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4.


《파도수집노트》

 이우일 글·그림, 비채, 2021.9.17.



엊저녁에 고흥으로 돌아와서 등허리를 펴며 쉬는데 낮나절에 쪽글을 받는다. 담양에서 질그릇을 빚는 이웃님하고 살던 곁님이 저승길로 떠났다고 한다. 몸을 추스르고 집안일을 얼른 갈무리하고서 저녁에 바삐 곡성으로 달린다. 순천을 거쳐 곡성나루에 닿아 떠남터(장례식장)까지 걷는다. 시골 읍내는 저녁에 조용하다. 풀벌레 노랫소리를 품는다. 시외버스에서 ‘푹’이라는 노래꽃(동시)을 썼다. 떠난분한테 올리면서 남은분한테 건네는 글이다. 몸을 내려놓으신 분은 고이 나비가 되어 숲을 날면 좋겠다. 마음을 내려놓으신 분은 홀가분히 꽃이 되어 숲을 빛내면 좋겠다. 《파도수집노트》를 읽었다. 책끝에 글님 딸아이가 적어 준 글자락이 있어서 장만했다. 쉰 줄이 넘고서 물결타기를 즐기는 삶길을 담았다. 물결을 타든 멧자락을 타든 자전거를 타든 스스로 즐겁게 하루를 노래한다면 넉넉하다. 타기에 달리고, 달리기에 나아가고, 나아가기에 서고, 서기에 돌아온다. 눈치를 본다면 삶이 없고 쳇바퀴가 있다. 걱정을 안는다면 살림이 없이 늪이 있다. 그나저나 바닷물은 맨몸으로 맞이하고 맨살에 맨발에 맨손으로 마주할 적에 우리 몸을 살리는 포근한 물살이 된다. 헤엄을 잘 치는 모든 숨붙이는 바다에서 사람처럼 천을 걸치지 않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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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3.


《초코칩 쿠키, 안녕》

 이숙현 글·이명희 그림, 창비, 2010.11.19.



엊저녁에 대구 글이웃님을 만나서 이야기했고, 함께 〈직립보행〉을 들렀다. 저녁에 짧게 들르느라 아쉬웠지만, 다음 대구마실을 그린다. 모든 즐겁고 아름다운 마을책집은 꾸준히 다니면서 새롭다. 한 해에 한 걸음이든, 두서너 해에 한 걸음이든 언제나 그곳을 생각하기에 즐겁다. 고흥에 어떻게 돌아갈까 하고 길을 어림하다가 아침 일찍 칙폭이(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간다. 보수동 〈우리글방〉하고 〈파도책방〉을 찾아간다. 사상 버스나루에서 버스를 탈 때를 어림하면서 책빛을 누린다. 시골로 짊어질 책짐을 파도지기님이 맡아 주셨다. 단출히 움직인다. 《초코칩 쿠키, 안녕》은 구미에서 어린이를 돌보며 살림길을 헤아리는 눈길로 담아낸 이야기이다. 요즈음 어린배움터도 예전 못지않게 툭탁거리거나 아픈 일이 가득하구나 싶다. 어린이를 마구 때리는 어른은 줄되, 어린이하고 놀거나 어울릴 틈을 느긋이 함께 누리는 어른도 줄었다. 예나 이제나 어른 등쌀에 고단한 아이는 있고, 어른 틈바구니에서 아픈 아이가 있는데, 옛날에는 아이들이 나무를 타거나 바다에서 헤엄치거나 들판을 달리며 응어리를 풀었다면, 요즈음 아이들은 속으로 꾹꾹 누르며 견디기만 한다. 숨돌릴 곳이 없는 나라라면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고단하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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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2.


《하나와 두리 바다 속 여행》

 도이 가야 글·그림, 은하수미디어, 2005.9.1.



아침 일찍 진주서 대구로 건너가며 살피니 흙날(토요일) 일찌감치 여는 책집이 없다시피 하다. 이튿날은 어떠려나 살피니 해날에는 아예 쉬는 책집이 많다. 곰곰이 보니 내가 찾아가고 싶은 마을책집 가운데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가 꾸리는 곳이 많다. 나는 왜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 마을책집이 자꾸 눈에 뜨이며 그곳에 찾아가고 싶을까?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가 꾸리는 책집에는 어린이책이며 그림책이 넉넉하다. 아이를 안 돌보는 아저씨가 꾸리는 책집에는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이 드물거나 없기 일쑤요, 딱딱하고 두꺼운 어른책이 많다. 이 나라뿐 아니라 온누리가 거듭나려면 돌이(남자)가 아이를 도맡아 돌보면서 어린이책하고 그림책을 사랑해야지 싶다. 돌이를 싸움판(군대)으로 끌고 가지 말고, “아이돌보기 열 해”로 하루를 오롯이 살도록 해야 아름나라가 될 만하지 싶다. 대구 태전도서관에서 이야기꽃을 펴다가 ‘손빛책’이란 낱말을 새삼스레 새긴다. ‘장서’나 ‘중고도서’를 ‘손빛책’으로 가리키고 싶다. 《하나와 두리 바다 속 여행》은 판이 끊긴 지 오래이다. 찾기도 만만찮다. 이런 그림책이야말로 순이뿐 아니라 돌이가 곁에 두면서 손빛을 추스르도록 길잡이로 삼으면 좋겠다. 이야기나 얼거리가 참으로 눈부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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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1.


《친구의 전설》

 이지은 글·그림, 웅진주니어, 2021.6.16.



이튿날 대구에 가서 이야기꽃을 펴기로 한다. 낮 한 시부터 이야기를 하기에 하루 일찍 길을 나선다. 읍내로 나가고, 여수로 가는 시외버스를 두 시간 달린다. 여수 시내버스로 갈아타서 〈낯 가리는 책방〉에 깃든다. 가을볕이 뜨끈뜨끈하다. 골목이 호젓하다. 기차나루로 가서 순천으로 건너가고, 진주로 넘어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형설서점〉하고 〈동훈서점〉을 찾아간다. 두 곳에서 이모저모 생각을 새롭게 밝히는 책을 만난다. 이웃나라가 총칼로 쳐들어온 뒤에 ‘내선일체’에 앞장선 한겨레가 쓴 책을 보았다. 이튿날 이야기삯(강연비)을 미리 털어내듯 값을 치르면서 품는다. 책이란 무엇일까. 책은 어떻게 남는가. 오늘 보자면 부끄럽거나 거짓스러운 책이라지만, 지난 그때에는 가장 잘나가는 책이었을 테고, 어느새 감추거나 불살라 없애던 책이기도 했을 텐데. 《친구의 전설》을 한참 앞서 읽었다. 아이들이 재미나게 읽을 만하구나 싶으면서도 선뜻 마음까지 닿지는 않는다. 쉰 해 뒤를 헤아려 본다. 쉰 해 뒤에 태어나서 살아갈 아이랑 어른한테 동무가 될 이야기는 어떠한 삶자락에서 샘솟을 만할까. 쉰 해 뒤에 우리는 서로 어떤 이웃이 되어 스스로 이 삶을 사랑으로 가꾸는 눈빛으로 어우러질 만할까.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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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30.


《80세 마리코 16》

 오자와 유키 글·그림/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1.9.30.



2018년 10월 31일에 첫걸음이 우리말로 나온 그림꽃책 《80세 마리코》는 2021년 9월 30일에 열여섯걸음이 나오면서 끝이 난다. 일본에서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나왔을까. 지난 네 해에 걸쳐 이 아름책을 둘레에 알린다고 애쓰기는 했는데, 몇 분쯤 이 책을 장만해서 곁에 놓으셨을까? 여든 살을 훌쩍 넘은 나이에 ‘집을 나가’서 길잠을 자고, 길고양이를 품어 돌보고, 글쓰기(소설쓰기)를 멈추지 않을 뿐 아니라, 씩씩하게 글꽃책(문학잡지)까지 엮어낸 할머니가 마지막에 새롭게 그리면서 ‘손주 며느리’한테 남긴 씨앗 한 톨이 무척 싱그럽게 흐른다. ‘2021년 올해책’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낮에 큰아이하고 우리 책숲을 다녀오는데 참새떼를 700∼800쯤 만난다. 나는 이만큼 셌으나 미처 못 센 참새떼는 더 있으리라. 가을이 깊어 가면서 까치랑 까마귀랑 직박구리가 떼를 지어 다닌다. 참새는 몸집이 큰 새가 떼를 짓는 줄 알기에 작은 몸을 더더욱 뭉칠는지 모른다. 빈논에 이삭을 훑으러 내려앉았다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참새떼는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요즈음에야 이쯤이되 지난날에는 2000∼3000을 거뜬히 넘지 않았을까? 늦해를 바라본다. 갈수록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진다. 겨울이 다가오지만 가을볕은 한낮에 아직 무척 후끈후끈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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