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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아시아 경기 대회를 인천에서 하기로 했답니다. 이리하여 인천시가 거두어들이는 ‘돈 이익’이 십 몇 조라는 기사가 뜹니다. 이 돈이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며, 또 누구 주머니로 들어갈는지 모를 일입니다. 인천에는 세계대회를 치를 만한 운동장이 몇 군데 없기 때문에, 앞으로 2014년까지 곳곳에 갖은 경기장을 지어야 합니다. 경기장 하나를 지을 때마다 수천 억 원이 들 텐데, 수천 억을 들여 수조를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돈 남는 장사’라고 생각할 테지요. 더구나 이런 공사감을 자꾸자꾸 만들어야 ‘사람들 일자리’도 늘어날 테고, ‘실업률이 떨어진다’고 내세우겠지요. 여러 나라 운동선수가 머물 선수촌(아파트)을 짓는다며 인천 건설업계는 눈이 반짝반짝 빛날 테고, 선수촌 아파트가 지어지기 무섭게 부동산업자들 손발은 부지런히 움직일 겝니다. 나라밖 사람들(기자와 선수)이 많이 몰려올 테니, 나라밖 사람이 보기에 껄끄러운 ‘가난한 사람 동네’는 죄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모조리 아파트로 다시 세우리라 봅니다.

 2014년까지는 앞으로 일곱 해. 늦어도 2012년까지는 ‘인천다운 인천’은 싹 걷어치우고 ‘젖과 꿀이 흐르는 시멘트 물결’로 뒤덮이리라 봅니다. 인천에 들어온 지 이틀 만에 겪는 일입니다. 하지만 인천이 아닌 다른 곳에 자리를 잡는다고 해서 달라질 일이란 없습니다. 전국 어느 산골짜기로 간다 한들, 어느 섬마을로 숨어든다 한들, 공사업자 발길과 공무원과 정치꾼 손길이 안 뻗치는 곳이 없습니다.

 쉴새없이 벌어지는 운동경기에 마음을 쏟고, 끊임없이 ‘돈되는 일’에 몸을 옮기는 우리들 손에 책이 들릴 짬이 얼마쯤 있을까요. 제 식구가 어찌 지내는지 모르고, 제 이웃이 어찌 사는가 모르는 터에, 손에 책을 쥘 일은 아예 없으리라 봅니다만. (4340.4.1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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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개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웃마을에서 큰개 한 마리를 제가 사는 곳 바로 옆에다가 묶어 놓았습니다. 딴에는, 웃마을로 잡상인이 못 들어오게 막는 셈이었겠지만, 저로서는 밤낮 짖어대는 개소리 때문에 정신사납습니다. 하지만 저 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가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렇게 정신사납기보다는 개하고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요.

 요즘 세상은 인터넷판이 되어서, 어디에서든 셈틀만 켜고 자리에 앉으면 무엇이든 다 알아볼 수 있고 글쓰기나 글읽기가 아주 수월해졌습니다. 한편, 글쓰기와 글읽기가 수월해진 만큼, 남이 쓴 글을 읽고 그때그때 곧바로 댓글이나 덧글을 달며 자기 생각을 나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때 자기 이름이나 모습을 숨긴 채 댓글과 덧글로 남을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떤 글 하나를 죽 읽은 뒤 ‘참 좋구나’, ‘쯔쯔쯔 이런 일이’ 하고 느끼며 마지막까지 내리다 보면, 꼭 짓궂거나 얄궂게 토를 달거나 꼬투리 잡는 사람이 보입니다.

 사람이 쓴 글이니 사람 이야기라 할 테지만, 이런 댓글이나 덧글, 흔히 ‘악플’이라 하는 글은 ‘개짖는 소리’와 마찬가지이지 싶습니다. 자칫, 개를 깎아내리는 셈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데, 멍멍 컹컹 짖는 소리하고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지는 댓글과 덧글이 넘쳐나는구나 싶어요. 뜻없이 짖는 소리, 자기 혼자만 알며 지껄이는 소리, 남이야 듣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 소리, 남을 괴롭히는 소리, 그러면서 자기 스스로도 고달플밖에 없는 소리, 누워서 침뱉기가 되는 소리입니다.

 침은 삼킬수록 몸에 좋고, 말소리는 속으로 몇 번 곰삭인 뒤 꺼내야 듣기에 좋습니다. 자동차는 자전거나 사람다리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 있어 좋지만, 빨리 달리는 목적을 올곧고 아름답게 펼치는 사람이 보기 드문 요즘 세상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쓰기에 좋은 인터넷이지만, 이 좋은 인터넷으로 우리 세상을 아름답고 알뜰히 가꾸는 데에 힘을 쏟고 마음을 모두는 사람을 보기 드문 우리 세상은, 사람 탓이라 해야 할까요, 사회 탓이라 해야 할까요.

 개들은 좁은 우리에 쇠사슬로 묶인 채 지내지 않는다면 함부로 짖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좁은 우리에 쇠사슬로 묶인 채 짖어대는 개처럼, 제도권 사회라는 쇠사슬에 묶인 채 조그마한 골방에 갇혀서 셈틀만 켜고 앉았는 사람들이 짓궂은 댓글과 끔찍한 덧글을 써대고 있지는 않을는지. (4340.4.1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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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10 12:00   좋아요 0 | URL
악플 = 개짖는 소리

맞는 말씀입니다 :)
 


 어제는 다람쥐를, 오늘은 다람쥐를 본다. 날이 많이 따뜻해져서 겨울잠을 자던 짐승들이 하나둘 깨어나는구나 싶다. 막 깨어났으니 배가 얼마나 고플까. 아직 먹을 만한 산열매가 없을 테니 사람 사는 곳까지 살금살금 내려와 배채울 먹을거리를 찾겠지. 그런데 나한테는 너희들한테 줄 만한 먹잇감이 없네. 곡식이나 감자 몇 알을 너희들이 먹겠나. 내 자는 방 한켠 두툼한 이불 쌓아놓은 밑에 새앙쥐 한두 마리가 오도카니 숨어서 겨울을 났더구만. 까맣게 모르다가 어젯밤 파다다닥 쥐 굴러가는 소리가 나서 깨어나 불을 켜고 뒤진 끝에 찾았다. 책 두 권을 한손씩 든 다음 탕! 하고 겹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 본다. 조금 뒤, 괜히 시끄러운 소리를 냈구나 싶어 미안해진다. 며칠 뒤면 이 집을 비우고 떠날 텐데, 구태여 이들 새앙쥐 식구를 놀래켜서 뭐 할까. 빗자루 가져와서 쥐똥을 쓸어낸다. 쥐가 무엇을 파먹었나 살피니, 책갈피로 쓰던 꽃잎, 커텐 천조각. 이 살림집 새앙쥐는 용케 책은 안 쏠아먹는다. 자연식을 하는 쥐인가. 큰방 잘 보이는 자리에 감자를 씻어서 얕은 대야에 담아 놓았는데, 그것이나 먹지. 그러나 이 쥐들이 고구마는 갉아먹어도 감자는 안 갉아먹더군. 잠깐 드러누워 허리를 편 뒤 일하려고 했지만, 쥐들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잠들기를 바라며 새벽 세 시까지 책을 묶는다. 세 시를 넘긴 뒤, 더는 허리를 버티기 힘들어 손을 씻고 자리에 눕는다. 방온도가 14도로 떨어져서 보일러가 웅웅 하고 돌아간다. 따뜻해진다. 사람도 쥐도 따스하게 잠드는 깊은 밤이다. (4340.4.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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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시간 남짓 책을 묶었습니다. 컨테이너에 담긴 책을 묶었습니다. 여기는 불이 안 들어오기에 해가 떠 있는 동안에만 묶을 수 있습니다. 이제 해가 졌으니, 방에 있는 책을 묶어야겠어요. 그에 앞서 뭣 좀 먹으려 합니다. 한참 책을 묶다 보니 뱃속에서 꼬르르 하더군요. 그래도 꾹 참고 묶었는데, 더는 못 참겠더군요. 도랑물에 발과 손과 낯을 씻습니다. 쌀도 씻어서 안칩니다. 팥을 아침부터 불려놓았는데 제대로 불려지지 않았네요. 해 놓은 밥을 다 먹기 하루 앞서부터 불려야겠네요. 이제 십 분쯤 있으면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구수하게 밥이 익을 테고, 밥이 익을 무렵 된장칼국수 한 그릇 끓여서 함께 먹을 생각입니다. 된장칼국수 끓인 냄비에 밥을 두어 주걱 퍼넣고 말아서, 옆에는 책을 펼친 다음 책을 읽으며 먹으려 합니다. 밥이 얼만큼 들어간 뒤에는 어제 사 온 소주를 반 병쯤 곁들여 마셔 볼까 하고요. (4340.4.6.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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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루마리 휴지를 새로 꺼냅니다. 여태껏 쓰던 두루마리 휴지 하나는, 다른 사람이 쓰던 것을 얻었으니 온것 그대로 쓴 셈은 아니었지만, 이태 만에 새 두루마리 휴지를 꺼냅니다. 지난해 1월인가 2월에 스물네 개들이 두루마리 휴지 묶음을 사고 오늘 처음 뜯었습니다. 똥누고 뒤 닦을 때 빼고는 휴지 쓸 일이 없고(뒤 닦을 때는 두 칸씩 둘을 뜯어서 씁니다), 코를 풀 때에는 한 번 푼 휴지를 잘 펴서 고이 말린 뒤 다시 쓰곤 하다 보니까 이렇습니다. 무엇을 닦을 때에는 걸레를 쓰거나 손을 씁니다. 굳이 휴지를 뜯어서 써야겠다는 생각을 안 합니다. 두루마리 휴지 묶음에 스물세 개가 남았으니, 이 휴지는 앞으로 쉰 해 안팎 쓸 수 있을까요? 죽는 날까지 이 두루마리 휴지를 다 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4340.4.6.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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