아침에 마늘을 톡톡 썬다. 단군 옛이야기에 나오는 마늘은 얼마나 오랫동안 이 땅에서 우리 몸이 되었을까 하고 헤아려 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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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02. 2015.8.16. 큰아이 여덟 돌



  큰아이가 여덟 돌을 꽉 채운 날에 맞추어 달걀말이를 해 본다. 우리 집은 날마다 생일이라 여기면서 지내니, 날마다 밥잔치라고 여긴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아기를 낳은 날만 생일이 아니라, 스스로 아침에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열면 언제나 새롭게 거듭나는 셈이니 날마다 생일일 수밖에 없다. 어쨌든, 늘 하던 달걀말이하고 다르게 하자고 여기면서 감자랑 무를 갈아 본다. 감자를 갈아서 달걀말이에 섞은 적은 있으나 무는 처음으로 섞어 본다. 그런데, 부피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서, 처음 부친 달걀말이하고 나중 부친 달걀말이 두께가 다르다. 처음 것에 반죽을 더 넣었어야 했는데, 나중 것이 너무 두꺼워지면서 김이 제대로 안 말렸다. 그렇지만 배춧잎에 멸치하고 싸서 찬찬히 맛있게 먹어 준다. 언제나 그렇듯이, 잘 먹어 주는 아이들이 더없이 고맙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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