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9.


《한 줄도 좋다, 만화책》

 김상혁 글, 테오리아, 2019.12.1.



고흥집으로 돌아와서 이틀쯤 쉬고서 읍내를 다녀올까 했으나, 서울에 계신 분한테 이모저모 말씀을 여쭙자면 하루 일찍 다녀오는 길이 낫다고 여겼다. 그러나 덜 쉰 채 몸을 움직였는지 어질어질하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몸이란 이레날(요일)을 가리지 않는다. 아니, 풀꽃나무한테 이레날이란 없다. 일곱 날로 가르는 틀은 서울에서나 쓸모있다. 그저 이레날을 안 살피면 우체국에 가거나 버스를 탈 적에 고단하지. 지난달 제주마실을 하며 장만한 《한 줄도 좋다, 만화책》을 돌아본다. 그림꽃책(만화책)을 마음으로 사랑한다면 이런 글이나 책을 안 내놓았으리라 느낀다. 그냥그냥 ‘좋아하’는 마음일 적에는 으레 이런 글이나 책을 쓴다고 느낀다. 무엇을 좋아하는 일이 나쁠 까닭은 없다. 다만 ‘좋아함’ 곁에는 ‘싫어함’이 반드시 있다. ‘좋아하는 그림꽃책’을 다룰 적에는 그이가 ‘싫어하는 그림꽃책’은 아예 안 거들떠보면서 외곬로 간다. 낱말책을 엮는 사람으로서 보자면, 이 낱말을 좋아하고 저 낱말을 안 좋아할 수 없다. 모든 낱말을 알맞게 자리를 찾아서 쓰는 길을 열어서 다리를 놓는다. 책도 이와 같지. 알맞게 읽는 때랑 곳이 있다. 오늘도 구름 바람 해 별을 나란히 누린다. 날씨 참 대단하다. 구름잔치가 바로 여기에 있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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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8.


《나의 아빠 1》

 니시 케이코 글·그림/최윤정 옮김, 시리얼, 2018.11.25.



새벽비를 본다. 낮구름을 본다. 밤별을 본다. 하루는 비랑 구름이랑 해랑 별로 흐른다. 어제 폭 쉬었으니 오늘 읍내 법무사한테 찾아간다. 우리 집 뒤꼍을 ‘우리 땅’으로 삼는 꾸러미를 얼마나 어떻게 챙겨야 하는가 하고 묻는다. 한참 들은 이야기를 갈무리한다. 차근차근 짚으면서 매듭을 지어야지. 올해에 이 일을 마친다면 새해에는 새롭게 뭔가 꾀할 만하리라 본다. 오늘은 작은아이하고 시골버스를 타고 나왔다. “저기 찐빵 있네요.” “저 진빵 하고 싶니?” “음, 아니요.” “그럼 이쪽 빵을 하겠니?” “그럴까요?” “산들보라 씨가 즐길 빵이라면 산들보라 씨가 생각해서 고르셔요.” “그럼 이쪽으로 할게요.” 무엇이 몸에 이바지할까? 무엇이 몸을 살릴까? 내가 아이로 우리 어버이 곁에서 살던 무렵, 어버이 집에서 제금을 나고 혼자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살던 무렵, 싸움터(군대)에 끌려가 스물여섯 달을 양구 멧골에서 헤매던 무렵, 나고자란 고장인 인천으로 돌아갔다가 새삼스레 시골로 삶터를 옮겨 아이들하고 살아가는 오늘을 죽 훑자니 ‘즐겁게 웃고 노래하며 먹어’야 몸이 반기더라. 니시 케이코 그림꽃은 얼거리가 살짝 구지레해서 꺼렸는데 《나의 아빠 1》를 읽으니 조금 다르려나 싶다. 두걸음도 장만해 볼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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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7.


《흑철 1》

 토우메 케이 글·그림/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21.8.25.



고흥집에 이레 만에 돌아와 보니 곁님하고 아이들이 무화과나무 가지치기를 해놓았네. 훌륭하구나. 쳐낸 가지를 손질해서 울타리 쪽으로 심으면 좋겠다. 오늘은 하루를 푹 쉬면서 생각을 갈무리한다. 서울마실을 하며 듣고 살핀 이야기를 천천히 가누자. 나는 ‘천천히’보다는 ‘찬찬히’란 낱말을 즐겨쓰는데, 문득 꾸러미를 펼쳐 ‘처·차’로 열고 맞물리는 낱말을 그러모으자니 ‘천천·찬찬’에 ‘차분·참’에 ‘첫·처음’으로 잇닿네. 재미있다. 천천히 한다면 처음을 늘 생각한다는 뜻이요, 찬찬히 한다면 차분하면서 참하게 살핀다는 뜻이다. 이 나라 아이들이 우리말을 가만히 헤아리면서 생각을 빛내기를 바란다. 모로 누워 《흑철 1》를 읽자니 작은아이가 고구마구이를 한다. 이제 슬슬 대나무를 또 베어 와야지 싶다. 다만 더 느긋이 쉬고서 베어 오자. 그림꽃책 《흑철》은 그림꽃님이 예전에 그리다가 만 이야기를 새롭게 보태고 고치어 그린다고 한다. 온통 칼부림이 춤추는 그림이라 어린이하고 보기에는 꺼림하지만, 푸름이쯤 된다면 이 칼부림에 깃든 마음이나 삶이나 벼슬살이하고 얽힌 실타래를 짚을 만하겠지. 예나 이제나 벼슬판은 돈을 거머쥐려고 총칼을 지으면서 사람들을 싸울아비(군인)란 굴레에 가두려 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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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6.


《나무는 숲을 기억해요》

 로시오 마르티네스 글·그림/김정하 옮김, 노란상상, 2013.1.10.



오늘은 고흥으로 돌아가는 날. 흙날(토요일)이라고 아침버스는 빈자리가 없고 14시 40분 버스를 끊어 놓는다. 빈틈을 어떡해야 하나 헤아리다가, 방배동에서 버스를 타고 전철을 갈아타면 금호동 〈카모메 그림책방〉에 갈 만하다. 길손집 앞에서 한참 버스를 기다렸고, 전철을 타려고 이수나루에 내리는데, 걸어가는 길이 너무 멀다. 문득 생각한다. 스무 해쯤 앞서 서울서 살 적에도 전철을 타며 ‘갈아타는 길’을 참 끔찍하게 길게 낸 모습에 혀를 내두르곤 했다. 그래서 되도록 걷거나 자전거를 탔지. 금호동 그림책집은 이 자리가 ‘서울이 아닌 책바다’로 느긋이 머물면서 그림꽃을 바라보도록 북돋운다. 마을책집이 있기에 마을빛이 새삼스럽다. 고흥집에는 한밤이 되어 닿았고, 아이들보다 우리 집 나무가 먼저 반겨 준다. 잠자리에 누우며 《나무는 숲을 기억해요》를 되새긴다. 나무 한 그루는 새랑 벌나비랑 풀벌레한테 숲이다. 나무 몇 그루는 아이들한테 숲이다. 나무가 온(100)이나 즈믄(1000)이 퍼지면 바야흐로 나무숲이다. 나무는 숲을 떠올린다면, 사람은 무엇을 떠올리는 하루일까? 사람은 스스로 별님이요 숲님이요 꽃님이라는 숨빛을 떠올리는가? 사람은 사랑을 지어 나누고 즐기려고 이 별에 찾아온 줄 떠올리는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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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5.


《왜 좋은 걸까?》

 기쿠치 치키 글·그림/김보나 옮김, 천개의바람, 2021.7.30.



서울 신림동에서 하룻밤 묵는데, 밤새 길거리 술수다가 흘러넘쳤다. 거나한 사내랑 가시내가 우글우글하네. 술수다가 끝날 즈음인 새벽 다섯 시에는 옆에서 뚝딱질. 뭔 집을 새로 올리는 듯한데 일찍부터 시끄럽구나. 나야 하룻밤 묵고 떠난다지만, 마을사람은 뭔 잘못? 아침해를 쬐면서 〈책이당〉으로 걸어간다. 버스를 타고 장승배기 〈문화서점〉에 찾아간다. 여러 해 만이다. 헌책집지기 할아버지는 잘 계시는구나. 이제 〈메종인디아〉로 건너간다. 서초동 마을길을 이웃님하고 함께 걷고서 서리풀쉼터에 올랐고, 짐칸(컨테이너박스)으로 꾸민 서초그림책도서관까지 들렀다. 서울일을 다 마친 저녁에 길손집을 찾아 헤매며 한참 걸었다. 오늘은 내내 걷는구나. 그런데 방배동 길손집은 어제 묵은 신림동 길손집보다 허술하다. 허허 웃었다. 《왜 좋은 걸까?》를 가만히 되읽는다. 사흘 앞서 장만하고서 내내 들고 다닌다. 고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서울에서 맴도니 그제·어제·오늘 산 책은 모두 등짐인 셈. 이렇게 걸어다니면서 왜 좋을까? 아니, 난 좋다고 여기지 않는다. 좋고 나쁨이 없이 걷는다. 그러면 즐거움일까? 굳이 따지면 즐거움일 테고, 철마다 마을마다 흐르는 빛살을 누리는 고마움이라고도 하겠다. 이제 책을 덮는다. 꿈으로 가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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