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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바지를 빨아야 할 때면 늘 두렵습니다. 저 녀석 빨려면 한참 팔이 뻑적지근하겠군 하면서. 새로 빤 청바지를 입을 때면, ‘아끼면서 입어야지. 청바지 빨 때 얼마나 힘든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청바지에 때가 많이 끼어 슬슬 빨 날이 다가오면 ‘곧 빨 옷이니까 거친 일을 할 때 입자’고 생각하며 때 타는 일을 할 때 여러 번 더 입습니다. 그리고는 큰 대야에 물을 받아 담가 놓습니다. 이렇게 담가 놓기를 하루나 이틀, 대야에 담긴 청바지를 보며 ‘저거 빨아야 하는데’ 하면서 자꾸 손쉬운 다른 빨래를 먼저 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을 다잡고, ‘더 미루면 안 되지’ 하면서 북북 비벼서 빱니다. 오른손잡이인 저는, 오른손으로 비비곤 하지만, 청바지는 한손으로만 비비면 너무 힘들어 왼손도 번갈아 쓰며 비빕니다. 그래도 팔이 뻐근합니다. 거친 솔이 있으면 청바지 빨래는 한결 손쉽지만, 거친 솔이 있어도 웬만하면 맨손 비비기를 합니다. 힘이 많이 들기는 해도, 청바지를 빨 때에는 청바지 빠는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탁기로 돌리는 사람이 알지 못하는 맛, 느끼지 못하는 맛.

 세탁기로 빤 청바지와 손으로 빤 청바지는 아주 다릅니다. 보송보송함이 다르고 옷감이 허벅지와 종아리에 닿을 때 느낌이 다릅니다. 손으로 빤 청바지는 제 살결이 많이 닿는 자리를 한결 마음써서 비벼 주었기 때문에 제 몸도 손빨래 청바지를 더 반긴다고 느낍니다.

 십 분 남짓 청바지를 빨고 한쪽 다리로 살살 걸치며 두 손으로 낑낑대며 물을 짭니다. 물을 다 짠 뒤 탁탁 텁니다. 자잘한 물방울이 얼굴에 와닿습니다. 다 된 빨래에서 털려 나오는 물방울은 꽤 시원합니다. 집게 옷걸이로 콕콕 집은 뒤 햇볕 드는 마당에 한동안 널어 놓습니다. 바지 아랫단으로 물이 다 떨어지고 난 뒤에는 방으로 들여놓습니다. 하루가 꼬박 지나면 바작바작 마릅니다. 다 마른 청바지를 집게 옷걸이에서 떼어내어 고이 접습니다. 접으며 손에 닿는 천 느낌이 부드럽습니다. 가끔 얼굴을 대어 보곤 합니다. (4340.4.2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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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에서 일하고 있는 형이 어제 인천에 왔다고 합니다. 어제는 제가 잠깐 서울로 헌책방 나들이를 온 터라 못 만났고, 오늘 저녁 여섯 시쯤 일을 마친다고 해서 부랴부랴 자전거를 타고 인천으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간은 벌써 열 시. 다른 일로 많이 바쁜지 모르겠네요.

 몸이 고단해서 잠깐 4층 살림방으로 올라갑니다. 어제 사 온 만화책을 두 권 봅니다. 불을 끄고 가만히 드러눕습니다. 모기 한 마리가 턱밑에 다가왔길래 손으로 툭 쳐서 날려 보냅니다. 불을 껐어도 길가에 켜진 거리등 불빛이 방으로 스며듭니다. 4층인데에도 그러네요. 누워 있으니 온갖 소리가 잘 들립니다. 인천으로 오는 전철과 인천에서 빠져나가는 전철 소리가 들립니다. 제 어릴 적에는 제2부두에 배 들어오는 뱃고동 소리를 늘 들었습니다. 뚜우 하는 큰소리는 퍽 멀리까지 퍼져나갔습니다. 국민학교 옆에는 연탄공장이 있었고, 연탄공장으로는 부지런히 석탄이 들어와서 연탄으로 만들어진 뒤 기차에 실려 서울로 보내졌습니다. 국민학교에 있을 때에도 기차소리를 늘 익숙하게 들었습니다.

 술에 절은 듯한 아가씨인지 아주머니 목소리를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형이 많이 늦으려나. 아니면 오늘도 못 보려나. 설거지를 하고 밥을 안치고 빨래를 합니다.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시골집에서 물 구경을 못하며 빨래를 못했습니다. 인천으로 옮긴 이제는 물을 마음껏 쓸 수 있고, 빨래도 마음놓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퍽 차가운 물로 빨래를 하면서도 즐겁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동안 빨지 못하고 미뤄 둔 옷을 날마다 조금씩 빨고 있는데, 곧 이불도 빨려고 합니다. 이불을 널자면 대나무 하나 사 와서 마당에 빨랫대를 세우면 되려나.

 3층 도서관으로 내려옵니다. 3층을 온통 채우고 있는 끈으로 묶인 책들. 히유. 이 책을 어느 세월에 갈무리하려나. 어쨌든 도서관 문을 열고 조금씩 갈무리할밖에는. 그동안 찍어 놓은 수 만 장이 넘는 사진은 언제 갈무리하나. 히유. 써 놓은 글은 또. 아, 나한테도 곁에서 일을 거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 하나 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내 곁에서 일을 거들어 주는 사람은 ‘자기 일’이 아닌 ‘남 일을 해 주는 셈’인데, 나한테 쓸모있을 일을 거들어 줄 그이한테, ‘나라고 하는 사람이 하는 일’이 보탬이 될는지. 나야 거들어 주는 손길이 고맙지만, 그이가 내 일을 거들며 배우거나 얻는 것이 있을는지.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란, 누군가를 도와주기보다 훨씬 어렵지 않을는지.

 술 한 병을 사러 나갈까. 그냥 물이나 마실까. 곧 밥이 다 될 텐데 밥반찬으로 무얼 먹을까. 술 한 병을 사고 밥을 안주로 삼을까.

 기다리는 전화는 오지 않고, 멀뚱멀뚱 잠 또한 오지 않는 저녁나절. 쌓인 책을 바라보니 혼자힘으로는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그렇지만 이 책을 혼자힘으로 갈무리하지 못한다면 책 임자로서 내 몫을 못하는 셈이라는 생각이 들고. (4340.4.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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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집을

충주에서 인천으로 옮겼습니다.

아직 모든 짐을 옮기지는 못했고

2/3만 겨우 옮겼고,

이번주 일요일에 나머지 1/3을 옮겨요.

 

 

1/3이라 하면,

3.5톤 짐차에 싣는 만한 부피입니다 ^^;;;;

거의 모두 책이고, 나머지는 책꽂이입니다.

 

 

저는 사다리차에 올라타 저렇게 짐을 실어

3층으로 옮겼습니다.

 

인천으로 살림집을 옮기며,

인천 배다리에 있는 헌책방골목에

<사진책(과 여러 가지 다른 책이 있는) 도서관>을 열어요.

 

 
 
올려놓고 보니,
2/3쯤 되는 책이 요로코롬 쌓이더군요 ^^;;;
 
오늘부터 새벽 일찍 일어나
차근차근 갈무리 해 놓고 있습니다.
 
4월 끝무렵까지는 마무리를 짓고
5월 1일에 정식으로 여는 게 목표입니다.
 
 
3층은 도서관,
4층은 살림집입니다.
 
 
 
사다리차에 타고
높직한 데에서 골목길을 내려다보는 것도
퍽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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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4-18 08:45   좋아요 0 | URL
인천에 관련된 글을 보고 처음 찾은 서재라 그런지 인천에 거주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네요. 인천 배다리에 조만간 다녀올 예정인데 <사진책 도서관> 한번 방문해봐야겠네요.

비로그인 2007-04-18 10:03   좋아요 0 | URL
에구 왜 사진이 안보일까... ㅜㅜ

파란놀 2007-04-18 12:23   좋아요 0 | URL
앗! 사진이 안 보이면...
http://hbooks.cyworld.com 이나,
http://cafe.naver.com/inbusu/118 으로
들어가 보셔요 ^^;;;

아직, 도서관 마무리는 안 되었지만,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러서 "알라딘 서재 보고 잠깐 구경하고 싶어서요" 하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배다리 헌책방골목 '지학사' 건물 3층이옵지요~
 

 
 2014년 아시아 경기 대회를 인천에서 하기로 했답니다. 이리하여 인천시가 거두어들이는 ‘돈 이익’이 십 몇 조라는 기사가 뜹니다. 이 돈이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며, 또 누구 주머니로 들어갈는지 모를 일입니다. 인천에는 세계대회를 치를 만한 운동장이 몇 군데 없기 때문에, 앞으로 2014년까지 곳곳에 갖은 경기장을 지어야 합니다. 경기장 하나를 지을 때마다 수천 억 원이 들 텐데, 수천 억을 들여 수조를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돈 남는 장사’라고 생각할 테지요. 더구나 이런 공사감을 자꾸자꾸 만들어야 ‘사람들 일자리’도 늘어날 테고, ‘실업률이 떨어진다’고 내세우겠지요. 여러 나라 운동선수가 머물 선수촌(아파트)을 짓는다며 인천 건설업계는 눈이 반짝반짝 빛날 테고, 선수촌 아파트가 지어지기 무섭게 부동산업자들 손발은 부지런히 움직일 겝니다. 나라밖 사람들(기자와 선수)이 많이 몰려올 테니, 나라밖 사람이 보기에 껄끄러운 ‘가난한 사람 동네’는 죄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모조리 아파트로 다시 세우리라 봅니다.

 2014년까지는 앞으로 일곱 해. 늦어도 2012년까지는 ‘인천다운 인천’은 싹 걷어치우고 ‘젖과 꿀이 흐르는 시멘트 물결’로 뒤덮이리라 봅니다. 인천에 들어온 지 이틀 만에 겪는 일입니다. 하지만 인천이 아닌 다른 곳에 자리를 잡는다고 해서 달라질 일이란 없습니다. 전국 어느 산골짜기로 간다 한들, 어느 섬마을로 숨어든다 한들, 공사업자 발길과 공무원과 정치꾼 손길이 안 뻗치는 곳이 없습니다.

 쉴새없이 벌어지는 운동경기에 마음을 쏟고, 끊임없이 ‘돈되는 일’에 몸을 옮기는 우리들 손에 책이 들릴 짬이 얼마쯤 있을까요. 제 식구가 어찌 지내는지 모르고, 제 이웃이 어찌 사는가 모르는 터에, 손에 책을 쥘 일은 아예 없으리라 봅니다만. (4340.4.1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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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개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웃마을에서 큰개 한 마리를 제가 사는 곳 바로 옆에다가 묶어 놓았습니다. 딴에는, 웃마을로 잡상인이 못 들어오게 막는 셈이었겠지만, 저로서는 밤낮 짖어대는 개소리 때문에 정신사납습니다. 하지만 저 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가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렇게 정신사납기보다는 개하고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요.

 요즘 세상은 인터넷판이 되어서, 어디에서든 셈틀만 켜고 자리에 앉으면 무엇이든 다 알아볼 수 있고 글쓰기나 글읽기가 아주 수월해졌습니다. 한편, 글쓰기와 글읽기가 수월해진 만큼, 남이 쓴 글을 읽고 그때그때 곧바로 댓글이나 덧글을 달며 자기 생각을 나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때 자기 이름이나 모습을 숨긴 채 댓글과 덧글로 남을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떤 글 하나를 죽 읽은 뒤 ‘참 좋구나’, ‘쯔쯔쯔 이런 일이’ 하고 느끼며 마지막까지 내리다 보면, 꼭 짓궂거나 얄궂게 토를 달거나 꼬투리 잡는 사람이 보입니다.

 사람이 쓴 글이니 사람 이야기라 할 테지만, 이런 댓글이나 덧글, 흔히 ‘악플’이라 하는 글은 ‘개짖는 소리’와 마찬가지이지 싶습니다. 자칫, 개를 깎아내리는 셈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데, 멍멍 컹컹 짖는 소리하고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지는 댓글과 덧글이 넘쳐나는구나 싶어요. 뜻없이 짖는 소리, 자기 혼자만 알며 지껄이는 소리, 남이야 듣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 소리, 남을 괴롭히는 소리, 그러면서 자기 스스로도 고달플밖에 없는 소리, 누워서 침뱉기가 되는 소리입니다.

 침은 삼킬수록 몸에 좋고, 말소리는 속으로 몇 번 곰삭인 뒤 꺼내야 듣기에 좋습니다. 자동차는 자전거나 사람다리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 있어 좋지만, 빨리 달리는 목적을 올곧고 아름답게 펼치는 사람이 보기 드문 요즘 세상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쓰기에 좋은 인터넷이지만, 이 좋은 인터넷으로 우리 세상을 아름답고 알뜰히 가꾸는 데에 힘을 쏟고 마음을 모두는 사람을 보기 드문 우리 세상은, 사람 탓이라 해야 할까요, 사회 탓이라 해야 할까요.

 개들은 좁은 우리에 쇠사슬로 묶인 채 지내지 않는다면 함부로 짖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좁은 우리에 쇠사슬로 묶인 채 짖어대는 개처럼, 제도권 사회라는 쇠사슬에 묶인 채 조그마한 골방에 갇혀서 셈틀만 켜고 앉았는 사람들이 짓궂은 댓글과 끔찍한 덧글을 써대고 있지는 않을는지. (4340.4.1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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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10 12:00   좋아요 0 | URL
악플 = 개짖는 소리

맞는 말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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