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241. 2015.12.9. 어버이 자리



  아이들을 이끌고 읍내마실을 다녀온 뒤에 밥을 어떻게 할까 하고 망설인다. 짐가방을 풀고 부엌살림을 건사하다 보면 힘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설피 먹고 어설피 고픈 아이들을 그대로 둘 수 없다. 부엌 벽에 붙인 그림을 바라보며 새롭게 기운을 내기로 한다. 다리가 호들호들하지만 견딜 만하다. 아니, 다리뿐 아니라 팔도 호들호들하고 저리지만, 칼질을 못 할 만하지 않다.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가 저자마실을 마친 뒤에 어떻게 저녁까지 알뜰히 차리고 집안일을 다 하셨는가 하고 돌아본다. 아이들은 차츰차츰 자라는 동안 여러모로 심부름을 하고 스스로 버스 자리에도 앉으며, 버스에 올라타고 내릴 줄 안다. 곰곰이 따지면 아이들이 자라는 결을 지켜보면서 늘 새롭게 힘이 솟는다. 그래, 이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기운을 새로 내려고 나는 오늘 여기에서 어버이 자리에 있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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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40. 2016.2.13. 이렇게 하려고



  두 아이가 저녁에 소꿉놀이를 하더니, 저녁밥상에 소꿉을 올려놓고서 쓰려 한다. 저희 그릇하고 수저하고 다 있어도 소꿉으로 밥을 먹겠노라 한다. 이 모습을 보며 끄응 앓다가 작은아이가 소꿉질을 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터져나온다. 밥상맡에서 웃음을 선물해 주는구나. 그러네, 고마워. 저녁을 다 먹고 아이들 소꿉을 아주 깨끗이 설거지해 놓았다. 이튿날 아침에 두 아이는 이 소꿉으로 다시 논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2016 - 밥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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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39. 2016.2.7. 매생이국에 묵



  매생이국을 끓인다. 아이들이 매생이국을 잘 먹지 않았기에 매생이를 좀 잘게 끊는다. 이렇게 하면 어른들이 먹기에는 살짝 나쁠 수 있지만, 아이들이 매생이 맛을 느껴서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묵도 작게 썰어서 종지에 담아 보는데, 밥에 간장을 비벼서 맛나게 먹어 준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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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38. 2016.2.3. 빈 그릇을



  우리 몸이 되어 줄 맛난 밥을 즐겁게 먹읍시다. 잘 먹었으면 밥풀 한 톨까지 훑은 뒤에 개수대에 놓읍시다. 뭐만 골라먹은 뒤에 남기지 맙시다. 웃음으로 먹고 노래로 누립시다. 밥순아, 밥돌아, 모두 우리 피와 살로 스며들 아름다운 숨결이란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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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37. 2016.1.19. 감자랑 딸기밥



  감자랑 당근이랑 고구마를 삶으면, 두 아이 모두 맨 먼저 당근을 집는다. 당근이 그리 맛나나? 곰곰이 돌아보면 두 아이는 모두 갓난쟁이일 무렵 젖떼기밥으로 당근물을 자주 먹었다. 갈아서 마시는 당근이 얼마나 달콤한가를 몸으로 알고, 당근을 갈고 남은 부스러기로 부침개를 부쳐서 먹기도 했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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