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님 2



  다시 택시 기사님 이야기를 보태어 봅니다. 택시 기사님은 국악방송 앞에서 합정역으로 가는 길에서 미터기 삯을 100원쯤 에누리를 해 주려고 미터기를 일찍 꺼 주었습니다. 굳이 그렇게 해 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 100원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살짝 해 보았습니다. 택시삯은 6700원 나옵니다. 그래서 나는 오천 원짜리 한 장하고 천 원짜리 두 장을 내밀면서 거스름돈은 주지 마셔요 하고 말씀을 여쭙니다. 100원 에누리를 300원으로 돌려드립니다. 내가 국악방송 앞에서 택시를 탈 즈음 바로 다른 손님이 내리고 내가 바로 탔는데, 합정역 앞에서 내가 택시에서 내릴 적에 바로 다른 손님이 이 택시를 탑니다. 이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생각합니다. ‘그래, 언제나 마음으로 삶을 짓지.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서 손님이 잇다느냐 마느냐가 달라지지. 내가 걷는 삶길에서도 나 스스로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서 내 길이 즐거움인지 기쁨인지 노래인지 웃음인지 달라지지.’ 2016.7.2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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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님 1



  어제 낮에 서울에 왔습니다. 국악방송을 찾아갔습니다. 국악방송이 있는 마을에는 높다란 건물이 많아서 아찔했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내가 시골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다가 이 서울이라는 곳에서 길을 찾으면서 머리가 빙글빙글 돌지? 이제 나는 시골사람이 다 되었나? 도무지 길을 못 찾겠네? 국악방송 피디님한테 전화를 걸어서 어떻게 찾아가야 하느냐고, 길그림을 보고서는 못 찾겠다고 말씀을 여쭙니다. 겨우겨우 국악방송 건물을 찾았는데, 이 다음에는 11층에 어떻게 올라가야 하는가를 모릅니다. 건물 지킴이 할아버지한테 “국악방송 11층에 어떻게 올라가지요?” 하고 여쭙니다. 건물 지킴이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면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되지요.” 하고 말씀합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엘리베이터는 어디에 있나요?”


  녹음 일을 마치고 합정역 쪽으로 돌아가려는데 전철을 타는 데까지 다시 걸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택시를 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한참 걸어가고 또 땅밑으로 한참 내려가는 길이 내키지 않습니다. 택시는 건너편에 잔뜩 있지만 큰길을 또 건너야 하나 하고 생각하는데 마침 제 앞에 택시 한 대가 멎으면서 손님이 내립니다. 창문으로 기사님한테 여쭙니다. “합정역 갈 수 있나요?” 택시를 타고 합정역으로 가는 길에 기사님이 제 차림새를 살피면서 “국악 하시나요?” 하고 묻습니다. 나는 웃으면서 “저는 국악은 하지 않지만 국어사전을 쓰는 일을 합니다.” 하고 말씀합니다. “국악이 아니고 국어사전이요?” “지난달에 새로운 사전을 하나 썼거든요.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이라고 하는 책인데, 새로운 사전을 한 권 썼기에 국악방송에서 이 책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택시 기사님은 요즈음 사람들이 말(한국말)을 너무 엉터리로 함부로 쓴다고 이야기합니다. 나는 문득 “한국에서 사전 쓰거나 엮는 일을 사람이 몇 없어요. 아마 기사님은 사전을 쓰는 사람을 손님으로 만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해요.”


  나는 내 일을 ‘직업’으로 여긴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모로 보니까, 사회에서 내 일을 ‘직업’으로 바라보자니까, 내 직업은 ‘국어사전 집필자’입니다. 아마 이러한 직업을 맡아서 일을 하는 사람은 한국에서 몇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물겠구나 싶습니다. 내가 나를 자랑할 까닭은 없으나,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보람으로 여길 수 있겠다고 느낍니다. 택시를 타고 합정역으로 가면서 창밖으로 스치는 나무를 바라봅니다. 스무 해쯤 앞서 재개발을 할 무렵 길가에 나무 한 그루 없이 메마르던 곳이 이제 스무 해 사이에 나무가 제법 자라서 그늘을 드리웁니다. 내가 걷는 길이란 무엇인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하며 웃습니다. 2016.7.2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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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마실



오늘 국악방송 녹음을 하러 서울로 갑니다. 미역국은 잘 끓였는데 빨래는 미처 못하네요. 담가 놓기만 하고 헹굼질을 해서 널 겨를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즐겁게 마실을 할 노릇이고, 고흥집을 지키는 아이들도 곁님도 시원하면서 싱그러운 하루가 되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2016.7.25.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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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우레탄



  학교 운동장에 깔았던 우레탄이 납 범벅이라는 이야기가 비로소 뜨는 듯합니다. 처음에는 몰랐을까요? 처음에는 생각도 안 했을까요? 흙 운동장을 왜 우레탄으로 바꾸어야 했을까요? 학교마다 과학 교사가 있을 텐데, 과학 교사는 우레탄이 어떤 성분이요, 학교 운동장에 넓게 까는 그 화학조합물 덩어리가 사람 몸에 어떻게 스며드는가를 헤아리지도 않은 셈일까요?


  벼슬아치인 이들은 우레탄 운동장이 말썽이 되면, 그냥 나랏돈을 들여서 바꾸면 된다고 여기는 듯합니다. 나랏돈을 들여서 흙 운동장을 망가뜨린 뒤, 나랏돈을 들여서 우레탄 덩어리를 걷어낸다는데, 걷어낸 우레탄 덩어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그 끔찍한 쓰레기는 어디에 버릴 수 있을까요? 버릴 데가 있을까요? 끔찍한 쓰레기이니 되살려서 쓸 길마저 없겠지요.


  석면(슬레트)을 아무렇지 않게 퍼뜨리던 새마을운동처럼, 우레탄뿐 아니라 시멘트도 아무렇지 않게 퍼뜨리는 건설이거나 건축입니다. 아이들한테 무엇을 물려주려는 어른들 모습이 될까요. 2016.7.23.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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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 사진을 찾으려고



  오늘 어느 방송사하고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기로(인터뷰를 하기로) 했는데, 서울에서 고흥으로 오거나 고흥에서 서울로 가기에 마땅하지 않아서, 내 사진을 내가 챙겨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엊저녁에는 힘이 다 빠져서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데 저번에도 그랬지만 영 사진을 고르기가 어렵습니다. 좀 쓸 만하다 싶으면 2014년에 찍힌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스스로 찍히는 사진이란 쉽지 않네 하고 새삼스레 느끼며, 내가 나를 찍으려면 세발이로 받쳐서 찍어 놓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6.7.2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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