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236. 2016.1.25. 떡 한 접시



  마을길에 쌓인 눈을 아침 일찍 아이들하고 신나게 쓸었다. 쓸어낸 눈은 그러모아서 우리 집 마당으로 옮겼다. 낮이 되니 마을길은 깔끔하게 눈이 다 녹았다. 아침에 안 쓸었으면 아이들하고 눈놀이를 못 했겠네 하고 생각하며 대문 앞에 서서 해바라기를 하는데 마을 할머니 한 분이 지나가신다. 어제 윗집에서 제사가 있었다는데, 그때에 지은 떡을 회관으로 가져가시다가 우리(아이들하고 나)를 보시더니 흰떡하고 고물떡을 나누어 주신다. 대문 앞에서 손바닥에 떡을 얼결에 받고는 접시로 옮긴다. 아이들이 먹기 좋도록 가위로 썰어서 놓았더니 두 아이가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이 놀다가 먹다가 하면서 깨끗하게 다 비우고 한 점도 안 남겨 놓았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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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35. 2016.1.17. 모처럼 달걀말이



  큰아이가 달걀말이를 해 달라 한다. 만화책 《요츠바랑!》 열셋째 책에서 보았구나. 할머니가 아이한테 해 주는 달걀말이를 저도 먹고 싶단다. 얘야, 만화책이 아니어도 그냥 먹고 싶다 하면 되지. 아무튼 큰아이가 바라는 멋진 달걀말이를 부쳐 보고자 다짐하면서 아침으로 달걀말이를 부친다. 달걀 다섯 알을 풀고, 무랑 햄이랑 시금치를 잘게 썰어서 섞는다. 지짐판을 달군 뒤 기름을 살짝 부은 뒤 김을 반 장 얹고는 천천히 말면서 신나게 지진다. 어느 만큼 두께가 되면 옆으로 뉘여서 살짝 네모지게 누른다. 달걀 다섯 알로 달걀말이를 셋 얻고, 아이들이 한 입에 넣어서 먹을 만하도록 썬다. 이렇게 한 뒤에 꽃접시에 밥이랑 배춧잎이랑 얹어서 국하고 밥상에 올리기.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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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6-01-21 19:43   좋아요 0 | URL
달걀말이 맛있어 보입니다~~저도 달걀말이 좋아하는데~ㅎㅎㅎ
저희집은 오늘 저녁으로 닭볶음탕과 오이무침을 했는데
내일은 달걀말이를 해야겠어요~~^^

숲노래 2016-01-21 20:07   좋아요 0 | URL
오이무침을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문득 떠오르네요 ^^

저도 오이무침을 즐겁게 해 보아야겠어요

오늘 저녁도 새로운 아침도
늘 즐겁게 누리셔요 ^^
 

꽃밥 먹자 234. 2015.12.25. 으뜸이야



  밥을 먹다가 작은아이가 빙그레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든다. 아버지가 바라보니 엄지손가락을 흔들며 앞으로 내민다. 곧 큰아이도 동생 엄지손가락 옆으로 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맛있니? 응. 얼마나 맛있어? 아주 맛있어. 그래? 응. 고마워. 나도 아버지가 맛있는 밥 해 줘서 고마워.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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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33. 2015.11.18. 새로 지은 밥



  밥을 새로 지으면 따뜻한 김이 피어난다. 어릴 적부터 밥상맡에서 밥김을 보는 기쁨이 참으로 컸구나 하고 느낀다. 끼니마다 솔솔 김이 피어나는 밥그릇을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고마운가. 나이가 들어 어버이 자리에 선 오늘날, 우리 어버이가 나한테 새로 지은 밥을 차려 주셨듯이 나는 우리 아이들한테 새로 지은 밥을 차려 준다. 모두 맛있게 먹자. 모두 기쁜 노래로 받아들이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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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32. 2015.12.5. 때로는 가볍게



  어제 하루 고단하면 새 아침에 살짝 찌뿌둥하다. 이런 날에는 아침하고 낮을 가볍게 누리자고 생각한다. 능금 한 알을 썰고 감 한 알을 썰며 과자 하나씩 놓는다. 가을에 담근 모과차를 밥상에 놓는다. 해가 하늘 높이 걸리는 낮까지 가볍게 즐긴 뒤에, 한낮에 기운을 내어 신나게 한창 차려서 먹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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