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1.


《친구의 전설》

 이지은 글·그림, 웅진주니어, 2021.6.16.



이튿날 대구에 가서 이야기꽃을 펴기로 한다. 낮 한 시부터 이야기를 하기에 하루 일찍 길을 나선다. 읍내로 나가고, 여수로 가는 시외버스를 두 시간 달린다. 여수 시내버스로 갈아타서 〈낯 가리는 책방〉에 깃든다. 가을볕이 뜨끈뜨끈하다. 골목이 호젓하다. 기차나루로 가서 순천으로 건너가고, 진주로 넘어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형설서점〉하고 〈동훈서점〉을 찾아간다. 두 곳에서 이모저모 생각을 새롭게 밝히는 책을 만난다. 이웃나라가 총칼로 쳐들어온 뒤에 ‘내선일체’에 앞장선 한겨레가 쓴 책을 보았다. 이튿날 이야기삯(강연비)을 미리 털어내듯 값을 치르면서 품는다. 책이란 무엇일까. 책은 어떻게 남는가. 오늘 보자면 부끄럽거나 거짓스러운 책이라지만, 지난 그때에는 가장 잘나가는 책이었을 테고, 어느새 감추거나 불살라 없애던 책이기도 했을 텐데. 《친구의 전설》을 한참 앞서 읽었다. 아이들이 재미나게 읽을 만하구나 싶으면서도 선뜻 마음까지 닿지는 않는다. 쉰 해 뒤를 헤아려 본다. 쉰 해 뒤에 태어나서 살아갈 아이랑 어른한테 동무가 될 이야기는 어떠한 삶자락에서 샘솟을 만할까. 쉰 해 뒤에 우리는 서로 어떤 이웃이 되어 스스로 이 삶을 사랑으로 가꾸는 눈빛으로 어우러질 만할까.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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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30.


《80세 마리코 16》

 오자와 유키 글·그림/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1.9.30.



2018년 10월 31일에 첫걸음이 우리말로 나온 그림꽃책 《80세 마리코》는 2021년 9월 30일에 열여섯걸음이 나오면서 끝이 난다. 일본에서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나왔을까. 지난 네 해에 걸쳐 이 아름책을 둘레에 알린다고 애쓰기는 했는데, 몇 분쯤 이 책을 장만해서 곁에 놓으셨을까? 여든 살을 훌쩍 넘은 나이에 ‘집을 나가’서 길잠을 자고, 길고양이를 품어 돌보고, 글쓰기(소설쓰기)를 멈추지 않을 뿐 아니라, 씩씩하게 글꽃책(문학잡지)까지 엮어낸 할머니가 마지막에 새롭게 그리면서 ‘손주 며느리’한테 남긴 씨앗 한 톨이 무척 싱그럽게 흐른다. ‘2021년 올해책’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낮에 큰아이하고 우리 책숲을 다녀오는데 참새떼를 700∼800쯤 만난다. 나는 이만큼 셌으나 미처 못 센 참새떼는 더 있으리라. 가을이 깊어 가면서 까치랑 까마귀랑 직박구리가 떼를 지어 다닌다. 참새는 몸집이 큰 새가 떼를 짓는 줄 알기에 작은 몸을 더더욱 뭉칠는지 모른다. 빈논에 이삭을 훑으러 내려앉았다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참새떼는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요즈음에야 이쯤이되 지난날에는 2000∼3000을 거뜬히 넘지 않았을까? 늦해를 바라본다. 갈수록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진다. 겨울이 다가오지만 가을볕은 한낮에 아직 무척 후끈후끈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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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29.


《약국 안 책방》

 박훌륭 글, 인디고, 2021.9.1.



어제 고흥읍에 닿아 집으로 택시를 타고 돌아올 적에는 읍내 셈틀집에 들를 생각을 못 했다. 오늘에서야 다시 읍내로 가서 먹물통(프린터 토너)을 장만한다. 2007년부터 쓰는 찍음이(인쇄기)는 오늘까지 잘 돌아간다. 먹물통을 새로찾기가 어렵고 오래 걸릴 뿐이다. 비가 쏟아진다. 비를 맞으며 읍내를 걷는다. 저자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마음읽기를 새삼스레 돌아본다. 시골에서조차 여름비이건 가을비이건 맨몸으로 맞아들이는 이웃이 드물다. 서울이라면 더더욱 드물까. 《약국 안 책방》을 다 읽고 느낌글을 쓰는데 여러모로 허전하다. 글님이 너무 어깨힘을 넣었지 싶다. 어깨힘도 글힘도 아닌, 즐겁게 돌봄물집(약국)을 꾸리면서 책자락을 맞이하는 수수한 나날을 꾸밈없이 그리면 넉넉할 텐데, 자꾸 어깨힘이 들어가는 길로 접어든다고 느꼈다. 요즈음 나오는 적잖은 책도 어깨힘이나 글힘이 지나치다. 즐겁게 하루를 노래하는 삶을 수수하게 그리는 글은 으레 파묻힌다. 아니, 수수하게 스스로 사랑하는 노래를 펴내는 곳이 확 줄었지 싶다. 글은 꾸며야 할까? 글은 잘나야 할까? 글은 이름값을 얻어야 할까? 쉰 해 뒤에 태어나 살아갈 아이들이 읽을 글을 생각하면 좋겠다. 이백 해 뒤 아이들한테 물려줄 오늘살림을 보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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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28.


《무지개 그림책방》

 이시이 아야 글·고바야시 유키 그림/강수연 옮김, 이매진, 2020.1.10.



고흥으로 돌아오는 날. 칙칙폭폭 달리는 길에 작은아이가 스르르 눈을 감고서 꿈나라로 간다. 작은아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기지개를 켜고서 책집 꽃글(동화) 열째 꼭지를 매듭짓는다. 아, 이제 첫 꾸러미를 마치는구나. 한동안 숨을 돌리고서 셈틀로 옮겨야지. 지난 9월 15일부터 쓰는 ‘마음소리’도 알뜰히 옮겨적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소리를 받아들일 만하다. 마음을 가만히 기울이면 우리를 둘러싼 숱한 이야기가 온몸에 퍼진다. 도깨비 얘기도, 풀꽃나무 얘기도, 저승길로 떠난 넋이 남기고픈 얘기도, 바람이며 구름이며 별빛이 속삭이는 얘기도, 언제나 우리 곁에서 마음소리로 맴돈다. 《무지개 그림책방》을 마실길에 챙겨서 읽었다. 아기자기하게 빛나는 이야기가 즐겁다. 글님은 책집을 차렸고, 그림책을 펴냈고, 바야흐로 이녁 삶자취를 책으로 여미기까지 했다. 그럼 그럼 그렇지. 우리 이야기는 우리가 손수 쓸 노릇이다. 순천나루에서 칙폭이를 내린다.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고흥으로 들어설 시외버스를 또 갈아탄다.“내가 들게요. 아버지 혼자 짐이 무겁지 않아요?” “짐이 왜 무거워야 해? 짐이 있을 뿐이야.” 바리바리 등짐에 아이를 안더라도 무겁거나 힘들단 생각을 여태 안 했다. 아이가 곁에 사랑스레 있다고만 여기며 살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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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27.


《제니의 모자》

 에즈라 잭 키츠 글·그림/김미련 옮김, 느림보, 2004.4.21.



“우리말꽃(국어사전)은 어떻게 엮고 쓰며 읽는가” 하는 이야기를 상주 〈푸른누리〉 이웃님한테 들려준다. 이곳 이웃님은 손수 새 말꽃을 엮느라 부산하다. 따로 이 말꽃길(국어국문학)을 밟은 적이 없는 분들이라 걱정이 한가득이라는데, 외려 말꽃길을 안 밟고서 숲길이며 풀꽃길을 밟은 분이야말로 말꽃을 새롭고 즐거우면서 알뜰히 엮을 만하다고 느낀다. 말꽃이라고 하는 책은 머리가 아닌 삶·살림·사랑으로 짓는다. 왜 그럴까? 모든 말은 언제나 삶·살림·사랑에서 비롯하는데, 이 삶·살림·사랑은 늘 숲에서 태어나거나 깨어난다. 집안일을 즐거이 하고, 숲을 아끼거나 돌볼 줄 아는 분이라면 배움턱이 있건 없건 스스로 말결을 다스릴 만하다. 《제니의 모자》를 작은아이가 두 살 무렵에 비로소 곁에 두었다. 갓 나올 적에는 그림결이 곱다고 여겼고, 2008년에 큰아이가 태어날 적에는 이야기가 싱그럽구나 싶었고, 2011년에 작은아이가 태어날 적에는 우리 아이들이 몸에 두르면서 삶꽃을 지필 길을 새롭게 그리면서 읽었다. 열 몇 해에 걸쳐 찬찬히 되읽은 그림책은 앞으로 열 몇 해 뒤에도 새록새록 되읽을 만하다고 본다. 어린이가 어린 나날부터 읽으면서 앞으로 어른으로 자라나는 길에 새삼스레 넓고 깊게 새기기에 그림책이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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