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에서 시골버스 끊어지다



  고흥이라고 하는 시골에 눈이 내려서 쌓이는 일은 한 해에 한 차례 있을까 말까 하다. 이런 눈이 어제 처음으로 쌓였고, 오늘도 새로 눈이 내리면서 쌓인다. 이리하여 고흥에서는 시골버스(군내버스)가 어제도 끊어지고 오늘도 끊어진다. 고흥에서는 눈길을 달릴 수 있는 버스가 없다. 다른 고장은 어떠하려나? 고작 1센티미터도 쌓이지 않는 눈발인데 이러한 눈발로도 버스가 못 다니는 고장이 있을까? 4349.1.2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 물병 깨진 날



  어제 아침에 여느 날처럼 파란 물병에 물을 받아서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놓았다. 파란 물병에 햇볕이 잘 스며들어 따뜻해지면 이 물병을 들여놓아야 하는데 어제는 살짝 바깥마실을 다녀오면서 깜빡 잊었다. 마당에 넌 행주는 걷었지만 파란 물병을 바깥에 내놓은 줄 조금도 생각을 못했고, 밤을 지나 새벽녘에 섬돌 둘레에 쌓인 눈을 치우다가 문득 알아챘다. 그런데 밤새 물병이 얼어서 터지고 말았다. 이 겨울 동안 고흥에서는 물이 어는 일조차 없었기에 저녁이 되어도 파란 물병을 들이지 못한 줄 못 깨달았어도 여태 물병이 얼어서 터지는 일이 없었다. 날이 아주 포근하다고 해서 그만 마음을 놓고 말았네. 무엇이 그리 바빠서 물병을 못 챙겼을까. 바보스러운 엊저녁 살림을 돌아본다. 밤새 눈이 마당에 쌓였으니 아이들은 아침에 아주 기뻐하겠구나. 4349.1.1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촛불이 꺼질 무렵



  초 한 자루를 책상맡에서 늘 밝힌다. 초 한 자루를 바라보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달랜다. 초 한 자루가 곁에 있다는 대목을 헤아리며 생각을 고요히 가다듬는다. 촛불을 켤 적에는 초가 베푸는 조그마하면서 따스한 기운을 함께 느끼고, 초가 모두 타서 촛불이 꺼진 뒤에는 초가 내 곁에서 빚은 가없으면서 밝은 빛살을 가만히 돌아본다. 촛불을 켜면서 마음에 새로운 꿈을 함께 켜고, 촛불이 꺼지면서 마음에 새로운 씨앗이 나란히 깨어난다. 4349.1.1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두 아이가 많이 자라면서

이제 자는 방이 좀 좁다.

아니 많이 좁다.

이층침대를 생각해 본다.

두 아이를 이층침대에 재우고

나는 바닥에서 자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층침대를 집에서 나무를 잘라다가

손수 지을 수 있을까?

아니면 기성품을 사야 할까?


기성품을 살펴보는데

어른 이층침대 가운데 가장 싼 것은

50만 원을 살짝 넘는다.

어린이 이츰침대에서는 100만 원부터라고 할 만하다.


금요일 저녁을 보내고 아이들을 재운 뒤

세 시간 즈음 인터넷으로

이 시골에서 이층침대를 살펴보니

이층이 튼튼하고 아이들한테도 걸맞으며

어른도 누울 만한 야무진 이층침대는

100만 원 남짓이 드는구나 싶다.


그나저나 이 100만 원짜리 이층침대를 들이려면

우리 집 중천장(중간 천장)을 뜯어야 할까?

집을 그야말로 크게 뜯어고쳐야 할는지 모른다.


아무튼, 아이들도 어른도 느긋하게 자면서

밤에 꿈을 고요히 꾸도록 이끌자면

이층침대를 들여야 할 텐데

최소예산 100만 원 남짓을 그러모아야 한다.

여러모로 따져 보니

어른 이층침대보다

어린이 이층침대가 한결 튼튼하던데 -_-;;;;

(아이들은 침대에서 뛰기 때문에 튼튼하게 만들려나?)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집값이 육천만 원 아니고 육백만 원?



  오늘, 2016년 1월 11일 월요일에 고흥 읍내에 가서 어떤 서류를 하나 쓰는데, 우리 식구가 사는 집이 ‘재산으로서 값’이 얼마인가 하고 묻기에, 올 2016년을 앞두고 나라에서 날아온 ‘공시지가’에 나온 값에 20만 원을 보태어 육백만 원이라고 말했다. 오백팔십만 원이라고 말하려 하다가 살짝 ‘귀찮아’서 끝자리를 00으로 맞추어서 말했다. 그러니 어떤 서류를 쓰던 분이 “네? 육백만 원이요? 육천만 원이 아니고요?” 하고 되묻는다. 속으로 생각한다. 아니, 이 사람, 시골에 살면서도 시골 땅값이나 집값을 모르나. 속으로 다시 생각한다. 시골이라 해도 마을 아닌 읍내에 살면 모를 만하겠지. “시골에서는 집은 안 치고 땅값으로만 치니까요.” “그래도 건축물이 있잖아요?” “마을에서는 집은 안 보고 땅으로만 쳐요. 다 낡은 집은 값을 한푼도 안 치는걸요.” 다섯 해 앞서 정부 공시지가로 우리 집(97평)은 삼백팔십만 원이었고, 올해에는 오백팔십만 원이 되었으니 꽤 많이(?) 올랐다고 할 만하다. 아무튼 그렇다. 시골마을에 고요하게 있는 우리 집은 값으로 치면 ‘고작 육백만 원’이다. 4349.1.1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