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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8.29.


《소설가의 사물》

 조경란 글, 마음산책, 2018.8.25.



함께 자전거를 타는 작은아이한테 묻는다. “오늘은 어느 길로 가 볼까?” 늘 다니는 길로 가도 좋으나, 이따금 다른 길로 간다. 고개를 여럿 넘거나 바닷가를 지나거나 들길을 가로지른다. 오늘은 이웃 청룡마을로 깔딱고개를 넘는 길로 간다. 이 길로 달리면 우리 마을을 넓게 바라볼 만하다. 자전거란 탈거리는 온통 땀이다. 멋지게 꾸미든 가볍게 만들든, 모든 자전거는 우리가 땀을 쏟아서 구른다. 땀을 흘려 자전거에 몸을 실으면 어느새 바람이 훅훅 불며 등을 밀기도 하지만, 앞에서 씨름하자고 달려들기도 한다. 등밀이 바람도 고맙고, 씨름하자며 붙드는 바람도 재미나다. 이따금 옆에서 불며 자전거가 휘청하도록 장난치는 바람이 있다. 집으로 돌아와 빨래하고 씻고서 《소설가의 사물》을 읽는데 어쩐지 재미없다. 등밀이 바람이나 씨름하자는 바람이나 장난꾸러기 바람 같은 줄거리나 이야기를 못 찾아보겠다. 얌전을 떨면서 곱상하게 꾸민 글이 내처 흐른다. 문득 생각한다. “아, 이런 글이 바로 새뜸(신문·잡지)에서 여쭈어(청탁) 받는 글이로구나.” 잘 짠 ‘문학’일는지 모르나 알맹이가 사라진 옷가지라고 느낀다. 아무리 값지거나 놀랍거나 대단한 천조각을 몸에 두르더라도, 우리는 ‘넋이라는 숨결’이 있기에 ‘사람’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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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8.28.


《꽃으로 엮은 방패》

 곽재구 글, 창비, 2021.2.19.



우리 책숲에 찾아온 손님하고 이야기하다가 생각한다. 고흥이란 두멧시골 이야기를 둘레에서 쓰도록 징검돌을 놓아 본들 스스로 이 고장에서 살아가는 숨결이 아니라면 언제나 샛길로 가겠다고, 더디더라도 내가 스스로 쓸밖에 없다고. 나는 인천에서 나고자랐으나 굳이 인천 이야기를 쓸 마음이 없었다. 인천을 다룬 글이나 책을 2007년 무렵에 하나둘 찾아보다가 어쩜 이렇게 ‘마을사람 아닌 구경꾼’ 눈으로 쓰는가 싶어 놀랍고 짜증스러워 스스로 썼다. 1994∼2004년 사이에는 헌책집과 책과 삶 이야기를 ‘헌책집에 아예 안 가는 걸음걸이’로 쓰거나 찰칵찰칵 담는 먹물이 수두룩해서 스스로 썼다. 그러고 보면 2021년 올해까지도 낱말책다운 낱말책이 없다시피 하기에 낱말책까지 스스로 쓴다. ‘훈육·교육에 갇힌 돌봄글(육아일기)’만 너무 쏟아져서 ‘아이 스스로 놀며 살아가는 돌봄글’을 스스로 썼다. 노래가 아닌 ‘노래인 척하는 글(시)’이 넘실거려서 노래도 스스로 쓴다. 《꽃으로 엮은 방패》를 읽으며 생각한다. 글을 쓰려는 분이라면 “‘교사·교수·작가·예술가’란 이름을 모두 내려놓고서 ‘살림꾼’이 되어 ‘소꿉놀이’를 ‘숲’에서 하는 아이”가 되면 넉넉하다고 본다. 이름값 아닌 이야기꽃이어야 글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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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8.27.


《라키비움 J Pink》

 편집부 엮음, 제이포럼, 2021.7.26.



오늘도 골짜기에 온다. 물이 어제보다 조금 줄어 놀기에 한결 좋다. 억수로 쏟아지는 물이 흐르던 어제는 어디에서나 몸이 쓸려가면서 재미났다. 오늘은 넉넉히 흐르는 물이 맑게 빛난다. 억수로 쏟아질 적에는 모래에 자갈까지 휩쓸리면서 따갑기도 하고, 그저 넉넉히 흐르를 적에는 모래나 자갈이 구르지 않으니 부드럽다. 우리 곁에서 노는 나비떼를 보고, 우렁찬 물살 소리에 잠기는 멧새 노래를 나란히 듣는다. 그러고 보니 이제 쉼철(휴가철)이 끝났을 테니 바다에도 갈 만하겠구나. 시골사람이 시골 숲과 바다를 되찾는 팔월 끝자락이네. 《라키비움 J Pink》는 그림책만 다룬다. 모두 무지갯빛으로 담는다. 꾸밈결(디자인)에 마음을 많이 쓰는구나 싶은 만큼 줄거리(내용)에는 마음이 덜 가는구나 싶다. 어느 분 글 끝자락에 얼핏 나오듯 ‘딸(순이)’만 바라보는 눈길이 짙어 ‘아들(돌이)’이 할 몫이나 생각할 씨앗은 찾아보기 어렵다. 1990년 무렵까지는 ‘교훈’에 갇히다가 2000년 무렵부터는 ‘교육’에 갇힌 그림책이 요즈막에는 ‘울타리’에 갇힌다고 느낀다. 예나 이제나 ‘날개’랑 ‘씨앗’은 좀처럼 안 보인다. 익살도 어깨동무(성평등)도 좋으나, 울타리 말고 ‘숲’을 보면서 그림책을 품으려 한다면 모두 사뭇 다르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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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8.26.


《드래곤볼 외전, 전생했더니 야무치였던 건》

 토리야마 아키라 글·Dragongarow Lee 그림/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8.12,20.



골짜기에 간다. 자전거로 오르막을 훅훅 숨을 고르면서 탄다. 함께 달리는 아이가 발판을 구르는 힘을 보태어 씩씩하게 나아간다. 오르막을 탈 적에는 앞길도 보지만 고개를 들어 하늘빛하고 구름빛을 함께 본다. 길바닥만 본다면 오르막을 타지 못한다. 한 발 두 발 옮기며 바뀌는 바람맛을 짭쪼름하게 맛보면서 둘레 나무하고 풀꽃을 바라보기에 비로소 나아간다. 넘실물에 몸을 담근다. 쏠물에 머리를 박는다. 한참 물살을 느끼다가 바위에 앉아 물을 말리고서 꾸러미를 펴서 노래꽃하고 꽃글을 쓴다. 이윽고 다시 넘실물에 들어가고,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올려다보다가 기지개를 켜고 집으로 돌아간다. 저녁엔 폭 쓰러지지만 한밤에 눈을 번쩍 뜬다. 《드래곤볼 외전, 전생했더니 야무치였던 건》이 세 해 앞서 나온 줄 몰랐다. 《드래곤볼》을 좋아하는 분이 야무치 이야기 하나를 놓고 뒷이야기를 하나 그렸다고 한다. 가장 힘센 푸른별 사람은 크리링이지만, 야무치가 샛길로 안 빠지면 판이 달랐으리라 여기면서 이야기를 엮는다. 곰곰이 보면 나메크별 사람도, 사이어 사람도, 스스로 담금질하는 마음을 끝없이 바라보기에 ‘님’이 되지 싶다. 스스로 끝이 있다고 여기니 언제나 끝에 닿고서 맴돌이를 하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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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8.25.


《나의 왕국》

 키티 크라우더/나선희 옮김, 책빛, 2021.6.30.



하루 만에 다시 비가 쏟아진다. 오늘은 모처럼 ‘우르릉비’이다. 우르릉우르릉 소리가 멀리 들리다가 가까이 깃든다. 번쩍 하면서 벼락이 치더니 땅이 울린다. 집이 가볍게 흔들린다. 얼마나 가까이 떨어졌기에 집도 땅도 나무도 흔들 만할까. 아침에도 낮에도 우르릉비가 퍼붓더니 밤에는 풀노래잔치로 바뀐다. 감쪽같다. 밤에는 별까지 본다. 하룻새 춤추는 날씨가 대단하다. 《나의 왕국》은 무척 뜻있고 재미있으며 살가이 나온 책이라고 느끼지만, 옮김말이 매우 아쉽다. 어린이책을 옮기는 분은 어린이한테 ‘이야기밥’뿐 아니라 ‘말밥’을 나눈다고 생각할 노릇이다. 알찬 이야기만 들려줄 어린이책이 아니라, 아름답고 사랑스레 가다듬은 말을 함께 들려줄 어린이책이다. 요즈음 숱한 글님하고 그림님하고 옮김님은 ‘이야기’에는 꽤 마음을 쓰지만, 정작 ‘말’에는 도무지 마음을 안 쓰거나 못 쓴다. 낱말을 하나하나 가려서 쓰기를 빈다. 아이한테 즐거울 “우리 나라”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아이한테 반가울 “우리 집”이 어떤 빛이요 그림인가를 헤아리기를 빈다. 길은 참 쉽다. 쉽게 쓰면 될 노릇이니 쉽다. 어렵게 쓰는 길이야말로 어렵지 않을까? 쉽게 쓰고 쉽게 나누고 쉽게 하루를 노래하기에 비로소 수수하게 쉬며 숲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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