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고흥집에 살면서 미세먼지가 무엇인가를 느끼지 않으면서 삽니다. 시골이라서 미세먼지가 없지는 않을 테지만, 풀하고 나무하고 흙이 있으면서 햇볕하고 바람이 흐르니 다른 것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먼지라고 한다면 아이들이 마당하고 뒤꼍에서 흙놀이를 하면서 묻혀 들어오는 흙먼지가 있어요.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며 옷이며 몸이며 잔뜩 묻히는 흙먼지가 아닌 ‘잔먼지(미세먼지)’가 걱정거리가 된다는 오늘날인데, 그럴 수밖에 없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자동차가 구르면서 바퀴가 닳아서 잔먼지가 날리지요. 도시에서는 끝없이 재개발·재건축을 하느라 잔먼지가 날려요. 엄청나게 솟은 아파트마다 시멘트 가루가 햇볕에 바래거나 바스라지면서 잔먼지가 날려요. 발전소에서 기름이나 석탄을 때느라, 공장에서 물건을 끝없이 찍느라, 여기에 사람들이 공산품을 끝없이 쓰느라, 게다가 어디에서나 비닐쓰레기가 끝없이 날리느라, 이 모두가 잔먼지로 바뀝니다. 우리 살림살이가 오늘날 이 모습 그대로만 가면 앞으로 잔먼지는 훨씬 더 늘어나리라 느껴요. 우리 스스로 새로운 살림살이로 거듭나려는 몸짓을 보여주지 않으면 잔먼지는 언제까지나 걱정거리가 되리라 느껴요. 시골에서도 밭뙈기마다 비닐을 씌우는 관행농법을 그치지 않으면, 비닐과 농약을 담은 비닐자루 쓰기를 줄이거나 멈추지 않으면, 모판이나 모종판 비닐쓰레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헤아리지 않으면, 시골에서도 잔먼지는 앞으로 끊이지 않을 테지요. 2016.6.1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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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셈틀



  오늘 새벽까지만 하더라도 여관 셈틀은 유에스비 메모리카드를 읽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머리를 감고 몸을 씻은 뒤에 다시 셈틀 앞에 앉으니, 어느새 유에스비 메모리카드를 읽어 주지 않습니다. 왜 이럴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셈틀을 껐다가 켜고 유에스비 메모리카드도 뺐다가 꽂았다가, 다른 자리를 찾아서 수없이 꽂아 보지만, 유에스비 메모리카드를 더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두 시간 가까이 씨름을 하지만 끝내 두 손을 듭니다. 여관 침대에 벌렁 누워서 텔레비전을 켜고 멍하니 쳐다봅니다. 설마 있을까 싶어서 인터넷에서 새롬데이타맨프로 풀그림을 살펴보지만,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에 이 풀그림을 올린 분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제가 늘 쓰는 편집기를 쓸 수도 없습니다. 새롬데이파맨프로 풀그림을 가상메모리라든지 제 블로그 한쪽에라든지 올려놓는다면 여관 셈틀이 유에스비 메모리카드를 안 읽어 주더라도 걱정이 없을 텐데, 이제껏 이렇게 안 했네 하고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참말로 나는 무엇을 챙기고 무엇을 살피며 무엇을 생각하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멍하니 여관 텔레비전을 들여다볼 적에 태국 요리사하고 한국 요리사가 서로 겨루는 풀그림이 흐르던데, 무대에 나온 모든 요리사하고 사회자는 입을 모아서 태국 요리사 솜씨가 매우 훌륭하고 뛰어나며 맛있다고 손가락을 추켜세웠는데, 막상 평가단 점수에서는 한국 요리사가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쪽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태국 요리사들은 그저 빙그레 웃으며 손뼉을 쳐 줍니다. 여관 텔레비전으로 멍하니 바라보아도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점수 매기기이네 하고 느끼는데, 한국 사회는 이렇게 속이 좁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면서 다시 나를 돌아봅니다. 그러면 이 방송을 멍하니 바라보는 나는 우리 아이들이나 이웃님을 얼마나 너그럽거나 넉넉하게 어루만지거나 껴안는가를 되새깁니다. 나부터 슬기로운 살림을 지으면서 텔레비전 풀그림을 나무랄 만한가 하고 뒷통수를 긁적이면서 도시락을 먹습니다. 2016.6.1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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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소


곧 새로 나올 책이 어제 인쇄소로 갔다고 한다. 뿌듯하다. 다음주에는 도톰한 종이꾸러미에 얹힌 멋진 이야기꽃을 만나겠구나. 기쁘게 기다리며 오늘 다시 바깥마실을 한다. 금요일 저녁에서 인천에서 북콘서트 토론자로 초청을 받았다. 곧 나올 책 가제본도 챙긴다. 그 자리에서 홍보를 할 생각이다. 고운 이웃님들이 이 책을 즐거이 기다리면서 예쁘게 장만해 주시겠지. 2016.6.8.나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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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교를 마치고 17교를 앞둔



  2016년 올해 들어서 16교를 본 원고를 곧 16교를 보아야 한다. 16교에서 드디어 끝이 나네 하고 여겼는데, 한 번 더 남는다. 그야말로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16교를 보았는데 17교가 다시금 있으니, 이 17교를 보는 동안 아이들은 새삼스레 씩씩하게 놀아야겠네. 16교에서 홀가분하게 내려놓고 아이들하고 더 오래 느긋하게 살림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뭐 한 번 더 얼마든지 기운내어 보면 될 테지. 이렇게 한 번 더 보면서 앞으로 우리한테 한결 넉넉하면서 재미난 노래가 흐를 수 있을 테지. 어제 하루를 온통 쏟고, 오늘은 밤 한 시 반부터 새벽 다섯 시 오십 분까지 쏟으며 16교를 마친 느낌을 적어 놓는다. 2016.6.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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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여관에 묵으려 하는데


  어젯밤이 아닌 오늘 새벽, 여관에서 묵으려 하는데 여관집 사장님이 잠에 곯아떨어지셔서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안 하신다. 그래서 아침에 여관집 사장님이 일어나시면 그때에 삯을 치르자는 생각으로 빈 방을 찾아서 나 스스로 문을 하나씩 열어 보는데, 문이 열리는 방마다 누군가 드러누워서 코를 곤다. 아니 이 사람들은 문도 안 걸고 잠을 자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참 재미있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끝내 빈 방을 찾지 못해서, 여관에서 묵자는 생각을 접고 피시방에 갔다. 자물쇠도 채우지 않고 그냥 자는 여관집 사람들 곁에 살그마니 누웠다가 아침에 슬그머니 일어날 수도 있었을 테지만, 여러모로 놀랍고 새삼스러웠다고 느낀다. 이제 피시방에서도 일어나야 할 때다. 2016.5.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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