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283. 2016.11.4. 새로 깍두기
무를 한 자루 장만한다. 무를 장만해서 들고 온 날은 등허리가 결리니 이튿날 손질해서 썰기로 한다. 무를 깍둑써는 동안 두 아이가 옆에 앉아 구경하다가 “우리 사진 찍어 보자!” 하고 말하더니 사진기를 들고 와서 찰칵찰칵 아버지를 찍는다. 이러다가 저희끼리 서로 찍으며 논다. 가을맞이 새 깍두기를 하다가 아이들 손길을 받아 칼놀림 사진을 한 장 얻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밥살림)
꽃밥 먹자 282. 2016.11.4. 한 접시에
따뜻하게 새 밥을 짓고, 한 접시에 반찬을 하나하나 올린다. 더 집어먹고 싶으면 더 먹도록 반찬 그릇을 올리고, 국을 접시 옆에 둔다. 수저를 들면 한 접시 뚝딱 사라지지만, 한 접시를 차리기까지 제법 오래 품을 들인다. 너희 접시를 보렴. 너희 접시에 사랑이 깃들도록 얘기를 해 주렴. ㅅㄴㄹ
꽃밥 먹자 281. 2016.11.2. 알록달록
하얀 동글배추를 잘게 썰어서 감하고 당근하고 마요네즈를 섞다가, 자줏빛 도는 동글배추를 장만해서 감하고 당근에다가 양상추까지 썰어서 섞어 본다. 먹는 맛 못지않게 먹는 빛도 마음을 더 쓰면 재미난 밥상이 될 테지. 이제 아이들 키가 닿아 아이들이 손수 냉장고 문을 열고서 반찬그릇을 꺼내어 밥상에 올리고 뚜껑까지 열 수 있다. ㅅㄴㄹ
꽃밥 먹자 280. 2016.10.28. 멸치볶음
멸치를 볶으려 한다. 먼저 당근을 채썰고 마늘을 빻아서 볶는다. 당근을 채썰며 큰아이더러 마늘을 까 달라 한다. 아직 큰아이 손이 느리기에 당근을 채썬 뒤 마늘을 함께 깠고, 마늘을 빻으면서 왜 이렇게 그때그때 마늘을 까는지 알려준다. 어느 만큼 당근하고 마늘이 익을 즈음 소금하고 설탕을 넣어 더 볶는다. 이런 뒤 배추와 버섯을 썰어서 섞는다. 배추와 버섯이 쫄아들 즈음 멸치를 붓는다. 이러고서 살살 섞고 뒤집으면서 알맞게 익히고 불을 끈다. ㅅㄴㄹ
꽃밥 먹자 279. 2016.10.11. 칼질 썩썩
비바람에 떨어진 모과를 잔뜩 주웠으나 며칠 동안 모과 썰기를 미루었다. 이래서는 안 될 노릇이지 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씩씩하게 썰어 본다. 해마다 모과썰기가 수월해진다고 느낀다. 참말로 해 보면 된다. 미루니까 늦춰지고, 미루면서 나 스스로 내 살림새를 제자리걸음이나 뒷걸음이 되도록 하고야 만다. 말없이 부엌에 앉아 모과썰기를 하니 두 아이가 어느새 달라붙어 “내가 설탕 넣어야지!” 하고 노래하며 일손을 거든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