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25.


《Penguin》

 Polly Dunbar 글·그림, Candlewick, 2007.



우리 집 뒤켠에서 집을 짓는다면서 뚝딱거리는 시끌소리는 끝났을까? 가만히 보니 얼추 끝난 듯하다. 시끌소리가 끝난 듯싶자 비로소 새가 다시 깃든다. 우지끈 뚝딱 하는 소리가 시끄러운 데에서는 새도 풀벌레도 개구리도 모조리 떠나고 싶으리라. 그런데 이런 소리가 온나라를 휘감는다. 어느 고장을 가도 몸마음을 차분히 다독이는 바람소리·빗소리·물소리·구름소리·별빛소리·햇살소리·숲소리가 아닌, 부릉소리·쳇바퀴소리가 넘실댄다. 삽질은 언제 멈출까? 삽질은 언제까지 해야 할까? 나무로 집을 짓고, 나무가 땔감이 되고, 나무로 종이를 얻으면서, 오롯이 나무하고 하나인 삶자락은 시끌소리가 태어날 틈이 없다. 나무를 등지고, 나무를 잊고, 나무를 모르는 삶길은 시끌소리를 끌어들인다. 《Penguin》을 곰곰이 되읽는다. 펭귄 씨가 펴고픈 이야기를 그려 본다. 펭귄 곁에 있는 여러 아이랑 이웃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마음으로 다가설 때는 언제일까 하고 생각해 본다. “저만 알기”에 얄궂지 않다. “저부터 모르니” 얄궂다. 스스로 마음을 읽으며 가꿀 생각을 그리지 않기에 그만 얄궂은 길로 빠지고, 동무하고 이웃을 괴롭히겠지. 펭귄한테는 펭귄 나름대로 걸어온 하루가 있다. 아이는 아이 스스로 걸어가는 오늘이 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23.


《나의 바람》

 톤 텔레헨 글·잉그리드 고돈 그림/정철우 옮김, 삐삐북스, 2021.10.5.



엊저녁에는 바람이 살짝 세게 불어 감자구이를 못 한 작은아이가 아침 일찍 감자구이를 하려고 모닥불을 지핀다. 우리 집에서 벤 풀이 바싹 마른 냄새하고 대나무 냄새가 섞인다. 풀은 푸르게 빛날 적에도 향긋하고, 말라서 짚이 되어도 향긋하며, 불에 태울 적에도 향긋하다. 우리 삶이란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그곳에도 나란히 빛나는 하루일까. 《나의 바람》을 천천히 읽는다. 조금씩 읽다가 며칠을 쉬고, 또 조금씩 읽는다. 온누리 모든 어린이는 다 다른 낯빛이다. 다 다른 아이로 태어나서 어른으로 자라난 사람도 다 다른 얼굴빛이다. 저마다 어떠한 삶을 누리고 싶어 이 별에 찾아온 숨결일까. 우리는 서로 어떻게 어울리면서 하루를 짓는 즐거운 숨빛일까. 밥을 먹어서 배부를 수 있지만,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를 만하다. 글을 읽어 생각을 추스르고, 글이 없어도 하루를 느끼고 바람을 읽고 햇볕을 맞아들이면서 생각을 새로 짓는다. 노래할 줄 아는 아이는 놀이를 한다. 놀이를 하는 아이는 노래할 줄 안다. 웃는 사람은 즐겁게 나누는 모든 살림을 깨닫고, 즐겁게 나누는 사람은 웃고 울면서 어우러지는 하루를 배운다. 바라는 마음에 그림 한 자락이 태어난다. 종이에 그리고, 흙바닥이랑 하늘에 그린다. 이윽고 모든 곳에 그린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24.


《스이 요비 1》

 시오무라 유우 글·그림/박소현 옮김, 레진코믹스, 2017.6.23.



조용히 조용히 하루가 흐른다. 아이들이 하는 누리놀이(인터넷게임)에서 아이들한테 귓말로 막말을 하거나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돈이란 참 대단하지. 나이를 안 가리면서 바보짓으로 내몬다. 삶이란 참 놀랍지. 막말은 스스로 갉아먹는 줄 모르면서 함부로 쏟아내지. 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 이웃가게에 간다. 큰아이가 종이로 빚은 섣달나무(크리스마스 트리)를 건넨다. 서두르지 않으면서 달리되, 느릿느릿 달리지 않는다. 내 빠르기에 맞추어 길을 간다. 《스이 요비 1》를 읽었다. 그저 조용히 흘러가는 그림꽃책이라 할 만하다. 요새는 이렇게 조용한 이야기를 반기는 사람이 많다는데, 그만큼 시끌벅적한 곳에서 온하루를 보내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왜 시끌벅적한 곳에서 스스로 안 벗어날까? 먹고살아야 한다는 생각 탓 아닐까. 큰고장에서 이 시끌벅적한 물살에서 꿋꿋하게 버티어야 비로소 집안을 꾸릴 만하다고 여기기에, 얼핏 느끼면서도 제대로 바라보려 하지 않고, 제대로 바라보려 하다가는 여태 큰고장에서 쌓은 더미(탑)가 무너질까 봐 두려워하는 셈은 아닐까. ‘바벨탑’은 아스라한 옛날에만 있지 않다. 서울살림이야말로 큰더미요, 모든 돈살림(경제활동)도 큰더미이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22.


《사라지지 말아요》

 방윤희 글·그림, 자연과생태, 2021.10.20.



큰아이는 여러 날에 걸려서 섣달나무를 종이로 빚었다. 네모난 종이 앞뒤로 그림을 그리는데, 앞쪽은 별이며 꽃이 흐드러진 푸른나무요, 뒤쪽은 밤빛이나 늑대나 바닷속을 담았다. 빙글빙글 그림을 오려서 한복판에 실을 매달아서 걸면 치렁치렁하다. 흔들개비(모빌)이다. 모두 열한 사람한테 띄우는 빛(선물)을 지으셨고, 큰 글월자루에 담아 읍내 우체국으로 간다. 구백 살 느티나무 곁으로 난 냇가를 걷다가 물총새를 보고서 멈춘다. 한참 바라본다. “여기도 물총새가 있네요.” “어쩌면 물총새는 먼먼 옛날부터 이곳이 보금자리였을 테지.” 옛날하고 다르게 망가진 터전에도 찾아드는 새를 보면서 왜 굳이 ‘망가진 데’를 찾아오나 궁금하게 여겼더니 어느 날 마음속으로 ‘그곳은 우리 오랜 보금자리야’ 하는 소리가 들어왔다. 《사라지지 말아요》는 이 나라에서 곧 사라지겠구나 싶은, 또는 사라졌다고 여기는 여러 이웃 숨붙이를 글그림으로 보여준다. 책이름으로 대뜸 알 수 있듯 “사라지지 말아요”는 벌써 사라졌거나 곧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 책에 고흥 좀수수치 이야기가 나온다만, 좀수수치도 머잖아 가뭇없이 사라질 듯하다. 물방개나 게아재비가 사라져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사람들이 좀수수치를 어찌 알아보겠나.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21.


《꼬마곰의 케이크 가게 1》

 카멘토츠 글·그림/박정원 옮김, 디앤씨미디어, 2019.4.20.



큰아이하고 우리 책숲으로 가는 길인데, 마을 한켠에서 “저기 뜬다, 뜬다!” 하는 소리가 시끄럽다. 그래, 시끄럽다. 아이하고 걷다가 왼하늘이 좀 시끄럽고 매캐해 보인다. 구름을 살피려고 하늘을 보다가 눈살을 찌푸린다. “또 하늘에다가 무슨 짓을 하나?” 나중에 알고 보니, 고흥 나로섬에서 쾅쾅이(미사일·발사체)를 쏘았단다. 이를 알고서 불쑥 “땅과 바다에 버리는 비싼 쓰레기”라는 말이 떠오른다. 적어도 1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는 쾅쾅이라지. 그런데 이런 쾅쾅이를 쏠 적마다 땅이 우르르 흔들리면서 갯살림이 모조리 죽는다. 땅이 갈라지거나 움푹 패이면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이면서, 이런 쾅쾅이 탓에 바다에서 숱한 이웃목숨이 죽어 나가는 줄은 생각조차 않는다. 더구나 저 비싼 쓰레기는 바다에 떨어진다. 중국이나 북녘을 손가락질하지 말자. 남녘도 똑같다. 쾅쾅이를 쏘는 나라는 모두 미쳤다. 《꼬마곰의 케이크 가게 1》를 아이들하고 읽었다.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하기에 뒷걸음도 장만하자고 생각한다. 삶을 밝히는 길이라면 쾅쾅거리지 않는다. 살림을 짓는 어른이라면 쾅쾅질에 돈을 쏟아붓지 않는다. 마음은 빈털터리에 메말랐는데, 쾅쾅질에 목돈을 쏟아붓는들 별누리(우주)를 어떻게 읽거나 알 수 있을까?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