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231. 2015.11.25. 오이를 썰다가



  오이를 썰다가 문득 칼질을 멈춘다. 늘 하는 칼질이지만, 이러한 칼질을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칼을 도마에 살며시 눕히고 사진을 한 장 찍어 본다. 칼질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으니 얼추 10초쯤 딴짓에 품을 들인 셈이다. 부엌일을 하노라면 10초조차 딴 데에 들이지 못할 만큼 바삐 움직인다. 바로 이 10초 때문에 끓는 국이 넘쳐서 불이 꺼질 수 있고, 밥이 덜 익거나 바닥에 눌러붙을 수 있으니까. 오이를 반으로 가르고 다시 반으로 가른 뒤 네 덩이를 한 줄로 놓고 척척 써는데, 칼이 더 길면 여덟 덩이를 한꺼번에 썰 수 있을까? 아마 여덟 덩이는 손으로 다 감쌀 수 없어서 그리 못 하겠지. 아니다, 두 겹으로 쌓으면 여덟 덩이도 한꺼번에 썰 수 있겠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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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30. 2015.12.3. 밥이랑 국



  밥을 끓이고 국을 끓인다. 밥을 푸고 국을 담는다. 밥상에 밥그릇하고 국그릇을 놓는다. 이러다가 꽃접시로 바꾼다. 꽃접시에 밥하고 풀하고 달걀하고 오이를 찬찬히 놓는다. 이 모두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즐겁게 여겨 우리 몸에 차근차근 넣어 보자. 맛나게 먹자. 한 점씩 예쁘게 먹자. 우리 밥은 언제나 싱그러운 노래가 되도록 하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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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29. 2015.10.27. 먼저 집는



  밥상을 다 차려서 먹기로 하면 저마다 먼저 집는 밥이 다르다. 작은아이는 고기랑 떡을 먼저 밥그릇으로 옮겨서 먹고, 큰아이는 고구마를 먼저 왼손으로 집는다. 왼손 젓가락질을 익히겠다면서 벌써 몇 해째 이렇게 한다. 언제나 가장 즐거운 마음으로 가장 맛난 밥을 너희 손으로 기쁘게 집으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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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28. 2015.10.25. 밥을 볶는 날



  저녁에 먹은 밥이 남으면 이튿날 아침에 으레 볶는다. 이제 찬바람이 부는 날씨이기 때문에 따순 밥을 함께 먹고 싶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아침에 찬밥을 그대로 먹어도 시원하다고 느낄 만하지만, 가을하고 겨울에는 끼니마다 늘 따뜻한 밥이랑 국을 밥상에 올리려 한다. 따순 기운을 밥으로 받아들여서 따순 마음으로 거듭나면서 따순 노래를 부르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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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27. 2015.11.30. 나들이 마치고



  온 식구가 고흥집을 떠나 여러 날 바깥 나들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올 적에는 집에서 밥을 새로 짓기보다는 뭔가를 바깥에서 장만해서 집에서 먹곤 한다. 오랜만에 집밥을 먹을 수도 있지만, 한 끼니는 조금 수월하게 차려 보자고 생각한다. 물만 끓여서 담가 놓으면 먹을 수 있는 밥을 몇 그릇 장만하고, 다른 먹을거리도 요모조모 장만한다. 내가 짓는 밥도 남이 지어 주는 밥도 모두 내 몸으로 깃들어 아름다운 숨결로 거듭나기를 빈다. 우리 꽃밥을 오늘 하루도 기쁘게 받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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