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211. 2014.9.27. 밥상 도우미



  밥상을 차릴 적에 아이들이 돕는다. 함께 차리고 함께 먹으며 함께 치운다. 어떤 밥을 차려서 먹든 즐거움과 사랑스러움을 담을 때에 배고픔을 씻고 기쁨으로 나아가리라 본다. 밥돌아, 네 손길이 닿아 예쁘게 놓이는 수저가 우리한테 고마워 사랑해 하고 속삭이는구나.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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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10. 2015.9.23. 국물 맛있어



  밥을 차릴 적마다 ‘내가 끓이는 국은 어쩜 이렇게 늘 맛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아침저녁으로 밥이랑 국을 끓일 적에 ‘얘들아, 이렇게 맛있는 밥하고 국을 바로 우리 집에서 늘 먹는단다.’ 하고 혼잣말을 한다. 밥상을 다 차리고 모두 둘러앉아서 먹으며 오늘도 새삼스레 외친다. “아, 이렇게 맛있을 수가!” 문득 아스라한 예전 일을 떠올린다. 스무 해 남짓 앞서 신문사지국에서 막내로 국을 처음 끓일 적에 간이나 맛이 모두 엉터리였는데 다들 “야, 맛있어! 괜찮아!” 하면서 그야말로 국물에 밥을 말아서 남김없이 먹어 주었다. 그 뒤에도 ‘뭔가 잘못 넣어서 국이나 찌개를 엉터리로 끓였을 적’에도 밥상맡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맛있어! 괜찮아!’ 하면서 참 잘 먹어 주었다. 다시 오늘로 돌아와서 아이들을 바라본다. 아이들이 “아버지가 끓인 국이 아주 맛있어요!” 하고 들려주는 말은 거짓이 아니라고 느낀다. 우리 마을 뒤쪽 숲에서 흐르는 싱그러운 물이요, 우리 집에서 자란 호박을 썰어서 넣은 데다가, 우리 사랑을 듬뿍 실어서 끓인 국이니 맛있을 수밖에. 너희가 앞으로 무럭무럭 커서 손수 국을 끓여 아버지한테 먹여 줄 수 있을 무렵에는 오늘보다 한결 깊고 너른 아름다운 맛이 나리라 생각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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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9-25 17:40   좋아요 0 | URL
음식솜씨가 좋으신가 봅니다^^
스스로 맛있다고 하시니~~ㅋ
저도 한 번씩 내가 만든 음식에 감탄을 하곤 해요
이웃집 아줌마들이랑 수다 떨다보면 대부분 자신이 만든 음식이 가장 맛있다고들 해요 물론 남이 차려준 밥상이 맛있을때도 있지만요^^
아이들도 엄마,아빠가 차려주는 음식이 가장 맛있다고 하면 보람차죠!

추석 잘 보내세요^^

숲노래 2015-09-25 18:11   좋아요 0 | URL
모든 살림집마다
스스로 맛있게 밥을 짓지 못한다면...
아마 다들 스스로 아침저녁으로 괴로우리라 생각해요 ^^;;;
ㅋㅋㅋ 그럴 테지요?

저마다 집밥을 맛있게 지어서 누리는
아름다운 삶,
이러한 삶은 참말 사랑스러우면서 멋지리라 느낍니다 ^^

그래서, 가끔
이웃한테서 얻어먹는다든지 밖에서 사먹는 밥은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되어서
힘들기도 하지만(가만히 있기 힘든), 참으로 고마워서 맛있더라구요 ^^
 

꽃밥 먹자 209. 2015.9.13. 샛밥은 무화과



  아침하고 저녁을 먹는 사이에 샛밥으로 무화과를 먹는다. 올해에도 우리 집 무화과는 알뜰살뜰 맺는다. 새가 쫀 아이도 있고, 새가 안 쫀 아이도 있다. 더 딸 수 있으나 날마다 조금씩 먹자는 생각으로 예닐곱 알씩만 딴다. 하늘이 주고 바람이 주며 흙이 준 이 아름다운 열매를, 나무가 베풀고 새가 노래하며 빗물이 보살핀 이 사랑스러운 무화과알을 다 함께 나누어 먹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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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9-15 22:39   좋아요 0 | URL
오웃~~샛밥으로 무화과~!!!
마트에서 투명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무화과만 사먹었는데
직접 마당의 무화과를 따 먹으니~ 얼마나 맛있겠어요~?^^
침이 꼴깍...ㅎㅎ

숲노래 2015-09-15 22:47   좋아요 0 | URL
날마다 요만큼만 따지 않고 아이들더러 따서 먹으라 하면...
아마 하루 만에 몽땅 따먹을는지 모릅니다 @.@

그래도 해마다 무화과나무는 가지를 뻗고 올리고 늘리면서
해마다 새 열매를 더 넉넉히 베풀어 줄 테지요.
올해에도 구월 내내 신나게 날마다 누리리라 생각해요 ^^
 

꽃밥 먹자 208. 2015.9.13. 한 그릇 소복히



  소복하게 마련한 밥그릇을 받는다. 한 그릇으로 푸짐하다. 한 그릇에 얹은 것을 요모조모 집어서 먹는 재미가 있다. 나는 한 그릇에 소복하게 담기보다 펑퍼짐한 접시에 펴서 얹기를 즐기는데, 소복한 밥그릇도 재미있으면서 보기 좋구나 싶다. 곁님이 차리는 밥을 여러 날 고맙게 받아먹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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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9-15 22:35   좋아요 0 | URL
아~~참으로 예쁘고 맛있겠어요!!^^

숲노래 2015-09-15 22:36   좋아요 0 | URL
네, 부엌일을 거의 할 수 없어서
그저 받아먹기만 하는데
다리가 나아 찬찬히 부엌일을 다시 할 적에
이처럼 예쁘게 차려야겠다고 생각합니다 ^^
 

꽃밥 먹자 207. 2015.9.10. 네 손으로 짓네



  다리를 다치고 나서도 틈틈이 밥을 짓기는 했지만 입맛이 확 사라지면서 아이들 끼니때가 아니면 딱히 밥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럭저럭 걸을 수 있어도 한자리에 가만히 서기가 힘든 탓에 부엌에서 일을 하자면 걸상에 앉아야 한다. 곁님 손을 빌어서 밥상을 차린다. 내 손이 아닌 네 손으로 밥을 짓고 밥상을 차린다. 내 손도 네 손도 모두 고운 손길이요 사랑스러운 손내음이다. ‘밥상 차리기’ 아닌 ‘밥상 받기’를 여러 날 하면서 밥을 마주하는 생각이 차츰 바뀐다. 밥상을 즐겁게 잘 받는 사람이 밥상을 기쁘게 잘 차린다. 잘 노는 아이가 씩씩한 어른이 되는 얼거리하고 같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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