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29.


《당신이라는 습관을 깨라》

 조 디스펜자 글/편기욱 옮김, 샨티, 2021.7.26.



오늘 읍내로 가는 길에는 다른 커피집에 들른다. 여러 해를 다닌 커피집은 손님이 많아 시끌시끌. 시끄럽다고 안 나쁘지만, 이제 커피집지기 얼굴을 볼 틈이 없다. 곁일꾼만 보는데 늘 다르다. 이음가게(체인점)는 모두 곁일꾼일 테지만, 커피콩을 받아 집에서 천천히 갈아 마시는 우리로서는 ‘누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커피콩을 고르고 건사하고 다루었’는가 하는 숨결을 느낄 곳에서 장만하고 싶다. 《당신이라는 습관을 깨라》를 여름에 읽고서 한참 잊었다. 글님은 ‘마음이 가는 길’을 밝꽃(과학)으로 짚으면서 이웃하고 나누는 일을 한다. 이분 책을 읽노라면, ‘마음을 다스리는 길’을 찾아내어 들려주는 길잡이인 이녁부터 ‘마음이 엉클어지거나 뒤틀리면서 고단하기 일쑤’라고 스스럼없이 밝힌다. ‘누구나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이라고 터놓으면서 ‘그때마다 어떻게 새로 추스르는가’를 보탠다. 책을 되읽고서 덮는다. 글님은 미리맞기(백신)를 어떻게 바라볼까? 나라(정부)에서 밀어붙이는 미리맞기 뒤앓이가 어떠한가를 얼마나 알까? 미리맞기(백신)를 둘러싸고서 어마어마한 돈이 움직이는 길은 얼마나 알까? 앞으로는 이런 여러 곳도 짚으면서 밝꽃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길을 한결 넓게 들려주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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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28.


《탱자》

 박미경 엮음, 봄날의책, 2021.11.10.



달날(월요일)을 기다린다. 지난 쇠날(금요일)에 꽃종이를 다 부치지 않았다. 글자루(봉투)에 손으로 사는곳(주소)을 적는 터라 한 시간 넘게 글씨를 쓰노라면 좀 쉬어야 한다. 글씨를 쓰고서 꽃종이를 담고, 붙임띠를 두르고서 등짐에 담아 자전거로 나르니 꽤 품이 든다. 두 아이가 아기였을 적에는 꽃종이를 부칠 적에 으레 이레를 썼다. 집안일에 아이돌봄에 이모저모 하는 틈에 했으니. 어느덧 두 아이가 거들어 주니 하루이틀에 일을 마무리한다. 《탱자》는 여러 글님이 이녁 삶자리에서 지핀 하루를 차분히 옮긴 글을 모았다. 겉차림으로도 느낄 만한테, 정갈히 추스르는 글꾸러미라 할 만하다. 다만 여러 글을 읽는 내내 아쉽다는 생각이 자꾸 샘솟았다. ‘삶을 담은 글’이기는 하되 ‘살림을 담은 글’이나 ‘사랑을 담은 글’하고는 꽤 멀지 싶다. 부엌일을 마치고서 숨을 돌리는 쪽틈에, 아이를 돌보고 사랑하는 하루를 지으면서 숨을 고르는 쪽짬에 글 한 줄을 적는다고 한다면 ‘탱자’를 놓고 사뭇 다르게 이야기꽃을 피울 만하다고 본다. 내로라하는 글바치는 “글을 잘 쓴”다. 이제 “글 잘 쓰는 사람”은 많다. 앞으로는 “삶자락에 살림하는 손길과 사랑하는 눈빛으로 숲·시골을 품고 아이랑 어깨동무하는 길”로 가야지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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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27.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

 이준명 글, 어크로스, 2018.6.15.



어제 면소재지 붕어빵을 맛본 우리 집 세 분이 “그 집도 맛있네요.” 하고 말씀한다. 팥하고 반죽이 알맞단다. ‘맛없는 붕어빵’은 팥만 많거나 반죽투성이라고 한다. 세 분 말씀을 고이 듣는다. 숲노래 씨한테는 글을 헤아리는 재주가 있다지만, 맛을 살피는 재주는 없다. 여태 맛을 대수롭잖이 여기며 살았으니까. “아버지, 아버지가 맛을 못 느낀다고 해서 이렇게 하면 안 되지요.” 같은 꾸지람을 듣고 또 들으면서 ‘이렇게 하면 세 분이 반길 맛이 되려나?’ 하고 어림한다. 김치를 못 먹으니 김치를 담그면서 간이며 고춧가루를 맞추기가 늘 뜬구름 잡기이니, 소금에 양념을 넣으며 자꾸자꾸 묻고 새로 물으며 맞춘다. 우리말은 ‘알맞게’요, 일본스런 한자말은 ‘적당량’일 텐데, 그저 ‘맞추’기만 한다면 틀에 박힌다. ‘알 + 맞춤’으로 가기에 가만히 빛나면서 즐거운 길이지 싶다. 글쓰기를 ‘맞춤길’로 짜려면 갑갑하며 고되다. 글쓰기에 삶을 가다듬는 손빛을 담으면 아기자기 눈부시다.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를 천천히 읽는다. 마을책집 〈책이당〉 지기님이 마실길에 서는 모습을 하나하나 마음으로 그리면서 빙긋빙긋 읽는다. “멋진 여행”이 아닌 “즐겁고 새로우면서 이야기를 짓는 나들이”이기에 스스로 웃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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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26.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염무웅 글, 창비, 2021.6.30.



책숲 꽃종이(소식지)를 사름벼리 씨하고 여미고서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날아간다. 꽃종이를 잔뜩 짊어지고 달린 등판은 땀으로 폭.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일하는 우체국 일꾼은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줄기를 못 본다. “안 추우셔요?” “자전거 타고 걷는 사람은 겨울에도 후끈합니다.” 꽃종이를 다 부치고서 붕어빵지기를 찾는다. 면소재지에는 붕어빵 굽는 아주머니가 두 분. 한 분은 면소재지 아이들이 일찌감치 몰려서 동났고, 다른 분은 많이 남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하느작하느작 하늘을 보면서 천천히 더 천천히 달리면서 숨을 돌린다. 서울에서 살던 무렵에는 자전거를 빨리 몰았다. 길에 부릉이가 가득하니 천천히 달릴 생각이 안 들었다. 사람살이도 매한가지이지 싶다. 바글바글 북적판에서는 착한 마음이 어느새 시들며 이를 악물고 만다고 느낀다.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를 읽으며 ‘내가 열일곱 살에 읽던 그 염무웅이 맞나?’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글힘이 사그라들었고, 나라지기(대통령)를 추키는 말이 곳곳에 흐른다. 서울 아닌 대구에서 길잡이(교수)를 하셨다지만 ‘서울 북새판’이란 마음과 눈이었구나 싶다. “불구덩에 안 빠지려 용쓰”지 말고 “숲에 깃들어 춤추”었다면 이녁 글이 망가지지 않았으리라.


ㅅㄴㄹ


나라지기를 추킨대서 잘못이지 않다.

"눈이 먼 몸짓(맹목적 추종)"은

글바치로서 늘 멀리할 대목이 아닐까?


어쩌다 이렇게 눈이 머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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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25.


《아버지의 연장 가방》

 문수 글·그림, 키위북스, 2021.11.5.



조용히 집일이며 글일을 잇고 싶으나, 자꾸 읍내를 다녀와야 한다. 법무사한테 찾아가느라, 우체국을 들르고 읍사무소를 거치느라, 걷고 또 걷고 자꾸 걷는다. 이곳이든 저곳이든 벼슬집(관청)은 허울이 가득하다. 아무래도 ‘벼슬’이라서, 닭처럼 겉멋으로 자랑하려 들지 싶다. 왜 크게 드러내려 할까? 왜 점잖은 척 차려입고서 거들먹일까? 아이들 곁밥을 장만하고서 또 걷고 걸어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도 밤에 별을 보고서 누웠다. 《아버지의 연장 가방》을 조금씩 읽었다. 아버지하고 제대로 말을 섞은 적이 없다는 삶을 되새기면서 ‘아버지란 사람이 일을 하며 걸어온 나날’을 곰곰이 생각했고, 이 생각을 그림으로 옮겼다고 한다. 반갑다. 이제는 먼먼 곳이 아니라, 보금자리를 볼 노릇이다. 글감도 그림감도 빛꽃감(사진감)도 언제나 우리 보금자리에 있다. 더 들여다보고, 더 기다리고, 더 생각하고, 이리하여 더더 사랑하면서 어느덧 푸르고 곱게 녹아든 손빛으로 차근차근 옮기면 된다. 말없이 일만 하던 아버지라는 자리는 왜 말이 없었을까? 앞으로는 아버지도 일돌이도 수다쟁이가 되기를 빈다. 조잘조잘 재잘재잘 속살속살 소근소근 같이 일하고 같이 떠들고 같이 놀고 같이 쉬면서 같이 삶을 짓는 새길을 열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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