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19.


《숲의 요괴》

 마누엘 마르솔·카르멘 치카 글·그림/김정하 옮김, 밝은미래, 2021.10.30.



가볍게 자전거로 들길을 달린다. 올해 첫가을부터는 혼자 타는 자전거이다. 지난 열네 해를 아이들을 태운 자전거를 신나게 이끌었다면, 이제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전거를 익혀 나란히 달려야 비로소 가을들을 함께 누릴 만하다. 노랗게 물들면서 바람이 잠든 들빛은 들길을 가로지르지 않고서는 모른다. 하루는 다 다르다. 달종이(달력)는 셈(숫자)만 다를 뿐, 서울살이(도시생활)는 늘 쳇바퀴인데, 시골살이는 어느 하루도 같을 수 없다. 《숲의 요괴》를 읽으면서 늦가을빛을 새삼스레 헤아려 본다. 바야흐로 억새꽃하고 갈대꽃이 흐드러진다. 하늘을 누비는 새는 무리를 짓는다. 땅에서는 자꾸 풀벌레가 사라진다. 부릉이(자동차)는 끝도 없이 늘고, 시골 읍내조차 부릉이가 설 자리를 늘린다며 애먼 살림집을 밀고, 큰나무를 뽑는다. ‘깨끗한 전기’란 이름을 내세워 ‘태양광·풍력’을 멀쩡한 숲에 멧골에 바다에 못에 논밭에 갯벌에 때려박는 짓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러나 풀꽃모임(환경단체)은 입을 다문다. 숲을 밀어 햇볕판을 박고 바람개비를 세우면 끝일까? 지난날에는 저켠 민낯을 보았다면 오늘날에는 이켠이란 사람들 민낯을 본다. 저켠도 이켠도 ‘어린이 생각’은 터럭만큼도 안 한다는 대목은 같다. 난 아이들하고 살 생각이다.


ㅅㄴㄹ


#Yokai #ManuelMarsol #CarmenChica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18.


《고르고르 인생관》

 슬로보트 글·김성라 그림, 어떤우주, 2021.11.20.



뒤꼍이 왁자지껄하다면 물까치가 내려앉았다는 뜻. 몇이나 우리 뒤꼍에서 노는가 하고 세니 서른쯤. 손바닥만 한 땅뙈기에 몇 그루 나무이지만 너희한테는 느긋하며 즐거운 곳이니? 바람이 자고, 늦가을볕이 포근하고, 일찌감치 해가 기울고, 별은 쏟아지고, 하루하루 느슨하다. 날마다 맡은 일을 다스리고, 하루하루 밥을 지어 차리고 치우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등허리를 펴면서 자리에 모로 누워 책을 넘기고. 《고르고르 인생관》을 느릿느릿 읽었다. 스스로 마음을 읽고 스스로 몸을 돌보고 스스로 하루를 생각하며 스스로 기운을 내어 걸어가기에 우리는 저마다 즐거울 만하다고 본다. 눈을 들어 바깥을 보면 새해에 뽑을 나라지기 이야기가 어수선하다. 나라지기는 심부름꾼인데, 이 대목을 잊는 분이 많다. 여태 나라지기를 한 분도 똑같고, 여느 벼슬아치(공무원)도 매한가지이다. ‘내가 자리를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내세우는 분치고 심부름을 하려는 이는 안 보이더라. 늦가을에 돋는 들꽃을 본다. 멧노랑(산국)은 이맘때 조용히 빛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들꽃이자 물방울로 이 별에서 어우러지며 산다. 어느 자리이건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없다. 집에서 밥을 지어도, 들에서 밭을 지어도, 서울에서 책을 지어도 모두 같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17.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

 정해심 글, 호호아, 2021.8.4.



커피콩을 장만하러 읍내에 간다. 볼일을 잘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시골버스를 기다리는데 16시 40분 버스가 17시가 되도록 안 들어온다. 시골 할매할배 모두 버스나루에서 서성이며 “왜 이렇게 안 온담?” 하는데 드디어 들어온다. 할매할배가 버스일꾼한테 따지니 “고장나서요.” 한 마디로 끝. 와, 대단하다. 그러나 새삼스럽지도 않다. 늦는 일은 흔하고, 안 들어오는 일도 잦으니까. 이런 일을 그동안 군청에 따져 보았으니 열흘도 안 간다. 열흘도 안 되어 또 늦고 슬그머니 안 들어오고. 시골 벼슬꾼(군수·국회의원·군의원·공무원) 가운데 시골버스를 타는 이가 몇쯤 될까? 이들이 시골버스를 타고다니면 이런 일이 잦을까?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는 서울 금호동 〈카모메 그림책방〉 지기님이 쓴 책이다. 책이름처럼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 즐길 일을 할 적에 즐겁다. 스스로 사랑스러울 일을 찾아서 하기에 사랑스럽다. 스스로 아름다울 일을 살펴서 하기에 아름답다. 퉁명스럽거나 투덜거리는 사람은 ‘즐길거리’가 아닌 ‘돈벌거리’를 찾은 탓이다. 말바꾸기를 하는 사람도 매한가지인걸. 삶을 즐기는 사람은 말바꾸기를 안 한다. 뉘우치고, 노래하고, 웃고, 어깨동무하지. 오늘을 사랑으로 그리고 짓기에 스스로 빛난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16.


《숲속 100층짜리 집》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21.8.15.



작은아이는 아버지랑 누리놀이 ‘보글보글’을 하고 싶다. 곁님이 용케 풀그림을 찾아내어 셈틀에 깔았다. 다만 곁님이 찾아낸 풀그림은 목숨 셋이 죽으면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어서 못 한다. 작은아이하고 이 누리놀이를 하면서 어릴 적에 그렇게 50원을 써대던 일이 떠오른다. 숲노래 씨는 100판을 마치지 못했고, 둘이서 할 적에 일흔 몇 째를 간 일은 있다. 우리 언니는 100판을 곧잘 깼고,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가는지, 곳곳에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넘어가거나 가로지르는가를 보았지. 그러고 보니 우리 언니는 ‘테트리스’도 끝까지 깨내어 “자, 마지막은 이렇단다, 아우야. 그런데 마지막을 깨면 처음으로 돌아가. 허허.” 하고 보여주었다. 《숲속 100층짜리 집》을 보면서 그림님이 100칸 집을 새롭게 바라보지는 못하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아기자기한 맛에서 그친다. 모든 100칸 집을 ‘사람이 사는 모습하고 똑같이’ 그려서 짜맞춤 같기까지 하다. 펴낸곳에서는 “최신간, ‘100층짜리 집’ 시리즈 제5탄”처럼 일본말씨를 그대로 쓴다. ‘새로(← 최신간)·꾸러미(← 시리즈)·째(← 탄)’처럼 우리말로 고치기를 빈다. 일본책이 아닌 한글판이니까. 그림책에까지 그냥 쓰면서 퍼지는 일본말씨가 너무 많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15.


《도서관을 구한 사서》

 마크 앨런 스태머티 글·그림/강은슬 옮김, 미래아이, 2007.5.15.



‘헌책집 빛잔치(사진전시)’를 다음달부터 열기로 하면서 빛꽃(사진)을 그러모으고 글을 새롭게 쓰느라 한참 땀을 뺐다. 이제 빛꽃도 글도 마지막으로 추슬러서 띄웠다. 더 선보이고픈 빛꽃이 한가득이지만, 언젠가 차근차근 선보일 자리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서두를 일은 없다. 더구나 예전에만 찍지 않고 늘 새로 찍고 다시 찍고 거듭 찍으니까. 그동안 찍은 ‘책집 빛꽃’을 선보이는 자리가 징검다리가 되기를 빈다. 마을에 깃든 책집이 저마다 어떻게 빛나는가를 이웃님이 눈여겨보면서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먼먼 커다란 책집이 아닌, 우리가 저마다 살아가는 마을에서 조촐하면서 살뜰히 빛나는 책집을 만나는 길에 빛꽃 몇 자락이 징검돌을 맡아 주기를 꿈꾼다. 《도서관을 구한 사서》를 읽으며 찡했다. 이 그림책도 이야기하지만, 나라(정부)나 고을(지자체)이 책을 지키거나 돌보거나 품지 않는다. 언제나 ‘작디작은 한 사람’이 지킨다. 기꺼이 이야기를 쓰는 사람, 기꺼이 책으로 묶는 사람, 기꺼이 책을 장만하는 사람, 이렇게 조그마한 사람들 손길이 모여 책밭이 되고 책숲이 되며 책누리가 된다. ‘책지기(사서)’가 책숲(도서관)을 살린다. 벼슬자리(공무원) 아닌 ‘지기’라는 이름으로 일어설 적에 이 나라·삶터가 바뀐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