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4.


《티어문 제국 이야기 3》

 오치츠키 노조우 글·모리노 미즈 그림/반기모 옮김, AK comics, 2021.10.15.



철마다 다른 빛깔로 찾아온다. 한 해는 네 가지로 크게 새로운 빛이요, 다시 열두 가지로 굵게 새로운 빛살이다. 똑같은 해나 철이나 달이 없고, 똑같은 날도 없다. 이런 얼거리를 헤아린다면 모든 하루가 우리한테 저마다 새롭게 찾아드는 기쁜 나날인 줄 마음 깊이 느낄 텐데. 그림꽃책 《티어문 제국 이야기 3》을 아이들하고 함께 읽는다. 아이들은 아직 이 책에 흐르는 속빛까지 파고들지는 않는다만 즐겁게 읽는다. 지난삶에서 저지른 바보짓을 뼛속 깊이 느끼며 하루쓰기(일기)를 죽는 날까지 잇던 아가씨(티어문 나라 공주)는 어느 날 문득 되살아난 줄 느낀다지. 틀림없이 목이 잘려 죽었는데 몇 살 어린 몸으로 새로 태어나자 ‘몇 해 뒤에 목이 잘려 죽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지난날 저지른 모든 바보짓을 하나씩 추스르고 바로잡는단다. 죽고 나서야 바로잡을 생각을 품는 우리일까? 어쩌면 우두머리뿐 아니라 들꽃인 사람들도 죽음에 이르지 않으면 뒤틀린 바보짓을 못 느끼거나 안 느끼면서 쳇바퀴질을 할는지 모른다. 바보짓을 했기에 나쁘지 않다. 바보짓을 깨닫고서 뉘우칠 줄 알고, 입만 번지르르한 몸짓이 아닌 온마음으로 새롭게 피어나려는 하루를 살아간다면 ‘바보짓도 아름다이 밑거름이 될’ 만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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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3.


《돼지 학교에 간 늑대》

 마리오 라모스 글·그림/채지민 옮김, 거인, 2011.8.30.



수원에 있는 마을책집 〈책 먹는 돼지〉를 만난 뒤로 ‘돼지’ 책을 눈여겨본다. 그곳 지기님은 우리말로 나온 ‘돼지’ 책은 아마 다 아실 테지. 《돼지 학교에 간 늑대》는 꽤 오래 시큰둥히 지나쳤으나, 어느 날 문득 “아, 그래, 수원 돼지지기님은 이 책을 읽으셨을까? 아마 알 테지? 어디, 나도 읽어 볼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에 두었다. 그림으로 보이는 돼지 모습은 새롭지 않으나 ‘돼지·늑대’로 빗댄 아이들 모습은 오늘날 우리 민낯하고 닮았다. 이 어린이책은 ‘돼지 모습을 한 막놈(가해자)’이 ‘늑대 몸인 여린이(피해자)’하고 어떻게 얽히는가를 짚는다. 찬찬히 읽고서 우리 터전을 돌아볼 노릇이다. 겉모습이나 이름만으로 섣불리 생각하지 않을 노릇이라고 잘 밝히는 책이다.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 적에 아름답게 자랄까? 아이들은 어떤 어버이 곁에서 사랑을 배울까? 배움터(학교)가 배움터다우려면 마침종이(졸업장)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솜씨종이(자격증)도 부질없다. 착하지 않은 모든 사람은 벼슬자리나 글바치(작가·편집자·기자) 자리에서 나갈 노릇이다. 얄궂은 이는 논밭일을 해야 한다. 논밭에서 여러 해를 살며 풀꽃나무를 벗삼아야 삶눈을 바꾼다. 들빛하고 숲빛을 잊다가 잃기에 막짓을 하고야 만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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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2.


《선생님, 정치가 뭐예요?》

 배성호·주수임 글, 이재임 그림, 철수와영희, 2021.11.3.



태어나고 자랐으나 열아홉 살에 떠났고 서른세 살 무렵 돌아간 인천에서 살림집을 찾을 적에 마땅히 ‘골목집’만 알아봤다. 잿빛집(아파트)은 저한테 보금자리일 까닭이 없다고 여겼다. 골목집에서 살며 아이를 낳고 골목살림을 빛꽃(사진)으로 담던 어느 때부터 마을(골목) 이웃님이 “자네 같은 젊은이가 구의원에 나오면 밀어 줄 텐데.” 하셨다. “전 정치에 아무 뜻이 없습니다.” “정치에 뜻없는 젊은이가 나와야 정치가 바뀌지 않을까?” 깜짝 놀랐고, 크게 깨달았다. 아, 우리나라 벼슬길(정치)은 이 벼슬에 뜻없는 사람이 제대로 일하려고 마음을 품어야 비로소 제자리를 찾겠구나. 《선생님, 정치가 뭐예요?》는 글님 배성호 님이 여태 쓴 책 가운데 가장 잘 나왔다. 다른 책은 자꾸 ‘민주당 문재인’을 추키는 쪽으로 길을 잡으시더라. 이 책도 이런 결이 적잖이 있으나 확 줄였네. 어린이·푸름이한테 길(정치)을 들려주려면 ‘누가 옳거나 그르다’고 말하지 않을 노릇. 참삶을 밝히고, 참살림을 얘기하면 끝. 이야기꽃을 펴러 바깥마실을 가기 앞서 이모저모 해둘 일을 돌다. 무를 장만하고서 해거름에 돌아온다. 이튿날 낮에 손질하자고 생각한다. 끄응 등허리를 편다. 바람 사이로 스미는 별을 누린다. 집부터 포근하면 다 포근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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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1.


《엄마의 섬》

 이진 글, 한병호 그림, 보림, 2020.5.15.



작은아이하고 읍내에 다녀온다. 어제부터 대단했던 바람소리가 오늘도 우렁차다. 어젯밤에 함께 밤길을 거닐며 별바라기를 했는데, 틀림없이 날개(비행기)가 없는 하늘에서 부릉부릉 같은 소리가 울렸다. 소릿결을 헤아리니 멧자락을 감도는 바람이었다. 오늘 아침도 얼마나 먼 데부터 바람이 쩌렁쩌렁 울리는지 마당에서 한참 바람노래를 들었다. 《엄마의 섬》은 고흥에서 나고자란 글님이 갈무리한 이야기에 그림을 얹었다. 엄마가 나고자란 섬을 돌아보고, 엄마가 마음에 품은 꿈을 헤아리고, 엄마하고 다르지만 엄마하고 같은 핏줄기로 바라보는 오늘을 그린다. 고흥이란 고장에 깃들기 앞서까지는 ‘고흥’이란 이름도 몰랐다. 누구나 그러하리라. 수원사람이 청도를 어떻게 알며, 봉화사람이 화성을 어찌 알까. 강릉사람이 화순을 생각할 일이 없고, 포천사람이 고성을 그릴 일이 없다. 고흥살이가 푼푼이 쌓이면서 ‘고흥이란 숲(자연환경)에서 피어난 삶’을 그리는 분이 꽤 많은 줄 느낀다. 천경자 한 사람만 고흥내기이지 않다. 곳곳에 고흥바다에 고흥섬에 고흥들에 고흥숲에 고흥마을에 고흥나무에 고흥풀꽃을 그리는 분이 많다. 그리고 온나라 온고을에서 나고자란 살림빛을 고즈넉이 풀어내는 이웃님도 많다. 시골빛은 싱그러운 숨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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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30.


《사유를 쏟아, 붓다》

 강호진 글, 철수와영희, 2021.11.11.



새벽비를 본다. 낮바람을 맞는다. 저녁별을 누린다. 가을이 저물고 겨울로 접어드는 사이에 여러 날씨를 만난다. 늦가을 새벽비는 차갑지 않다. 시원하다. 비가 그친 낮바람은 차지 않다. 상큼하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서 하늘이 확 트이니 밤하늘은 더 눈부시다. 서울이라면 불빛이 너무 많다는데, 요즈음 시골도 불빛이 꽤 많다. 서울불빛은 잠들지 못하는 멍울이라면, 시골불빛은 별잔치를 막는 고름이다. 《사유를 쏟아, 붓다》를 읽었다. 절집(불교)에서 말하는 길을 그림으로 어떻게 담아서 오래오래 흘렀는가 하는 줄거리를 짚는다. 그림을 읽으며 삶길을 헤아리는 셈이다. 그런데 절집말(불교용어)은 우리말이 아니다. 온통 중국말이다. 중국말인 절집말은 좀 우리말로 풀면 어떨까? 우리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살림을 새롭게 바라보는 길을 열도록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라면 ‘조금 더 먼저 배운 어른’이 생각을 한결 넉넉히 기울여서 ‘새롭게 우리말로 이야기를 펴’기를 바란다. 중국사람한테는 그 말씨가 그들 삶말이지만, 한겨레한테는 중국말이 삶말일 수 없다. 한겨레가 쓰는 말을 중국사람이 듣거나 배우려면 중국말로 옮기겠지. 생각을, 숨빛을, 넋을 쏟아서 마음을 짓는 길을 ‘그림’으로도 ‘말’로도 찾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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