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8.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

 로라 바카로 시거 글·그림/김은영 옮김, 다산기획, 2021.11.15.



귤을 쪼는 직박구리와 눈이 마주친다. “너 쪼아먹으라고 놓았어. 걱정 말고 쪼아먹어.” 사람이 문득 내다볼 적에 마주쳐도 돼. 우리랑 눈이 안 마주치고 조용히 쪼고 싶으면 조용히 쪼다가 가면 돼. 이웃님이 배꼽귤(제주 한라봉)을 보내 주셨다. 스토리닷 지기님이 책을 다섯 꾸러미 보내 주셨다. 산들보라 씨랑 손수레에 책짐을 그득 싣고 우리 책숲으로 나른다.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에 여우가 나오기에 장만해서 푸른씨한테 보여주었더니 “붉은여우만 있지 않은데, 사람들은 여우라 하면 붉은여우만 생각해.” 하고 얘기한다. 그래, 붉여우에 흰여우가 있고, 붉딸에 파랑딸이 있지. 붉은꽃만 있지 않고 흰꽃에 노랑꽃에 빨강꽃이 있을 뿐 아니라, 푸른꽃도 있어. 온누리에는 온갖 빛깔이 있다. 이 가운데 붉게 물드는 빛이란 무엇일까. ‘붉다’란 우리말은 ‘불’이 밑말이다. ‘불’은 ‘불다·붇다·부피’하고 맞물리고 ‘푸근·포근’이며 ‘품·풀·풋’하고도 잇는다. 그저 하나인 빛깔은 없다. 우리말로는 ‘불빛’하고 ‘풀빛’이 맞닿는 줄 헤아린 적이 있는 요샛사람은 얼마나 될까? 스스로 푸르게 살아가면서 붉게 물드는 하늘을 한껏 누리던 지난날 흙사람이며 숲사람이며 바닷사람은 모든 수수께끼를 스스로 짓고 알았다.


#red #LauraVaccaroSeeger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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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7.


《다시 학교를 읽다》

 옥영경 글, 한울림, 2021.8.12.



올해에 뒤꼍에 심을 나무를 그리는 나날이다. 나무는 우리 손으로도 심고, 새가 심기도 한다. 때로는 나무가 스스로 심을 테지. 지난 한 해는 뒤꼍을 잃다시피 했다면, 새해에는 뒤꼍을 우리 숲터로 고이 돌볼 해로 삼으려고 한다. 천천히 뒤꼍을 거닐면서 자리를 보고, 옆집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소리나 불빛에도 씩씩하게 뻗는 나무를 쓰다듬는다. 모든 숨붙이는 잠들고서 깨어나기에 한결 눈부시지 싶다. 포근히 겨울을 누리고서 새봄을 그리자. 《다시 학교를 읽다》를 가만히 읽었다. ‘근대교육’이란 이름으로 아이를 배움터로 모으는 뜻은 두 가지이다. 페스탈로치 님은 “아이가 스스로 살림을 짓는 슬기롭게 착한 어른으로 자라는 길에 이바지할 뜻”이었고, 숱한 나라지기(권력자)는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는 허수아비를 톱니바퀴로 심을 뜻”이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어떤 뜻으로 굴러가는 배움터일까? 아이가 살림순이·살림돌이로 자라는 슬기로운 눈빛으로 나아가도록 북돋울까? 나라가 시키는 대로 얌전히 따르는 ‘눈먼 종’으로 길들이는가? 집하고 마을 모두 배움터이다. ‘교원자격증을 딴 사람이 어느 집에 모아서 가르쳐’야 배움터이지 않다. 아이들은 뛰놀고 살림하는 사이에 저마다 사랑을 익힐 노릇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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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6.


《와, 같은. 1》

 아소 카이 글·그림/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1.10.15.



촛불보기를 한다. 우리 곁님은 촛불보기를 할 적에 그냥 촛불 말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한다. 나나 큰아이는 촛불을 보면 이내 숱한 모습이 춤을 춘다. 더구나 나는 가만히 앉아서 촛불을 바라보는데 촛불이 쿵쿵 뛰거나 춤을 추다가 여럿으로 갈라지기도 하고, 아예 집안이 통째로 흔들린다고까지 느낀다. 어릴 적에는 전기가 툭하면 나갔기에 촛불을 자주 켰다. 어릴 적부터 촛불에서 숱한 기운을 느꼈기에 푹 빠져들곤 했다. 여기 있는 몸뚱이는 참나가 아닌 옷일 뿐이고, 촛불 너머로 만나는 빛꽃하고 넋이 만나는 곳에 참나가 있다고 느낀달까. 오늘 촛불보기를 하다가 마칠 즈음 흰토끼풀꽃을 보았다. 한 자루만 켠 촛불인데 흰토끼풀이 한동안 나타났다가 사그라들었다. 《와, 같은. 1》를 읽었다. 아이를 돌보는 줄거리를 다룬 그림꽃책은 언제나 눈길이 간다. 다 다른 살림집에서 저마다 어떻게 아이를 바라보면서 사랑하려는 숨결로 하루를 지으려는지 눈여겨본다. 아이는 밥을 먹기에 키가 크거나 몸이 자라지 않는다. 아이는 사랑을 먹기에 키도 몸도 마음도 자란다. 사랑을 먹지 않는 아이는 엇나가거나 죽는다. 사랑을 먹으면서 하루를 살기에 싱그러우면서 즐거이 삶길을 찾는 의젓하며 다부진 어른으로 피어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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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5.


《정의의 편》

 사토 마도카 글·이시야마 아즈사 그림/이소담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1.6.16.



그러께부터 아이들이 감을 그리 안 즐기더니, 지난해부터 귤을 썩 안 즐긴다. 물러서 곪으려는 귤 한 알을 마당 한쪽에 놓았는데 우리 집으로 찾아오는 뭇멧새가 콕콕 쫀다. 아이들이 누리지 않으면 새한테 주면 되겠구나 싶어, 새가 콕콕 다 쪼면 새로 귤을 두엇씩 내놓는다. 마루에서 마당으로 나가려는데 직바구리가 귤을 쪼는 모습을 본다. 눈이 마주친다. 직박구리는 귤을 쪼다가 멈추고 움찔 하듯 가만히 있는다. 나도 “아, 네가 느긋이 먹는데 마당으로 나왔네.” 하고 생각하며 가만히 있는다. 직박구리는 부리를 귤에서 떼고 슬금슬금 물러나고, 나도 다시 마루로 슬금슬금 올라선다. 마루에서 조용히 지켜보자니, 직박구리는 사람이 없는지 꼼꼼히 보고서 다시 귤을 쫀다. 《정의의 편》을 읽었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만한 줄거리를 다룬다.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에서 벌어지는 따돌림·괴롭힘질은 예전하고 대면 무시무시하지 않다 하더라도 틀림없이 고스란히 있다. 배움터에서 ‘학교폭력 방지 예방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하더라도 막짓이 고스란하다면 이대로는 안 되는 줄 알아야 할 텐데, 영 안 바꾼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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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4.


《Q.E.D. 48》

 카토 모토히로 글·그림/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4.10.25.



바람이 자고 햇볕이 포근히 퍼지는 하루로 돌아선다. 이제 숨을 돌린다. 여름에는 무더위가 잇다가도 바람이 불어 고맙다면, 겨울에는 된바람이 잇달다가 가벼이 가라앉으며 고맙다. 사름벼리 씨가 까마귀떼 그림을 건넨다. 어느덧 열다섯 해째 새를 지켜보고 그림으로 담았으니, 해가 갈수록 그림이 새롭게 빛난다. 우리 아이뿐 아니라, 이웃 아이도 스스로 즐겁게 담아내는 그림은 더없이 눈부시다. 아이는 배움터에 가야 배우지 않는다. 아이는 모두 보금자리에서 배운다. 빼어난 스승이 가르쳐야 하지 않는다. 스스로 해보면서 스스로 배운다. 숱한 길잡이(교사)가 ‘가르치다·가리키다’를 가려서 쓰지 못한다. 이른바 ‘국어교사’도 엉터리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그럴 만하다. ‘가리킴질 = 가르침질’이니까. 바탕은 같다. 《Q.E.D. 48》까지 읽고서 이 그림꽃책이 훌륭하다고 비로소 밝히기로 한다. 줄거리도 이야기도 얼거리도 그림결도 어린이부터 함께 읽을 만하겠다고 생각한다. 《Q.E.D.》 다음으로 그린 《CMB 박물관 사건목록》도 무척 잘 그렸다고 느낀다. “증명종료” 꾸러미를 읽으면서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 같은 그림꽃책이 얼마나 아쉽고 얄궂은가를 새삼스레 느낀다. 삶을 보는 눈이 삶을 바꾸고 새롭게 짓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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