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9.


《오이는 다시 오이꽃이 되고 싶어 할까?》

 가평 어린이 글·전국초등국어교과 가평모임 글보라 엮음, 삶말, 2020.6.10.



작은아이를 태우고 자전거를 달린다. 하늘은 구름이 하얗고 바람이 파라면서 싱그럽지만, 땅은 농약바람으로 매캐하다. 뿌리는 사람 스스로 지칠 농약이요, 먹는 사람도 고단할 농약일 텐데, 이 농약을 농협에서 앞장서면서 팔아치우고, 나라에서는 농약을 쓰라고 북돋운다. 나라에서는 농약·비료·비닐·기계 없는 흙살림을 들려주지 않고 알려주지 않는다. 돈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모두한테 이바지하는 푸른길을 안 알리는 셈인데, 돈이 들지 않는 길이라면 벼슬아치 스스로 떡고물을 얻지 못한다고 여기는구나 싶다. 농림수산부는 해마다 어마어마하게 목돈을 쓰지만, 막상 그 돈은 누구한테 갈까? 유리온실에 전기로 수돗물을 끌어들여 뽑아내는 스마트팜에 대는 뭉칫돈은 참말 우리한테 이바지할까? 풀바람이 땅도 숲도 마을도 사람을 살린다. 바닷바람을 쐬고 싶었건만, 바닷가는 놀이철이라며 더더욱 매캐하다. 《오이는 다시 오이꽃이 되고 싶어 할까?》를 읽는다. 가평 어린이는 가평이란 고장을 얼마나 사랑하면서 그 터를 가꾸는 살림길을 학교나 마을이나 집에서 배울까? 이 아이들이 동시로 털어놓는 이 여릿여릿한 마음을 고루고루 귀여겨듣기를 빈다. 아이들은 꽃으로 피어나는 소꿉놀이를 하려고 이 땅에 왔건만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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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30.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1》

 시노하라 치에 글·그림/이지혜 옮김, 학산문화사, 2015.1.25.



아침에 매미 허물을 하나 본다. 모과나무 곁에서 돋은 모시잎에 남겨 놓았네. 요즈막에 비가 오래도록 많이 온 탓인지 허물은 온통 흙투성이. 매미는 허물을 벗을 적에는 흙투성이 아닌 아주 새몸이었겠지. 진흙은 허물에 남기고서, 이제 이 허물을 내려놓으면 하늘을 날며 바람을 노래할 수 있다는 꿈으로, 엉금엉금 한 발씩 떼면서 낡은 몸을 천천히 벗었겠지. 우리는 오늘 어떤 몸일까? 어제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낡은 마음을 날마다 털면서 새롭게 맞이하는 하루일까? 아프고 멍울진 몸을 나날이 씻으면서 새삼스레 가꾸는 아침일까?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1》을 보고 나서 뒷걸음을 잇달아 장만해서 읽는다. 처음에는 사람사냥꾼한테 붙들린 탓에 모두 잃어야 했지만, 이내 사람사랑을 새롭게 꿈꾸는 마음으로 걸어가는 나날을 그리는 만화책이다. 다섯 해나 미루고서 읽는데, 그린님 다른 만화책을 열 몇 해 앞서 장만해 놓고 아직 한 쪽조차 안 펴기도 했다. 왜 진작 안 읽었을까 싶으면서도, 예전에는 다른 책을 보느라 바빴고, 다른 숱한 책을 읽어 왔기에 이 만화를 한결 넉넉히 맞아들일 만하지 싶기도 하다. 우리는 물로 씻고, 물이 되며, 이 물에 꿈을 담는다. 활짝 열어도 새우리는 새우리일 테고, 금으로 꾸며도 울타리는 울타리이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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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8.


《산과 식욕과 나 1》

 시나노가와 히데오 글·그림/김동수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7.11.1.



멧마실을 한다면 사람들이 으레 오르내리는 길이 아닌, 사람 발자국이 안 난 고즈넉한 데로 가고 싶다. 멧길을 오래 걸을 까닭은 없다. 어느 사람 목소리도 발길도 안 닿는 곳에서 가만히 나무를 안거나 바위에 앉거나 풀밭에 맨발로 서서 숲노래를 듣고 싶다. 눈을 가만히 감고서 숲에 흐르는 바람을 마시고 싶다. 온몸으로 스미는 숲내음을 맡고 싶다. 이러다 보니 《산과 식욕과 나 1》는 멧마실 이야기를 다루기에 눈길이 가면서도 ‘애써 멧마실을 하면서 밥타령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제까지 안 들여다보았다. 그래도 하나쯤은 들여다볼까 생각하며 첫걸음을 읽는다. 곰곰이 끝까지 넘기는데, 큰고장에서 여느 회사원으로 일하는 분이라면, 적어도 토·일 이틀쯤은 입을 꾹 다문 채 조용히 멧길을 타고는 혼자서 도시락이든 주먹밥이든 라면이든 누리면서 짜증스러운 닷새를 풀어내기도 해야겠구나 싶다. 이틀 동안 멧길을 걸으면서 닷새치 찌꺼기를 털어낸달까. 큰아이가 짐순이 노릇을 하기로 해서 둘이 읍내로 저자마실을 다녀온다. 시골버스에서 오며 가며 동시를 두 자락 새로 쓰고, 책도 한 자락 다 읽는다. 돌림앓이가 걱정이라면 한여름 시골버스는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면 좋을 텐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참 드물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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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7.


《라라라 1》

 킨다이치 렌주로 글·그림/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17.6.25.



이웃님이 전화를 건다. ‘about’이란 영어를 흔히 ‘-을/-를’로 옮기기는 하는데, 덜커덕 ‘about’ 한 마디만 쓴 자리는 어떻게 옮겨야 할는지 모르겠단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영어 말씨가 있다면, 우리한테는 우리 말씨가 있으니, ‘about’으로 무엇을 나타내고 싶은가를 흐름을 놓고 보면 어렵잖이 풀 만하다. 이를테면 ‘무엇’이나 ‘누구’나 ‘왜’로 풀어도 된다. ‘어떤’이나 ‘이야기’로 풀어도 되겠지. 《라라라 1》를 읽는다. 세 해 앞서 나올 적에 얼핏 눈이 갔지만 장만하지는 않았다. 겉그림 때문에 건너뛰었는데, 그 뒤로 잇달아 나오기에, 또 나이로 거는 만화가 아니기에, 겉그림에 숨은 다른 뜻이 있겠다고 여겼다. ‘살림꾼(가정부)’으로 들어가서 일하는 사내하고 의사로 일하는 가시내가 얼크러지는 줄거리를 다루는구나 싶은데, 뒷걸음을 다 보아야 알 테지만, 오늘날 흐름 가운데 한켠을 짚는 만화가 되리라 본다. 길은 스스로 찾으려 하기에 찾는다. 삶은 스스로 지으려 하기에 삶이 된다. 사랑은 스스로 길어올리려 하기에 언제나 새롭게 샘솟는다. 고흥은 비가 더 안 오려 한다. 그러나 여태 내린 비가 꽤 많으니 비가 안 오더라도 후덥지근하다. 해가 사흘쯤 나오면 누그러지겠고, 닷새쯤 나오면 시원하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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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6.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길상호 글, 걷는사람, 2019.9.30.



며칠 앞서 광주마실을 하는 길에 〈검은책방흰책방〉을 찾아갔다. 문학을 사랑하는 지기님은 오롯이 시집이랑 소설책이랑 수필책으로, 때로는 고양이 책하고 여러 가지 인문책으로 그 터를 가꾸신다. 구석구석 스민 손길을 느끼며 어떤 시집을 챙길까 하고 살피다가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를 집었고, 그날 밤에 읽는데, 글줄마다 턱턱 걸렸다. 글이랑 글을 너무 짜맞춘 티가 난달까. 왜 글을 짜맞추어야 할까. 왜 글을 문학스럽게 꾸며야 할까. 펴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펴면 된다. 들려줄 말이 있으면 저마다 새로운 가락으로 노래하면 된다. 틀에 매거나 얽어야 하지 않은데, 왜 시라고 하는 글은 꼭 이렇게 해야 문학스럽다고 여길까? 문학상을 받는 시를 보면 하나같이 ‘틀’이 있고, 이 틀을 따르지 않으면 문학상은커녕 시집으로 태어나지도 못한다. 졸업장을 주는 학교 같은 문학이다. 대학입시처럼 줄세우는 문학판이다. 비가 와도 비에 젖지 않으면서 비에 젖은 척을 하는 문학이고, 볕이 나도 볕바라기를 않으면서 해바라기만 읊는 문학이다. 우리 언제쯤 울타리를 허무는 오늘이 될까. 우리 앞으로 허물없이 춤추고 놀 줄 아는 어린이다운 눈빛으로 이야기를 꽃이푸는 나날이 될 수 있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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