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소득세 처음으로 제대로 신고



  이제껏 종합소득세를 한 번도 제대로 신고를 하지 못 했다. 신고를 하라는 편지가 와도 아이들하고 복닥이다가 언제나 신고기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올해에는 제발 신고기간을 넘기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지난 5월 4일에 해 보는데, 뭔가 걸려서 도무지 안 되었다. 5월 9일 월요일이 되기를 기다려서 전화를 하는데, 아침 아홉 시부터 낮 두 시가 되도록 통화중이다가 비로소 벌교세무서하고 통화를 했고, 통화를 했지만 뾰족한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이 어질어질한 종합소득세 신고를 놓고 두 손을 들까 하다가, 다시금 ‘인터넷 찾아보기’를 해 보았고, 나처럼 ‘직장·회사를 다니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종합소득세 신고를 어떻게 하는가 하고 아주 깔끔하고 쉽게 안내글을 올려 준 글을 본다. 이러면서 아주 쉽게 깨닫는다. 그러네, 이렇게 쉽게 하면 인터넷으로 몇 분 안 걸려서 끝나는데, 세무서에서 보내는 안내편지라든지 세무서 일꾼하고 하는 전화통화라든지 국세청 홈텍스 누리집에 나온 안내글이나 안내영상은 ‘하나도 안 쉬웠’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아무튼 집에서 일하는 ‘작가’는 모두 나하고 비슷하겠지?


  종합소득세 신고 칸을 보면 “단일소득-단순경비율 추계신고서”가 가장 앞에 나온다. 그 다음에 “일반신고서”가 나온다. 나는 긴 이름으로 된 “단일소득-단순경비율 추계신고서”가 아닌 “일반신고서”로 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냥 맨 앞에 있는 그 긴 이름으로 ‘정기신고 작성’을 누르면, 그동안 출판사나 잡지사나 방송사나 학교나 기관에서 나한테 준 일삯·일삯 항목이 저 스스로 셈을 다 해 놓고서 표가 주루루 뜬다. 그리고 ‘MyNTS’에 들어가면 내 ‘원천징수 내역’이나 ‘카드·현금영수증 내역’까지 모조리 살펴볼 수 있다.


  며칠 동안 머리를 끙끙 앓도록 한 종합소득세 신고를 끝냈는데, 시골에서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를 어떻게 할까? 흙을 일구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세무서에서 스스로 해 주려나, 아니면 어떻게 되려나. 2016.5.9.달.ㅅㄴㄹ


(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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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란 무엇일까



  나는 시골에서 살며 어느 때부터인가 시계도 달력도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시계를 아예 안 보지는 않습니다. 시골에서 시계를 언제 보느냐 하면, 읍내로 볼일을 보러 나가야 할 적에 봐요. 마을 어귀를 지나가는 시골버스가 언제 오는가를 알아야 할 때에만 비로소 시계를 봅니다. 달력도 볼 일이 없지만, 달력을 보아야 하는 때가 더러 있어요. 우체국에 가야 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어라, 오늘 토요일이었네?’라든지 ‘아차, 오늘 일요일이었구나!’ 하면서 날짜도 요일도 잊은 채 움직이려 하다가 볼일을 놓치거나 못 보기도 합니다.


  5월 5일부터 8일까지 ‘연휴’라고 하는 말을 어제쯤 비로소 듣습니다. 어제오늘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부치려고 생각했는데, 달력을 보니, 또 이래저래 얘기를 들으니 ‘연휴’라서 5월 5일도 5월 6일도 우체국을 안 연다고 합니다.


  연휴란 무엇일까요? 일요일이란 무엇일까요? 주말이나 휴일이란 무엇일까요?


  풀은 토요일이나 월요일을 따지지 않습니다. 바람이나 비나 눈은 휴일이나 연휴를 가리지 않습니다. 해나 달이나 별은 주말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요일이나 시간이나 시계나 휴일이나 연휴나 휴가를 으레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시간이나 달력이나 연휴가 ‘아무 뜻이 없다’고는 여기지 않아요. 다만 이러한 것을 굳이 따져야 할 까닭은 없으리라 느껴요. 연휴나 휴가이기에 ‘쉴 수 있는 날’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마음을 쉬거나 달랠 수 있으면 된다고 느껴요.


  주말이라 아이들하고 놀러 다니지 않습니다. 일요일이라 놀거나 쉬지 않습니다. 늘 일하고 늘 쉽니다. 늘 함께 놀고 늘 함께 쉽니다. 2016.5.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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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ㄹ) 글손질(교정)을 다시금



  아직 이름을 붙이지 않았으나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사전》이라고 임시로 이름을 붙인 새로운 책을 놓고 눈이 빠지게 글손질을 다시금 한다. 오늘은 (ㄱ∼ㄹ)을 마쳤다. 이튿날이나 주말에 나머지도 교정지가 나올 테니, 또 뒤쪽을 신나게 글손질을 해야 할 테지.


  글손질을 하려면 오직 이 교정지만 들여다보아야 하기 때문에 괜히 내 마음이 뾰족뾰족거린다. 걸핏하면 집에서 골을 부린다. 아무래도 글손질에 온마음을 못 쏟고, 밥도 짓고 빨래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로구나 싶다. 이러면서 밭을 더 일구어야 하는데 밭일에도 손을 제대로 못 쓰니,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또 골을 부리네 하고 깨닫는다.


  (ㅁ∼ㅎ) 교정지가 나오면 하루쯤 집에서 나와 읍내 피시방에라도 가서 조용히 일을 해야 할까 하고도 생각해 본다. 나 스스로도 그렇고, 아이들하고 곁님한테도 너무 미안하다. 2016.4.1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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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04-15 07:52   좋아요 0 | URL
이 책 관심이 갑니다. 저뿐 아닐거예요.
마지막 다듬질까지, 잘 마치시기 바랍니다.

숲노래 2016-04-15 08:28   좋아요 0 | URL
말씀 고맙습니다.
사전인 책이기 때문에
교정을 그야말로 보고 또 보고 다시 보면서
자꾸 다듬고 손질하는 일이 끝나지 않아요 ^^;;
원고지 3000장 가까이 되는 글을 다 돌아보며 다듬자면
며칠씩 걸리는데 ㅎ까지 다 보고 나서도
한 번 더 보아야 하니...
아무튼 5월에는 태어날 수 있도록 더 기운을 낼게요.
고맙습니다 ^^
 

신나게 하자



  집안을 치우다가 다른 일이 많아서 한동안 미뤘다. 한동안이라고 하나 여러 달 미뤘다. 오늘 비로소 마저 치우기로 한다. 책상하고 책꽂이 자리를 옮겨야지. 낮까지 이 일을 마친 뒤에는, 서재도서관에 가서 흙놀이터를 꾸며 보려고 생각한다. 한쪽에 있는 흙무더기를 삽으로 잘 다져서 놀이터로 바꾸어 볼 생각이다. 밤새 ‘흙미끄럼틀’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니까 아침부터 낮까지는 방 치우기요, 낮부터 해거름까지는 흙미끄럼틀이다. 오늘은 이 두 가지를 신나게 하자. 그러고 나서 저녁에 아이들을 재운 뒤에는 ‘출판사에 보낼 마감글’을 손질하자. 모두 신나게 하자. 머리끈을 질끈 동여맨다. 2016.4.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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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밥 한 끼니


  

  꽤 오랜만에 바깥밥을 먹는다. 네 식구가 바깥밥을 언제 먹었는 지 떠오르지 않는다. 모처럼 바깥밥을 한 끼니 사서 먹으면서, 나는 집에서 한 끼니를 차리지 않아도 된다. 어제오늘 잇달아 ‘글 가다듬기’를 하느라 바쁘니, 읍내마실을 다녀오며 한 끼니 품을 덜면서 힘을 몹시 아낄 수 있다. 원고지로 2800장에 이르는 글을 살펴야 하는데, 오늘은 어느 만큼 살필 만할까. 오탈자만 살피는 ‘글 가다듬기’가 아니라 빠진 데를 손보면서 이모저모 보태기도 하니까 퍽 더디다. 나중에 교정 교열만 본다면 그때에는 서너 시간이면 다 마칠 테지. 교정 교열은 아무래도 서울에 가서 바로 마쳐서 출판사로 넘겨야지 싶다. 5월에 책이 나올 수 있도록, 그러니까 5월에 ‘새로운 국어사전’이 조그맣고 예쁘게 나오도록 하려고 힘을 쏟는다. 아버지가 이 일을 하느라 바쁜 어제오늘 두 아이가 씩씩하게 놀아 주어서 고맙다. 더 기운을 내야지. 살짝 숨을 돌리면서 등허리를 편 뒤에 저녁을 차리고, 아이들하고 저녁놀이를 한 뒤, 밤하고 새벽에 더 일손을 잡아야겠다. 2016.3.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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